당가풍운 외전 1장
당가풍운 외전 흑풍(黑風)
구파일방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무림오대세가.
그 중 독과 암기로 독보적 위치를 구축하고 있는 사천당가의 위세는 여전히 굳건했으며 더욱더 번영할 것이다.
그러나 추악한 욕망으로 어긋나버린 형제 사이로 인해 심어진 비극의 씨앗이 막 꽃을 피웠으니...
장차 당가를 뒤흔들어놓을 은밀하고 악독한 음모와 천인공노할 패륜의 서막이었다.
당패(唐覇)와 당화(唐華), 구숙정(邱淑貞)과 두응향(斗鷹香), 그리고 당종(唐鐘)과 당정(唐整).
그들 사이의 끝없는 욕망과 야심이 빚어내는 음모와 암투.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광기의 바람! 복수의 바람!
맹렬히 휘몰아치는 바람이 이제 막 시작되었으니...
당가풍운이라...
1.
사천당가!
누가 그들 일족에게 죄를 지을 수 있으랴?
사천당가라는 이름은 무림인들에게 있어서 결코 범해서는 안되는 금기라 할 수 있다. 독(毒)과 암기(暗器)로 천하무적을 구가해온 당씨일족은 무림인들이 결코 사귀고 싶지 않은, 그리고 절대 죄를 지어서는 안되는 재앙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다.
제 아무리 천하를 떨어울리는 신공절학을 지녔어도 소용이 없다. 일단 사천당가에 죄를 짓게 되면 언젠가는 쥐도 새도 모르게 죽을 수 밖에 없다.
사천당문이 무서운 것은 그들의 독과 암기가 아니라 한번 진 빚은 결코 잊지 않고 반드시 갚고야마는 그들 일족의 집요한 독심일 것이다.
당가의 당대가주는 팔비신존(八臂神尊) 당욱(唐旭)이다.
팔비신존이란 별호 그대로 그는 팔이 두 개가 아니라 여덟 개를 지녔다. 아니, 지닌 것처럼 보인다.
팔방비폭뢰(八方飛瀑雷)라는 그의 암기수법이 펼쳐지면 어느 누구든 거꾸러지고 만다.
* * *
늦은 밤이었다.
한줄기 검은 그림자가 안개처럼 사천당문의 후원으로 스며들고 있었다.
이 야행인의 은밀함은 가히 귀신이 곡할 지경인지라 도처에서 호랑이처럼 눈을 부릅뜬 채 번을 서고 있는 갈사 고수들의 이목에도 전혀 걸리지 않았다.
야행인의 검은 그림자는 나타났다고 느낀 순간 이미 당가의 후원으로 바람같이 사라지고 있었다.
당가의 후원 깊은 곳에는 아담한 별채가 한채 자리하고 있다. 울창한 죽림에 에워쌓여 탈속한 운치가 감도는 별채이다.
별채의 전각 안에는 등잔불이 밝혀져 있는 가운데 한명의 젊은 여인이 침대에 걸터 앉아있었다.
나이는 대략 스무살 전후, 약간 마른듯 하면서도 육감적인 몸매를 지닌 아주 아름다운 여인이었다.
여인은 지금 바느질을 하고 있었다. 주머니가 여러개 달린 남자의 옷이다.
사랑하는 정인의 옷을 수선하고 있는 것일까? 바느질을 하는 여인의 입가에 행복한 듯한 미소가 감돌고 있다.
문득 불빛이 바람에 펄럭인다. 여인 등쪽의 방문이 소리없이 열렸다.
"당신이예요?”
여인은 다정한 미소를 지으며 뒤 돌아보았다. 당가 깊은 곳에 자리한 그녀 자신의 침실에 들어올 사람은 약혼자 밖에 없다.
"흑!”
여인의 두 눈이 놀라움으로 부릅떠졌다. 방안에 들어선 인물은 약혼자가 아니었다.
"....!”
한 명의 흑의인이 유령처럼 서있다. 건장한 몸에는 달라붙은 검은 경장을 걸쳤고 얼굴에도 역시 새까만 복면을 뒤집어쓴 인물이다.
"누....누구....흡!”
벌떡 일어서며 비명을 지르려던 여인의 몸이 다음순간 무너지듯 침대 위로 나뒹굴었다. 복면인이 날린 지풍이 그녀의 마혈(痲穴)을 짚어버린 것이다.
"흐흐흐!"
복면인이 음충맞게 웃으며 여인에게 다가왔다.
"안...안돼!"
여인은 복면인의 음탕한 눈빛을 보고는 그자가 무슨 짓을 하려는지 깨닫고 전율했다. 하지만 그녀의 입에서는 아무소리도 흘러나오지 못했다. 복면인이 그녀의 아혈(啞穴)까지 눌러버린 때문이다.
"후후후! 가만히 있으면 한번 즐기고 조용히 사라지마!”
복면인은 음충하게 웃으며 자신의 하의를 풀었다.
"....!”
여인은 사내의 하체를 보고는 진저리를 쳤다. 너무도 크고 검붉고 흉칙한 살덩이다. 사내는 약혼자의 그것이 아주 왜소해보일 정도로 엄청난 대물(大物)을 지니고 있다.
"흐흐흐! 이런 기회가 아니면 언제 정인 이외의 다른 사내의 물건을 맛보겠느냐? 내 특별한 것을 한번 맛보고 나면 당패 놈의 것이 너무 헐겁다고 느낄 것이다!”
하체를 벌거벗은 사내가 충천하는 기세로 치솟아 꿈틀대는 육물을 앞세운 채 여인에게로 다가섰다.
당패(唐覇)의 약혼녀!
여인의 정체는 바로 당가의 둘째 아들 당패의 약혼녀로 그 이름은 두응향(斗鷹香)이다.
비록 소가주 당화(唐華)에게 밀려 다음대 당가의 주인이 되지 못하는 당패였지만 당가 내에서의 평가는 아주 드높았다.
두응향은 본래 무림과는 상관없는 학사 집안 출신이다.
일찌감치 약혼을 맺고 오직 정식 혼례날을 기다리며 당가에 들어와 살고 있는 두응향은 온후하고 현숙하여 당가의 사랑과 존경을 한몸에 받고 있었다.
헌데 그 현숙한 여인이 사랑하는 남자가 아닌 낯선 이에 의해 발가벗겨진 채 정조를 유린당할 위기에 처해있는 것이다.
"누...누가 구해줘요!"
두응향은 마음속으로 간절히 외쳤다.
하지만 아무도 그녀를 도와주러 달려오지 않았다.
찌직!
자그마한 고의가 종잇장 같이 찢겨져 나갔다. 흐드러지게 피어오른 여인의 아랫도리를 가리기에는 너무도 작고 앙증맞은 속옷이었다.
고의가 찢겨짐으로 해서 여인은 이제 실오라기 한올 걸치지 않은 완벽한 알몸이 되었다.
"흐흐흐! 당패 놈! 부러워죽겠군!”
알몸이 된 여인을 내려다보며 복면인은 음험하게 웃었다.
두응향의 나신은 실로 숨이 막힐 정도로 뇌쇄적이다.
팽팽하게 솟아오른 탄력 넘치는 한쌍의 유방.
육감적인 허리, 짙고 울창한 수풀.
"흐흐! 좋군 좋아!”
침대로 올라온 사내는 두응향의 허벅지를 쓰다듬었다. 그녀의 허벅지 살결은 비단결처럼 부드럽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사내의 징그러운 손길이 허벅지를 쓰다듬을 때마다 두응향은 진저리를 쳤다.
그녀는 오직 당패만을 알아온 정숙한 여인이다. 외간 사내와는 함부로 옷자락을 스친 적도 없다.
"꿈이었으면....!"
두응향은 이 모든 일이 꿈이기를 바랬다.
하지만 이것은 꿈이 아니다. 예민한 속살에 너무도 생생하게 느껴지는 사내의 손길이 그것을 자각시킨다.
이윽고 복면인은 두응향의 무릎을 쥐어 거칠게 좌우로 잡아벌렸다.
"흐윽!"
순간 두응향은 자신의 아랫도리가 벌어져 그 안쪽의 은밀하고도 부끄러운 곳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것을 느끼며 전율했다.
"흐으...! 죽이는군!”
복면인의 두눈이 복면 속에서 시뻘겋게 충혈되었다. 그의 이글거리는 눈길이 여체의 중심부를 노려보고 있었다.
희디힌 허벅지가 한 것 벌어진 중심부에는 모든 쾌락의 근원이 수줍게 떨며 숨어있었다. 울창한 수림 아래에 깊게 갈라진 채 자리한 그 비역은 너무도 탐스럽고 육감적이다.
자신의 부끄러운 곳을 집요하게 더듬는 사내의 시선이 불칼처럼 뜨겁게 느껴진다.
당패의 아내가 될 자신이 다리를 한껏 벌린 채 외간 사내에게 부끄러운 곳을 고스란히 내보이는 수모를 당하다니...
두응향은 치욕과 절망감으로 죽고만 싶다.
당장이라도 혀를 물고 죽지 못하는 것이 한스러울 뿐이다.
그런 그녀의 심정을 대변하는 듯 깊은 계곡의 메마른 꽃잎이 파르르 떨고 있다. 앙증맞게 피어난 그녀의 꽃잎 사이로 달콤한 음액이 흘러내린다.
그것을 본 사내는 타는 듯한 갈증을 참지 못하고 고개를 숙여 계곡으로 샘물을 찾아들어갔다.
"안....안돼!"
사내가 무슨 짓을 하려는지 깨닫고 두응향은 아연실색했다. 어떻게든 막아보려 했지만 그녀에게는 저항의 능력이 전혀 없었다.
둔덕이 벌려지는 것이 느껴진다. 그리고 이어지는 미끈덩한 설육의 감촉.
퍼득!
마혈이 찍혔음에도 한창 꽃피는 여체는 부르르 요동을 친다.
"흐으....!”
사내는 두 손으로 두응향의 허벅지를 찍어누른 채 복면을 걷어올려 들어낸 입술과 혀를 교묘하게 움직였다.
"죽...죽고 싶어!"
온몸이 덜덜 떨리는 것을 느끼며 두응향은 오열했다.
예민한 살점 안쪽으로 파고 들어 휘저어지는 미끈덩한 설육의 감촉은 끔찍하도록 징그럽다.
그러나 몸서리쳐지는 수치심과는 달리 그녀의 육체에서는 통제불능의 반응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이미 당패를 통해 육체의 쾌락에 대해 알만큼 아는 그녀의 육체는 사내의 직접적이고 교묘한 자극에 어쩔 수 없이 달아오르는 것이다.
사지로 전율의 파문이 벼락처럼 번져가고 간지러운 것같은 야릇한 쾌감이 푹풍처럼 일어난다.
"안...안돼!"
두응향은 필사적으로 참으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소용이 없었다. 허벅지는 저절로 경련을 일으키고 둔부는 빌작적인 요분질을 보인다.
동시에 한껏 벌어진 가랑이는 벌겋게 달아올라 뜨거운 음액을 울컥울컥 토해내기 시작했다.
"이...이럴 수는 없어!"
외간 사내에게 능욕당하면서 쾌락의 반응을 보이는 자신의 육체가 믿어지지 않는 두응향이었다.
그녀의 처연한 의지와는 달리 그녀의 무르익은 육체는 열락의 반응을 너무도 확연하게 보이고 있는 것이다.
"제발...제발 그만....!"
두응향은 속으로 울부짖었다. 사내의 혀와 입술이 움직이는 대로 반응하는 자신의 육체가 그렇게 저주스러울 수가 없었다.
그리고 마침내 끝이 없을 듯하던 사내의 집요한 탐닉이 마침내 중단되었다.
"흐흐! 금방 달아올랐군! 당패 놈이 제대로 남자 구실을 못해준 모양이지?”
사내는 복면자락으로 질펀하게 젖은 입가를 닥으며 비열하게 웃었다.
"그럼 이제 진정한 열락의 맛을 보여주도록 하지!”
복면인은 자신의 장대한 양물을 손으로 주무르며 두응향의 몸 위로 올라왔다.
두응향의 몸 위에 올라탄 사내는 그녀의 두 다리를 번쩍 쳐들어 자신의 양쪽 어깨에 척 걸쳤다.
사내는 그 자세로 자신의 거대한 흉물을 쥐어 여체의 입구에 대고 슬슬 문질러 대었다.
"제...제발 그만....!"
두응향은 진저리를 쳤다. 질펀해진 예민한 곳에 문질러지는 그것은 금방이라도 그녀를 관통해버릴 듯 놀려대었다.
"흐흐! 내 걸 맛보고 자지러지지 않은 계집은 없지! 기대해도 좋다!"
이윽고 복면인은 음험하게 웃으며 자신의 그것을 두응향의 몸 안으로 밀어 넣었다. 벌겋게 충혈된 여체의 균열은 너무도 쉽게 외간 사내의 살덩이를 받아들였다.
"하악!"
사내의 귀두가 미끈덩한 점막을 벌리며 여체에 끼워지는 순간 두응향의 눈이 커질 대로 커지며 입이 딱 벌어진다.
마침내 당패만이 들어올 수 있는 은밀한 입구에 외간 사내가 침입한 것이다. 다른 남자에게 몸을 더럽혔다는 사실에 두응향은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
"흐으! 좋군! 좋아!”
여체에 귀두를 삽입한 상태에서 사내는 자신이 정복한 여인을 내려다보며 음험하게 웃었다.
"너도 한번 이 기막힌 광경을 봐라!”
복면인은 간악하게도 두응향의 고개를 끌어올려 두 개의 육체가 결합되어있는 부위를 강제로 보게 만들었다.
자신의 음란한 부분이 팔뚝같은 굵기의 살덩이를 머금고 있는 것을 본 두응향은 전율했다. 자신의 육체가 당패가 아닌 다른 사내를 받아들였다는 사실이 너무도 강렬한 영상으로 두응향의 뇌리에 박혀들었다.
"흐흐! 죽여주마!”
사내는 그 상태에서 세차게 자신의 양물을 여체에 삽입시켰다.
순간 두응향의 두눈이 찢어질 듯 치떠졌다. 엄청난 열기와 함께 거대한 무엇이 뻐끈하게 몸을 관통해 들어와 목구멍까지 치밀어 오르는 기분이 된 것이다.
그것은 지금까지 남편에게서는 한번도 느껴보지 못한 너무도 강렬한 충격이었다. 아랫배 깊숙히 침입한 그것은 너무도 굵고 또 길었다.
비록 현숙하다고 하지만 그녀도 이미 사내를 아는 관능적인 육체를 가지고 있었으며 그 육체는 종종 당패의 우람한 가슴에 안겨 환희의 신음을 토하며 몸부림쳤다.
그러나 지금 자신의 몸을 마치 찢어버릴 듯한 기세로 밀고 들어온 이 엄청난 이물질의 느낌은 단 한번도 당패에게서는 결코 느껴보지 못한 충격적인 느낌이었다.
복면인은 자신의 장대한 그것이 여체의 균열 속으로 미끌어져들어가자 전율스러운 쾌감을 참지 못하고 부들부들 떨었다.
잠시 두응향의 육체를 음미하던 복면인은 이윽고 능란하게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두응향은 두 다리를 사내의 어깨에 걸친 수치스러운 자세로 능욕당하면서 참을 수 없는 절망감에 눈물을 흘렸다.
"이럴 수가! 어떻게 이런 일이...이건 아니야. 이건 꿈이야."
복면인은 거친 파도같이 격정적으로 하체를 움직이고 있었다. 그때마다 두응향의 나신은 힘없이 퍼덕거렸다.
그러던 어느 순간 두응향은 뻣뻣이 굳었던 몸의 일부가 풀어지는 것을 느꼈다. 복면인에게 찍힌 마혈이 능욕을 당하던 중에 일부 풀어진 것이다.
찌직!
순간 두응향은 혼신을 다해 복면인의 복면을 잡아챘다.
그것은 그녀도 복면인도 생각지 못한 돌발적인 사태였다.
헌데 복면이 벗겨지고 사내의 정체가 드러나는 순간 두응향은 몸을 더럽히는 순간 받았던 충격보다 수십 배는 더 강한 충격을 받았다.
그녀를 능욕하고 있는 사내는 두응향 이 너무나도 잘 아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맙....맙소사! 당화!"
그녀는 눈앞이 깜깜하고 모든 사고가 일시에 정지되는 기분이었다.
믿을 수 없게도 복면 안에서 드러난 흉수의 정체는 당화였던 것이다.
당가의 후계자로 소가주의 직책을 맡고 있는 당화.
게다가 그는 두응향의 연인인 당패의 형이다.
그런 그가 두응향의 거처에 몰래 숨어들어와 그녀를 능욕한 것이다.
"젠장, 어리석은 년! 적당히 즐긴 후 잊어버리면 될 것을 일을 복잡하게 만들었구나!
두응향은 사악하게 웃으면서도 마지막 절정을 위한 율동을 계속했다.
감당할 수 없는 고통과 충격은 두응향을 헤어날 없는 혼란 속으로 밀어 넣었다.
이윽고 절정의 순간이 다가왔는지 당화의 움직임은 거칠고 난폭하기 짝이 없었다.
"안...안돼!"
두응향은 절망 속에서도 진저리를 쳤다. 당패와의 경험으로 지금 당화가 절정에 다달았음을 알아차린 때문이다.
여체에 깊숙히 찔러진 양물이 뜨거워지며 터질 듯 팽창하는가 싶더니 자궁 깊이 뜨겁게 정액을 뿜어냈다.
"허억!”
당화는 마지막 절정의 순간에 전율하며 부르르 전신을 떨었다.
두응향은 아득한 절망의 나락으로 떨어져갔다.
당패는 사랑하는 약혼녀가 기다리는 별원을 향해 가고 있었다.
헌데 막 별원으로 다가서던 그는 우뚝 걸음을 멈추었다.
희미하게 무언가 소리가 들렸던 것이다. 마치 신음소리 같은 그 소리는 여인과 사내의 것이 섞인 듯했다.
"이...이건 설마? 아니야, 그건 말도 안돼."
당패는 순간 두응향이 낯선 사내와 밀회를 즐기고 있는지에 대해 생각이 미쳤지만 얼른 부정했다. 여전히 별원에서는 자극적인 교성이 흘러나왔다.
당패는 굳은 얼굴로 좀 더 가까이 들으려고 별원 가까이 접근했다.
선명히 허덕이는 신음소리가 들렸다. 침대가 끊임없이 삐걱거리는 소리도 들린다. 당패의 두 눈이 붉어졌다. 그는 진정하려 했지만 좀처럼 분노가 가라앉지 않았다.
머릿속은 두응향이 낯선 사내에게 깔린 채 큰 소리로 허덕이며 신음하는 상상으로 가득 찼다.
당패는 별원의 문을 박차고 들어갔다.
침대에서 두응향과 한 남자가 알몸으로 뱀처럼 얽혀있었다.
의심할 여지 없는 불륜의 현장.
두응향은 사내 위를 올라타고 허리를 맹렬하게 흔들고 있었다.
단칼에 자신의 약혼녀를 유린한 자를 죽이려던 당패는 사내의 정체를 알아차리고는 이내 멍해졌다.
"아...아니...이럴 수가..."
당패는 이내 절규하듯 외쳤다.
"형님!"
* * *
당화의 거처.
당패의 충혈된 두 눈은 붉게 물들어있었다. 지금 그의 전신은 치솟는 분노에 사로잡혀있었다.
"죽여 버린다."
역류하는 피는 좀처럼 진정되지 않고 있었다.
형제 사이에서 오랫동안 침묵이 계속되었다.
마침내 이 모든 일의 장본인이자 배후인 당화가 입을 열었다.
"미안하게 됐군."
"..."
"참으로 어색하군. 하하, 그러니까 말이다...그 일은..."
"닥쳐! 어떻게...어떻게 그럴 수가 있지? 내...내가 사랑하는 여자를...크윽!"
당패는 미칠듯이 화를 냈다. 그러자 당화는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
"솔직히 말해서...형님보다 먼저 여자를 이 집에 끌어들인 네놈이 잘못한 것이다. 장차 당가의 가주가 될 이 몸은 아직도 제대로 된 정혼자를 찾지도 못했는데...손이 너무 빠른거 아니냐?"
변명 같지도 않은 변명에 당패는 이성을 잃었다.
"개자식!"
당화는 비웃음을 흘리며 맹렬하게 화를 내는 동생을 바라보았다.
"네 약혼녀...실로 최고였다. 아마 세상에 다시 찾기는 힘들겠지."
당패의 몸은 분노로 부들부들 떨리기 시작했다.
"이 자식, 까불지 마. 가만 안 둬!"
당화는 오히려 도발적 태도로 당패에게 믿지 못할 말을 했다.
"후후, 그리고 그녀는 네가 갖기엔 너무 아까워. 이렇게 된 이상 나한테 양보해라."
당패는 눈을 부릅뜨고 당화를 잡아먹을 듯이 노려보았지만 당화는 전혀 상관하지 않았다.
"네가 싫다고 해도...아버님께 이야기한다면 분명 들어주시겠지. 나는 다음대의 가주이니. 아, 좀 전에 스스로 자결하려고 하던 그녀를 봤느냐? 이미 더럽혀진 몸의 그녀가 그래도 살게 하려면 이 방법 밖에는 없을 것이다."
당패는 입술을 부들부들 떨었고 당화는 비릿한 미소로 그런 동생을 쳐다보다 자리에서 일어났다.
당화의 조금 전 말은 진심이었다.
두응향은 정말 최고의 명기였다. 이전에 건드린 시녀들이나 기루의 여자들과는 비교를 할 수가 없었다.
그는 정식으로 두응향을 자신의 아내로 맞아들이기 위해 가주 당욱에게 부탁할 것이다. 거센 반대가 있겠지만 소가주인 자신의 간절한 부탁과 고집을 결국 꺾지는 못할 것이다.
* * *
극도로 폐쇄적인 혈족 체제의 사천당가는 다른 강호 무림의 문파나 세가와 다른 독특한 면모가 많았다.
그 중에 하나는 바로 정실부인 외에 다른 여인을 들이면 안 된다는 것이다.
당가의 사내들은 오직 여인을 한 명만 거느리는 일부일처제가 철칙이었다. 이는 외부 세력의 개입이나 내부 세력에 따라 가문의 힘이 사분오열되는 분란을 사전에 방지하고 대대로 내려온 하나의 핏줄, 하나의 가문을 견고히 지켜내기 위함이었다.
그랬기에 다른 곳이라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고, 또 능력만 있다면 권장되는 삼처사첩과 같은 행위가 절대 용납되지 않았다.
오로지 허락되는 것은 단 한 명의 정실부인 뿐!
그러나 영웅호색이라 무릇 한 가문을 지배하는 사내의 들끓는 욕망은 오직 한 여인에 결코 만족하지 못했다.
그래서 당가에는 가주에 한해 나름의 편법이 존재했다.
아무런 뒷배경이나 힘이 없는 천하디 천한 신분의 시녀를 건드리는 것은 용인되었다. 그리고 가주의 은혜를 한 번이라도 입거나 총애를 받는 시녀는 일선 업무에서 즉시 제외되어 시녀장급의 대우를 받으며 야화각(野花閣)이라는 특정 장소에 따로 격리되어 특별히 관리되었다. 이는 부자간에 같은 여자를 간음하는 인륜을 벗어나는 일을 방지하기 위함이었다. 또한 그 신분도 비천하고 정식 첩은 아니라고 해도 가주의 아들들은 이러한 시녀들을 함부로 대해서는 안 되었다.
그리고 당가의 현 가주 팔비신존(八臂神尊) 당욱(唐旭)의 특별한 시녀들 중 꽤 최근까지 총애를 받던 한 여인이 있었다.
그녀의 이름은 양첨정(陽籤睛).
당욱의 총애를 짐작해주듯 그 나이는 무려 삼십대 초반에 접어든 미부인(美婦人)으로 전체적으로 청초하고 온화한 느낌의 외모를 지니고 있었다.
양첨정은 당욱이 찾아오길 기다리는 다른 처지의 여인들과 함께 야화각(野花閣)에 기거하고 있었는데 사실상 유폐나 마찬가지였다.
그나마 양첨정은 최근까지 당욱의 총애를 받았다는 이유로 그녀만의 방을 받기는 했지만 역시나 출입의 자유가 없는 새장 속의 새 신세였다.
달빛마저 사라질 정도로 어두운 밤의 야화각.
자신의 방에서 홀로 자수를 놓던 양첨정 앞에 한 줄기 인영이 나타나더니 그녀를 붙잡고는 순식간에 사라졌다.
그렇지만 당가의 그 누구도 관심을 주지 않는 이 장소에서 그런 사실을 눈치 챈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아흑...아아!"
오직 특정한 장소에만 있어야 할 양첨정은 어느 밀실의 침상 위에서 괴롭게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음약의 기운이었다.
양첨정은 서서히 전신을 휘감는 기이한 열기에 땀으로 흠씬 젖은 풍만한 교구를 야릇하게 비틀더니 스스로 자신의 젖가슴을 움켜쥐거나 가랑이에 손을 갖다대거나 했다.
그리고 여기까지 양첨정을 납치해온 청년이 모습을 드러냈다.
비록 잘생긴 청년이었으나 그 눈빛은 결코 맑지 못했고 또한 음흉하게 웃고 있었다. 청년은 양첨정의 머리부터 발끝까지 훑어보며 중얼거렸다.
"후후, 수수한 얼굴이지만 나름 귀엽군!"
놀랍게도 청년의 정체는 당욱의 첫째 아들이며 소가주 직책을 맡고 있는 당화(唐華)였다.
두응향을 겁탈했을 때처럼 당화는 자신의 마음에 드는 여자가 있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범하는 인간으로 명문의 세가의 대공자 보다는 오히려 색마에 더 가까웠다.
불행히도 양첨정은 당화가 이전부터 눈독을 들여온 여인이었으며 치밀한 준비 끝에 마침내 지금 당화의 수중에 떨어진 것이다.
당화의 음심은 실로 대단했다.
대담하게도 감히 당가의 지배자인 팔비신존 당욱의 여인마저 탐내고 차지하려 할 정도였으니.
"하악!"
양첨정의 풍염한 육체가 당화에 의해 침상 위에 거칠게 팽개쳐졌다.
당화는 옷을 벗어던지고는 이글거리는 눈빛을 토하며 그녀를 향해 다가섰다.
양첨정의 두 눈이 부릅떠졌다.
장대하게 치솟은 당화의 실체가 흡사 꿈틀대며 가까이 다가오고 있었다.
"안...안 돼!"
양첨정은 당화에게 범해질 위기을 어떻게든 모면해보려고 했지만 헛된 저항이었다.
"아악!"
양첨정은 당화의 우악스런 손길에 자신의 미끈한 두 다리가 좌우로 활짝 벌어짐을 느끼며 자지러질 듯한 비명을 질렀다.
"크흐흐, 절경이군."
벌어진 양첨정의 새하얀 다리 중심부에는 육감적인 욕망의 근원이 숨어 있었다.
짙고도 검은 수풀에 숨어 있는 검붉은 균열.
그녀의 음부는 이미 흥건한 음액에 젖어 있었다.
양첨정의 은밀한 밀궁을 내려다보던 당화는 잔인하게 웃으며 치켜올린 그녀의 미끈한 두 다리를 자신의 양 어깨에 걸쳤다.
"으흑..."
양첨정은 어떻게든 저항하려고 몸을 이리저리 비틀다가 결국 음약의 기운으로 인해 정신을 잃고 축 늘어졌다.
당화는 손을 뻗어 양첨정의 무르익은 소음순과 음핵을 잠시 헤집더니 이내 벌겋게 충혈된 자신의 음경을 그녀의 음부에 끼우기 시작했다.
잔뜩 성이 난 당화의 양물이 음액에 젖어 질퍽거리는 살점을 더듬으며 양첨정의 활짝 벌어진 동굴로 천천히 진입했다.
이미 십년 전부터 수도 없이 당욱의 것을 받아들인 양첨정의 옥문은 그의 아들인 당화의 거대한 양물도 무리없이 받아들였다.
"흐음..."
미끈덩한 그녀의 속살이 자신의 성기를 감싸오자 당화는 전신을 떨었다.
(흐흐, 아버님이 데리고 놀던 계집이라서 그런지 각별한 맛이군.)
뿌리까지 깊숙이 삽입한 후 조금은 헐렁한 동굴의 감촉을 잠시 즐기던 당화는 양첨정의 탐스러운 엉덩이를 받쳐들고는 세차게 허리를 흔들었다.
"네년을 극치의 황홀경으로 인도해주겠다."
"아아...흐응..."
신음성과 함께 양첨정의 눈이 열렸다. 하지만 그 눈은 초점이 없었고 내쉬는 숨결엔 뜨거운 열기만 배어 있었다. 음약에 취한 그녀는 상대가 당화인지도 모른 채 사내에게 매달렸다.
양첨정을 올라탄 당화는 짐승처럼 헐떡이며 하체를 세차게 일렁였고 이미 음약에 취해 이성을 잃은 양첨정은 음탕하게 몸부림쳤다.
마침내 절정의 순간이 지나고 추악한 욕망을 채운 당화는 양첨정의 여체 위에서 몸을 부르르 떨었다.
곧 당화는 양첨정의 은밀한 밀궁을 꿰뚫고 질벽에 휘감겨있던 자신의 성기를 뽑아내며 몸을 일으켰다.
여전히 입을 벌린 채 적나라하게 그 속살이 드러난 양첨정의 동굴에서 희뿌연 정액이 흥건히 흘러내렸다.
(역시 두응향보다는 못하군.)
당화가 그렇게 생각할 때 밀실 밖에서 누군가의 음성이 들려왔다.
"형님, 당패의 처분이 막 결정났습니다."
"오, 그래?"
당화는 갑작스러운 누군가의 등장에도 전혀 당황하지 않고 능숙하게 침상 옆에 세워진 기묘한 모양의 뾰족한 장식을 눌렀다. 그러자 기관장치가 작동하고 벽과 바닥이 움직이더니 당화에게 무참히 유린당한 양첨정은 금세 자취를 감췄다.
당화는 전신에 흐르는 땀을 닦을 생각도 하지 않고 얼른 옷을 걸쳐 입으며 말했다.
"이제 들어와라."
방안으로 들어온 사람은 당욱의 셋째 아들인 당영(唐瀛)이었다.
언제나 당패의 눈부신 자질에 밀려 아무런 주목을 받지 못한 당영은 일찌감치 당화의 편에 서있었다.
당영의 야망은 후일 당화가 가주가 될 때 당패를 대신하여 둘째의 지위를 차지하는 것이었다. 당화가 가주에 취임하는 그날 당패는 자신을 형님이라 부르게 될 것이다. 그런 황홀한 미래를 상상하며 당영은 큰형에게 전적으로 협력하고 있었다.
"그래, 어떻게 결정이 났지?"
당영은 큰형에게 공손히 인사를 바치고는 만족스러운 얼굴로 말했다.
"한시적인 추방입니다. 이른바 협객행이라는...하하, 허울 좋은 이름이지요. 그 눈에 거슬리는 둘째형도 이번에는 분명 끝입니다."
"음, 글쎄..."
당화는 굳어진 얼굴로 무언가를 골똘히 생각했다. 당영은 누구보다 기뻐할 것으로 생각하던 당화의 반응이 예상과 다르자 당황했다.
"무슨...문제라도 있는 건가요?"
당화는 피식 웃으며 손을 내저었다.
"흠, 아무 것도 아니다. 너무 걱정이 많았던 모양이군. 어쨌거나...하하하, 이제 두응향은 완전히 나의 것이로다!"
당화가 크게 기뻐하며 웃음을 터뜨리자 당영은 조금 이해가 안 가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하지만 형님...어째서 그렇게 그 여자에게 집착하시는 겁니까? 비록 두응향이 아름답다고 하나 다른 여인들도..."
"후후후, 그건 네 놈이 몰라서 하는 말이다."
당화는 비릿한 음소를 흘렸다.
"두응향 그 여자는...후후, 이 내가 독점하고자 하는 욕망이 들 정도의 가치가 있는 여인! 실로 중원 천지를 요동케 할 여인이다."
두응향을 떠올리는 당화의 눈이 욕정으로 번들거렸다.
* * *
군데군데 찢어진 낡은 흑복을 입고 등에 검을 한 자루 찬 젊은 사내가 피에 젖은 얼굴로 어딘가를 걸어아고 있었다. 사내의 입가로 고통스런 비명이 새어나왔다.
너무 지치고 탈진하여 휴식이 필요했음에도 그는 걸음을 멈출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것도 이제 한계였다.
마침내 기력이 다한 모양인지 사내는 온몸에서 선혈을 흩뿌리며 땅에 나뒹굴었다.
"크윽!”
당패는 거칠게 숨을 내쉬었다.
결국 자신과 두응향의 약혼이 파혼되고 형 당화와의 혼약이 진행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그것도 모자라 당화는 방해물인 동생을 쫓아내기 위해 원로원과 가주에게 건의를 하여 일정 기간의 협객행을 하고 귀환할 것을 강제로 명령했다.
그날 이후 한달째 당패는 낭인으로서 강호를 떠돌며 도적과 음적들, 사파의 악독한 자들을 죽이고 죽이는 일을 반복하고 있었다.
"후후후...허무하군. 결국에는...모두 죽는 것을..."
당패는 이를 악물고 다시 자리에서 일어났다. 고통으로 일그러진 얼굴로 그는 걸음을 옮기려 했다.
"커헉!”
하지만 몇 걸음 걷지 못해 당패는 다시 길바닥에 나뒹굴었다. 검붉은 피를 토하더니 이내 눈마저 감았다. 기력이 다하여 인사불성이 된 것이다.
* * *
침실(寢室).
화려하기 이를 데 없는 침실이었다. 바닥에는 융단이 깔려 있고 자단목으로 만들어진 집기들은 황제가 사용하기에도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그 침실의 한 쪽에는 비단 망사로 사방이 가려진 크고 화려한 침대가 하나 놓여있다.
"음……!”
지금 그 침대에 한 명의 청년이 누워 연신 신음을 토하고 있다. 그는 바로 당패였다.
당패는 지금 악몽에 시달리고 있었다.
당화가 두응향을 겁탈하는, 항상 치가 떨릴 만큼 생생한 악몽이다.
당패는 자신도 모르게 신음을 발하며 몸부림쳤다. 손을 허우적거려 보았지만 두 남녀의 모습은 그저 흐릿한 형체로만 보일 뿐 손에 잡히지 않았다.
몸부림치던 당패는 어느 순간 잠에서 깨어나 벌떡 일어나 앉았다.
당패는 한숨을 내쉬며 상체를 일으키다 퍼뜩 정신을 차리고 주위를 둘러보기 시작했다. 그가 누워있는 이곳은 너무나도 생소한 곳이었다.
거기다 분명 자신을 죽었으리라 생각했는데?
의아한 눈으로 실내를 두리번거리던 당패는 탁 트인 창가로 걸어갔다.
헌데 창가로 가서 밖을 바라보던 당패는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창가 밖으로 높고 낮은 전각들이 열을 맞추어 펼쳐져 있었다. 여기가 어디인지는 몰라도 당가나 어느 유력한 문파, 세가에 뒤지지 않는 곳임에 틀림 없엇다.
당패는 바람에 펄럭이는 붉은 색의 거대한 깃발에 적힌 글자를 읽어냈다.
섬서구가(陝西邱家)
"여기는...”
"이제 정신이 드셨나요?”
문 쪽에서 여인의 음성이 들려왔다. 당패는 소리가 나는 문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방안으로 들어서고 있는 사람은 아름다운 여인이었다. 다만 눈매가 날카롭고 위로 치켜 올라간 것이 흠이었다.
묘하게도 여인은 차갑고 싸늘한 얼굴로 말했다.
"저는 구숙정이라고 해요. 섬서구가의 외동딸이죠.”
구숙정은 화려한 푸른 궁장을 걸치고 단아하게 묶고 있는 흑발에는 나비와 꽃 장신구가 꽂혀 있었다.
고혹스러운 자태였지만 그녀는 가시 돋친 장미와 같은 인상을 주었다. 분위기 자체가 냉막하고 범접하기 힘들어 보였기에 어지간한 사내들은 우습게 보는 것만 같았다.
낭인행을 이어나갈 때 의도적으로 여인을 멀리하던 당패였다. 간만에 보는 여인의 아름다운 자태에 당패는 한동안 말을 잃고 있다가 겨우 정신을 차렸다.
"소저...그렇다면 그대가?”
구숙정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요, 산보를 하던 중에 우연히 당신을 발견했어요. 살아난게 기적이군요. 의원 말로는 생사를 장담하기 힘든 지경이라고 하였는데...”
당패는 웃었다. 공허한 웃음이었다.
"후후후...”
결국 죽지도 못하고 살아남았다. 이 더러운 세상에서 도망치고자 했건만 하늘은 무심했다.
구숙정은 그런 당패를 흥미롭게 쳐다보았다.
"별로 기쁜 기색이 아니군요. 조금은 은인에게 감사해하는게 도리가 아닌가요?”
당패는 그런 그녀를 무시했다. 그러자 구숙정의 눈이 한층 더 매서워졌고 고운 얼굴을 찡그러뜨렸다.
"감히 나를 무시하다니! 대체 당신이 누구인지는 몰라도 여기서 처신을 잘못했다가는 그대의 목이 온전하지 못하다는 사실만 알아두세요.”
당패는 뒤틀린 미소를 한 채 구숙정에게는 눈길조차 주지 않고 나지막하게 말했다.
"후후후, 나는...나는 당패라는 이름을 지닌 보잘 것 없는 사내라오.”
"당패!”
구숙정은 전혀 예상치 못한 이름에 깜짝 놀랐다. 그녀의 도톰하고 육감적인 붉은 입술이 황급히 움직였다.
"강호에 그 명호가 자자한...철혈룡 당패란 말인가요?"
"그렇소."
구숙정은 살짝 웃었다.
"솔직히...믿을 수가 없군요."
"믿든 말든 상관없소."
당패는 자리에서 일어나 창가로 걸어갔다. 그는 조용히 창문 밖 광경을 바라보았다. 그리운 집, 당가가 생각나는 풍경이었다.
구숙정은 조용히 당패의 뒤에 서서 말했다.
"섬서구가에 온걸 환영해요."
당패는 그녀를 쳐다보지도 않고 냉정하게 말했다.
"내가 원해서 온 곳은 아니니 딱히 환영받고 싶지는 않군요."
구숙정은 희마하게 미소를 지었다. 그러나 그녀의 눈은 한층 더 매서워졌다.
"대단하군요. 마치 그 누구도 흠집을 낼 수 없을 것 같은...강인한 칼과 같은 마음을 당신은 품고 있는 것 같아요."
구숙정은 날카로운 눈빛으로 당패를 노려보았다. 그녀의 붉은 입술 사이로 싸늘한 음성이 새어나왔다.
"하지만 함부로 그렇게 행동했다가는 목이 무사하지 못할 거에요. 어디 그 대단한 자존심에 걸맞는 무공을 가지고 있는지 시험해보죠!"
챙!
구숙정은 품 속에서 연검을 꺼내들었다.
당패는 깜짝 놀라면서 급히 탁자로 다가가 탁자 위의 찻잔을 깨뜨렸다. 급조된 암기를 손에 쥔 당패에게 구숙정의 매서운 칼날이 덮쳐왔다.
당패는 잔상조차 보이지 않는 움직임으로 암기를 날렸다.
이미 수십 개로 화해 있는 구숙정의 칼날 곳곳에 암기가 날아갔고 검로의 흐름과 기세를 어긋내면서 검로가 그대로 무위로 돌아갔다.
구숙정은 경악했고 그녀의 눈빛은 흔들렸다.
당패는 재빨리 구숙정의 새하얀 목을 붙잡았다. 그의 다른 손에는 암기들이 쥐어져있었다. 난생처음 사내의 손길리 몸에 닿자 구숙정의 얼굴은 치욕으로 새빨갛게 달아올랐고 그녀의 두 눈은 수치심으로 물들어 살기를 뿜어냈다.
당패는 눈빛을 번뜩이며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그래...섬서구가가 손님을 간호하는 방법이 이런 식이었군요?"
구숙정은 입술을 깨물은 채 조용히 중얼거렸다.
"정말로...철혈룡 당패..."
당패는 딱딱하게 굳은 진중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문득 당패는 자신이 구숙정에게 너무 심하게 대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강호의 여러 소문과 이야기에 흥미를 느끼고 자신의 무공 실력을 무턱대고 시험해보려든 순진한 여인일 뿐이었다.
당패는 잠시 헛기침을 하며 그녀를 놓아주었다. 그리고 부드럽게 미소를 지으며 구숙정에게 말했다.
"죄송하오. 이유야 어떻게 됐든...실례를 범했군요."
"아..."
당패의 온화한 미소에 구숙정은 소리 없는 탄성이 마음을 울리는 듯 했다. 그녀의 얼굴에서 살기가 사라졌다.
당패의 남자답고 준수한 외모와 부드럽고 기품있는 미소, 그것은 구숙정의 차갑고 얼음장 같았던 마음을 녹여버렸다.
"소저, 어디...다친데는 없소?"
당패가 조용하게 물었다.
당패의 시선을 받은 구숙정은 얼굴을 붉게 물들이며 고개를 푹 떨구었다.
"네..."
"다행입니다. 음, 몸이 회복되는대로 떠나도록 하겠소. 은혜에 정말 감사드립니다."
구숙정은 고개를 살짝 들어 당패를 쳐다보았다.
"철혈룡 당패..."
구숙정의 비뚤어지고 표독한 마음이 사랑이라는 뜨거운 감정에 물들어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구숙정의 얼어붙은 마음속에 당패라는 이름이 새겨지고 격렬한 사랑이 피어난 날이었다. 그리고 당패와 구숙정의 인연이 시작된 순간이었다.
* * *
혼례가 끝나고 첫날밤.
신랑 당패는 술체 조금 취한듯 비틀거리며 신방에 들어섰다.
예복을 곱게 차려 입은 신부 구숙정이 수줍은듯 고개를 숙인 채 당패를 기다리고 있었다. 남자라면 누구나 반하고도 남는 아리따운 자태였다.
당패는 구숙정에게 다가가 능숙하게 그녀의 옷을 하나하나 벗겨나갔다. 마침내 젖가리개와 고의마저 벗겨냈을 때 구숙정은 떨리는 손으로 가슴과 은밀한 부위를 가린 채 두 눈을 살짝 감았다.
당패 또한 얼른 자신의 옷을 벗어던지고 구숙정을 안아든 채 침상에 눞혔다.
"아...가가..."
구숙정은 조금 겁에 질린 얼굴로 당패를 바라보았다. 그러나 당패는 거침이 없엇다. 당패가 자신의 양발목을 두 손으로 잡아 치켜 들더니, 양 가랑이를 쫘악 벌리는 것이었다.
곧 구숙정의 처녀지, 누구도 들어오지 못한 순결한 아랫동굴로 당패의 양물이 진입했다.
"아흑..."
한순간 구숙정의 두 눈이 새하얗게 치떠졌다. 구숙정은 하체에 통증이 오는 것을 느꼈다.
당패가 그녀가 파과의 고통을 느낀 듯 양물을 약간 다시 빼내더니, 다시 힘을 가해 아랫동굴 속 깊은 곳으로 단번에 돌진하기 시작했다.
구숙정은 하체의 깊은 곳으로 밀려드는 이물질의 감각을, 뜨거운 것에 데인 것 같은 아픔을 느꼈다.
"아악...가가, 너무...너무 아파요..."
구숙정은 처음 느끼는 아픔에 비명을 내지르며 거의 반실신하고 말았다.
당패는 형 당화에 대한 분노가 전신에 치밀어 거친 숨을 헐떡이며 야수처럼 포효했다. 당패는 깊숙이 자신의 실체를 밀어넣으며 구숙정을 내려다 보았다.
원래대로라면 지금 이 순간 두응향이 있어야만 했다. 그러나 이미 두응향은 당화의 여인이었다. 이제는 되돌릴 수조차 없었다.
"젠장!"
당패는 이를 악물고 거친 숨을 헐떡이며 하체를 일렁이기 시작했다. 그 움직임에 따라 구숙정의 젖가슴이 출렁이며 이리저리 흔들렸다.
구숙정은 제정신이 아니었다. 몸을 관통하는 고통과 점차로 짜릿하게 다가오는 쾌감에 그녀는 눈물을 흘리며 당패에게 달라붙었다.
당패의 육중한 몸이 하체를 찍어누를때마다 구숙정은 전신을 경련하며 몸부림쳤다.
"하악...으음..."
구숙정은 자지러질듯한 비명과 함께 당패의 등을 손으로 마구 할퀴며 몸을 떨었다.
당패는 그런 여체를 짓누른 채 거친 손길로 구숙정의 유방을 주무르며 희롱했다.
당패의 양물이 애액으로 번들거리는 새빨간 구숙정의 사타구니 사이에 모습을 드러냈다가 다시 사라지기를 반복한다.
절정에 육박한 듯 그 행위가 더욱 격렬해져갔다.
"헉...헉!"
당패는 거친 숨을 몰아쉬며 미친 듯이 여체를 공격했다.
핏줄이 툭툭 불거진 당패의 살덩이가 아랫도리에 깊이 끼워질 때마다 구숙정은 비명을 내지르며 한쌍의 다리를 한껏 천정을 향해 벌려 세운 채 몸부림쳤다.
드디어 절정의 순간이 다가왔다.
"허억!"
급격하게 하체를 움직이던 당패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뜨거운 정액을 구숙정의 동굴 깊숙한 곳에서 폭발하듯 뿌렸다.
구숙정은 오열하며 눈물범벅이 된 채 눈을 하얗게 치켜떴다. 그녀는 당패의 정액을 자궁 깊숙이 받아들이면서 몸을 부르르 떨었다.
"아아..."
사랑하는 사내에게 순결을 바친 부끄러움 때문인가, 첫경험의 고통 때문인가 구숙정의 얼굴은 눈물을 흘리며 빨갛게 물들어있었다.
여전히 결합된 채인 구숙정의 은밀한 음부에서는 처녀혈과 뒤섞인 허연 정액이 그녀의 허벅지를 타고 흘러 내리고 있었다.
* * *
무릇 강호인이라면 당가를 모르는 사람은 단 한사람도 없다.
그리고 지금 웅장한 당가의 전각들은 밤의 깊은 적막에 잠겨있었다.
"아아악!”
밤의 정적을 깨고 당가의 후원에 자리한 별당에서는 연신 고통에 찬 여인의 비명소리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마님! 잘하고 계세요! 조금만 더 참고 힘을 내세요. 금방 아기씨가 나오실 거예요!”
젊은 여인의 비명 사이 사이로 나이든 여인의 침착한 음성이 들려왔다. 지금 여인이 산고(産苦)를 치루고 있었다.
별당 밖에서는 한명의 장한이 안절부절 못하며 왔다갔다 하고 있었다.
그는 이십대 후반정도의 장한인데 시원시원하고 맑은 얼굴을 지닌 미남자였다.
철혈룡 당패!
당패는 초조한 기색을 떨쳐버리지 못하고 있었다.
"나도 아버지가 된다는 말인가?"
지금 별당에서 산고에 몸부림치고 있는 여인은 바로 당패의 아내인 섬서일미 구숙정이였다.
"아악! 나 죽을 것만 같아! 흐윽!”
별당 안에서 구숙정의 비명소리가 연신 들려온다.
그때마다 당패의 입술도 바싹바싹 타들어갔다. 구숙정의 얼굴을 볼 때면, 또 몸을 섞을 때면 두응향이 생각나 그녀에게 지금껏 큰 애정을 가지지 못했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그런 것도 아닌 모양이었다.
당패는 주먹을 불끈 쥔 채 초조해했다. 비록 사랑한다고 단언할 수는 없어도 혼례를 치르고 벌써 1년이 지난 아내의 고통에 마음이 아픈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대들보 기둥에 매어놓은 줄을 양 손에 쥐고 아랫입술을 꽉 깨물고 있는 구숙정의 이마와 전신은 이미 흥건하게 땀으로 젖어 있었다.
"마님, 좀 더 힘을...좀 더!”
산파로서 곁에 앉아 있는 늙은 시녀는 구숙정의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아내느라 바빴다.
구숙정은 이를 악물고 마지막 혼신의 힘을 다해 힘을 주었다. 그러자 그녀의 확장된 질구에서 아이의 머리가 나타났다.
구숙정이 뭔가 미끄러운 것이 빠져 나오는 것을 느낄 때 질구에서 아이의 머리가 완전히 빠져 나왔고 곧이어 어깨가 모습을 드러내면서 그녀의 팽창된 회음부가 경련했다.
"으아아앙!”
마침내 별당 안에서 힘찬 아기의 울음소리가 터져나왔다.
당패와 구숙정의 소중한 결실이, 당종이 무사히 세상 밖으로 나온 것이다.
"기뻐하십시소서. 기골이 장대한 아드님이십니다!”
잠시후 방문이 열리며 나이 든 시녀가 강보에 쌓인 갓난아기를 내 보이며 말했다.
"아들! 아들이란 말이지?”
당패는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한눈에 보기에도 기골이 튼실한 갓난 아기가 강보에 쌓인 채 꼬물거리고 있었다.
방 안쪽의 침대에는 초주검이 된 산모가 누워있다. 온통 땀 범벅이 된 구숙정은 초산인 탓에 너무 힘들었는지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다.
"아내는 괜찮은 것인가?”
당패는 실신해있는 구숙정을 보며 근심스럽게 물었다.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비록 난산이었지만 마님은 공력이 심후한지라 며칠 쉬고 나면 안정을 찾을 것이옵니다.”
경험 많은 늙은 시녀가 당패를 안심시켰다.
"그럼 첫 젖을 물리도록 하겟습니다."
갓난아기를 당패에게 보여준 시녀는 별당 안으로 들어가 다른 시녀들의 간호로 점차 정신을 차리고 있는 구숙정에게 다가갔다.
구숙정은 창백한 얼굴임에도 아기를 보자 반색하며 웃었다.
"아아...귀여운 내 아가..."
구숙정은 땀에 흠뻑 젖어 살결이 비춰보이는 상의를 풀어헤쳐 출렁거리는 젖가슴을 꺼내들었다.
젖꼭지에 입을 대고 게걸스럽게 어미의 젖을 빨아먹는 자신의 아들을 바라보며 당패는 가슴이 뭉클해졌다.
"축하드립니다."
당패는 순간 가슴이 멎는듯했다.
등 뒤로 너무나 익숙한 여인의 음성이 들려왔다.
당패의 옛 연인이자 소가주 당화의 아내 두응향이었다.
두응향은 조금 씁쓸해보이는 미소로 당패를 바라보고 있었다.
"형수님..."
당화와 혼례를 치룬 두응향 역시 일주일 전에 아이를 낳았다.
아이의 이름은 당정(唐整).
어쩌면 자신의 아들이 되었을지도 모르는 아이였다. 그리고 원래 순리대로라면 마땅히 그렇게 되었어야 할...
두응향이 슬픈 눈으로 당패를 쳐다보는 듯 했다. 그녀가 조용히 물었다.
"아이의 이름은 정하셨는지요?"
당패는 자신도 모르게 아직도 갓난아기에게 푹 빠진 구숙정을 돌아보았다. 저 자리에 두응향 그녀가 있었더라면...
"종(鐘)...당종(唐鐘)입니다.”
"당종...멋진 이름이군요."
당패는 석상처럼 굳은 몸으로 어떻게든 두응향에게 자연스럽게 행동하려했다. 그러나 그의 마음은 이미 요동치는 듯 했다.
이윽고 두응향은 같이 온 시녀들과 함께 원래의 거처로, 당화의 곁으로 발걸음을 돌려 돌아갔다.
당패는 눈을 부릎 뜬 채 그녀의 뒷모습을 쫓았다.
마침내 두응향이 완전히 시야에서 사라졌을 때 당패는 고개를 저으며 탄식했다.
"이 모든게 정해진 운명이란 말인가?"
처음에는 어떻게든 막으려고 발버둥을 쳤다. 그러나 모든게 끝장이 나고 끝내에는 당화의 음모로 협객행이라는 이름의 추방마저 당해야만 했다."
그리고 마치 운명처럼 구숙정을 만났다.
그리고 혼례를 마친지 몇달도 되지 않아 아이를 낳았다.
이것이 하늘이 정한 운명이라면 결국 따르는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당패는 힘없이 구숙정의 곁으로 돌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