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언덕 (53)
마지막에 장난 삼아 던진 한마디가 주효했던지, 여종업원이 큰 사장이 보낸 거라며 잘 차려진 안주와 함께 양주를 한 병 들고 왔다.
“이게 무슨 술이죠?”
“네, 로얄샬루트 38년산이에요...”
푸르스름한 자기병에 담긴 고급스러워 보이는 그게 말로만 들었던 그 유명한 술이라니 재열은 깜짝 놀랐다.
“무지 비쌀 거 같은데...”
“호호호~ 이건 파는 게 아니에요...사장님이 따로 갖다 놓으신 거죠...필요할 때만 찾으세요...”
그녀의 설명에 의하면 ‘stone of destiny’라는 거창한 애칭까지 달린 이 술은, 백화점 같은 데서는 170만원인가 한다니 이런 고급술집에서 판다면 3~400만원은 넘어서리라는 짐작이 쉽게 갔다.
“후와~ 어디 손이 떨려서 마시겠어요? 이거 마시고는 아까워서 화장실에 가지도 못하겠네요..”
“호호호호~ 마음 편하게 드세요...더 드시고 싶으면 또 갖다 드리랬으니...”
재미있다는 듯이 깔깔 웃으며 첫 잔을 따라주는 그녀를 보면서 내심 고개를 저었다.
성 지연의 배포가 크기는 확실히 큰 모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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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주를 그다지 즐기지 않는 그인데도 향긋하고 부드럽게 목구멍을 넘어가는 게 확실히 명품이라는 소리가 저절로 나올만했다.
거기다가 찐 대게가 나온 안주 또한 훌륭했다.
덕분에 재열은 따로 지시를 받았는지 다른 곳으로 가지 않고 bar 안쪽에서 계속 말상대를 해주는 그 여종업원과 심심치 않은 시간을 보내며 제법 많이 마시게 되었다.
그의 권유에 그녀는 ‘원래는 이러면 안 되는데, 맛이 너무 궁금해서요’ 라는 귀여운 변명을 슬쩍 붙이면서 두어 잔을 받기도 했다.
그렇게 꽤 오랜 시간이 흐른 뒤 룸의 문이 열리더니 사람들이 나왔다.
윤지 누나는 보이질 않고 중년의 남자 두어 명과 성 지연이었다.
이쪽을 잠깐 일별한 지연이 고개를 작게 끄덕이고는 그들을 데리고 복도를 따라 뒤쪽으로 나갔다.
아마 그쪽으로도 따로 출구가 있는 모양이었다.
그리고 잠시 후 그녀가 돌아와 다가왔다.
“호호호~ 미안해요...많이 기다렸죠?”
“아니에요...너무 과한 걸 보내셨어요...덕분에 아주 잘 마시긴 했지만...”
“마음에 들었다니 다행이네요...자~ 가요...”
“으, 응?”
지연이 그의 손을 잡아 끌면서 여종업원에게 룸 안에다 새로 세팅하라고 지시했다.
재열은 주춤주춤 룸으로 들어섰다.
“어? 누나는요?”
“호호호~ 역시 애인부터 먼저 챙기네? 화장실에 있어요...”
그제서야 실내에 별도로 설치된 화장실 문틈으로 불빛이 보였다.
천천히 둘러보자 테이블 위로 어지러이 널린 빈 병과 잔 그리고 접시들이 눈에 들어왔다.
겉으로 보기에는 별반 특별한 게 없었지만 코 속을 찌르는 비릿하고 탁한 냄새만은 숨길 수가 없었다.
그건 바로 조금 전까지도 뜨거웠을 실내분위기를 생생하게 전하는 섹스의 냄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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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지 누나는 새로 술상이 차려지고 난 후에야 나올 정도로 꽤나 오랫동안 화장실 안에 머물렀다.
재열이 룸에 들어와있는 줄은 미처 몰랐던지 그녀가 주춤했다.
“재, 재열아...”
“후후후~ 우리 애인이 오늘따라 무지 예쁘네? 이리와 앉아, 누나...피곤하지?”
화장을 새로 한 모양이었다.
술기운으로 발그레한 얼굴에는 노곤한 기색과 함께 야릇한 색기가 흘러 굉장히 매혹적이었다.
다정한 그의 말에 다소곳이 곁에 와 앉는다.
맞은편 소파에서 흥미로운 눈초리로 바라보고 있는 지연이 보였다.
재열은 윤지 누나의 어깨를 감싸 안으며 말했다.
“신을 벗고 내 허벅지에다 다리를 올려봐...내가 좀 주물러줄게...”
“..자..기...”
“괜찮아, 어서....”
“으, 응...”
주눅이 들어 눈치를 보는 그녀가 안쓰러웠다.
맹랑하면서도 엉뚱한 면이 있지만 언제나 차분하고 당당하던 그녀였다.
재열은 그녀의 다리를 허벅지에다 올려놓고는 작은 발을 거머쥐고 주무르기 시작했다.
발바닥의 여기저기가 딱딱하게 굳어있다가 조금씩 부드러워졌다.
“..이제 됐어...고마워...”
윤지 누나가 그의 손을 붙잡더니 말했다.
미안함과 고마움이 뒤섞인 음성이었다.
재열은 그녀의 발을 놓고는 허리와 오금에다 팔을 감아서 아예 허벅지 위에다 앉혔다.
그리고는 그녀의 보드라운 뺨을 쓰다듬으며 속삭였다.
“사랑해, 누나...괜히 내 눈치 보느라 쫄지 말고 언제나처럼 자신 있고 당당하게...알았지?”
“흑...알았어...사랑해....”
목이 메이는 그녀의 입술을 덮었다.
맞은편에서 눈을 반짝이는 지연 따위는 이 자리에 없는 취급을 해버렸다.
유혹하기 위해 먼저 도발을 했을 정도로 그녀가 아무리 매력적이라고는 해도 역시나 소중한 윤지 누나와 비교할 수는 없었다.
이미 윤지 누나를 가족의 울타리 안에다 안착시키려고 마음까지 먹었는데 그건 당연했다.
조금 놀랐던지 움찔했던 윤지 누나도 곧 그의 목을 껴안으면서 아주 뜨겁게 혀를 빨아왔다.
재열은 아예 한걸음을 더 나가버렸다.
그녀의 옷 사이로 손을 넣어 젖가슴을 거머쥔 것이다.
보드랍고 풍성한 살들이 따스하게 손아귀를 메웠다.
‘땅~ 땅~’
그때 갑자기 테이블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적당히 하지 그래요? 아예 신방을 차리겠네?”
“아~! 거기 계셨어요?”
“아휴~ 항복~ 내가 졌으니까..자~ 자~ 일단 첫 잔이라도 건배를 해야 할 것 아니에요?”
“하하하~ 미안해요...”
지연의 심술에 재열이 있는 줄도 몰랐다는 식으로 반격하자 그녀가 두 손을 번쩍 들었다.
그제서야 윤지 누나가 살며시 내려와 옆에 앉았다.
그리고는 잔들을 채운 다음 부딪쳤다.
“재열 씨, 나이가 몇이에요?”
느닷없는 질문이었다.
“이제 스물 셋입니다...왜요?”
“윤지 넌 서른 하나라고 했지?”
“네..언니...”
재열의 반문에도 대답은 않고 이번에는 윤지 누나의 나이를 물은 그녀가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그런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자 곧 다시 입을 열었다.
“음...생긴 걸 보면 분명히 맞는 것 같은데...나~ 참....”
“후후후~ 주민등록증을 보여드려요?”
“아~ 아니에요...호호호~”
재열로서는 익숙한 반응이었다.
겉모습과 나이에 비해 행동이나 사고방식이 도저히 매치가 안되니 저럴 만도 했다.
“재열 씨...”
“네...”
“혹시 배우 쪽으로 나가볼 생각은 없어요?”
“예에~?”
“어, 언니~!”
생각지도 않았던 말에 두 사람은 깜짝 놀라고 말았다.
하지만 그런 둘의 태도에는 아랑곳 않고 지연은 말을 이었다.
“윤지에게 들었겠지만...내가 연기에 대해서는 좀 알아요..사람 보는 안목도 있는 편이고...”
그녀는 지나칠 정도로 겸손하게 표현했다.
본인 자체가 한국영화계에 큰 별이 나타났다는 평가를 받았던 데다가, 현직에서 은퇴 후에도 영화제작관련 일을 하면서 발굴해낸 인재가 한둘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렇기에 이 가게에다 발을 들여놓으면서 그녀에게 눈도장을 받으려 애를 쓰는 연예인들이 많았다.
“장담할게요...재열 씨가 연기생활을 하면 분명히 성공할 거에요...어때요? 저하고 한번 일해보지 않을래요?”
“하...하...저를 그렇게 높게 평가해주시니 감사하긴 한데...저한테 그런 재능이 있다고 생각해본 적도 없고...”
“아니요..재능은 아주 넘쳐요...확실해요...”
그녀의 말에 의하면 굉장한 미남은 아니지만 부드러우면서도 강한 느낌이 드는 좋은 마스크라고 했다.
배역에 따라 완전히 다른 인물로 변신이 가능해 오히려 진짜 배우로서는 적격이란다.
하지만 그런 이유보다 더 큰 건 재열이 가지고 있는 분위기라는 것이다.
“재열 씨 같은 느낌을 주는 사람...정말 처음 봤어요...윤지 너, 재열 씨를 처음 만난 게 고등학생일 때라고 했지?”
“네...언니...”
“그때부터 혼자 속으로 좋아했고? 아니, 안기고 싶었댔지?”
“어, 언니~!”
윤지 누나가 당황해 하며 눈치를 봤다.
그런 둘만의 사적인 이야기까지 다 털어놓았다는 게 찔렸던 모양이다.
재열은 빙긋이 웃으며 안심하라는 듯 뺨에다 입을 맞춰주고는, 지연이 보는데도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은 손으로 젖가슴을 거머쥐었다.
그러자 윤지 누나는 움찔하다가 그저 다소곳이 안겨있었다.
“호호호호~ 역시...바로 저거야...이해해...아마 그때부터 저런 분위기였을 거야...
오죽하면 온갖 사람을 다 만나본 나도 재열 씨의 나이가 자꾸 의심스러울까?
정말 멋져요...침착하면서도 섬세한데다가 대담하고...그리고 아주 대범하기까지...”
지연이 크게 웃으며 계속 설명했다.
일단은 재열이 타고난 분위기 자체가 사람을 끌어들이는 매력이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말이나 행동 그리고 표정 등에서 아주 다양한 모습을 자연스럽게 연출한단다.
거기다 사람들은 흔히 ‘딴따라’라고 해서 연기를 우습게 보지만, 오랫동안 진짜 스타로 남는 이들은 그 특유의 향기가 있다는 고차원적인 설명까지 덧붙였다.
“그런 점에서 재열 씨는 타고났어요...더군다나 좋은 학벌도 꽤 훌륭한 배경이 되고요....”
“음...그래도 잘 모르겠어요....제가 그런 일을 할 수 있는지는....”
“흐응~ 아니...할 수 있는 게 아니라..너무 잘해서 문제겠지요...”
“네?”
지연의 음성과 눈빛이 갑자기 뜨거워졌다.
그게 너무나 강렬해 재열은 숨이 막혀올 지경이었다.
“아까...저한테 했던 것처럼...그게 바로 연기에요...
대사와 행동은 물론 손짓하나 눈빛까지 모두가 합쳐져서 상대방이 빨려 들게 만드는 것....”
“그, 그건....”
재열은 조금 당황스러웠다.
아까 bar에서 그녀를 도발했던 그 일을 말하는 것이다.
“호호호~ 물론 저도 알아요...그게 그저 반 장난 삼아 그런 거라는 걸요...”
역시나 날카로운 여자였다.
“하지만...그거 알아요? 그때 순간적으로 안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거...”
“헛~!”
“최고의 연기였어요...내가 흔들릴 정도였으니....자~ 우리 한번 더 건배해요...
제 이야기는 그냥 넘겨버리지 말고 잘 생각해보세요...절대로 해가 되는 건 아니니까...”
“아...네...”
윤지 누나가 바짝 긴장을 해 몸이 굳어있는 게 느껴졌다.
많이 불안한 모양이었다.
재열은 술을 입에다 머금어 키스와 함께 넘겨주면서 그녀의 젖가슴을 부드럽게 애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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룸에서는 별다른 일이 더 이상 벌어지지 않았다.
세 사람 다 전작이 있은 탓에 그저 가볍게 마시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일찍 자리를 파했다.
지연은 처음 봤을 때처럼 사람을 편하게 해주는데 아주 능한 사람이었다.
괜히 붙잡고 늘어져 피곤하게 만드는 일 없이, 두 연인을 배려해 자신이 먼저 일어서야 하는 시점을 정확히 파악했다.
“그게 낫지 않겠어?”
“으, 응....”
땀으로 촉촉하게 젖은 여체가 안긴 채 달콤한 숨결을 토해냈다.
윤지 누나의 새하얀 알몸 여기저기에 붉은 흔적들이 남아있었다.
하지만 그건 그가 만든 게 아니었다.
그녀의 집으로 와 같이 샤워를 할 때부터 이미 존재했던 것이다.
아마 룸에서 생긴 게 분명했다.
젖꼭지나 허벅지 안쪽으로 강하게 빨린 자국은 물론 엉덩이에 남은 손자국과 약간 부푼 듯한 항문까지, 그녀의 성향답게 아주 거칠게 그리고 약간은 변태적으로 논 것 같았다.
어쩌면 그런 면이 그 손님들의 취향에 딱 맞아 지연이 혼잣말로 ‘쉽게 놔줄지 모르겠다’고 중얼거렸을지도 모른다.
당연히 재열은 모른 척해주었다.
아니, 오히려 짜릿한 흥분까지 느껴져 그녀를 뜨겁게 탐했었다.
그런 후에 애초의 목적대로 이사를 해 다혜와 함께 사는 걸 권유했다.
“하지만..걔랑 서로 불편하지 않을까? 자기야...”
“누나는 어떤데? 걔가 싫어? 나하고 그런 사이라서?”
“..뭐...그거야 내가 뭐라고 하겠어? 소현이도 인정했다는데...그냥....”
재열은 자꾸 미적거리는 그녀를 자극해보기로 했다.
“앞으로 재혼할 생각은 있어?”
윤지 누나는 결국에 이혼을 해 지금은 진짜로 혼자의 몸이 된 것이다.
“아니...그냥 자기랑 이러고 마음 편하게 살 거야...”
“후후후~ 그렇단 말이지?”
이 생활을 포기하지 않는 이상 그걸 용인해줄 배우자를 만난다는 건 하늘의 별 따기나 마찬가지라는 점을 그녀 스스로 잘 인식하고 있었다.
아! 물론 그런 남자가 한 명 있긴 했지만 결혼은 불가능했다.
이미 유부남이니 말이다.
그건 바로 재열 자신이었다.
“흐음~ 사실은 다혜가 말이지....”
재열은 다혜가 파혼까지 감행하며 숨겨진 아내로서 살겠다는 결심을 굳힌 걸 알려주었다.
그러자 윤지 누나는 놀라움으로 입이 딱 벌어졌다.
“어때? 누나가 그렇게 한다고 해서 지금 하는 일을 포기할 필요는 없어...
하지만 다혜나 소현이하고 같이 내게 안기는 일이 거북하다면 이대로가 낫고....”
그가 이미 소현의 외도를 용인한 거야 알고 있었지만, 다혜마저도 전 약혼자와 섹스파트너로 관계를 유지하게 만들었다는 사실에 윤지 누나는 많이 놀란 모양이었다.
아빠와의 일은 물론 엄마와 장모가 자신의 아이를 낳았다는 사실까지 알게 되면 아마 기절을 할 거다.
“저, 정말로 본부장님이나 어머니가 인정을 했단 말이야?”
“후후후~ 물론이지...그게 아니라면 다른 곳도 아니고 그 집에서 어떻게 살겠어? 엄마 밑에서 일을 하고...”
“꿀꺽~”
엄마와 아빠가 인정했다는 것까지 다 듣고 나자 윤지 누나는 마음이 크게 흔들리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그래도 마지막으로 남은 거리낌이 있었다.
그건 바로 아빠와의 과거였다.
“...하지만...난...”
“아빠 때문에?”
“헉~!! 자, 자기야?””
“하하하하~ 걱정하지마....”
윤지 누나가 경악했다.
재열은 결국에 예전부터 두 사람이 그런 관계였다는 사실을 자신은 물론 엄마도 알았지만, 아빠가 객지에서 잘 지내도록 해줘서 오히려 고마워하는 마음이었다는 걸 들려주었다.
“악~! 그, 그러면 자기는 그걸 모두 알고서도...?”
“왜? 화나? 내가 변태 같아? 아빠의 여자를 건드려서?”
“그, 그건...”
“아빠가 빨았던 보지를 먹고 빨고....이렇게 박아서?”
“아흑~”
그녀 위로 올라타 어느덧 다시 회복이 된 자지를 쑥 집어넣었다.
그리고는 꿈틀하며 신음을 토하는 윤지 누나에게 속삭였다.
“우리 암캐는 어때? 이 개보지에다 부자의 자지를 다 넣어본 기분이?”
“앙~ 자기야~”
“좋아서 미치겠지? 원래 개는 부모자식간에도 박아...그건 알지? 암캐야...”
“아흑~ 맞아요~ 전 암캐에요~ 앙~”
“후후후~ 맞아...나도 개잡놈이거든? 아빠 자지가 쑤셨던 이 개보지가 너무 좋아...”
“아아앙~”
윤지 누나가 헐떡거리면서 사지로 칭칭 조여오더니 요란하게 허리를 쳐올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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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광폭하게 사랑을 나눈 뒤 두 사람은 축 늘어진 채 껴안고 있었다.
“어쩔래? 누나...”
“옮길게...”
아빠와의 과거 일까지 모두 알고 있다는 사실이 그녀의 결심을 굳히게 한 모양이었다.
아마 지금까지 종종 그의 눈치를 보며 주눅이 들었던 건, 다른 남자와의 난잡한 관계보다는 가슴 속에 숨겨둔 그 비밀 때문이었을 것이다.
윤지 누나의 얼굴이 편안해 보였다.
하지만 재열은 단순히 그 정도에서 멈출 생각은 없었다.
그녀마저도 자신의 아내로 만들고 싶은 욕심이었다.
“이제는 다 이야기해봐...숨기지 말고...”
“뭘?”
하기야 그렇게 말하면 너무나 광범위했다.
그리고 그녀의 지나온 삶을 지금 당장 다 알고 싶은 것도 아니었다.
“음...그러니까...맞아...지연 씨하고 연관된 것만 다 말해봐...”
“그, 그게...”
“괜찮아...가게의 일 정도는 나도 대충 짐작하니까...아빠하고의 일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잖아?”
“아~!”
그제서야 윤지 누나도 가장 어려웠던 부분이 이미 지나갔다는 걸 깨닫고 망설임을 떨쳐버렸다.
그리고 천천히 흘러나오는 사연들, 추측했던 것들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았다.
처음 만난 건 바로 호스트바였다고 한다.
남자사냥을 다니던 그녀와 죽이 잘 맞는 친구로부터 아주 유명한 호스트가 있다며 맛을 보게 해주겠다는 꼬임에 같이 찾아간 것이다.
물론 만만치 않은 그 비용은 친정이 부자라 원래부터 주머니가 넉넉했던 그 친구가 댔다.
소문대로 싹싹한 미남에다 화려한 애무 또한 온몸을 살살 녹아 내리게 만들었다.
그렇게 정신 없이 환락에 빠져있는데 그녀들이 있는 룸으로 갑자기 왠 여자가 들이닥쳤다.
술에 취했지만 보는 순간 기가 죽을 만큼 화려한 미모의 여자, 그게 바로 성 지연이었다.
“원래 단골지명이었대...그래서 보통은 미리 찜을 해두는데...그날은 술에 취해서 연락도 없이 들이닥친 거야...”
“하하하~ 정말 재미있는 인연인데?”
윤지 누나는 호스트바까지 쫓아다녔다는 소리에도 웃기만 하는 그의 반응에 안심이 됐는지 술술 털어놓았다.
당장에 판을 뒤엎을 것처럼 기세 등등하게 들어왔던 지연이 문득 윤지 누나를 쳐다보더니 태도를 바꿨단다.
뒤에 서서 초조해하던 지배인이나 바짝 쫄았던 문제의 그 호스트의 걱정과는 달리, 지연은 갑자기 자리에 털썩 앉더니 자신이 몽땅 쏠 테니 합석하자는 제의를 했다.
그리고는 얼떨떨했던 분위기가 지연 특유의 유창한 화술과 유도로 오히려 더 질퍽하고 화기애애해졌다.
결국 마지막에는 그 호스트를 데리고 나와 윤지 누나와 지연 그렇게 여자 둘과 남자 하나의 난교가 벌어졌다.
즉, 다시 말해 구상하고 있던 지금의 가게를 맡을 사람으로 그때 이미 한눈에 윤지 누나를 점 찍어 테스트를 했던 것이다.
“후후후~ 역시 대단한 여자네? 그런데 그 호스트가 아주 끝내줬나 봐?”
“....으, 응...걔...지금 언니의 운전기사야...”
“컥~!!!”
우물쭈물 눈치를 살피는 그녀, 재열은 웃음이 나왔다.
그 말은 지금도 종종 그 녀석과 재미를 본다는 소리였다.
물론 지연과 함께 3s일거다.
질투는커녕 언제 한번 자신도 포함해 4명이 함께 어울려볼 생각이 먼저 드는 걸 보면 재열이 확실히 별종은 별종이었다.
아니, 그렇게 잘 한다니 자신의 여자들에게 모두 맛보게 해주고 싶어질 정도였다.
그녀의 보지에다 손을 가져갔다.
“하하하~ 그 녀석 엄청 호강하네? 우리 암캐의 이렇게 맛있는 보지를 자주 맛본다니...”
“아앙~”
재열은 아까 말했듯이 그녀의 현재 생활에 대해 전혀 간섭하지 않을 것임을 그렇게 확실히 알려주었다.
“참...그런데...그 손님들은 대체 어떤 사람들이야?”
“그건....”
“괜찮으니까 이야기해...아마 조금은 변태들이겠지? 맞지?”
“으, 응...”
누구인지는 윤지 누나도 잘 모른다고 했다.
지연에게 물어봐도 알아봐야 좋을 게 없다는 대답이었다.
다만 얼핏 알려준 바로는 보통의 일반 사람들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지연도 눈치를 볼 정도의 숨은 거물들이었다.
예전부터 많은 도움을 받았고 지금도 그녀의 든든한 배경이 된다는 것이다.
아마 그녀가 귀국한 후 이리저리 몸을 굴리면서 잡은 연줄인 것 같았다.
어쨌던 그들 앞에서 지연과 둘이 레즈비언 쇼는 물론 두 남자를 한꺼번에 받기도 하고, 때로는 엉덩이를 맞는 일까지 아주 심한 정도는 아니지만 약간은 변태적인 행위들을 즐긴단다.
물론 그 중에는 자지를 빨거나 항문에 자지를 넣은 채로 화장실에서 소변을 보는 것처럼 조금 강한 걸 요구하기도 한다.
술자리에서 내내 홀딱 벗은 상태로 두 구멍에다 온갖 안주를 다 집어넣는 정도야 이미 재열도 했던 짓이었다.
“힘들진 않아?”
“으, 응...아니..그 정도는 괜찮아...”
오히려 약간 즐기는 듯한 눈치였다.
역시 지연은 그녀가 자신했듯이 사람을 보는 눈이 있었던 모양이다.
이런 일들에 빨리 익숙해지면서도 가게를 잘 끌어갈 사람을 찾기는 쉽지 않을 테니 말이다.
물론 그녀의 스타일로 봐서는 그만한 보상을 해줄 것이다.
“참...근데...지연 씨가 무섭다는 건 무슨 소리야...?”
“..그게...”
당시에 그런 말을 했던 건 한가지 의심이 들어서였다.
남편과의 사이가 갑자기 급격하게 벌어지고, 결국엔 그에게 딴 여자가 생겨 이혼까지 가는 그 모든 과정에서 지연의 입김이 작용하지 않았나 하는 점이었다.
지나고 나서 찬찬히 따져보니 자신도 모르게 그녀가 유도하는 대로 끌려가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그리고 그런 의심을 더 크게 만든 건, 남편에게 이혼을 결심하도록 만든 그 여자가 둘이 갈라선 후에는 흔적도 없이 자취를 감춘 것이다.
“음...그럴 수도 있겠네?”
“응...하지만 이제는 상관없어...나한테는 정말 잘해주니까..특별히 해를 끼친 것도 없고..아니..오히려 고마운 걸?”
그 말을 듣고 나자 재열은 비로소 지연이라는 여자가 무서운 사람이라는 걸 실감했다.
윤지 누나는 처음부터 그런 면을 본능적으로 느꼈는데 지금에 와서는 오히려 은인으로 생각한다.
멀쩡한 가정을 깨놓은데다가 그걸 당사자가 인지하고 있는데도 말이다.
즉, 필요에 의해 누군가를 이용하면서도 당한 사람이 그런 걸 당연하게 여기도록 만드는 것이다.
어쩌면 그와 같은 방식으로 지금의 위치를 공고히 했을 거다.
그녀가 제안했던 연기자의 길이라는 달콤한 유혹을 다시 한번 의심해볼 문제였다.
아니, 그 정도가 아니라 상당히 긴장하고 경계해야만 했다.
원하는 것은 어떤 방식으로든 가져야 직성이 풀리는 - 윤지 누나와 그 호스트의 경우만 들었지만 왠지 그럴 것 같았다 - 그녀라면, 만약 진심으로 재열을 욕심 낼 경우 윤지 누나의 남편처럼 교묘하게 방해물들을 제거해버릴지도 몰랐다.
그리고 그 대상은 그가 너무나 사랑하는 가족들이 될 확률이 제일 높았다.
“자기야~?”
“으, 음..아니야...”
자신도 모르게 부르르 진저리를 쳤더니 윤지 누나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어왔다.
재열은 미소를 지어주고는 일단 그 생각은 나중에 다시 하기로 했다.
애초에 그녀의 솔직한 고백을 들으려고 했던 그 이유부터 마무리 짓는 게 우선이었다.
이번에는 이쪽의 패를 보여줄 때였다.
“누나...누나도 그냥 애인이 아니라 내 아내가 돼주지 않을래?”
“자, 자기야?”
그녀의 눈이 아주 커졌다.
뜻밖이었을 것이다.
“아빠 때문에 그러는 거지? 아빠와 엄마만 좋다면...그렇게 할 수는 있겠어?”
“....물론...그렇게만 된다면야....”
“그러면 딴 생각은 말고 일단 나하고 아빠부터 만나...알았지?”
“으, 응...”
그녀가 멍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그녀는 다혜가 부러웠을 게다.
아빠와의 그런 과거만 아니라면 자신도 그럴 수가 있을 테니 말이다.
숨겨진 애인 정도야 그저 아빠와 엄마 앞에 나타나지만 않으면 그만이었다.
하지만 정식으로 결혼을 하지는 않았다지만 시부모가 인정하는 며느리라면 달랐다.
그런데 그런 가능성을 재열이 열어준 것이다.
“윤지야, 내 아내가 돼주겠니?”
“아~! 네? 네...”
“내 아이도 낳고?”
“그러고 싶어요....”
비록 벌거벗은 상태지만 벌떡 일어나 침대 위에서 무릎을 꿇고서 진지하게 청혼하는 재열에 그녀도 황급히 따라 했다.
마주 무릎을 맞댄 두 사람은 진심이었다.
이로써 다섯 명의 자리가 다 채워졌다.
조화와 완성을 의미하는 오망성의 다섯 방위를 지키는 찬란한 별들처럼 말이다.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존댓말을 하며 벌써부터 남편으로 공경하고 있었다.
지연이 말했던 진짜 연기력이라는 게 바로 이런 걸 의미하는 걸까?
윤지 누나는 순식간에 그 분위기에 빨려 든 것이다.
재열은 문득 자신의 생모라는 여자가 기억났다가 재빨리 지워버렸다.
그녀에게 물려받았을지도 모르는 배우로서의 재능보다는 그 저주받을 냉혹한 피가 섬뜩함을 먼저 불러일으켰다.
사실 그는 지연을 처음 본 날 당시에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지만, 나중에야 아빠에게 들었던 생모에 관한 이야기가 떠올라 아찔했었다.
그리고서 두근거리는 가슴을 억지로 숨긴 채 스쳐 지나가는 듯이 엄마에게 슬쩍 그 이름을 흘려보자 그녀의 열렬한 팬이었다며 재잘재잘 떠들었다.
만약에 그 여자였다면 절대로 그런 반응을 보일 수가 없다는 걸 너무나 잘 알기에 겨우 안도의 한숨을 쉬었었다.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아빠에게도 비슷하게 떠보았다.
하지만 아빠 역시 자신이 좋아하는 스타일은 아니다라는 말만 그저 담담하게 내뱉을 뿐이었다.
그제서야 재열도 완전히 안심하고 지연을 그렇게 태연하게 대할 수가 있었던 것이다.
“후후후~ 사랑해...”
“사랑해요~”
두 사람은 아주 길게 키스를 나누었다.
그리고는 다시 자리에 누워 포옹을 했다.
“내 사랑하는 아내...개보지...암캐...”
“앙~ 여보~ 맞아요...전 자기의 창녀에요...”
“후후후~ 역시 내 기분을 너무 잘 맞추는 착한 아내인데?”
정말로 발정이 난 암캐마냥 엉덩이를 살랑살랑 흔들며 그의 몸을 거꾸로 올라타 자지를 물어왔다.
재열은 어쩌면 자신의 아내들 중에서 가장 음란할지도 모르는 다섯 번째 아내가 너무나 마음에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