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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내가 만드는 이야기

Now, 효도합시다 2 (기)

                       
                                               1. 영경이는 11살.
       
  [애를 어쩌자고 이렇게 심하게 때렸어?  후우, 후우..  많이 아프지?]
  [훌쩍, 훌쩍..]
  
아이는 겁에 질려서 대답도 제대로 못하고 지 아빠의 눈치만 살폈다.  나는 아이의 종아리에 깊이 팬 상처에
조심조심 연고를 발라주었다.  손끝이 닿을 때마다 아이가 몸을 떨며 얼굴을 찡그렸다.  그러나 아빠가 무서워
서 신음소리는 한 마디도 내지 못했다.
   
  [영경아, 니 방에 가서 좀 누워 있어라.  약 바른 데는 절대 만지지 말고.]
  [네, 할아버지.]
  
대답을 하고 나서도 영경이는 곧장 방으로 가지 못했다.   
  
  [방에 가서 니가 뭘 잘못했는지 반성하고 있어.  아빠가 조금 있다가 가서 물어볼거야.  알았어?]
  [네, 아빠.]
  
지 아빠의 냉랭한 허락의 말을 듣고 나서야 비로소 영경이는 자기 방으로 향했다.  문이 닫히는 걸 보고 나는 영
경이의 아빠, 그러니까 내 아들 녀석 영호에게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종아리는 또 왜 때렸냐?]
  [3시까지 집에 들어오라고 했는데 제가 분명히 말했는데 10분이나 늦게 들어왔어요.  그래서 혼 좀 냈죠.]
  
  [아니, 이 녀석아.  고작 10분 늦은 걸 갖고 겨우 11살 짜리 꼬마 아이 다리를 저렇게 만들었어?]
 
나는 기가 막혀서 버럭 소리를 질렀다.  타당한 이유였다면 영경이에게 들리지 않게 몇 마디 타이르고 말 생각
이었다.  자식교육을 위해서 아버지의 권위가 훼손되어서는 안된다는걸 경험상 잘 알기 때문이다.  그리고 난 요
녀석에게 자식교육에 관한한 큰소리칠 자격이 없는 사람이다. 
   
  [어쩌자고 그렇게 애를 혹독하게 키우니?  한두 번도 아니고 말야.  그동안 말은 안했다만 내가 올때마다 보
   면서 느낀건데..  너 혹시 나보라고 일부러 그러냐?]
  
영경이 아빠인 이 녀석은 내가 동네 누나에게 씨만 뿌렸을뿐 직접 먹이고 가르쳐 키우진 않았다.  아버지 노
릇을 전혀 못한 것이다.  그런데 매번 내가 이 녀석 집을 찾아오는 날이면 꼭 이렇게 영경이를 심하게 혼내서
썰렁한 분위기를 만드니 내 딴에는 녀석이 내게서 사랑을 못받고 컸다는 억하심정을 비뚤어진 방법으로 시위하는
게 아닌가 싶은거다.
 
  [네?]
  [그러니까, 내 말은..]
  
막상 구구절절 말하려니 내 스스로가 구차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아들 녀석과 둘 사이의 과거사는 이미 예전에
몇 번 짚고 넘어간 적이 있었다.  아들녀석은 술기운에라도 한번도 맺힌 심정을 토로한 적이 없었다.  요샛말로
치면 참 쿨한 녀석이다.  그런 녀석이 금쪽같은 외동딸를 때려가면서 나를 향한 시위성 화풀이를 할리는 없을 것
같다.
   
  [아니다.  니가 알아서 할 일이지 내가 뭐라고 하겠냐.]
  [네에.  걱정마세요, 아버지.  제가 다 알아서 해요.]
 
  [그나저나 영경이 저거 괜찮겠니?  이번엔 좀 도가 지나친거 같은데.]
  [걱정되세요?  걱정되시면 아버지가 가서 달래주시던가요.]
  
  [또 내가?  너는 꼭 이런 뒤치다꺼리를 나한테 시키더라?]
  [시키긴요?  부탁드리는거죠.  왜요?  싫으세요?]
 
  [싫기는?  니가 할 일을 나한테 자꾸 미루는 것 같아서 걱정되서 그러지.  그러다 영경이가 커서 너 미워하
   면 어쩌려구 그러니?]
  [후후..  혼낼때만 심하게 하지 다른땐 심하게 안해요.  영경이 울다 잠들기 전에 데리고 나가세요.]
   
아들녀석이 내 등을 떠밀다시피 하며 영경이 방으로 강권했다.  이런 일이 처음이 아니라 나는 떠밀리는 대로 영
경이의 방문을 열고 들어갔다.  영경이는 아직도 침대에 엎드려 훌쩍거리고 있었다.
   
  [영경아, 그만 울고 할아버지하고 나가자.  할아버지가 맛있는거 사줄게.]
 
내나이 겨우 43살.  할아버지 소리를 듣기는 억울한 나이다.  그러나 영경이가 내 친손녀인 것은 사실이니 어쩔수
없는 노릇이다.  영경이가 고개를 살짝 돌리더니 내 얼굴을 한 번 보고 내 뒤를 또 한 번 보았다.  내 뒤에 서있
는 지 아빠의 눈치를 보는거다.
  
  [반성 다했어?]
  [네.]
  
  [반성 다했으면 할아버지랑 나갔다 와.]
  [그래도 되요?]
  
  [그래.  그 대신 할아버지 말씀 잘 들어야 돼.  알았어?]
  [네, 아빠.]
  
  [똑바로 서서 공손히 대답해야지.  어디서 어른앞에서 누워서 웅얼웅얼 말하고 있어?  더 혼나고 싶어?]
  
엄격한 힐난에 놀란 영경이가 헐레벌떡 일어나 차렷자세로 섰다.  난 처음 보는 장면이 아니기에 그저 옆에서 지
켜보기만 했다.
  
  [너, 할아버지 계시니까 그나마 봐주는거야.]
  [네.]
  
나는 바짝 얼어버린 영경이를 달래서 얼굴에 앉은 눈물자국을 말끔히 씻기고 외출복으로 갈아입혔다.  아들 녀
석은 곁에서 감시의 눈초리를 번뜩였지만 참견하지는 않았다.  늘 그랬듯이.
  
  [근데 네 처는 왜 안보이냐?  어디 갔냐?]
  [숙경이는 목욕탕 갔어요.  무릎이 시리다면서..]
   
  [숙경이가 뭐냐?  애 듣는데서는 좀..]
  [죄송해요.  버릇이 되나서.]
   
  [나갔다가 몇 시까지 들어오면 되니?]
  [오시고 싶은데로 오세요.  아버지 하시고 싶으신데로 다 하시구요.]
   
  [아빠, 나 장난감 사달라고 해도 돼?]
  [응.]
  
  [군것질은?  군것질도 해도 돼?]
  [돼.]
  
그제서야 아이의 얼굴이 활짝 펴진다.  아들녀석의 속내는 정말 알다가도 모르겠다.  엄하게 하려면 끝까지 엄
하게 하던지.  지금 영경이가 해도 되냐고 물은 것들은 모두 평소엔 엄격히 금지된 것들이다.  그런데 할아버
지인 나와 함께라면 무조건 OK라는 거다.  그러니 영경이가 할아버지라면 아주 깜빡 죽는다.  원래 엄부 자모
아니면 자부 엄모 아닌가?  내게 왜 자꾸만 이런 역할을 맡기는거지?
  
  [영경아, 가자.]
  [응.]
   
영경이는 어느덧 11살짜리 귀여운 여자아이로 돌아와 앙증맞은 작은 손으로 내 손을 꼬옥 잡았다.  이렇게 예
쁜 손녀에게 선한 역을 맡겨준 아들 녀석이 밉지는 않다. 
  
  [그럼 영경이랑 나갔다 온다?]
  [네.  잘 갔다 오세요.  숙경이 오면 저녁 맛있게 지어 놓고 기다릴게요.]
  
아들녀석은 내 지적을 그새 까먹고 여전히 "숙경이"란다.  나는 눈을 흘겨주려다가 녀석의 손이 잽싸게 내 뒷
주머니에 들어왔다가 나가는걸 느끼고 표정을 얼른 고쳤다. 
  
  [험험..  밥이야 뭐 있는데로 대충 먹으면 되는거지.]
   
이번에는 영경이에게 뭘 사줄까.  제법 여자애 티가 나는데 이쁜 옷이라도 한 벌 사줄까.  애가 부쩍 옷에 관
심이 많아지는 것 같던데.  뒷주머니에 손을 대보니 꽤 도톰하다.  손녀에게 잡힌 손이 따스하다.  마음이 흐
뭇하다.
   
영경이가 돌이 지나자마자 어머니는 집을 따로 얻어 나오셨다.  영호는 당시 고등학생이었기에 어머니와의 관
계를 본가에는 숨긴채 왔다갔다 하다가 대학생이 되서야 비로소 한 집에서 살게 됐다.  대학이 타지에 있다는
핑계로 본가를 나온 후로 군대 갔을때 2년여 떨어져 있던 때 외에는 주욱 여느 부부처럼 살아왔다. 
  
여느 가정과 다른 점이라고는 11살 외동딸의 아빠가 28살, 엄마는 무려 63살이라는 점이다.  그래서 누가 관계
를 물어오면 대답이 궁하다.  그러니 자연히 이웃과는 소원할 수밖에 없었다.
         
  [영경아, 니가 갖고 싶은거 있으면 마음껏 골라.  할아버지가 다 사줄게.]
  [정말요?  와아, 할아버지 최고.]
   
  [할아버님 맞으세요?  전혀 그렇게 안 보이는데요?]
  [하하.  항렬이 그렇게 되서..]
  
  [아아, 그러시구나.]
 
가게의 여종업원이 눈이 휘둥그레져서 나를 위아래로 훑어본다.  이런 순간이 제일 곤란하다.  그래서 밖에서만은
"아빠"라고 부르면 안되겠냐고 영경이에게 부탁한 적이 있는데 결단코 싫단다.  거짓말하면 진짜 아빠한테 혼난다
는거다. 
  
어린애가 뭘 알겠나 얕보는 마음에, 손녀에게 장난치는 마음 반으로 "할아빠"를 줄여서 "아빠"라고도 한
다고 했더니 이상하게 들린다며 곧이 믿지를 않았다.  "할머니"도 "할어머니"의 준말이라고 하자 그제야 고개를
갸우뚱하며 집에가서 엄마에게 물어보겠단다. 
  
그 말에 난 화들짝 놀라서 농담이라고 순순히 고백하고는 손녀 영경이에게 "아빠"로 불리기 작전을 포기하고 말았
다.  내 어머니 이숙경 여사가 영경이 입에서 할머니가 어쩌고 저쩌고 하는 얘기가 나오는 걸 들으시면 맨 정신에
풍 맞으실지도 모를 일이기 때문이었다.  그러잖아도 영경이 데리고 나가면 손녀 예쁘다는 소리가 제일 듣기 거북
하다고 투덜거리시는데 말이다.
 
    
아무튼 모처럼 영경이에게 한 아름 선물꾸러미를 안겨주고 평소에 먹고 싶어하던 떡볶이며, 순대, 김밥을 양껏 사
먹였다.  선물을 나눠들고 손잡고 돌아오는 길에 영경이는 룰루랄라 신이 났다.
   
  [할아버지랑 맨날맨날 같이 살았으면 좋겠다.]
  [할아버지가 그렇게 좋니?]
  
  [네.  할아버지가 세상에서 제일 좋아요.]
  [아빠, 엄마보다도 더?]
  
  [네.]
 
나도 손녀 영경이가 밝게 웃는 모습을 보면 기분이 좋아진다.  내 큰 딸 보는 것 이상으로 행복하다.  내 딸이 나
보다 마누라를 더 닮아서 그런지는 모르겠다.
   
  [다녀왔습니다.]
  
집에 들어서자마자 영경이가 큰 소리로 인사했다.  조금전까지 해맑던 얼굴에 긴장의 빛이 약간 떠돈다.
 
  [어서 오세요, 아버님.  우리 영경이 왔구나.  할아버지 말씀 잘 듣고 잘 놀았어?]
  
영경이 엄마, 즉 내 어머니 이숙경 여사가 우리를 반갑게 맞이했다.  부연하자면 내 손녀인 영경이의 어머니는
영경이의 할버지인 나의 어머니다.  그러니까 영경이와 나는 이숙경이라는 한 여자의 배에서 나온 것이다. 
  
지랄..  이 무슨 SF영화 백투더퓨쳐 투 같은 상황이란 말이냐.  그러나 어쨌든 사실은 사실이다.
   
  [여보, 나와보세요.  아버님 들어오셨어요.]
  [어, 나도 들었어.  아버지 재미있게 놀다 오셨어요?  우리 영경이 땜에 성가시셨죠?]
   
  [아니다.  성가시기는..]
 
  [영경이 너는 인제 니 방 들어가서 책읽어.  손 씻고 이부터 닦고.]
  [네.]
  
영경이가 아빠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쏜살같이 화장실로 향했다.  가정교육이 얼마나 엄한지 한아름 들고 있던 종
이백도 던지듯이 놓아버리고 달려간다. 
  
  [아버님 조금만 기다리세요.  저녁 다 되가요.]
  [천천히 해라.  영경이랑 이것저것 군것질을 많이 했더니 저녁은 별로..]
  
  [아버님 좋아하시는거 많이 준비했거든요.  드시고 천천히 놀다 가세요.]
   
꼬박꼬박 아버님 소리가 자연스럽기 그지 없다.  친히 낳아 기르셨으니 내 입맛은 어머니가 당연히 제일 잘 아
신다.  내가 좋아하는 갈비찜과 잡채는 기본으로 올라오겠고 카사노바가 즐겼다는 생굴도 빠지지 않겠지.
  
  [숙경아.  너, 무릎 시리다고 영호가 그러던데.  괜찮니?]
  [찜질방 갔다왔더니 한결 괜찮아졌어요.]
 
어머니는 바닥에 무릎을 크게 찧이신 적이 있어서 날이 차지면 무릎이 시리곤 하는게 고질병이셨었다.  그나저
나 친아들에게 아버님 소리가 자연스러운 어머니나, 어머니 이름을 마구 부르며 너 너 거리는 나나, 이만한 콩
가루 집안도 다시 없다. 
  
한번은 영경이가 어떻게 자기 엄마보다도 할아버지인 내가 더 어릴 수 있느냐고 꼬치꼬치 캐물어서 난처했던
적이 있었다.  순진한 어린아이에게 콩가루 집안이라 그렇다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고 족보가 어떻고, 항렬이 저
떻고 순 딴소리만 늘어놓다가 영호녀석에게 답변을 맡겼더니 녀석은 그런건 묻는게 아니라며 불호령을 내리고 말
았다.  그 이후론 영경이가 가족관계에 대해서 더 물어보질 않는다.  그저 아빠, 엄마, 할아버지 말고는 친척이
전혀 없는 것으로 알고 있을 뿐이다.    
      
  [영호야, 내가 오늘 영경이한테 이것저것 좀 많이 사줬다.  애한테는 뭐라고 하지 마라.  내가 사주고 싶어
   서 사준거니까.]
  [뭐라고 안해요.  걱정마세요.  우리 영경이가 아버지를 참 많이 좋아하는거 같아요.]
   
  [그러니?  난 잘 모르겠는데..  애들한텐 그저 엄마, 아빠가 최고지.  할아버지가 부모만 하겠니?]
  [정말이에요, 아버님.  아버님 한 번 다녀가시면 영경이가 할아버지 얘길 얼마나 하는지 몰라요.]
   
  [허허, 내가 애 버릇 다 버리고 있는건 아닌지 모르겠네.]
  [애 버릇은 제가 잡을테니까 아버지는 지금처럼 영경이에게 잘 해주기만 하세요.]
  
  
저녁 식사시간은 그 어느때보다도 화기애애했다.  영경이는 내 옆에 꼬옥 붙어앉아서 낮에 할아버지와 어디를
다니고, 무엇을 사고, 어떤 걸 먹었는지 쉬지 않고 재잘거렸다.  귀여운 아이의 입담에 영호와 어머니 그리고
나, 어른 셋의 눈가엔 흐뭇한 미소가 끊이지 않았다.
   
  [우리 영경이, 얼굴에서 웃음이 떠나질 않네?  할아버지랑 같이 있는게 그렇게 좋아?]
  [응, 엄마.]
  
  [여보, 내일 점심 때 가게 좀 봐줄수 있나?]
  [왜요?]
  
  [배달을 좀 먼 데로 나가야 되서.]
  [몇 시 쯤에요?]
  
  [점심 먹고 바로 출발하려는데..  당신 헬스 갈 시간인거 같아서.]
  [나중에 가면 되죠, 뭐.  오래 걸려요?]
  
  [넉넉잡아 한 서너 시간은 걸릴것 같아.]
   
녀석이 인수한 전자제품 대리점이 이제는 제법 자리가 잡혀가는 모양이었다.  내가 노리던 어머니의 쌈짓돈이 결
국은 영호녀석의 호주머니로 굴러들어간 것이다.  친아들 놈도 믿을 수 없는 세상이니 세상 참 말세다, 말세. 
  
영호네 세 식구가 살고있는 이 집도 어머니가 장만하신거다.  내 어머니 이숙경 여사는 알고보니 알부자셨던거다.
그런줄 알았으면 영호녀석 대신 내가 어머니의 네번 째 서방이 되는건데 아깝고 배도 아프다. 
  
돈버는 재주는 배우는게 아니라 따로 타고 나나 보다.  영호녀석이 지 할머니의 돈을 노렸는지는 미스터리이지만.
   
   
  [아버님, 국 더 드릴까요?]
  [아니요.]
  
컥.  잠깐 딴 생각하다가 나도 모르게 존대말이 나와버렸네.
  
  [아니 저기.  됐어, 이거면.  며늘아..]
 
제기랄.  난 이 "며늘아" 소리가 정말 하기 싫다.  내가 무슨 6, 70 먹은 노인네도 아니고.  며느리가 시아버지
보다 최소한 한 살이라도 더 어려야 할거 아니냔 말이다.  그래서 영경이만 곁에 없으면 차라리 이름을 부르는게
마음 편하다. 
  
나도 안다.  버릇없는 짓인거.
그래도 어쩌랴.  이미 우리 관계가 이렇게 되어버린걸.
  
콩가루가 풀풀 날린다고 구박할 지언정 당사자가 행복하기만 하다면야..
    
         
     
     
    
                                                  2. 영경이는 12살.
  
  [올해도 수고했다, 며늘아.]
  [수고는요, 제가 무슨..]
  
1년에 한 번 있는 아버지 제삿날이다.  어머니, 나, 마누라, 그리고 내 아이들 둘, 다섯이 조촐하게 둘러서서
돌아가신 아버지께 절을 올렸다.  간단히 끝내고 아이들을 방으로 돌려보낸 후 어머니와 마누라가 뒷정리를 했
다.  사실 일은 어머니가 제일 많이 하셨다.  어머니는 초저녁부터 오셔서 바지런히 움직이셨었다.  마음에 꿀
리는게 있으시니 이거 장만해라, 저거 장만해라 제일 기세등등해야할 시아버지 제삿날에도 며느리앞에서 활개를
못펴신다.  수고는 사실상 어머니가 혼자 다 하신 거나 진배없다. 
 
  [아범아, 일은 별탈없이 잘되지?]
  [네.  별탈없습니다.]
  
  [애들은 건강하게 공부 잘하고?]
  [네, 그럼요.  걱정해주시는 덕분에..]
  
마누라는 대답도 안하고 콧구멍을 흥흥거리는게 노골적으로 어머니를 홀대하는 기색이었다.  이걸 못견뎌서
어머니가 분가(?)하신 것인데 1년에 단 하루 얼굴보는 날인 이 날도 마누라는 어머니에 대한 경멸을 감추지 못
했다. 
  
  [저기..  영호는 잘 지내죠?  제가 자주 찾아뵈야 되는데 그러질 못해서 죄송합니다.]
  [아니다.  자주 찾아올걸 없어.  우린 우리대로 잘 살고 있으니까 걱정 말어.]   
   
자주 찾아뵙지 못한다는 말은 마누라의 등쌀이 무서워서 어머니와 말을 맞춘 거짓말이다.  마누라는 내가 어머
니 댁에 가는걸 질색을 하고 싫어한다.  어머니나 영호라면 얼마나 질색을 하는지 친할아버지 제사도 지내러오
지 못하게 막을 정도다.  영호가 친손자랍시고 제사상을 올리면 돌아가신 분이 기뻐 하시겠냐는 거다.  기뻐하
시기는 커녕 천벌을 받으라고 우리 집에 해꼬지를 하시면 어쩔거냐는 거다.  딴에는 마누라의 말이 일리 있는
것 같고, 우리랑 어떻게 되는 사이냐고, 자기네 사촌이냐고 묻는 내 아이들의 질문공세가 귀찮아서 영호의 발길
을 아예 끊어버렸다.
  
  [니 아버지 제사도 지내고 했으니 난 슬슬 일어나 봐야겠다.]
  [늦었는데 주무시고 가시..]
  
그 순간 마누라가 호되게 내 옆구리를 찔렀다.  어머니 모르게 그래도 될걸 너무 티나게 그러니 나는 화가 버
럭 났다.  그러나 어머니는 며느리의 버르장머리 없는 태도를 못본 척 차분히 몸을 일으키셨다.  매년 이런 굴욕
을 당하시면서도 굳이 아버지 제사를 챙기시는 어머니가 참 용해 보인다. 
   
  [나 간다.  나오지 마라들.]
  
마중 나간 것은 나 밖에 없었다.  마누라는 현관문 밖으로 얼굴을 내비치지도 않았다.  나는 그런 마누라에게
화가 나고 어머니의 뒷모습이 너무나 쓸쓸해 보여 혼자 보내드리기가 싫었다. 
  
  [어머니, 제 차 타세요.  제가 태워다 드리겠습니다.]
  [난 택시나 타고 가면 돼.  며늘애가 또 잔소리할라.  얼른 들어가 봐.]
 
  [잔소리할테면 하라죠.  하루이틀도 아니고.  타세요.]
   
뒷일은 생각하지 않기로 하고 어머니를 무작정 내 차에 태웠다.  마누라가 또 지랄지랄하겠지만 귀막고 돌아누
워 자버리면 그만이다.  몇 날은 잔소리가 가겠지만 설마 날 죽이기야 하려구..
   
  [아범아, 나 때문에 힘들지?]
  [곤란하긴요.  1년에 한번인데요 뭐.  힘든건 제가 아니라 어머니시죠.  이제 제사는 저에게 맡기셔도 되지
   않겠어요?  혼자도 아니신데..  제가 알아서 잘 해 올릴게요.  어머니는 오지 마세요.  며느리한테 좋은 소
   리도 못들으시면서 뭐하러 그렇게 꼬박꼬박 치성을 들이세요?]
   
  [내가 니 며느리 보기 좋으라고 그러니?  니 아버지, 저승에서 내 꼴보고 진노하실까봐 그러지.  못된 여
   편네 가만 안둔다 하고 쫓아다니면서 해꼬지하면 큰일이게?  1년에 고작 한 번이다.  하루를 못 참겠니?
   하루 힘들더라도 1년이 편하면 됐지.  아범은 신경쓸거 없다.  다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이야.]
    
죽으면 다 끝인데 돌아가신 분이 무슨 해꼬지를 하시겠나 싶다.  설사 혼령이 살아계시다 해도 아버지가 어머니
탓을 할만큼 살아 생전에 바르게 사시지는 않으신 걸로 안다.
  
   
  [저기, 영호씨 아니니?]
  
어머니와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다 보니 어느새 어머니의 집에 도착해 있었다.  어머니 말씀대로 영호가 근처에
나와서 서성거리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제사용으로 엄숙했었던 어머니의 얼굴에 밝게 화색이 돌았다.  차에
서 얼른 내리시더니영호에게로 달려가 사뿐 안기신다.  나는 차를 세워놓고 간단한 인사말이나 하고 가려고 둘에
게 다가갔다.
   
  [영호야, 그럼 어머니 모시고 들어가라.  난 가볼게.]
  [아버지.  들어와서 술이나 한 잔 하고 가세요.]
  
  [운전해야 되는데 술은 무슨 술.  마신 걸로 치고 그냥 갈랜다.  늦으면 마누라가 바가지 긁는다.]
  [아버님, 술대신 차라도 드시고 가세요, 그럼.  밤늦게 여기까지 태워주셨는데 그냥 보내기 죄송스러워서..]
   
좀전까지 나에게 하대하시던 어머니가 두손을 공손히 모으고 차대접을 하겠다고 정중하게 존대를 했다. 근엄한
어머니에서 얌전한 며느리로 단박에 변신을 해버리는 어머니의 모습에 나는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다.  곰같
은 여자는 데리고 못 살아도 여우같은 여자는 데리고 산다더니..
 
  [괘, 괜찮아.  차는 다음에 마시마.  둘 다 어여 들어가.  영경이 혼자 있어서 무서울텐데..]
  [영경이 지금 자요.  영경이 9시가 취침시간인거 아버지도 아시잖아요.]
   
내가 영경이만할 땐 9시 땡 치면 TV에서 어린이는 모두 잠자리에 들 시간이니,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야 새나
라의 어린이가 되느니 못되느니 하는 안내방송이 나왔었다.  요즘 세상에 초저녁 9시부터 콜콜 자는 어린이는
아마 없을거다.  호랑이 담배피고 박누구는 대통령, 대통령은 박누구 하던 오래전 시절의 얘기다.  고리타분한
녀석 같으니라구.  아직 29살밖에 안된 어린 놈이..
 
  [숙경아, 제사는 잘 지내고 왔어?] 
  [그럼요.  당신 할아버님 제산데 당연히 정성을 다하고 왔지요.] 
  
  [그래, 수고했어.  우리 숙경이가 고생이 많았네.]
  
영호가 지 아내 숙경이, 그러니까 지 친할머니의 등을 토닥토닥 두드려주었다.  어머니의 "할아버님" 소리가
참 자연스럽다.  저승에서 누가 자길 부르는지 알아듣기나 하실지 모르겠다.  그나저나 아들 영호, 저놈의 숙경이
소리가 참 닭살스럽다.  지보다 35살이나 많으신 친할머니시건만..
   
  [영호야, 수, 숙경아.  난 그럼 간다.]
 
자꾸 부르니 내 입에도 착 달라붙었다.  미국영화에서 의붓아버지나 의붓어머니를 부를 때 엄마, 아빠라 안하고
이름으로 부르는게 늘 이상했는데 내가 그 이상한 꼴을 따라하고 있다.  게다가 숙경이는 의붓어머니도 아니고 내
친어머니인데도 말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참 요상하게 꼬여버린 가족관계다.
   
  [조심해 가세요, 아버님.]
  [나중에 꼭 술 한 잔 하러 오세요, 아버지.]
   
나는 손을 흔들어주고 뒤돌아섰다. 
 
    
그래, 인생 뭐 있어?  지 꼴리는 대로 사는거지.  꼴릴 때 꼴리는 대로 살 수 있으면 그게 행복이지 다른게 행
복이겠냐.  숙경이 너도 니 인생 니 보지 꼴리는 대로 살아라.  앞으로 니가 살면 얼마나 살겠냐.  길어야 20년,
운좋으면 앞으로 30년이다.  누구 눈치나 보며 살기엔 아까운 시간이긴 해. 
  
  - 끼익!
  [아쿠!]
  
급브레이크를 밟았다.  운전대에 가슴이 세게 부딪혔다.  너무 아파서 욕이 절로 나왔다.  골똘히 생각에 빠져
있다가 갑자기 당한 일이라 가슴의 통증보다는 혼비백산할 정도로 놀란 정신을 추스르는게 더 문제였다.
 
  [이 망할 놈의 노인네가.  파란 불도 아닌데 길을 건너고 지랄이야.]
  
창밖으로 고개를 내밀고 횡단보도를 향해 소리를 고래고래 질렀다.  무단횡단하던 노인네를 내 차로 칠 뻔 한 것
이었다.  영감탱이는 귀가 먹었는지 리어카를 질질 끌고가며 내 쪽엔 한번도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경적을 몇
번 신경질적으로 눌러대고 나서 차를 출발시켰다.
  
용케 브레이크를 밟은 덕에 큰 사고를 면한게 다행이었다.  여차했으면 노인네뿐만 아니라 나도 위험할 뻔했다.
핸들을 잘못 꺽기라도 했으면 나도 골로 갈 수 있었던 것이다.  나는 천천히 차를 몰면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
다.  그런데 막상 위험한 순간을 넘기고 나니 다행이라는 생각보다는 노인네에 대한 짜증이 더 커졌다.
  
  [제기랄.  하마터면 아버지랑 같은 날 제사상 받을 뻔했네.  망할 영감탱이.]
 
여태 독상 잘 받아오셨는데 갑자기 나랑 겸상하시게 되면 아버지가 얼마나 불편하시겠나.  반찬이 모자라도, 술
이 더 마시고 싶어도 어디에 하소연할수도 없다.  귀신이니 직접 말할 수도 없고.  꿈에 나타나 저번 제사때는
음식이 모자랐다고 하면 개꿈이구나 할 것이고, 깨어있을 때 눈앞에 나타나 "어어" 하면 무당 불러 살풀이나 하
겠지.  그런 생각을 하니 다시금 무단횡단해서 차사고나게 만들뻔한 그 노인네가 밉다.  욕이나 더 퍼부어주려고
백미러로 후방을 봤다.
  
  [어?  이 노친네가 어딜 갔지?]
  
아무리 찾아봐도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그 뿐만이 아니다.  내 차말고는 오가는 차도 없고, 아직 밤 1시도 채
안됐는데 사람 하나 보이지 않았다.  멀리 오지도 않았다.  그 횡단보도와 신호등도 보이는 거리였다.
   
차 속도를 줄이고 다시 한번 백미러로 뒤를 살펴보았다.  결과는 같았다.  인적이 전혀 없었다.  느려터졌던
그 발걸음을 감안하면 적어도 그 할아버지는 눈에 띄어야 정상이었다.  나는 차를 멈추고 밖에 나가 찾아볼까
하다가 이상한 예감이 들어 악셀을 꾸욱 눌러밟고 속도를 더 냈다.
  
   
  [아버지.  아까 그 분..  아버지는 아니셨죠?  식사 다 하시고 진작에 올라가셨죠?  지금은 여기 안 계시죠?] 
   
등골이 서늘해서 일부러 큰소리로 소리쳤다.  그러다 아버지가 뒷자리에서 "나 아직 여깄다" 하실까봐 백미러도
더이상 못 보고 오로지 앞만 보고 차를 몰았다.  집에 어떻게 돌아왔는지 모른다. 
  
  [당신 어머니 좀 우리 집에 오시지 말라고 해.  애들 교육상 안좋다고 내가 그리 말해도 내 말은 콧등으로
   도 안 듣고 말야.  당신 아버지가 손자랑 바람난 여편네가 올린 술, 꽤나 좋다고 받아드시겠다.]
  
마누라의 지독한 잔소리가 이날만은 너무나 반가웠다.   휴..  아버지가 여태 안가고 계셨더래도 며느리의 잔소
리가 시끄러워서 돌아가시겠지. 
  
아버지셨을까?  아버지셨으면 내 말이 뭐가 맘에 안들어서 그리 혼을 내셨을까?  내가 숙경이, 아니 어머니 편
을 드는게 싫으셨던 걸까?  아니면 단순히 어머니 이름을 숙경이, 숙경이 하고 함부로 부르는게 버릇없다고 화
를 내신걸까?  내가 너를 그리 가르쳤더냐 하시면서 말이다.
  
아버지, 에 그러니까 저는 어머니가 친손주랑 살림차린걸 편든건 아니구요. 
애초에 제 의도는 그게 아니었걸랑요.
    
그리고 어머니 이름 함부로 부르는게 그렇게 싫으시면 앞으론 자제할게요.  
그런데 제 입장이 좀 그렇습니다.   
어머니가 그러라 하시면 저도 어쩔수 없거든요.
그러니 정 기분 나쁘시면 아까처럼 그리 심하게 혼내진 마시고 조금만 약하게 해주세요.
 
아버지도 저랑 겸상하셔서 좋을거 하나 없잖아요.
내년 제사땐 최상급 한우 고기에 만원짜리 배추로 담근 맛있는 김치 차려드릴게요.
기분이 푸세요, 아버지.
  
그럼 들어가세요.
아니, 올라가세요.  
    
     
    
   
    
                                           3. 영경이는 13살.
   
  [아윽.  숙경아.  조금 늦춰봐.  너무 조여.]
  [아아.  미안해요, 여보.  너무 좋아서 저도 모르게.]
  
  [너는 어떻게 갈수록 그렇게 보지가 힘이 좋아지니?]
  [아잉.  보지가 힘이 좋은게 아니라 허벅지 힘이에요.  보지는 헐렁하니 얼마나 넓어졌는데요.]
 
  [보지가 왜 헐렁하니 넓어져?]
  [아잉, 그거야.  자기가 이렇게 매일같이 박아대니 안 넓어지고 배겨요?]
   
  [그런가?  그래도 이렇게 조이는데?]
  [보지가 아니라 허벅지 힘으로 조이는거에요.]
  
  [허벅지로?  숙경이 너, 헬스 그만다녀라.  내 자지 아주 부러지겠다.]
  [아이 몰라요. 괜히 엄살 피는거 다 알아요.  내 늙은 보지가 무슨 힘이 있다고 자기 꺼 같이 단단한 자지
   를 부러뜨려요?]
   
역시 남 엿듣는거 만한 재미가 따로 없다.  이 재미에 난 자고 가라는 아들 녀석의 만류를 뿌리치지 못한다.
아들 내외 밤일 엿듣기도 어언 13년째 접어들었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하고 무전기같던 핸드폰이 얇디얇은 스
마트폰으로 바뀌는 세상이다.  나는 지금 편하게 방안에 누워 모니터로 아들 녀석의 방을 들여다보고 있다.
  
  [엄살이 아니거든요, 할머니?  손자 좆 오래오래 먹고 싶으면 살살 좀 물라구요.  농담이 아냐, 정말.]
 
아들 녀석의 짐짓 진지한 얼굴을 보고 숙경이, 아니 어머니가 까르르 웃었다.  정말 선수다, 녀석은.  천연덕
스러운 칭찬으로 여자를 기쁘게 할 줄 아는 의뭉스러운 놈이다.  내 아들 놈인데 나는 왜 아들 놈만큼 못할까?
녀석의 반만 닮았어도 녀석처럼 와이프 위에 군림하며 휘어잡고 살텐데 말이다.  아니지 참, 아버지가 아들을
닮을순 없는거구나.
  
  [또 할머니랜다.  나 그 말 싫어하는거 알면서.]
  [싫어하긴?  너 할머니 소리 들으면 보짓물을 질질 싸잖아.]
  
65세 자신 할머니가 아직도 보짓물을 질질 싼다니 의학계가 관심을 가질만한 현상이 아닌가 싶다.  꾸준한 운동
의 덕인지, 호르몬 주사같은 약물의 힘인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여체는 참 신비롭다.
   
  [아니에요.]
  [아니긴.  손자 좆 박고서 그런 내숭 떨면 안되지.  그래, 안그래?]
  
  [흐응, 몰라요.]
  [몰라?  뭘 몰라?  영경이가 누구 딸이니?  응?]
  
  [아응..  자기 딸이요.]
  [자기 누구 딸?]
  
  [자기 딸.  제 손자 딸이요.]
  [그지?  니 손자 딸이지?  니 할머니 보지가 손자 좆물 받아먹고 나은 딸이지?]
 
영경이는 그러니까 다시 말하지만 내 어머니의 딸이고, 내 아들의 딸이다.  즉, 나의 손녀이고, 내 어머니 이숙경
여사의 증손녀가 된다.  그리고 내 어머니 이숙경 여사는 바로 내 아들의 처이니 엄연히 내 며느리가 되는것이다.
나는 나의 아버지의 아버지가 되고 어쩌고 하는 시를 쓴 사람이 그래서 난 참 수상하고 이상하다.
  
     
  [맞아요.  내 늙은 보지가 손자 좆물 받아먹어서 나은 딸이에요.]
  [손자 좆물이 그렇게 좋아?]
  
  [네, 너무 좋아요.]
  [왜 좋은데?]
   
  [진하고 맛있어요.]
  [진하고 맛있어?]
  
  [네.  코끝이 아찔할 정도로 진해요.]
  [나한테 고맙지?  나 아니었으면 니가 10대 좆물 맛이나 봤겠니?]
   
  [진짜 자기 아니었으면 꿈도 못 꿨을거야, 이렇게 굵고 단단한 자지는.]
  [그지?  고마워 죽겠지?  니 시아버지 한테도 고마워 죽겠지?]
  
  [네, 고마워 죽겠어요.]
  [그럼 시아버지께 인사해야지.  인사해 얼른.  시아버지 고맙습니다, 해.]
  
  [시아버님, 고맙습니다.]
  [뭐가?]
  
  [아흑.  10대 아들 자지 먹게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아버님.]
  [더.]
  
  [흐윽, 흐윽.  매일 매일 이렇게 늙은 보지 쑤셔 주시는 건강한 아드님 낳아주셔서 고맙습니다.]
  [잘한다, 씨발년.  어우, 이 맛있는 년.]
  
지켜보는 내가 골이 띵할 정도로 둘의 플레이는 점점 격렬해졌다.  내가 보고 있는걸 의식한 때문인지 영호 녀
석의 입담이 매우 노골적이고 거칠다.  평소에도 이런 식으로 잠자리를 할까?  내가 보고 있으니 더 오버하는걸
테지?  그래서 훔쳐보는 날 발견하고도 탓하지 않고 오히려 편하게 훔쳐보라고 이렇게 멍석을 깔아준거겠지?
   
  
  [니 아들 자지는 왜 안 먹었니?  손자 자지는 먹으면서 말야.]
  [흐윽, 흐윽.  몰랐어요.  이렇게 좋은지.]
   
  [후회돼?  맛을 늦게 알아서?]
  [몰라요.  난 자기 뿐인거 알면서.]
 
  [알지 내가.  아이구, 이 사랑스러운 년.  이 귀여운 년.]
  
내 아들이지만 참 미친 놈이다.  지 친할머니보고 사랑스럽고 귀엽다니.  내 눈엔 영호의 처 숙경이, 그러니까
내 어머니가 전혀 예뻐 보이지 않는다.  65세라는 연세때문에라도 그렇다.  한 발 양보해서 곱게 늙으셨다고 덕
담을 하면 모를까 귀여울 얼굴은 절대 아니다.  아무리 보톡스를 맞고 시시때때로 여성호르몬을 주입하고 비싼
화장품을 쳐발라도 한계가 있는 법이다.  이제 "겨우" 40대 초반인 내 마누라도 절대 귀엽지 않거늘.
  
  
  [아이잉.  영호씨.  사랑해요, 영호씨.]
  
하도 봐서 그런지 어머니의 이런 아양도 이제는 그러려니 한다.  아니, 얼굴만 가리고 보면 꽤 자극적이다.  내
가 이렇게 속속들이 다 보고 다 듣고 있는걸 알면 어머니는 아마 기함을 하시겠지.  어머니는 카메라로 녹화중인
것으로만 알고 계실뿐 옆방에서 내가 생중계받고 있는지는 까맣게 모르신다. 
 
영호 녀석은 정말 치밀한 녀석이다.  지 아내도 모르게 이런 시스템을 갖추어 놨으니.  지 아빠는 그 반에 반도
못 치밀해서 가게를 몇 번을 말아먹었건만, 녀석이 서른도 안돼 차린 전자제품 대리점은 별탈없이 잘 되고 있다.
아버지가 아들을 닮을 방법은 정말 없는걸까?
   
   
  [아으, 맛있는 년.  아으, 귀여운 년.  넌 나 뿐이지?  나 밖에 없지?  그렇지, 숙경아?]
  [아우, 여보오.  자기 밖에 없어요.  전 자기 꺼에요.  자기 마음대로 하세요.  아우우..]
   
  [내 말 안들으면 끝이야.  알지?]
  [알아요.  영호씬 제 주인님이세요.  분부만 내리세요.  주인님 하란데로 다 할거에요.  아우우, 좋아..]
   
절정을 향해가고 있는 느낌이다.  이 때쯤 되면 영호 녀석은 꼭 저런 주문 같은 말을 한다.  마치 세뇌시키기
라도 하려는 것처럼.  안 그래도 숙경이, 아니 어머니는 영호라면 절대복종이건만 굳이 저렇게 매번 반복해서
말할 필요가 있나 싶다.  듣기 좋은 말도 귀에 못이 박히면 지겨워지는 법이거늘..
   
  [아으, 이쁜 년.  좆물 싸줄게 니 보지로 쪽쪽 잘 받아먹어라.  알았지?]
  [싸주세요.  좆물 싸주세요.  제 보지에 가득 싸주세요.  쪽쪽 빨게요.  자기 좆물 쪽쪽 빨게요.]
  
  [아흑.]
   
영호녀석의 하체가 어머니의 몸을 사정없이 깔아뭉개는 걸 보며 나도 덩달아 숨이 가빠졌다.  후아, 젠장 나도
싸고 싶어 죽겠네.  녀석은 이제 갓 30살.  문득 할망구에게 바치기엔 그 젊음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
죄송합니다. 어머니. 
  
  
  [흐릅, 흐릅..  아이 많이도 싸셨네.  우리 영호씨..]
  [입으로 그러지마.  그냥 휴지로 닦아도 돼.  찝찝할텐데.]
  
  [찝찝하긴요?  전 이 때가 제일 좋은걸요.  제 보지에 물싸고 난 뒤의 자기 좆맛이 얼마나 끝내주는데요.]
  [하여간 우리 숙경인 이쁜 말만 골라한다니깐..]
   
햐, 나도 마누라한테 저런 서비스 한번 받아봤으면 소원이 없겠다.  나는 부러운 눈으로 어머니가 영호의 자지
를 입으로 청소해주는 걸 멍하니 지켜보았다.  영호가 어머니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어 주니 어머니가 좋다고 더
열심히 빨아댄다.  내 자지가 진작부터 꼴려서 아우성치고 있지만 억지로 참았다.  혼자 딸딸이쳤다가 방에 정
액냄새가 배기라도 하면 아들녀석이나 어머니에게 면목이 안선다. 
   
  [그만 빨고 옆으로 와, 숙경아.  그렇게 계속 빨면 내 자지 또 꼴린다.  너 더 하고 싶으면 계속 빨던가.]
  [아이, 더하긴요.  저도 좀 쉬어야겠어요.  보지가 얼얼해요.]
   
어머니가 영호의 팔을 배고 누웠다.  알몸이 부끄러운지 이불을 끌어당겨 덮으려하는데 영호녀석이 제지하고
발로 이불을 멀리 차버린다.  나보라고 그러는거다.  기특한, 아니 징그러운 녀석.  65세되신 노인네 몸, 보여
줄게 뭐 있다고.  그렇다고 내가 무슨 호모도 아니고.
 
어머니는 이불을 포기한 채 두 팔을 가슴께를 모으고 다리를 움츠린 채 영호의 품에 포옥 안겼다.  화면에 비친
어머니의 허벅지가 탱탱한지 어떤지는 알수 없었지만 살결이 무척 하얘 보였다.  솔직히 말하면 어머니의 알몸이
보기 흉해서 고개를 돌릴 정도는 아니다.  영호가 어머니의 젖가슴을 주물럭거리며 말문을 열었다.
 
 
  [영경이는 잘 되가?]
  [네.  당신이 시키신대로 꼬박꼬박 하고 있어요.]
   
나도 이젠 자야지 하던 참에 영경이 얘기가 나오자 눈이 번쩍 떠졌다.
   
  [니가 보기엔 어때?  우리 영경이?]
  [뭐가요?]
  
  [여자로써 어떤거 같냐구.]
  [당신도 알잖아요.  우리 영경이 밖에 나가면 예쁘다 소리 많이 듣는거.]
   
  [그거야 잘 알지.  내 얘긴 몸이 예쁘게 잘 크고 있느냔 거지.]
  [그게요..  애가 몸이 좀 늦되려나 봐요.  아직은 부족한게 많네요.]
   
  [애가 너무 말랐지?]
  [그렇게 마르진 않았어요.  허벅지도 제법 통통한걸요.]
  
  [가슴은?  가슴은 좀 나왔어?]
  [그게 문제에요.  가슴이 통 나올 생각을 안하네요.]
   
  [내가 자주 마사지 해주라고 했잖아.  내 얘기대로 한거야?]
  [했죠, 그대로.  당신이 그러래서 어릴때부터 가슴 만져줘서 재웠잖아요.  요즘도 제가 가슴을 주물러줘야
   잠이 잘 온다고 응석을 부려서 거의 하루도 빠진 적이 없어요.]
   
  [그럼 많이 커졌겠네.  지금 초등학교 6학년이잖아.  벌써 몇 년이나 만져줬는데 가슴이 나올 생각을 안한다
   는거야?]
  [제 말이요.  어떻게 된 애가 젖무덤은 안커지고 젖꼭지만 굵어져요, 자꾸.]
   
  [허.  젖꼭지만?]
  [네, 젖꼭지만요.  내가 우리 영경이 가슴 주무를때마다 얼마나 신경이 쓰이는지 몰라, 정말.]
 
심장이 무섭게 쿵쿵 뛰기 시작했다.  얼굴에도 열이 뜨겁게 올랐다.  약속을 잊지 않고 있었구나, 얘들이.  아
니 얘하고, 어머니가.
   
  
  [젖꼭지가 너무 커져서 옷도 아무거나 못 입혀요.  애가 얼마나 창피해 하는지..]
  [그렇게 젖꼭지가 커?  숙경이 니 꺼만큼?]
   
  [아이, 아무렴 13살짜리 애가 제 젖꼭지만 할리가 있어요?  또래 애들에 비해 그렇다는거죠.]
  [그럼 어쩐다?  젖이 커야 보기도 좋고 먹을때 맛도 있는데..]
   
  [저기..  진짜 아버님께 드릴거에요, 우리 영경이?]
  [또또 그런다.  내가 그 얘긴 끝난거니까 더 이상 간보지 말라고 했지?]
  
  [아, 알아요, 저도.  간보는게 아니라요..]
   
어머니가 찔끔 놀라며 두 손을 삭삭 빌었다.  아마도 예전에 비슷한 얘길 했다가 된통 혼난 적이 있었는지 영
호의 말투가 약간 준엄해지자 금새 저자세로 용서를 비신다.
   
  [요즘 애들은 발육이 빠르다며?  우리 영경이는 왜 그래?  숙경이 니가 뭐 잘못하고 있는거 아냐?]
  [저도 무지 노력하고 있어요.  너무 몰아세우지 마세요.  섭섭하게시리..]
  
  [몰아세우는게 아니라.  노력만 하면 뭘하나?  가시적인 성과가 있어야지.  우유는 매일 먹이고 있어?]
  [우유만 먹여요?  요구르트에, 치즈에..  피자도 치즈피자만 시켜주잖아요.  애가 얼굴이 여드름 천지가 아
   닌게 이상할 정도라니까.]
   
  [겨우 13살짜리 애를 가슴확대수술을 시킬수도 없고..  어쩐다..]
 
농담이 아니었다.  녀석의 표정은 너무나 진지하고 또 어두웠다.  정말로 괴로워하고 있는것 같았다.  지켜보
는 나의 마음이 다 짠해질 정도로.  아들 녀석이 나를 이토록 생각해주고 있었다니.  나는 저한테 해준게 거의
없건만.  내 아들이 정말 맞나?  나를 봐선 내 아들놈이 저렇게 효자일리 없는데..
    
   
  [여보..  저어..  제가 어디서 들은 말이 있는데요..]
  [뭘?  무슨 말을 들었는데?]
   
  [제가 단골로 다니는 속옷가게 아가씨가..]
  [누구?  키 크고 머리 긴 아가씨?]
   
  [네, 그 아가씨요.]
  [뭐래는데?]
   
  [그 아가씨 말이..  좆물을 많이 먹으면 젖이 커진다구..]
  [뭐어?  말도 안되는 소리..]
   
  [아니래요.  저도 처음엔 말도 안된다고 펄쩍 뛰었는데..  그게..  효험이 있대요.]
  [효험이 있어?]
  
  [네에.  그 아가씨가 겉으로 볼땐 몰랐는데 알고보니 무지 글래머지 뭐에요 글쎄.  그 아가씨도 중학교때까지
   는 가슴이 작아서 고민을 많이 했는데 고등학교 들어가서 첫경험 한 뒤로는 가슴이 부쩍부쩍 커지더니 나중엔
   무거워서 부담스러울 지경이 됐다네요.]
  [그 정도로 커보이진 않던데?]
  
  [그죠?  겉으로는 티가 하나도 안나죠?  저도 그래서 미심쩍어 했어요.  못믿겠다구.  그랬더니 그 아가씨가
   오기가 났는지 옷을 살짝 젖혀서 보여주는데..]
  [커?]
   
  [커요.  무지 커요.  진짜 수박덩어리 같더라구요.]
  [그게 좆물을 많이 먹어서 그렇게 된거라구?]
  
  [그렇대요.  그 아가씨 말로는.  그 아가씨를 처음 따먹은 남자가 알고보니 순변태였대요.  첫경험때부터 좆
   물을 들입다 먹이더라네요.  그 이후론 무조건 한번은 먹이고나서 본게임에 들어갔다는거에요.  그리고 상황
   이 허락이 안되서 본게임을 못하더라도 어떻게든 좆물은 먹여야 직성이 풀렸대요.]
  [별 이상한 놈도 다있네.]
  
  [그러니까 말예요.  하여튼 처음엔 구역질나고 싫더니 하도 자주 먹다보니까 좆물이 달아지더래요.  그리곤
   하루도 좆물 없이 못살 정도가 됐다나 뭐라나.]
  [가슴도 그때부터 커지고?]
  
  [네.]
  [그래?  그 아가씨 보기완 영 딴판이네.  참하게 생겼다 했더니.]
  
  [당신.  지금 그 아가씨한테 관심갖는건 아니죠?]
  [응?  아니야.  내가 무슨?  내가 언제 너 두고 바람피는거 본 적 있어?]
   
없냐?  나같으면 바람피고 싶겠다.  마누라가 65살 할머니라면 말이다.  그나저나 어느 속옷가게 누구를 말하
는건지 나중에 슬쩍 물어봐야겠다.  좆물에 환장한다니, 내 좆물맛은 어떤지 품평을 해달라고 해야지.  고지식
한 영호 녀석에겐 물어보면 안되고 영문 모를 어머니께 지나가는 말로 스리슬쩍 여쭤보는게 좋을 것 같다.
   
   
  [그 아가씨한테 들은 얘길 당신한테 해야되나 말아야되나 고민하다가 당신 믿고 지금 하는거에요.  그러니
   나 나 실망시키면 안되요, 당신.  알았죠?]
 
어머니가 영호녀석의 가슴팍을 어루만지던 손을 슬그머니 내려 자지를 그러쥔다.  자지는 한번 크게 힘을 쓴
여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아직도 푸욱 퍼질러져 있었다.  그런 모습에 어머니는 안심하는 듯했다.  얘기를 듣
고 속옷가게 아가씨에게 흑심이 생겼다면 자지 상태가 그렇지 않을것이기 때문이다.
   
  [알아, 알아.  그럼 지금도 가슴이 계속 커지고 있겠네?]
  [아니요.  그게..  첫남자하고 몇 달밖에 못 갔대요.  남자가 직업이 없었다나봐요.  가슴이 너무 갑자기 커
   지는게 겁나기도 하고 맨날 그 남자 좆물만 받아먹다가는 장래가 암울할 것 같아서 그 아가씨가 차버렸대요.
   그리곤 한동안 좆물이고 남자고 다 끊었더니 가슴이 더 이상 커지질 않더래요.]
   
  [몇 달만에 겁날 정도로 커졌다구..  그렇게 효과가 좋나?]
  [남성호르몬의 자극을 받으면 여자 몸이 더 여자다워진다던가 뭐라던가.  뭐라뭐라 길게 얘기하던데..  하여
   간 허튼 소리 할 여자같지는 않아요.  당신도 참하게 봤다면서요?]
   
  [그건 그런데..]
  [가슴이 커진다니까 우리도 그대로 한번 해봐요.]
   
  [좆물을 매일?]
  [그 여자는 매일 먹었대요.  매일 한번은 기본이고, 어떤 날은 세 번까지 먹어봤다는데요?]
   
  [그렇게까지?]
 
어머니도 참.  어디서 요상한 얘기는 또 들어오셔가지고..  저런 믿으시는걸 보니 우리 어머니도 가실 날이 다
되셨나 보다.  어머니는 그렇다 쳐.  영호 너의 그 태도는 뭐냐?  설마 그 허무맹랑한 말을 믿는건 아니겠지? 
믿는다고?  그럼 이 말은 어떠냐?  바퀴벌레가 정력제란다.  뭐?  안 믿겨?  한번 먹어는 봤어?  먹어보지 않았
으면 말을 하질 말어.
  
   
  [여보, 근데..  꼭 내년이어야 되요?  우리 영경이 내년에 꼭 시집보내야 되요?]
  [아버지하고 약속을 그렇게 했잖아.]
  
  [그건 아는데..  애가 너무 어리고 몸매도 아직이잖아요.  몸매가 어느정도 갖춰지는걸 지켜봤다가 그때 시
   집보내면 안될까요?]
  [마지막으로 그 방법을 써보고 효과가 없으면 그때 가서 다시 생각해보자, 숙경아.  12년을 기다리셨는데
   더 기다리시게 할 순 없잖아.]
  
  [아버님이 재촉하시기라도 해요?  제게는 별 눈치 안보이시던데..]
  [나한테도 아무 말씀은 없으셨어.  아버지 입장에서 그걸 대놓고 얘기하실수 있겠어?]
   
  [하긴 그래요.]
   
내가 아무 눈치도 안보인건 사실이다.  염치를 아는 놈이라 그런건 아니다.  잊고 있었던 거다.  아주 잊고 있
었던건 아니다. 남자 나이 45살이면 기억력은 한창이다.  게다가 아들 영호네를 일주일에 한번을 멀다하고 다
녀가는 편이니 영경이를 볼때마다 약속이 복습되서 잊을래야 잊을 수도 없다.  잊고 있었던건 아들 영호네의
진심이었다.   
  
내 짐작으론 영호가 친딸을 내게 신부감으로 주마고 약속한것이 진심이라면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영경이를
엄청 날라리에 걸레년으로 키우겠거니 싶었던거다.  도덕심이 결여된 아이가 아니라면 어찌 친할아버지에게 몸
을 바칠 수 있겠는가 하는 것이 내 짐작이었다.  그런데 영호는 그와는 정반대로 지 딸 영경이를 엄청 엄하고 반
듯하게 키우고 있다.  옷은 언제나 단정하게 입히고, 말투는 절대로 되바라져선 안되고, 집에서 엄마가 만들어주
는 것이외에는 모두 허락을 받은 뒤에야 사먹을 수 있고, 어디로 가는지 누구와 노는지 무엇을 하는지 하나도 놓
치지 않고 보고해야 한다. 
  
유일한 예외가 할아버지인 나하고 있을 때뿐이다.  나하고는 뭘하던 어디로 가던 일일이 보고할 필요가 없고
무엇을 먹고 어떤 걸 사던 허락받을 필요가 없다.  내가 영경이의 유일한 해방구인 셈이다.
  
난 영호가 아이를 키우면서 정이 들고 장래를 고민하게 되면서 생각이 바뀌었다고 단정지었었다.  그래서 그런
약속 따윈 잊어버리자 스스로 다짐했었다.  그래서 열심이던 운동도 몇 년 전부터 흐지부지 되었고, 내 배는 어
느덧 요즘 아저씨들 사이에 유행이라는 원팩짜리 똥배로 변해버렸다.  변함이 없는 것은 다만 아들 영호네가 꼬
박꼬박 보내주는 홍삼이며 장어즙같은 보양식품을 여전히 챙겨먹는다는 것뿐이다.
   
   
  [숙경이 너 혹시..  나 모르게 영경이한테 좆물 먹이고 있었던건 아니구?]
  [아니요.  어떻게 제가 이렇게 중요한 일을 당신 모르게 결정해요.  당신 허락이 내려야죠.]
   
  [하긴.  숙경이 니가 내 좆물을 따로 챙기는건 나도 본 적이 없으니까..  어떻게 했으면 좋겠어, 그럼?]
  [당신이 좀더 수고하셔야죠.]
  
  [내가?  내가 왜 수고를 해?]
  [그럼 누구 좆물을 먹여요?  우리 집에 남자가 당신 말고 누가 또 있다고.]
  
  [내 좆물을 우리 영경이한테 먹이자고?]
  [네.  뭘 그리 놀라세요?  당연한 얘기를 가지고.]
  
  [그래도 그렇지.  내 좆물을 어떻게 딸애한테 먹여?]
  [젖이 커진다는데 먹여야지 어떡하겠어요, 그럼.  왜요?  싫으세요?]
  
  [남자 손 안타게 잘 키워서 아버지 드리려는건데 내 좆물을 먹이는건 좀 그렇다.]
  [그럼 아버님 좆물을 먹이자구요?]
  
  [그게 도리 아니겠어?  아무리 내 딸이라지만 아버지 여자가 될 앤데..]
  [매일같이 아버님 좆물을 빼다 먹이면 아버님 몸이 참 남아나겠네요.  우리 영경이랑 신방 차리기도 전에
   몸져 누우실걸요?]
  
  [그럴까?]
   
허걱.  이거 이거 돌아가는 얘기가 장난이 아닐세.  가만 있자.  달라면 내가 매일 줄 수는 있나? 
힘들거 같은데.  마누라 몸에도 일주일에 한 번 올라탈까 말까 하는데..
  
   
  [그럼 그냥 한 1, 2년만 더 두고보던가요.  서두르지 말고..]
   
  [안돼.  무슨 일이 있어도 내년 14살 생일날에는 둘이 결혼식 올리게 해줘야돼.]
  [일곱 달도 안 남았어요.]
   
  [숙경아, 일단 그 아가씨 말대로 해보는걸로 하자.  내 좆물로 하던, 아버지 좆물로 하던..]
  [킥..  어쩌면 둘 다 힘써야 할지도 몰라요.]
  
  [그건 또 왜?]
  [아버님이 글래머를 좋아하시잖아요.  아버님 취향에 맞추려면 우리 영경이한테 좆물을 가능한 한 많이 먹
   여야할 거 아니에요.  그러니 한 명분으로 되겠어요?]
   
  [큭큭..  농담할 일이 아니야 지금.  내 체면이 걸린 문제라고..  당신 체면도 그렇고..]
  [내 체면은 왜요?]
  
  [장모보고 결혼한다잖아.  영경이 가슴이 납작해봐.  아버님이 누구 탓을 하겠어?  장모 젖은 이렇게 큰데
   딸은 어떻게 키워서 그 모양 그 꼴이냐고 트집잡으실 것 아냐.]
   
영호녀석이 어머니의 젖꼭지를 잡고 주욱 당겨 흔들며 장난을 쳤다.  말투나 손버릇은 딱 망나니 손자놈이다. 
   
  [아이, 애가 아직 어려서 그렇지, 어떻게 제 탓이에요?  두고보세요.  우리 영경이 젖이 얼마나 커지나.
   그때 가서 내가 자기한테 꼭 사과받고 말거야.]
  [영경이한테 우유 먹이랬더니 숙경이 니가 다 뺏어먹은거 아냐?  그러고보니까 우리 숙경이 젖이 전보다 더
   커진거 같은데?]
  
  [히잉, 커지긴 뭐가 더 커져요?  농담할 일 아니라면서 장난치고 있어.]
  [큭큭..  엄마소도 얼룩소라는데 왜 우리 영경이는 숙경이 너처럼 젖소가 아니냐고?  어?]
  
  [아이 참.  영경이도 곧 젖소 될거라니깐요.  아직 어려서 그렇다구요.  그러는 자기 좆은 왜 아버님처럼 대
   대갈장군이 아니에요?  네?  나도 좀 따져봐야겠네.  자기 좆대가리는 왜 아버님 안 닮은 거냐구요.]
  [억울하면 아버지한테 가서 따져라.  내가 나았냐?  우리 아버지가 나았지.  그걸 왜 아들한테 따져?]
  
이런 제길.  괜히 나한테 불똥이 튀네.  이치로는 아들 좆은 아빠 탓이고, 딸 젖은 엄마 탓인게 맞는거 같기도
하다.  영경이 가슴이 작은건 아무래도 어머니 탓인거 같아요, 어머니.  그러니 더 따지지 마세요.  영호, Win.
  
  
  
  [그건 그렇다치고..  거기는?  거기는 매일 핥아주고 있는거지?]
  [아유, 말도 마세요.  요전 날에는 애가 중간에 깨는 바람에 얼마나 놀랬는지 몰라요.]
   
  [언제?  어제?  그제?]
  [말고 저번 일요일 낮에요.  당신이 잠깐 나갔을때 애가 낮잠을 곤히 자는 것 같아서 혀를 댔더니 눈을 비비
   고 일어나지 뭐에요.]
  
  [뭐하러 그랬어?  밤에 깊이 잠들었때만 핥아주라니까.] 
  [자주자주 핥아주는게 더 좋을것 같아서 그랬죠.  혹시 그 덕에 가슴도 같이 커지지 않을까 싶기도 했구요.]
   
  [영경이는 모르지?]
  [어린애라 잠이 금방 확 깨진 않잖아요.  제가 얼른 입 떼고 딴청 피웠더니 잠결에 오줌 지린 줄 알고 오히려
   지 잘못으로 생각하더라구요.  팬티 갈아입히고 모른 척 했어요.]
  
  [잘 했어.  그리고 애가 혼자 손장난 않게 단속 잘 해.]
  [네.  그건 걱정마세요.]
   
  [1년 넘었지?  우리 영경이 클리토리스가 많이 민감해졌겠는걸?]
   
  [그 날도 제가 공알을 까서 혀로 몇 번 안 핥았는데 애가 몸을 바르르 떨더니 깨버린 거에요, 글쎄.  얼마전
   까지만 해도 오줌을 쌀 정도로 빨아대도 세상 모르고 잘만 자던 아이가..]
  [신방차리는 날 아버지께 미리 말씀드려놔야겠군.  우리 영경이 흥분하면 오줌싼다고..]
   
  [뭐하러 미리 말씀을 드려요?  어련히 아시게 될걸.]
  [미리 이것저것 말씀을 드려놔야지.  어려서 아무 것도 모를거라는 생각에 어려워만 하시면 안되잖아.  지금
   도 영경이라면 어디 다칠까봐 금이야 옥이야 조심하시는데..]
 
  [처음부터 너무 잘 알면 재미없지 않을까요?  알아가고 가르치는 재미라는게 있는건데..]
  [그런가?  듣고보니 그도 그렇네.]
   
  [둘이 어떻게 하는가 보고 그때 가서 귀띔을 해드리면 되지 않겠어요?]
  [그게 괜찮겠다.  역시 넌 생각이 깊어.  내가 당신한테 배울게 참 많아.]
  
영호가 칭찬의 뜻으로 어머니의 젖가슴을 어루만졌다.  나는 전혀 뜻밖이어서 놀란 입을 다물지 못했다.  영경이
의 성감을 민감하게 만들기 위해 어머니가 밤마다 몰래 핥아주고 계셨다니.  빨리면서 오줌을 쌀 정도로 영경이가
느끼게 됐다니.  그런 일이 벌어지고 있으리라고는 상상도 할 수 없을만큼 영경이의 눈망울은 맑고 순수하기만
하건만..
  
나와의 말도 안되는 약속때문에 영호네가 딸 영경이에게 큰 죄를 짓고 있는게 아닌가 싶어 겁이 덜컥 났다.
조선시대도 아니고, 부모가 정해준 사람과, 이미 결혼을 해서 두 아이를 둔 유부남과, 게다가 자신의 친할아버
지와 결혼해야 한다면 영경이가 납득할 수 있을까? 
   
  
  [영호씨 뜻이 워낙 강경하시니까 따르고는 있지만..  솔직히 마음이 편치 않아요.]
  [알아 나도, 니 마음..  나라고 영경이가 불행하길 바라겠어?  영경이에게도 좋으면 좋았지 나쁠 일은 없으
   니까 너무 걱정하지마.  다 잘될 거야.]
  
  [그래도 14살은 너무 어린데..]
  [준비가 정 덜 됐다싶으면 한 1년 정도는 늦출수도 있어.]
  
  [15살도 어리긴 매한가지에요.]
  [요즘 15살이 당신이나 내가 15살이던 때랑은 판이하게 달라.  얼마나 조숙하다고, 요즘 애들이..]
   
  [하긴..  밖에서 겉멋 든 남자애들 놀잇감 되고 상처받느니 당신 말대로 하는게 나을 것 같긴 해요.]
  [그래.  우리 영경이 첫경험을 잘 시켜주자구.  아버지도 영경이를 저렇게 예뻐하시잖아.  얼마나 행복
   하게 해주시겠어.]
   
  [맞아요.  제 아들이라서가 아니라 참 듬직하고 믿음직해요.  잘 생기기도 했구요.  다만 한 가지..]
  [한 가지 뭐?]
  
  [아버님이 초혼이 아니신데다가..  우리 영경이가 따지고 보면 첩인 셈이라..  그게 좀..]
  [그게 흠이긴 하지.  그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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