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돌아 올 수 없는 강을 건너...<2부>
2부
그래서 “never too late to start” 란 말이 있는 것 같습니다. 제가 만약 무슨 일을 6개월 전에 시작했다면 벌써 그 일을 6개월 동안 하고 있다는 것이고, 그것은 저를 변화 시켜 왔겠지요. 금연을 했었다면 그만큼 건강해 졌을 것이고, 웨이트를 시작했다면 그만큼의 근육이 생겼을 것이고, 영어를 공부했다면 최소한 180개의 새로운 단어를 얻었을 것이고… 6개월전에 전 ‘이 나이에 뭘 시작해서 뭐하나’ 란 생각으로 아무것도 시작하지 않았고, 6개월이 지난 지금 근육없는 전 여전히 담배를 피고 있고, 지나간 6개월을 아까워 하고 있네요. 그리고 또한 “지금” 이 순간 뭔가 의미있는 것을 시작하리라 결심하고 있습니다. 여러분도 그 무언가를 하고자 하신다면 “지금” 시작하시는 것이 어떠실지 조심스레 말씀드려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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쓴웃음을 지었다. 청소부로 가면서 자가용을 몰고 가는 것은 말이 도지 않았기 때문이다.
관리사무실로 들어갔다. 간단한 서류 작업 후에 정숙은 자신이 할 일을 지시 받았다. 일하는 청소부 아주머니는 정숙 외에 두 명이 더 있었고, 둘 모두 거기서 3년 이상을 일해왔다. 정숙이 맡은 일은 모든 층의 화장실 청소였다. 업무시간은 9시부터 4시까지 였고 일당은 5만원 이였다. 빌딩 대부분을 유흥업소들이 쓰고 있었고 화장실은 각층마다 남녀 화장실 하나씩 있었다. 그런 빌딩의 화장실을 가본사람들은 알 수 있듯이 그런 화장실은 모든 업소의 손님들이 쓰는 까닭에 그 지저분 함은 말할 수가 없다.
정숙은 트레이닝 복으로 갈아입고 청소도구를 들고 8층의 남자 화장실부터 들어갔다. 화장실 문을 여는 순간 정숙은 심한 구역질을 느꼈다. 코를 찌르는 암모니아 냄새와 여기저기 퍼져 있는 술 취한 사람들이 게워놓은 구토의 찌꺼기, 좌변기가 막혀 바닥에 흘러 넘쳐 있는 대변의 찌꺼기 들은 비위가 원체 약한 정숙이 참을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몇 번의 구역질을 참아내고 정숙은 먼저 바닥에 있는 휴지들부터 주워나갔다.
소변기에 묻어있는 소변의 흔적들을 닦아 낼 때에는 그 역한 냄새에 숨을 참아야만 했다. 하지만 막혀있는 좌변기를 치우는 것은 어떻게 할 방법이 없었다. 할 수 없이 다른 청소부 아주머니한테 도움을 청했다. 좌변기가 막혀있으니 어떻게 하면 좋으냐고. 그 청소부 아주머니는 먼저 변기 안에 있는 휴지들과 내용물들을 손으로 모두 드러낸 후에 변기 뚫는 것으로 막힌 곳을 뚫어야 한다고 했다. 오줌과 대변 투성이의 변기에 손을 집어넣은 것이 도저히 상상이 가지 않아 변기를 뚫어주는 사람을 불러야 되지 않느냐고 물었지만 그 아주머니는 정숙에게 황당하다는 듯이 이야기했다. 그걸 화장실 청소하는 사람이 치워야지 누가 치우냐고. 그래서 돈을 받는 것이 아니냐고. 자신도 그 일은 몇 년이고 했다고 했다.
화장실로 돌아온 정숙은 막막했다. 아무리 고무장갑을 낀다고 하지만 어떻게 저 변기 속에 손을 집어넣을 수 있는지 엄두가 나지 않았다. 몇 십분 간을 주저한 끝에 숨을 참으면 변기 속으로 손을 넣었다. 그 불쾌한 미끌 거리는 감촉에 황급히 손을 빼내다 그만 변기 속의 물이 정숙의 얼굴과 옷에 몇 방울 튀었으며 동시에 정숙은 참았던 구토를 하기 시작했다. 얼마나 역했기에 정숙의 구토는 한동안 그칠 줄 모르고 계속되었다. 구토가 멈추자 정숙은 북 받혀 오르는 서러움에 울기 시작했다. 자신이 이러한 일을 하는 것이 꿈인 것만 같았고, 항상 깨끗한 곳만 다니던 정숙에게는 이러한 일이 감당이 되질 않았다. 한참을 울다, 다시 한번 민재의 얼굴을 떠올리며 다시 하던 일을 계속했다. 이 자리도 너무나 힘들 게 찾은 것이 기에 이자리 에서 짤린다면 다른 곳을 찾을 수가 없을 것 같았다. 그리고 다른 곳으로 가더라도 더 편한 일이 있을 것이라곤 기대 할 수가 없다. 흐르는 눈물을 훔치며 겨우겨우 그 화장실 청소를 마무리 할 수가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너무나 많이 걸렸다. 다른 사람이면 30분정도가 걸렸을 것을 정숙에게는 2시간 반이 걸렸다.
4시가 되자 관리사무소 직원이 점검을 하러 나왔고 노발대발 했다. 정숙이 겨우 반정도의 일을 마쳤기 때문이다.
“아줌마, 이게 뭡니까? 지금 장난 하는 겁니까? 누구 목 짤리는 꼴 볼라고 이러는 거요?”
“죄송합니다. 처음이다 보니 모르는 것이 많아서 시간이 많이 걸렸습니다. 용서해 주세요.”
“아니 아무리 처음 이래도 그렇지, 이건 너무 늦잖아. 에이 씨발, 첨에 경험 없다고 했을 때 쓰는 게 아니었는데. 여하튼 오늘 일당 받을 려면 나머지 화장실 청소 다 끝내고 가요. 나한테 검사받고. 5시부터 업소들 문여는데 이거 큰일이구만. 또 욕 듣게 생겼네, 씨발. 그리고 내일 부터는 아줌마 나오지 마쇼”
“죄송합니다. 한번만 한번만 봐주세요. 정말 내일부터는 열심히 일하겠습니다. 처음이래서 그렇지 내일부터는 더 빨리 할 수 있어요”
“아 됐고. 부탁해도 소용없으니까 그렇게 알고 있어요. 딱 볼때부터 이런 일 못하게 생겨서 괜히 뽑았다고 생각했는데 역시나구만”
그 말을 던지고는 그 직원은 가버렸다. 옆에 있던 다른 아주머니가 안쓰런 얼굴로 사정이 딱한 것 같으니까 청소를 도와주겠다고 했다. 같이 청소를 하며 아주머니와 이런 저런 이야기를 정숙은 나누었다.
“아줌마는 나이가 몇이유? 보아하니 이런 일하고는 별로 어울릴 것 같지 않은데. 우리같이 오래 일한 사람은 딱 보면 알아. 아줌마는 이일 오래 못해. 소질도 없고”
“올해 43이에요. 남편 사업이 어려워져서 생활비 벌로 나왔어요. 아주머니 저 정말 이 일 오래 못할까요? 차츰차츰 나아지지 않겠어요?”
“아줌마는 힘들어. 일단 힘도 쌔어 보이지도 않고. 그리고 이일 할려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아줌마 같은 사람을 계속 써주겠어. 안돼. 딴 자리 알아봐. 다른 기술 같은 것 없나 보우?"
“없어요. 나이도 많구, 다른 데도 알아봤는데 일자리 찾기가 너무 힘들더라구요”
“음… 고민되겠네. 나이가 많고 경험도 없고. 사정은 딱한 것 알겠는데. 머라 해줄 말이 없네”
“그 관리소 직원한테 아주머니께서 말씀 좀 해주시면 안될까요? 정말 절실해서 이러는 거예요”
“아 글쎄. 사정 딱한 지는 알겠는데. 나도 해줄 수 있는게 없어. 나 안짤리는 것도 다행으로 생각하고 있거든. 미안허이. 정 너무 힘들다면 노래방 도우미라도 함 알아봐. 친구 이야기 들어보니까 변두리 노래방은 나이 많은 아줌마도 써준다고 하는 것 같은데. 친구도 이일 때려치우고 노래방 도우미로 일하는데 수입이 꽤 좋은가봐 하는 일에 비하면. 여기서 뼈빠지게 일해도 일당 5만원이지만, 거기선 20만원 정도는 버나 보던데. 일도 그렇게 힘들지 않고. 머 당연히 마음이 내켜야 겠지만”
“노래방 도우미요? 그건 어떤거에요?”
“참나, 아직 그것도 몰라요? 그것 노래방에서 손님들 노래 할 때 분위기 맞춰 주면서 같이 놀아 주는 거예요. 같이 노래 불러주고 술 따러주고… 아 당연히 몸 파는 건 아니고. 아줌마는 얼굴이 반반하게 생겨서 잘하면 자리 하나 구할 수 있을지도 모르는데. 그것도 경쟁이 치열하다우. 숫컷들이 점점 나이어린 여자 원하지, 얼굴 반반해야되지. 몸매 좋아야지. 나도 미모만 되면 이 힘든일 때려치우고 좀 쉽게 돈벌어 보고 싶다우. 하지만 내 몸매나 얼굴 생각 하면 어림도 없지”
“정말 술만 따러주고 노래만 같이 불러주면 되는 건가요?”
“나도 잘은 모르지만 친구 년이 그렇다니까 그런가 보다 하는 거지 머”
다음날 아침 정숙은 남편과 아이들을 보내놓고 인터넷으로 노래방 도우미에 대해서 검색하기 시작했다. 검색결과 정숙은 그 도우미라는 직업이 직접적으로 몸은 팔지 않지만 어느정도의 스킨쉽은 요구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그 청소부 아주머니 말대로 시간에 비해서는 꽤 괜찮은 수입을 올릴 수 있다는 것도 알았다. 하지만 스킨쉽을 요구한다는 것을 알게 된 순간 정숙은 거기에 대한 생각을 완전히 접었다. 그것도 그럴 것이 남편이외의 다른 남자와는 손도 제대로 잡아 보지 안았고, 정숙의 지극히 보수적인 가풍상 그건 있을 수도 없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더욱이 남편 종원도 섹스에 특별히 관심이 업었기에 그 흔한 오럴섹스도 한번 도 해본적이 없고, 항상 정상위 만을 해왔다. 그 횟수도 신혼이후에는 1달에 많아야 2-3 번정도이고, 지금은 거의 연중행사나 다름없다. 섹스에 무지한 정숙이었기에 그것을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친구들과도 섹스에 대해 대화를 나누는 것이 비정상적이라고 느끼는 정숙이었기에 친구들과도 남편과의 잠자리에 대해서는 이야기를 나누지 않았다). 정숙은 단호히 도우미에 대한 관심을 접고 다른 일들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하지만 40 이 넘고 경험도 없는 여자가 일자기 찾기가 쉽겠는가. 그렇게 시간은 흘러 겨울이 오고 아이들은 방학에 들어갔다. 이제 민재는 고3에 들어가고 막내 민성은 고1에 올라간다. 남편의 사업은 빛이 보이지 않는 터널속에서 계속 재도약의 발판을 만들기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도통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집으로 가져다 주는 수입은 계속해서 줄 수 밖에 없고. 이제 민성도 고등학교에 올라가니 그 사교육비는 생각만 해도 답답할 따름이었다. 예전에는 우습게 보이던 일 이백만원이 요즘에 와서는 이렇게 크게 보일 수가 없다. 백만원만 있어도 a급의 강사는 아닐지라도 b급의 강사한테 민재의 영어과외를 시킬 수 있을텐데. 민재뿐만 아니라 민성의 교육은 또 어떻게 하고. 집과 차 모든 은행에 저당 잡혀 있어 그것을 팔아 목돈을 마련할 수도 없다. 그러는 중에 민재의 성적은 곤두박질 치기 시작하였고, 아예 공부에 관심을 잃은 듯 보였다. 그렇게나 밝던 아이가 침울하게 변해갔다. 항상 한국 최고의 공학박사가 될것이라고 자신있게 말하던 신념에 찬 목소리는 더 이상 들을 수 가 없다. 정숙은 자기 때문에 아니 부모 때문에 아이의 꿈을 좌절시키는 것 같아 미칠 것 만 같았다. 매일 밤을 울음으로 지새다 더 늦기 전에 어떻게라도 돈을 벌어 아이들의 꿈이 실현 될 수 있게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렇게 그냥 맹목적으로 남편의 사업이 잘 되기 만을 바라다 아이들이 어긋난 방향으로 나가면 죽어서도 눈을 감을 수가 없을 것 같았다. 정숙은 마지막으로 선택할 수 있는 길은 노래방 도우미뿐이라고 생각했다. 몸을 팔지 않으니까 괜찮다며 자신에게 최면을 걸며 할 수 있다고 아이들을 위해서 자신 한 몸 이야 희생할 수 있다고 되뇌었다.
사람은 밤에는 돈키호테가 되고 아침이면 햄릿이 된다고 했던가. 그렇게 잠자리에서 한 결심은 아침만 되면 떠오르는 태양에 의해 나약해져만 갔다. 열흘 밤낮을 더 고민하다 정숙은 벼룩 시장란에 노래방 ‘도우미 급구’ 란을 찾아보기 시작한다. 10군데도 넘게 전화를 해보았지만 정숙을 써 주겠다는 곳은 한군데도 없었다. 나이가 너무 많다는 것이다. 하기 싫은 일이라도 막상 그 기회를 찾는 것이 힘들다는 것을 인지한다면 사람은 더욱 조바심을 내기 마련이고 그 일에 대해 매달리게 된다. 정숙은 포기하지 않고 20여군데를 전화해보았지만 얻은 수확은 아무 것도 없었다. 그러다 문득 정숙은 몇 달 전 하루 같이 일했던 청소부 아주머니가 해준 이야기를 떠올리고 서울 외곽에 위치한 업소로 타겟을 정하여 전화를 하기 시작했다. 몇시간 끝에 도봉구에 있는 한 노래방, ‘만남’ 으로부터 내일 한번 면접을 보러 오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튿날 아침, 정숙은 아들들의 얼굴을 떠올리면서 자꾸 약해져만 가는 결심을 다잡고 외출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도대체 어떤 옷을 입어야 될지 몰랐다. 정숙이 가진 옷은 유명 디자이너들의 옷으로 모두 무릎길이의 치마에다 색깔이나 디자인이 모두 단정한 계통의 옷들 뿐이었다. 정숙은 그 중에서 그나마 색깔이 밝은 투피스에 회색 스타킹을 신고 도봉역으로 가는 전철에 올랐다. 가면서도 정숙은 아무리 자식을 위한 길이라지만 이렇게 까지 해야되나는 생각에 수백번도 넘게 지하철에서 내릴까 고민했지만 현실을 생각할 때 이길 밖에 없다는 생각에 일단 한번 면접이라도 봐야겠다고 최종 결심을 내렸다.
‘만남’ 노래방은 도봉역으로 부터 한 10분 떨어진 골목 후미진 곳 빌딩 지하에 위치하고 있었다. 노래방 앞에서 망설이길 30분여 만에 정숙은 문을 조심스레 열고 카운터로 향했다. 노래방 규모는 밖에서 보는 것보다 훨씬 컸다. 적어도 방이 20 개 이상은 되는 것 같았다. 카운터에는 50대로 보이는 사장인 듯한 아주머니가 앉아 있었다.
“저기요, 안녕하세요. 어제 전화로 도우미 문의 드린 사람인데요”
사장아줌마는 읽던 신문을 포개서 옆에 두고 아무말도 없이 아래위로 훑어보며 말했다.
“나이가 43 이라고?”
다짜고짜 하는 반말에 정숙은 약간 당황했지만 자기보다 나이가 많기에 아무런 내색도 하지 않았다.
“네”
“나이가 많이 많네. 여기서 일하는 제일 늙은 년이 38이야, 경숙이라고. 요즘 손님들이 나이 많은 여자 들여보내면 툭하면 뺀지를 놓아서 35살 이상은 안받아. 그나마 나이 많은 년 찾는 젊은 단골 손님이 있어 그년도 여기 일하고 있는거야. 그 손님이 한번 오면 매상을 많이 올려주거든. 그런데 그년이 이제 못나온다고 해서 당신보고 한번 나와보라고 한 거야. 얼굴은 그럭저럭 반반한 것 같고. 몸매도 그만하면 된 것 같고. 한 40쯤으로 봐주겠는데”
정숙은 이년 저년 하는 말과 늙은 년 어쩌네 하는 말에 심한 모멸감을 느꼈다. 그냥 박차고 나갈 려고 했지만 이야기나 끝까지 들어볼 심정으로 꾹 참았다.
“이런 데서 일한 경험은 없다고 했어?”
“네”
“음.. 이런 데서 일 할 려면 어떻게 해야 되는지 알고는 왔어?”
“솔직히 잘은 모르지만, 같이 노래 불러주고 술 따라 주면 된다고 알고 있어요”
“대강은 아네. 근데 막상 일해보면 많이 다르지. 손님들이 술 취하면 몸도 더듬고 키스도 하려고 들지. 이차 가자고 떼를 쓰는 사람도 있고. 물론 2차를 가는 것은 전적으로 여종원의사고 나는 관심없어. 그리고 남자손님들이 치근덕 거리는 것은 당신이 잘 처신해야돼. 손님 기분 상하지 않게. 기분상하면 다시 여기 안오거든”
“저……… 손님들이 심하게 행동하는 가요? 그리고 2차는 꼭 갈필요 없는 거죠?”
“그건 손님마다 다르지. 내가 어떻게 손님취향을 다 알아. 그리고 술취한 남자놈들이 어떤 행동을 할 지 내가 어떻게 알겠어. 그건 당사자가 알아서 해야지. 돈 벌기가 쉬운 줄 알아? 거두절미하고 시간당 당신한테 떨어지는 몫은 2만 5천원이고 잘하면 손님들한테 팁도 받을 수 있고. 경숙이 소개시켜줄 테니까 궁금한 것 있으면 다 물어봐. 그 년 오늘이 마지막 날이니까. 잘 듣고 판단 제대로 해. 나중에 울고불고 이런 줄 몰랐다면 딴소리 하지 말고. 결정은 오늘까지 해. 못하겠다면 바로 딴사람 알아봐야 하니까. 아 그리고 술은 적당히 할 줄 알지? 매상 올릴려면 손님 술 빨리 마셔 없애야 된다. 매상 많이 끊으면 보너스 도 있으니까 당신한테도 좋고”
경숙을 소개 받은 정숙은 이것저것에 대해 자세히 물어봤다. 경숙은 나이 많은 정숙이 안쓰러워 최대한 자신이 아는 범위 안에서 자세히 가르쳐 주었다. 경숙에게 들은 이야기는 약간 당황스러웠다. 남자들이 가슴은 기본적으로 당연히 만 질 수 있다고 알고 있고, 다른 여자들도 다 허용하고 있다고. 부르스도 기본으로 춰줘야 하고, 그 와중에 대부분이 팬티 속으로 손을 넣을려고 하고 키스를 하려고 한다고. 손님이 마음에 들면 어떤 여자들은 팬티 밖으로 애무하는 정도는 허용한다고 하지만, 이것을 기술적으로 손님 기분 상하지 않게 튕기는 것은 여자들 능력이라고 했다. 첨에는 힘들 것이라고 했지만 몇 시간 일해서 하루에 십만원 이상 버는 일 중에 이것보다 쉬운 일은 없다며 잘 생각해 보라고 했다. 그리고 일할 시간에는 야한 옷을 입어줘야 하고 화장도 찐하게 해야 한다는 말도 해주었다. 더욱이 나이가 많은 여자일수록 더욱 더. 경숙의 이야기를 다 들은 후 정숙은 머리가 어지럽고 메쓰거워 더 이상 있지를 못하고 주인 아주머니 한테 오늘 저녁까지 전화를 주겠다는 말과 함께 밖으로 뛰쳐 나왔다.
집으로 오는 와중에도 일면식도 없는 남자가 자신의 가슴을 만진다는 생각을 하니 몸서리치게 싫었다. 온몸에 벌레가 기어 다니는 기분이었으며 도저히 상상이 가지 않는 일이었다. 집으로 오는 내내 이건 자신이 할 일이 절대 아니다 란 생각이 들었지만 돈의 유혹은 떨쳐내기가 쉬운 것이 아니었다. 하루에 5시간 일한다고 해도 하루에 기본적으로 들어오는 돈이 12만 5천원이고 일주일에 5일만 일한다고 해도 한 달에 2백 5십 만원이라는 거금이 들어온다. 이 돈이면 당장 필요한 민재와 민성의 과외를 해결 할 수가 있다. 거기다가 팁까지 생각한다면 더욱 더 많은 돈이 들어올 것이기에. 집에 와서 눈물을 흘리며 민재의 사진을 보면서 물었다. 과연 엄마가 이 일을 해도 되는지. 민재는 말하고 있었다. 친구 경수에게 다시 이기고 싶고 원하는 꿈을 펼치고 싶다고. 정숙은 알겠다고 화답했다. 엄마는 괜찮을 거라고 너희들만 행복하다면 엄마는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너희들의 꿈을 지키게 해 주겠다고.
전화를 들어 노래방 주인한테 전화해서 내일부터 일을 하기로 했다. 시간은 오후 1시부터 6시까지. 밤 타임보다는 손님이 뜸한 시간이지만 할 수 없었다. 밤에 일하러 나갈 핑계거리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동대문으로 나가서 경숙이 말한 것처럼 야한 원피스와 투피스 몇 개를 사왔다. 항상 명품만 입었던 그녀는 자신이 이런 싸구려 옷을 입어야 한다는 생각에 다시 한번 설움이 북 받혀 올라 다시 한번 서럽게 울었다.
크게 쉼 호흡을 하고 어제 산 옷을 쇼핑백에 담아 노래방으로 향했다. 노래방 앞에서 다리가 후들후들 떨렸지만 입술을 악물고 문을 열었다.
“안녕하세요”
“앞으로는 사장님이라고 부르고, 이름이 머야? 주민등록증 줘봐. 우리도 신분 검사 정도는 해야 하거든. 불법이민자 고용하면 우리 골 아퍼. 워낙 우리말 잘하는 조선족이 많아서 말이야”
“이름은 장 정숙 이구요, 주민등록증은 꼭 드려아하는 가요?”
“당연하지. 여기 일하는 애들 주민등록증 카피 다 떠놓았어. 가계 돈 들고 튀면 골 아프거든”
정숙은 주민등록증을 주는 것이 약간 꺼렸으나 할 수 없이 주인한테 주었다. 카피를 한 주인은 되돌려주며 말했다.
“가서 옷 갈아 입고, 화장 좀 찐하게 해라. 옷은 가져왔지? 재혼 할 사람 찾으러 온 것도 아니고, 그게 머냐. 나 원래 여기서 일하는 그런 사람 아니예요 하고 광고하러 왔냐?”
정숙은 아무 대꾸도 못하고 사장이 안내해준 방으로 가서 옷을 갈아 입고 화장을 찐하게 고쳤다. 거울로 비친 얼굴이 딴 사람 같았다. 난생처음으로 이렇게 찐한 화장을 한 것이니 그럴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다시 한번 눈시울이 붉어졌으나 꾹 참았다.
옷을 입고 나와 주인과 함께 아가씨 대기실로 갔다. 들어가니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으로 보이는 아가씨가 세 명 있었다.
주인은 서로를 소개 시켜 준 다음, 아가씨들 중 나이가 제일 어린 여자한테 말을 했다.
“경애야, 아줌마 화장 좀 새로 고쳐줘라. 원 그렇게 찐하게 하라고 했는데도 저러고 있네”
“알겠어요 사장님” 경애는 대답했다.
정숙은 지금 한 화장도 충분히 찐하다고 생각했기에 당황스러웠다. 경애는 정숙더러 자기 앞에 와서 앉으라고 하고 자신의 화장통을 꺼내었다. 그리고 나서 정숙의 화장을 고쳐나가기 시작했다. 눈에는 파란색 색조화장을 찐하게 하고, 연분홍색 루즈는 지워버리고 새 빨간색으로 다시 칠했다. 양 볼에는 분홍색 파우더를 듬뿍 찍어 발랐다. 순식간에 고고하던 정숙의 얼굴은 없어지고 대신 술집 여자의 얼굴이 나타났다.
간혹 아가씨들이 묻는 말에 대답을 해주면 정숙은 멍하니 앉아 있었다. 다른 아가씨들이 피는 담배연기에 눈이 따갑고 목이 아팠으나 이 방에서 대기하란 사장 말에 구석에서 쪼그리고 앉아 있었다. 그러는 중에 다른 아가씨들은 다 손님방으로 불려갔다. 약 30분 정도 있다가 주인이 정숙을 호출했다.
“104 호실로 가봐. 혼자 온 손님인데 30 대 초반 정도야. 첨이라고 떨지말고 되도록이면 손님 비위 잘 맞춰주도록 하고”
심장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도저히 용기가 나지 않았다. 침은 바짝바짝 말라 들어갔고, 손과 발에는 땀이 고이기 시작했다. 한참을 머뭇거리고 있자. 사장이 버럭 화를 낸다.
“지금 머하는 거야. 손님 그냥 가게 만들래? 너 지금 이게 장난처럼 보이니? 손님 그냥 가게 되면 너가 손님 매상 다 물어내야 되니까, 좋은 말 할 때 빨리 들어가, 알았어”
정숙은 후들후들 떨리는 다리에 힘을 주고 입술을 깨 물며 천천히 104호실로 향했다.
“아..안녕하세요. 바…반갑습니다. 명희 라고 합니다.” (명희는 정숙의 술집 가명이다)
“어. 머야. 왜 이렇게 늙었어. 씨발, 주인 불러. 이것들이 사람 데리고 장난 치나?”
사내는 방문을 열고 주인을 목청껏 불렀다. 주인은 빠른 걸음으로 달려와서 손님을 진정 시켰다.
“손님 우리 명희가 잘 못 한 게 있나요?”
“아니 씨발 오랜만에 젊은 아가씨하고 느긋하게 놀려고 왔는데 이게 지금 머하는 겁니까? 지금 나더러 나이 40 처먹은 여자랑 아까운 돈 날리며 놀라는 거요, 머요?”
“손님, 지금 젊은 아가씨들이 다 다른 방에서 손님 받고 있어서 그래요. 오늘 이 아가씨 처음 온 날이니까, 다른 아가씨들과는 다르게 데리고 놀기 좋을 꺼에요. 나이는 좀 많아도 얼굴은 반반 하잖아요 솔직히. 손님이 한번 봐줘요”
“아 그래도 어느 정도 해야지. 할머니랑 놀라는 것도 아니고. 아가씨 없음 딴 데 가면 되고”
“ 아 알겠어요. 그럼 한 30분 만 기다려 줘요. 다른 애 금방 나올꺼니까”
사장은 겨우 손님을 진정시키고 정숙을 데리고 나왔다. 사장은 정숙에게 차갑게 말했다.
“저 대기실로 들어가 기다리고 있어. 역시 나이 많은 건 뽑는 게 아니었나. 얼굴이 좀 반반하게 생겼길래 쓰려고 했는데. 에이 속상해서 정말”
정숙은 심한 모멸감에 얼굴이 씨뻘개져 급히 화장실로 뛰어갔다. 문을 잠그고 입을 가리고 소리가 나지 않게 하고 엉엉 울었다. 너무도 창피했고 서러웠다. 첨부터 이런 일을 당할 지 몰랐다. 어디 나가서 세련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으면 들었지 이런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었다. 한참이나 나이 어린 남자에게 할머니 란 소리를 가만히 듣고 있는 자신이 싫었고, 사장한테 데리고 놀기 좋을 꺼란 소리를 들었을 때는 정말 기분이 비참했다. 한참을 울다 정신을 차리고 거울을 보니 마스카라가 번져 얼굴에 흉한 흔적을 남기면 흘려 내리고 있었다. 마음을 간신히 추스리며 대기실로 돌아와서 화장을 고치고 대기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시간 이후부터 3일 동안 정숙은 계속해서 퇴짜를 맞았고 당연히 한 푼도 벌지 못했다. 사장은 앞으로 10일 동안 이런 식이 계속 된다면 더 이상 나오지 말라고 하며, 선택 받기 위해 어떤 방법이든지 해보라고 했다. 옷을 더 야하게 입는 다 든지, 화장을 더욱 찐하게 한다든지 어떻게든 해보라고 했다.
4일째 되는 날, 3시쯤 경에 단체 손님 4명이 왔다. 손님이 4명이 왔기에, 정숙도 당연히 같이 불러 들어갔다. 여자종업원이 총 4명이었으므로 뺀지의 여지가 없었던 것이다.
손님들은 20대 후반의 대학원 생 남자들이었고, 이런데서 상당히 많이 놀아 보았던 모양인지 아가씨들이 들어오자 마자 거침없이 하대를 해대기 시작했다. 한 사내가 여자들에게 요구를 했다.
“어이 아가씨들, 우리 파트너 정해야 하니까 한번 한바퀴 씩 돌아봐. 전체적인 분위기 좀 보게”
정숙은 다른 아가씨들을 따라 머뭇거리며 제자리에서 한 바퀴 돌았다. 남학생들은 여자들을 쭉 훑어보고 나서 가위바위 보를 했다. 꼴찌를 한 학생이 투덜거리며 말했다.
“어이 거기 아줌마 내 옆에 와서 앉아”
친구들은 낄낄거리며 이모뻘이랑 파트너가 됐네 어쩌네 하면 정숙의 파트너를 놀려댔다. 그리고 정숙의 나이가 많으니 그나마 다 만지게 해주겠다며 가식적인 부러움을 보였다. 각자의 파트너가 정해지자 남자들은 각자의 파트너에 어깨동무를 하며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정숙은 파트너의 팔을 감아오자 어찌할 줄 모르다 팔을 빼기 위해 몸을 약간 비틀었지만 파트너는 쉽사리 놓아주지 않았고 더욱 더 힘을 가해왔다. 파트너는 정숙의 귀에 대고 말했다. “아줌마, 오늘 잘 놀아 주면 나갈 때 팁 많이 줄 테니까 알아서 해. 아니면 파토 놓아 버릴 거니까”
상당한 불쾌감과 함께 온 몸에서 닭살이 돋았으나 정숙은 할 수 없이 파트너의 팔을 어깨에 얹은 채로 가만히 앉아 있을 수 밖에 없었다. 다른 아가씨들은 깔끔한 손님들의 외모가 마음에 들었는지 손님들의 비위를 잘 맞춰주며 놀기 시작했다. 과일 안주를 입에 물고 넣어주기도 하고 남자들의 몸도 아래위로 쓰다듬어 주기도 하면서. 반면 정숙은 아무 것도 할 수 가 없었다. 아무리 결심을 했다지만 입으로 음식을 넣어주고 남자 몸을 더듬어 주는 것은 너무나도 어려운 일이었다. 다른 파트너들은 이 노래 저 노래 부르며 춤도 추고 신나게 노는데, 정숙은 아는 노래도 없었고 춤도 추지 못하니, 정숙의 파트너는 짜증이 차오르기 시작했고 친구들한테 불평을 털어놓았다.
“난 같은 돈 주고 이렇게 잼 없게 앉아 만 있어야 되나. 누구 나랑 파트너 바꿀 사람?”
당연히 아무도 나서지 않았다. 다운 되어 버린 분위기를 파악한 여종업원 중 한명인 경숙은 정숙을 밖으로 데리고 나가서 이야기했다.
“아주머니, 첨인 건 알지만 어느 정도는 맞춰 줘야 하잖아요? 이러다 손님들 빈정 상해서 나가면 아줌마 뿐만 아니라 저희한테도 타격이 온 다구요. 그리고 사장이 알면 당장에 그만두라고 난리 칠 껄요? 그러니까 모든 것 있고 그냥 신나게 논다는 생각으로 그냥 놀아요. 우리는 머 좋아서 이러는 줄 아세요? 다 돈 벌자고 할 수 없이 하는 거죠. 도저히 못하겠으면 내일부터 아예 나오질 마세요. 괜히 우리한테 까지 피해 주지 말구요. 알았죠?”
정숙은 아무 대꾸도 하지 못하고 머리를 끄덕일 수 밖에 없었다. 다시 들어간 후 정숙은 파트너의 비위를 달래주기 위해 술도 적극적으로 따러 주고 안주도 포크로 집어서 입에 넣어 주었다. 하지만 그건 아주 기본적인 것이었을 뿐이었고, 정숙의 파트너의 기분은 나아지지 않았다. 정숙의 파트너는 결국 앞에 나가 노는 것은 포기하고 그냥 옆에 앉혀 놓고 몸이나 주물 다가 갈 생각으로 정숙에게 술을 적극적으로 권하기 시작했다. 주량이 약한 정숙은 망설였지만 더 이상 파트너의 기분을 상하게 할 수가 없어서 조금씩 파트너가 주는 양주를 한잔 두잔 받아 마시기 시작했다. 대학교 시절 이후 거의 술에 입을 대지 않았기 때문일까 정숙은 금방 하늘이 빙빙 도는 느낌을 받았다. 주량이 약한데다 답답한 실내공간에서 대낮부터 독한 양주를 연거푸 마셨으니 당연한 결과라 할 수 있겠다. 파트너는 정숙의 혀가 약간 씩 꼬이기 시작하는 느낌을 받자 더 템포를 빠르게 하여 술을 먹이기 시작했다. 남 들처럼 잼 있게 놀지도 못하는데 그냥 술이라도 잼 있게 마시자며 정숙을 꼬셨고, 정숙은 어지러움을 꾹꾹 참으며 미안한 마음에 되도력 이면 주는 술잔을 비우려 애썼다.
하늘이 팽글팽글 돌기 시작했다. 정숙은 자기가 무슨 말을 하는 지도 제대로 인식을 하지 못했다. 어렴풋이 파트너의 손이 자꾸 가슴을 더듬는 다는 느낌이 들었고 파트너의 입김이 귓볼에 닿는 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건 있을 수 없는 일이기에 정숙은 뿌리 칠려고 노력했지만 이미 온몸에 힘이 빠진 정숙의 저항은 무시할 수 있는 정도의 것이었다. 정숙의 파트너는 기회를 놓치기 않고 정숙의 귓 볼을 입으로 빨며 가슴속에 손을 넣었다. 정숙의 팔이 그런 파트너의 손을 잡았지만 이미 술에 취한 정숙의 힘은 미약하기 그지 없었다. 한참을 가슴을 주무르다 파트너의 손은 아래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종아리 와 허벅지를 만지다 점점 치마 안으로 손이 들어갔다. 다른 사람들은 앞에서 부르스를 추며 서로의 몸을 탐하기에 정신이 팔려 정숙과 그 파트너가 무엇을 하는 지는 관심도 없었다. 정숙의 파트너는 나이에 비해 정숙의 몸이 꽤 탄력이 있다는 것에 놀라며 팬티스타킹 속으로 손을 넣어 팬티위를 애무 했다. 그리고는 곧 팬티를 옆으로 제끼며 정숙의 음핵을 살살 건드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