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프 온리 (39)
39)
언제 해가 졌을까?
뭔가 아른거리는 걸 느끼고서 눈을 뜨자 길 건너 간판의 화려한 불빛이 번쩍거리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카페 안에도 은은한 실내등들이 들어와있다.
“ 후~~”
손바닥에 땀이 촉촉하게 배인 게 느껴졌다.
그리고, 어깨에 닿은 치렁치렁한 머리카락의 향기도...
생소한 경험이었다.
이렇게 공개된 곳에서 그렇게나 달디 달게 잠을 자다니...
더군다나 너무 불편한 자세였는데도...
2주일이라는 시간 동안 격랑을 일으키던 마음 속이 잔잔하게 가라앉은 덕분일까?
실내 여기저기에 앉아있는 사람들이 보였다.
시체처럼 정신 없이 잠이 든 모습을 다 보였음에도 별로 창피한 느낌은 없었다.
그건 아마...지금 이 순간 자신을 의지하고,
따스한 온기를 전해주며 여전히 곱게 잠든 정아의 존재 때문일 것이다.
혹시나 이 맛있는 잠을 깨울까 조심스럽게 고개를 돌려 바라보았다.
자신의 한쪽 어깨에 비스듬히 흘러내린 긴 머리 결 사이로,
하얀 이마와 대비되어 길게 휜 새까만 속눈썹이 다소곳이 자리하고 있었다.
저 가지런한 속눈썹이 천천히 벌어지면 호수 같이 크고 깊은 눈동자가 나타나겠지?
보고만 있어도 마치 푸른 지중해 속을 헤엄치고 있는 것 같은 착각을 주는....
투명한 립스틱을 발랐는데도 너무나 붉은 입술에 시선이 머무는 순간,
그때의 그 부드럽고 촉촉한 감촉이 떠오르며 갈등을 하게 만든다.
이곳에 다른 사람들이 있다는 건 전혀 고려의 대상이 아니었다.
단지, 저 달콤한 입술을 지금 당장 맛보고 싶은 간절한 소망과,
너무나 행복한 얼굴로 잠든 정아의 평안을 계속 지켜주고 싶다는 마음이,
힘겨운 줄다리기를 하고 있을 뿐...
가지고 싶다.
안고 싶어 미칠 것만 같다.
민의 심장은 점점 더 강하고 빠르게 고동을 쳤다.
“ 으~응~ 아~!”
“ 괜찮아...그대로 있어...”
“ ..응...민아...”
자신의 심장소리가 너무 컸던 걸까?
아니면, 깎지를 낀 손이 열망으로 뜨겁게 달아올랐던지...
민의 마음 속이 비록 거세게 소용돌이를 치고 있었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손끝 하나 꼼짝하지 않고 지켜보는데 갑자기 정아가 깨어났다.
참으로 신기했다.
어떻게 조용히 눈만 열리는 걸까?
마치 잠을 잔 게 아니라 잠시 눈을 감고 생각에 빠졌던 것처럼...
눈을 한껏 치켜 떠 올려다보면서 깜박거리는,
맑다 못해서 약간 검푸르게까지 느껴지는 눈망울....
민은 그 모습을 계속 보고 싶어서 고개를 떼기 전에 먼저 말했다.
“ 잘 잤어?”
“ 응....”
“ 많이 피곤했나 봐?”
“ ..그것보다는 민이 너한테 이렇게 기대고 있으니까 너무 좋아....”
“ 아직도 좀 졸리는 것 같은데?”
“ 우웅~ 약간...하지만...졸리는 것보다 그냥 계속 이렇게 있고 싶어...”
“ 그러면...그렇게 해...난 괜찮으니까...”
“ 아니야...네가 힘들어...”
미처 말릴 새도 없이 정아가 고개를 떼고는 상체를 바로 했다.
찰싹 달라붙었던 몸이 떨어지면서 식어가는 따스함이 너무나 안타까웠다.
그래도, 여전히 꼭 쥐어진 부드럽고 가냘픈 정아의 손이 위안이었다.
“ 우리 그만 나가...민아...”
“ 그래...그러자...”
정아가 깼을 때부터 여기저기서 은근히 느껴지던 시선이,
두 사람이 다정하게 손을 잡은 채 일어서자 얼굴이 따끔거릴 정도로 쏟아졌다.
감탄과 질시 그리고 부러움 등등....
주연과 새미와 함께 다닐 때도 종종 느꼈던 거지만 지금은 더욱 강렬했다.
“ 후후후~”
“ 왜?”
“ 그냥...좋아서...”
“ 호호~ 나도~”
잡았던 손을 놓고서 어깨를 감싸 안자,
정아가 자연스럽게 민의 허리를 두 팔로 감으며 푹 안기다시피 기대어왔다.
그러자 당연하게, 날아드는 시선들이 더욱 뜨거워졌음은 물론,
가느다란 한숨 소리와 탄식마저 들려와 웃음을 짓게 만들었다.
“ 차를 가지고 왔었어?”
“ 응...”
카페를 나와서 정아가 끄는 대로 갔더니 차를 주차해둔 곳이었다.
서울 지리도 잘 모르는데다가 나중에 시간에 쫓길까 싶어,
민이 일부러 정아의 집에서 가까운 곳으로 찾아왔었다.
물론, 혹시나 다른 사람의 구설수에 오르지 않게,
약간의 거리를 두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차를 가지고 나올 정도까지는 아니었었다.
“ 흐음~ 남편이 차를 두고 간 거야?”
“ 아니..내 거야...결혼 전에 몰던 거...”
“ 아...그렇구나...”
집에서만 조신하게 살았다고 들었는데 전에 언뜻 상훈을 보면서 느꼈던 대로
친정 집이 꽤나 경제적 여유가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새미가 떠올랐다.
어쨌던, 쪼들리는 것보다야 낫다는 마음에 조금은 안심이 되었다.
물론, 어쩌면 이것도,
지금 자신이 새미에게 미안한 마음을 덜어보려는 얄팍한 계산인지도 모르지만...
“ 근데...차는 왜 가지고 나온 거야?”
“ 너...데려다 주려고...”
“ 나? 나야...혼자도 얼마든지...”
“ 아니...네비게이션에 찍어서 나중에 내가 혼자라도 찾아갈 수 있게 하고 싶어서야...”
“ 그, 그래?”
“ 운전하는 동안에 가는 길을 가르쳐줘...”
“ 으, 응...”
정말로 기뻤다.
그리고, 가슴이 두근거렸다.
혼자서 찾아온다니...
겉옷을 뒷좌석에다 던져두고서 시동을 거는 정아의 미끈한 다리가 눈에 들어왔다.
카페에서는 미처 의식을 못했는데,
지금 옆에서 앉은 모습을 보니 치마가 무릎 위까지 살짝 올라가 있었다.
너무나 매끄럽게만 보이는 새하얀 살결...
손가락이 꼼지락거리는 걸 애써 참으며 전방으로 시선을 돌렸다.
“ 날 데려다 주고 가면 너무 늦지 않겠어? 신랑 저녁시간이...”
“ 으, 응...괜찮아...오늘은 저녁을 먹고 온 댔으니까...
본사로 와서 새로 사람들과 사귀느라 정신이 없나 봐...일주일에 반은 술이야...”
“ 허~ 사람들도 참....그래도 신혼인데...적당히 보내줘야지...”
민은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했다.
솔직히, 정아가 남편과 떨어져 있는 시간이 조금이라도 많기를 누구보다 바라는 자신이 아니던가?
왠지 말해놓고도 겸연쩍어서 얼굴이 뜨거워졌다.
“ 흐음~ 아니..난 그게 더 편해...그 사람하고 있으면 많이 답답하거든....”
“ ....그래...”
진심으로 안쓰러웠다.
어쨌던 한참 깨가 쏟아져야 정상인 신혼인데 벌써 저런 심정이라니...
“ 저기...앞으로는 차를 세우려면 저기에다 주차해......”
“ 응...잠깐만...”
주인 할아버지가 세입자들을 위해 주차장으로 사용하는,
부동산사무실 뒤쪽의 공터에다가 차를 세우고서 네비게이션에다 입력을 했다.
앞쪽을 지나칠 때 불이 꺼진 걸 보니 할아버지는 퇴근을 한 모양이었다.
“ 차는 여기다 세우고 저 골목길 보이지? 저기로 쭉 들어오면 보일 거야...”
“ 응...알았어...”
입력을 마치고 실내등마저 끄자 상당히 어두웠다.
건물 뒤라서 비치는 불빛이 전혀 없었던 것이다.
그때 문득, 캄캄한 방 안에서 보았던 정아의 새하얀 나신이 생각났다.
목구멍이 화끈거리며 바짝 말라오는 느낌에,
침으로 축여보려 했지만 혓바닥마저 입 천정에 달라붙는 것 같았다.
“ 민아...”
“ 정아야...”
집으로 들어가자고 하기에도 애매하고, 그렇다고 빨리 가라면서 내리기도 그랬다.
잠시 머뭇거리던 민이 정아의 이름을 내뱉는 순간,
묵묵히 앞만 바라보던 정아의 얼굴이 이쪽을 향하며 동시에 불러왔다.
어둠 속에서도 민처럼 멈칫하는 정아...
그리고...
턱~ 철거덕~
“ 아~”
자신도 모르게 정아에게 몸을 던지듯이 내밀자 안전벨트가 소리를 내며 걸렸다.
그러자, 흘러나오는 정아의 짧은 탄성...
그제야 갑자기 정신이 들면서 왠지 맥이 빠져버렸다.
“ 민아...민아...”
“ 정..아야...”
민이 좌석에다 등을 기대며 몸을 파묻는 순간 정아가 급하게 안전벨트를 풀고서 안겨왔다.
마치 엄마의 품을 찾는 어린아이처럼 뺨을 민의 가슴에다 마구 비비면서 애타는 목소리로 불렀다.
그 애절한 목소리가 찡한 감동을 주었다.
그리고, 온몸이 터져버릴 것만 같은 환희와 갈증도...
“ 나...좋아...민이가 너무 좋아...”
“ 사랑해...정아야~ 처음 봤을 때부터...미치도록...”
“ 아~ 사랑해..나도..민이를 처음...흡~~”
벌써 몇 명의 여자에게 말하는 걸까?
사랑..이라는 단어가 이렇게나 쉽게 나오는 거였던가?
최근에 들어와 스스로도 낯이 간지러울 만큼 많이 내뱉은...
하지만...문제는 그게 모두 진심이었다는 것이다.
엄마, 새미, 그리고...주연까지...그 중에 누구 하나,
자신이 사랑하지 않는...아니, 사랑하지 않을 수 있는 여자가 있을까?
그런데도, 지금 정아에게 던진 고백 역시 마찬가지였다.
민은 쓰러지다시피 자신의 몸 위로 기대어온 정아를 안으면서 키스를 퍼부었다.
한 손으로는 민의 목을 안고 다른 손은 허벅지를 누른 정아의 혀가 달콤한 타액을 건네주었다.
정아의 등과 허리에 놓인 손으로 잔 떨림이 전해진다.
그때, 등을 쓰다듬던 손바닥으로 그 부드럽고 따스한 살을 꽉 조인 가느다란 이물질이 만져졌다.
그게 무엇인지는 너무나 잘 안다.
등판의 중간쯤에서 느껴지는 작은 요철부분을 풀면,
자신의 가슴과 팔뚝으로 몇 번이나 느껴본 그 탐스럽고 탱탱한 두 개의 살덩어리가,
만세라도 부르듯이 정아의 상체 앞쪽에서 튀어나오리라는 것을...
“ 흐응~ 응~~”
허리에 있던 손을 천천히 올렸다.
정신 없이 자신의 혀를 빨고 있는 정아의 보들보들한 뺨을 쓰다듬고는,
목덜미를 만지면서 엄지와 검지로 말랑말랑한 귓불을 살며시 비벼보자,
콧소리와 함께 점점 더 강하게 목을 안아오더니 칭얼대며 입술을 거칠게 문지른다.
그 칭얼거림이 왠지 부족하다고 자꾸만 보채는 것 같은 건 왜일까?
아니면, 브래지어 끈을 만지면서 떠올렸던 젖가슴을 가지고 싶은 자신의 욕심?
민은 정아의 귀를 만지던 손을 조금씩 밑으로 미끄러뜨렸다.
목과 가느다란 빗장뼈가 만나는 곳의 골이 느껴졌다.
손끝으로 살살 문지르자 정아의 나긋나긋한 몸이 움찔거린다.
왜 그 반응에서 성기를 꽉 물고 오물거리는 질 속이 생각났을까?
지금까지의 부드럽고 세심하던 손길이 갑자기 다급해져 버렸다.
“ 아앙~ 민아~~ 아~~”
“ 정아야...”
“ 아~ 좋아...민이 손...크고 따뜻해....”
“ 사랑해...정아야...”
“ 나도~ 앙~”
다행이었다.
거의 무의식 중에 그만 젖가슴을 와락 거머쥐어버렸는데도 정아는 기뻐했다.
비록 두 겹의 장벽이 가로놓여 있었지만 그 황홀한 촉감이 너무나 생생했다.
손가락이 푹 파묻히는 듯한 부드러움 속에서도 밀려나는 기분이 들 정도로 탄력이 좋았다.
게다가 오롯이 곤두선 꼭지마저 손바닥을 간질이는 게 확실히 느껴졌다.
“ 아흑~”
양쪽의 동산을 오가며 멋진 쿠션을 만끽하다가 정아의 목덜미에다 얼굴을 묻었다.
진하지 않은 향긋한 화장품 냄새 사이로 희미하게 살 내음이 풍겨왔다.
그 보드라운 살에다가 입술을 살며시 갖다 대고는 혀끝을 살짝 내밀자 신음이 터져 나온다.
이번에는 입술로 가볍게 빨아들여보았다.
그러자 찰떡처럼 쫀듯하게 밀려드는 살결...
재빨리 다시 놓아주었다.
민은 이 연약한 곳에다가 섣불리 키스마크를 낼 만큼 어리석거나 비열하지는 않았다.
대신, 손아귀에서 넘쳐나는 풍만한 살덩이에 대한 미련을 떨치고,
젖가슴을 해방시켜주고서는 그 사이의 계곡에다 입술을 옮겼다.
양 뺨을 누르는 푹신하고 따스한 감촉에 이번에는 마음 놓고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물론 가장 좋은 건,
브래지어 가장 깊숙한 곳에 꽁꽁 숨은 포도알을 먹는 거겠지만 당장에 욕심을 내지는 않았다.
이미 손이 그보다 더 탐스러운 과실을 따기 위해 움직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 하아~ 민아~ 민아~~”
“ 쭈욱~ 할짝~~”
언제 그렇게 되었는지 양 어깨로 내려온 원피스 덕분에 브래지어가 거의 드러나있었다.
정아가 자신의 젖가슴을 마구 빨고 핥으며 괴롭히고 있는 민의 머리를,
두 손으로 볼끈 당겨 안으면서 아랫배를 가쁘게 오르내리고 있는 게,
어느 사이에 거기까지 내려온 민의 손바닥으로 느껴졌다.
저 안쪽 깊숙한 곳에서는 어쩌면 자궁이 뭔가를 기대하며 꿈틀거리고 있을 것이다.
민은 저번처럼 정아가 손수건으로 닦아주지 않았어도,
마치 사정을 한 것처럼 지금 자신의 바지 겉까지 축축하게 젖은 걸 알았다.
심해의 물고기떼를 찾는 어군탐지기라도 되는 양,
손바닥으로 자궁의 울림을 들어보려고 애를 쓰던 손이 드디어 과감하게 포기를 했다.
그리고는, 훗날을 기약한다는 것처럼 정아의 아랫배를 한번 쓰다듬고서 떨어졌다.
당연히 더 큰 목표를 위해서였다.
“ 너무 아름다워서 네게 눈을 뗄 수가 없어...너만 보면...”
“ 민...아...하으~~”
질기게도 젖가슴을 괴롭히던 입을 떼어내 귓가에다 소곤거리면서,
아랫배에서 떨어져 나온 손을 정아의 오른쪽 무릎 위에다 올렸다.
유리처럼 매끄럽고 보드라운 피부가 따스한 온기와 함께 손바닥에 붙어온다.
그러자, 정아가 달뜬 신음을 토해내며 파르르 떨었다.
두려움? 기대감?
정아의 그 매끄럽던 피부에서 잔 소름이 돋아난 게 느껴졌다.
“ 키스..해줘...민아...”
“ 사랑해...”
이제 그 손이 무엇을 할지는 민도 정아도 모두 알고 있었다.
그것을 모르기에는 두 사람 다 이미 너무나 많은 것을 겪은 것이다.
용기가 필요했을까?
민에게 모든 것을 맡긴다는 듯이,
다시 키스를 원하면서 눈을 감는 정아의 매혹적인 모습이 어둠 속으로 보였다.
“ 흐읍~~ 흐으응~~ 응~~”
무릎 위에 놓여있던 손이 살며시 열리는 정아의 허벅지를 따라 흔들렸다.
그리고, 곧게 뻗은 다리를 따라서 손이 위쪽으로 향하자,
매끈하고도 탄력적인 살결이 갑자기 점점 열을 발산하기 시작하며,
정아의 키스와 비음도 더욱더 강해져만 갔다.
단단하게 굳은 허벅지의 살을 꾹 한번 쥐어주자 긴장을 하는 건지 또다시 부르르 떨었다.
아니, 그건 긴장을 하는 게 아니라 쾌감을 느끼고 있다는 표시일거다.
민은 방금 정아의 저 뜨겁고 축축한 속살이 한차례 홍수를 만났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는 그걸 확인할 시간이 왔다.
살금살금 기어올라간 손이 어느새 치마 속 깊숙한 곳까지 다다라,
허벅지와 허벅지가 만나는 비너스 계곡의 입구를 바로 앞에다 두고 있었다.
급격하게 비탈진 깊은 계곡 속으로부터 축축하고 뜨거운 열풍이 불어오는 게 손끝으로 느껴졌다.
“ 아하학~~ 미~인~아~~ 아아~~”
손끝으로 살며시 더듬었다.
축축한, 아니, 천의 겉까지 미끈거리는 액체가 흠뻑 묻어있었다.
거기다 그 얇고 작은 천이 살갗에 찰싹 달라붙어,
마치 칼에 베인 깊은 상처처럼 벌어진 그곳의 모양을 눈으로 본 것처럼 느끼게 했다.
신비로운 나비가 두 장의 날개를 활짝 펴고서 미풍에 흔들리듯이 살랑거리고 있었다.
날개 사이에 숨은 몸통을 손끝으로 가르고 올라가,
맨 위에서 살짝 내민 머리를 쓰다듬어주자 정아가 비명을 지르며 허리를 쳐올렸다.
“ 뜨거워....너무 부드럽고....정아야...”
“ 아흑~ 민아~”
헐떡거리던 정아가 다시 거칠게 입술을 덮쳐왔다.
그리고는, 처음의 정중하던 가면을 벗어 던져버리고서,
주인이라도 된 양 이제는 아주 뻔뻔하게,
이곳 저곳을 거침없이 뒤지는 민의 손가락을 따라 하체를 흔들어댔다.
“ 미안해....민아...”
“ 아, 아니야...”
팬티 안에까지 들어가서 마구 횡포를 부리며,
정아의 아랫도리로 눈물을 펑펑 쏟아내게 만들었던 민의 손이,
너무나 젖어 원래의 기능이 불가능해진 작은 천을 벗겨내려 하자 정아가 제지를 했다.
그제서야 민은 정신이 들었다.
깊게 빠져들어 감미로운 꿀물을 입으로 맛보고 싶은 욕심만 너무 앞섰던 것이다.
아마, 그렇게 된다면 마지막까지 원하게 될 자신의 욕망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최소한 이렇게는 아니었다.
“ ...이제는 가봐야 해...”
“ 응...그래...”
“ 나, 조금만 더 있으면 그냥 여기서 주저앉아 버릴 거야..영영....”
“ 정아야...”
“ 사랑해...민아...”
“ 나도...”
정아가 민을 꼭 끌어안았다.
“ 모레....모레 다시 올게...어디 가지마...알았지?”
“ 정아..야...”
“ 점심 전에는 올 거야....”
“ 그래....알았어...꼭 있을게...혼자서도 잘 찾아오겠니?”
“ 응...무슨 일이 있더라도....”
부웅~~
다시 바래다주려고 했지만 정아는 걱정 말라며 떠났다.
어둠을 밝히는 환한 헤드라이트가 잠시 후에 사라졌다.
“ 휴우~~”
건물 뒤 주차장에는 또다시 어둠 속에서 적막감만 맴돌았다.
조금 전까지 있었던 그 뜨겁고 아찔했던 일들이 마치 신기루였던 것처럼...
아직도 흥분이 채 가라앉지 않은 상태에서도 아주 복잡한 마음이 되었다.
설렘과 기대, 그리고 후회와 미안함까지...
민은 길게 한숨을 쉬고서 터벅터벅 발걸음을 옮겼다.
“ 어서 와...정아야...”
“ 으, 응...”
새벽부터 깨서 뜬 눈으로 초조하게 방 안을 왔다 갔다 하던 민은,
정아에게서 주차를 시키고 오는 중이라는 전화를 받자마자,
아예 미리 옥상 출입구의 문을 열어두고는 기다렸다.
그러다가, 드디어 그 늘씬하고도 아름다운 정아의 모습이 나타나자 숨부터 막혔다.
이틀 동안 두 사람의 통화는 전과는 양상이 완전히 달랐다.
전처럼 그냥 아무 이야기나 하는 게 아니라,
서로가 시합이라도 하는 것처럼 얼마나 사랑하고 그리워하는지를 표현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그랬는데, 막상 이렇게 만나자 그 말들이 하나도 기억나지를 않았다.
그냥 머리 속이 하얗게 비면서 손끝이 파르르 떨릴 뿐...
그건 정아도 비슷했는지 자신 앞에서 이렇게 수줍어하는 모습은 처음이었다.
“ 드, 들어가자...”
“ 응..”
허겁지겁 정아의 손을 잡았다.
흠칫~
이상했다.
손을 잡는 정도야 이미 관계가 이렇게 급속도로 발전하기 전에도 크게 개의치 않았는데,
지금은 두 사람의 손끝이 부딪치는 순간 갑자기 전기가 흐르는 듯한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게 더욱더 민을 달뜨게 만들고 있었다.
채 방 안으로 들어서기도 전에 저 멋진 육체를 가린 미운 옷을,
한번에 갈기갈기 찢어버리고 싶다는 충동이 순간적으로 들만큼...
“ 아침은?”
“ 먹었어...”
하지만, 그건 마음일 뿐 방으로 들어서서도,
서로가 낯선 사람처럼 멀뚱히 선 채로 짧은 대화만 주고받고 있었다.
왜 이런 걸까?
가슴 속은 새까맣게 타 들어가면서 이미 성기가 터지기 직전인데도,
몸은 고사하고 자신의 세치 혀마저 뜻대로 안 되는 건?
민은 마른 침만 꼴깍꼴깍 삼켰다.
“ 뭐...마실 거라도 줄게..잠깐만....”
“ 미, 민아~~”
답답함을 견디지 못하고 민이 몸을 돌리는 순간,
정아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리면서 등뒤로 뭉클하고 따스한 게 느껴졌다.
정아가 달려와서 끌어안은 것이었다.
그리고, 바로 마법이 풀렸다.
“ 사랑해~ 정아야~”
“ 아앙~ 민아~~”
민은 몸을 돌려서 정아를 마주 안았다.
혀끝에서 맴돌면서도 끝끝내 나와주지를 않아, 사람을 미치게 만들던 말들이 와르르 쏟아졌다.
그리고, 두 사람은 거칠게 키스를 하면서 두 손을 움직여 서로의 옷을 마구 벗겨나갔다.
머리 위로 벗겨내고, 아래로 끌어내린 옷들이 각자의 등뒤로 날아갔다.
누구의 옷인지는 몰라도 중간에 실밥이 터지는 소리도 들렸었다.
“ 아흐흑~ 아아~ 미, 민아~~ 아~”
“ 할짝~ 쩝쩝~~”
원피스를 위로 벗겨버리자 속옷만 남은 정아가 먼저 알몸이 되었다.
브래지어를 벗겨낸 민이 정아가 자신의 팬티로 손을 뻗기 전에,
정아의 탐스러운 젖가슴을 덥석 물어버린 때문이었다.
정아는 젖꼭지를 빨아들이는 민의 머리를 두 손으로 껴안으며 신음을 토해냈다.
그리고, 민은 젖가슴을 입으로 애무하면서 정아의 마지막 천 조각을 벗겨냈다.
“ 아앙~ 아~ 아아~”
한 손으로 가느다란 허리를 안고서 다른 손으로 흥건해진 꽃잎을 문질렀다.
날씬한 꽃잎이 파르르 몸살을 앓으며 그 주인에게서 높은 신음소리를 뽑아냈다.
정아는 다리를 후들거리면서 민의 머리를 자신의 젖가슴 속에다 집어넣을 것처럼 강하게 당겼다.
“ 하으~ 미, 민아...그, 그건...잠깐 기다...아흑~”
“ 후루룩~ 할짝~~”
“ 아아아아~~ 미쳐~~”
젖가슴에서 얼굴을 떼어낼 때 발갛게 상기된 얼굴로 가쁜 숨을 몰아 쉬던 정아가,
민이 바닥으로 주저앉으면서 자신의 가랑이 사이로 얼굴을 가져오자 당황해 밀어내려고 했다.
하지만, 민의 얼굴이 사타구니로 쳐 박히면서 흠뻑 젖은 꽃잎을 핥아 올리자,
방 안을 쩌렁쩌렁 울리는 비명과 함께 민의 머리카락을 쥐어뜯을 듯이 잡았다.
“ 아악~ 아, 안돼~ 아아앙~ 미, 민아....하윽~ 그만..나 죽어~~ 아아앙~~”
“ 할짝~ 할짝~”
다리를 어정쩡하게 벌리고서 민의 머리카락을 거머쥔 정아는,
애액을 싹싹 빨아먹은 민의 혀가 음핵을 집중적으로 공격하자 숨이 넘어가는 듯했다.
그 토실토실한 엉덩이를 감싼 민의 손으로 근육이 뭉쳤다 풀리는 게 느껴졌다.
단단해져 혀끝에서 괴로워하고 있는 음핵의 아래쪽으로부터,
꽃잎과 더불어 구멍이 옴찔거리면서 질척한 액체를 토해내 민의 턱을 적시고 있었다.
엄마처럼 성숙하면서도 새미처럼 청초한 느낌은 겉모습만이 아니었다.
이 뜨겁고 비밀스러운 곳의 모습이나 냄새 그리고 반응까지 그랬다.
아마 새미가 시간이 흐르면 이런 모습이지 않을까?
그리고, 그때쯤이면 정아는 지금의 엄마와 비슷할 테고....
“ 제, 제발~~ 아악~ 용서해줘~~ 그만~~ 아아아~~”
그때 갑자기 정아가 털썩 방바닥으로 내려앉았다.
붕괴되기 직전의 교각처럼 위태위태하게 흔들리던 정아의 하체가 결국 버텨내지를 못한 것이었다.
“ 하악~ 하악~ 너, 너무해....하악~~”
“ 좋았어?”
“ 모, 몰라~ 미워~ 그렇게 사정해도...아앙~ 아~”
“ 후후후~~”
마치, 자신을 남겨두고 멀리 떠나는 님의 뒷모습을 보면서 오열하는 열부처럼,
다리를 가지런히 모으고는 방바닥에 모로 주저앉아 거친 숨을 몰아 쉬는 정아의 모습...
그 눈부신 새하얀 나체가 아름답고 처연하면서도, 한편으론 너무나 음탕해 보였다.
비스듬하게 보이는 달덩이 같은 엉덩이 사이로 새빨간 속살이 번들거리고 있었다.
그것도 허벅지 안쪽까지 적신 채....
다가앉아 어깨를 안아주면서 묻자 정아가 항의를 했다.
하지만, 그 달콤한 울림에 담긴 끈적끈적한 교태는.....
민은 온몸에 전율이 흐르는 걸 느끼고서,
음흉한 웃음을 터뜨리며 정아의 엉덩이 사이로 손을 밀어 넣었다.
그러자, 바로 반응하면서 날 생선처럼 퍼덕거리는 민감한 여체....
“ 치~ 좋아~ 이번에 내 차례야...복수할 거야~~”
“ 정아야~ 허억~~”
그때였다.
갑자기 정아가 민을 밀어 넘어뜨렸다.
그리고는 정말로 원수라도 만난 것처럼,
비장한 표정으로 민의 팬티를 끌어내리고는 기둥을 거머쥐었다.
설마?
전에 상훈과 관계를 가질 때도 수동적으로 받아들이기만 하던 정아였었다.
그런데...그런 자신의 추측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대뜸 거기다 얼굴을 가져왔다.
따스하고 축축한, 그리고 좁으면서도 강하게 빨아들이는...
너무나 아찔한 쾌감이 몰려왔다.
민은 자신도 모르게 신음을 토하며 정아의 머리카락 속으로 손을 묻었다.
아까 정아가 보였던 행동이 이해가 갔다.
무엇인가를 거머쥐지 않으면 온몸이 허공으로 날아가버릴 것만 같은 느낌...
“ 하아~ 좋아~~ 정아야~~”
“ 웁웁~~ 우웅~~ 쩍~쩍~~”
굉장히 서툴 거라고 생각했던 건 자신만의 착각이었다.
목구멍까지 밀어 넣어서 빡빡하게 조이다가,
고개를 오르내리는 순간에도 쉬지 않고 혀로 기둥과 귀두를 애무하는,
그런 고난위도의 기술도 아주 능숙하게 해내고 있었던 것이다.
정아 역시 다른 여자들처럼 자신만의 숨겨진 진짜 모습이 따로 있었다.
이제 그 실체가 한 꺼풀 드러나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