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애욕 그리고 금기 Ⅱ ㅡㅡㅡ 3
Ⅱ- 3.
“ 조금 마른 것 같구나....”
서로 맞잡은 손에서 핏기가 하얗게 가실 정도로 꽉 쥐어 손바닥이 땀으로 촉촉하게 젖어갈 즈음
돌연 엄마의 보드라운 손이 민의 뺨을 스치며 엄마가 나지막하게 말했다.
따스한 손길과 함께 사과향이 풍기는 듯한 뜨거운 숨결이 코끝을 스치자 민의 가슴은 두방망이질 치기 시작했다.
저 빨갛고 촉촉한 입술...
민은 타오르는 갈증에 자신도 모르게 혀로 자신의 입가를 축였다.
점점 가까워지던 두 사람의 얼굴이 거의 맞닿을 지경이 되자
엄마의 눈꺼풀이 스르르 감기더니 긴 속눈썹이 바르르 떨리는 게 보였다.
그리고 민의 입술이 나비처럼 팔랑이며 엄마의 말랑말랑한 입술로 내려앉자
엄마의 손이 목을 감으며 강하게 조여오고 뜨거운 숨결과 함께 물컹한 혀가 들어왔다.
짧고 강한 키스가 끝나자 엄마는 갑자기 의자를 뒤로 눕히고서 중얼거렸다.
“ ..벌써 봄인가 보구나...여기저기 봄 냄새가 가득해...”
민은 몸을 뒤로 눕힌 엄마의 얼굴을 위에서 엉거주춤하게 내려다 보며
조금은 경쾌하게 들리는 듣기 좋은 울림에 엄마가 마치 어린 소녀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 민아...엄마 5분만 눈을 붙일게...장시간 차를 타고 와서 그런지...나른한 게..조금 졸리는 것 같아...”
“ 네..엄마...더 쉬셔도 되요....”
예쁜 미소를 민에게 보여주고는 눈을 감고 금방 새근거리는 숨소리를 내는 엄마에게
혹여나 방해가 될까 민은 조심스럽게 자신의 의자도 뒤로 젖힌 뒤 고개를 돌려 엄마의 옆 모습을 지켜보았다.
부드럽게 곡선을 그린 이마를 거쳐 살짝 내려앉았다가 보기 좋게 솟아오른 오뚝한 콧날을 지나고
도톰하게 물기를 머금은 빨간 입술에 다다르자 민은 자신도 모르게 손을 뻗어 손끝으로 만져보았다.
움찔~~..엄마의 얼굴이 살짝 움직이자 민은 순간 긴장해서 멈추었다가
여전히 차분하게 숨결을 내뱉는 엄마의 모습에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색색거리는 작은 숨소리를 따라 오르락내리락 거리는 봉긋한 엄마의 가슴에서 멈추어서는
눈길을 떼어내지 못하던 민은 주저주저하며 엄마의 입술에 있던 손을 들어 그곳으로 가져가고 있었다.
어느 날 밤 잠깐 만져보았던 그 따사로운 체온과 손바닥을 찌르듯이 단단해지던 젖꼭지의 감촉이 떠오르자
민은 엄마의 가슴 위 허공에서 손을 쥐락펴락하며 자신이 지금 원하는 걸 주저하고 있었다.
그리고는 결심한 듯이 손을 내리자 갓 구워낸 빵처럼 부드러운 융기가 손안 가득히 포만감을 안겨주었다.
움찔~~...
아까보다는 조금 더 분명하게 엄마의 몸이 움직였다.
엄마의 가슴을 가볍게 쥔 민의 손이 더욱 크게 오르내리는 엄마의 가슴을 따라 흔들리고 있었다.
조금씩 단단해지는 듯한 젖꼭지의 느낌이 손바닥을 간지럽게 한다는 생각을 할 때 엄마의 손이 올라와 민의 손등을 덮었다.
“ ..엄마....”
언제부터 민을 보고 있었을까...
흑백이 분명한 맑은 눈으로 민을 바라보던 엄마가 다른 손으로 자신의 옷 단추를 열고는 민의 손을 안으로 끌어넣어 주었다.
아예 브래지어까지 밀어 올려져 버린 엄마의 매끄럽고 부드러운 가슴은 민에게 감동마저 주었다.
아까의 그 감촉이 착각은 아니었던 듯 분명하게 도드라진 귀여운 젖꼭지가
민의 우악스러운 손길에 이리저리 이지러지며 손가락 사이에 끼어 시달리고 있었다.
“ 하아~~내 아기...”
엄마의 몽롱하고 잠긴 듯한 목소리가 부드럽게 울리며 두 손이 민의 얼굴을 잡고 자신의 가슴으로 끌어당겼다.
이제는 완전히 벌어진 옷자락 밖으로 하얀 두 젖가슴이 어스름한 속에서도 빛나며 민의 두 눈에 가득 들어왔다.
입 속으로 밀려들어오는 작은 돌기를 가볍게 이빨로 물며 혀끝으로 굴리자
작은 비음과 함께 엄마가 민의 머리를 강하게 끌어안았다.
향긋한 엄마의 살내음에 섞여 돌연 아까 맡았던 음란한 냄새가 강하게 피어 오르는 듯하자
민은 본능처럼 한 손을 아래로 미끄러뜨려 보들보들한 벨벳 천을 끌어올리고서
매끄럽게만 느껴지는 엄마의 맨 무릎을 쓰다듬고는 그 살결을 타고 위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뭔가를 주저하듯이 탄탄한 엄마의 허벅지를 맴돌던 민의 손이
열기가 은은하게 느껴지는 중심을 향해 전진하기 시작하자
갑자기 엄마의 두 허벅지가 조여지며 민의 손을 붙들었다.
“ 민아...”
“ 응..엄마....”
“ 민이는 엄마를 사랑하니?...”
“ 응...저는 엄마를 너무나 사랑해요....”
“ 그래..엄마도 민이를 너무나 사랑해서...혼자서 네 이름을 불러만 봐도 가슴이 아파올 때가 많단다...”
엄마의 절절한 사랑이 너무나 사무치게 느껴져 목이 메어 왔다.
자신은 그 동안 얼마나 엄마에 대해 무관심하게 살았던가?...
여러 여자들의 품을 전전하며 쾌락에만 몰두할 때 저 멀리서 엄마는 마음 졸이고 있었던 것이다.
“ ..이 엄마는...영원한 네 편이란다...
절대 배신도 없고...네가 나한테 어떠한 행동을 해도 네 모든 걸 사랑하는....
네 엄마이고...네 고향이자 안식처...그리고 네 사랑이기도 하고.......연..인....”
“ ....연...인?...”
“ ..그래....세상의 모든 엄마는...아들의 영원한 연인...이야....”
그 말과 함께 민의 손을 붙들고 있던 엄마의 허벅지가 스르르 벌어졌다.
마치 자석에라도 끌리듯이 더 깊은 곳으로 빠져든 손끝에
화끈한 열기와 함께 하늘거리는 얇은 천이 축축하게 젖어 있는 게 확연하게 느껴졌다.
“ 하~아~...알겠지?...엄마가 널 얼마나 사랑하는지...”
“ 엄..마...”
풍만한 젖가슴에 파묻힌 민의 귓가로 열기를 담은 엄마의 속삭임이 들렸다.
행여나 다치기라도 할까 겁을 내듯이 오솔길을 따라 조심스레 더듬자
얇은 천 너머로 꽃잎이 벌어져 손길을 따라 살랑거리며 파르르 떨리는 게 전해져 왔다.
천에 눌려 누운 초지의 사각거리는 감촉을 즐기다 그 사이에 숨은 작은 보석을 눌러보자
단단해지는 느낌과 함께 도망가듯이 엄마의 허리가 좌우로 흔들렸다.
손끝에 눌렸다가 빠져나가기를 반복하며 술래잡기를 하다 더 이상 회피를 용납하지 않겠다는 듯이
민의 손길이 중심을 강하게 파고들자 손가락이 얇은 천과 함께 뜨거운 화구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 아흑~~민아~~~흐응~~”
천에 파묻힌 민의 가운데 손가락 한마디를 엄마의 질구가 물고서 강하게 조여온 뒤
숨을 쉬듯이 천천히 오물거리다가 왈칵하고 뜨거운 물기를 쏟아냈다.
온몸에 힘이 빠져 가쁜 숨을 몰아 쉬는 엄마를 내려다보며
민은 터져버릴 것 같은 자신의 욕구를 당장 풀고 싶었지만 왠지 지금 이곳에서 그러기에는 망설여졌다.
“ 엄마...사랑해요..이제 출발할까요?...”
엄마의 호흡이 어느 정도 정상으로 돌아온 걸 보고서 민이 엄마의 귓가에 작게 속삭였다.
“ ..으..응...그런데 너...이대로 괜찮으니?...”
역시나 남자의 생리에 대해서 잘 아는 엄마가 민의 불룩한 바지 앞자락을 잡으며 조심스레 물었다.
“ 응...걱정 마세요...”
“ ..하지만...힘든걸 일부러 참을 필요는....”
“ 아니에요....나중에....둘만의 소중한 시간을 가지고 싶어요...
그때는...엄마의 모든 걸...요구할거에요..그래도 되죠?...”
“ ..넌..내 모든 것이야...당연히 되고 말고....고마워....”
민은 카트를 밀고 엄마의 뒤를 따라가며 장을 보느라 생기가 넘쳐 흐르는 엄마의 모습에
아래쪽이 묵직해져 오며 입안이 바짝 타는 느낌에 아까의 결정을 조금은 후회하고 있었다.
야채를 고르느라 몸을 숙인 엄마의 블라우스 자락 사이로 언뜻 비치는 가슴의 골짜기와
까맣게 윤기가 흐르는 치마에 감싸인 부드러운 엉덩이의 곡선을 훔쳐보며
그 속에 숨은 뜨거운 열정이 다시금 생각나 자신도 모르게 손가락을 코로 가져와 엄마의 냄새를 느껴보려 했다.
“ 아얏~~엄마?..”
“ 민이..너...그러지마...엄마가 창피하잖아...”
“ ....미안...엄마 모습이 너무 예뻐서...나도 모르게...”
“ 흥~~”
갑자기 옆구리에 느껴지는 통증에 짧은 비명을 지르고 엄마를 쳐다보자
빨개진 얼굴로 눈을 치켜 뜬 엄마가 민의 코끝에 가있는 손가락을 노려보고 있었다.
아차~~...
민이 엄마에게 애교를 부리며 용서를 빌자 엄마는 콧방귀를 뀌었지만 기쁜 듯한 기색을 숨길 수는 없었다.
민은 그런 엄마의 모습에 빙긋이 웃음을 지으며 간만에 느껴보는 행복한 감정에 뿌듯해했다.
비닐 봉지를 양손으로 든 민의 팔짱을 낀 엄마의 뭉클한 가슴을 기분 좋게 팔에 느끼며
민이 문 앞에 서서 열쇠를 찾으려 하자 엄마가 민을 말리고서 초인종을 눌렀다.
그러자 문득 민은 병실 문 앞에서 머뭇거리고 있던 엄마의 모습이 기억났다.
“ 엄마...혹시? 그때 병원에서...뭔가를 본..거에요...?”
“ 쉿~~..민아...나중에 이야기 해줄게...누가 나오나 보다...”
“ 그러면...지금..초인종을 누른 것도...”
“ 나중에...응?...”
그제서야 민은 그 동안 자신만의 감정에 빠져 엄마의 말과 행동들에 뭔가 이상한 점들을 놓치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자신이 눈치채고 있던 것을 어째서 엄마도 알고 있을 가능성에 대해 전혀 생각하지 않았을까?...
문이 열리며 현아의 얼굴이 보이는 순간 일단 민은 생각을 멈추어야 했다.
“ 어머님..다녀오셨어요?....고생하셨습니다....”
“ 응..그래...별일 없었지?...”
“ 네....”
무심하게 던지는 말인 것 같았지만 뭔가 미심쩍은 마음을 가지고 들으니 의미심장하게 들리는 엄마의 질문에
그렇게 느껴서인지 왠지 멈칫하는 듯한 모습으로 현아가 대답을 했다.
그래서일까?...
현아의 젖꼭지가 옷을 밀고 나와 도두라지고 그 끝이 조금 젖어 있는 모습을 응시하게 된 것은...
그런 민의 눈길을 의식하고 얼굴을 조금 붉히며 현아가 변명하듯이 작게 속삭였다.
“ ..나래 젖 먹여서 재우고...남은 걸 짜내다가...급히 나오느라...제대로 못 챙겨 입었어...
미안해..자기야...부모님도 계신데...내가 칠칠치 못하게....”
“ 아버지는?...”
“ 아버님은...욕실에 계신가 봐...그래서 벨소리를 못 들으신 것 같아...”
“ 그래? ...괜찮아...뭐..일부러 그런 것도 아닌데...”
이미 마음에 의심을 품어서인지 충분히 납득할만한 상황임에도 민의 마음 속에는 온갖 상상이 펼쳐지고 있었다.
“ 아우~~아우~~”
“ 허허~~그래 요 녀석...이 할애비가 안아 주니 좋지?...껄껄껄...”
“ 아버님..이리 주세요..힘드실 텐데...”
“ 아니다..이 녀석을 안고 있으니 기운이 부쩍부쩍 나는구나....
지 엄마를 닮아서 나중에 아주 미인이 되겠구나....하하...”
“ 아이~~아버님도....”
저녁 식사 후 온 가족이 둘러앉은 술자리에서 아버지는 아이를 안고서 연신 싱글벙글하고 있었고
부끄러워하는 현아의 모습은 민의 아랫도리를 움찔하게 할 정도로 요염하게 느껴져 마치 교태를 부리는 것만 같았다.
왠지 그 세 사람의 너무나 잘 어울리는 모습에 민의 가슴 속에서 불덩이가 치밀어 오르는 것 같아
자신도 모르게 탁자 아래에서 주먹이 불끈 쥐어질 때 살며시 손을 잡아오는 부드러운 감촉에 정신이 들었다.
‘ 엄마...’
‘ 그래..민아...엄마가 있잖니...힘내거라...’
‘ 네..엄마..고마워요...’
‘ 사랑해..아들아...’
잠깐 마주친 눈길로 서로가 주고받은 무언의 대화에 민은 흥분하던 마음을 가라앉힐 수가 있었다.
오늘따라 유난히 잠을 자지 않고 보채는 아이를 다독이느라 계속 안고서 뭐라 속삭이는 현아를 지켜보다가
술기운에 쏟아지는 졸음을 참지 못하고 잠이 들었던 민은 돌아누운 등뒤에서 뭉클하게 달라붙는 감각에 눈을 떴다.
“ ...뭐해?...안 자고....”
“ 자기야~~나 좀 안아주라...”
달뜬 현아의 목소리에 민이 돌아눕자 다리를 걸쳐오는 현아의 몸이 이미 발가벗은 상태란 걸 깨달았다.
허겁지겁 민의 옷을 끌어올려 가슴을 빨며 아랫도리로 파든 든 현아의 손이 뜨겁게만 느껴졌다.
민의 기둥을 잡고 몸부림치다 끈적한 혀가 배를 타고 내려와 귀두를 핥으며
바지를 끌어내리고서 민의 다리를 타고 앉은 현아의 가랑이는 이미 홍수가 져 있었다.
“ ...갑자기 왜 그러는데...?”
“ 자기..너무해...내가 그렇게 애원하는데도...계속 핑계만 대고...나 이젠..정말 다 나았단 말이야...”
“ 미안해..하지만 술을 마셔서 그런지...나 지금 너무 피곤해...”
“ 흥~~아버님은...자기보다 더 드셨잖아?...”
“ ...무슨..소리야...그게....”
가뜩이나 아버지 때문에 신경이 곤두선 있던 민은 자신을 힘들게 만들었던 그 당사자 중 한 명인
현아의 입에서 갑자기 아버지가 언급되자 울컥하고 화가 났다.
하지만 현아는 미처 그런 민의 상태를 알지 못하고 있었다.
“ ...좀 전에 물 마시러 나갔다가...방안에서....소리가 들렸어..아버님하고 어머님하고...”
“ ......”
“ 그렇게나 연세가 드신 분들도..부부간에 부러울 정도로 금슬이 좋은데... 우린 한창인데도....흐응~”
그랬구나....
아버지의 그 짐승 같은 욕정에 엄마는 지금.....
그리고 그걸 보고 흥분한 현아도...
아버지의 그 흉측한 흉기에 꿰뚫린 엄마의 모습이 떠오르고...곧이어 엄마의 얼굴은 현아로 바뀌었다.
그 순간 민은 자신의 속에서 팽팽하게 당겨져 있던 무엇인가가 끊어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 그래서.....”
“ ..?..우린...부부잖아....서로 사랑하는....”
“ 왜? 그 자리에 네가 끼고 싶었던 거야?....”
“ ...자기야?....”
“ 엄마 대신에 아버지에게 안기고 싶기라도 했던 거야?...그래서 이렇게 보지를 흠뻑 적셨던 거야?..
아니...아버지의 자지를 훔쳐보며 자위라도 한 건 아니야?...”
“ 무..무슨 뜻이야?..지금...어떻게 그런 말을...”
전혀 예상치 못했던 말들에 충격을 받았던 건지..
아니 어쩌면 너무나 정확하게 자신의 속마음을 파고들어서인지
현아는 새된 소리를 지르고는 온몸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그리고 민은 비수를 찌르듯이 한마디를 더 던지고는 냉정하게 돌아누워 버렸다.
“ 난..잘 테니까...다시 훔쳐보며 네 보지를 만지던지...안방으로 쳐들어가던지 하고 싶은 대로 해...”
“ 흑흑....흑....나..난.....흑흑....”
숨죽여 오열을 토하는 현아를 뒤로 한 채 민은 잠시 후 일어서 담배를 챙겨 들고 밖으로 나왔다.
현아의 말처럼 거실에는 안방에서 흘러나오는 가느다란 교성이 울리고 있었다.
아직은 추운 밤공기가 팔뚝에 오슬오슬 소름을 끼치게 만들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난 걸까...
발 밑에 담배꽁초가 수북이 쌓이고서야 민은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아까의 일들은 꿈이었던 것처럼 컴컴한 실내는 적막하기만 했고
힐끔 안방 문을 노려보고는 방으로 들어오자
침대 한쪽으로 이불을 덮은 채 등을 보이고 돌아누운 현아의 뒷모습이 보였다.
잠이 든 걸까?..
민이 옆에 몸을 눕혀도 미동도 하지 않는 현아...
그럴 리가 없지...이 상황에서 어떻게 잘 수 있을까?...
‘ 후~~~씨발...모르겠다...어떻게든 되겠지....’
아침에 일어나 현아의 얼굴을 맞댈 생각에 가슴이 답답해졌지만 민은 자포자기하듯이 중얼거리고는 눈을 감았다.
유난히 기운차 보이던 아버지의 모습도, 민에게 눈을 마주치지 못하고 살짝 얼굴을 붉히던 엄마도
그리고 어색함이 역력한 자신과 현아의 행동도 어영부영 지나는 시간 속에 묻히고
이 모든 일에 아랑곳 않는 나래만 꺅꺅거리고 즐거워하며 그렇게 또 하루가 흘러갔다.
그렇게 태풍을 몰고 왔던 부모님의 방문 이후 한 달이라는 시간이 흘러갔지만
민과 현아는 눈길이 마주치기를 서로 의식적으로 피하며 꼭 필요한 몇 마디 외에는 나누는 일이 거의 없었다.
서로 의논한 적은 없었지만 자연스럽게 민은 작은 방에서 책을 보다가 혼자 잠이 들었고
현아는 아이와 함께 안방에서 지내는 각방 생활이 시작되었다.
아침이면 머리맡에 놓여진 갈아입을 속옷을 들고 욕실로 향했다가 씻고 나와
주방에 차려진 끼니를 챙기고 독서실로 갔다가 밤늦게 돌아오면 묵묵히 저녁을 챙겨주고는 안방으로 사라지는 현아...
그런 숨막히는 생활 속에 가끔씩 들리는 처형만이 숨통을 틔워주었다.
처형이 오면 자연스레 나래를 데리고 자리를 피해주는 현아의 모습에 처형은 몇 번이나 이상함을 느끼고
민에게 뭔가를 묻고 싶어하는 듯 했지만 그때마다 말없이 강하게 안아오는 민을 거부하지는 못했다.
“ 하~아...제부....현아...”
“ 미안해요..처형...불편하게 해서...그냥....잠시 냉전 중이에요....”
“ 네~에...너무 오래 그러면..안 되는데...”
“ 걱정 말아요...곧 풀릴 거에요....”
“ 저.....그런데....혹시..현아가 우리 두 사람 사이를 알고....”
“ 아니에요...그런 건....그냥...의견 차이가 조금 있었을 뿐이에요...”
“ ..하지만...우리 둘만 두고 자꾸 자리를 피하는 게...”
“ ..자기가 있으면 분위기가 어색해지니까...처형이랑 편하게 이야기하라고 하더군요...너무 신경 쓰지 마세요...”
“ 네...”
조금 전까지 열락에 빠져 온몸으로 쾌감을 호소하던 처형이
주섬주섬 옷을 챙겨 입고서 망설이면서 이야기를 꺼내자 민은 처형을 안심시켰다.
처형이 돌아가고 잠시 후 현아가 집으로 들어섰다.
어디 근처에서 지켜 보고 있었던 걸까?...
민은 늘 처형이 가고 나면 시간에 딱 맞추어 돌아오는 현아의 모습에
자신이 한번도 그런 생각을 하지 않았던 게 이상하게 느껴졌다.
그러고 보면 처형이 왔다간 다음 날엔 현아의 눈에 핏발이 서있었던 것도 같았다.
아마 밤새 잠을 설쳤을 것이리라....
어쩌면 현아는 오늘 밤도 몸의 열기를 식히느라 뒤척일 것인지도 모른다...
갑자기 가슴이 답답해지며 무심결에 담배를 입에 물었다가
나가서 피워야 하는지 그냥 참아야 하는지를 망설이는데 방문이 열렸다.
“ 민...우리..이야기 좀 해...”
“ 무슨 이야기?...”
“ 언제까지...이럴 수는 없잖아?...우리 사이엔 할 이야기가 많은 것 같아...”
“ 글쎄...난 별로 할 이야기가 없는 것 같은데...”
“ 아니...난 많아....”
“ 그래? 일단 앉아....아니다...거실로 나가자...술이라도 한 잔 해야 할 것 같아...”
민은 자신의 잔에 술을 채우고는 현아에게도 따라주었다.
막상 마주 앉자 쉽게 입이 떨어지지 않는지 현아는 몇 잔의 술을 넘길 때까지도 말문을 열지 않았다.
“ ..저번에...했던 말...어떤...의미야?...”
“ 밑도 끝도 없이 그러면...내가 어떻게 알아 들어?...”
민은 현아가 하는 말이 무엇인지 분명하게 알아들었으면서도 현아의 입으로 내뱉기를 요구했다.
그러자 현아는 입술을 질끈 깨물더니 조금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 그날 밤....아..버님..한테....가라던 말....”
“ ...흠....그거? 말 그대로야...”
자신이 어렵사리 꺼낸 말에 너무나 쉽게 대답해버리는 민의 모습에 현아는 새파랗게 질려서 민을 쳐다보았다.
“ 그...그 말은?...”
“ 나보다...네가 더 잘 알 텐데....”
“ 흑..흑....언제부터...”
설마 하던 기대가 무너진 건지 현아의 두 눈에서는 펑펑 물줄기가 쏟아져 내리며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 글쎄...그건 나도 잘 모르겠어...그냥 알게 된 거야....하지만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니잖아?..”
“ 흑흑....내가 용서받지 못할 짓을 저지른 건 알아....언제고..흑흑...다 이야기 하려고 했었어...
자기가 모든 걸 이해해주고 용서해 주었었기에...
조금만 용기를 더 내어서 말하려고 했는데....흑...이제 와서야 이러면...어떻게 하라고..흐흑....”.
“ 용서? ...했었지....물론 쉽진 않았지만....내가 좀 전에 말했지?...언제부터가 중요한 건 아니라고..”
“ 흐흑...그러면....내가 어쩌면 좋겠어?...”
“ 몰라...그건 네가 알아서 할 문제지...”
“ 흑흑...자기야...엉엉.....”
민은 자신의 팔을 잡고 매달리는 현아를 뿌리치고는 일어서 방으로 와버렸다.
‘ 너한테 달린 문제야...언제부터가 아니라...언제까지가...문제지....’
그렇게 속으로 중얼거리며 민은 현아에게 조금은 잔인한 마지막 기회를 주기로 마음 먹었다.
그리고 며칠 후 민은 주말을 맞아 본가에 다녀올 테니 준비해두라는 말을 현아에게 했다.
며칠 사이에 아주 핼쑥해져 버린 현아의 얼굴이 민을 아프게 만들었지만
민은 약해지려는 자신의 마음을 다시 한번 다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