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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들 (1)

 

* 조금 바쁘다 보니 글 올린 지가 오래 되었습니다. 너무 오랫동안 올리지 않는 것도 좀 죄송한 마음이 들어

   전과 같이 자주는 못 올리더라도 틈틈이 조금씩 올릴까 합니다.

   그리고 제 글을 읽어 보니 점점 농도가 옅어지는데 야설도 아니고 소설도 아닌, 어슬픈 글이 되는 것 같아

   점점 글 쓰기가 힘들어지고 또 제목 정하는 것도 어렵네요.

   아무쪼록 이해해 주시고 너그럽게 봐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이번 글에서는 명도를 등장시키고 석두는 쉬어 있으라 했습니다^^

 

 

  

[ 좀 쉬었다 하세요. 그렇게 너무 열심히 하시면 몸 상하겠어요! ]


[ 하하이 정도 일이야 뭐 별건가요… ]


싱긋 웃으며 구슬땀을 흘리는 그를 보고 미옥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 삼춘. 가게는 언제 열어요? ]


[ 글쎄요지금 이리 저리 알아 보고 있는데 언젠가 되겠죠. 그나 저나 이 분재들돈 되겠죠? ]


[ 돈이야 되겠어요? 나도 뭔가 딴 일을 해야 하는데 아직 찾지 못해서 그런 거죠. ]


[ 형수님옷 가게는 어때요? 여자분들이 하시기에 괜찮은데… ]


[ 글쎄그렇지만 장사라고는 해 본 적이 없어서…. ]


자신 없어 하는 형수의 말을 들은 명도는 고개를 끄덕였다.


[ 근데삼춘은 왜 의류 가게는 하지 않고 슈퍼마켓을 하려는 거에요? ]


[ 의류 매장도 괜찮지만좀 규모도 키우고 또 잘하면 아직 기회가 있을 것 같아서요 ]


[ 그렇구나….삼춘. 이제 점심 때가 다 되었네. 식사 하러 가요 ]


[ 요거 조금만 더 하고요잠시만요… ]


[ 호호일 욕심은 많아서… ]


이마에 구슬 땀을 흘리며 일하는 명도를 본 미옥이 다시 웃으면서 손을 털고 일어서


비닐하우스 안을 한 바퀴 둘러 봤다.


이제 남은 것이 이 비닐 하우스 하나


농대를 나온 남편을 만나 조경을 한다 하여 집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농장을 가졌었는데


작년 말 남편이 암으로 세상을 떠나면서 홀로 남겨진 미옥이었다.


남편이 친 형제도 없는 독자라 아들 혁이와 달랑 남겨진 미옥은 어찌할 바를 몰랐으며


가지고 있던 농장을 어떻게 할 수도 없고하자니 농장 일이 버거웠다.


남편과 농장을 한다고 해도 자신한테 시집와서 고생한다고 농장에는 오지도 못하게 했던 남편


그래서 손에 흙을 묻히지 않고 살았던 미옥에게 남겨진 농장과 비닐 하우스를 다루는 일은


보통 일이 아닐 수 없었고 그저 막막하기만 해 홀로 일찍 세상을 떠난 남편을 원망스러워졌다.


그나마 남편이 물려 준 복이랄까


이 주변이 예전에는 논과 밭, 그리고 야산이라 남편이 처음 여기 자리 잡을 때는 싼 가격으로


농장을 구입했지만 지금은 개발이 되어 이미 주변은 아파트며 주택들로 들어 차 도시가 다 되었고


또한 그만큼 토지 가격이 상승하여 돈으로 따지면 제법 많은 금액이 되어


앞으로 미옥과 아들 혁이가 살아 가는 데 큰 보탬이 될 것이었다.


그렇지만 농장이라고 해 봐야 그리 큰 면적이 아니고 또 남편이 병을 얻었을 때 그것을 가지고 있으면


미옥이 고생한다며 팔아 현금화 시켰기 때문에 이제 남은 것은 여기 비닐하우스가 있는 곳의 이 땅이었다.


농장을 팔 때, 그래도 남편이 십 몇 년 동안 공들여 키운 나무들이 아까워 그 중에 일부 분재들은


이 비닐하우스에 옮겨 키웠고 일부에는 채소들을 심었다.


그것도, 평소 노동일을 하지 않았던 미옥에게는 벅찼었다.


그나마 작은 집의 시동생 명도가 시내에서 하던 일을 그만두고 당분간 새 일을 알아 보겠다며 놀고 있기에


남편 살아 있을 때 남편이 괜히 비싼 월세 내며 있을 필요 없으니 집으로 오라 하였고


명도 역시 사촌 형님이 아프기에 형님 댁으로 들어가 기거하게 되었으며


또한 비닐 하우스 일을 척척 맡아서 잘해 주니 더더욱 고마울 수 밖에 없었다.


예전에는 자주 만나지 않아 잘 몰랐지만 같이 있다 보니 성격도 또한 서글서글하고 붙임성도 있었다.


 


식사를 맛있게 하는 시동생을 보며 그나마 이런 착하고 좋은 시동생을 둔 것이 다행이다 싶다.


미옥이 설거지를 하고 커피를 끊여 그에게 내어 주며 농장 일을 하고부터 자꾸 결리는 어깨를 두드리자


명도는 그녀의 뒤로 가 어깨를 주물렀다.


[ 아이~! 됐어요. 하루 이틀도 아닌데… ]


[ 형수님은 일 그만 두세요. 형님도 형수님 일 못하게 하셨잖아요 ]


[ 혁이 아빠야 내가 농장 근처에도 못 오게 했죠… ]


[ 그러니까요그러다 이런 일을 하시니 힘드시고 이렇게 어깨가 결리시는 거죠. 오후부터는 나오지 마세요! ]


[ 호호집에 있다고 뭐가 나오나요. 그리고 맨날 가서 일하는 건 아닌데… ]


말을 하면서도 미옥은 시동생의 단단한 손이 부드럽게 어깨를 주무르자 시원해진다.


[ 삼춘 손은 약손이라니까삼춘도 이제 장가도 가고 해야 할 터인데… ]


[ 아직 제 앞가림도 못하는데 장가는 무슨 장가에요빨리 자리부터 잡아야죠 ]


[ 삼춘이 어디 할 수 없어서 안 하나요? 멀쩡한 의류 가게를 다른 사람한테 넘기고


딴 가게를 하려 하니까 그런 거지… ]


[ 그래도 지금은 백수잖아요. 아버지한테서 또 전화 왔죠? ]


[ 호호. 작은 아버님은 급하신가 봐요. 빨리 장가 보내야 한다고 알아 보라고 하세요 ]


[ 노친네가 늘 그렇죠…. 신경 쓰지 마세요 ]


[ 신경 안 쓸 수가 있어요? 작은 아버님도 빨리 장손을 보고 싶으신가 봐요 ]


[ 하하우리 집안에 장손은 혁이잖아요 ]


[ 삼춘도정말 시원하다! ]


명도의 손이 움직일 때마다 미옥은 시원한 느낌이 들면서 그에게 물었다.


[ 삼춘정말 사귀는 아가씨 없어요? ]


[ 없다니까요….. ]


늘 자신감 넘치던 시동생의 목소리가 시무룩해지자 미옥은 아차 싶었다.


[ 아직도그 아가씨 못 잊었어요? ]


[ 못 잊긴요시집가서 잘 사는 여자를 뭐 하러 생각 해요… ]


[ 그 아가씨도 못됐다! 삼춘 같은 남자를 놔 두고…. ]


말을 이으려다 그만 둔 미옥은 시댁 작은 아버님의 말도 있고 해서 물었다.


[ 삼춘은어떤 스타일의 여자를 좋아해요? ]


[ 스타일? 하하제가 그런 거 따질 처진가요? 그리고 때가 되면 인연이 닿겠죠.. ]


[ 그러다 금방 서른 중반 되요. 벌써 서른이면서…. ]


[ 저보다도형님 돌아가신 지도 제법 시간이 지났는데…. 형수님이 시집가셔야…. ]


[ 어머! 삼춘도…. 형수보고 시집가란 말예요? ]


[ 그럼 형수님은 혼자 사실 생각하셨어요? 아직도 젊으시고 매력이 철철 넘치시는데… ]


[ 매력? 호호삼춘은 형수가 매력 있는 여자로 보여요? ]


[ 그럼요. 세상에 어디 우리 형수님만큼 매력 있는 분 있으면 나와 보라 그래요… ]


[ 삼춘한테는 형수니까 그렇게 편드는 거죠….. ]


[ 아니에요. 형님도돌아가시기 전에 저한테 부탁했어요. 형님 잊고 새 출발 하시게 도와 주라고…. ]


[ 형님이….그런 말을 했단 말이에요? ]


미옥이 고개를 돌려 명도의 얼굴을 본다.


[ 그러니 형님 생각하지 마시고 형수님도 형수님 행복 찾으세요…. ]


[ ……아니에요. ...혁이 데리고 이렇게 살 거에요. ]


잠시 생각에 젖어 들었던 미옥이 다시 시동생을 돌아 보며 묻는다.


[ 괜히 엉뚱한 곳으로 이야기가 흘렀네그보다삼춘은 어떤 스타일 여자가 좋아요?


혹시 알아요? 작은 아버님 말씀대로 제가 선을 놓을 수 있을지…? ]


[ 하하….굳이 스타일이라기보다는…. 형수님 같은 타입이 좋죠! ]


그러자 미옥이 뒤를 돌아 보며 눈을 흘긴다.


[ 아이~! 농담하지 말고 진짜루 말해 봐요. 삼춘은 늘 장난치더라~~! ]


[ 하하농담 아니에요. 형수님 같은 여자 있으면 내일이라도 장가 간다니까요! ]


[ 내가 못살아~! 암튼삼춘은 농담을 해도 미워할 수 없다니까~~! ]


뒤들 돌아 보며 웃는 형수님의 젖가슴이 출렁거리는 것을 엿보다가


다시 비닐하우스로 가려는 미옥을 명도는 말리고 혼자 걸어 갔다.


 


평일 날 친정에 간 미옥은 또 엄마에게 한 소리 듣는다.


[ 이것아너도 어떻게 해야 되는 거 아냐? ]


[ 엄마는박서방 세상 버린 지 얼마나 되었다고 자꾸 그래요? ]


[ 이미 세상 떠난 사람은 떠난 거고산 사람은 살아야지. 넌 평생 혼자 살 거냐? ]


[ 그럴 생각이에요! ]


[ 쯧쯧이것아! 아직 젊은 나이인데 혼자 견뎌낼 자신 있어?  


그리고 네가어디 여자로서 인물이 떨어져아니면 머리가 떨어져? ]


친정 엄마 말대로 정말 미옥이 어디 미모가, 몸매가 떨어지는 건 아니었다.


마흔 전인데도 약간 갸날프다 싶을 정도의 늘씬한 몸매를 가지고 있었으니


[ 그건 엄마 팔이 안으로 굽어서 그렇죠. 그리고 여자로서 혼자 사는 거할 수 있어요.]


[ 지금이야 그럭저럭 지내지만 한 없이 그렇게 지낼 수는 없지 않니? 그리고 말이 좋아 시동생이지,


이제 남이 되어 버린 시동생을 데리고 있는 것도 보기 그렇다. ]


[ 엄만! 우리 삼춘 얼마나 사람 좋은데그리고 날 많이 도와 주고 있단 말에요 ]


[ 그렇다는 것이지쯧쯧아들 둘에 딸 둘인데 아들들은 다 걱정 없이 사는데 딸들은….쯧쯧


친정이라도 좀 잘 살았으면 어떻게라도 도와 줄 텐데…. ]


친정 엄마의 혀를 차며 내쉬는 한숨에 미옥은 자신도 자신이지만 동생 미진이 이혼한다 뭐 한다 하여


부모님 속을 썩혀 드리는 것에 마음이 편할 리 없었다.


[ 도와 주긴 뭘 도와줘요. 나도 잘살아…. 엄마. 나 갈게요… ]


[ 벌써 가? ]


[ ! 혁이도 이제 올 때가 되어서 저녁 식사도 해 줘야 해요 ]


[ 알았다. 내가 밑반찬 좀 만들어 놨으니 가지고 가. ]


[ 이제 좀 그만해요. 내가 뭐 반찬 만들 줄 모르나… ]


[ 누가 만들 줄 몰라서 그러니? 아무 말 말고 가져 가! ]


올케언니가 챙겨 준 반찬을 차에 싣고 집으로 돌아 오는 미옥의 심정을 아는 지 모르는 지


마을 어귀에 커다랗게 서 있는 미루나무 한 그루가 바람이 한들거리고 있다.


 


저녁 늦게 집에 들어 온 명도가 컴퓨터를 켜 놓고선 여러 가지 자료를 펼쳐 뒤적이고 있자


음료수를 가지고 들어 온 미옥이 물었다.


[ 뭐 하세요? ]


[ ! 매장을 열면 어떻게 운영하고 또 이익은 어느 정도나 될까 검토하고 있어요! ]


[ 그런 것도 해요? ]


[ 하하그럼요. 한 번 하면 투자되는 돈이 얼마인데잘못되면 저 알거지 되는 거 아시잖아요 ]


[ 그렇구나…. 어머! 이거 잠시 줘 봐요! ]


옆에 음료수를 놓자 마자 미옥이 명도가 보고 있는 사진을 뺏어 들여다 본다.


[ 보는 거 뺏는 사람이 어디 있어요? ]


[ 호호미안근데이 매장정말 이쁘다! 그쵸? ]


[ 매장 인테리어를 어떻게 할까 찾아 보다가 그 사진을 구했어요. 그런데 그 인테리어 소품점하고


제가 하려는 슈퍼마켓은 엄연히 다르니까 참고만 하려고요 ]


[ 이게 인테리어 소품점이에요? ]


[ 아기자기한 소품들을 파는 곳이죠. 여기여기에 자그마한 화분도 있죠? 이런 것도 팔아요 ]


[ 이런 거 괜찮겠네… ]


[ 하하형수님도 관심 있으세요? ]


[ . 관심이 생기네요. 매장도 이쁘고… ]


[ 이런 점포 하나 내는데 제법 있어야 할 걸요일하는 거야 그리 어렵지 않지만… ]


[ 삼춘. 이 사진 좀 보고 갖다 줘도 되요? ]


[ 그냥 형수님 가지세요. 전 이미 봤으니까 없어도 돼요 ]


[ 고마워요! ]


사진을 들고 나가는 미옥을 보고 명도는 잠시 하던 일을 놓고 생각에 잠긴다.


 


다음 날 저녁


[ 형수님제가 형수님한테 선물하나 드릴까요? ]


[ 선물? 왠 선물? ]


[ 하하별 거 없어요 ]


그러면서 명도가 한 보따리 책을 내어 놓자 미옥이 눈을 둥그렇게 뜬다.


[ 이게 다 뭐에요? ]


[ 어제 형수님이 좀 관심 있어 하시는 것 같아 제가 책을 구해 왔어요. 저도 같이 볼 겸요 ]


[ 어머! 그럼 이게 다 그런 책이에요? ]


[ 책도 있고 잡지도 있어요. 심심할 때 보세요 ]


[ 정말이네호호고마워요! ]


그 중에 미옥은 책 몇 권을 들고 나갔고 명도는 다시 자료를 정리하다 의자에 앉아 있기 귀찮아


등에 베개를 받치고 벽에 기대어 가져 온 잡지들을 휘리릭 넘기고 있는데 아까 책을 가지고 갔던


미옥이 들어 온다.


[ 더 필요한 거 있으세요? ]


[ 호호혼자 보기 심심해서요! ]


[ 그러세요? 그럼 이 쪽으로 오세요! ]


그가 자리를 조금 내어 주자 미옥이 옆에 앉아서는 책을 넘겼고 간혹 명도가 보고 있는 책을


곁눈질 해 본다.


[ 어머! 그 사진 엄청 이쁘다! 줘 봐요… ]


그가 보고 있던 잡지를 빼앗아 들여다 보다가 다시 그에게 돌려 준다.


[ 삼춘… ]


[ . ]


[ 나도 이런 가게 하나 내 볼까요? ]


[ 그런 마음이 드세요? ]


어제 형수님의 반응을 보고 예상했던 일이었다.


[ . 비닐하우스 저거 해서 뭐 먹고 살 수 있는 것도 아니고신주 단지 모시듯 가지고 있는


분재들도 마냥 저렇게 놔 둘 수는 없잖아요. 차라리 이런 가게를 내어 분재도 함께 팔면


괜찮을 듯 한데…. ]


[ 제 생각에도 좀 괜찮은 것 같아요. 그리고 다른 매장보다 손도 많이 안 가고… ]


[ 그렇죠? 맞죠? ]


[ 맞긴 한데…. ]


[ 한데?! ]


[ 형수님은 그것보다 시집 갈아얏! ]


[ 또 그 소리! 앞으로 그 이야기 할 때마다 삼춘 꼬집을 테니 그리 알아요. 알았죠? ]


[ 알았어요! 근데왜 이리 아프냐! 아이고~~~! ]


[ 어머! 다 큰 남자가 엄살은! 엄살 부려도 다시 꼬집을 거에요! 지금도 아파요?]


[ 안 아파요! 전혀 안 아파요! ]


정색을 하며 손을 내 젓는 명도를 보고 미옥이 웃음을 터트린다.


 


뜻하지 않게 소품가게를 내 보고 싶다는 욕심이 생긴 미옥은 시동생이 가져다 둔 책들을 뒤적이고


인터넷을 찾아 어느 정도의 자금이 드는 지도 대충 알았다.


집안 살림하고 가끔 비닐하우스 들여다 보는 생활을 하다 새로운 것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되니


무엇보다 활력이 솟고 재미가 붙어진다.


그런데 오늘 뜻밖의 손님이 찾아 왔다.


자신도 두 번인가 본 적이 있는 여자


이름이 아마 희정이라 했지….


시동생의 애인이었던 그 여자가 이 집까지 시동생을 만나러 찾아 와 괜히 잘 있는 시동생 마음을


건드릴까 안절부절한데마침 비닐하우스에서 돌아오던 명도와 부딪혔다.


과일과 음료수를 내어 주고 밖으로 나온 미옥….


어찌할까 망설이다 잠시 집 밖으로 나갔다가 궁금하여 집으로 들어 오니


시동생이 머물고 있는 방의 창문으로 작은 말소리가 흘러 나온다.


명도씨후회 많이 했어! ‘


이제 다 끝난 일인데이야기 해서 뭐하겠냐…. ‘


용서해 줄 수 있어? ‘


용서고 뭐고 간에인연이 닿지 않아 그런 걸 어떡하냐. 그리고 능력없는 내가 잘못이었지…’


시동생의 말에 잠시 침묵이 흘렀고그 여자의 목소리가 들렸으며 한참 동안 이야기가 진행되다가


본론을 꺼낸다.


명도씨우리가끔 만나는 거 안될까? 명도씨도 아직 나 사랑하는 거 알아. ‘


그 이야기를 듣고 있던 미옥이 속으로 울컥한다.


뭐야? 저 계집이그만큼 시동생한테 상처 줘 놓고는 또 이제 와서는 만나고 싶어? ‘


말도 안되는 소리를 하는 그녀의 이야기를 들으니 더욱 가관이었다.


….명도씨 생각나서 죽겠어! 그 사람하고는 아무 재미도 못 느껴! ‘


그 말을 들은 미옥이 다시 끓어 오른다.


환경 따지며 환경 좋은 남자를 찾아 가 놓고는 이제 또 도련님한테 달라 붙으려고?


그럼 뭐야저 계집애가 돈 많은 남자는 남편으로 두고 우리 삼춘을 애인으로 둬서 재미 보겠다는 거 아냐? ‘


마음 같아서는 집 안으로 들어가 그 여자를 끌어 내고 싶은 마음인데시동생의 목소리가 들린다.


….이제….너한테….아무런 감정도, 관심도 없어…. ‘


그 한 마디에 다시 방안에는 침묵이 흐르는 것 같았다.


세상에무관심만큼 무서운 것이 있을까….


시동생이 그나마 마음을 단단히 먹고 있는 것이 다행이다 싶은 생각이 들어 대문을 나서 비닐하우스로 갔다.


분재에 물을 뿌려도 마음은 딴 곳에 가 있는데


얼마나 지났을까


입구에 시동생이 나타나 들어 와서는 아까 하던 일인지 분재에 거름을 주기 시작한다.


물어 볼까 말까


[ 그 여자는…? ]


[ 갔어요. ]


[ … 언제또 만나기로 했어요? ]


[ 아니에요. 다시는절 찾지 말라고 했으니 형수님도 걱정 놓으세요… ]


[ 네에~~! ]


평소와 달리 입이 무거워진 시동생을 보고 아마 마음이 편치 않을 것이라는 짐작을 하면서도


마음을 다잡은 것 같아 한결 마음이 놓인다.


 


명도와 혁이 거실에서 바둑을 두고 있었는데 실랑이가 벌어진다.


[ ~~! 한 번만 봐 주라~~! ? ]


[ 안돼요. 벌써 몇 번 째에요? ]


[ 그래도혁아! 한 번만 봐 주면 안되겠냐? ]


[ 안되겠는데요…. 삼촌도 좀 공부를 하세요. 바둑 책 사다가 조금만 공부하면 될 터인데… ]


촌수로 따지면 5촌 아재뻘이지만 편하게 삼촌으로 부르는 혁이었고 형수님 역시 그렇게 부른다.


[ ! 넌 이제 중2짜리가 공부는 안하고 바둑만 뒀냐? 왜 그렇게 잘 둬? ]


[ 저 공부도 잘해요. 삼촌. 삼촌은 중학교 때 공부 잘 하셨어요? ]


[ 공부? ~~! 그런 이야기를 뭐 하러 꺼내냐? 그래! 내가 이번 판은 졌다. 다시 하자! ]


[ 삼촌! 나 공부해야 한단 말이에요! ]


[ 한 판….한판만 더 하면 안되겠냐? ]


그 때 문이 열리며 미옥이 과일과 간식거리를 들고 들어 오면서 웃는다.


[ 호호밖에까지 소리 들리는 걸 보니 삼춘이 또 진 모양이네?! ]


[ 애가 조그만한 게 바둑을 너무 잘 둬요 ]


[ 삼촌은제가 잘 두는 게 아니라 삼촌이 못 두는 거에요! ]


그러자 혁이를 가만히 노려보던 명도가 대뜸 굴밤을 준다.


[ 그래 이놈아! 이 삼촌 머리가 나빠 잘 못 둬서 졌다! 됐냐? ]


[ 아이고! 삼촌손은 엄청 맵네! 아무튼 이겼으니 삼촌약속 지켜요? ]


[ 알았어 임마! 내가 언제 약속 안 지키대? ]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혁이가 빵을 들어 먹기 시작하자 미옥이 궁금한 듯 물었다.


[ 약속? 무슨 약속? 삼춘…. 뭐 사 주기로 한 거에요? ]


[ 아니에요그런 거 있어요! ]


[ 혁아! 네가 말해 봐. 삼춘하고 무슨 약속 했는데? ]


[ 그런 게 있어요. 엄마는 몰라도 돼요! ]


[ 이게!.... ]


자신도 굴 밤을 주려던 미옥은 혁이 쌩~~ 하니 자신의 방으로 가려다가….몸을 틀고는


덥썩 빵을 하나 집어 들고 제 방으로 간다.


[ 무슨 약속 했는데요? ]


미옥이 명도에게 묻자 명도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니 미옥이 그의 허벅지를 꼬집었다.


[ ~~~~~! ]


[ 이래도 말 못해요? ]


[ 못해요! 혁아! 삼춘 좀 살려 주~~! ]


 


일요일 새벽이 되어 부산해진 명도는 이것 저것 챙겼고 혁이도 준비를 하기에


미옥은 뭔가 싶어 두 사람을 번갈아 본다.


[ 형수님도 빨리 외출복으로 갈아 입으세요! ]


[ 어디 가요? ]


[ 오늘 동해 놀러 가기로 했으니 빨리 챙기세요! ]


[ 동해? 갑자기 왠 동해에요? ]


[ 하하그저께 제가 혁이한테 내기 바둑 졌잖아요. 그래서 가기로 한 거에요 ]


[ 그럼 그 내기라는 게? 그런데 왜 지금에야 말해 주는 거에요? 혁이 넌 왜 말 안했어? ]


[ 하려고 했는데삼촌이 하지 말랬어요. 미리 이야기 하면 또 엄마가 이것 저것 챙기느라 고생하신다고… ]


혁이의 말에 두 사람을 번갈아 보던 미옥이 팽~~~ 돌아 서자


[ 형수님~! ]


[ 엄마~~! ]


 


오랜만에 나들이에 나서는 미옥은 상쾌한 기분을 느꼈다.


남편을 떠나 보내고 나서 어디 간 적이 없었는데 정말 오랜만에 밖으로 나오는 것이었고


이제 막 시작된 가을이라 그런지 더더욱 차창으로 보이는 경치에 빠져 들었다.


옆을 보니 혁이도 늘 공부에만 치여 있다가 나와서인지 즐거운 듯 했고


앞에서 운전하는 시동생도 신나 있었다.


[ 엄마 모르게 삼춘하고 내기 하는 애가 어딨니? 근데정말 네가 바둑 이긴 거야? ]


[ 아니야실은 삼춘이 일부러 져 준거에요! ]


[ 일부러 져 줬어? ]


[ 삼춘이 머리는 나빠도바둑은 꽤 둬요. 내가 넉 점 깔고 시작 했거든요 ]


[ 그랬니?.... ]


소곤대던 미옥은 다시 한 번 앞에서 운전하는 시동생을 보며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마침내 해가 약간 솟아 오른 푸른 바다를 바라보니 그 동안 막혔던 숨통이 확 트이는 것만 같았다.


[ 형수님하고 혁이하고 서요. 사진 찍어 줄 테니… ]


모자가 해를 등지고 서자 명도는 해와 바다, 그리고 그들을 함께 초점에 담았고


몇 장을 찍고 나자 혁이 사진기를 든다.


[ 엄마엄마는 여자면서 왜 그래요? ]


[ 내가 뭘 잘못했니? ]


[ 엄마가 뻣뻣하게 있으니 좀 사진발이 그렇잖아! 삼춘 팔짱 껴요…! ]


[ 얘는….! ]


미옥은 마지 못해 시동생의 팔짱을 끼고 카메라를 응시했는데 닿은 시동생 팔이 따뜻했다.


맑고 푸른 물 밑에 난 하얀 모래가 탐이 나 한 움큼 쥐어 그 느낌을 손으로 음미하다가


물속에 다시 놓아 주니 알알이 흩어져 바닥에 가라 앉는다.


가을이라 해도 아직 더운 지라 물이 그리 차갑지 않아 신을 벗고 물 속에 들어가자


방금 전 손에 쥐었던 그 모래알들이 발가락 사이로 스며 들어 간지럽힌다.


 


[ 엄마! 오길 잘했죠? ]


[ 그래네 덕분에 엄마 이런 곳에도 와 보는 구나! ]


[ 히히…. 사실 삼촌 덕인데… ]


[ 그게 뭐 어떠니! 네가 엄마 생각해 주는 마음만이라도 고맙다. 삼춘도 고마워요! ]


[ 별 말씀을 다 하세요. 오랜만에 오신 만큼 마음 놓고 노시는 거 아시죠? ]


[ 호호그렇게 할게요. 근데 비닐 하우스 문을 잘 잠그고 왔나?! ]


[ …. ]


[ 호호농담해 봤어요! ~~! 정말 경치가 너무 좋아요! ]


회집에서 바라다 보이는 푸른 물결이 저 끝으로 내달아 마침내 하늘과 닿아 있고


금방이라도 그 끝을 알 수 없는 넓은 품으로 빠져 들고 싶은 생각이 든다.


식사를 하고 나와 다시 차를 운전하여 해안가를 여행하였고 경치 좋은 곳에 이르러 다시 해안가를 거닌다.


[ 혁아! 엄마가 팔짱 껴 줄까? ]


[ 싫어요! ]


[ 왜 싫어? 이 엄마는 이렇게 잘 커 준 우리 혁이 팔짱 끼고 싶은데? ]


[ 에이~! 그래도 싫어요. 삼촌 팔짱 끼면 되잖아요! ]


[ 얘는…. 그럼 나도 싫다! ]


[ 아이~! 엄만! 내가 엄마하고 팔짱 끼면 여자친구가 뭐라 하겠어요. ]


[ 뭐어~~? 호호그럼 네 여자 친구가 기분 나빠 할까 봐? ]


[ 그건 아니지만삼촌은 그런 거 아무 상관 없잖아요! ]


[ 임마! 난 왜 상관 없는데? ]


[ 삼촌은 애인이 있어요 뭐가 있어요? 말 그래도 프리 하잖아요! ]


[ 요놈이! ]


명도가 굴밤을 먹였다.


[ 아야야~~! 또 왜 그래! 틀린 말 했어요? 그러니 엄마삼촌 팔짱 껴고 걸어요.


서로 비슷한 처지인데…. ]


[ 비슷한 처지? 요놈이 또  ]


그러자 혁이 혀를 낼름하고 재빠르게 앞으로 빠져 나가자 명도와 미옥이 마주보고 웃었다.


[ 삼춘. 팔짱 껴도 되죠? ]


미옥이 미소를 지으며 그의 팔짱을 끼자 명도는 엉거주춤 걸었다.


[ 쟤가곧 있으면 미국 가요. 그래서 엄마한테 더 어리광 부리고 싶은가 봐요 ]


[ 미국이라뇨? ]


[ 쟤 큰 외삼촌이 미국에 있는데 혁이를 보내래요. 혁이하고 동갑내기 아들이 있는데


같이 학교를 보내고 싶다고 해요. ]


처음 듣는 이야기였다.


[ 그럼형수님도 가세요? ]


[ 아뇨. 혁이 학교 보내주고 생활까지 오빠가 책임져 준다는데 거기에 더 짐을 지울 수는 없죠 ]


[ 혁이는요? ]


[ 가고 싶대요. 미국 가서 열심히 공부하고 영어도 잘 해서 외교관이 되고 싶대나….


그래서 아마 오늘 여기 놀러 오자고 했나 봐요! ]


[ …. 형수님이 더 쓸쓸해지시겠어요! ]


[ 어쩔 수 없죠. 그렇다고 아들 앞길 막는 에미가 되어서야 되겠어요? ]


[ 혁이가….애 어른 같죠? ]


[ 호호그럼요! 누구 아들인데! ]


[ 하하형수님도… ]


그런 일이 있은 줄 몰랐던 명도는 며칠 전 혁이가 내기 하자며 바둑판을 들고 왔을 때


그냥 엄마 기분전환 시켜 주려 한 줄 알았다.


형수님의 친정도 넉넉한 집안이 아닌데 그나마 혁이 큰 외삼촌은 일찍 대기업에 취직하여


외국 지사에 나가 있으니 이런 기회도 생기게 되었단다.


옆에서 서서 나란히 걷는 형수님….


몇 달 전에 형님을 떠나 보내고 또 아들마저 먼 외국으로 유학 보내야 하다니


[ 혁이 문제 때문에 그런 것도 있지만


실은 엄마하고 오빠가 절 자유스럽게 놔 두려고 하는 마음도 있어요 ]


[ … 형수님 재혼 때문에? ]


그러자 미옥이 고개를 끄덕인다.


[ 그렇지만 그런 생각은 없는 걸요. 엄마나 오빠는 혁이하고 떨어지면 자연히 다시 인연을 만날 것이라


생각한 것 같지만난 우리 혁이만 있으면 돼요. 잘 키워서 장가 보내고손주도 내가 키울 거에요! ]


[ 제 생각도 형수님 어머님이나 오빠 분하고 비슷한데….]


[ 그런 말 마세요. 어머! 혁이는 벌써 저기까지 갔네! 우리도 빨리 가요! ]


팔짱을 낀 미옥이 걸음을 빨리하자 명도는 자신의 팔에 와 닿는 형수님의 젖가슴 감촉을 느끼면서


걸음을 크게 떼어 놓는다.


 


이야기 꺼낸 지가 얼마 되지 않았는데 혁이는 외국으로 갈 준비를 하였고


그런 모습을 보는 미옥은 마음이 무거운지 손에 일이 잡히지 않았다.


결국미옥이 아들 혁이를 데리고 미국으로 떠났으며 그들을 보내는 명도는 착잡한 마음이 들었다.


그 동안 일이나 제대로 해 놔야지


오랫동안 찾아 며칠 전 계약을 해 놓은 점포의 인테리어를 시작하였으며


무엇보다 중요한 상품의 수급에 온 정신을 쏟았다.


지하에 있는 매장이라 다른 곳보다 더 신경을 써야 했고 더군다나 일반 슈퍼마켓과는 달리 신선식품과


과일, 건강상품 등에 특화를 하려니 더욱 더 바쁘게 돌아 다녀야 했다.


그동안 조금씩 준비를 해 놓았고 또 미리 여러 상품을 조달하기 위한 조사와 공급처를 뚫어 놨기에


큰 어려움이 없었지만 막상 오픈 일이 가까워 오자 마음이 다급해지고 안달이 난다.


유기농 채소와 농 특산물, 그리고 수산물까지 함께 준비해야 하니 쉽지 않은 일이었지만


요즘 웰빙이다 뭐다 하면서 관심들이 높기에 명도로서는 새로운 승부를 걸어 보는 것이었다.


점포도 아파트 단지가 많은 곳이면서 또한 오피스가 가까운 곳에 많이 있으니 괜찮은 곳이었는데


단지 지하라 문제가 될 수도 있겠지만 어차피 좋은 물건으로 찾아 오는 손님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옷 가게를 처분한 돈으로 매장 보증금을 내고 집기를 마련하자 거의 다 까 먹었다.


일부는 대출로. 일부는 자금을 빌려  나머지 자금을 마련한 명도는 차근차근히 매장 준비를 해 나갔고


미리 일을 나온 김신지가 매장을 정리하는 동안 명도는 트럭을 타고 장시간 보유할 수 있는


물건들을 하나 하나씩 매입해서 들여 놓았다.


스물 두 살밖에 되지 않는 친구 동생인데 일하는 것이 싹싹하다.


 


- 다음 편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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