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4)
우리집안은 한바탕 잔치가 벌어졌다.
오랜만에 온기가도는 분위기...은영이때와는 사뭇다른 집안분위기에 아빠를 쳐다보는 내 눈길은
곱지만은 안았다, 저렇게도 아들이 좋은지 벌어진 입은 다물줄을 모른다, 저렇게도 좋을까
상투틀고 수염은 길게 느리워진 조선시대에나 있을법한 아빠의 사고방을 누가 있어 바꿀수있단말인가 아무리 미워도
내가 할수있는건 아무것도 없었다, 엄마와 나....그리고 우리은영이....우리는 조선시대의 여인아닌 여인이
될수밖에 없었다.
고지식한 아들선호사상에 뿌리깊게 물들어있는 아빠의 사고방식....상대적으로 고추를 달고 태어난 내 두번째 아이는
들어오는 순간부터 사뭇 격이달랐다, 아들만이 사람인줄아는 아빠......
내가 삼신할미로 태어날수 있다면 후생에는 아빠를 여자로 만들어버릴텐데.....지금 엄마가 겪는 고통을 그대로
겪게할텐데.... 부질없는 생각인줄 알지만....그렇게나마 마음의 위안을 삼고싶은 마음인것을.....
아빠의 꿈과 희망을 안고 태어난 아이는 희망이라고 이름이 붙여졌고 태어나는 순간부터 우리집의 기둥이 되어버렸다.
희망이는 자신이 귀한대접을 받는줄 아는지 모르는지 한번 울기시작하면 그칠줄을 모른다,
사내아이임을 자랑하듯 집이떠나갈듯한 울음소리.....
그놈참....사내라 다르긴 다르구만....그래야지 나중에 크게 될려면 울음소리가 저정도는 돼야지 흐,흐흐
아빠는 대견스러운지 웃음이 떠나질 않는다.
희망이와 관련된 일이면 마냥 좋기만한 아빠...크게울면 목소리가크서좋고 울음이 그치지않으면 무릇사내는
뿌리를 뽑을줄 알아야지....
<엄마에게도 그렇게 관대해보지...내게도 은영이에게도.....>
힘든 엄마의 어깨를 가볍게 해주기위해 힘들게 낳은 아이들은 아빠의 만족을 채워주는데 만족해야했다.
아이들을 바라보는 엄마의눈은 이유는 모르지만 왠지 슬퍼보였고 언제나 촉촉히 젖어있었다, 유리알같은 눈물이
금방이라도 흘러내릴것만 같은 엄마의 모습....이런엄마 모습을 보지않을려고 힘든결심을 했는데.....
엄마의 모습이 더 힘들어보이는건 내가 잘못본것일까?? 무엇이 엄마를 저렇게 힘들게 했을까???
<엄마! 밝게 웃어봐 제발...그렇게 슬픈표정짖지말고....엄마의 웃는 모습을 보면 난 행복해지는데....
엄마의 지금모습은 나를 슬프게 만든단 말야! 엄마의 행복을 위해 2년이란? 시간을 선물했는데 엄마의 모습이 더
슬퍼지면 날더러 어쩌라는거야???
엄마를 위해서 이렇게 가슴이 부풀어올라있는데.... 가슴이 터질것같단말야!>
엄마에게 할수없는 말들을 가슴속으로 울부짖었다.
아이에게 한번도 빨려보지못한 젖은 부풀대로 부풀어올라 가슴이 터질것같은 아픔이 느껴졌다, 당장이라도 희망이를 안고
젖을 물려주고싶지만 내가 엄마에게 줄수있는 선물인 은영이와 희망이...질기고 질긴 모자간의 끈을 끊기위해
아픔가슴을 누르고 눌러본다, 통증이 가실때까지.... 부풀어오른꼭지를 타고 흘러내리는 젖줄기.....
가슴섶을 적시며 동그랗게 커져가는 물기젖은 앞섶....입술을 꼬옥 깨물어보고 주먹을 불끈쥐어보지만
가슴에서 느껴지는 통증은 쉬 가시지 않았다.
엄마는 띄엄띄엄 걸음을 내딛는 은영이를 감당하기도 벅찼는지 희망이를 내게 맏기는 횟수가많아졌고
은영이만 엄마몫인듯 데리고 나가버리는 엄마....
내차지가 되어버린 희망이를 안아드는순간 내 품이 낮설었는지 울음을 터트리는 아이.....
아이에게는 내품이 불편했는지 좀처럼 그치지않는아이...엄마처럼 아이학 박사학위를 취득한사람과 초보엄마인 나와는
비교자체가 불가능했다, 어떻해.....엄마도 없는데......
한번 울음이 터지면 그칠줄 모르는 희망이를 안고 달래고 얼러기를 몇번 도무지 그칠줄을 모르는 아이...
엄마는 내게 맏기고 어딜간거야! 희망아 그쳐 제발...사정도 해봤지만 아이에겐 아무런 소용이없었다.
그 와중에도 부풀어 오른 가슴에서는 여전히 통증이 느껴졌고 아이의 울음소리에 지친..난 아이에게 앞섶을 열어버렸다.
울음을 그칠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에.....
처음접해보는 두개의 살 무덤이 낮설었는지 고개를 돌리는 아이....
문득아이에게 미안한 생각이밀려온다, 당연히 아이의 몫인데 한번도 물려보지않았기에 제것인지도 모르는아이....
희망아 엄마가 미안해! 네 권리마져 이못난 엄마가 뺏어버렸구나....아이의 외면에 밀려드는 서운함은...
아이에게 한번쯤은 엄마의 역할을 해보고싶었다, 첨이자 마지막으로.....
외면하는 아이를 가슴으로 당겨안으며 입에물려주었다, 본능인지 아이는 부풀어있는 우유통을 빨기시작했고
가득차여있던 우유는 봇물이 터지듯 아이의 입속으로 쏟아져 들어갔다.
연약하기만 한 아이에게서 빨아당기는 힘은 태산을 움직일것같은 엄청난 것이었다, 내 가슴을 송두리채 아이에게
빨려들어가는 느낌....아! 나도 모르게 아이를 꼭 끌어안았다, 우유가 빠져나가는 만큼이나 생겨나는 아이에대한
사랑....난 아이에게서 눈을 뗄래야 뗄수가 없었다, 너무도 사랑스런아이... 내가 엄마란다 아가야!
떳떳하게 네앞에 영원히 설수 없겠지만 엄마는 너를 사랑한단다.
젖을 빨면서 나머지 남은 젖은 손으로 잡고 올려다보는 아이의 얼굴....엄마의 얼굴을 확인하려는듯 힘겹게 뜬
눈으로 올려다보는아이.....그래! 잘봐두렴 내가 네 엄마야!
까만 눈동자의 우리 희망이....한번도 내게서 시선을 떼지 않은채 우유통을 열심히 빨아먹는아이...
이순간 아이의 영상은 내 머리속 가슴속깊이 너무도 선명하게 아로새겨졌다.
중년의 나이에 두명의 아이는 엄마에게 엄청난 짐이였나부다, 엄마는 아이가 울때면 업어주는 버릇을 들여놓았고
나이를 잊은채 아이를 업고 생활하던 엄마에게 찾아온 허리 디스크.....
희망이로 인해 찾아왔던 우리집의 봄은 영원히 우리곁에만 머물러있을줄 알았는데 신의질투인지 꽃이채 피기도전에
차가운 한파가 몰아쳤다.
엄마에게 찾아온 병마는 우리집의 모든걸 흐트려 버렸다.
그토록 희망하던 대학도 부품꿈도 엄마에게 찾아온 병마로 물거품이 되어버렸다.
보호자가 없어져버린 아이들을 돌봐줄 사람은 아무도 없었고 내가낳은 아이들의 꾀죄죄한모습....
끊을려고 끊을려고 무단히도 참고 견뎌냈지만 엄마없는 아이들처럼 그렇게 내버려둘수는 없었다.
대학도 꿈도 가슴속에 갈무리 한채 그렇게 아이들의 엄마자리로 돌아와 버렸다, 아무도 모르는 혼자만의 비밀을
간직한채....
아빠는 집이재수가 없어 엄마의 허리가 저렇게 되었다면서 이사를 추진했고
점포하나에 방이 두개딸린 새로운 우리터전은 아빠의 마음을 대변하듯 희망약국이란 새로운 간판을 내걸었다.
낮선곳에서 낮선이들과의 생활.....
은영이를 보면 누구나 내딸이란걸 알수있을 정도로 너무도 닮아있는 은영이....
낮선곳에선 은영이 엄마....약국집새댁....그렇게 불려지기 시작했다.
담편에서 뵐게요.
전작에 관한 문의가 있어서 약간의 해몀은 해야될거같네요.
완결을 지어달라는분이 계셨는데 죄송하구요,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완결은 꼭 지을게요.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님 같은 팬을 외면할수야 없지요, 기다려주실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