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하게 하지마, 그렇지만 심하지 않게도 하지마(6)
6. 하늘에서 해와 달을 동시에 볼 수는 없다?
[오빠, 오늘은 어디 가요?]
십자가 달린 금목걸이를 만지작 거리며 수정이 선준에게 묻는다. 향수 냄새가 조금 독하다. 선준이 선물
해준 것이다. 아마도 집을 나와 선준을 기다리며 뿌린 것이겠지. 집에서부터 뿌리고 나오지는 못했을 거
다. 중3 여학생에게 향수를 허락하는 부모는 찾기 힘들 것이니까..
[두 시간 동안 궁금하고 기대하게 해줄까? 아니면 지금 가르쳐줘서 두 시간이 지루하게 해줄까?]
가벼운 농담조로 응수타진해본다. 원하는 대로 해줄 셈이다. 뭐라고 대답할까 테스트해보려는 의도도 있
다.
[음.. 음..]
운전대를 잡은 채 곁눈질로 보니 검지 손가락을 볼에 데고 고개를 갸웃갸웃 거린다. 수정이도 선준 쪽을
곁눈질 한다. 눈치를 본다. 아마 어떻게 말하면 호감을 살까 궁리중일 거다. 그냥 생각나는 대로 솔직
하게 즉흥적으로 말해주는 게 더 좋은데, 늘 이렇게 잰다. 시간을 끈다. 잘 보이려고 애를 쓴다. 남자
를 지루하게 하는 스타일이다.
[오빠, 지금 나 약올리려고 그러죠? 내가 궁금하다고 하면 안 가르쳐 주구 맞춰 보라고 막 그럴려구 그러
죠?]
이렇게 넘겨짚는다. 이렇게 재고, 속으로 셈이 많은 아이한테는 흥미가 별로 없다. 불편하다. 덩달아서
나도 재고 셈을 하게 된다. 편하게 내키는 대로 해댈 수가 없다. 침대에서 마져도 조심하게 된다.
동생의 친한 친구라 조심스러운 면도 있다. 동생과 단짝인 모양이라 중학교 졸업 때까지는 잘 해줄 생각
이다. 혹시 고등학교도 같은 데를 갈 수도 있지만 그건 그 때 가서 생각할 일이다. 미리 당겨서 고민하
고 싶지는 않다.
[음.. 서울은 아니죠?]
막 서울을 벗어나자마자 아직도 고민 중이라고 써붙인 얼굴로 진지하게 묻는다. CD플레이어를 누르자 음악
이 흘러 나온다.
[아아, 너무 좋다. 이렇게 드라이브 하니깐 너무 좋다.]
중, 고등학교에서 영어 회화만 가르칠 게 아니라 한국어 회화를 가르쳐야 한다. 아는 단어만큼 생각의 폭
도 넓어지는 법이다. 수정이와 함께 있는 동안에는 말을 주고 받는 즐거움을 기대할 수 없다. 몇 번 시도
하다가 이제는 포기한 부분이다.
[그건 좋은 것 같아요. 그냥요. 아니, 싫어요. 그냥요. 몰라요, 생각 안해봐서..]
몸만큼 지성은 성숙하지 못했다. 10년 뒤도 기대하기 힘들어 보인다. 꽤 훌륭한 외모를 가졌고 집안도
여유있던데, 그런 환경조건과는 큰 연관이 없나 보다. 적어도 수정이에게는 그렇게 보인다.
치마가 꽤 짧다. 여름인 걸 감안해도 그렇다. 반면에 상체는 꽤 조신하다. 유명 브랜드의 로고가 겸손하
게 찍힌, 다소 찾아보기 힘든 디자인의 반팔 티를 입었다. 목 부위가 넓게, 그러나 깊지 않게 드러난 스타
일이다. 실제 나이보다 서너 살은 더 성숙해 보인다.
치마아래로 드러난 수정이의 마른 다리를 틈틈이 훔쳐본다. 단발머리로 숨었다 나타나는 어린 뺨도 훔쳐
본다. 선준이 수정을 만나는 이유를 쳐다본다. 볼수록 허기지게 만드는 수정이의 몸을 쳐다본다.
25년쯤 뒤 저 몸을 보게 될 누군가를 생각한다. 선준은 부족함을 느끼는 그녀의 몸과 마음에서 그는 완벽
을 볼 것이다.
갈망하고 좌절하고 스스로를 벌할 것이다. 내가 그러하듯이..
남이섬은 아직 한 시간 쯤 더 가야 한다. 빈 방갈로가 있을 지 모르겠다. 기다리는 동안 섬을 한 바퀴 산
책하는 것도 나쁠 것 없다. 수정이는 계획된 낭만인 줄 알고 감격하겠지..
선경이는 감격해하지 않았었다. 감동이 적은 아이다. 오빠에게만 그런건지도 모른다. 남자친구가 없는
이유를 모른다. 그렇다고 친구녀석들 중 하나를 소개시켜줄 마음은 없다.
선경이는 엄마를 많이 닮았다. 밖에 나가면 자매인 줄 안다. 안다. 진부한 소린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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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호는 뭐 먹고 싶어? 라면? 라면은 집에서 많이 먹잖아. 다른 거 좀 먹어봐. 윤호 엄마, 당신은 뭘
루 할래?]
고속도로 휴게소에는 평일 이지만 사람들로 붐빈다. 명철의 고향집은 휴게소에서 쉬었다가 가야할 정도로
멀리 떨어져 있진 않다. 그러나 명철은 아들 윤호가 휴게소에서 군것질하길 좋아한다는 걸 잘 안다. 명철
이 어릴 때부터 그렇게 습관을 들인 면도 있다. 아들에게 뭔가를 자꾸 사먹이고 해주고 싶은 마음이야 아
빠들의 공통된 것이다. 붐비는 사람들 속에서 뽀송뽀송 솜털이 순결한 어린 분신을 자랑하는 낙을 놓칠 수
없다.
[아빠! 나 저거 핫바도 먹을래.]
윤호는 아빠에게 스스럼이 없다. 떨어져 있는 날이 많아서 낯설어 하면 어쩌나 늘 걱정이다. 언젠가는 서
로를 낯설어 하며 멀어질 날을 피할 수는 없을 거다. 그땐 윤호도 자신의 분신을 자랑하는 낙을 알게 될
거고 그 분신으로부터 낯설어질 날을 향해 지금의 명철처럼 늙어갈 거다. 인생이란 그런 것이니까..
[윤호야, 흘리지 좀 말구 먹어. 케찹 묻으면 잘 안 지워져.]
지영이 윤호가 바지에 흘린 케찹을 닦아내며 잔소리를 한다.
[엄마! 제가 닦을게요. 아야! 엄마아!]
윤호는 지 엄마에게 꼬박꼬박 존대말이다. 엄마를 아주 어려워 한다. 지영이 아들을 험하게 다루지는 않
는 것 같은데, 어릴 때부터 지 엄마에게 살갑게 말하는 걸 본 적이 없다.
아들은 아빠를 따르게 되어 있다는 말을 종종 듣는다. 윤호도 그런가 싶다. 윤호 어릴 때 한 번 이성을
잃고 마구 손을 댔다가 오랫동안 후회하고 자책했었다. 윤호가 아빠를 멀리 하면 어쩌나 걱정에 담배를 하
루 두 갑씩은 피워댔던 것 같다. 마침 회사 사정도 안 좋아져서 그 때가 최대 위기였었다.
아내가 잘 해준 덕이다. 아내가 윤호를 잘 다독이고, 가정을 안정되게 지켜준 게 고맙다. 윤호가 엇나가
지 않고 큰 말썽 부리지 않도록 아내가 잘 잡아주고 있어서 다행이다.
간간히 지나가는 남자들이 지영의 몸을 위아래로 훑고 지나간다. 20대 초반 밖에 안 되었을, 새파랗게 젊
은 녀석들도 지영의 몸을 끈적하게 쳐다본다. 어린 놈들이, 지 엄마 뻘한테.. 기분이 더럽다. 화가 치민
다. 그래도 어쩔 수는 없다. 지영의 청바지가 몸에 너무 달라붙어 있다. 상체를 숙일 때마다 땀이 맺힌
젖가슴 사이 깊은 골이 보인다.
아랫배가 약간 나오기는 했지만, 화장에 가려진 눈 밑에는 기미도 꽤 숨어 있지만, 나이 사십을 감안하면
훌륭한 여자다. 누구라도 품고 싶어할 아내다. 명철도 그렇다. 신혼시절엔 아내 지영의 보지를 한시도
쉬게 한 적이 없다. 그 때는 부모님 두 분 모시고, 막내까지도 데리고 살았었는데 식구들 눈치를 보면서
도 기회만 됐다하면 여지없이 지영의 몸을 덮쳤다. 지영은 어른들에게 들킬까봐 조마조마한지 명철을 피
해 도망다니곤 했다. 그러다가 명철에게 잡히면 몸을 잔뜩 긴장시키고 주위를 살피며 다리를 벌려주었다.
명철은 급한 마음에 몇 번 좆질을 하다가는 금방 사정을 해버리곤 했다.
원래 조루 였는지 그때 급하게 하던 버릇에 그리 된 건지는 모르겠다. 지금도 명철은 아내의 몸에 대한
욕념이 여전하다. 늘 품고 싶다. 원하면 품을 수 있다. 아무런 제약도 없다. 내 아내다. 그러나, 두
렵다. 아내를 만족시킬 수 있을까? 이제는 아내의 몸이 낯설다.
아내가 애교가 좀 많았으면 지금보다는 사정이 나았을 것이다. 처음 아내에게 끌렸던 것도 8살이라는 나
이차이에서 느낀 아내의 천진한 애교였다. 그러나, 결혼하고 겪어보니 그건 애교가 아니라 어린 나이에서
나오는 미숙함이었다. 지영은 잠자리에서도 애교가 거의 없는 편이다.
조급히 일을 치르고 난 뒤 명철을 바라보던 그 눈길.. 비웃는 듯한 그 눈길만 아니었어도 사정이 조금
나았을 것이다.
[윤호 너, 자꾸 한 눈 팔지 말구 빨리 먹어. 너 땜에 지금 아빠랑 엄마 기다리구 있잖아. 남기지 말구.]
아들 윤호가 지 엄마를 어려워 하는 이유도 아마 거기에 있을 것이다. 아내가 휴지를 들어 윤호의 입 주
위를 자주 닦아주며 끊임없이 잔소리를 해댄다. 윤호는 귀찮아 하며 눈을 찡그렸다가도 아빠와 눈이 마주
치며 싱긋 웃어준다.
착한 놈이다..
[자, 다 먹었지? 그럼 이제 출발해볼까요?]
아들의 손을 잡고 차로 향한다. 아내 지영은 윤호의 엉덩이를 툭툭 털어주며 한 걸음 처져서 따라온다.
남자들이 지영을 쳐다보며 지나간다. 살집이 넉넉한 아내의 엉덩이가 씰룩대고 있을 거다. 누구라도 한
번 보면 쫓아가보고 싶은 엉덩이라는 걸 안다. 늘 불안하다.
아들 윤호가 엄마 곁에서 잘 감시해주었으면 좋겠다.
믿을 건 아들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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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더운데 그냥 집에 있으면 안돼?]
[안에 들어가면 안 더워. 군말 말구 따라와.]
미희가 기어코 싫다는 선경을 끌고 집을 나선다.
[내일 오빠 차 타고 갔다 오면 되잖아. 꼭 오늘 가야 돼?]
[니 오빠 내일두 무슨 일 있을지 모르잖아. 세일은 첫날 가야지 안 그러면 좋은 거 다 팔리구 없어. 지
금도 늦었어. 선경이 니가 자꾸 안 나온다구 뻗대니깐 그렇잖아.]
[그러게 싫다는 데 왜 자꾸 그래. 엄만 싫다구 하면 더 그러는 거 알아?]
선경은 엄마와는 늘 시끄럽다. 싫어도 시끄럽고, 좋아도 시끄럽다. 원래 여자들끼리는 그런게 좀 있다.
남자들은 몰라도 된다.
여름상품 정리세일 첫 날이다. 백화점 특설 코너에는 끼어들 틈이 없다. 그 틈을 엄마는 용케도 잘 끼어
든다. 옷을 집어 들어 살피는 품이 전문가다. 눈이 좇기도 힘들 정도로 빠르게 뒤적거린다.
[선경아! 이리 와서 이거 좀 몸에 대봐. 어서! 저건 어때? 왜? 싫어? 색깔이 칙칙해?]
결국 엄마 블라우스 하나와 선준 오빠에게 줄 브랜드 남방 티 두 개를 산다. 두어 시간을 서서 고르다가
건진게 겨우 이 정도다. 선경은 이런 세일 상품에는 맘이 가지 않는다. 남들 손을 탄 걸 몸에 걸치고 다
니는 건 찝찝해서 싫다.
엄마가 조금 더 권했으면 혹시 하나 쯤은 샀을 수도 있다. 선준 오빠 것을 고르는 정성과 노력의 절반이
라도 담아서 권했다면 못 이기는 척 받을 생각도 있다. 그러나, 엄마는 선경에게만은 두 번 권하는 법이
없다. 엄마는 딸과 아들을 차별한다.
[조금만 앉았다가 한 바퀴 더 돌아보자.]
화장실 입구에 놓여진 소파에 앉아 종아리를 두드리면서 엄마가 결연하게 말한다.
[엄마, 나 아까 그거 사주면 안돼?]
[학생이 무슨 그런 비싼 옷을 입는다구 그래? 안돼. 니 아빠 아시면 혼나. 안돼.]
선경은 입술을 지그시 깨문다. 12만원 밖에 안하는데.. 유명한 건데.. 맘에 드는데..
[엄마아.. 응.. 사줘.. 응?]
선경은 미희의 팔을 잡고 애원을 해본다. 통하지 않을 걸 안다. 엄마의 팔뚝이 가늘다. 연약하다.
[너, 안되는 건 안 되는거야. 엄마 두 말 안하는 거 알지?]
선경은 입을 다물어 버린다. 삐진 것처럼 몸을 살짝 돌린다. 팔은 놓지 않는다. 팔짱 끼어 편히 고쳐 잡
는다.
옷은 나중에 혼자 사면 된다. 다만 집 옷장에 편히 걸어두지 못하는 게 성가실 뿐이다. 독서실 사물함에
빈 공간이 있는 지 생각해본다. 안되면 명규 오빠 아파트에 갔다 놓으면 된다. 그것도 조금 성가신 일이
지만..
[언니! 선경 언니! 안녕하세요?]
앳된 소리에 고개를 돌려본다.
[어머! 혜정아.]
쪼르르 달려와 선경의 팔을 잡는다. 매달리며 좋아 어쩔 줄을 모른다. 선경이 다니는 중학교의 1년 후배
여학생이다. 엄마 미희에게도 인사를 한다. 엄마에게 후배라고 소개시켜준다. 엄마는 흐뭇하게 웃는다.
[너두 엄마랑 같이 나왔니?]
[아니요. 친구들이랑요.]
미희의 물음에 혜정이가 손짓을 해보인다. 손끝을 따라가보니 두 명의 여학생이 머리를 숙여 인사한다.
혜정은 선경의 팔에 매달려 떨어질 생각을 안한다. 선경은 조금 난처해진다.
선경이 미희의 팔을 잡고 일어서자 그제서야 혜정의 손이 떨어진다. 잠시 두서없이 조잘거리다가 이윽고
아쉬운 얼굴을 하고는 친구들과 함께 멀어져 간다.
[널 무척 잘 따르네? 학교에서 잘 해준 거 있니?]
[아니.. 잘 해주긴 뭘.. 그냥 지가 좋아서 저러는 거지..]
사실 귀찮은 아이다. 걸핏하면 선물 세례에, 쪽지 편지가 부담스러울 정도로 모여 있다.
[엄마, 우리 저거 한 번 보구 가자.]
머리삔이며, 귀고리, 반지를 모아 놓은 곳으로 미희의 손을 잡아 끈다. 엄마의 귀에 걸어보고, 머리에 꽂
아본다. 단발머리 때문에 귀고리가 돋보이고, 머리삔은 귀여운 게 잘 어울린다. 선경과 같은 스타일의 단
발머리다. 미용실에 가서 같은 스타일로 했다. 선경이 조르고 졸라서 미희가 마지못해 하게 된 머리다.
내내 불평을 한다.
쏘옥 맘에 드는게 있다. 큐빅이 박히고 귀여워 보이는 스타일이다.
[엄마! 이걸루 하자. 예쁘지? 엄마랑 나랑 같이 하면 이쁘겠지?]
[근데, 이거 너무 비싼데..]
그럴 줄 알았다. 가격이 조금 비싸긴 하다. 그럼 백화점 물건인데 그 정도는 줘야 하는 거 아냐?
엄마 고집에 지갑을 열 리가 없다. 이것도 나중에 혼자 사야 겠다. 사서 아빠에게 들려줘야 겠다. 아빠
퇴근 시간에 맞춰 함께 집에 와야 겠다. 아빠 돈으로 산 걸로 해야 한다. 뭐 아빠 돈도 조금 기여하긴 할
거다. 어쨌든 엄마는 나를 향해 눈을 몇 번 흘기고, 잔소리를 한 다음 기쁘게 받을 것이다. 목걸이와 구
두, 그리고 다른 몇 가지를 받았을 때처럼..
개학을 하면 혜정이에게 분명히 얘기해줘야지. 질질 끄는 건 못할 짓이다.
혜정이 너는 내 스타일이 아니다..라고 또렷하게 못을 박아야 겠다.
연하에게는 별로 끌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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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집은 사는 사람이 없어도 깨끗하다. 돈을 받고 관리해주는 사람이 있다. 촌수가 먼 친척이다. 나이
는 모르지만 할아버지다. 그냥 할아버지라 부른다.
거름 냄새가 진동을 한다. 아주 어릴 때는 마른 볏짚단 냄새도 났었다. 지금은 지붕도, 부엌도, 변소도
개량되어서 거름 냄새만이 코를 괴롭힌다.
윤호는 시골에 오는 게 이제는 싫다. 우리 집도 아니고, 아파트도 아니다. 불편 투성이다. 초딩 때는 멋
모르고 신났다. 그 때는 삼촌들, 친척 형 들하고 날 저무는 줄 모르고 놀았다. 그러나, 컴퓨터도 없고,
TV도 맘대로 볼 수 없고, 삥 뜯을 녀석들도 없는 시골은 이젠 흥미가 없다.
부엌과 마당에서는 이미 지짐판, 볶음판이 벌여져 있다. 엄마는 차에서 내리자마자 옷도 갈아입지 못하고
판에 가담을 한다. 차에서 짐을 나르고 방문을 열어 환기시키는 건 아빠와 윤호의 몫이다.
대충 짐을 부리고 집 주위를 둘러본다. 마당 한 켠엔 쓰지 않는 오래된 퍼올리기식 수도가 있고, 좁은 뒷
마당엔 간장, 된장, 고추장 등 갖은 장독이 놓여있다. 괜히 뚜껑을 열어 안을 살펴보다 코를 갑자기 쑤시
는 구린내에 놀라서 뚜껑을 닫아버린다.
[여기서, 뭐해? 다치면 어쩔려구? 저리가. 가서 아빠나 도와드려.]
엄마가 무거운 장독 뚜껑을 들어 한쪽으로 밀쳐 놓고, 그릇에 장을 퍼담으신다. 이마와 콧마루에 땀이 송
글송글 하다. 옆으로 가서 엄마가 하는 걸 물끄러미 지켜본다.
곰팡이 같은 게 지저분하게 낀 걸 한 쪽으로 걷어내고 장을 옮겨 담으신다.
[엄마, 냄새 구리지 않아요?]
[얘는 먹는 거 가지구 그렇게 말하는 거 아니야. 구리긴 뭐가 구려 이게 얼마나 맛있는 된장인데..]
구리니깐 구리다구 하지.. 된장국은 맛있지만 된장은 구리다. 이런걸 코도 안 막고 퍼담는 엄마가 신기하
다. 똥을 싸서 섞어 놔도 엄마는 맛있다고 퍼담을까? 그걸로 쌈을 싸고 국을 끓여서 맛있게 먹을까?
된장 퍼담은 그릇을 내려놓고, 이제는 고추장독 뚜껑을 열어 고추장을 퍼담으신다. 옆에 있자니 매운 내가
얼굴을 자극한다. 된장보다는 덜 하지만 구린 내도 같이 난다.
[엄마, 안 매워?]
[얘가 왜 자꾸 옆에서 귀찮게 그래? 저리 가.]
윤호가 보니 말은 그렇게 하는데 표정은 별로 귀찮아 하는 것 같지 않다. 솔직히 엄마도 혼자 이렇게 구리
고 매운 걸 담는 게 재밌지는 않겠지 싶다. 아들이 옆에서 이렇게 말벗을 해주니 얼마나 좋은가. 나 지금
효도하는 거다..
옆에서 보니 엄마의 가슴이 위아래로 오르내린다. 숨이 약간 빠르다. 역시 냄새가 역해서 숨을 짧고 바쁘
게 쉬시는 듯 하다. 어른들은 그런다. 그냥 구리면 구리다고 하면 돼지. 괜히 강한 척 안 그런 척 한다.
날이 이렇게 더운데 브래지어를 하셨나? 갑자기 궁금해진다. 짙은 반팔 티라 알 수가 없다. 품이 넉넉
한 옷이라 티가 안난다.
확인해보구 싶다. 손을 뻗어 본다. 옷감의 감촉이 느껴진다. 아, 브래지어 하셨구나.. 엄마는 덥지도
않나?
[악! 너 지금 어딜 만지니? 손 못 치워?]
엄마가 기겁을 해서 소리를 지르신다. 고추장 그릇을 놓칠 뻔 했다. 마구 해대시려다가 앞마당에서 들을
까 걱정되는지 목소리를 낮추신다.
[저리 가. 가 얼른!]
난처한 표정이시다. 고추장을 아직도 그릇에 옮겨 담으시면서도 윤호 쪽을 경계하는 몸짓이다. 오호..
그렇군.. 엄마가 약점을 보였다. 이런 때를 놓치면 안돼지..
앞마당으로 가는 척 엄마 뒤를 스쳐 걷는다. 엄마가 몸을 움츠리시다가 윤호가 모퉁이를 돌자 그제야 자세
를 편다. 뒤에서 발걸음을 죽여 살금살금 다가간다. 고추장독이 깊어서 엄마의 상체는 기울어져 있고, 오
른 팔은 독 안에 거의 다 들어가 있다. 엉덩이가 뒤로 쑥 내밀어져 있다.
이런 자세는 쉽게 만나기 힘들다. 모른 체 지나가면 자세를 취해준 상대방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손바닥
을 모아 경건하게 붙인다. 상대방이 사양하기 전에 잽싸게 다가가 엉덩이 사이에 꽂아준다. 똥침도 침이
다. 몸에 좋다.
[히익! 엄마야!]
비명과 함께 엄마의 엉덩이 골짜기가 경직되면서 닫힌다. 두 손이 엉덩이 살집에 낑긴다. 독안에서 고추
장을 푸던 엄마의 팔이 쿵하고 부딪히는 기척이 난다.
[히히, 엄마, 똥침!]
윤호는 두 손으로 엄마의 엉덩이를 쓰다듬어 준다. 주사를 맞은 뒤에는 반드시 손으로 지그시 눌러 통증을
완화시켜줘야 한다. 침 맞은 뒤에도 그래야 하는 지는 모르겠다. 한의학은 어렵다. 잘 모른다. 어쨌거
나 찌르는 건 같으니까..
[너! 너!]
엄마가 말을 잇지를 못한다. 자세가 기우뚱 기울어서 상체를 일으키질 못한다. 보이진 않지만 오른팔은
독 안에서 허우적 대는 것 같고, 왼 손은 아직도 고추장 그릇을 들고 있다. 대단하다. 그걸 떨어뜨리지
않았다. 서커스 접시 돌리기 묘기를 보는 것 같다.
[엄마, 장독안에 들어갈거야? 내가 도와줄까?]
허우적 대는 엄마의 왼쪽 다리의 허벅지를 두 손으로 드는 시늉을 한다. 엄마가 더욱 놀래서 다리에 힘을
주고 버틴다.
[그만, 그만해! 너, 엄마한테 혼나! 이거 놔! 놔!]
엄마가 허둥대며 버티는게 너무 웃겨서 죽을 지경이다. 그러나, 앞마당엔 친척어른들이 많이 오가기 때문
에 소리내어 웃을 수 없는게 아쉽다. 끙 하고 힘을 주어 엄마의 허벅다리를 들어올린다. 역시 시늉 뿐이
다.
근데 오른 손등에 더운 날씨보다 더 따뜻한 온기가 느껴진다. 약간의 습기도 느껴진다. 손등을 위로 밀착
시켜 약간 비벼 본다. 청바지가 약간 젖은 것 같다. 뭔가 싶어 유심히 봐도 눈에는 젖은 자국이 보이지
않는다. 다시 손등으로 비벼본다. 이번에는 좀 더 강하게 비빈다.
[흐윽! 윤호 너, 손 못 치워? 흐윽!]
엄마의 허벅지가 다시 경직되면서 윤호의 손을 꽈악 밀착한다. 움직일 수가 없다. 뺄 수도 없다. 왼 손
으로 엄마의 엉덩이를 민다. 잡힌 손이 빠질 듯 하면서도 빠지질 않는다. 덕분에 슬근슬근 톱질이야다.
오른 손이 허벅지 사이를 비빌 때마다 엄마의 온몸이 바르르 떤다. 더운 여름날 한기를 느끼는지 바르르
떤다.
윤호 밑에 깔려서 수정이가 그랬던 것처럼 바르르 떤다. 맞다, 씨발.. 수정이 그 년 생각은 안 하기로 했
었는데..
[너? 너? 흐윽! 엄마한테 죽었어!]
엄마의 상체가 이제야 균형을 잡고 일으켜진다. 오른 손을 장독에서 빼낸다. 팔에 온통 고추장이 범벅이
다. 우엑, 더러워..
빨갛게 상기된 엄마의 얼굴은 분노로 가득 차 있다. 씩씩거리며 팔을 흔드신다. 그때마다 고추장 폭탄이
날아 떨어진다. 윤호는 지레 놀라 폴짝 뛰어 피한다. 이런 실수다. 엄마가 씨익 웃는다. 팔을 보며 웃
는다. 왼손엔 그릇을 든 채로 천천히 걸음을 옮긴다. 씨팔, 좆됐다..
[어디 가니? 우리 윤호? 아까 가라고 할 때는 안 가더니? 착한 우리 윤호, 이리 온? 고추장 맛이 어떤
지 먹어 보구 엄마한테 말 좀 해주련?]
새빨간 고추장이 흉물스럽다. 조금씩 뚝뚝 떨어진다. 엄마가 히드라로 보인다. 고추장 찍찍 뱉어내는 히
드라로 보인다.
이리저리 피해본다. 마치 황소를 피하는 투우사같다. 아슬아슬 피할 때는 엄마의 엉덩이에 팔이 스치기도
한다. 몇 번 하다 말겠지 싶은데 그게 아니다. 이럴 때 엄마는 집요한 구석이 있다. 요 근래 특히 더 그
런다.
고추장을 몸에 묻히기는 싫다. 소름이 끼치도록 싫다. 짜증도 난다. 간신히 피하면서 엄마의 엉덩이를
찰싹 때려준다. 맞고 그만뒀으면 좋겠다. 그런데 자꾸 엉덩이를 얻어 맞으면서도 엄마는 굳이 달려든다.
윤호는 더욱 세게 엉덩이를 때린다. 청바지라 손바닥이 아프다.
엄마는 전혀 아파하는 기색이 아니다. 윤호가 엄마를 때리는 게 아니라, 엄마의 엉덩이가 윤호의 손바닥을
때리고 있는 것 같다. 엄마의 머리끄댕이를 잡아 채야 겠다. 파마기가 거의 다 풀린 엄마의 긴 머리를 잡
아 당기면 힘을 못쓸거다.
오른 손등을 어루만지며 기회를 본다. 이제는 습기를 느낄 수 없다. 온기를 느낄 수 없다. 자꾸만 모르
게 시선이 엄마의 허벅지 사이로 간다. 윤호의 시선을 따라 가다가 엄마가 얼굴을 붉힌다. 도끼눈을 뜨고
부라린다. 다리를 들어 어설프게 앞차기까지 해댄다.
옆으로 슬쩍 피해 나아간다. 이런 싸움질에는 익숙하다. 엄마의 뒤통수가 보인다. 긴 머리가 찰방찰방
거린다. 싹둑 잘라버리고 싶다. 옆에 잠든 수정이의 머리카락을 보면서 그런 충동에 사로잡히곤 했었다.
한번은 몰래 잘라보기도 했다. 몇 가닥 뿐이어서 수정이도 눈치채지는 못했었다. 싱거웠다. 보이지 않
게 자르는게 무슨 재미라구.. 팔을 쑤욱 내밀어 뒷머리 중간부분을 낚아챈다.
[아야! 너! 치사하게?]
엄마의 머리가 딸려 온다. 고추장 묻은 손을 뒤로 돌려 머리카락쪽으로 향하다가 만다. 엄마도 머리카락
에 고추장을 묻히긴 싫은가 보다. 대신 몸을 돌려 윤호를 마주 보려 애쓴다. 발길질을 한다. 이번엔 뒷
차기, 옆차기 마구잡이다.
휘둘러 오는 다리를 피해 몸을 뒤로 뺀다. 그러다보니 엄마의 머리카락이 더욱 뒤로 당겨진다.
[아파! 아파! 놔! 놓구 얘기해!]
엄마의 목소리는 여전히 낮다. 협상을 구하는 목소리다. 아직 항복은 아니다. 약간 으르렁거린다. 머리
를 놓아주자마자 달려들어 요절을 내고 싶겠지.. 안 넘어간다.
엄마의 머리카락을 더욱 세게 잡아 당긴다. 엄마가 왼손에 들었던 고추장 그릇을 놓아버리고 뒷머리채를
잡는다. 마당에 고추장이 어지럽게 흩어진다. 피를 흘린 듯 점점이 뿌려진다. 미끄러질 듯 부드러운 머
리채를 힘주어 당긴다. 엄마만 쓰는 샴푸냄새, 린스 냄새에 코가 근질거린다.
엄마가 갑자기 쓰러진다. 다리를 접질렀는지, 마당에 박힌 돌에 발이 걸렸는지 모른다. 어쨌건 넘어졌다
는 게 중요하다. 싸움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이다. 넘어진 상대방이 일어서지 못하게 해야 한다. 윤호는
머리채를 놓고 엄마의 상체를 눌러 앉는다. 엄마가 팔을 허우적대며 윤호를 밀어내려 애쓴다.
양무릎으로 엄마의 두 팔을 깔고 누른다. 이러면 더 이상 움직일 수 없다. 항복할 때까지 내 마음대로다.
코피가 터질 때까지 코를 쥐어박거나, 신나게 따귀를 올려붙이거나, 얼굴에 침을 뱉거나 마음대로 할 수 있
다.
[유, 윤호야. 엄마 숨막혀. 저리 비켜. 헉헉..]
엄마는 상체를 일으키려 낑낑 용을 쓴다. 그래봐야 헛수고다.
[엄마, 나한테 못 당하겠지? 그러게 왜 자꾸 덤벼?]
이참에 아주 못을 박아 놔야 한다.
윤호의 몸에 눌려 숨이 잘 안 통하는 지 엄마의 얼굴이 벌개진다. 윤호는 엉덩이를 살짝 들어준다. 엉덩
이에 깔렸던 엄마의 가슴이 약간 부풀어 오른다. 아랫배는 아직도 헐떡 거린다. 입을 벌리고 가쁘게 숨을
내뱉는다. 하얀 치아가 가지런하다.
깔린 게 수정이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얼굴이 뚱땡이가 될 때까지 따귀를 때려주고 싶다. 침으로 세
수를 시켜주고 싶다. 얼굴에 오줌을 갈겨주고 싶다. 지퍼만 내리면 된다. 그 때 왜 이런 생각을 못했을
까.. 이제 만나자고 하면 절대 응하지 않겠지.. 그년은 지금 뭐하고 있을까.. 어떤 놈에게 깔려 씩씩
대고 있을까..
수정이에게 너무 조심조심 한 것 같다. 강하게 휘어잡았어야 했는데.. 겁을 주고 힘으로 굴복시켰어야 했
는데.. 그랬다면 감히 딴 마음을 품지 못했을텐데.. 진우 녀석처럼 다루었어야 했는데..
[엄마, 나한테 졌지? 항복하는거지?]
[몰라! 무거워 저리가. 엄마 할 일 많단 말이야!]
엄마는 포기하지 않고 아직도 낑낑대며 상체를 일으키려 애쓴다. 제법 윤호의 몸이 들썩거려진다. 윤호는
엉덩이에 힘을 주고 푸욱 누른다. 엄마의 힘이 만만치 않다. 어떻게든 굴복시켜야 한다. 그렇다고 따귀
를 때릴 수도 없고, 코피는 더더욱 안된다. 그렇다면 겁을 주어 보는 수밖에..
[엄마, 빨리 항복하시지? 내가 지금 오줌이 엄청 마렵거든.. 그냥 여기서 싸버릴거야?]
윤호는 위협삼아 지퍼에 손을 댄다. 약간 내려보인다. 2, 3센티정도..
엄마의 눈이 휘둥그레진다. 긴장의 빛이 떠오른다. 한편으론 비웃음도 떠오른다.
[흥! 요게 어디서 엄마한테 겁을 주구 난리야? 이제 장난 끝이야. 엄마 진짜 화났어! 비켜, 얼른
비켜!]
엄마의 몸이 요란하게 흔들린다. 로데오 말을 탄 것 같다. 금방 밀려날 것만 같다. 위기감이 윤호의 몸
을 감싼다.
[에이 씨발.. 이런 식으로 나온다 이거지? 엄마 후회하지마! 진짜 얼굴에다 오줌쌀거야!]
윤호는 지퍼를 모두 내리고 급히 좆을 꺼낸다. 급하게 꺼내는 바람에 지퍼에 털이 몇 가닥 낀 것 같다.
따끔하다. 그러나 그게 문제가 아니다. 이기느냐 지느냐의 긴박한 상황에 그까짓 털 몇 개 뽑히는 건 중
요하지 않다.
좆대를 오른 손으로 잡고 대가리를 엄마의 입술로 겨냥한다. 평소보다 좆이 약간 길쭉해져 있다. 엉겁결
에 딸려나온 불알구슬은 더위에 지쳐 추욱 늘어졌다.
[너, 너어?]
엄마의 얼굴이 고추장마냥 씨뻘개진다. 눈을 들어 윤호의 얼굴을 노려본다. 윤호의 좆을 똑바로 보지 못
한다. 내 좆이 더럽나.. 엄마는 내 좆을 외면한다. 고추장이나 된장보다 더럽나..
윤호는 약이 오른다. 좆대가리도 약이 오르는지 몸을 길쭉하게 늘인다. 단단해진다. 귀두가 팽팽해지면
반들반들 윤이 난다. 윤호는 좆대가리를 엄마의 입에 대고 문지른다. 고추장과 된장을 맛나게 먹는 엄마
의 그 빨간, 더러운 입술에 대고 문지른다.
[읍! 읍!]
엄마가 얼굴을 이리저리 피하려 애쓴다. 그래봐야 소용없다. 좆대가리도 같이 휙, 이리 휙, 저리 휙..
엄마가 항복만 했으면 이렇게 까진 안 했을거다. 진짜 오줌을 싸버리고 싶다. 오줌은 어떤 맛일까.. 내
가 직접 맛보긴 싫고, 엄마가 먹어보고 말해주면 될 것 같다. 그렇지만 그건 최후의 무기다.
폭력도 그렇다. 맞기 전까지가 공포감이 제일 심하다. 그 공포감 때문에 복종하는 것이다. 거기서 멈춰
야 한다. 그러면 얌전히 호주머니를 털어보인다. 흥에 겨워서 몇 대 때리면 일을 망친다. 맞고 나서 견
딜만하다는 걸 알게 되면 상대는 반항한다. 그렇지 않은 경우도 물론 있다. 그러나, 상황이 거기까지 가
면 일은 복잡해지고 상대방에게 여지를 주게 되는 거다. 그런 수고를 할 필요는 없다. 때리면 내 손도 아
프다. 손쉽게 처리할 수 있는 걸 어렵게 만들 필요는 없다.
지금도 그렇다. 내가 오줌을 진짜 싸버리면, 더 이상 쓸 무기가 없다. 오줌을 싸면 어떤 기분일지 엄마의
얼굴이 어떻게 망가질지 궁금하지만 참기로 한다. 오줌을 쌀 듯 쌀 듯 위협만 하기로 한다. 그리고 간단
히 엄마의 항복을 받아 내기로 한다.
[히히! 진짜 싼다? 싼다? 항복 안해? 안해?]
이제는 여유롭게 좆대가리를 휘두른다. 이따금 엄마의 입술에 타이밍 좋게 들러붙으면서 찰싹 하고 소리를
낸다. 엄마는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피하느라 안간힘이다.
그런데 엄마의 표정이 갑자기 험상궂게 바뀐다. 입을 쫘악 벌리고 얼굴을 발딱 든다.
[으악!]
귀두가 뜨끔하다. 촉촉한게 감싸온다. 뾰족하진 않고, 납작하고 단단한 것이 지그시 깨물어 온다.
[아! 아! 엄마! 잘못했어요! 엄마! 항복! 항복!]
나도 모르게 소리를 지른다. 한손으로 레슬링 심판처럼 땅바닥을 두드린다.
내 입에서 항복이란 소리가 나올 지는 전혀 상상도 못했다. 그렇지만 어쩔 수가 없다. 고자가 될 판이다.
[항복! 항복! 엄마 잘못했어요! 한번만 봐주세요! 엄마!]
다급하다. 그래 이번 한번만 인정하자. 이 위기만 넘기자. 일단은 엄마가 한 수 위라구 해두자. 씨팔..
지영은 윤호의 고추를 입으로 꽈악 물고 놔주질 않는다. 윤호는 좆을 엄마의 입에서 빼내려 안간힘을 쓰지
만 귀두가 엄마의 이빨 사이에 제대로 낑겼다.
이제는 지영이 윤호의 좆을 잘근잘근 씹을 기세로 위협을 한다. 등골이 오싹해온다. 좆끝에 공포감이 채
워진다. 다른 느낌도 채워진다. 쏟아버리고 싶은 느낌.. 그냥 엄마의 입안에 쏟아버리고 싶은 느낌이 채
워진다. 동네형이 빌려준 걸레누나에게 좆을 빨리던 그때의 기억이 떠오른다. 좆에 패인 엄마의 이빨자국
만큼 선명하게 떠오른다.
엄마의 표정엔 여유와 장난끼가 가득하다.
비웃는 것 같다. 씨발.. 기분이 좆같다.. 수정이 년도 저런 표정으로 나를 비웃었었지.. 씨발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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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웁! 웁!]
역시 서투르다. 별로 즐겨 빨지 않는 기색이다. 즐기지 않으니 기술도 늘지 않는다. 선준은 약간 짜증스
럽게 자신의 자지를 물고 있는 수정이의 머리통을 잡고 앞뒤로 움직이게 한다. 매번 얘기하는데도 입이 느
슨하다. 자지를 세게 빨아들이라고, 쪼옥쪼옥 빨아들이라고 매번 얘기해도 매번 까먹는다.
선경이는 그렇지 않다. 한번 얘기하면 다시는 얘기할 필요가 없다. 두 번째는 아주 훌륭하게 잘 해낸다.
오빠좆을 맛있게 잘 빤다. 오랄만으로 지 오빠를 두, 세번은 너끈히 싸게 한다. 색도 잘 쓴다. 요분질
치며 음탕한 소리를 맛깔나게 잘 한다. 때로는 지나쳐서 연기를 하는 것 같을 때도 있다.
수정이는 그보다 훨씬 못하다. 잠자리에서도 잘 보이려고 신경을 쓴다. 머리카락이 흐트러지지 않았다.
표정이 이상하진 않나 늘 신경을 쓴다. 그런 신경 쓰는 거야 상관은 없는데 그러느라 다른 신경을 쓰지
못한다. 섹스에 집중을 못한다. 국사시간에 수학공부하고, 수학시간에는 조는 것과 같다. 수학 점수도
꽝, 국사 점수도 꽝일 수밖에 없다. 수정이의 섹스 점수는 완전 낙제다.
[수정아, 그만하고 이리 누워봐.]
알몸의 수정이를 두툼하게 깔아 놓은 이불위로 눕힌다. 수정이가 젖가슴과 사타구니를 가리려고 애쓴다.
선준은 상의를 벗고 완전히 알몸이 된다. 그럭저럭 발기한 자지를 수정이의 사타구니로 가져간다. 수정
이가 고개를 외로 꼬고 잠시 버티더니 허벅지를 벌려준다. 털이 무성한 보짓살이 드러난다. 마른 몸매에
비해 꽃잎은 살집이 두툼한 편이다.
자지를 꽂기 전에 손가락으로 문질러 본다. 물이 조금 나와 있다. 손가락으로 입구에 넓게 바른다. 꽃
잎이 미끌미끌 해질 때까지 비비고 물을 바른다. 그리고 자지를 꽂아 넣는다. 서서히 귀두에 보짓물을
묻혀 가며 조금씩 조금씩 입구를 벌려 들어간다.
[흐윽! 오, 오빠아..]
수정이가 아까부터 감은 눈을 더욱 꼬옥 감으며 얼굴을 찡그린다. 수정이의 질 안은 아직 벅벅 한 편이다.
숨을 약간 고르면서 자지를 살짝 살짝만 움직여준다. 움직일 수록 점점 더 수월해진다. 미끌미끌한 느낌
이 더욱 강해진다.
됐다 싶어 이제는 맘껏 좆질을 시작한다. 수정이의 엉덩이가 보조를 맞추어 출렁거린다. 아직은 납작한
젖가슴에 젖꼭지도 위아래로 흔들거린다.
[수정아, 선생님 자지 맛있어?]
땀방울이 수정이의 입술에 똑똑 떨어지는 걸 보면서 선준이 속삭인다.
[네?]
수정이 눈꺼풀을 살풋 들어올려 선준을 쳐다보며 어리둥절해 한다.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표정이다. 갑
자기 왠 선생님 자지? 그런 표정이다. 수정이와는 이 정도도 힘들다. 진도가 안 나간다.
선준은 흥이 깨진다. 선경이라면 눈치빠르게 맞장구를 쳐왔을 것이다.
[아흥! 선생님 자지 너무 굵어요. 제 보지가 찢어지는 것 같아요! 선생님 제 보지 몇 점이에요?]
여우같은 선경이의 보지가 아쉽다. 남자를 기쁘게 할 줄 아는 색기가 아쉽다.
영국의 극작가이자 소설가인 버나드 쇼에게 누군가가 물었다.
[당신은 어떤 여자가 세상에서 가장 매력적이라고 생각하는가?]
쇼는 잠깐 생각하더니 대답했다.
[미망인. 왜냐하면 그녀는 남자에 대해서 모든 걸 알고 있고, 그녀에 대해 모든 걸 아는 남자는 이미 죽고
이 세상에 없으므로..]
물론 우리 사회에서 여자가 경험 많은 걸 자랑하고 다닌 다면 남자들로부터 창녀나 걸레 취급 받으며 배척
당하기 십상이다. 그러다보니 여자들은 대개 잠자리에서 미숙한 척 하고 모르는 척 한다. 처음부터 원나
잇을 전제하고 만나지 않는 한 선준이 만나 본 보통의 여자들은 대개가 그랬다.
솔직하지 않으니 서로 만족하기 힘들다. 선준 자신을 그런대로 만족시키는 건 여태껏 선경이 뿐이었다.
처음엔 선경이도 경험이 없고 미숙했었다. 그러나 다른 여자들과 다른 점은 열심히 배우고 솔직하게 실습
했다는 것이다. 친오빠라 빼고 재고 내숭떨게 없어서 그랬는지도 모른다. 친오빠라 편해서 맘대로 꼴리는
대로 할 수 있어서 그랬을 거다. 그 점은 선준에게도 다행이다.
그래도 부족한 부분은 역시 감정이다. 선경이와 질펀한 섹스를 나누어도 갈증을 느끼는 건 정이다. 선경
이는 정이 없는 애다. 알몸으로 남녀가 부대끼다 보면 정이 쌓이기 마련인데 선경이는 남남같다. 마음을
조금도 나눠주지 않는 것 같다. 친오빠와 은밀한 행위를 하는 데 대한 반감이나 두려움 때문이 아닐까 생
각해본다. 그래서 일부러 선을 긋고 더이상 정을 주지 않으려 하는 것 같다는 느낌이다. 선준도 몇 번
그 선을 넘으려 하다가 이제는 포기했다. 선경이가 여지를 주지 않는다. 냉정하게 군다.
그래서 처음엔 미안하고 애뜻했지만 이제는 그런 마음도 전혀 없다. 그냥 서로 즐기면 그만이다. 어차피
사랑과 섹스는 함께 가질 수 없는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과 섹스를 할 수 없어도, 섹스하는 사람과 사랑할
수 없어도 억지로 어찌할 수 없다.
선준의 좆질은 점점 활기를 잃어간다.
수정의 어색한 신음소리는 점점 높아져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