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2)
엄마의 비장한결심 40이란 나이로는 결코쉽지않은 일이지만 아빠의 방황을 잠재우기위한 엄마의 결심....
아빠의 가슴에서 빠져나간영수의 빈자리는 강보다넓고 바다보다깊었다, 무엇으로 아빠의 텅빈가슴을 메울수있을지...
넓은강과 깊은바다는 물로메울수있다지만 아빠의 가슴은 무엇으로도 메울수없었다, 오로지 영수를 대신한 아들...
아들이 무엇이기에 저렇게도 힘들어하시는지....난, 왜??? 딸로 태어났을까?? 아들이었으면 아빠의 가슴이 저렇게
텅비고 아프진 않을텐데....
내가할수있는 일이라곤 엄마의 힘들고 험난한길을 지켜봐주는것 그것왜엔 아무것도없었다, 종교와는 거리가 먼
우리집이지만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두손을 모아 엄마의 몸에 신의 가호가 있기를 빌고 또 빌었다.
그렇게 무정한 시간은 흘러흘러일년....엄마가 입덧을 하길 기다리는 아빠와 난, 한번의 실패 두번, 세번
그렇게 우리에게 희망이란 단어는 조금씩 우리의 머리에서 사라지기 시작했다.
거듭된 실패.. 그이후 우리에게 다가온건 절망 뿐이었다
처음엔 신나하던 아빠도 점점 지쳐갔고 지친 아빠는 병원에 가는것조차 싫어했다.
가면 뭐해! 어차피 가봐야 안될걸...아빠는 조금의 가능성마져 포기한듯했다.
가봐야 안돼...아빠의 얼굴에는 그렇게 씌여있었다, 아빠와 엄마가 병원가는 날이면 두분을 보고 항상
외치던 화이팅도 이젠 엄마에게 부담이 될까봐 올라가던 손도 힘에 겨워 밑으로 쳐져버렸다.
엄마는 지칠만도 하것만 희망의 줄을 놓지않았다, 당신의 몸은 만신창이가 되어도 가정을 지키기위한 처절한 싸움...
엄마는 실낱같은 끊을 놓지않았다, 그길만이 우리집의 행복을 지키는 길이란걸 너무도 잘 알고있는 엄마이기에.....
고3 도 저물어가는 가을..... 추위를 재촉하는 가을비가 을씨년스럽게 내리던날 비틀거리는 엄마의 모습...
"엄마! 술 마셨어????"
그래!우리 예쁜 영은이 그래 엄마 한잔했다, 술을 마시면 모든걸 잊을수 있을것 같아서 마셨어!
마시면 모든게 잊혀질줄 알았는데 머리는 점점 맑아만 오는구나...영은아 엄마 어쩌면 좋으니???
엄마는 이제 여자로서의 기능을 상실했대....그저 밥이나 해주고 빨래나 하는 역할밖에 할수가 없다는구나...
이제 어떻하니??? 아이를 기다리는 너희 아빠는 어쩌니??? 우리집은???
처음 병원갔을때 선생님이 그러더구나...입양을 생각해보라구....
"그럼 안되는줄 알면서 병원에 다녔던거야??"
그럼 어쩌니 방황하는 네 아빠를 지켜보는게 얼마나 힘든일인지 너도 봤잖아!
안되는줄 알지만 네 아빠에게 희망을 심어주고 싶었어! 내 한몸이 힘들어서 우리가족을 기쁘게 하는일이라면
엄마는 어떤일이라도 할거야!지금보다 더 힘들어도 엄마는 할거야! 가끔이렇게 외로울때면 술이라는 새로운 친구가
생겨서 엄마는 얼마나 좋은지 몰라! 슬플때면 언제나 내곁에 있어주거든...
"엄마 이제 그 희망이란 줄을 그만 놓아버려...왜?? 힘들게 잡고있는거야! 엄마의 힘든모습이젠 그만보고싶어!
보는난, 얼마나 힘든지 알아! 할수만 있다면 엄마의 아픔을 내가 대신하고싶어!
내가 엄마를 위해 무엇인가 하고싶은데 내가 할수있는게 아무것도 없다는게 너무 마음이 아파....
난, 아빠를 이해할수가 없어! 무엇때문에 그렇게 아들을 집착하는지
욕심만 버리면 얼마던지 행복하게 살수있을텐데 왜?? 그렇게 아들을 집착하는거야??? 아빠는
엄마가 낳을수 없다면 다른방법도 생각해볼수있잖아! 옛날엔 씨받이도 있었잖아!
아니면 대리모를 구하던지....
대리모....그래! 그런 방법이 있었구나.
지치고 지친 엄마...술에취한 엄마...꺼져가던 엄마의 불씨는 다시금 활활 타오르기 시작했다,
반짝 빛나기 시작하는 엄마의 두눈.....넘어질것만 같았던 엄마에게 희망의 빛이 보이면서 언제 그랬냐는듯
예전 엄마의 모습으로 되살아나기시작했다.
며칠지난 어느날....
영은아 대리모는 포기해야될거같아! 아무리 알아봐도 안돼....
침울한 엄마의 표정 엄마의 얼굴이 활짝피게 할수는 없을까 예전의 엄마모습으로....
엄마 우리 기다려봐 실망하지 말고 혹시알아 우리의 꿈이 이루어질지... 제발 나타나 줬으면...엄마는 두손을
모아쥐며 눈을 감았다, 아들하나만 점지해 주십시요 하는 심정으로....
영은아! 됐다..됐어! 드디어 대리모를 구했어! 누군지 모르지만 너무 고마운 사람이야! 만날수만 있다면
고마움을 전하고 싶은데 만나는걸 꺼린다는구나.....누군지 알려줄수없대.....의사선생님만 믿으면 된데..
네 아빠가 알면 얼마나 좋아할까 하늘이 도왔어 하늘이.....
입시철... 내 실력에 걸맞는 성적이 나왔지만 목표하고있는 대학에 들어갈 실력이 아니란 핑게로 재수를 선택했다.
집중을 위해 엄마 아빠의 방문을 절대사절한다는 조건을 내 걸었고 그렇게 고독한 싸움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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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을래야 잊혀지지않을 내 스무살의 가을...... 우리집에는 기다리고 기다리던 아기의 울음소리가 하늘높이 울려퍼졌다.
부모님의 희망을 담은체.....멀리 멀리 퍼져나갔다.
너무도 조그만 아이 우리집 무거운 꿈을 짊어지우기에는 너무도 가혹하지만 우리의 꿈을 모두 아이에게 실을수
밖에 없는 절박한 우리.....우리아이는 그렇게 태어났다.
우리의 꿈을 모두 짊어진 아이는 운명의 장난인지 그토록 바라던 아들이 아닌 딸을
우리에게 선물했고 축복받아야할 아이의 탄생은 꺼질듯한 한숨소리만이 대신했다.....
아빠의 마음을 모르는건 아니지만 딸이라는 이유만으로 아이를 쳐다보지도않는 아빠.....
갑자기 밀려드는 서운함......
비록 운명은 아이를 여자로 만들었지만 너무도 작고 작고 앙증맞은 아이는 조그만 인형 처럼 너무도 귀여웠다.
축복받고 안받고는 중요하지 안은지 아이의 모습은 너무도 행복해 보였고 잘 뜨여지지않는 눈을 살포시 뜨고
주위을 돌아보듯 눈동자를 돌려보지만 그 마저도 마음대로 되지 안는지 스르르 눈을 감는 아이....
담배만 뻑뻑 피워대는 아빠...
하나 달고 나왔으면 얼마나 좋아! 들릴듯 말듯한 아빠의 독백....
아이만 있으면 모든게 해결될줄알았는데....아들이 아니라는 이유로 아빠의 찌푸려진 얼굴은 좀처럼 펴지지않았다.
아이만 들어오면 우리의 전쟁은 끝인줄알았는데... 이제 시작일 줄이야......
오늘은 가을비가 촉촉히 내리네요, 이비가 그치면 우리들의 옷은 한겹더 우리의 몸을 감싸겠죠.
따뜻한 마음을 가지면 추위쯤이야 쉽게 이겨내지 않을까요?? 오랜만에 올리네요 즐감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