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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벤트 참여] 우린 안되는거잖아... 첫번째..


  -며칠새 달라진 아침의 공기..


  찝찝하고 끈저거리던 바람은 어느새 몸을 움츠리게 만들정도로 서늘해져있었다..


  계절이 바뀜을 몸으로 느끼며  작년 이맘때의 일을 되내이고 있었다..


  이제는 떠나버린 그녀를 생각하며, 비어버린 내마음 한켠에 그녀를 되새긴다..


  오늘도... 나는 그녀를 잊지않기위해 살아간다..


 


  -그를 떠나온지도 벌써 일년이 넘게 흘렀다..


  다시는 만날수 없음을 알면서도 떠나온 길인데..


  나의 시야에서 그는 사라질줄 모른다..


  이제는 내곁에 다른 사람이 있음에도 못난 내두눈은 그를 바라보고있다..


  눈을 감으면 사라질까..


  두눈을 감아보지만 암흑의 장막속에서도 그의 모습만은 뚜렷하다..


  오늘도.. 나는 그를 잊기위해 살아간다.. 


 


 


 


 
  "아저씨~ 잠깐만요~ 아저씨~!!!"
 
  오늘도 놓쳐버린 통학 버스.. 벌써 몇번째인지.. 눈앞에서 사라져버리는
  버스를 바라보며 1시간 후 학주와의 정다운 면담을 떠올린다.. 끔찍해...


 

  "그러게 서두르라니까 말 안듣더니.. 오늘도 지각이네?"

 

  가뜩이나 우울한데 오늘도 누나는 야속하게 핀잔만 준다..

 

  "어제 새벽까지 공부해서 졸려죽겠단말이야.. 몸이 말을 안들어..."

 

  "고3이니 별수 없지.. 어쩌겠어.. 1년만 꾹 참아.."

 

  "꼭 대학에 가야 하나..."

 

  "또 그소리.. 엄마랑 누나가 얼마나 기대하고 있는데..."

 

  "알았어..."

 

  나에 대한 누나와 엄마의 기대를 알기에..  더이상 투정부릴수 없었다..
  아빠가 돌아가신 후 나하나 믿고 살아온 엄마와 누구보다도 나를 아껴주는
  누나이기에 난 절대 두사람을 실망시킬수 없다..

 

  "흠.. 그나저나 누나 회사는 다닐만해?"

 

  "응.. 아직 적응이 안되서 힘들긴하지만 사람들도 좋고..  다 좋아.."

 

  지난달에 아는 선배의 소개로 작은 밴쳐회사에 경리담당으로 취직한
  누나는 나때문에 대학진학까지 포기하고 졸업과 동시에 취직을 했다..
  서울권대학에 충분히 갈수있는 성적이었음에도 누나는 나를 위해
  취직을 결심했다.. 그런 결정에 누나의 담임선생님이 집으로 직접
  찾아와 대학진학을 설득했지만 엄마는 죄인이라도 되신양 어두운 얼굴로
  아무말씀도 안하셨고 누나는 자신의 확고한 의지를 다시한번 말할 뿐이었다..
 
  "차라리, 내가 돈을 벌께! 누나.. 대학 가.."

 

  너무도 미안한 마음에 나는 참지못하고 방을 뛰쳐나가 소리쳤다..
  눈물을 글썽이며 씩씩거리는 나를 보면서 누나는...

 

  "현호야.. 알잖니, 너도.. 우리집 형편에 대학생 둘 뒷바라지 할수 없다는거.."

 

  "그러니까 누나가 가라고.. 내가 돈 벌께.. 막노동을 하던 신문을 돌리던 내가 할께!"

 

  "아니.. 넌 우리집안 가장이잖아.. 우리집안의 기둥이야.. 그런 니가 가야해.."

 

  "그런게 어딨어.. 누나, 선생님이 꿈이었잖아.. 나때문에 그러지마..."

 

  울부짖는 나를 보며 누나는 그저 웃기만 할뿐이었다..

 

  "현호야.. 너만 잘된다면 나는 아무 상관없어..."

 


 
  주위의 끈질긴 설득해도 누나는 고집을 꺽지않고 결국 대학 진학을 포기했다..
  그리고 입사한지 이제 한달.. 누나를 보면 항상 미안한 마음이 앞선다..


 

  "누나... 정말 후회안해?"

 

  "또 그런다.. 누나는 너만 있으면 돼.. 머 대학이야 나중에 갈수도 있고.."

 

  "하지만..."

  

  "버스왔다.. 누나 갈께.. 이따 집에서 보자.. 수업시간에 졸지말기.."

 

  누나는 이내 도망치듯 사라져버렸다..
  누나를 위해서라도.. 고생하시는 엄마를 위해서라도 대학에 가고말리라..
  누구보다 소중한 두사람을 행복하게만들어 주겠다..
  오늘도 굳은 결심으로 학교로 향하는 버스를 기다린다..


 
  결국 교문앞에서 학주와 30분간의 오붓한 대화를 나눈 후에야 나는 교실로 들어설수 있었다..
  고2때와는 많이 달라진 풍경.. 대부분의 아이들은 문제집이나 요점정리노트를 펼치고
  열심히 공부 중이다.. 그런 주위의 분위기를 무시한채 책상과 뜨거운 키스를 나누고 있는
  녀석이 한영이다.. 중학교때부터 지금까지 5년넘게 함께해온 좋은 녀석이다..
  요즘 머가 그리 피곤한지 매일 저꼴이다..


 

  "야, 한영아 형님 왔다.. 일어나봐.."

 

  "으음.. 5분만더..."

 

  녀석의 어이없는 반응에 나는 의자를 뒤로 빼버렸다..

 

  "아야.. 응? 머야.. 왔냐?"

 

  녀석은 언제나처럼 미적지근한 반응을 보이곤 반쯤 감긴 눈으로 웃으며 나를 반긴다..

 

  "응.. 근데 너 요즘 왜그렇게 피곤해 하냐? 무슨 일 있어?"

 

  "일은 무슨.. 또 이형님이 새벽까지 공부하시느라.."

 

  "리랄한다, 또... 헛소리 말고 세수나 해.. 수업시간 다 됬다..."

 

  "벌써? 아.. 좀더 자려고 했는데... 하암~"

 


  좀비처럼 걸어서 화장실로 가는 한영이.. 덩치가 산만한 녀석이 어기적거리며 걷는게
  볼만하다.. 그나저나 요즘 왜저렇게 피곤해할까..


 

  "현호야..."

 

  "응? 아.. 지수구나.. 좋은 아침.. 무슨 일이야?

 

  "응.. 그게..."

 

  유난히 앳된 얼굴의 지수.. 수줍음도 많은 아이다.. 고3 올라와 처음 알게된 아이인데
  지수가 이렇게 먼저 말을 거는건 드문 일이라 조금 의아했다..

 

  "응? 무슨 일인데 그래?"

 

  한참을 머뭇거린 후에야

 

  "저.. 그게.. 다른게 아니라 내가 어제 양호실에 있느라 모의고사 풀이를 못들었거든...
  그래서... 풀이한거 좀 보여줄수 있니?"

 

  "아.. 물론.. 잠깐만..."

 

  "응.. 고마워..."

 

  몸이 약한 지수는 양호실에 있는 날이 많다.. 심장쪽이 많이 안좋다는데
  그것때문에 지수는 1년을 유급해 우리보다 한살이 많다..

  하지만 앳된 얼굴탓에 누나라기 보다는 귀여운 여동생같은 느낌이다..

 

  "자, 여기.. 다보고 아무때나 돌려줘..."

 

  "응.. 고마워..."

 

  지수는 여전히 수줍어하며 자기자리로 돌아갔다..

 

  "엥? 지수가 너한테 왠일이냐?"

 

  "어제 모의고사 풀이한거 빌려갔어.. 지수 그수업 못들었잖아.."

 

  "그래도 지수가 다른 사람한테 이러는거 첨본다.."

 

  "또 먼소리를 하려고 그래...?"

 

  "아니, 난 그냥..."

 

  음흉한 미소를 띄우며 녀석은 자리에 앉는다.. 분명 저머리속으로 이상한 생각을 하고 있는게
  분명하다..  곧 벨이 울리고 선생님이 들어오셨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담당선생님인 문학
  선생님이 아닌 교감이 들어왔다.. 저인간은 또 왜 온거야.. 불안해진다..

 

  "음.. 내가 수업시간에 들어온 이유는 개학한지 한달이 넘었는데도 아직도 1/4분기 등록금을
  내지않은 녀석들이 있어서다.. 호명하는 놈들 복도로 나와!"

 

  역시나... 돈때문이다..

 

  "음.. 이 반엔 한명뿐이군.. 또 너냐? 김현호.. 밖으로 나와.."

 

  "......"

 

  조용히 일어나 복도로 나온 나를 보자 교감은 기다렸다는듯이 닥달하기 시작했다..

 

  "돈이 없으면 학교를 나오지말던가.. 매번 이게 머야?! 여기가 무슨 불쌍한 놈들
  도와주는덴줄 알어?!"

 

  "......"

 

  "이게 완전 도둑놈이지머야? 물건을 훔쳐야만 도둑놈인가? 공짜로 수업듣는 놈도 도둑놈이지.."

 

  "......"

 

  그렇게 한참을 떠든 후에야 교감은 옆반으로 갔다.. 이번달 안으로 등록금을 내라는 말과 함께...
 

  "...... 괜찮냐? 아.. 저새끼는 또 왜 저런다냐.."


 

  "괜찮아.. 머 한두번 있는 일도 아니고.. ......"

 

  "아, 씨발.. 엄마한테 말해서 저새끼 확 짤라버려?"

 

  "한영아.. 그만해라..."

 

  아버지는 동문회장이고 어머니는 부녀회장인 한영이는 교감이 나를 닥달할때마다 이소리다..
  레파토리좀 바꾸지, 녀석.. 이다음 반응은...

 

  "한영아.. 진짜 이번엔 받아라..응?"
 
  "아냐.. 며칠있으면 알바비 받아.. 그걸로 내면돼.."

 

  "그거 몇푼이나 된다고.. 그걸로 모자르잖아.."

 

  "어떻게든 되겠지.. 너까지 신경쓰지마.. 괜찮아.."

 

  역시나 녀석은 자기가 대신 등록금을 내주겠단다.. 마음은 고맙지만 내키지가 않는다.. 미안하기도하고..
 


 
  "엄마 저왔어요.."


 

  알바를 마치고 8시가 조금 넘어서야 집으로 돌아왔다.. 언제나처럼 엄마는 마치 몇년만에 본 아들인양
  나를 반기신다.. 하루종일 일하시고 피곤할텐데도 항상 밝은 모습이다..

 

  "우리 아들 왔네.. 많이 피곤하지? 어서 씻어.. 저녁 차릴테니.."

 

  "예.. 엄마, 누나는?"

 

  "오늘 회식있다고 조금 늦는다더라.. "

 

  "아..."

 

  "어서 씻으렴.."

 

  누나가 없는 저녁식사.. 굉장히 오랜만이라 낯설다.. 항상 함께있어서일까..

  누나의 빈자리가 유독 도드라진다..
  
  "잘 먹었습니다.."

 

  "왜 더먹지 않고?"

 

  "배불러요.. 엄마.. 저 그럼 올라가볼께요.."

 

  "그러렴.. 머 필요한거 있으면 말하고.."

 

  "예.."

 
  나와 누나가 태어났을때부터 살아온 우리집.. 시내에서 많이 떨어진 2층짜리 전원주택이다..
  아빠와의 추억이 깃들어있어서인지 엄마는 아무리 힘들어도 이집은 팔지않으셨다..
  지금 우리집 형편에는 과분한 집.. 엄마가 유일하게 집착하는 것이기도 하다..


 


  11시쯤 되었을까.. 현관문 열리는 소리가 나고 누군가가 2층으로 올라고는 소리가 들린다..
  딸깍..


 

  "우리현호 열심히 공부하고 있네..?"

 

  "누나.. 술마셨구나?"

 

  약간 꼬인 발음으로 콧소리를 내며 누나는 내방으로 들어왔다..

 

  "응.. 누나가 좀 많이 마셨어.. 좋다.. 오랜만에 마시니.."

 

  "그래도 그렇지, 왜 이렇게 많이 마셨어.. 으이구.."

 

  "쉿.. 그만.. 누나가 잘못했어요.. 누나가 뽀뽀해줄께 봐주라.."

 

  "윽.. 됬어.. 언능 잠이나 자.."

 

  "흑.. 이젠 다컸다고 누나를 거부하는거야? 이누나는 슬퍼.. 흑..."

 

  못말린다.. 아빠가 돌아가신후 차분해진 누나가 술만 마시면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간다..
  활달하고 밝기만 했던 누나가 지금처럼 변해버린게 마음 아프다..

 

  "아잉.. 이리와.. 자 뽀뽀~"

 

  "다큰 처녀가 이게 무슨 짓이야.. 윽.."

 

  결국 누나에게 볼을 뺏기고 나서야 누나는 얌전해졌다..

 

  "헤헤.. 뽀뽀했다.. 좋지?"

 

  "좋긴 머가좋아.. 빨리 가서 잠이나 자.."

 

  "좋으면서.. 공부도 좋지만 무리하지마.. 누나 간다.."

 

  "응.. 잘자.."

 

  

 

  선명하게 남은 입술자국...

  심장박동이 빨라지기 시작한다.. 온몸의 피가 한곳으로 쏠리는 것을 느낀다... 

  한동안 조용히 있던 또다른 내가 눈을 뜨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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