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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성] 1. 과거의 편린.


1. 과거의 편린(片鱗)






사방은 온통 어두웠다.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어움이 자욱이 깔린 곳에서 무현은 길을 잃고 헤매고 있었다. 어디가 어디인지 알수없는 무현은 무작정 앞이라고 생각되는 곳을 항해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한걸음, 한걸음을 옮길 때 마다 무현은 가슴을 짓누르는 억압감을 느껴야만 했다. 그와 동시에 무현의 코끝으로 비릿한 피내음이 스쳐갔다. 언젠가 맡아 보았던 그 피내음이었다. 그리고 그 피내음은 무현의 뒷쪽에서 흘러나오고 있었다.

( 제기랄...대체 여기는 어디지? 이 비린냄새는 뭐지? )

피내음이 풍겨져 나오는 곳이라고 생각되는 방향으로 무현이 시선을 옮기자 무현의 두 눈에는 경악감이 비춰졌다. 무현의 눈앞에는 하나의 지옥이 펼처져 있었다. 수 많은 사람들이 서로를 죽이기 위해 달려드는 지옥이었다. 팔다리가 짤리고 배가 찢겨져 내장이 흘러나오는 사람들의 모습이 펼쳐져 있었다.

( 우욱~~! 우~~~엑~~! )

역겨움을 느끼며 무현은 헛구역질을 하였다. 그러나 무현의 두눈은 여전히 지옥과 같은 그 광경에서 벗어나질 못하고 있었다. 그러는 동안에도 지옥과 같은 광경은 지속되고 있었다. 아니 점점 그 도를 더해가고 있었다. 그 많은 사람들 가운데 무현의 시선을 끌어당기는 두 사람이 있었다. 넓은 어깨를 지닌채 무현쪽으로 등을 돌리고 있는 한 사람과 긴 일본도를 두손으로 들고 상대방을 노려보고 있는 한 남자였다. 사방에서는 여전히 피튀기는 아귀같은 도살이 진행되고 있었으나 두 사람은 꼼짝도 하지 않았다. 일본도를 두손으로 들고 있던 남자가 갑자기 공중으로 치솟자 무현쪽으로 등을 돌리고 있던 사람역시 공중으로 치솟았다. 그때 갑자기 공중으로 치솟던 사람의 뒤에서 두 남자가 일본도를 들며 달려들고 있었다.

( 아.....안돼! 위험해요! )

위험하다고 소리쳐 알려주고 싶었지만 무현은 단 한마디로 내뱉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무현의 눈에는 처참한 광경이 펄쳐졌다. 뒤쪽에서 달려든 두 남자의 일본도가 공중으로 치솟던 사람의 등을 꿰뚫고 가슴으로 삐져 나왔다. 그와 동시에 공중으로 치솟은 남자의 일본도가 그 사람의 심장을 항해 일직선으로 뻗어나갔다. 순간 엄청난 양의 피를 사방으로 뿌리며 그 남자는 바닥으로 떨어져 내렸다. 바닥으로 떨어진 남자는 마지막 안간힘을 다하듯 몸을 부들부들 떨더니 결국은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그러자 갑자기 사방에서 벌어지고 있던 싸움이 멈추어졌고 순식간에 그 많은 사람들은 바닥에 쓰러진 사람만을 제외하고 모두 사라져 버렸다.

( 주....죽었어...)

자신도 모르게 바닥에 쓰러진 사람에게 다가선 무현은 자신의 손이 떨림을 느끼며 그 사람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무현은 목청이 터져라 소리를 질러댔다.

( 아....아...아버지~!!! )





" 으~~악! 아버지~~!!! "

식은땀을 흘리며 무현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는 창문을 열고는 책상위에 놓여 있는 담배갑에서 담배 한개피를 입에 물었다. 침대 머리밭에 놓여 있는 시계는 오전 5 : 20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담배에 불을 붙이고 깊게 들이마신 무현은 길게 담배 연기를 뿜어내 뱉었다.

" 후우~~~....제길.....아직까지 이 악몽에서 벗어나질 못하다니...제길..."

이마에 흐른 식은 땀을 닦아 낸 무현은 아직은 어두운 새벽 하늘을 바라보았다. 새벽 하늘위로 한 남자의 얼굴이 서서히 떠올랐다. 그 남자의 얼굴은 무현의 꿈에서 보였던 죽은 바로 그 남자였다. 그리고 그 남자는 바로 무현의 아버지인 강진무였다. 자신의 아버지인 강진무의 얼굴을 응시하는 무현의 두 눈에서는 비애와 한이 흐르고 있었다.

" 아버지....."

작은 소리로 중얼거리던 무현은 담배 꽁초를 재털이에 짖이겨놓고 침대에 털석 드러 누웠다. 두 눈을 감으며 무현은 지난 과거를 회상하고 있었다.




1991년 당시 열두살이던 무현의 가정은 여느 가정처럼 단란한 가정이었다. 꽤나 큰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아버지와 평범한 가정주부인 어머니, 모범생으로 주위에서 사랑받는 자신과 귀여운 여동생인 혜주는 별 다른 불화 없이 행복한 삶을 누리고 있었다. 그러나 어느날 저녁, 한통의 전화를 받고 어머니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밖으로 나간 아버지는 그 다음날 싸늘한 시체가 되어 무현의 가족 앞으로 찾아왔다. 아버지인 강진무의 시체를 보고 어머니인 은주는 그 자리에서 졸도를 하였고 무현은 아버지의 죽음을 현실로 받아들이기가 너무나 힘들었다. 흉기에 의한 사망으로 밝혀졌지만 범인은 오리무중이었고 경찰은 속수무책이었다. 그렇게 강진무의 죽음은 덮어졌고 가족들에게는 크나큰 상처만을 남기게 되었다.

그리고 1년 후 은주는 남편이 남긴 레스토랑을 처분하고 집 근처 여대앞에 화원을 차리고는 꿋꿋하게 아이들을 키우며 살아가기 시작했다. 처음 몇달은 무척이나 힘들어 하며 방황을 하던 은주였으나 레스토랑을 정리하고 난 다음부터는 전혀 그런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그런 은주를 보며 무현은 자신이 이 집안의 기둥임을 느끼며 성장을 하였다. 자신이 어머니와 여동생을 보호해야 한다는 책임감은 무현을 꽤나 조숙하고 말이 없는 아이로 만들었다.

더욱이 아버지의 유품을 정리하면서 무현이 발견한 태극천무경과 아버지의 일기장은 무현으로 하여금 더욱더 책임감을 가지게 하였다. 특히 무현은 태극천무경과 일기장을 통해서 자신이 알고 있는 아버지와 어머니의 모습은 극히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자신의 아버지인 강진무가 태극천무도라는 한 문파의 제 46대 계승자라는 것과 자신의 어머니인 고은주가 흔히 조폭으로 불리우는 지하조직중 천우회란 곳의 회장의 장녀라는 사실은 무현으로 하여금 일대 변화를 가져오게 만들었다. 자신의 아버지의 죽음에 조폭이 개입되어 있을 것이라는 예상과 그 복수를 위해서는 힘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만들었다. 그런 의미에서 태극천무도는 무현에게 있어서 아주 중요한 도구였다. 태극천무경에 적혀 있는 태극천무공을 무현은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고 스스로의 힘으로 익혀 나갔다.

그리고 다시 시간이 흘러 2000년인 올해 무현은 명문 S대의 고고학과 2학년에 재학중이고 여동생은 혜주는 집 근처에 있는 H 여대에 입학을 하였다. 그 동안 그들의 어머니은 은주는 변함없이 꿋꿋하게 화원을 운영하며 두 아이를 키워왔던 것이었다.




감았던 두눈을 뜬 무현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어느날 갑자기 찾아온 아버지의 죽음, 그것은 아직까지 무현의 가슴속에 응어리로 남아 있었고 그것은 오늘처럼 가끔씩 무현의 꿈에 찾아왔다. 나이가 들면서 오늘과 같은 악몽은 그 회수가 점점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악몽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무현이었다. 무현은 머리속에 남아 있는 악몽을 지우려는듯 고개를 좌우로 세차게 흔들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항상 그래왔듯이 새벽 아침에는 태극천무공을 연마하기 위해 무현은 방문을 열고는 마당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스르륵......탁.

무현이 현관문을 열고 나가자 거실의 한쪽에서 문이 살며시 열렸다. 열린 문을 통해 한 여자가 조용한 걸음으로 걸어왔다. 베이지색 잠옷을 걸치고 무현이 나간 현관쪽을 바라보던 여인은 다시 베란다쪽으로 시선을 옮기고서는 작은 소파에 살며시 앉았다. 언듯 30대 초반으로 보이는 여인은 키가 꽤나 큰듯하였고 잠옷위에 드러난 몸매는 상당히 육감적이었다. 한쪽으로 꼬은 다리에서 보여지는 각선미는 그 어떤 여자보다도 매력적으로 보였다. 얼굴에 적지 않은 수심을 담고 베란다 창문을 통해 무현을 바라보던 여인은 작은 한숨을 내쉬었다.

" 휴...무현아..."

입술이 살짝 벌어지며 한숨을 내쉰 여인의 눈에서는 안타까움의 빛이 흐르고 있었다. 무언가 더 할말이 있는듯 입술을 움직였지만 머뭇거리던 여인은 베라단 창문으로 걸음을 옮겼다. 마당에서는 무현이 여러 자세를 취하면서 몰두를 하고 있었다. 그녀는 아직은 어두운 새벽녁이지만 웃통을 벗어제치고 여러 자세를 취하는 무현의 등뒤로 땀방울이 흐르고 있음을 느낄수가 있었다. 무현을 바라보는 여인의 두눈에서는 여전히 안타까움이 흐르고 있었지만 그녀의 두눈 깊은 곳에서는 그 정체를 알수 없는 야릇한 빛이 간혹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 훕~~~후~~~~훕~~후~~"

깊은 심호흡을 하며 태극천무공을 연마하던 무현은 누군가가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듯 한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그 느낌은 무현에게는 상당히 익숙한 것이었다. 지난 3년동안 항상 느껴온 그런 것이었다.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시선을 인식한 무현은 잠시 움찔하고서는 자연스럽게 베란다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그런 무현의 두눈에는 익숙한 한 여인의 모습이 어렴풋이 보였다. 소파에 앉아서 자신을 응시하고 있는 여인, 그녀의 모습을 본 무현은 살짝 미소를 짓더니 다시 고개를 돌렸다.

( 어머니...)

지난 3년동안 무현이 태극천무공을 수련할때는 항상 그의 어머니은 은주가 무현의 모습을 지켜봐왔었다. 그리고 그런 은주의 시선은 무현에게 큰힘이 되고 있었다.

( 어머니,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어머니는 제가 지켜드릴께요...)

스스로에게 다짐을 하듯이 중얼거린 무현은 다시 태극천무공속으로 빠져들어갔다. 본격적으로 태극천무공은 수련한지 벌써 6년이 넘어서고 있는 무현이었다. 태권도를 비롯한 다른 무술과 달리 태극천무공은 무예라고 해야할 정도로 무척이나 심오한 것이었다. 영화나 소설에서만 가능했던 것으로 보이던 기의 제어와 운용이라는 것을 가능하게 해 준것이 바로 태극천무공이었다. 물론 영화나 소설에서 처럼 장풍을 쏜다거나 하늘을 날라다니는 그런 것은 없었지만 기라는 것을 느끼고 스스로의 통제하에 두는 것을 가능하게 해주었고 그 기를 일정한 형식과 함께 운용을 하면 생각보다 막강한 힘을 발휘하였기에 무현은 태극천무공에 점점 몰두를 하게 되었다. 건공(乾功)·태공(兌功)·이공(離功)·진공(震功)·손공(巽功)·감공(坎功)·간공(艮功)·곤공(坤功)의 8괘공과 마지막 태극공(太極功)으로 나뉘진 태극천무공인데 무현은 아직은 곤공과 간공만을 터득하고 있을 뿐이었다. 8괘공의 마지막인 건공은 아직도 까마득한 경지였고 태극공은 말할 것도 없었다. 그러나 곤공만으로도 무현은 아직까지 일반적인 싸움에서 져본적이 없었다. 여러 초식을 차례로 펼친 무현은 자세를 바로 하고는 심호흡을 하였다. 비록 온몸에서는 땀이 비오듯이 흐르고 있었지만 기분만은 무척이나 상쾌하였다.

( 샤워나 좀 해야지. 아....그러고 보니 오늘이 과엠티가 있는 날이구나. 어차피 1박 2일이니 준비할 것은 별로 없겠지? )

생각을 마친 무현은 가벼운 발걸음으로 현관으로 들어섰다. 현관에서는 어머니인 은주가 무현을 기다리고 있었다.

" 무현아, 오늘도 그 태극 무언가 하는 무술 연습을 하는거니? 힘들지 않아? "
" 아니에요. 힘들기는요. 매일하는 건데요, 뭐. 오히려 몸이 더 가뿐해지거든요. 어머니도 하시라니까요? "
" 아이참...얘는. 이 나이에 무슨 무술이니 무술은. 에어로빅 하는 것도 힘들어서 그만두었는데."
" 어머니두 참... 아니 어머니 나이가 어때서 그러세요? 다들 20대 후반으로 보고 있는데.."
" 호호호..어디서 아부하는 것만 배워서는. 그래도 빈말이이지만 고맙구나. 그런 말 해 주는 사람은 너 밖에 없을거야. "
" 거참..정말인데..왜 않 믿으세요? 아니..하나밖에 없는 이 아들의 말을 못 믿으신단 말씀이세요? "
" 호호호....그래..그래. 하나뿐인 우리 아들의 말을 내가 믿지 않으면 누가 믿겠니? 그리고 내가 제일 사랑하는 사람의 말인데.."

마지막 말을 하던 은주는 살며시 얼굴을 붉히고 있었다. 마치 사랑하는 사람에게 사랑 고백을 하는듯 그녀의 자태는 사랑스러웠다. 그런 은주의 모습에 무현은 자신의 가슴에서 무언가가 울컥하고 치밀어 오르는 느낌을 받았다. 그런 자신의 변화를 애써 무시한 무현은 얼굴에 미소를 지으며 욕실로 걸어갔다.

" 어머니. 저 샤워 좀 할께요. "

욕실로 들어가는 무현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은주는 무현의 모습이 시야에서 사라지자 두손으로 자신의 뺨을 감쌌다. 방금전에 자신이 내뱉은 말에 스스로가 얼굴이 달아 올랐던 은주는 자신의 이런 모습을 무현이 봤다는 사실에 왠지 부끄러워졌다. 자신의 속마음을 틀킨것 같은 마음에 그녀의 얼굴은 더욱더 붉어졌다. 고개를 숙이며 자신의 빰을 감싸고 있는 은주는 작은 소리로 중얼거렸다.

" 내가 제일 사랑하는 사람이야........."

그러자 다시 한번 자신의 얼굴이 화끈거리는 것을 느끼고는 은주는 빰을 감싸고 있던 두손으로 얼굴 전체를 감싸버렸다. 자신의 작은 중얼거림을 왠지 무현이 들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자 그녀의 가슴은 크게 요동을 쳤다. 잠시 동안 그렇게 서 있던 은주는 살며시 미소를 지으며 소파에 앉았다. 아직까지도 두근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은주는 지난 세월을 잠시 회상했다.



그녀의 남편인 강진무의 갑작스러운 죽음은 은주에게 큰 충격이었다. 더군다나 간접적으로나마 그녀의 아버지 때문에 자신의 남편이 죽음의 길로 접어 들었다는 사실은 그녀에게 죄책감마저 들게 하였다. 단란했던 한 가정에 불행과 고난을 안겨준 남편의 죽음으로 인해 은주는 상당히 힘들어 했었고 방황을 했었다. 적지 않은 방황의 시간 동안 은주의 곁에서 그녀에게 희망와 책임감을 안겨준 존재가 바로 무현과 헤주, 두 아이들이었다. 그러나 그녀의 아버지와 모든 연락을 끊고 자립을 하기 위해서 레스토랑을 처분하고 화원을 운영할 당시에도 은주는 반신반의하고 있었다. 자신이 과연 잘 해 나갈수 있을지 그녀는 자신이 없었다. 특히나 무현, 혜주 두 아이들이 제대로 성장을 해 줄지가 제일 걱정이었던 은주였었다. 그렇지만 그런 그녀의 우려와는 달리 무현과 혜주 두 아이들은 남부럽지 않게 성장을 하였고 무현의 조숙함과 사려깊음은 그녀에게 큰 힘이 되었다. 어린 나이였지만 무현은 제또래들과는 달리 상당히 조숙하였고 때론 그녀의 남편 역활까지 하곤 했었기에 은주에게 있어서 무현은 하나의 버팀목과 같은 존재였다. 더군다나 3년전 화원에서 행패를 부리던 동네 양아치들을 가볍게 제압하던 무현의 모습은 그녀에게 색다른 의미를 부여했었다. 자신이 무현의 보호자라는 생각보다는 무현이 자신의 보호자라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던 것이었다.

( 그래...마저. 그때부터야. 난 무현이의 보호자가 아니라 무현이의 보호를 받는 존재로 자리 잡은 것이....)

그래서였을까? 그때부터 은주는 의식하지 못하고 있었지만 집안의 모든 일을 무현과 상의를 하였고 무현의 결정에 무조건 따랐다. 가끔은 그런 자신의 모습이 우습게 보이기도 했지만 그런 생각은 잠시였고 은주는 그런 자신의 모습을 당연하게 받아들였다. 그리고 그런 은주에게 무현의 존재감은 점점 커져만 갔었다.



" 어머니. 밥 주세요. "

갑자기 들려온 무현의 말에 은주의 상념은 중단되었다.

" 응? "

갑작스러운 무현의 말에 놀란 은주가 뒤를 돌아보며 샤워를 마친 무현이 그녀의 뒤에 서 있었다. 180이 넘는 키에 적당히 붙어 있는 근육이 돋보이는 상체가 그녀의 눈에 들어왔다. 향긋한 샤워비누의 향기와 함께 은은히 사내의 살내음이 풍겨오는 무현의 모습에 그녀는 잠시 멍하니 바라보고만 있었다. 물씬하게 풍겨나는 무현의 남성미를 잠시 그녀의 사고를 정지시켜 버렸다. 멍하니 무현의 모습을 바라보는 은주은 자신도 모르게 입술을 살짝 벌리고 있었다. 화장기 전혀 없는 얼굴이지만 살짝 벌려진 은주의 입술이 무척이나 붉게 느껴지는 무현은 그녀의 모습이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 응? 아.....내 정신 좀 봐.그래, 아침 먹어야지....잠시만 기다리렴."

화들짝 놀란 토끼 모양 허둥거리며 은주는 자리에서 일어나 주방으로 항했다. 주방으로 들어간 은주는 여전히 허둥거렸다. 그런 은주의 모습을 보며 무현은 고개를 갸우뚱하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지만 이내 그 표정을 지웠다. 그리곤 오늘 오후에 있을 과엠티에 대한 준비를 하러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 무현이 방으로 들어가자 그제서야 은주의 허둥거림이 멈췄다.

" 휴...부끄럽게시리...왜 그랬을까? 아이..참...."

중얼거리는 은주였지만 은주의 뇌리에는 남성미가 풍겨나는 무현의 모습이 떠나질 않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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