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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내가 만드는 이야기

레드로멘스5



새벽 6-
시계는 그렇게 알려주었다.
민수는 날아갈 것 같은 가뿐함과 개운함을 느끼며, 여느 아침과 달라도 너무나 다른 상쾌한 기분을 느끼며 멀뚱허니 벽에 걸린 시계를 바라보았다. 너무 좋은 것에도 사람이 멍청해질 수 있다는 것을 증명이나 하듯이...
민수의 17년 생에 있어서 이렇게 상쾌한 아침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 유치원 다닐 적에 처음 소풍가던 날, 초등학교 저학년 시절의 소풍과 운동회 날... 중학교에 입학하던 날까지 모두 하나같이 중학교 입학 이전의 것들이 전부였다.
중학교 입학 이후 지금까지 단 한번도 상쾌하게 아침을 맞아 본 적이 없었는데, 오늘은 달랐다. 가벼운 몸, 상쾌한 정신, 편안한 마음....
[어제 밤의 일 때문일까?]
민수는 어제 밤에 엄마와 가졌던 정사를 떠올렸다.
[단지..... 그것 때문일까?]
엄마와의 성행위 때문에 이런 상쾌한 기분을 느끼고 있다고 보기에는 어려웠다. 아마도 지금의 이 기분은 모든 것의 복합작용이리라. 숙면을 취했고, 걱정이 잠시 자신을 떠나있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민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아무 것도 걸치지 않은 자신의 몸에 어제 밤에 미리 준비하였던 속옷과 잠옷을 입었다. 원래는 이렇게 아침에 입으려고 준비한 것이 아니었다. 엄마와의 행위를 마치고 자신의 방으로 돌아갈 때, 입으려 준비한 것이었다.

--딸깍.....--
지혜가 들어온 것은 민수가 막 이부자리를 걷으려할 때였다.
"일어났니?"
"예... 안녕히 주무셨어요?"
"......"
지혜는 미소로 대답을 대신하였다. 달라진 것은 없었다. 평소에 보아오던 모습 그대로...
"내버려 둬... 내가 할게..."
지혜는 아들 곁에 앉으며 아들이 잡고있는 이부자리를 잡았다.
"아뇨.. 제가할게요."
"세탁을 해야하기에 그런 거야..."
"세탁요?"
"그래......"
"깨끗한데....."
"아니야 더러워 졌어..."
"....."
민수는 영문을 몰라 이불 여기저기를 살폈다. 그러나 그의 눈에는 도무지 더러워진 곳을 찾을 수가 없었다.
"제가 보기에는 아주 깨끗한데...."
민수는 위에 덮혀진 이불을 걷으려 하였다.
"그러지마...."
지혜가 아들을 제지하였다.
".....?"
"어제 밤의 흔적이 있어서 그래...."
"흔적요?"
"그래.... 흔적...."
지혜는 말하기 곤란한 듯 아들의 눈을 바라보았다. 그런 엄마의 눈을 마주 응시하던 민수는 그제야 이해가 되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다 불현 듯 엄마에게 물었다.
"부끄러운 가요?"
"아니...."
"그럼 왜?"
"굳이 볼 필요는 없잖아."
"......"
민수는 말없이 엄마를 잠시 응시하다가 자리에서 일어나 거실로 나갔다. 거실의 공기는 차가웠다. 활짝 열린 창문을 통해 겨울 아침의 차가운 공기가 거실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민수의 몸에는 순식간에 소름이 돋았다.
[엄마는 아침마다 이렇게 했나?]
민수는 자신이 아무리 일찍 일어나도 늘 자신보다 먼저 일어나 있었던 엄마를 떠올렸다.


"어... 미역국이네요?"
샤워를 마치고 식탁에 앉은 민수가 말했다. 아침의 상쾌함으로 인해 민수의 음성은 가벼웠다.
"그래...."
"무슨 날이예요? 오늘 식탁이 장난이 아니네요."
".........."
"왜요?"
"생일 축하해.."
아들의 시선과 마주치길 기다렸다가 지혜가 말했다.
"예....?"
"오늘 네 생일이잖아."
"아....!!"
민수는 까맣게 잊고 있었다. 아니 원래부터 자신의 생일을 한 번도 자신이 미리 알은 적이 없는 그였다.
"여기 선물.."
지혜는 의자에 놓여있는 작은 종이가방을 들어서 아들에게 건네주었다. 그 속에는 최신형 휴대 카세트가 들어있었다.
"우와.....!!"
"마음에 드니?"
아들이 기뻐함을 보며 지혜도 즐거운 마음이 되었다.
"예... 마음에 꼭 들어요. 안 그래도 가지고 싶었던 거예요."
"네 아버지 생각이야."
"아버지가요?"
"그래..."
"어째든 정말 감사합니다."
민수는 엄마를 향해 꾸벅 인사를 하였다.
"그리고, 이건 편지인데, 너 혼자 있을 때 읽어보라고 하셨다."
"예...."
민수는 엄마가 전해주는 편지봉투를 전해 받고서 선물과 함께 종이 가방에 넣었다. 일진이 좋다고 하는 말은 아마도 이런 때를 두고 하는 말이 아닌가 하고 민수는 생각했다.
식탁에는 평소 자신이 좋아하던 음식만 놓여있었다. 미역국만 제외한다면, 어느 것 하나 민수의 구미를 당기지 않는 음식이 없었다.
"우와 맛있다. 정말 감사합니다."
몇 가지 음식을 집어 먹어보던 민수가 얼굴에 웃음을 잔뜩 머금고 말했다.
"그러니.. 다행이다."
"예.. 정말 맛있어요."
"어서 많이 먹어라."
"예....."
기분이 좋아서일까? 아님 음식이 너무 맛이 있어서 일까? 음식은 민수의 입에서 눈 녹듯 사라졌다. 그런 민수를 바라보며 지혜는 미역국을 먹었다.
지혜에게 미역국은 특별했다.

17년 전 오늘... 지혜는 민수를 낳았다.
다 쓰러져 가는 허름한 산골자기 기와집. 동식의 집안에서 나온 지혜와 그녀의 부모가 생에 마지막 거처였던 그 곳에서 지혜는 엄마를 산파로 하여 아들인 민수를 낳았다. 20시간이나 되는 지리한 산고 끝에 낳은 아들...
기절하기를 몇 번...
그녀 생에 가장 처절한 육체적 고통 속에 아들을 낳았다. 뱃속에 든 아들을 죽이려 몇 번이나 자해행위를 하였건만, 아들은 세상에 태어나 우렁찬 울음을 터뜨리며 자신의 존재를 그녀의 희미해져 가는 의식을 잡고서 알렸었다.
한기가 뼈 속까지 스며드는 너무나 추웠던 그해 겨울...
지혜의 아버지는 딸과 손자가 혹여 그 추위에 노출될까 걱정이 되어 밤낮으로 아궁이에 불을 지폈고, 지혜의 어머니는 정성이 가득한 음식을 그녀에게 주었었다. 자신들은 겨우 불의 온기만 살짝 묻은 방에서 하루에 한끼밖에 먹지를 못하면서도 그렇게 그녀를 돌보며 손자를 얻었다는 기쁨에 어쩔 줄을 몰라했었다.
동식의 집안에서 완전히 빈손으로 옷가지 몇 벌만 가지고 쫓겨나 이 마을 저 마을 떠돌다가 한겨울이 되어서야 겨우 차량도, 전기도 들어오지 않는 마을의 빈집에 거처를 잡았다. 주민이 30여명도 되지 않는 작은 마을... 임신한 어린 지혜에게 보내는 곱지 않은 시선, 그리고 그런 딸을 둔 부모에게 보내던 달갑지 않은 시선이었지만, 그 작은 마을은 그들을 그래도 받아주었다. 마을에서 조금 떨어진 빈집을 주었고, 약간이지만 입에 하루 한끼 풀칠할 정도의 음식도 나누어주는 마을의 인심은 있었다.
그 인심에 부탁하여 얻은 미역으로 지혜에게 끓여준 미역국.
아무런 간도 없고, 고기 조각하나 없는 정말이지 미역만 삶은 것에 불과하였지만, 지혜에게 그 국은 너무나 맛있는 진수성찬이었다. 너무나 깨끗하게 씻은 그릇 둘에 하나는 국, 하나는 밥 그 것이 전부였건만, 부모님의 사랑이 있기에 그 것은 더 없는 식사였다.
부모의 웃음이 베어있고, 부모의 사랑이 담긴 그런 식사였다.
그런 부모에게 그녀는 아무 것도 해줄 수가 없었다. 그저 받기만 할 뿐, 그 무엇도 줄 수가 없었다. 자신이 죽이려하였던 아이, 조산으로 인해 죽을 것 같았던 아이도 그녀의 부모가 정성으로 살렸다.
수유하기를 거부하였던 지혜가 잠든 틈을 타 몰래 아이에게 엄마 젓을 먹이거나, 마을에 하나 있던 아이의 엄마에게 동냥 젓도 물리면서 노심초사하여 살렸다. 어디 그 뿐이랴. 지혜가 목을 메려한 이후로는 그녀의 곁을 번갈아 지키기도 하였었다.
자신들의 노력을 일순간에 망쳐버린 딸과 손자에게 그들은 너무나 헌신적이었다.
그런 분들을 보며, 결국 지혜는 살아있는 죽음을 택하였다.
그 것은 발악이건만,
그녀는 그때나 지금까지도 그렇게 생각한 적이 없었다. 그 것이 그 분들에 대한 보상이라 믿고 있었다. 그런 지혜의 보상을 그 분들은 채 5년도 누리지 못했다. 동식이 마련해 준 논과 밭을 일구어 살아가던 그들은 죽음을 맞이하던 그 해에도 어김없이 자신들이 손수 농사지은 농산물 등을 가지고 딸을 보러가던 도로에서 두 분의 생을 마감하였다. 딸과 손자를 보러간다는 들뜬 기분을 그대로 간직한 채...


"엄마...."
미역국 맛을 본 민수가 지혜를 불렀다.
"응?"
"왜 제 생일 미역국은 항상 이래요?"
"글세...."
"아버지 생일에는 맛있게 끊이더니...."
"......."
지혜는 아들에게 인위적으로 조작된 미소를 보이곤 미역국과 밥만을 다시 입에 가져갔다.
"참... 저는 몇 시에 태어났어요?"
"글세... 시계가 없었어서 잘은 몰라..."
"예...?"
"새벽이었어.... 네 외할머니 말로는 새벽 6시쯤...."
"6시?"
"그렇다고 해..."
다시 지혜는 미역국과 밥만 조용히 먹었다. 그런 엄마를 바라보던 민수는 조금 전 방에서 바라보았던 안방의 시계가 생각났다. 묘한 감흥이 민수의 내부에서 일어났다.


* * * * * *


3일 장 내내 동식은 집에 들어가지 않았다. 친구의 빈소에서 출근을 하고, 그 곳으로 퇴근을 하였다. 그리고, 친구가 남기고 간 그의 가족을 위로하고, 상주노릇도 해주었으며, 화장을 하여 강에 뿌려질 친구를 위해 한 야산에 묘자리를 샀다.
그리고 오늘....
동식은 일꾼 몇 명과 친구가 남기고 간 3명의 가족만을 대동한 채 친구를 묻으러 산을 올랐다. 자신의 지위로 인해 찾아오던 사람도, 고인이 된 친구가 정을 주었던 사람도, 친구의 처가댁 사람들도... 아무도 그가 마지막 가는 길에 오지 않았다.
가는 해의 마지막 일요일....
그들 모두는 그 52번째 일요일을 즐기고 있을 터였다.
그들을 탓할 수는 없었다. 동식 자신도 지금 마지막 길을 가는 이가 김현우 그가 아니었다면 지금 이 자리에 있지를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서러웠다. 가슴에서 억눌러지지 않은 감정이 서서히 소용돌이 쳐졌다.
"................"
지금 자신이 잘하고 있는 것일까. 동식은 스스로 회의가 느껴졌다. 차라리 친구의 가족들이 말했던 대로 화장을 하는 것이 더 낳지 않았을까?
"......."
눈이 오려는 듯 하늘은 아주 무거웠다.
"감사해요."
동식의 이 복잡한 심정을 읽었는지, 친구의 아내인 이보경이 곁에 다가와 말했다. 자신의 아내와 달리 세월의 깊이를 그대로 간직한 여인이었다. 선한 눈매는 친구와 어찌 그리 닮았는지...
"이렇게 밖에 못하는 제가 외려 죄송하네요."
"무슨 그런 말씀을....."
"하늘이 무겁네요. 눈이 올것같아요."
동식은 화재를 돌렸다. 그리고는 뒤따르는 친구의 두 딸을 향해 살짝 미소를 지어 보였다.

친구는 허무하게 땅에 묻혔다.
3명의 유족과 친구가 지켜보는 앞에 일꾼들의 손에 의해 쉽게 묻혔다. 그렇게 쉽게 끝나는 것이 어이없을 정도로... 너무 어이가 없어서 였을까? 그의 가족들도 멍한 표정이었다.
일이 끝나자 일꾼들은 이내 산을 내려갔다.
"..........."
동식은 묘자리 한 쪽에 자리를 잡고 앉아 담배를 베어물었다.
"후~~~~~~~~~!"
담배 연기가 길게 뿜어져 나왔다가 이내 사라졌다. 친구의 부음을 접했을 당시의 허무함이 다시 가슴 깊은 곳에서 치밀어 올랐다.
겨우 사람의 생이 이런 것인가 하는 공허함.
지난 3일. 잠시의 허무감을 느꼈을 뿐... 장례식이라는 절차로 인해 줄 곧 바빴던 탓에 미처 진정한 슬픔을 느껴본 적이 없었던 그였다. 밀어닥치는 문상객으로 인해 친구의 아내도 그런 슬픔을 느끼기에는 정신이 없었던 것은 마찬가지...
"흐흐흑............"
흐느끼는 소리에 동식이 돌아보았다.
보경이었다.
남편의 무덤 앞에 앉아 어깨를 떨고 있었다. 뒤이어 아이들의 울음소리도 들렸다. 그 동안 의젓한 모습을 보여주었던 기집애들의 소리는 점점 커져가더니, 절규로 변하여 산을 울렸다.

지난 3일 동안 무엇이 발생하였나...
장례식이란 절차는 가버린 자의 남은 가족들이 미처 슬픔을 느끼지도 못할 정도로 유족들의 슬픔마저 유린하는 것으로 시작하였다.
동식이 친구의 집에 도착하였을 때, 이미 문상객들은 집안의 가득 메우고 있었다. 친구의 부하직원들이 병문안 차 그를 찾았을 때에 그가 죽어버렸기에 그들의 연락으로 동식보다 먼저 망자의 빈소를 찾은 이들이 많았다. 모두가 동식의 부하직원이기도 하기에 그들은 동식의 등장에 인사를 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그 많은 사람들....
그러나, 망자의 빈소를 지키고 있는 이는 망자의 11살 먹은 어린 딸이었다. 상복을 입고서 놀란 눈을 뜨고 망자의 빈소를 지키고 있는 그 모습은 정말이지 눈으로 지켜보기 어려울 정도였다.
"주영아..."
동식은 친구의 빈소를 지키고 있는 친구의 딸을 부르며 다가갔다.
"아저....씨............."
주영이 동식을 바라보며 나지막하게 그를 불렀다. 그런 주영의 눈에는 이내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다. 동식은 주영에게 다가가 안아주었다.
"엄마는......?"
"엄마와 동생은 부엌에 있어요..."
순간, 모든 것이 이해가 되었다. 동식은 속에서 화가 치밀어 올랐다. 그러나 화를 낼 수 없는 자리. 동식은 어린 주영의 어깨를 토닥여 주고는 망자에게 예를 갖춘 후에 부엌으로 친구의 부인을 만나러 갔다.
"어떻게 된거죠?"
"아.. 어서 오세요..."
눈이 붉게 물들어있었다.
"저 친구 언제 저렇게 된 겁니까?"
"오늘 오후에요..."
"그럼 시간이 꽤되었을 텐데... 왜 주영이 혼자 빈소를 지키고 있는 겁니까?"
".........."
보경은 동식의 말에 고개를 숙였다. 듣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동식은 보경의 뒤에서 설것이를 하고 있는 8살 주희에게 잠시 시선을 보내고는 밖으로 나왔다.
여전히 북적이는 문상객들... 이미 한편에서는 술판이 벌어졌고, 다른 편에서는 화투를 치고 있었다.
"어.. 이사님 오셨습니까?"
자신에게 친구의 부음을 알렸던 이기욱 과장이었다. 그는 평소에 죽은 자신의 친구와 그런대로 교분이 있었던 사람이었다.
"그래.. 어떻게 된건가?"
"저도 집에서 식사 도중에 소식을 들었습니다. 이사님도 아시겠지만, 오늘 최이사님과 마 산으로 출장을 다녀왔어서요. 저도 김부장님의 소식을 듣고서 얼마나 놀랐던지. 그래서 오늘쯤 이사님이 오신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곧장 이사님께 연락을 드렸던 것입니다. 그리고 다행히 이사님이 집에 도착해 계셨지요...."
이기욱 과장은 무슨 소설을 쓰는 듯 묻지도 않은 상황설명을 장황하게 늘어놓았다. 평소라면 그의 말을 다 들어주겠으나 지금 동식은 그럴 수 있는 마음의 상태가 아니었다. 공연한 짜증이 치밀어 올랐다.
"되었네..."
동식은 다소 거친 음성으로 이과장을 말을 제지하였다.
"예?"
이과장은 동식의 반응에 놀란 표정이었으나, 동식은 그런 이과장 곁을 지나 빠르게 문 밖을 나섰다. 부엌일을 도와줄 사람을 구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늦은 시간에 사람 구하기란 그리 쉬운 것이 아니었기에 꽤 오랜 시간을 동식을 돌아다녀야 했다. 아내에게 도움을 청할까 생각하였고, 친구의 처가댁에 전화를 할까 생각도 해보았으나.. 어느 것도 마음이 내키지 않았다.
외출을 싫어하는 아내였지만, 그가 부른다면 올 것이지만, 자신의 부하직원들의 아부성 발언들에 시달릴 것이 싫었고, 친구의 처가는 처음부터 그 친구를 가족으로 받아들이지 않았었다. 그토록 친구가 도움을 주고, 노력을 하였음에도....사람이라면, 친구의 처가에서 사람들이 와있어야 했었다. 그런 그들에게 전화를 걸어 굳이 구차한 변명을 듣고 싶지 않았다.
동식은 내일부터 일할 사람들을 겨우 구하고서 곧장 집으로 향했었다.
그 후의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이 되었다.
그리고 오늘....

무겁던 하늘은 잠시 비를 뿌리는가 하더니, 이내 눈으로 변했다.
하얀 눈송이가 세상을 덮었다.
[올해에는 눈이 많이도 내리는군.]
아직 동식의 귀에는 고인이 된 친구 가족들의 흐느낌이 들렸다. 너무나 긴 시간을 울어서 인지 그들의 흐느낌은 마치 숨넘어가는 소리 같았다.
동식의 눈에도 이슬이 맺혔고, 곧 그의 단단한 어깨가 떨렸다.


* * * * * *


해가 바뀌었다.
그러나 변한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여전히 시끄럽게 세상은 돌아갔다. 생계를 위하여 노력을 다하는 사람들, 꿈을 이루기 위하여 뛰는 사람들, 연말이나 연시나 혹은 연중이라도 늘 흥청거리는 사람들...
그렇게 세상은 복잡한 소리들을 내며 돌아가고 있었다.
[나는 무엇 때문에 살아가는 걸까....]
창 밖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긴 동식의 손에는 몇 장의 서류가 들려있었다. 감원대상 명단과 징계대상자들에 관한 서류였다.
-띠...........-
"이사님 김홍식 인사부장님이 오셨습니다."
"들여보네요."
-딸깍......--
동식의 사무실로 들어온 김홍식 부장은 목례를 하고서 동식에게 다가왔다.
"지시하신 일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입니다."
"저 쪽의 움직임은?"
"전혀 눈치를 못 채고 있는 듯합니다."
"..........."
"외려 축배를 들 기색이었습니다."
"그래...?"
"예....."
"그래야지... 축배를 들어야겠지. 회사의 비리가 벗겨지려는 순간이니...."
"아.. 그리고, 이지석 이사님이 오늘 저녁식사를 청하셨습니다."
"무슨 일로?"
"자세한 것은 잘 모름니다만......."
"........?"
동식은 김홍식 부장을 바라보았다.
"제 생각으로는 아마도 이사님을 이번 기회에 대표로 밀어주시려는 듯합니다."
"무슨 말이야?"
"내일 모든 것을 밝히시면, 어차피 대표이사 자리는 공석이 됩니다."
무슨 말인지는 동식도 잘 알았다.
"아직 그 것까지 생각한 적 없어. 쓸데없는 말 그만두게.. "
"그래도...."
"그만 나가보게."
동식은 더 이상 듣기 싫다는 듯 의자를 돌려 창 밖을 바라보았다. 그런 동식을 말없이 바라보던 김홍식 부장은 목례를 하고 사무실을 빠져나갔다.


지혜의 외출은 요즘 들어 부쩍 늘었다.
오늘로써 연 3일째의 외출이었다. 지금 그녀는 아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한 손에는 쇼핑백을 들고서...
그 곳에는 아들의 옷이 들어있었다.
"어... 엄마...!!!!"
학원 계단을 내려오던 민수는 복도에 서있는 엄마를 보고서 놀라 불렀다.
"......."
지혜는 아들을 향해 손을 흔들어주었다.
"왠일이세요?"
민수는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 그로서는 처음 격어 보는 일이었다.
"백화점에 들렀다가 네가 마칠 시간이 된 것 같아서 같이 들어가려고..."
지혜는 자신의 손에 들린 쇼핑백에 잠시 시선을 주고는 말했다.
"아... 그랬어요?"
"그래... 그런데...내가 기다린 것이 싫은가보구나."
"아..아뇨... 너무나 뜻밖이라 서요."
"그럼 다행이다..."
"안녕하세요?"
민수의 곁에서 어정쩡하게 서있던 상현과 동변은 지혜가 자신들에게 시선을 주자 일제히 꾸벅 인사를 하였다.
"민수 친구들이니...?"
"네... 같은 반 친구입니다."
"아.. 엄마... 소개할게요.. 이 쪽은 상현이고, 이 쪽은 동배예요. 상현이는 우리랑 같은 아 파트단지에 살아요. 여기로 이사올 때 제일 처음으로 사귄 친구죠."
"그래.. 그랬구나. 그럼 같이 가면 되겠구나.."
"저 저와 이 친구는 오늘 갈 곳이 있어서요."
상현이 지혜의 말에 얼른 말을 했다. 비록 친구의 엄마이지만, 모자간의 귀가 길에 어정쩡하게 동참하지 않으려는 생각에서 였다. 늘 얼굴을 맞대며 사는 가족이지만, 거리를 같이 활보하며 다닐 수 있는 경우는 드물다는 것은 상현이 더 잘 알고 있었다. 그런 생각을 가진 상현은 자신을 바라보는 민수에게 짧은 눈짓을 보내었다.
"그래.. 그럼 언제 한번 놀러오렴..."
지혜는 아들의 친구들에게 따뜻한 미소를 지어보이며 말했다.
"예...!!"
사내애들은 지혜의 말에 우렁차게 대답했다. 그 갑작스러운 큰 소리의 대답에 지혜는 잠시 흠칫했으나 이내 상냥하게 웃어주었다.
상현과 동변은 지혜에게 인사를 하고는 이내 자리를 떠나 민수와 지혜의 앞에서 사라졌다.

"네 친구들을 보기는 처음이구나.."
걸음을 걸으며 지혜가 말했다.
"아.. 그랬나?"
"그래..."
민수는 한 번도 친구를 집으로 데리고 온 적이 없었다. 자신의 집을 보여주기 싫어서 이기 보다는 자신의 집에서는 친구들과 재미있게 놀기에는 적합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늘 민수의 놀이무대는 편안하게 뛰어 놀 수 있는 놀이터나, 학교 혹은 편한 분위기를 가진 친구들의 집이었다. 그 중에서도 상현의 집은 그가 어릴 적부터 가장 많이 놀러갔던 곳이었다.
그러니 당연히 자신의 친구들을 엄마가 볼 수 있는 기회는 놀이터로 엄마가 자신을 찾으러 올 때문이었는데, 민수의 기억으로는 단 한번도 놀이터로 엄마가 자신을 찾으러 온 적은 없었다. 아주 어릴 적부터 귀가시간을 스스로 엄격하게 지킨 그였기에...
"그러고 보니 정말 그렇네...."
민수는 스스로 놀라 고개를 갸우뚱하였다.
"미안해..."
"예...?"
"내가 너에게 무심했던 같구나."
지혜는 정말로 아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아.. 아니예요."
엄마가 심각한 표정이 되자, 그런 엄마의 표정을 처음 접하는 민수는 당황하였다.
"외려 제 친구들을 한 번도 엄마에게 소개시켜주지 않은 제 잘못이죠."
당황하여 사태를 수습하려던 민수는 자신의 말이 어딘지 어색하다는 느낌이었으나 달리 떠오르는 적당한 말이 생각나지 않았다.
사실, 자식의 친구를 하나도 모르는 상황에 있어서 잘 못은 누구에게 있을까? 자녀가 다 큰 성인이라면 몰라도 어리다면 아마 부모에게 더 큰 잘못이 있을 것임은 당연하지 않을까?

어느 덧, 지혜와 민수는 아파트 문 앞에 서있었다.
두꺼운 철문은 지혜 손에 들린 짧은 쇠조각이 두 번 움직이자 쉽게 열렸다. 그 것은 생각해 볼수록 재미있는 현상이었다. 그렇게 두꺼운 철판이 그리 쉽게 열린다는 것은...
어쩌면 우리가 사는 이 거대한 세상에도 어딘가에 열쇠구멍이 있어 그 곳에 키를 꼽아 돌린다면, 너무나 어이없게 변하지 않을까?
-띠리리리.... 띠리리리......--
지혜와 민수가 아파트 내부에 들어서자 곧 전화벨이 울렸다. 지혜는 곧장 전화기로 다가가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어.. 나야...."
"예..."
"나 오늘 저녁 약속이 있어서 먹고 들어갈 거야. 그러니 민수랑 먼저 식사를 하도록 해."
"알았어요."
"아.. 그리고 술자리가 있다면 늦을 지도 몰라.."
"예..."
늘 그렇듯이 동식은 아내의 대답을 듣는 둥 마는 둥 자신이 할 말만 끝내고 전화를 끊었다.
"아버지예요?"
"그래... 오늘 늦을지도 모른다는 구나.."
"예..."
엄마의 말에 대답을 하며 민수는 자신도 모르게 시계를 처다 보았다. 시간은 이제 겨우 오후 2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민수는 자신도 모르게 흥분이 되었다. 엄마와 단 둘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 확인이 되었기 때문이었다. 그렇다고 다른 날에는 엄마와 자신만의 시간이 없었는 것은 아니었다. 어제도 그제도 민수는 엄마와 낮 시간을 함께 보내었었다. 그러나 그 것은 둘만 이 한정된 공간에서 숨을 쉬고있다는 묘한 느낌을 주는 오늘 같은 시간은 아니었다.
"............."
민수는 엄마를 바라보았다.
"왜?"
"아뇨... 아무 것도...."
언제나 그렇지만 엄마의 얼굴에서는 아무 것도 읽을 수가 없었다. 민수는 엄마에게 한 번 싱긋 웃어 보이고는 자신의 방으로 향했다.
"민수야..."
"예...?"
"이 것을 가져가 입어봐라."
지혜는 쇼핑백을 들어 내밀었다.
"제 옷을 샀나요?"
"그래..."
민수는 의외라는 듯 엄마에게서 소핑백을 받아 옷을 꺼내들었다.
"와~~~ 제가 사고 싶었던 옷인데... 어떻게 알았어요?"
"그랬니? 다행이다.."
"엄마와 나 사이에 텔레파시가 통했나 봐요?"
"그랬나?"
지혜는 아들의 말에 고개를 갸우뚱하고는 웃어 보였다. 사실, 그 옷은 여점원이 권하는 것을 그냥 산 것에 불과했었다.
"입고 나올께요."
"그래..."

방에 들어온 민수는 재빨리 옷을 벗었다.
".......!"
바지를 벗던 민수는 자신의 불룩하게 솟은 팬티를 보았다. 발기하여 있었던 것이다. 그저 잠시 전에 조금 흥분된다는 아주 약한 느낌을 받았을 뿐이었는데....
"....."
생각해보니 민수는 벌써 15일 째 금욕을 하고 있었다. 엄마와 가졌던 두 번째의 정사 이후 단 한번의 수음행위도 없었다.
절정을 느끼며 그대로 잠들어버린 엄마와의 두 번째 정사.
그 생각과 오늘 엄마와 이 공간에 둘만 있다는 생각이 떠오르자 민수는 흥분이 더 하였다. 이제 성기는 쉽게 수그러들지 않을 듯 맹렬한 기세로 달아올랐다. 그와 더불어 민수의 심장 박동도 자신의 귀에 들릴 정도로 뛰었다.
"........."
난감한 일이었다. 새 옷을 입고 나가야 하건만.....
민수는 침대 위에 걸터앉아 자신의 마음을 진정시키려 했다. 엄마와 비록 성관계를 가졌고, 앞으로도 충분히 가질 수 있는 관계에 있지만, 관계를 가지려는 상호간의 합의와 준비도 없이 혼자만의 흥분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어딘지 어색하고 싫었다.
그러나 민수의 느낌대로 그 것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아직 멀었니?"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밖에서 지혜의 목소리가 들렸다.
"다.. 됬어요."
어쩔 수 없다. 민수는 그렇게 생각하고 새 옷을 입었다. 옷은 몸에 딱 맞았다. 그래서 민수의 발기된 성기를 불룩 허니 바지위로 드러내고 있었다.
".........."
방문을 나서기 전 민수는 다시 한번 자신의 하체를 내려다보았다. 느낌이 그런 건지, 실제로 그런 건지 유난스럽게 자신의 불룩한 하체가 눈에 띄었다.
하지만, 그 것은 그 것대로 민수에게 묘한 감흥을 주었다.
"어때요?"
심호흡을 하고 방문을 나선 민수는 여전히 소파에 앉아있는 엄마를 향해 한 바퀴 돌며 물었다.
"괜찮구나..."
"그래요? 고마워요. 정말 마음에 들어요."
"그래.. 그런데.. 바지가.... 좀 작니?"
"바지요?"
예상했던 대로였다.
"아.. 아니예요. 딱 맞아요."
"........."
아들의 말을 들으며 아들을 지켜보던 지혜는 이해가 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일 뿐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이거 비싸지 않아요?"
어색해진 민수는 얼른 화재를 돌렸다.
"바꿀까?"
"예..?"
동문서답같은 지혜의 말에 민수는 갈피를 못 잡고서 반문하였다.
"밖에서도 그러면 곤란할 것 같아서..."
"아........."
민수의 얼굴은 금새 달아올랐다. 수치스러운 것을 들킨 사람 마냥...
"들어가서 벗어 가지고 와라. 내일 가서 바꿀테니..."
"예...."
민수는 얼른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 그렇게 부끄러워할 일도 아니었고, 엄마와의 관계를 보더라도 그럴 하등의 이유가 없건만, 이상하게 민수의 붉어진 얼굴은 쉽게 가라앉지를 않았다.

"여기요.."
민수는 바지를 담은 쇼핑백을 엄마에게 건네었다. 여전히 민수의 얼굴에는 붉은 홍조가 남아있었다.
"너무 부끄러워하지마..."
"알아요..."
민수는 엄마를 향해 미소를 지어 보였다. 지혜도 그런 아들에게 상냥한 웃음을 지었다.
"힘들겠구나..."
".....?"
"그... 곳 때문에...."
"아....하하......... 조금은요.."
".........."
"하지만, 그건 힘든 것이라 보다는 귀찮은 거죠..."
"그러니...?"
"예... 남들보다 표시가 많이 나니까요..."
민수는 쑥스러운 듯 뒷머리를 긁었다.
"남들 보다?"
그러나, 민수의 그 쑥스러운 말이 지혜에게는 낯선 말이었다.
"예... 남들은 이 정도로 표시가 나지는 않는데....."
"........."
"왜... 그러세요?"
지혜가 한동안 말이 없이 무언가를 생각하는 듯 하자 민수는 의아하게 물었다. 그런데, 그 질문에 대한 지혜의 말은 민수를 당황하게 만들었다.
"네 성기 남들보다 많이 큰 거니?"
"예..?"
"많이 크냐고...."
"조...조금은 그런 편이죠."
민수는 당황하여 몸둘 바를 몰랐다. 비록 엄마와 성관계를 맺었다고는 하지만, 그 사실이 지금처럼 이런 일상적인 상황에서 자연스럽게 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게 할 정도로 민수를 개방시키지는 않았었다.
아직 민수에게는 성행위와 일상사는 분리되어 존재하고 있었다.
"그렇구나......"
민수는 그렇게 말하며 고개를 끄덕이는 엄마를 흘깃 쳐다보았다. 이왕 이렇게 된 것. 지금 엄마에게 성행위를 요구를 할까하는 생각이 순간적으로 민수의 머리를 스쳤다.
지금 만약 기회를 놓친다면, 분명 민수는 시간을 들여 엄마와 눈빛을 마주치며 자신의 내부에서 일어나는 욕망을 은연중에 알리는 과정을 거처야 한다.
"저.... 엄마....."
"........?"
"지금 가질 수 있을까요?"
"무엇을?"
"엄마와의 관계를....."
민수의 음성은 다소 떨렸다. 두 번째 관계를 가질 때에는 담담했건만 지금 민수의 음성과 분위기는 그때와 판이하게 달랐다. 그러한 민수의 심정을 대변이나 하 듯 다시금 민수의 얼굴은 달아올랐고, 심장이 쿵쾅 거렸다.
".........."
지혜는 아들의 말에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
"........"
순간, 민수는 긴장하였다. 근래 가깝게 느껴지던 엄마가 한없이 멀게 느껴졌고, 그 느낌은 관계를 가지전의 엄마에게서 느꼈던 범접할 수 없는 느낌과는 전혀 다른 아주 생소한 느낌이었다.
무엇이 잘못된 걸까? 민수는 너무나 갑작스럽게 찾아온, 이 알 수 없는 이상한 상황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상식적으로 이러한 느낌을 가질 아무런 이유가 없을 것인데...

"........"
지혜는 여전히 말이 없었다.
그녀도 일종의 혼란을 느끼고 있었다. 처음에는 아무런 예상도 하지 못했던, 갑작스런 아들의 말에 쉽게 답을 해줄 수 없었지만, 지금은 그런 것과는 상관없는 새로운 혼란 속으로 그녀는 빠져들었다.
처음에는 아들인지도 모르고 경험했던 아들과의 시작, 그것은 그녀에게 아무런 영향도 주지 않았다. 평소에 하던 그저 일상적인 사색거리 정도였을 뿐이었다.
아들이 요구할 거란 것을 미리 짐작하고 있었던 아들과 두 번째 관계. 그 관계에서 그녀는 생에 처음으로 오르가슴이라는 것을 느꼈다. 그 강렬한 절정의 환희. 그녀는 행복을 느꼈고, 만족 혹은 충족감을 되찾았다.
그러나 그 두 번째도 그녀에게 아무런 상처를 주지 않았다. 외려 그로 인해 아들을 처음으로 가깝게 느끼고 있는 중이었다. 자신도 모르게 아들이 좋아하는 음식에 신경이 더 쓰였고, 아들이 입고 다니는 옷을 유심히 살폈으며, 아들 또래의 남학생들을 눈여겨보았다.
두 번째 이후 아들에게 은연중에 신경을 쓰는 동안 그녀는 외출이 잦아져갔었다.
[뭐지.......?]
지혜는 자신의 내부에서 일어나는 알 수 없는 혼란을 막을 수가 없었다.
무엇이라 정확하게 표현하기는 어렵지만, 뭔가가 깨져버릴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엄마.....!!!"
민수는 엄마를 불렀다.
".........."
그러나 생각에 빠진 지혜는 말이 없었다.
"엄마!!!"
민수는 조금 더 큰 소리로 불렀다.
"응......응?"
아들이 부르는 소리에 현실로 돌아온 지혜는 놀란 듯 아들의 바라보았다.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요?"
"아..........."
아들에게 무언가 말을 하려던 지혜는 자신도 모르게 아들의 시선을 피해 아들이 앉은 옆의 빈자리를 바라보았다.
"싫으시면...."
"........."
"싫다고 말씀하시면 되요."
"........."
"억지를 부리진 않을 거니까요."
민수는 말을 천천히 끓어서 말했다. 그 동안에도 지혜는 여전히 말없이 아들 옆의 빈자리만 응시하였다.
"............"
민수는 여전히 엄마에게 시선을 보내었다. 아무런 반응도 없는 엄마. 아마 그 것은 거절의 뜻이리라 민수는 생각했다. 그러나 왠지 그런 엄마의 태도가 민수에게는 어딘지 모르게 다행스럽게 느껴지고 있었다.
"거절의 뜻으로 알고.. 저는 제 방으로 갈께요."
"........"
"죄송해요. 괜한 말을 드려서..."
민수는 자리에서 일어나 걸음을 떼려하였다.
"아.. 아냐..."
"예..?"
"내가 미안해..."
".....?"
"잠시 다른 생각을 하느라 그랬을 뿐이야."
"다른 생각이라니요?"
"아무 것도...."
"........"
"네 말과는 상관이 없으니까 걱정하지 마..."
지혜는 아들에게 미소를 지어 보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 먼저 씻을 테니, 그 동안 커튼을 치고, 문의 잠금 장치를 확인해 줄래?"
"예.?......예....."
민수는 엄마의 순간적으로 달라진 모습에 또 다시 당황했다. 그러나 그런 민수의 모습을 뒤로하고 지혜는 안방으로 들어갔다.
민수는 엄마가 들어간 안방 문을 잠시 바라보았다. 뭔지 모를 공포감이 느껴졌으나, 이내 떨쳐버리고 엄마의 지시대로 커튼을 치고 문의 잠금 장치를 확인하였다.

지혜의 샤워는 간단했다.
이미 오전에 한번 한 터라, 길게 할 이유가 전혀 없었다. 샤워를 마치고 안방으로 들어온 지혜는 이부자리를 깔고서 그 위에 얇은 여름용 요를 하나 더 깔았다. 두 번째 아들과의 관계 때에 자신이 흘렸던 땀과 음액을 대비한 것이었다. 남편과의 관계에서는 이런 것이 전혀 필요 없었다. 땀을 흘릴 정도의 격렬하고, 긴 시간을 필요치 않은 남편이었고, 자신 역시 남편과의 관계에서 흘리는 음액은 아주 극소량이었거나, 전무하였기에...
"........."
이부지리를 깔고 그 위에 까운만을 입고서 앉은 지혜는 왠지 처량하고, 서글픈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그 느낌은 화장대 거울 속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았을 때에 더욱 확실해졌다.
[무엇을 하고 있는 거지...........?]
지혜는 거울 속 자신에게 물었다.
"풋~~~~!"
웃음이 코를 통해 나왔다.
보통사람들에게 있어서 이 상황은 분명히 너무나 어이없는 상황일 것이다. 두 번째까지만 해도 머리로만 이해되던 그 것이 지금 지혜는 조금씩 가슴으로 느껴지는 듯했다.
"......."
순간 지혜는 도리질을 쳤다. 그로 인해 단정히 빗겨 내린 약간의 물기를 머금은 긴 생머리가 일순간에 헝클어졌다.
가슴이 답답해져만 갔다.

-딸깍... 쿵.....--
아들이 욕실에서 나오는 소리가 들렸다. 지혜는 천천히 숙인 고개를 들어 거울을 처다보았다. 그 곳에는 처량하게 앉아있는 여인이 있었다.
이 모습을 아들에게 보여줄 것인가?
지혜는 자세를 고쳐 앉고서, 천천히 머리를 손으로 단정하게 하였다.
-딸각............--
"오래 기다리셨어요?"
문을 열고 들어온 민수가 말했다.
"........."
아들과 마주쳤던 시선을 지혜는 머리카락을 정돈하는 핑계로 피해버렸다. 그 것은 아주 자연스런 행동이었으나, 민수가 예전과 다른 엄마를 느끼기에는 충분했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자신과 마주쳤던 눈빛에 스며있던 뭔지 모를 불안감.
"............"
민수는 조용히 엄마의 곁으로 다가가 약간의 거리를 두고 앉았다. 전과는 달리 전혀 편하지가 않았다. 무슨 가시방석에 앉은 사람의 기분이라 할까... 분명 자신의 엄마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듯한데, 그 것을 민수는 전혀 알 수가 없었다.
"싫으면 싫다고 하세요..."
".........."
지혜는 여전히 말이 없었다. 계속하여 머리만 매만지고 있었다.
지혜도 이 상황을 어떻게 해야할지 몰랐다. 예전이라면 쉽게 해결을 했을 것이지만 지금 그녀는 도무지 어떻게 해야 할지 갈피를 잡을 수가 없었다. 거실에서 아들에게 허락을 했을 때만 하여도 지금처럼 혼란스럽지는 않았었는데....
"..............."
"머리카락 상하겠어요."
".......?"
지혜는 아들의 말에 시선을 보내다가 얼른 다른 곳으로 시선을 보내었다.
"........."
"싫으신 가보군요."
".........."
"알았어요. 그만 둘께요."
민수는 긴 숨을 내쉬며 자리에서 일어서려 하였다.
"잘.........."
"........."
"모르겠어."
".....?"
"내가 왜 이러는 건지... 나두 잘...."
"........"
그리고, 둘 사이에는 긴 침묵이 이어졌다. 지혜는 이제 까운의 한 자락을 만지작거렸고, 민수는 그런 엄마의 손놀림을 보았다.

"말씀해 주실래요?"
"정리가 안돼..."
"답답하군요."
민수는 어둠이 약하게 깔린 방안을 둘러보았다.
"그냥......"
"......."
"복잡해... 복잡하기만 해..........."
천천히 지혜는 말을 열었다. 조금 전과는 달리 그녀는 상당히 안정되어 가는 듯했다.
"너에 대한 생각.... 너에 대한 느낌...."
"........."
"그 것이 혼란스러워..."
"어떤 것이요?"
"그 것을 알 수가 없어. 전에는 느끼지 못했던 것인데...."
지혜는 시선을 아들의 눈에 보내었다. 그녀의 눈빛은 이제 안정적이었다. 그러나 그 곳에는 슬픔이 담겨있었다.
"왜 그러세요?"
"몰라...."
".............."
"너의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가 보고 싶어....."
슬픔을 머금은 눈에는 이제 이슬이 맺혀갔다.
그 원인을 알 수 없는 갑작스런 슬픔이 전해졌을까? 민수의 가슴도 울렁거렸다. 자신의 엄마의 고운 눈에 보이는 이슬이 민수의 가슴을 찔렀다. 그 슬픔을 이해할 것도 같았다.
민수는 엄마에게 다가가 와락 끌어안고서 그대로 이부자리에 쓰러졌다.

그리고, 이어진 긴 키스....
키스를 하는 지혜와 민수 모자의 눈에서는 눈물이 흘렀다. 그들을 슬프게 할 아무런 유형적 근거는 하나도 없는데도 두 모자의 눈에서는 계속하여 눈물이 흘렀다.
누군가가 지켜보고 있다면, 이들의 이 급변하는 감정 변화에 웃음을 터뜨렸을 것이다.
어찌 그러지 않을까...
도덕의 관념으로 이해도 안 되는 둘의 관계...
정서적으로도 공감할 수 없는 둘의 관계를 누가 이해하여 그들 눈물의 의미를 받아들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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