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야설) 색몽전 46
색몽전
46
폭풍일과 후,
지하동굴 안에서 대충 옷으로 중요한 곳을 가린 용비강은 조용히 옷을 입고 있는 대려군을 바라보며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흑흑... 려 누님, 죄송합니다.”
용비강
그는 짙은 번뇌와 죄책감이 뒤범벅이 된 표정으로 대려군을 쳐다보았다.
자신의 성급한 행동으로 음양쌍두사를 베어 음양쌍두혈을 뒤집어쓰게 되어, 금강무후 려와 관계를 가졌다는 충격에 용비강은 너무 혼란스러웠다.
금강무후 려, 그녀는 어린 시절부터 같이 자라서 친형제 같은 적뢰의 여인이다.
어떻게 보면 자신에게 형수가 되는 여성을 최음성분 때문이라 해도 세 차례나 탐하고 나서야 그 지독한 욕화와 광란에서 벗어날 수가 있었다는 것을 기억하는 자신이 더욱 용서할 수가 없었다.
용비강이 대려군 맞은편에서 마치 죄인처럼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바로 그 때 적뢰가 동굴 안으로 들어와, 대려군 옆에 섰다.
그리고 적뢰는 용비강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아우! 자책할 것 없다, 그 때는 사항으로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적뢰의 말에 용비강의 안면은 더욱 고통스럽게 찡그러졌다.
“차라리 죽는 쪽이 나았을 것입니다. 그랬다면 제가 ‘려’ 누님의 청정을 깨지 않았을 테니까요!”
“함부로 그런 말 하지 마라, 용비강!”
적뢰의 감정이 실린 목소리에 용비강은 더 이상 대답을 하지 못하였다.
“생명은 그 무엇보다 소중한 것이다. 생명의 값을 매기고 어느 생명은 더 귀하고, 천하고 하는 것은 인간이 만든 가장 추악한 행동이다!”
“그러니 너역시 생명을 취할 상황이 올 때는 더욱 신중하게 생각해!”
“그리고 이번 일은 우리 3 사람이 동시에 악몽을 꾸었다고 생각하고 머릿속에서 영원히 잊어라!”
용비강은 더 이상, 적뢰에게 아무런 대답을 할 수가 없었다.
그에 눈에 보였던 것이다.
적뢰의 손이 그가 얼마나 속으로 분노를 했고, 분노를 그 화를 참으려고 주먹을 꽉 쥐다가 그의 주먹사이로 피가 흐르는 것을.....
아무리 생명을 살리는 일이라도 눈앞에서 자신의 여인이 다른이와 관계를 가지는 것을 본다는 것은 진정 참을 수 없는 고통일 것이다.
“어서 빨리, 옷이나 입어라! 우리는 나가서 기다리고 있겠다!”
말과 함께 적뢰는 대려군을 되리고 동굴 밖으로 나갔다.
동굴밖으로 나와 지하 암로로 걸어가던 적뢰는 더 이상 화를 참을 수가 없어 주먹으로 암벽을 때렸다.
쾅!
내력이 담은 주먹이라 엄청난 소리와 함께 암벽의 일부가 무너졌다.
하지만, 적뢰의 마음속에 일어난 화는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후.... 진정 참을 수가 없군, 내 것을 다른 이가 취하게 한다는 것은......”
(.....네토라레라고 그런 것을 욕정을 느끼는 녀석들은 확실히 미친놈들이다. 이렇게 분노가 치밀어 오르는데.....)
긴 한 숨을 내쉬면서 적뢰는 다시 용비강이 있는 동굴을 바라보았다.
(용비강! 이번 일에 값은 매우 비싸다!)
(처음에는 너에게 오는 기연 중에 첫 번째인 태극의 인연만 가질 생각이었다.)
(하지만 어떻게 하다보니 만독, 역천, 천불과 어느 정도 인연이 생겼다.)
(그래서 남은 신비의 인연은 확실히 너에게 줄 생각이었다.)
(하지만, 이제 생각이 바뀌었다. 남은 신비의 인연을 확실히 내가 가질 것이다.)
(이번 일에 대한 위자료로....)
신녀문의 지하대전,
그 중심에는 두 개의 의자가 있었다.
의자에는 두 여인이 앉아 서로를 마주보며 심각한 표정으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왼쪽의자에 앉아 있는 여인은 터질 듯 풍만한 몸매에 검은 상복을 감싼 여인이었는데 이여인에게 요염함과 청초함이 전 반대가 되는 두 매력이 동시에 느껴지면서 그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절대적인 위엄이 느껴지는 여인이었다.
흡정마녀 이약란.
오백년 전 빙하천동으로 오대고수를 유인하여 그들의 내공을 갈취하다가 봉인되었던 적뢰로 인해 깨어난 바로 그녀였다.
지금은 신녀문의 문주이자, 새로운 십대고수에 한명인 현천신녀로 불리우고 있었다.
그 옆에 앉아 있는 여인의 나이는 삼십대 후반 정도 되었을까?
아주 그윽하고 기품이 있는 미모에 그림을 그린 듯 아름다운 얼굴을 지녀 왕후장상의 아내라 평가 될 정도의 미부인이었다.
“우리가 지존회에 대해서 잘못 평가를 한 것 같아요, 부문주.”
“죄송합니다. 신녀님 제가 좀 더 자세히 그들에 대해 조사를 해야 했는데.....”
이약란이 대화를 나누고 있는 이 여인은 신녀문의 부문주인 만정아였다.
그녀에 대해서는 세상에 별로 잘 알려지지 않았다.
알려진 것은 신녀문은 현천신녀의 힘과 만정아 그녀의 지략으로 만들어졌다는 것과 그녀가 신녀문의 소문주인 빙화신녀 만효린의 모친이라는 것 이 두 가지만 알려졌고, 그녀의 모습, 그녀의 과거 모든 것이 수수께끼인 여성이었다.
“설마, 지존회가 이곳으로 공격해 올 때까지 전혀 파악하지 못하였다는 사실만으로도 그들의 조직력이 얼마나 강한지 짐작이 되는군요.”
“그런 조직에게 무모하게 대립을 했다는 것만으로 큰 실수였습니다.”
“효린이는?”
“지존회가 정문을 돌파했다는 보고를 받은 즉시 혈야들을 되리고 자매들을 구하기 위해 나갔습니다.”
“사람을 보냈으니 곧 돌아올 것입니다.”
부문주인 만정아의 말에 이약란은 살며시 두 눈을 살짝 감았다.
그리고 다시 두 눈을 뜬 그녀는 부문주인 만정아를 보면서 입을 열었다.
“부문주, 아니 동생은 효린이가 오면, 즉시 암동을 이용하여 함께 탈출하세요.”
“.....! 신녀님께서?”
“나는 형식적이나마 신녀문의 문주예요, 당연히 이곳에서 뒷정리를 해야 할 책임이 있습니다.”
“안됩니다. 탈출은 제가 아니라 신녀님과 효린이가 해야 합니다.”
“무슨 소리예요. 탈출은 동생이 해야 해요.”
“사실 신녀문을 만든 것은 제가 아니라 동생이잖아.”
“나는 맨 마지막에 숟가락만 올린 것에 지나지 않아.”
“제가 준 밀도에 있는 재물과 영약, 그리고 동생의 지혜라면 충분히 지금보다 더 강한 신녀문을 만들 수가 있을 것이예요.”
“신녀... 약란언니!”
만정아 그녀는 처음 이약란을 만났을 때의 호칭으로 그녀를 불렀다.
사실 신녀문을 만든 것은 만정아 그녀였다.
그녀와 그녀를 모시는 극히 소수의 여무사들이 20년간 고생을 하여 만든 문파였다.
무공은 상승절학이었지만, 그 무공을 연마할 인재나 그들을 단련시킬 재력이 신녀문에는 없었다.
그래서 아무 힘없는 삼류문파 밖에 안 될 신녀문의 운명이 바뀐 것은 약 1년 전이었다.
엄청난 재력과 영약, 그리고 무력을 가진 이약란과 만남이었다.
두 사람은 첫 만남과 동시에 마음이 통했다.
이약란이 가지고 있는 재물과 영약, 그리고 만정아의 지혜를 통해 신녀문은 1년만에 강북 사파의 우두머리가 되었다.
이제 조금만 더 하면 자신들의 한을 풀 수가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것은 잘못된 생각이었다.
복수심에 그만 현재 상대하고 있던 적의 능력을 오판 한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적의 공격에 속절없이 무너지고 있었다.
슬픔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만정아를 보면서 이약란은 후일을 기약하고 있었다.
(효린의 재능, 그리고 그곳의 재물과 영약을 이용하여 충분한 시간만 있으면 충분히 지존회, 아니 그 이상의 조직을 만들 수가 있다.)
(현재의 신녀문은 그곳에 있는 재물과 영약에 5분의 1만 사용하여 1년만에 만들지 않았는가?)
(나머지 5분의 4에 재물과 영약 그리고 긴 시간이라면 충분하다!)
그녀는 내심 희망찬 미래를 그리며 밝은 눈빛을 내 보냈다.
그러는 도중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어이없는 미소를 지었다.
“....!”
(이것이 마지막이라 생각하니 나도 모르게 그 아이가 생각나는구나...)
그런 그녀의 표정이 급히 바뀌었다.
“웬... 놈이냐?”
대전에서 앞일을 생각하며, 제자인 효린을 기다리던 이약란의 입에서 앙칼진 교갈이 터져 나왔다.
“.......!”
대전 밖의 지하 통로 끝에 한 명의 인물이 우뚝 서 있는 것을 발견한 것이었다.
그자는 오십대 중반의 차갑고 냉막한 인상을 지녔으며 눈 주위로는 푸르스름한 섬광이 흐르고 있었다.
“현천신녀이신가?”
사내는 얼음장 같은 음성으로 말하였다.
“그렇다. 네놈은 누구냐?”
이약란은 분노를 억누르며 싸늘한 음성으로 되물었다.
언제나 아니 처음부터 지금까지 만정아 그녀를 지켰던 사대호법의 기척이 느껴지지 않는 것이 뭔지 그녀를 불길한 예감에 빠지게 만들었다.
사내는 한점 동요도 없는 냉막한 눈빛으로 이약란을 주시하며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지존회의 구대호법의 한 명인 환마라 하오! 신녀의 목을 베러왔소!”
또 한명의 지존회 아니 마교의 구대천마의 일인이 천하에 그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뭐라고?”
이약란은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
“호호호!”
이어 그녀는 미친 듯이 오만함과 분노가 깃든 날카로운 교소를 터뜨렸다.
사실은 주위의 제자들을 불러들이기 위한 신호였다.
“으음! 지독한 내공이군!”
환마는 신음성을 내면서 몸을 휘청거리며 물러섰다.
그런 그의 안색은 백짓장같이 창백하게 변해 있었다.
또한 얄팍하고 붉은 그의 입가로는 피가 비치고 있었다.
이약란의 웃음 속에 실린 엄청난 내공이 그의 내부를 뒤흔들어 놓은 것이다.
“소용없는 짓이오! 지금 이곳 지하 동부는 본좌의 수하들에 의해 완전히 제압당한 상태니까!”
환마는 입가의 피를 닦으며 냉소했다.
“그래?”
이약란은 비로소 웃음을 뚝 그치고는 살기어린 눈으로 환마를 노려보았다.
“그렇다면 수괴인 네놈의 목부터 따야겠군!”
쩌엉!
말을 마침과 함께 그녀는 환마를 향해 유령같이 다가서며 일장을 후려쳤다.
(빠르다!)
환마는 빠를 데 없는 이약란의 일격에 두 눈을 부릅떴다.
하지만 그는 이미 이약란의 일격에 대비하고 있었던 듯했다.
피잉!
이약란이 움직이는 순간 그의 신형은 안개처럼 사라졌다.
이름처럼 환상적인 보법을 보이는 환마였다.
“이놈이!”
쐐애액!
이약란은 급히 출수를 했던 장력을 회수하면서 사라진 환마의 기운을 찾아 곧 바로 다음 출수 할여고 했다.
한데 바로 그때였다.
스악!
돌연 이약란의 앞에서 강맹한 역도와 함께 날카로운 검기가 벼락처럼 그어지는 것이 아닌가?
이약란은 환마를 경계하느라 또 다른 존재들이 지하대전 안으로 들어온 것을 미처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대전 안에 있는 기둥 뒤에 은신하고 있다가 이약란을 급습을 가한 것이다.
“이놈들이!”
이약란은 흠칫 놀라면서도 벼락같이 노갈을 터뜨렸다.
쩌저저정!
순간적으로 그녀의 둘레에 열 겹의 강막이 둘러쳐졌다.
퍼엉! 파카카캉!
직후 요란한 폭음과 함께 시퍼런 불꽃이 튀었다.
두 명의 암습자가 내친 장력과 검기가 이약란의 호신강기와 충돌하여 튕겨진 것이다.
“으음!”
이약란은 신음성을 내며 몸을 살짝 비틀거리면서 바닥으로 내려섰다.
놀랍게도 이약란을 암습한 자들은 각자 칠팔갑자 이상의 내공을 지닌 자들이었다.
비록 천년내공을 지닌 이약란이지만 그 정도 수준의 고수들의 합공을 한 몸에 받았으니 무사할 리 없었다.
그녀는 내장이 뒤흔들렸으며, 약간에 내상을 입었다.
“네놈들은 누구냐?”
이약란은 울컥 치솟는 기혈을 억누르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지하대전에는 환마 말고도 네 명의 인물이 더 있었다.
그들은 남녀가 섞여 있었는데 모두 일신에 검은 장포를 걸치고 있었고 얼굴 역시 검은 복면으로 가리고 있었다.
그 복면 위에는 각기 다른 십, 구, 팔, 육 등의 숫자들이 적혀 있었다.
“......!”
“.........!”
헌데 기이하게도 복면 속으로 내비치는 그들의 눈빛에는 하나같이 초점이 없어 보였다.
한 눈에도 어떤 약물에 중독되어 이지를 상실했음을 알 수 있었다.
흑의복면인들의 뒤쪽에 서 있던 환마는 냉혹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
.
“흐흐... 본회의 수호신들인 실혼마인 중 네 분을 소개해 드리겠소, 신녀!”
“실혼마인?”
이약란의 이마가 모아졌다.
무림의 정세를 꿰뚫고 있는 그녀는 실혼마인이라는 이름만으로 몇 가지의 사건이 정리가 되는 것이었다.
“그런가! 무왕총의 실종된 고수들, 유령귀혼궁의 몰락. 모든 것이 이해가 되었다.”
“네놈들은 무왕총에서 납치한 고수들을 금제를 가해 너희들의 병기를 사용할 계획이겠지, 그리고 유령귀혼궁의 공격하여 몰락시킨 것은 유령귀혼궁의 지식이라면 너희들의 금제를 풀 수가 있기 때문이다!”
이약란은 자신이 추리한 내용을 자신만만하게 환마에게 말하자.
이약란의 말을 들은 환마는 냉막하고 오만한 표정으로 대답을 하였다.
“거의 유사한 정답이었소. 하지만 틀린 것이 있소! 여기에 있는 있는 이분들은 하나같이 최고의 경지에 이른 고인들인지라 일단 두 명만 모여도 당대에는 적수가 없을 분들이오.
“이번에는 이분들의 출관 기념으로 신녀께는 특별배려로 네 명씩이나 동원했으니 좋은 상대가 될 거요!”
“건방진 놈!”
이약란은 분노의 눈으로 환마를 노려보며 싸늘하게 내뱉었다.
“네 명이 아니라 실혼마인 전부를 데려와도 본녀의 상대가 되지는 못한다!”
그 말에 환마는 오만하게 냉소했다.
“글쎄, 길고 짧은 것은 대봐야 아는 것이 아니겠소? 실혼마인! 현천신녀를 상대해 드려라!”
말과 함께 그자는 문득 손가락을 튕겨냈다.
스스슷!
순간 사 인의 흑의복면인들은 소리없이 몸을 날려 이약란을 덮쳐갔다.
섰던 자세 그대로 날아오르는 초 절정의 경신술만으로도 사 인이 절세의 고수임을 알 수가 있었다.
“오냐! 오너라!”
이약란은 이를 부득 갈며 품속에서 하나의 병기를 꺼내들었다.
-현천옥소!
그것은 바로 오백년 전 5대 고수중에 한 명이었던 신기우사의 애병이자 신물인 현천옥소였다.
이약란이 빙하천동에서 유일하게 취한 오대 고수인 신기우사의 절학이 이곳에서 선보이고 있었다.
호라라락!
지하통로를 질주하던 적뢰일행은 멈칫 멈추어 섰다.
코끝에 역겨운 피비린내가 물씬 풍겨왔기 때문이었다.
전면의 통로에는 수많은 시체들이 나뒹굴고 있었다.
시체들은 모두 여자들이었다.
바로 신녀문의 여제자들!
그녀들은 하나같이 일류무인들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누군가에 무참하게 도륙당한 모습이었다.
그 참혹한 모습에 일행은 자신들도 모르게 그 자리에서 잠시 멈추었다.
바로 그 때였다.
두 사람의 감각에 걸리는 것이 있었다.
“.......!”
“형님도 느꼈지요!”
“그래 두 군데에서 강렬한 기파를 느꼈다.”
두 사람의 감각에 걸린 것은 두 군데에서 강력한 기운의 충돌들을 느낀 것이다.
하지만 그 기운의 충돌지점은 각각 전 반대쪽이기에 어느 정도 거리가 멀었다.
“아마도 두 군데에서 큰 싸움이 일어나는 것 같구나!”
“그렇습니다. 어떻게 할까요?”
“어쩔 수 없지, 우리도 두 군데로 나눌 수밖에...”
“그러면 저는 위쪽으로 가겠습니다.”
“제가 느낌에는 그 쪽에서 지금 많은 인기척이 느껴지면서 그 수가 빠르게 줄어줄고 있습니다.”
“...! 그래, 알겠어 그럼 우리는 아래쪽으로 가지!”
(현경의 경지라 이건가.)
적뢰는 용비강의 말을 듣고 약간 마음이 좋지 않았다.
자신은 두 군데에서 거대한 기의 충돌만을 느꼈는데, 현경에 오른 용비강은 그것뿐만 아니라 대략이나마 사람들의 수까지 느낀 것 같았다.
용비강은 약간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적뢰와 대려군을 바라보았다.
“조심하세요, 두 분, 제가 느끼기에는 그쪽은 있는 자들은 보통이 아니예요!”
“염려마, 오랫동안 손발을 맞춘 우리 둘이 가면, 최악에 사태에서 안전하게 도망은 갈 수가 있습니까!”
“동생야말로 조심해!”
“그럼 가능한 이쪽을 해결한 다음에 바로 그쪽으로 가겠습니다.”
“그래 우리 역시 그쪽으로 가지.”
그렇게 대화 후, 세 사람은 각각 양쪽 방향으로 향해갔다.
신녀문의 중앙에 위치한 무산신녀의 사당 밖.
십여명에 신녀문의 여인들이 검을 든 체 한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들의 시선이 모인 곳에는 신녀문의 여인들의 시신들이 나뒹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시체들 너머 한 명의 인물이 우뚝 서 있었다.
일신에 검은 장포를 걸치고 얼굴에도 같은 색의 복면을 쓴 인물인데 이마에는 칠이라는 숫자가 새겨져 있었다.
바로 지하대전에서 환마가 자신있게 소개를 한 지존회의 수호신이라는 실혼마인 중 제 칠호였다.
물론 이 자리에 있는 신녀문의 여인들은 그 같은 신분을 알 리 없었다.
오직 자신의 동료를 잔인하게 죽인 생사대적이었다.
실혼마인 칠호와 대치하고 있던 신녀문의 여인들 사이에는 신녀문의 소문주인 빙화신녀 만효린이 증오스러운 표정으로 칠호를 쳐다보고 있었다.
처음 적과 조우를 하였을 때, 신녀문의 여고수들의 수가 더 많았다.
하지만 한 명씩, 한 명씩 적의 검에 쓰러져 갔고, 급기야 신녀문의 검진이라 할 수 있는 백화검진을 펼치게 되었다.
그러나 백화검진으로도 실혼마인 칠호의 검을 막을 수가 없었다.
그의 압도적인 살검에 의해 많은 자매들이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만효린은 어떻게 저자를 쓰러트려야 할지 전혀 머릿속에서 떠오르지 않았다.
그 때 그녀의 옆에 있던 삼심대의 미소부가 입을 열었다.
그녀는 바로 적뢰일행을 지하 함정으로 빠지게 만든 미소부였다.
“소문주님은 어서 이 자리를 피해, 신녀님과 부문주님이 계신 곳으로 가세요.”
“저자는 저희가 어떻게 든 막겠습니다.”
“무슨 소리예요, 언니? 저런 자를 어.....”
미소부의 말에 만효린은 말도 안된다는 말을 할여는 그 순간 미소부가 만효린의 혈도를 집혀 몸을 움직일 수가 없었다.
“신녀님과 부문주님, 그리고 소문주님은 우리 신녀문의 중심입니다. 그 중에서 소문주님은 우리들의 미래입니다.”
“향과 미아야! 너희들이 소문주님을 신녀님이 계신 곳으로 모셔 드려라!”
“예, 호법님!”
“자아, 그럼 우리는 멸절화를 펼친다!”
그녀의 말에 혈도를 집혀 몸도 움직이지 못하고 말도 못하게 된 만효린의 눈에는 눈물이 글썽거리고 있었다.
백화검진의 멸절화, 그것은 바로 적과 동귀어진을 하는 수법이었다.
아무것도 못하는 자신의 무력함에 눈물만 흘러내리는 만효린이었다.
호법의 명에 따라, 남은 신녀문의 여인들은 각자의 검을 들고 칠호마인을 향해 동시에 달려들었다.
살기를 띤 그녀들에 비해 칠호마인은 검을 발끝을 향해 아무렇지 않게 늘어뜨린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그녀들의 살기 띤 검이 칠호마인과 한 발짝 거리가 되었을 때였다.
스윽!
칠호마인의 검이 아무렇지도 않게 올려졌다.
그와 동시에 검에서 폭음과 섬광이 나면서, 칠호마인에게 달려들던 여인들의 검과 몸이 산산조각이 나면서 피안개가 일어났다.
그 엄청나고 잔인한 장면에 향과 미라는 두 여인은 만효린을 안고 이동하는 것도 잊은 채 그 자리에서 가만히 서서 넋이 나간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그리고 칠호마인이 셋 여성을 향해 검기를 날리자.
정신을 차린 향과 미는 급히 자신들의 검으로 날아오는 검기를 막을려고 했지만, 막을 수가 없었다.
순식간에 그녀들은 칠호마인의 검기에 의해 몸이 반쪽으로 잘리면서 절명하였다.
이제 이 자리에 살아있는 생명은 오직 혈도에 제압된 만효린과 칠호마인 뿐이었다.
칠호마인이 조용히 만효린에게 다가오지만, 혈도가 제압된 만효린은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점점 다가오는 죽음의 공포를 느끼고 있었다.
그리고 칠호마인이 그녀의 바로 앞에 다가섰다.
검을 들어 그녀를 벨려고 할 때, 그녀는 본능적으로 두 눈을 감았다.
동시에 그녀에 머릿속에는 자신도 한 남자의 모습이 떠올랐다.
자신이 위험에 빠졌을 때, 구해준 그 남자......
번쩍!
섬광과 함께 눈부신 검강이 칠호마인에게 날아갔다.
칠호마인은 자연스럽게 그 자리에서 뒤로 물러나가자.
그가 서 있던 장소 만효린의 바로 앞으로 검강이 지나갔다.
날카로운 기운 가진 검강이 엄청난 속도록 바로 눈앞으로 지나갔는데도 만효린은 아무런 상처를 입지 않았다.
어느새 만효린 앞에 용비강이 신검 천무혼을 움켜쥐고 서 있었다.
용비강이 앞에 서 있자, 칠호마인의 초점없던 눈에 무서운 신광이 번득였다.
용비강은 자세를 잡으며 이마를 찡그렸다.
(무서운 검수다! 당금 무림에 이 정도의 검사가 있었다니....!)
상대에 몸에서 흘러나오는 검의 느낀 용비강은 상대가 엄청난 실력에 검사라는 것을 느꼈다.
“우웃!”
촤아아앙!
용비강은 사납게 기합을 지르며 맹렬히 천무혼을 후려쳐냈다.
순간 수백 가닥으로 갈라지는 눈부신 검영이 일며 주변일대가 검기의 소용돌이에 휘말렸다.
주변 일대를 가득채운 검기는 칠호마인을 향해 다가갔다.
헌데 바로 그 순간이었다.
스윽!
또 다시 칠호마인의 검이 아무렇지도 않게 들려졌다.
이 일초는 조금 전 백화검진 때처럼 평범한 것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칠호마인의 이 일검은 용비강이 발휘한 검영의 틈을 정확히 갈라버렸을 뿐 아니라 그대로 용비강의 목전으로 파고드는 것이 아닌가?
(헉!)
용비강은 아연실색했다.
칠호마인의 반격에 너무나도 놀랐기 때문이다.
자신이 펼친 검초는 바로 천무 제이검인 천무뇌격이였다.
스승인 천무존 독고한을 상징하는 천무오검의 이 초가 아닌가?
그런 초식이 파해가 된 것이다.
“우읏!”
차차차창!
용비강은 다급한 폭갈과 함께 맹렬히 천무 제 삼검인 천무파극뢰를 펼쳤다.
콰드득!
바닥의 시체들이 용비강이 일으킨 검기에 모조리 풍비박산이 났다.
스읏!
헌데 그 맹렬한 검기 속에서도 칠호마인의 검은 유유히 전진해왔다.
마치 물살을 가르며 올라오는 이무기처럼!
그것을 본 용비강은 아득한 절망감을 느꼈다.
(이럴 수가! 제 삼검마저 파해가 되다니!)
천무삼검이 무엇인가!
스승인 천무존 독고한이 천하제일이라는 칭호를 안겨준 검초가 아닌가!
그것이 사십여 년 만에 깨진 것이다.
급히 뒤로 물러서면서 용비강은 천무 제 사검인 천무멸절을 시전하였다.
이십년 전 천무존 독고한이 창안을 하고 한 번도 공식적으로 선 보이지 않았던 천무 제 사검을 용비강이 출도이후 처음으로 선 보이게 되었다.
상대의 검을 향해 엄청난 검강의 홍수가 쏟아졌다.
칠호마인의 검에서도 검강이 일어나면서 천무 제 사검과 충돌을 하였다.
콰르르릉 쾅~!!
절대의 검초 대 절대의 검초가 충돌하여 엄청난 폭음이 일어났다.
“큭!”
용비강은 강기의 충돌 사이에서 빠져 나온 검기에 가슴 부위를 얻어맞고 비칠거렸다.
놀랍게도 칠호마인의 검기는 천무 제 사검의 검세를 뚫고 정확히 용비강을 저격한 것이다.
하지만 천무 제 사검의 위력과 도가의 전설적인 무극양의신공의 호신강기, 마지막으로 현경의 경지에 오르면서 더욱 강력해진 육체인지라 그저 약간의 통증만 느꼈다.
그에 비해 칠호마인의 육신은 용비강처럼 단단하지 못하였다.
양쪽의 기운이 충돌하여 거의 대부분이 소멸하였지만, 용비강의 천무멸절에 기운이 더 강했다.
콰당당!
칠호마인의 옆구리가 쩍 갈라져서 내장과 피를 분수처럼 토해내며 옆으로 나뒹굴었다.
용비강의 천무멸절의 검기가 칠호마인의 옆구리를 반 넘게 잘라버린 것이었다.
(휴우~ 겨우 간신히 이겼다!)
(무서운 상대였다. 도대체 이 검법은....)
용비강은 안도의 한숨과 함께 방금전 칠호마인의 검을 떠올랐다.
칠호마인의 검이 움직일 때마다, 기의 흐름이 잘려나갔다.
그 결과 천무이검과 천무삼검의 검기의 흐름이 잘리면서 두 검초가 파해가 되었다.
다행히 천무사검인 천무멸절의 기운이 상대의 검보다 빠르고 더 강했기에 기의 흐름이 완전히 자르지 못하여서 이길 수가 있었다.
용비강이 독고한과 냉곡에게 배운 무학 지식 상에서도 이런 무학은 없었다.
그러는 도중, 칠호마인의 동작중에 상당히 유사한 검법이 떠올랐다.
설마하는 심정으로 용비강은 칠호마인의 앞으로 다가섰다.
“으으! 너, 너는 누구냐?”
칠호마인은 다가서는 용비강을 바라보며 고통스럽게 숨을 헐떡였다.
이게 어찌된 일이란 말인가?
초점이 없던 칠호마인의 눈이 지금은 원래의 중후한 눈빛으로 되돌아 온 것이 아닌가?
용비강이 치명적인 일격을 가하는 순간 칠호마인은 자신의 이지를 제압하고 있던 강력한 섭혼대법의 고리에서 빠져나온 것이다.
“신검 천... 천무혼!”
칠호마인은 다가서는 용비강의 수중에 들린 신검 천무혼을 주시하며 두 눈을 부릅떴다.
“그렇소. 나는 독고한이라는 분의 후예요!”
용비강은 칠호마인 앞에 우뚝 서며 엄숙한 어조로 말했다.
“하하하! 독고대협의 후예에게 쓰러지다니... 참으로 다행이군.... 죄값을 제대로 값을 수가 있어서....”
칠호마인은 기쁘면서도 약간 허탈한 웃음을 터뜨렸다.
용비강은 그런 칠호마인을 보면서 자신의 생각을 조용히 입에 올렸다.
“혹시 귀하는...!”
“그렇네, 천검문의 부족한 제자인 능천위라네!”
스윽!
칠호마인은 헐떡이는 음성으로 말하며 천천히 피묻은 복면을 벗었다.
그러자 드러나는 얼굴은 다정다감하며 일대 종사의 기도가 물씬 풍기는 중년의 남성이었다.
동검 천검문의 문주 유성신검 능천위!
그렇다. 용비강의 손에 쓰러진 칠호마인은 바로 지존회에 납치된 천검문의 문주인 유성신검 능천위이였던 것이다.
정파제일의 검이자, 용비강 아니 천무존 독고한의 원수인 칠성검조의 후계자!
헌데 그런 그가 어쩌다 지존회의 괴뢰인 실혼마인의 일인이 되었단 말인가?
유성신검 능천위는 죽어가는 얼굴로 헐떡이며 힘겹게 말을 이었다.
“선사께서 불의를 저질러서 얻은 역천 연신경을 파해식인 파사신검결을 연마도중 지존마야란 자가 연공실에 침입해 들어왔네!”
그렇다.
전날 천검문에서 유성신검을 납치한 자는 바로 지존마야였다.
지존마야는 한 가지 조건을 내걸고 유성신검에게 승부를 제의했다.
그자의 제안이란, 만일 유성신검이 패한다면 자신이 주는 한 알의 단약을 먹으라는 것이었다.
유성신검은 실로 어이가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름조차 들어보지 못한 자가 감히 자신에게 도전해 온 것이 아닌가?
유성신검은 무림의 삼패에 동검 천검문의 문주이자, 비록 말석이지만, 십대 고수의 일인이다.
게다가 그는 고금팔대고수의 한 명인 역천사황의 역천 연기경을 연구하여 창안된 파사신검결을 연마를 하였고 그러는 도중 깨달음을 얻었다.
이제 이 깨달음을 완전히 자신에 것으로 하면 스승과 같은 절대지경의 경지에 오를 것이다.
유성신검은 지존마야의 도전에 어이없어 하면서도 흔쾌히 그자의 제안에 동의했다.
마침내 양인은 서로 격돌했다.
그리고 유성신검은 오래지 않아 자신의 자신감이 얼마나 터무니없음을 깨닫게 되었다.
놀랍게도 지존마야는 절대지경의 경지에 오른 절대자였던 것이다.
결국 유성신검은 지존마야의 삼십 초도 견디지 못하고 패배하고 말았다.
실로 어이없고도 통분할 일이 아닐 수 없었으나 도리가 없는 일이었다.
약속대로 유성신검은 지존마야가 내민 독약을 복용할 수밖에 없었다.
그 독약은 바로 인간의 이지를 상실하게 만드는 섭혼지독이었다.
섭혼지독을 복용한 유성신검은 그대로 혼절하고 말았다.
그 직후 적뢰가 그 현장에 들이닥쳤음을 유성신검이나 용비강은 알 리가 없었다.
유성신검은 고통스럽게 숨을 헐떡이며 말을 이었다.
“선사께서 돌아가시면서 이십년 전에 비사를 들었을 때, 선사께 엄청난 배신감이 들었네....”
“그래서 선사의 장례가 끝나는대로 모든 사실을 세상에 알리고 천검문을 봉문을 시킬 생각이었지...”
“하지만, 선사께서 남긴 파사신검결을 보고 나서 그렇게 할 수가 없었네..... 그 검결 안에는 선사의 인생이 전부 담겨져 있었네.... 검에 대한 열정, 독고 대협에 대한 존경과 질투 그리고 절망. 마지막으로 후회였네.....”
“선사께서 파사신검결을 창안을 한 것은 천하제일검이 되기 위해서가 아니네... 상처를 입힌 독고대협에게 사죄를 하기 위해서 독고대협의 천무삼검에 허점을 보완시키는 검결로 만든 것이다.”
“.....!”
놀라운 말이었다.
칠성검조의 파사신검결이 다른이 아닌 천무삼검의 허점을 보완하는 검결이라는 말은 용비강에게 충격적인 말이었다.
동시에 유성신검의 검에 의해 천무삼검이 어이없게 파해가 된 이유도 이제야 이해가 될 수가 있었다.
독고한의 천무삼검의 허점은 다른이 아닌 근원이 무극양의신공에 있었다.
도가의 전설적인 신공인 무극양의신공은 너무도 완벽했다.
그래서 어떤한 정종 무공이나 패도적인 무공 아니 더 나아가 마공까지 포용할 수가 있었다.
그 완벽함이 그만 허점이 되었던 것이다.
모든 것을 포용하고 제어할 수 있는 끊임없는 기의 흐름을 막으면 결국에 자연스럽게 무너지게 된다는 것이다.
당연히 무극양의신공을 근원인 천무삼검역시 같은 약점을 가질 것이라 생각한 칠성검조는 기의 흐름을 찾고 다시 그 흐름을 파괴하는 방법을 역천 연신경에서 찾았다.
그것을 기반으로 하는 파사신검결을 창안을 하였지만, 완성을 시키지 못하였다.
그래서 제자인 유성신검에게 유언을 남긴 것이다.
언젠가 독고한의 후예가 반드시 나타날 것이다.
그 후예에게 완성된 파사신검결을 주면서 용서를 빌라고 유언을 남겼다.
스승의 유언이전에 유성신검 능천위 역시 검사였다.
그의 눈앞에 새로운 이론에 극상승 검결이 있었다.
당연히 그는 그 검결에 빠져들었고, 폐관에 들고 말았다.
“그 결과가 자네가 경험을 한 것처럼 천무검을 파했네.....”
말과 함께 유성신검은 자신의 옷자락을 찟어, 그 천에다가 자신의 피로 몇 글자 적기 시작했다.
글을 다 적은 유성신검은 그것을 용비강에게 주면서, 말을 하였다.
“이것을 본문에 있는 안사람에게 전해 주게, 그녀가 자네에게 파사신검결을 줄 것이야!”
“비록 아내가 가진 파사신검결은 비록 완전하지 못하지만, 내가 펼치는 것을 실제 본 자네라면 그 검결에 부족한 부분을 채우고, 천무검의 허점역시 보완시킬 수가 있을 것이네....”
“이제 저승에 가도 선사께 웃으면서 만날 수가 있고, 또한 선사와 내가 독고대협에게 조금이나 용서를 빌 면목이 서게 된 것 같네...!”
유성신검은 초탈한 표정으로 허허롭게 웃었다.
그런 그의 모습에 용비강은 절로 무릎을 끊었다.
(이분은 진정한 대협이시다.)
용비강은 내심을 중얼거리며 가슴 뭉클한 감동을 느꼈다.
은원을 초월하여 유성신검 능천위라는 사람의 성품에 진정으로 경외심을 느끼는 것이었다.
그는 엄숙한 표정으로 유성신검을 바라보며 물었다.
“후배에게 지시할 일이 계십니까?”
“없네!”
유성신검은 초연한 신색으로 고개를 저었다.
“굳이 있다면, 파사신검결로 지존마야에게 한 칼 먹여달라는 것뿐...!”
그 말과 함께 그는 스르르 눈을 감았다.
그런 그의 얼굴에서 급격히 생기가 소멸되고 있었다.
그는 미약하게 꺼져가는 음성으로 다시 입술을 달싹거렸다.
“그리고... 조심하게, 지존마야에게는... 본인처럼 이지가 제압당한 세외고인들이 아홉 명이나 더 있으니.... 그들은 우리를 실혼마인이라 불렸네....”
그의 말꼬리가 희미하게 사그러 들었다.
툭!
그와 함께 그의 고개가 힘없이 옆으로 꺾어졌다.
절명한 것이었다.
일대 대협의 최후였다.
용비강은 침중한 안색으로 유성신검의 시신을 내려다보았다.
(실혼마인! 이분 유성신검 정도의 고인들이 아홉 명이나 더 지존회의 살인도구가 되었단 말인가?)
(적형님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되겠어...)
그의 마음은 한없이 무거워졌다.
최근 들어 현경의 경지에 올라 자만하는 마음이 생긴 것 같았다.
그 결과 신녀문의 간단한 함정에 빠지고, 음양쌍두사에 피를 뒤집어 쓰이지 않았는가!
거기다가 사술대법으로 강해진 유성신검을 쓰러뜨리는 데도 고생을 하지 않았던가?
하물며 그런 실혼마인이 아홉명이 더 있고, 그들을 지배하는 지존회와 회주인 지존마야는 얼마나 위험한지 상상이 되지 않았다.
용비강은 엄숙하게 유성신검의 시신을 향해 합장을 했다.
(편히 쉬십시요! 대협의 원수는 기필코 나 용비강이 갚아드리겠습니다.)
이어 그는 몸을 일으켜 한쪽 구석에 혈도를 잡힌 쓰러져 있는 만효린을 쳐다보았다.
(또 이런 모습으로 만나게 되다니... 참으로 어이가 없군...)
또 다시 이런 형태로 그녀와 만났다는 사실에 용비강은 어이가 없는 표정을 짓고, 그녀를 향해 지풍을 날렸다.
혈도가 풀리자.
만효린은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용비강에게 달려들어 그의 품에 안기어서 울기 시작하였다.
“흑흑... 엉엉... 정말.... 고...마워요....엉엉....”
뜻밖에 자신의 품에 안기어 우는 그녀의 모습에 용비강은 어떻게 해야 할지 당황을 하는 표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