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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내가 만드는 이야기

계약 43

그 옷을 고른 것도, 조금 전 운송업자를 부른 것도 모두 다 유리의 판단이었다.



그러므로 유리가 어떤 수치스러운 짓을 한다고 해도 그건 모두 다 유리가 스스로 한 행동으로 준하에게는 아무런 책임이 없었다.그리고 유리가 치명적인 치욕을 당하기 전에 말을 해준 것은 상냥함 따위의 이유가 아니었다.



단순히 유리가 몸에 문신을 새기고 있다는 사실을 제 3자에게 알려주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들떠 있는 유리는 준하의 그런 생각을 전혀 알아차리지 못한 채 마음속으로 준하를 더욱 더 아이돌처럼 생각하고 있었다.



 



운송회사는 명수의 이름을 빌렸기 때문에 엄청난 규모의 인원과 장비를 투입하고 있었다.



지정된 3대의 대형화물 트럭 외에도 2대의 배송 차에 타고 온 14명의 직원들까지 있었다.



그래서 모두 다 20명의 직원들이 가구들을 재빨리 옮기기 시작했다.



그 결과 준하가 리스트에 적어 놓았던 108개의 품목들은 모두 다 20분 만에 트럭에 실려서 명수의 저택에서 나오고 있었다.



잠시 후 태풍이 휩쓸고 지나간 것 같은 결과, 명수의 대저택은 일상 생활용품들이 모두 다 사라진 채 마치 예전의 준하의 저택을 떠올리게 하고 있었다.



 



4명의 메이드들은 각자 장소를 분담해서 간단한 청소를 마친 후 식당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모두 다 옮겼습니다.]



 



지민이 유리에게 보고를 하자, [아, 수고했어요. 그런데, 유나 씨, 당신들 식사를 또 만들어야 하겠어요.] 라고 유리가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식탁 위를 가리키며 말을 했다.



가구들을 운반하는 동안, 놀랍게도 준하 혼자서 4인분의 음식들을 모두 다 먹어치워 버렸던 것이다.



그리고 지금도 의자에 앉아서 맥주를 마시고 있었다.



기가 막힌 3명의 메이드들은 아랑곳하지 않은 채, 유나만이 혼자서 미소를 지으며 앞으로 걸어나왔다.



 



[음식이 입맛에 맞았나요?]



 



[배가 부를 정도로 먹을 수 있었어.]



 



[맛있었다니 고맙습니다.]



 



유나가 고개를 숙여서 인사를 한 후 원래 장소로 돌아갔다.



유나는 당연히 자신의 요리가 아주 훌륭한 편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그녀는 아직 지현의 요리 실력을 알지 못하고 있었고 당연히 준하의 위가 정상인들과 아주 다르다는 사실조차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어쨌든 준하는 그런 유나의 반응 따위는 전혀 신경 쓰지 않은 채 빈 캔맥주를 식탁 위에 내려놓고서 스윽 자리에서 일어났다.



 



[지민아, 목욕탕!]



 



하지만 지민 대신 유리가 즉시 대답을 하자 준하가 스윽 유리를 향해 시선을 돌리며, [어이, 너, 뭔가 착각하는 거 아냐? 나의 노예가 되려면 너에게 어떻게 하라고 말했어?], 라고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준하의 말에 유리가 깜짝 놀라자, [네가 날 어떻게 부르든지 그건 상관없어. 하지만 아직 난 널 노예로 인정하지 않았어. 내가 지금 여기 있는 것은 바로 제물을 맛보기 위해서야. 네 봉사를 받기 위해서가 아니야.] 라고 다그치는 것처럼 말하며 유리를 떼어 버렸다.



 



[그런....]



 



유리가 몸을 휘청휘청 거리며 뒤로 물러나자, 곧바로 메이드들이 두 사람 사이로 비집고 들어왔다.



 



[저기, 준하님, 절 시험해 주세요! 저에게 봉사의 허락을....]



 



[준하님, 준하님, 이...이번에는 분명히 제대로 할 테니까....그러니까 날....]



 



[아...저...힘껏 노력할 테니까...나에게 시켜 주세요!]



 



그러자 제일 앞에 서 있던 지민이, [아가씨들, 싸울 필요가 없어요. 준하님의 정력은 끝이 없고, 발기도 사정도 자유자재로 할 수 있어요. 정액은 양도 많고 아주 진해요. 그러니까 우리들은 한 트럭으로 가도 절대로 준하님을 이길 수가 없어요. 으응....이건 저희들뿐만이 아니에요. 이 세상의 누구도 준하님을 이길 수 있는 사람은 없어요. 주인님이신 기춘님조차 준하님의 발밑에도 미치지 못해요.] 라고 말하며 요염하게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리고 스윽, 시선을 다시 유리에게로 돌리며, [욕실은 우리 다 들어갈 정도로 충분히 넓어요. 그러니까 우리들이 모두 준하님에게 환영인사를 해 주도록 해요.] 라고 말하며 유리에게 꾸벅 고개를 숙인 후 준하를 욕실로 안내해주기 시작했다.



 



결국 혼자 남겨진 유리는 온몸을 부들부들 떨면서 멀어져가는 준하의 등을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 히익....너무 심해....주인님, 너무 해요....



 



유리는 참을 수 없는 비애로 무릎이 무너져 내리면서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앞으로는 절대로 울지 않겠다고 결심한 유리의 두 눈에서 굵은 눈물방울이 줄줄 흘러내리며 마루를 적시고 있었다.



너무나도 차가운 준하의 말과 철저한 거절......



그건 유리가 아직 진짜 동료가 아니라고 말을 하고 있었다.



 



- 왜?....이렇게 주인님을 좋아하는데....이렇게 원하고 있는데....왜....왜 나만....



 



유리는 스스로도 그 대답을 매우 잘 알고 있음에도 그런 질문을 던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 의문에 대한 해답은 곧바로 머릿속에 떠오르고 있었다.



무엇을 해야 하는지, 자신이 어떻게 변해야 하는지, 유리 자신이 매우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렇게 하려고 해도 아직 ‘시간’이 되지 않았다.



그런 사실을 머리로는 이해하고 있지만 그녀의 감정은 그걸 이해하지 못한 채 눈에서 눈물이 계속해서 줄줄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리고 유리는 그렇게 감정에 몸을 맡기게 되면 자신이 어떻게 될지도 잘 알고 있었다.



한때의 감정에 치우쳐서 목표를 잃어버린 사람들을 준하가 절대로 믿지 않는다는 것을 유리는 매우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결국 유리는 참을 수 없는 분노를 느끼며 그 자리에서 도망치듯이 자신의 침실로 달려갔다.



그리고 아무 것도 없는 초라한 침대 위에 몸을 던진 후 엉엉 소리높이 울기 시작했다.



 



그렇게 한 시간 정도 지났을 때에야 유리는 간신히 격정을 진정시킨 채 눈물을 닦고 있었다.



그러자 복도에서 무슨 소리와 누군가의 희미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그 소리는 점점 더 커지더니 곧 유리의 귀에까지 확실하게 들리고 있었다.



 



[아으으응....준하니이이임......이제 팔다리에 더 이상 힘이 들어가질 않아요오오옹.]



 



평소에는 고상한 척 하는 유나의 목소리는 이제 욕정에 의해서 완전히 녹아내리고 있었다.



 



[하으으응.....준하님의....자지를 위해서라면....난....뭐든지 다 할 수 있어요.]



 



혜정이 일부러 더 그러는 것처럼 교태가 잔뜩 담긴 목소리로 말을 해서 유리의 신경을 더욱 더 자극하고 있었다.



 



[아으으윽....난....준하님이라면 무슨 짓을 해도 전혀 무섭지 않아요...아니요, 뭐든지 저에게 해 주길 바라고 있어요.]



 



남자에 대해서 뿌리 깊은 공포심을 지니고 있었던 민아가 이제 성적흥분에 의해서 뜨겁게 달아오른 목소리로 준하에게 고백을 하고 있었다.



 



[후후후.....준하님이 진짜로 굉장한 것은 지금부터야. 지금까지는 단순한 전희 같은 거였어. 이제부터는 머릿속에 새하얗게 변할 정도로 몇 번이나 갈 수 있어. 진짜로 굉장할 거야.]



 



모든 것을 다 알고 있다는 표정을 지으며 지민이 자랑스러운 목소리로 그렇게 말을 하자 유리는 살의마저 느껴지고 있었다.



어금니가 아플 정도로 이빨을 깨물며 필사적으로 분노를 참은 순간 유리는 그 사실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 아앗.....주인님의 방을....주침실로 해 버렸어!



 



바로 자신의 침실 바로 옆, 얇은 벽 하나만을 사이에 둔 채 준하가 거기서 잘 거라고 생각하며 유리는 서둘러서 침대 위에서 일어나려고 했다.



하지만 바로 그 순간 그녀의 머릿속에서,



 



- 도망치는 거야? 그 애들에게 준하님을 빼앗긴 채로 꽁무니를 빼고서 도망갈 거야?



 



강한 감정이 유리에게 묻고 있었다.



그래서 유리는 움직임을 간신히 멈출 수 있었다.



 



- 질 수 없어! 그 애들에게는 절대로 지지 않아! 참을 거야. 반드시 참아내겠어. 이것도 주인님이 날 시험해보기 위한 테스트일 뿐이야!



 



유리는 그렇게 자신을 타이른 후 잠을 자려고 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격정에 시달렸던 그녀가 평온하게 바로 잠을 잘 수는 없었다.



그리고 얇은 벽 너머로 은밀한 대화들이 유리의 귓가에 선명하게 들려오고 있었다.



 



[호호호, 준하님....유나의 똥구멍을 치료해 주셔서 너무나 고맙습니다, 부디 한 번만 더 사용해 주세요.]



 



[어머나, 유나. 교활한데....뭐, 하지만 밤은 아직도 많이 남았으니까....전 준하님의 입에 봉사를 해 드리겠습니다.]



 



[에에....그럼 난 준하님의 배에....]



 



[아아...그럼 난 발에 봉사를 해 드리겠습니다.]



 



메이드들은 각각 분담을 한 후 준하에게 봉사를 해주기 시작했다.



그러자 침실에서 곧바로 철퍽철퍽 거리는 축축한 물소리와 뜨거운 숨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그리고 그 소리들을 집어삼키듯이 여자들의 높은 교성이 터져나오며 유리의 마음을 갈기갈기 찢어놓고 있었다.



유리는 귀를 꼭 막고 눈을 꼭 감은 채 침대 위에 푹 엎드렸다.



 



- 아윽.....너무 심해! 괴로워, 그리고 슬프고 분해!



 



유리가 억지로 누르고 있었던 격정이 폭발적으로 증대하면서 마음속에서 마구 몰아치기 시작했다.



하지만 10년 동안이나 불합리한 능욕을 견뎌 왔던 유리의 정신력은 이걸 시련이라고 생각한 순간부터 그 강력한 힘을 발휘하기 시작하고 있었다.



유리는 입술을 세게 깨물며 침실의 어둠을 자세히 바라보면서 그걸 견디기 시작했다.



이제 마치 미친 것 같은 교성, 애교가 잔뜩 섞인 교성, 성적 흥분으로 물든 헐떡이는 신음소리, 그리고 그것들을 모두 다 꿰뚫고 지나가는 준하의 낮은 신음소리....



축축한 살덩어리가 서로를 때리는 소리, 엉덩이나 유방을 때리는 소리, 4명의 뜨거운 한숨소리...



그런 여러가지 소리가 어둠을 뚫고서 유리의 온몸에 쏟아지고 있었다.



 



어느새 유리의 마음속에서 그 때까지 전혀 알아차리지 못했던 감정이 새까맣게 타오르기 시작했다.



그건 바로 지금까지 한 번도 느껴본 적이 없는 감정으로, 그걸 느낄 상대도, 느낄 시간도, 느낄 의미도 없었던 감정이었다.



그건 바로 질투심이었다.



그 감정이 유리의 마음속에서 서서히 하나로 모이기 시작했을 때 유리의 눈이 어둠을 날카롭게 노려보고 있었다.



 



[좋아요....지금은 마음껏 그렇게 즐기고 있어요....하지만 내가 계약자가 되어 주인님의 시중을 들 수 있게 되면....이 기분....반드시 너희들에게 다시 돌려줄 거야.]



 



새까만 어둠을 바라보며 유리는 그렇게 중얼거린 후 양손으로 자신의 몸을 꼭 껴안았다.



그리고 상체를 꼭 껴안고 있었던 유리의 양손은 어느 새, 한손은 유방으로 다른 한손은 가랑이 사이로 내려가고 있었다.



 



- 야비해....분해....



 



유리는 그렇게 생각을 하면서도 그 손의 움직임을 멈출 수가 없었다.



그녀는 날카로운 눈으로 어둠을 노려보면서 얼마 전 준하에 의해서 마침내 해방된 보지를 통해 처음으로 쾌감을 느끼고 있었다.



그런 유리의 눈가에서 한 줄기, 두 줄기의 눈물이 흘러내리며 그와 동시에 유리의 보지구멍에서 축축한 물소리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물소리는 옆방에서 들려오는 신음소리가 점점 더 크고 격렬하게 변할수록 점점 더 끈적거리고 음란한 소리로 바뀌고 있었다.



하지만 유리의 입술에서는 달콤한 신음소리도 뜨거운 한숨소리도 새어나오지 않고 있었다.



꽉 오므리고 있는 입술은 전혀 움직일 기색조차 보이지 않고 있었고, 방안의 어둠을 노려보고 있는 눈동자는 뜨겁게 타오르고 있었으며, 그 예쁜 눈가에서는 눈물이 줄줄 흘러내려 침대를 흠뻑 적시고 있었다.



유리의 조용한 자위행위는 그렇게 준하들의 섹스가 끝나는 새벽 무렵까지 계속되고 있었다.



그리고 그 때가 되자 유리의 눈동자에는 강력하고 견고한 결의와 함께 마음속에 모여 있던 어두운 감정들이 하나의 핵처럼 뭉쳐져 있었다.



 



새벽이 되자 유리는 준하와 아침을 같이 먹은 후 그를 저택 입구까지 배웅해 주었다.



그리고 다시 안으로 돌아와서 출근을 위한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런 유리의 옆에서 4명의 메이드들은 어젯밤의 추억을 서로 떠들어대고 있었다.



하지만 유리는 그런 4사람에게 눈길도 주지 않은 채 아무 말 없이 출근 준비만 하고 있었다.



그런 속에서 오직 한 명의 메이드만이 유리의 변화를 알아차리고서 그 입가가 위로 떠오르고 있었다.



 



- 전 준하님의 의도를 이해했어요. 우린 그냥 당신의 마음을 부추기기 위한 도구일 뿐이에요. 송구합니다. 하지만 전 그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겠어요.



 



지민은 그렇게 다짐을 한 후 비즈니스 정장을 입고 있는 유리에게로 가까이 다가갔다.



 



[유리님, 우리들은 오늘부터 한 명씩 교대로 준하님의 저택을 방문하도록 명령받았어요.]



 



옷을 입고 있던 유리의 손이 그 순간 멈추면서, [그런데 무슨 일 때문이야?], 라고 조용히 물었다.



 



[네, 준하님의 저택으로 가서 여정님에게 제물에 대해 배우기 위해서입니다.]



 



[알았어. 그럼 실례를 범하지 않도록 각별히 조심하도록 해.]



 



잠시 후 유리는 필사적으로 마음을 가라앉히며 그 분노를 힘으로 바꾸기 위해 애를 쓰면서 조용히 회사로 향하고 있었다.



 



********************



 



여기는 그 때부터 약 30시간 정도가 지난 기춘의 아파트였다.



기춘은 조금 전 설명한 대로 간신히 유미의 설득에 성공해서 과거의 계약자들의 사용법을 익히게 하고 있었다.



그리고 유미가 그 훈련을 시작한지 30시간 정도가 지난 지금, 기춘은 다른 이유에 의해서 또 다시 죽어가고 있었다.



 



[할아버지, 이제 됐어....조금만 쉬자...응?]



 



알몸으로 마루에 대자로 누워 있는 기춘을 향해 유미가 그렇게 간절히 애원하고 있었다.



유미의 얼굴은 이제 왼쪽 뺨에 조금 붓기가 남아 있을 뿐으로 몸의 나머지 부분은 붉은 피멍만 여기저기에 조금만 남아 있을 정도로 회복되어 있었다.



하지만 그 대신 기춘은 이제 90살을 넘은 진짜 할아버지처럼 얼굴에 주름살이 매우 깊어져 있었다.



 



[하아...하아...아...알았어, 유미야....하지만....한번...한번만 더 하고....쉬자....그렇게 하면....그 왼쪽 뺨의....붓기가....거의 다....빠질 거야.]



 



기춘이 엄청나게 쉰 목소리로 매우 헐떡이며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과연 준하의 걱정대로 기춘은 벌써 한계를 넘어설 정도로 유미에게 정액을 부어주고 있었던 것이다.



준하는 유미의 치료에는 우성과 경태마저 기춘을 돕게 만들어서 일주일 정도 시간이 걸릴 거라고 예상하고 있었다.



하지만 기춘은 벌써 혼자서 30시간 넘게 섹스를 해서 거의 80%가량 치유를 시키고 있었다.



그 행위를 무리를 넘어서 무모한 일이라고 밖에는 표현할 수가 없었다.



그 결과 이제 유미가 걱정스러운 얼굴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기춘은 생긋 미소를 지으며 또 다시 사타구니 사이의 물건을 일어서게 만들고 있었다.



바로 그 순간 기춘의 방문이 열리면서, [기춘 할아범......당신......], 한 여자가 기가 막힌 말투로 기춘의 이름을 부르고 있었다.



그 소리에 유미가 고개를 돌리며 그 여자를 쳐다보았다.



 



[전 지현!]



 



유미가 지현의 이름을 부르며 그녀를 향해 달려갔다.



그리고 크게 한숨을 쉬는 지현을 보며, [할아버지가....기춘님이....날 고치는 것을 멈추지 않았어....그래서 난 여기까지 회복되었지만 대신....기춘님이...기춘님이....], 유미는 눈물까지 줄줄 흘리며 지현에게 아직까지의 일을 설명해주고 있었다.



 



그러자 지현은 유미를 보며 고개를 끄덕이며, [당황하지 마, 유미. 당신은 계약자잖아. 준하님께서 ‘한 번 보고 와.’ 라고 말씀하신 것은 이 때문이었군. 유미, 옆으로 물러나.], 날카로운 목소리로 그렇게 말한 후 스윽 자신의 스커트를 위로 걷어 올리며 기춘의 사타구니 사이로 올라가고 있었다.



 



[기춘님, 안 그대로 주인님께서 조심하라고 주의를 주었잖아요. 왜 이런 무모한 짓을?]



 



지현이 눈초리를 들어 올리며 기춘의 발기한 자지를 보지 속으로 집어넣었다.



그녀의 말은 정중했지만 말투는 완전히 화가 난 말투였다.



그건 기춘이 준하의 말을 완전히 무시한 채 독단으로 이렇게 바보 같은 일을 저질렀기 때문이었다.



자지가 따뜻하고 축축한 부드러운 점막에 휘감기는 감촉을 느끼며 기춘이 고개를 들어 지현을 바라보았다.



 



[죄송할 따름입니다, 지현님....주인님께서 주의를 주었습니다만 우성이 녀석은 아직 미숙하고, 경태 놈은 아직 힘의 사용법은 고사하고 자신의 능력조차 제대로 모르고 있습니다. 그런 녀석들에게 유미님의 치료를 시키면 틀림없이 자신들의 몸을 망치게 될 겁니다. 그 둘은 아직도 미숙하지만 지금 준하님께는 얼마 되지 않는 수하들입니다. 여기서 우리 조직을 무너지게 만들 순 없습니다.]



 



기춘이 자신의 속마음을 지현에게 말해주고 있었다.



그러자 지현의 눈빛이 조금 부드럽게 변하면서, [기춘님....설마 주인님의 의견에 반대하는 건가요?] 라고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그러자 기춘이 작게 고개를 흔들었다.



 



[설마, 이 몸 주제에 감히 준하님의 생각에 반대할 수 있겠습니까? 하지만 그 두 명에게 이번 일은 아직 너무 힘에 부칩니다. 문양의 색깔에 따른 암흑의 힘의 차이도, 치료를 할 때의 기의 흐름도 그 녀석들은 아무 것도 모르고 있어요. 그런 녀석들이 저 정도의 상처를 입은 유미님에게 손을 대면, 깨달았을 때에는 이미 미이라처럼 시들어서 죽고 말았을 겁니다. 그렇게 되지 않기 위해서는 신봉자 중에서 제일 힘이 강한 제가 조금 무리를 하는 것이 당연합니다.]



 



기춘이 쉰 목소리로 씩 웃으며 지현에게 말을 했다.



지현은 기춘의 설명을 충분할 정도로 이해할 수 있었다.



그리고 기춘의 설명은 확실히 핵심을 찌르고 있었으며, 무엇보다도 기춘은 준하의 말을 한 번 만에 모두 다 이해하고서 최고의 방법을 찾아내고 있었던 것이다.



결국 지현은 기춘에 대한 분노를 거둔 후 크게 한숨을 쉬고 있었다.



 



[어이, 잘 들었어?]



 



지현이 방문을 향해서 그렇게 말을 했다.



그러자 우성이 방안으로 들어오면서, [영감님, 꼴이 그게 뭐요? 만약 영감님이 돌아가신다면 그 음탕한 유부녀들을 나와 경태 둘이서 돌봐줘야 하는데, 우리가 할 수 있겠어요? 제발 좀 참아줘요.] 라고 말하며 머리를 긁적이고 있었다.



 



[유미님의 일은 당신이 판단해서 우리에게 연락해준다고 했잖아요. 그래서 우린 그냥 기다리고 있었어요. 어이, 너?]



 



우성이 그렇게 말한 후 뒤를 돌아보며 누군가에게 말을 했다.



 



[아...저기...천천히 해도 되는데.....될 수 있는 한 빨리 끝내주길 부탁드립니다.....그리고, 저기......조금 전에 말씀하신....제 능력 말인데요.....뭔지 알고 계시나요?]



 



경태가 갑자기 우성의 뒤에서 머리를 쑥 내밀며 억지웃음을 지으며 물었다.



기춘은 잠시 눈을 크게 뜨고서 둘을 바라보고 있었지만 곧, “킥” 하고 쓴웃음을 지었다.



 



[이제 완전히 늙었군.....지현님이나 우성이 놈은 몰라도, 저런 애송이 녀석의 침입도 알아차리지 못하고 있었다니.]



 



기춘이 자조적인 미소를 띠우며 중얼거렸다.



 



[기춘님, 늙은 게 아니에요. 너무 무리를 했기 때문이에요. 소위 노인의 무모한 짓이었어요. 자, 이건 주이님으로부터의 선물이에요.]



 



지현이 기춘을 나무라면서 앞으로 상체를 숙여서 키스를 해주기 시작했다.



그러자 몇 초도 지나지 않아 기춘의 온몸이 부들부들 경련을 일으키면서 시들어있던 육체가 마치 풍선처럼 부풀어 오르며 원래대로 돌아가고 있었다.



그와 동시에 지현은 그 반대로, 철철 흘러넘치던 성적 매력이 순식간에 줄어들면서 평범한 예쁜 여자로 돌아가고 있었다.



마침내 기춘이 원래의 외모로 돌아오자 지현이 스윽 입술을 떼어놓으며 그의 사타구니에서 몸을 일으켰다.



 



[기춘님, 주인님의 충고입니다. 제물은 이미 18명이나 있어요. 소비와 공급의 균형을 확실히 계산해서 행동하랍니다.]



 



지현이 기춘을 내려다보며 그렇게 말한 후 손목시계를 확인하고서, [어머나, 지각할 것 같아.] 라고 중얼거리며 빠른 걸음으로 현관을 향해 걸어갔다.



 



[어, 이런, 나도야. 이제 지각하면 안 돼.]



 



경태 역시 당황해하며 지현의 뒤를 따라서 밖으로 나갔다.



그러자 혼자 남겨진 우성이 무뚝뚝한 말투로 기춘을 보며 말했다.



 



[영감님, 거래하죠. 전 지금부터 당신의 지시를 모두 따르겠어요, 그러니까 저에게 신봉자의 힘이나 그 사용법을 가르쳐 주세요. 내가 그 힘을 완벽하게 다룰 수 있을 때까지요.]



 



[매우 허술한 거래인데....], 기춘이 씩 웃으며 물었다.



 



[전, 대기업 직원이 아니라서 자세한 거래는 못해요.]



 



[훗....이 거래, 후회나 하지 마.]



 



기춘이 씩 웃으며 그렇게 말하자 우성 역시 미소로 화답해주고 있었다.



 



[어이, 그런데 그렇게 느긋하게 있어도 되는 거야?]



 



기춘이 갑자기 진지한 얼굴로 물어보자, [앗...젠장...오늘 공주님의 운전기사를 해주기로 했었는데.], 우성이 깜짝 놀라며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밖으로 뛰어나갔다.



 



우성이 나가고 나자 유미가 기춘을 순수한 눈으로 바라보며 물었다.



 



[저기, 할아버지, 지금 코미디 연극하는 거야?]



 



[응? 왜?]



 



[저기....그 우성이라는 남자....구두를 두고 갔어.], 유미가 현관을 가리키며 사랑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핫핫핫....아니....그 녀석은 덩치만 큰 단순한 멍청이일 뿐이야.]



 



그러자 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며 킥킥대며 웃음을 터뜨렸다.



이제 얼굴의 붓기가 모두 다 빠져나간 유미의 웃는 얼굴은 정말로 순진하고 사랑스러운 예쁜 소녀의 모습이었다.



잠시 후 기춘이 진지한 얼굴을 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음....지현님이 지각을 할지도 모르겠다고 했으니까....이제 8시가 다 되었겠군. 안 돼. 안 돼...이 몸도 이제 일을 하지 않으면...]



 



그 순간 기춘의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나자 유미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그를 바라보며 물었다.



 



[할아버지, 배가 고팠어?]



 



[응...어제 오후부터 아무 것도 먹지 못했으니까...]



 



그러자 유미가 자신의 배를 어루만지며, [그래? 하지만 나도 아무 것도 안 먹었는데....왜 배가 안 고프지?] 라고 의아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기춘이 그 이유를 말해주려는 순간, [알았어, 내가 뭘 만들어 올게.] 라고 말하며 유미가 부엌을 향해 뛰어갔다.



그리고 그 순간 휴대폰의 벨소리가 울렸다.



기춘은 그 벨소리에서 그게 자신의 주소록에 등록되어 있지 않은 사람의 전화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기춘이 휴대폰을 들어서 액정 화면을 봤지만 역시 그 번호는 그의 기억에 없었다.



한순간 그냥 끊을까 생각했지만 기춘은 그냥 전화를 받았다.



 



[아, 여보세요? 김 기춘 실장님 휴대폰입니까?]



 



차분한 남자의 목소리가 건너편에서 들려오고 있었다.



 



- 응, 이 소리? 총부부장인 우민이 녀석 같은데....이 녀석이 왜?



 



[이 번호를 어떻게 안 거야?], 기춘이 즉시 캐물었다.



 



[응? 이 번호라면 김 실장님과 친한 서무과의....이름이....잘 생각이 안 나는데....저기....그 뚱뚱한 녀석 말이에요. 그러니까...]



 



핸드폰 너머에서 우민이 준하의 이름을 떠올리려고 열심히 애를 쓰고 있었다.



 



[아, 생각났어. 그래, 준아, 정 준아 말이에요.]



 



- 멍청한 녀석, 준하야. 그런데도 네가 총부무 임원이야?



 



[저기......최대한 빨리 얘기를 좀 나누고 싶어서요....그런데 오늘도 휴가라고 해서 실례입니다만 이렇게 전화를 하게 되었습니다. 한 번 만나서 제 얘기를 좀 들어주시기 않겠습니까?]



 



[무슨 얘기?]



 



[어....저기....그러니까 전화상으로는 말하기가 좀 어려운 이야기입니다.]



 



우민이 목소리를 낮추며 말을 했다.



 



[후후, 주위를 신경 쓰고 있는 건가? 뭐 파벌 싸움에 이 몸을 끌어들일 생각이겠지, 응?]



 



기춘이 조용히 물어보자 우민이 “헉” 하고 숨을 삼키고 있었다.



 



[과연, 천하의 김 기춘 실장....이해가 빠르네요. 그 말 그대로입니다. 진짜로 엉덩이에 불이 붙었어요. 이대로 있다가는 제일 먼저 우리 구 전무파 일파가 모두 다 숙청될 겁니다. 그리고 그 다음에는 아마도 김 실장님이나 이 재명 상무의 ‘무소속’ 일파가 숙청될 겁니다. 사장파는 이걸 기회로 회사를 모두 자기들 수중에 넣으려고 하고 있어요.]



 



[후후....이 몸을 사장파가 건드리겠다고? 이 몸을 바보 취급하지 마. 이 몸은 너희 녀석들과는 달리 날 지킬 방패 정도는 가지고 있어.]



 



그러자 우민은 다시 숨을 삼키며 잠시 침묵을 지키다 입을 열었다.



 



[말씀하시는 대로입니다. 우리 구전무파는 박 전무만 믿고서 아무런 대비도 하지 않았어요. 그리고 최 태섭 상무마저 사장파에 포섭된 것 같습니다. 제발, 실장님! 실장님의 방패로 저희들을 지켜주시지 않겠습니까? 부탁입니다.]



 



우민이 필사적인 목소리로 애원하고 있었다.



그러자 잠시 입을 다물고 있었던 기춘이 명령을 내렸다.



 



[좋아, 일단 비서인 전 지현을 ‘특별 연수’로 보내. 기한은 지금 특별 연수를 가 있는 이 혜리와 같은 기간으로....발령 일자는 어제로 하고, 이틀 전 날짜로 명수의 이름으로 그 서류를 만들어. 그리고 곧바로 연수원으로 보내. 연수원으로의 연락은 최 유리가 담당하게 하고.]



 



그러자 우민이 크게 숨을 삼키는 소리가 들려 왔다.



 



[어째서 혜리의 일을? 아니....그 이전에 어떻게 특별 연수에 관련된 일을? 그건 일급비밀이었어요! 그리고 유리가 연락처를 알고 있다는 일까지! 어떻게?]



 



우민이 완전히 기겁한 목소리로 물었다.



 



[이 몸을 우습게보지 마. 그 정도의 정보는 이 몸에게는 아무렇지 않게 들어오고 있어. 너희들이 필사적으로 숨기려고 하는 비밀을 빼내는 것 정도는 이 몸에게 있어서 어린아이에게 사탕을 빼앗는 것보다 더 쉬워.]



 



[와우.....실장님이 대단하신 분이라는 것을 더욱 더 잘 알겠습니다.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 사장파 몰래 그 서류를 위조로 작성하는 것은 매우 어렵습니다. 벌써 사장파 임원에 의해서 대대적인 회사 내 서류 감사가 시작되었어요. 그래서 지금 그 일을 진행하는 것은...]



 



우민이 걱정스러운 말투로 상황을 설명하자 기춘이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후후후....걱정하지 마. 앞으로 한 시간 이내에 그런 서류 감사 따위에는 눈도 돌리지 못할 상황이 될 테니까. 그러니까 안심하고 서류나 빨리 만들어서 지현을 출발시켜. 그리고 서류는 방금 말했던 준하 녀석에게 맡기면 될 거야.]



 



기춘이 의미심장한 웃음을 터뜨리며 그렇게 지시를 내리자 우민은 뭔가가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벌써 움직이신 겁니까?]



 



[쓸데없는 것은 물어보지 마. 앞으로 이 몸을 따르고 싶다면 특히 말조심을 하도록. 불필요한 정보를 어설프게 해독하면 전체 그림을 볼 수 없게 돼. 이 일은 내가 널 믿을 수 있을지 어떨지 시험해 보는 테스트야. 그리고 이 정도의 일도 제대로 해낼 수 없는 놈이라면 내가 부하로 둘 필요도 없겠지.]



 



[와우, 김 실장님. 당신은 정말로 두려운 사람이군요. 설마, 이 정도일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습니다. 과연 박 전무가 당신을 지하실에 봉인했던 이유가 있었군요. 앞으로 실장님의 부하로 들어가기 위해 이 일을 시키는 대로 해내겠습니다. 그러니까 우리 구 전무파 13명의 일을 부디 재고해 주세요. 제가 그 13명을 대표해서 부탁드리겠습니다.]



 



[후후후....일단은 전 지현의 발령부터 해내도록 해. 그리고 나면 너희들 전원 ‘이 몸의 지시에 절대적으로 따르겠다는’ 각서를 준비해 두도록 하고. 그 전부가 다 완료되면 그 때 다시 얘기하도록.]



 



기춘은 그렇게 일방적으로 통고를 한 후 어느새 준비해 두었던 USB 플레이어를 휴대폰의 통화 구에 대고서 재생을 시켰다.



그러자 USB플레이어에서 “뚜...뚜....뚜....뚜...”, 통화가 끊어진 것 같은 소리가 울려나왔다.



그러자 기춘의 휴대폰 스피커에, [됐어, 성공했다! 어떻게든 포섭을 했어. 하지만 어떻게 그 정보를.....설마, 희애가 그 연수원을 나왔다는 것도....], 라는 소리와 함께 핸드폰이 어딘가로 들어가는 소리가 들리고 있었다.



 



상대방이 먼저 통화를 끊었을 경우,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휴대폰의 통화 종료 버튼을 누르지 않은 채 그대로 방치를 한다.



전화가 자동으로 끊긴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통화를 끝내고서 핸드폰을 주머니에 다시 넣을 때까지의 몇 초.....혹은 계속해서 휴대폰을 손에 들고 있는 경우....그 동안의 혼잣말은 귀를 기울이게 되면 꽤 선명하게 들을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몇 초 동안의 정부에는 꽤 중요한 정보가 포함될 가능성이 높았다.



특히 이번의 경우처럼 긴장감을 수반하는 통화의 경우, 통화가 끊어진 순간 긴장이 풀리면서 자신도 모르게 본심이 터져나오게 되어 있었다.



기춘은 그런 정보를 모으는 일을 절대로 소홀히 하지 않았다.



그 사소한 정보 때문에 자신이 얼마나 많이 궁지를 빠져나올 수 있었는지 직접 체험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잠시 후 진짜로 핸드폰을 끊은 기춘이 혼자서 중얼거리고 있었다.



 



[으음....우민이 녀석, 아내인 희애가 노예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어. 그럼 그 후에 특별연수를 받았던 여자들의 정보도 모두 다 가지고 있겠군. 물론 우민이의 뒤를 이어 인사부장이 된 김 경지 녀석도 자신의 아내인 현아가 노예라는 사실을 알고 있겠지. 그 상태에서도 아이를 가지고 가정을 유지하고 있었어. 그 녀석들을 무너뜨리려면 거기에서부터.....



 



후후, 이것으로 상당히 재미있는 정보가 손에 들어왔군. 이거 참....준하님이라면 이걸 어떻게 사용할까? 그 분이라면 아마 처음에 끝장을 보려고 할 거야....혹시 벌써 노예 아내들을 수중에 넣었는지도 몰라. 주인님에게 알려준다고 해도 방해가 되지는 않을 거야.]



 



기춘은 킥킥 웃으면서 핸드폰의 통화 버튼을 눌렀다.



이 시점에서 기춘은 준하가 이미 노예아내들과 접촉해서 그들 모두를 수중에 넣었으며 벌써 다음 단계로 접어들려고 한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고 있었다.



그리고 방금 입수한 정보가 진짜로 준하에게 있어서는 시기적절한 정보로 다음 단계의 발판이 된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고 있었다.



과연 어둠의 가호를 받은 운명의 수레바퀴는 이렇게 순풍을 받아서 빙글빙글 돌면서 사태를 가속시키고 있었다.



준하의 발판을 확고하게 다지게 될 장기 말들이 마치 뭔가에 의해서 빨아 당겨지듯이 한자리에 모이고 있었다.



 



 



 



 



5-10.



 



박명수의 회사 장례식이 끝난 다음날 아침 총무부의 제 3서무과는 깊은 한숨에 휩싸여 있었다.



과장인 마 동석은 자신도 모르게 얼굴을 찡그린 채 180cm가 넘은 육중한 몸을 의자에 푹 파묻고서 책상에 양 팔꿈치를 대고서 양손으로 이마를 톡톡 두드리고 있었다.



그리고 최 수지는 양손으로 턱을 받친 채 한숨만 쉬고 있었으며, 함 윤정은 팔짱을 낀 채로 창문 앞을 왔다 갔다 하면서 뭐라고 투덜거리고 있었다.



그리고 이 장훈과 최 원일은 오늘부로 사표를 제출한 후 마치 도망치는 것처럼 회사를 떠나고 있었다.



그 모든 이유는 바로 명수가 죽었기 때문이었다.



마 동석은 입사했을 때부터 쭉 명수가 뒤를 봐주고 있었고, 최 수지의 아버지는 우민과 용민이 불러서 전무파에 들어갈 수 있었다.



그리고 함 윤정의 후원자도 전무파의 임원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퇴직을 한 두 사람은 바로 사장파 임원의 스캔들과 관련된 증인들이었다.



유일하게 이 상황과 아무런 관계가 없는 강 백호는 평소와 다름없이 출근조차 하지 않고 있었다.



 



즉, 이 제 3서무과는 명수에 의해서 존재가 유지되었던 부서였던 것이다.



그 비호가 없어진 지금 제 3서무과는 해체의 위기를 맞고 있었다.



그건 준하의 책상 위에 있는 작업 요청서에 그 사실이 명백하게 나타나 있었다.



즉, 작업 요청서가 아무 것도 없는 것이다.



평소라면 책상 위에 잔뜩 쌓여 있던 요청서가 오늘은 한 장도 보이지 않고 있었다.



모두 다 제 1, 제 2 서무과가 분담을 해서 제 3서무과의 일을 빼앗아 가 버렸던 것이다.



그 사실은 이미 제 3서무과의 해체 작업이 그 첫 단계가 시작되었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제 3 서무과 안은 동석이 이마를 딱딱 두들기는 소리, 윤정의 하이힐이 바닥에서 달깍달깍 울리는 소리, 수지의 “후우...”하는 한숨소리만 가득 채우고 있었다.



그렇게 답답한 분위기 속에서 갑자기 핸드폰 소리가 울리고 있었다.



마 동석, 함 윤정, 최 수지, 그리고 정 준하는 그 소리에 깜짝 놀라면서 핸드폰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그건 바로 준하의 핸드폰이었다.



 



[앗....죄....죄송합니다.]



 



준하는 당황한 목소리로 고개를 숙인 후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며 사무실 밖으로 나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 뒷모습을 나머지 직원들이 날카로운 눈으로 쏘아보고 있었다.



복도로 나운 준하는 재빨리 다른 직원들이 없는 복도의 한쪽 구석으로 뛰어간 후 휴대폰을 들었다.



 



[어이, 영감님, 무슨 일이야?], 준하가 작은 목소리로 날카롭게 물었다.



 



[후후, 오늘은 별로 바쁘지 않지?], 기춘이 웃으면서 되물었다.



 



[응, 그래. 사장파 녀석들의 움직임이 시작되었어. 아무래도 그 녀석들 우리 부서를 해체할 작정인 것 같아.]



 



[후후....당연하지, 너희들 부서는 제대로 일을 하는 곳이 아니었으니까. 그리고 당연히 애초에 널 그 부서에 집어넣었던 이유를 알지 못하는 사장파 무리는 너도 회사를 그만 두게 할 거야.]



 



[어이, 영감님, 웃지 말라고.]



 



준하가 얼굴까지 찡그리면서 투덜거렸지만 기춘은 한바탕 크게 웃음을 터뜨리고 난 후에야 웃음을 멈추고 있었다.



 



[후후, 잘 해결될 테니까 걱정하지 마. 이제 곧 끝날 테니까. 사장파 바보 녀석들은 지금쯤 너희 부서 같은 사소한 일에 신경을 쓸 여유가 없을 거야. 게다가 제 1, 2 서무과 녀석들이 네 일을 대신 할 수도 없잖아. 지금쯤 마구 불평을 늘어놓고 있을 거야.]



 



[당연하지. 절차도 아무 것도 모르는 놈들이 며칠 사이에 내 일을 대신 할 수는 없어. 인과응보지. 어쨌든 그런 것보다 현재의 상황을 말해 줘, 지금 어떤 단계야?]



 



[맞아, 그 때문에 전화를 했어. 사장파는 지금 저번에 말해준 일로 움직임을 멈췄어. 그 스캔들에 대응하기 위해서 너희들에게 눈을 돌릴 여유가 없을 거야. 그리고 우민이 나에게 접촉을 해 왔어.]



 



기춘은 우민과의 대화에 대해 말해주었고 준하는 노예 아내들과의 일을 말해주었다.



그 순간 갑자기 복도에서 수지가 나타나서 준하를 불렀다.



 



[뚱땡이! 거기서 뭘 하고 있어? 과장님이 찾고 있어!]



 



수지가 준하의 엉덩이를 발로 차면서 용건을 전했다.



 



[아, 죄송합니다. 지금 곧 들어가겠습니다.]



 



준하는 재빨리 휴대폰을 끊은 후 수지에게 고개를 숙인 후 사무실로 돌아갔다.



그러자 동석이 준하를 노려보면서, [너도 이제 나갈 때가 된 것 같아. 인사부장이 찾고 있어, 가능하면 빨리 라고 말을 하면서.] 라고 무뚝뚝한 얼굴로 준하에게 말을 했다.



하지만 동석의 말에 오히려 은정과 수지가 얼굴을 더욱 더 찡그리고 있었다.



다음에 불려가게 되는 것이 자신들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준하는 꾸벅 고개를 숙여서 인사를 한 후 서무과에서 나와서 인사부장실로 향했다.



 



자신의 사무실로 들어온 준하를 본 김 경지는 초조한 표정으로 얼굴까지 변해 있었다.



원래 엄격한 표정의 남자였지만 지금은 두려울 정도의 박력이 흘러넘치고 있었다.



3일간 예정의 출장을 단 하루 만에 모든 일을 마치고 돌아온 피로감도 있었지만 무엇보다도 이제 한치 앞도 볼 수 없게 되어버린 상황에 엄청난 압박감을 느끼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준하가 그런 경지의 앞으로 다가오자, 경지는 아무 말도 없이 한 장의 서류를 내밀고 있었다.



 



[젠장, 이게 무슨 도움이 된다는 건지 모르겠군....하지만 김 우민 상무가 이게 우리들의 생명줄이라고 말했어. 업무 평가서 성적이 모두 다 F인 너에게 이 일을 맡기라고 하는 이유도 말이야. 그러니까 실수하지 마. 이걸 제 3 임원 회의실로 갖다 놔. 감사를 위해, 전무 명령으로 결재된 서류들이 그 안에 쌓여져 있을 거야. 이걸 거기에 끼어 넣어 둬.]



 



경지가 낮은 목소리로 무뚝뚝하게 말했다.



준하는 그 서류를 받아서 정중하게 고개를 숙인 후 아무 말 없이 밖으로 나왔다.



 



- 바보 녀석, 겨우 이 정도로 초조해하고 있다니. 네 녀석은 간이 너무 작아.



 



준하는 마음속으로 경지의 욕을 하면서 최상층에 있는 회의실로 향했다.



한편 준하가 나가고 나자 경지는 양 팔꿈치를 책상에 대고서 양손으로 머리를 껴안고 있었다.



.



- 도대체 모르겠군. 왜 박 명수 전무는 저 따위 녀석을 계속해서 감시하고 있었을까? 왜 저 녀석의 동향을 계속해서 조사하고 있었을까? 왜? 저 녀석에게 뭐가 있는데? 확실히 일은 잘 하고 있었어. 하지만 인사 성적이 모두 F인 이유도 간단히 추측할 수 있었다. 그런데 왜 그냥 퇴사시키기 않고서 붙잡고 있었던 거지? 마치 지하에 봉인시킨 김 실장과 같은 취급이었잖아. 아냐. 위험인물이라고 말하면서 자신이 직접 봉인을 시킨 김 기춘 실장에게도 감시를 붙이지는 않았어. 그렇다면 박 전무는 김 실장 이상으로 저 녀석에게 신경을 쓰고 있었단 말이야. 왜? 무슨 이유로?



 



경지는 허공을 바라보며 크게 한숨을 토했다.



김 경지 인사부장은 준하의 능력도 그의 강한 인내심도, 그리고 인사 성적이 나쁜 이유도 매우 잘 이해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면 그냥 준하를 자르면 될 일이었다.



왜 그를 죽을 때까지 사육하고 있었을까?



그는 그 이유를 전혀 이해할 수가 없었다.



 



- 젠장, 저 녀석에게는 뭔가가 있어. 우리들이 모르는 뭔가가....김 실장과 친한 사이라는 것은 알고 있지만, 박 전무까지 저 녀석을 자르지 않은 이유가.....그걸 알게 되면, 저 녀석에 대해 알게 되면....난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어. 왠지 몰라도 그런 느낌이 든다.



 



경지는 자신도 모르게 서서히 핵심에 접근해가고 있었다.



하지만 그게 사람의 마음을 버리고서 욕망과 쾌락만을 갈구하는 광란의 길이라는 사실을 이때의 경지는 전혀 모르고 있었다.



 



*********************



 



준하는 인사부장실을 나와서 회사의 복도를 종종걸음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 음....제 3임원 회의실이라면....평소라면 순회 코스였지만....오늘은 업무 요청서도 없고....어떻게 들어가지?



 



평소의 업무를 빼앗겼기 때문에 회의실로 들어갈 방법이 사라진 준하는 골똘히 생각에 잠겨 있었다.



그러자 그런 준하는 한 남자 직원이 부르고 있었다.



준하가 고개를 돌리자, 휴게실의 벤치에 앉아 있던 남자가 고개를 숙이며 준하를 부르고 있었다.



 



- 응? 저 녀석? 서무과의 신입 사원이었잖아.



 



준하가 가까이 다가가자 그 남자는 온몸이 땀투성이가 되어서 어깨까지 흔들어대며 헉헉거리며 숨을 쉬고 있었다.



 



[하아...하아....하아...조금만...도와줘....뚱땡이....사실....이건...네 일이잖아.]



 



그 사원은 거칠게 숨을 쉬면서 발밑에 놓여 있던 복사용지 상자를 발로 차고 있었다.



그러자 준하는 억지 미소를 지으며, [무슨 일입니까?] 라고 물었다.



 



[저기.....출근을 하자마자 내 책상 위에 이런 종이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어. 하악....하악.....과장이 이게 오늘부터 내 일이라고 말하더군....젠장....기획부로 입사했는데...왜 내가....이런.....잡부같은 일을....아침부터...벌써...몇 번이나....왕복을.....]



 



그 남자 직원은 마치 당장이라도 숨이 끊어질 것처럼 헐떡거리며 불만을 토하고 있었다.



 



- 씹새끼....그건 네가 무능하기 때문이야. 아니면 연줄이 전혀 없는 놈이거나....원래, 신입인데 서무과에 배치된 시점에서 네 인생은 끝이 난 거야.



 



준하는 마음속으로 그 직원을 비웃으면서도, [이거 어디로 가져가면 되나요?] 라고 물었다.



그러자 그 직원이 왼손으로 천정을 가리키며, [임원 회의실....제 2, 제 3 회의실에 반...반씩...] 라고 말을 하고 있었다.



서무과의 말단 직원들은 아직 제 3서무과가 해체될 거라는 것을 알지 못하고 있었다.



그래서 이 일을 준하에게 다시 시키는 것이 완전히 용납되지 못하는 일이라는 것을 아직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준하는 그런 직원을 보며 마음속으로 코웃음을 치면서 A4용지 박스를 아주 쉽게 들어 올리고 있었다.



 



[임원회의실요? 제가 옮겨 놓을게요.]



 



준하는 그렇게 말한 후 계단실로 향했다.



계단실로 들어간 준하는 거기서 서무과의 다른 신입사원이 계단에 앉아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 직원은 온몸이 땀투성이가 된 채 고개를 숙이고서 헉헉대고 있었다.



준하는 서무과 직원들이 자신처럼 엘리베이터 사용이 금지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준하는 그 사원의 옆을 빠져 나가며, 천천히 계단을 올라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최상층에 도착할 때까지 준하는 거의 6명 정도의 다른 신입사원들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모두 다 온몸이 땀투성이가 된 채 헉헉대며 숨을 쉬고 있었기 때문에 준하의 존재조차 알아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준하는 잠시 후 계단실을 나와 임원 회의실로 걸어갔다.



 



준하가 제 3임원회의실 안으로 들어가자 거기는 도박장처럼 시끄러운 곳으로 변해 있었다.



영업부, 총무부, 기획부, 경리부에서 나온 20명 가까운 중견 사원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서류를 대충 훑어보면서 서로를 향해 고함을 지르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 속에서 준하의 모습을 보게 된 한 사원이, [어이, 뚱땡이! 제 3서무과인 네가 여기 왜 온 거야?] 라고 고함을 질렀다.



 



[아, 저기...복사 용지를 보충하러 왔습니다.]



 



준하가 억지웃음을 지으며 말을 하자, [젠장, 망할 서무과 녀석들. 아직 이 일의 의미도 파악하지 못한 건가? 어쨌든 지금은 좋아. 저기 놓아두고 나가!], 그 남자가 혀를 차면서 준하를 향해 고함을 질렀다.



준하는 즉시 복사기가 있는 곳으로 가서 복사 용지를 보충해 놓은 후, 복사기의 뚜껑을 살짝 들어 올려서 그 안에 경지에게서 받은 서류를 찔러 넣었다.



 



[보충을 마쳤습니다. 나머지 용지는 여기 놓아두고 가겠습니다.]



 



준하는 그렇게 말한 후 허둥지둥 문을 향해 걸어갔다.



그 순간 준하와 엇갈리며 다른 사원이 복사기를 향해 다가와서 조작을 시작했다.



 



[어이, 누구야? 왜 이 서류가 복사기에 남아 있어!]



 



그 남자는 그렇게 소리를 지르며 복사기에서 그 서류를 꺼내고 있었다.



그러자 또 다른 직원이 가까이 다가와서 그 서류를 살펴보았다.



 



[젠장. 또야....아무 이유도 모르는 연수 관련 서류야. 연수처의 주소도 연락처도 모두 처음 보는 것들이야. 젠장, 이런 연수를 가짜로 만들어서 예산을 속일 작정이었나.]



 



그 직원은 그 서류를 대충 훑어보고 난 후 다른 한 무더기의 서류 뭉치 속으로 던져 넣었다.



준하는 그런 광경을 힐끗 바라 본 후 문을 향해서 몸을 돌리며 씩 웃으며 밖으로 걸어 나갔다.



여기에 있는 직원들은 거의 다 준하와 거의 같은 연대에 입사를 한 사람들로 아직까지 준하를 완전히 멍청이로 취급하고 있었다.



그래서 누구 하나 준하를 의심하지 않고 있었다.



이렇게 해서 날조된 서류는 감사의 눈을 빠져나간 채 기춘의 예측대로 결재가 끝난 서류들 속에 섞여 들어가고 있었다.



 



*****************



 



한 시간 전, 사장실.....



 



[도대체 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



 



부사장인 정 몽주가 새빨개진 얼굴로 사장인 정 성준을 향해 마구 고함을 지르고 있었다.



성준은 가죽제의 안락의자에 앉아서 양 팔꿈치를 흑단의 책상에 대고서 양손을 얼굴 앞에 모으고 있었다.



 



[그건 저도 알고 싶어요. 왜 이 정보가 흘러나갔을까요? 왜 이 타이밍에? 어쩌면 어제 있었던 회사의 주가 폭락도 이 정보가 사전에 미리 알려졌기 때문일 수도 있어요. 아니, 그렇게 가정하는 편이 더 이치에 맞아요.]



 



몽주와는 다르게 사장인 정 성준은 냉정한 음성으로 상황을 분석하고 있었다.



 



[아아.....재미가 없군....유언비어라면 좋았겠지만 사실이네.....이제부터 어떻게 해야 하는 거야?]



 



정 성민이 지긋지긋하다는 말투로 물어보자, 성준에게 가까이 다가가고 있던 몽주가 매우 화가 난 표정으로 성민을 노려보았다.



그러자 그 모습을 보고서 성민이 “힉!” 하고 목을 움츠렸다.



 



[이제 그만해! 바보 녀석, 이런 곳에서 고함을 지른다고 해서 일이 해결될 리가 없잖아!]



 



회장인 몽구가 매우 화가 난 표정으로 고함을 지르자 잠시 사장실에 정적이 맴돌고 있었다.



 



[하지만 형님...그 정보는 우리 사장파의 몇 명밖에 모르는 정보야. 하물며 그 프로젝트가 연기된 진짜 이유는 우리 6명밖에 몰라. 그런데 어떻게 지질 조사 보고서까지 공표된 거야? 뭔가가 이상해.]



 



부사장인 정 몽주가 큰 몸으로 몸부림을 치면서 일인용 소파에 앉아 있는 몽구에게로 가까이 다가갔다.



하지만 그런 몽주의 호소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서 몽구가 입을 열었다.



 



[지금 그런 이유는 상관없어. 문제는 이 정보가 어디까지 영향을 끼칠까 하는 거야. 이 정도까지 공표했다면 지금 이 시점에서 90억의 적자가 났다는 것도, 2년 전의 분식 회계가 조작되었다는 것도 알고 있다는 거야. 그렇게 되면 또 다시 주가가 내리게 되어 있어.]



 



몽구의 말에 동생인 몽주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지고 있었다.



 



[아, 형님....날 버릴 거야?]



 



[이 프로젝트는 원래 눈앞의 욕심에 눈이 멀어버린 네 억지 고집으로 시작된 일이었어, 그러니까 뒤처리 정도는 네가 알아서 해. 그 때문에 책임자가 있는 거잖아.]



 



몽구가 마치 사형선고를 내리는 것처럼 결정 사항을 말해주고 있었다.



그러자 몽주의 얼굴이 창백하게 변하며 뺨이 부들부들 경련을 일으키고 있었다.



 



[젠장....그럼 나만 잘못했다는 거야?]



 



그러자 몽구가 더욱 더 날카로운 눈빛으로 몽주를 바라보며 물었다.



 



[이 진짜 바보 녀석! 왜 알아차리지 못하고 있는 거야? 이 정도까지 정보를 알고 있는 놈이, 왜 적자가 났다는 정보를 공개하지 않았을까? 왜 분식 회계를 조작한 것을 알리지 않는 걸까?]



 



몽주는 몽구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알지 못한 채 곤혹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 순간, [정보를 조금씩 공개하면서 주가를 철저하게 내릴 생각입니다.] 라고 이 한구가 불쑥 중얼거렸다.



아직 그 사실까지 알아차리지 못하고 있었던 정 몽구, 정 성준, 정 성민, 3사람이 그 순간 눈을 크게 뜨고 있었다.



 



[게다가 이 자가 어디까지 알고 있는지도 아직 우린 모르고 있어. 너희들은 이 몸이 혈족들을 규탄하기를 바라는 거야?]



 



정 몽구가 마치 피를 토하는 것처럼 중얼거렸다.



그러자 나머지 세 사람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지고 있었다.



 



[이 몸이 모르고 있었다고 생각한 거야? 너희들 모두 그 프로젝트에서 돈을 빼먹고 있었다는 것을? 젠장, 너희들 때문에 주가가 하락하는 것을 막을 수도 없게 되어 버렸어, 이 바보 녀석들!]



 



그 때서야 그 세 명은 처음으로 자신의 실제 상황을 인식하며 완전히 낙담을 하고 있었다.



회장의 흥분이 조금 가라앉고 나자 그 때까지 일절 참견을 하지 않고 있었던 성준이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몽주에게 말을 걸었다.



 



[몽주 숙부님, 일단은 본사에서 나가서 3년 정도 자회사 사장으로 계세요. 이번 일이 좀 가라앉으면 그 때 날 또 도와주세요.]



 



그러자 몽주는 아무런 대답도 없이 어금니를 꼭 깨물며 사장실에서 나가고 있었다.



몽주가 나가고 나자 성준은 크게 숨을 내쉰 후 스윽 나머지 5명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자, 이것으로 부사장 자리 하나, 전무 자리 하나가 비었습니다. 이 한구 씨가 현장을 떠날 수도 없기 때문에 일단은 부사장을 겸임하게 하지요. 전무 자리는 당분간 공석으로.....아버지, 아니 회장님,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일단은 좋아. 설마 범죄자가 되는 것에서 간신히 구해진 녀석들이 감히 승진을 바라진 않겠지. 젠장, 이것도 다 자업자득이야. 잘 기억해 두도록 해.]



 



몽구가 두 아들을 사나운 눈으로 바라보며 날카롭게 말했다.



간신히 방침이 정해지고 나자 한구가 안경테를 손가락으로 스윽 들어올리며 말을 했다.



 



[그렇다면 난 빨리 정보 조작의 흔적을 알아보겠습니다. 어디까지의 정보가 어디서 어디로 새어나가고 있는 것인지....그것부터 알아보겠습니다.]



 



한구가 날카로운 눈빛으로 회장을 보며 그렇게 말한 후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



 



[그럼 전 기자 회견 자료를 좀 준비해야겠어요.]



 



성준이 그렇게 말한 후 자리에서 일어났다.



하지만 성민은 여전히 소파에 앉아서 멍하니 천정을 바라보며 핵심을 중얼거리고 있었다.



 



[하지만 이 정보...누가 흘린 게 틀림없어요.....우리 사장파 사람들은 아니야. 이건 스스로의 목을 조르는 행위와 같으니까....하지만 이 정보는 틀림없이 부서 안에서 은밀하게 관리를 했기 때문에 이걸 아는 놈들은 매우 한정되어 있었어.]



 



하지만 그 말의 내용보다 그 태도에 화가 난 몽구가, [이 바보 녀석! 제발 형을 좀 반만 닮아라. 이게 다 너 때문이라는 것을 내가 모를 줄 알아. 반성을 좀 해!] 라고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인 채 고함을 질렀다.



 



[알았어, 알았다고요, 아버지! 제발, 나이도 있으신데 이제 화 좀 내지 말아요.]



 



성민이 억지 웃음을 지으며 소파에서 재빨리 일어나서 마치 도망치는 것처럼 사장실을 빠져나갔다.



몽구는 거칠게 숨을 헐떡이면서 새빨개진 얼굴로 성민이 나간 문을 계속해서 노려보고 있었다.



잠시 후 집무 책상으로 향한 성준은 의자에 앉아서 다시 성민의 말을 생각하고 있었다.



 



- 성민이 녀석, 무능하고 바보 같은 놈이지만 지금처럼 가끔 핵심을 찌르는 말을 할 때가 있어. 조금 전 아버지가 말했던 것처럼 대처도 중요하지만 제일 중요한 것은 누가 이걸 조작하고 있는가 하는 거야. 그 놈의 정체에 의해서 정보가 새어나가는 곳도, 대처 방향도 바뀌게 될 거야. 도대체....누가....무슨 목적으로 이 주가 조작을 하고 있는 것일까? 그걸 알아낼 필요가 있어.



 



성준은 제일 큰 문제를 생각하면서 어둠 속에 숨어 있는 배후조종자의 정체를 알아내려고 애를 쓰기 시작했다.



그는 자신이 알고 있는 사람들을 하나씩 떠올리면서 이 일에 필요한 조건들을 적용하면서 동기, 능력, 기회 등을 따져보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런 성준의 머릿속에는 이 일의 진짜 주모자는 용의자로서도 떠오르지 않고 있었다.



왜냐 하면 성준의 머릿속에서 김 기춘은 오직 명수에게 패배한 늙은 영감 정도로밖에 인식되지 않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와 마찬가지로 사장파의 모든 사람들은 기춘이 지니고 있는 날카로운 송곳니, 그 독이빨에 묻어 있는 강력한 독성, 엄청난 교활함, 강력한 영향력 등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



 



사장실에서 긴급회의가 벌어지고 있는 도중, 김 우민은 그 사실에 대해서 알게 되었다.



그 때문에 주가가 계속해서 폭락하고 있었으므로 홍보부의 전화들이 계속해서 울고 있는 것이 귀에 들어왔기 때문이었다.



 



- 이, 이것인가? 조금 전 김 실장이 말했던 ‘감사 따위나 하고 있을 여유가 없을 거라는’ 것이? 김 실장은 이 일까지 사전에 알고 있었던 거야? 맞아. 이건 우리 회사의 존망에 직접 관련된 일이야. 당연히 알고 있었을 거야.



 



우민은 책상에 앉아서 골똘히 생각에 잠기기 시작했다.



 



- 아니, 잠깐만? 그냥 알고 있었던 게 아니라 만약 이게 김 실장의 계략이었다면? 이건 엄청난 시위야! 김 실장이 지니고 있는 방패가 얼마나 강한지에 대한! 아니야, 젠장....처음부터 방패 따위는 없었어. 이건 무기야! 모든 것을 다 부술 수 있는 강력한 힘이야! 후, 하하하핫.....나 따위가 어떻게 살아남을지 걱정하고 있는 동안 김 실장은 공격을 할 계획을 짜고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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