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머니여인19
"후우....."
남상아는 태욱을 내보내고 나서 한참을 가부좌를 튼채 정신을 집중하고 있었다. 그녀가 익히고 있는 혈미희는 희대의 색공이지만 대주천이든 소주천이든 음양합일로만 가능하도록 되어있었다.
그렇기에 그녀는 간단히 태욱과 사랑을 나누었다. 그리고 확신하였다. 자신을 둘러 싸고 있던 금제가 하나 풀렸다는 것을! 혈미희가 처음부터 남자의 양기만을 갈취하는 무공은 아니었다. 환뇌보정, 궁극적으로 신선에 오르기 위해 상단전을 열기위한 상승의 무공이었다.
다만 효율을 위해서 음양합일만을 남겨두었던 것이 문제였다. 사람의 독맥과 임맥은 갓 태어난 순간에는 열려져있지만 차츰 나이가 들면서 탁기에 더러워져 막히게 되는 것이었다. 남녀가 합방을 하기 위한 최소한의 나이부터 익히더라도 임독양맥의 타통이 필수 불가결이었던 것이다.
본래라면 임맥을 통해서 남자의 양기가 흘러들어가 독맥을 통해서 돌아와야하는데 그러지 못하고 막혀 계속해서 뺏기만하고 돌려주지 못하니 정기가 빨려 남자가 복상사하게 되었던 것이다. 즉 이 혈미희라는 색공은 남녀가 갓 태어난 순간부터 같이 익혀야만 완벽해지는 무공이었다.
"아아아...."
드디어... 사마귀같은 년이란 욕이 있었다. 남상아는 방금까지 그 사마귀였다. 교합한 남자의 정을 빨아먹는 년, 하지만 더 이상은 아니었다. 그녀는 이제 제대로된 음양합일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과연....기연인가..."
남상아는 자신의 몸 안에서 휘몰아치던 내공이 거진 사라진 것을 느꼈다. 무인들에게 있어서 내공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말할 필요도 없었다. 하지만 남상아에겐 좀 달랐다. 그녀가 가진 내공 대부분은 그녀의 것이 아니었다. 빼앗았던 타인의 내공이었다.
내공은 본디 특정한 운기조식으로 쌓고 자신의 념을 깃들어 탑을 쌓듯이 하나하나 쌓아 올라가는 것이었다. 그렇기에 타인의 내력을 빼앗아도 그 내공에 깃든 념 탓에 전부 사용할 수 없었다.
남상아는 그러한 내공이 너무 많았던 것이다. 6갑자, 360년 동안 하루도 쉬지 않고 수련해야 모울 수 있는 어마어마한 내공이었다. 내공은 눈덩이와 같아서 굴리면 굴릴수록 기하급수적으로 거대해지고 강해진다. 6갑자의 내공과 5갑자의 내공은 단순히 1갑자 차이가 아니라 수십배의 차이가 있었다.
하지만 과유불급이라했던가. 남상아는 자신이 가진 내공이 언제 터질지 몰라 전전긍긍하고 있었다. 남상아는 그 많은 내공을 전부 억누르고 간신히 1갑자의 내공을 사용할 수 있었다. 하지만 다룰 수 없는 힘이었기에 조금만 실수해도 그녀의 몸을 찢고 터져버릴게 분명했다. 그래서 남상아는 더욱 색을 탐하고 근시안적으로 살았다. 언제 죽을지 모르니.. 최소한 즐기고 가고 싶었던 것이다.
그리고 태욱과 사랑을 통해서 자신이 통제할 수 있었던 1갑자의 내공을 제외한 전부가 사라졌음을.. 그리고 무인이라면 누구나 바라는 임독양맥이 타통되었음을 깨달을 수 있었다. 전화위복(轉禍爲福)이라고나 할까?
남상아는 손님으로서 받았던 태욱을 통해서 생명을 구하였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기연을 만나기까지 했다. 그 모든 것이 태욱과의 만남을 통한 기연이라 생각하니... 가슴이 벅찬 남상아였다.
만면에 떠올랐던 웃음도 잠시
“....나 같은 건....”
남상아는 돌연 무거운 한숨을 내쉬고 말았다. 순간 자신과 태욱과의 거리를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과거를 숨기고 수많은 적들을 가진 채 태욱에게 갈 수 있을까?
꾸욱.
단아한 흑발이 흔들렸다. 초승달 같던 아미가 저절로 휘어서 바닥으로 내리어졌다. 우울한 얼굴로 치맛자락을 구겨버리는 남상아였다.
“내...주제를 파악해야지.”
남상아는 금방 사랑에 빠지는 여인이었다. 그러면서도 아랫도리가 가벼우니 평범한 남자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여인이었다. 혈미희가 가진 단점 중에 하나가 극복되었다 하더라도 잦은 성교를 감당할 수 있을까?
“에휴.”
저절로 한 숨이 새어나왔다. 이미 수 없이 맺어지고 파탄을 맞이했던 그녀였다. 태욱이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다는 것정도는 한눈에 알아보았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먼저 빠진 자신이 답답할 뿐이었다. 떨어질 곳 없는 바닥에서 살고 있는 그녀에 비하면 태욱은 무공을 익힐 수 없다는 것만 제외하고는 탄탄대로의 인생을 가질 몸이었다.
그래서 자꾸만 생각이 나버린 것인지도 몰랐다. 그녀도 본래라면, 그런 인생을 살 여인이었다. 보통 소녀들이 그런 정해진 인생은 싫다고 자신의 사랑을 찾아야한다고 말하는 것을 남상아는 정말 싫어했다. 그 길에서 한번 만 벗어나도 도저히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을... 그녀가 직접 체험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진짜 내가 멍청한 거야.....”
“……슬프다.”
남상아는 그러면서도 벗어나지 못하는 자신이 한탄스러웠다. 누군가를 좋아하는 일은 더 이상 하고 싶지 않았다. 특히 사랑은! 해봤자 매번 상처만 받으니까. 낮엔 현숙한 부인 밤에는 요부, 남자의 낭만이라고 하지만 막상 여자가 그렇게 나오면 도저히 못버티는 것이 남자였다.
강하고 뜨거운 밤도 한 두 번이지... 남상아처럼 밥먹듯이 달려들면 남자가 도망가버리게된다. 그래서 다시는 안그래야지 하면서도 그런데 그게 정말 생각처럼 잘 되지 않아서,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또 누군가를 좋아하게 되고 떠나는 남자의 등에 상처를 받아 버린다.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그런 남자라는 것을 알면서도, 하고 싶은 건 자신의 몸뚱아리 밖에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굵은 육봉으로 한번 쑤셔주면 금방 마음을 열어 버리고, 나아질 기미 없는 인간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한 번씩 잘 해주면 거기에 혹해서 달라질 거라 믿고. 돈과 몸을 전부 몇 번이나 주었다. 그렇게 몇 번이나 버림 받고 농락당하고, 그러면서 점차 수렁에 빠져서 결국은 무림주적이 되어 이름 높은 음녀로서 살게 되었다.
그나마 다행인게 여성의 상징인 음문이 봉인되어서 더 이상 남자의 목숨을 뺏지 않게된 것이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
"후우... 굵은 거에 자꾸 빠지면 안되는데..."
남상아는 자신의 몸이 정말 저주스러웠다. 굵은 육봉만 보면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스스로의 몸이 너무나도 슬펐다.
"하으으으읏....."
방금까지 슬픈 한숨이었다면 이번엔 정말 뜨거운 한숨을 내쉬는 남상아.... 그녀의 몸에 흐르는 혈미희의 내공이 몸을 후끈 덮혔던 것이다. 방금까지 비관전이기만 했던 그녀의 생각이 순식간에 달라졌다.
"하지만 정말 뜨거웠어..."
남상아는 정말 오랜만에 자신의 온 몸이 뜨거워지는 사랑을 나누었다. 정말 얼마만인지... 자신의 음문이 있을 때에도 이런 뜨거운 정사는 두 손으로 꼽을 수 있을 정도였다. 게다가 태욱이 가지고 있는 젊음... 15살이면 한창 성에 눈을 뜨고 여인을 찾을 나이였다.
"그 정도면.... 오래 오래... 있을 수 있을거야."
방금까지 한숨에 한탄을 하던 그녀는 혈미희의 뜨거운 내공 덕분에 전부 날려버리고 행복한 상상을 하기 시작했다.
"음양합일을 통해서 태욱님의 양기를 붓돋아준다면... 어쩌면...."
남상아는 희망을 가졌다. 혈미희가 만약... 정말로 환뇌보정을 통해서 신선이 되기 위한 공부라면, 남자의 양기를 꾸준하게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이었다. 그리고 그렇게되면... 남상아는 버림받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그녀에게서 도망쳤던 남자들의 가장 큰 이유는 사실 정력부족이었던 것이다. 득달같이 달려드는 남상아의 요구에 처음엔 기뻐하다가, 슬슬 질려하곤 그리곤 떠나버리는 것이었다. 정액을 싸는 남자와 받아들이는 여자의 극단적인 차이였다. 게다가 남상아는 양기까지 빼앗으니 버티는 남자들이 없었다.
옛말 중에 남상아는 대부분이 옳지만... 한가지는 확실하게 다른게 있었다. 바로 결혼해서 미녀는 3년만 간다는 말이었다. 그녀가 격고 본 바로는 절대 아니었다. 아내가 미인일수록, 남자와 여자 모두 결혼에 만족도를 가질 수 있었다. 요리? 바느질? 모두 배우면 되는 것이지만 외모만큼은 어느 정도 타고 날 수밖에 없었다. 남상아는 배울 수 있는 것은 대부분 배워둔 상태였다.
남상아는 자신의 몸에 자신이 있었다.
남상아는 거울 앞으로 다가가며 옷고름에 손을 가져갔다. 그리곤 옷고름을 풀고 저고리를 젖혀 벗었다. 그러자 걸음에 맞춰서 치마가 아래로 흘러내려졌다. 50이 넘은 걸로는 전혀 보이지 않는 여체의 속살이 그 부끄러운 자태를 드러내었다.
곧게 뻗어 내린 다리는 마치 옥으로 빚은듯 반듯하게 서있다. 희고 고운 다리 사이에 아무 것도 없다는 것을 제외하고는 피부에 흔히 있는 점이나 잡티마저도 없었다.
그리고 크지 않지만 하얗고 봉긋하게 솟아오른 가슴은 남상아의 자랑이었다. 작지도 크지도 않은 딱 건장한 남자의 손아귀에 쥐어질만한 크기. 이 살덩이가 남상아의 움직임에 맞춰 가볍게 출렁거렸다. 잡티 없는 피부는 마치 핏줄이 보일듯, 그 내부가 보일 듯 투명했고 그녀의 자랑인 예쁜 유방에는 진분홍빛 유실이 맺혀있었다. 색소의 침전도 전혀 일어나지 않는 진분홍빛의 유실을 남상아는 가볍게 손으로 쓰다듬었다.
“아 난 정말... 평생 가꾸어온.. 내 몸매... 어쩌면 이렇게 예쁠까?”
남상아는 그렇게 자신의 아름다운 몸을 바라보면서 다시 자신감을 채워갔다.
"아아..."
급격한 우울과 기쁨, 남상아는 확실히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었다. 그것이 바로 태욱이 가진 구슬의 힘이기도 하였다. 남상아 같은 절대의 고수조차도, 이 구슬에선 벗어날 수 없었던 것이다.
“일단 이야기는 들어야겠지.”
눈 앞에서 일어나는 일들에서 진정한 태욱은 듀토리얼을 들을 것을 선택하였다.
[듀토리얼을 시작하겠습니다. 일단 모든 항목을 한 번씩 선택해 주십시오. 듀토리얼 모드에서는 질문에 대해서 간단한 답이 나옵니다.]
퀘스트 | 방어임무 | |||||||||||||||||
전투 | ||||||||||||||||||
? | ||||||||||||||||||
점령지역 | ||||||||||||||||||
? | 특수임무 | |||||||||||||||||
공지 | ||||||||||||||||||
소지 | 연구 | 수신함 | 동료 | |||||||||||||||
“흠... 또 알람이 울리는군?”
태욱은 눈 앞에 나타난 창 역시 오프/온이라는 말을 통해서 켜고 끌 수 있음을 확인했다. 남상아를 한 번 구슬로 거두면서 약간이지만 익숙해져, 많이 놀라지 않았던 것이다.
태욱은 떠오르는 해를 보면서 시간을 가늠했다. 아직 어느정도 여유가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서 눈앞에 떠오른 창에 정신을 집중하였다. 퀘스트라는 항목에서 반짝이는 불이 들어온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퀘스트.”
이번에도 윌사쿠의 도움을 얻어서 영어로 된 발음을 부르자 눈 앞의 화면이 퀘스트라고 적혀 있는 상자로 확하고 빨려 들어갔다.
x
!혈교도를 찾으십시오.(0/10)
“혈교도...?”
[혈교도. 조로아스터교의 한 갈래에서 나온 종교로서 중원의 토착혈족과 융합하여 탄생한 종교입니다. 이들의 혈족은 반드시 혈교도가 됩니다.]
태욱은 옛날 이야기에서나 나오는 사교집단의 이름이 뜨자 잠시 의아해했다. 왜 이런 것을 찾으라 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태욱은 일단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젖혀두기로 생각하였다.
“취소.”
태욱의 말이 떨어지자 말자 다시 화면이 밀려나 본래 상태로 들어갔다. 태욱은 일단 시킨대로 하나 하나 다 열어볼 생각으로 다음 것을 불러보았다.
“점령지역!”
[소지에 행정관이 없기에 사용하실 수 없습니다.]
“행정관?”
[지역을 점령하고 발전시키기 위해서 반드시 행정관을 수집하셔야합니다.]
태욱의 혼잣말에 이번에도 친절한 안내음이 들려왔다. 태욱은 안내음에서 딱하고 오는게 있었다.
“소지”
전투 | 남궁상아 | x | x | x | x | x |
행정 | x | x | x | x | x | x |
역시 태욱의 생각이 맞았다. 남궁상아. 남상아의 위치는 전투에 있었다. 태욱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구슬을 떠올렸다. 분명 남상아는 붉은 구슬이었다. 그렇다면 행정용 구슬은 아마 푸른 구슬일게 분명했다. 지금 태욱에겐 붉은 구슬 4개와 푸른 구슬 5개 그리고 아무 색도 없는 구슬이 6개 있었다.
“확실히 듀토... 듀토리얼? 그런 거여서 그런지 약간의 설명만으로도 충분히 이해가 가는군. 이번엔 공지!”
공지항목으로 들어가보자 그곳엔 아무 것도 쓰여있지 않았다. 태욱은 왜 아무것도 없지라고 생각하다가. 알림소리와 함께 퀘스트에서 불이 들어왔던 것을 생각했다.
“여긴 왜 아무것도 없지?”
[아직 발신된 공지사항이 없습니다.]
“흠 취소, 연구.”
-----------------
어제 올렸다가 너무 적은 것 같아서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