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남자 & 나쁜 여자 - (04)
나쁜 남자 & 나쁜 여자 - (04)
5. 본격적(本格的)인 작업(作業)의 정석(定石)
“왜 따라와?”
“데려다 줄려고요.”
“택시 타면 되니까 너 집에 들어가, 부모님한테 안 혼나니?”
“선생님이나 걱정하세요.”
“끄응….”
태석의 말에 혜연은 정말 걱정이었다. 엄마가 전화를 한 것 보면 지금까지도 기다리고 있다는 말인데, 어쩌면 오늘은 정말 죽도록 맞을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오늘은 경연이도 집에 없는 날이다. 토요일은 경연이 독서실에 가서 밤새도록 공부하고 오는 날이기 때문이다.
“아이…씨 택시도 안 오고, 봄인데 왜 이렇게 추운거야.”
혜연이 택시를 기다리며 혼자 투덜거렸다. 그녀의 말을 들은 태석이 자신의 남방을 벗어 혜연에게 걸쳐준다.
“너 반팔이잖아. 그냥 너 입어.”
“전 남자라서 괜찮아요.”
“웃기고 있네….”
“웃기면 웃으시던 지요.”
“아하하하…!”
태석의 말에 혜연은 정말 크게 웃었다. 태석이 무안해 하라고 웃어젖힌 것이지만, 아무 반응 없는 태석이 때문에 오히려 혜연이 더 무안해져 버렸다.
“흠흠….”
“여기는 택시 잘 안 잡히는데 우리 위로 더 올라가요.”
“나 혼자 갈 테니까 너는 집에 들어가 부모님이 뭐라고 안 해?”
“집에 안계세요.”
“왜?”
“항상 바쁘니까요.”
“흐음….”
혜연은 먼저 걸어가기 시작하는 태석을 따라 걸어갔다. 반팔만 입은 채로 걸어가는 태석의 뒷모습을 보고 감기라도 걸릴까봐 걱정이 된 혜연이 태석에게 다가가려고 빠르게 걷다가 그만…,
“엄마야!”
접지를 뻔 하고 말았다. 치마를 입고서 큰 걸음을 걷고 있는 태석을 따라 잡을 수 없었던 것이다. 다행히 심하게 접질리지는 않았지만 발목이 약간 꺾였던 탓에 발목이 아픈 혜연은 그 자리에 쭈그리고 앉아서 발목을 주무르고 있었다.
“뭐해요?”
“아… 나 야맹증(夜盲症)이 좀 심해서…, 저기…, 이거 너 주려고….”
태석에게 남방을 내미는 혜연, 다른 한손으로는 계속 발목을 주무르고 있었다.
“삐었어요?”
“아니 삔건 아니고, 발목이 약간 꺾였어.”
“못 걷겠어요?”
“아니, 그 정도는 아니야, 괜찮아 가자.”
심하지는 않은 모양인지 몸을 일으키며 다시 걷기 시작했다. 먼저 걸어가는 혜연을 뒤따라가 그녀에게 다시 남방을 걸쳐주고 손을 잡는 태석.
“뭐, 뭐야? 이거 너 입어. 그리고 손은…, 왜, 왜 잡아?”
“야맹증(夜盲症) 있다면서요. 또 발목 삐끗하지 말고 그냥 내 손 잡아요.”
“내…, 내가 애들이니! 또 삐끗하게?”
“손도 쪼그맣고…, 진짜 애 맞네….”
“그거야 네가 나보다 훨씬 더 커서 그런 거지!”
“쿡… 자, 가요.”
태석의 손에 잡힌 채 혜연은 말없이 걷기만 했다. 성진이 아닌 다른 남자와 이렇게 손잡고 걷는 게 처음이었다. 그래서 지금 이 손을 빼야 하는 건지, 이대로 잡고 가야 하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지금 이렇게 잡은 태석의 손을 놓고 싶지가 않았다.
“태석이 너… 손…, 아주 따뜻하네. 헤헤.”
“원래 손은 좀 따뜻해요, 그런데 선생님 손은 차갑네요.”
“응 난 원래 손, 발이 좀 차가운 편이거든, 손이 따뜻하면 마음이 차갑데, 근데 넌 손이 따뜻하네?”
혜연이 태석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혜연의 말에 태석이 앞만 쳐다보며 대답했다.
“어쩌면 맞는 말일지도 모르네요.”
“응? 그럼 넌 스스로 인정하는 거야? 네가 싸가지 없다는 걸? 앗! 싸가지는 아니고…”
“맞아요, 저 싸가지가 좀 없죠, 안 그래요?”
“아니, 내 말은, 그러니까…, 아휴….”
“저도 인정해요, 저 그렇게 따뜻한 놈 아니니까요.”
‘손은 이렇게 따뜻한데…,’
혜연은 태석의 손을 내려다보며 생각했다. 내 손을 아무렇지 않게 잡는 것처럼 다른 여자 손도 이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잡겠지? 너한테 이런 스킨십은 아무 의미도 없는 거겠지…. 난 성진이 말고 다른 남자와 손을 잡는 다는 것 자체로도 이렇게 심각하게 고민에 빠지는데….
“저기…, 택시 오네요.”
“아… 응, 그래 잡아야겠다.”
태석이 택시를 향해 팔을 흔들자 택시가 그들 앞에 섰다. 택시 문을 열어주는 친절함을 보이는 태석,
“나 안타도 되죠?”
“으응…, 아…, 응?”
“불안해요? 밤에 택시타서? 그럼 같이 탈까요?”
“아니야…, 돼, 됐어! 너도 집에 들어가야지!”
“걱정 말아요. 내가 차번호 외울 테니까, 월요일에 선생님 안 보이면 신고할게요.”
“풋…!”
“얼른 타요, 아저씨 화내겠다.”
밤에 혼자 택시 타는 걸 무서워한다고 생각했나 보다. 지금 혜연은 택시를 혼자 타고 가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태석을 보면 물어보고 싶었던 걸 물어봐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 중이었다. 언제 또 이렇게 둘만의 시간(?)이 생길지 몰랐고, 학교에서 따로 불러내서 물어보기에는 좀 민망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녀는 용기를 내서 물어보았다.
“지난번에 양호실에서 갑자기 왜 키스 한 거야?”
택시를 탈줄 알았던 그녀가 갑자기 쌩뚱 맞은 질문을 하자 태석은 다시 택시 문을 닫더니 택시 기사에게 죄송하다고 사과를 하고 택시를 보내버렸다.
“집에 안가도 되요?”
“넌 키스정도는 아무렇지 않겠지만, 난 남자친구도 있고, 또 그렇게 갑자기 당해서, 솔직히 지금도 많이 혼란스럽거든….”
“하고 싶어서 했어요.”
“단지 그게 전부야?”
“네, 그때 머릿속에 선생님하고 키스하고 싶다, 이 생각 밖에 없었거든요.”
“다른…, 뜻은 정말…, 없는 거지?”
“다른 뜻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아무 뜻이 없었다는 태석의 대답에 안심하기 보다는 자신이 원했던 답을 듣지 못한 것 같아 조금 실망스러웠다. 적어도 “선생님이 좋아서요.” 라는 말은 기대했었다. 물론 성진이 있기는 하지만 이런 식으로 아무 의미 없는 키스를 한 기분은 정말 더럽기 때문이었다. 하고 싶어서 했다는 말은 혜연을 여자로서가 아닌 자신의 욕망(慾望)을 충족을 만족시키기 위한 수단에 불과했다는 뜻으로 밖에 혜연은 생각되지 않았다. 그래서 요 며칠 동안 혼자 그 키스의 의미에 대해 고민하고 혼란스러워 했던 자신이 한심스러웠다. 태석에게 있어서 키스의 의미는 단지 욕구충족(慾求充足)이었을 뿐이었을 텐데 말이다.
“아니…, 난 남자친구가 있으니까, 다른 남자랑 키스했다는 게 계속 맘에 걸려서….”
“남자 친구 있으면 다른 남자랑 키스 못한다는 법도 있어요?”
“법 같은 건 없지만, 당연한 거 아니야? 사랑하는 사람이 있는데 어떻게 다른 남자랑….”
“하면 하는 거지, 택시 온다, 이번엔 진짜로 타야 되요.”
“아… 응, 그래.”
너무 개방적인 태석의 사고에 할 말을 잃은 혜연, ‘하면 하는 거지’라고 쉽게 말하는 태석에게 뭐라고 하려던 찰나에 택시가 오자 혜연은 이번 택시는 꼭 타야 했기 때문에 하려던 말을 삼키고 택시에 올랐다.
“번호 외웠으니까 걱정 말고 가세요. 월요일 날 봐요.”
“저기 옷 가져가!”
“됐어요. 잘 가요, 잘 자구요.”
문을 닫아주는 태석에게 남방을 벗어주려 했지만 태석의 더 빨랐기 때문에 건네주지 못한 채로 집으로 가야만 했다. 저렇게 입고 가면 감기 걸릴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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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에 취해버린 세민에게 이성(理性)따위는 이미 남아 있을 리가 없었다. 희정이 한 마리 여우처럼 자신을 유혹해 오는데 그걸 못 본 척 넘겨버릴 만큼 그의 인내력(忍耐力)은 강하지 못했다. 역시 술 취한 사람은 유혹하기 쉬운 것인가?
“하아….”
침대 밑으로 그들의 옷들이 하나씩 떨어질 때마다 그들의 움직임은 격해졌고 방안을 채우는 신음소리 또한 진해져 갔다. 지금 세민의 머릿속에는 오직 그녀를 탐하고 싶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자신의 손길에 반응해 오는 그녀를 보면서 이미 이성(理性)을 잃어버린 그는 그녀와 무슨 관계인지 잊어버린 듯싶다. 이래서 남자들은 다 똑같다고 말하는 건가 보다. 세민도 교생이기 전에 남자였던 것이다. 그래서인지 점점 쾌락(快樂)의 늪으로 빠져가고 있는 두 사람의 애무는 멈출 줄을 몰랐다.
“하아… 이제 제 보지에 넣으세요.”
“하… 벌써? 그래도 되겠어?”
“괜찮아요, 하아… 하….”
그녀의 보지 속으로 자신의 자지를 밀어 넣고 싶은걸 벌써부터 참고 있었던 세민은 희정의 말에 조심스럽게 자신의 발기(勃起)되어 있는 자지를 조심스럽게 희정의 보지 속으로 밀어 넣었다. 그의 자지를 받아들인 그녀의 보지와 그녀의 허리가 유연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살과 살이 부딪히는 소리와 그들의 행위를 감당하지 못하는 침대의 ‘삐걱삐걱’, ‘덜컹덜컹’거리는 소리가 온 방안을 울리고 있었다.
잠시 후 희정은 세민을 눕혀 놓고 그의 위로 자신이 올라가서 앉았다. 그리고는 다시 자신의 보지를 그의 자지 위에 내려놓았다.
“하….”
“하아…, 하아…, 후….”
절정(絶頂)을 향해 달려가던 희정과 세민은 이제 곧 세민 자신이 사정(射精)을 할 것이란 사실을 느끼면서 다시 희정을 눕힌 후 그녀의 보지 위에 있는 힘껏 푸싱을 해댔고 이어서 온 몸을 떨던 세민은 절정을 맛봄과 동시에 신음을 내지르면서 희정의 보지 속에 자신의 정액(精液)을 뿌려대었다. 그리고는 희정의 몸 위에 자신의 몸을 눕히고 있던 세민은 한참이 지나서야 뒤엉켜 있던 몸을 풀고 침대에 나란히 누워 천장을 말없이 바라봤다.
‘대체… 내가 무슨 짓을 한 걸까… 학생한테, 진짜 미쳤나 보다. 유 세민, 여자를 안은 지 오래됐다고 해서 어떻게…, 아아… 제기랄….’
하지만 이제 와서 후회한다고 뭐가 달라지겠는가? 희정이 먼저 유혹했다고 해도 자신은 앞으로 선생님이 될 사람인데 학생의 유혹에 넘어가 일을 치렀다고 한들 누구 하나 세민의 편을 들어줄 사람은 아마도 없을 것이다.
“쌤….”
“…응?”
“책임지라는 말, 저랑 결혼하자는 말 그런 말 안 할 테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저도 원해서 한 거고 저도 좋았으니 너무 신경 쓰지 마세요.”
세민은 ‘날 책임져!’ 라는 뜻으로 밖에 안 들렸다. 성인과 청소년이 맺은 성관계인데 만약 희정이 경찰서에 신고한다고 해도 뭐라고 할 말이 없으니…,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한단 말인가. 희정의 말대로 정말 입을 ‘꽈~악’ 다물어 버린다면 세민은 두고두고 후회 할 것이다. 그렇다면 책임을 진다면? 그럼 어떤 범위 내에서 어떻게 책임을 져야 한다는 걸까? 결혼? 희정은 어린 나이기 때문에 결혼은 너무 오버고 그렇다면 결혼을 전제로 한 교제? 흠… 교제는 좀 생각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저 씻을게요.”
“으응….”
‘후후… 유 세민 넌 이제 나한테 딱 잡혔어! 오호호호….’
희정의 꿍꿍이를 알리가 없는 세민은 혼자 진지하게 밤새도록 고민에 빠져 잠을 잘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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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태석이 주소 좀 가르쳐 주시겠어요?”
“그렇게 걱정돼? 벌써 애들하고 정이 많이 들었나 보네.”
감기 몸살 때문에 결석하게 된 태석이 하루 종일 걱정이 되었던 혜연은 집으로 퇴근해 가는 길에 한 번 들러봐야 되겠다는 생각에 태석의 주소를 메모지에 적었다. 그리고 핸드백에 넣고 태석의 옷을 담은 쇼핑백을 들고 교무실에서 막 나가려고 하는데,
“저기, 장 선생님!”
유 세민 교생이 혜연의 팔을 붙잡았다.
“네?”
“시간 있으세요?”
“네?”
데이트 신청을 할 리는 없고,
“그럼 내일 시간 좀 내주세요! 좀… 중요한 상의할 게 있어서요.”
“아…, 네….”
불쌍한 눈으로 말하는 세민이 좀 이상해 보였지만 내일 얘기하기로 했으니 혜연은 서둘러 태석의 집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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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여기는 어떻게….”
“옷도 줘야 되고, 감기 걸린 게 걱정 되서….”
“우선 들어오세요.”
정말 심하게 감기에 걸린 건지 목소리도 가라앉고, 안색도 안 좋아 보였다. 우선 들어오라는 태석의 말에 그의 집으로 들어가는 혜연, 누구나 처음 들어가는 집을 두리번거리듯 혜연도 집으로 들어서자 두리번거린다.
“부모님은?”
“안계세요.”
“그럼 혼자 있었어?”
“네, 두 분 다 워낙 바쁘시니까, 뭐, 한두 번도 아니고….”
“약은? 죽은?”
“그냥 잠만 계속 잤어요.”
태석은 아무렇지 않게 말하고 있었지만 태석의 말들을 들은 혜연의 표정은 점점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었다. 아픈 사람이 약도 안 먹고 죽도 안 먹고 잠만 잤다니…,그런 식으로 하면 감기가 낫기는커녕 더 악화(惡化)가 될지도 모른다. 혜연의 집은 가족 중 누가 감기가 걸린다면 엄마가 죽도 끓여주고 나을 때까지 약도 챙겨주는데…, 태석의 집은…, 부모님이 집에라도 있으면 다행이지.
“이럴 줄 알았으면 죽하고 약 사올 껄 그랬네.”
“됐어요. 그냥 놔두면 알아서 나아요.”
“안 돼! 약 먹고 병원도 가야돼! 지금 병원가기에는 늦었으니까 약국 가서 약이라도 사올게!”
“괜찮다니까요.”
“어디보자… 열이….”
혜연은 태석의 이마에 손을 올리고 열을 나름대로 재보겠다고 하는데 자신의 손이 차갑지 않아서 알 수가 없는지 다른 한 손으로 자신의 이마에 얹었다.
“선생님 손이 더 뜨거운 것 같은데요.”
“아…, 아니야! 흠… 아무튼 내가 약 사가지고 올게 증상(症狀)을 말해봐.”
“심장이 미친 듯이 뛰고, 제멋대로 두근두근 거려요.”
“심장? 그건 병원 가봐야 되는 거 아니야?”
“선생님을 보면 나타나는 증상인데 치료약이 뭘까요?”
“?”
사랑에 빠졌을 때 나타나는 증상인데, 그 증상이 혜연을 보고 나타난다 하면…, 한참 후에야 태석의 말뜻을 이해한 혜연의 눈이 커졌다.
“진짜로 마, 많이 아픈가 보구나, 헛소리까지 하는 것 보면, 약 사올게.”
우선 이 자리를 피하고 봐야겠다고 생각한 혜연이 약을 사러간다고 거실에서 현관문 쪽으로 나가려 하자 태석이 재빨리 그녀의 팔을 붙잡아 도망가지 못하게 했다. 이제 태석의 행동 하나 하나에 두근두근 거리는 혜연, 멋있는 영계에게 고백을 받아서 두근거리는 것인지… 아니면 혜연 또한 태석에게 맘이 있어서 그런 건지는 알 수 없다.
“남자 친구 많이 사랑하세요?”
“다, 당연한 걸 왜 물어?”
“헤어지고 나한테 와요.”
“뭐, 뭐라고?”
“그럼 나랑 바람피울래요? 그건 싫잖아요.”
“야…, 야! 내가 너랑 왜 바람을 펴! 너 좋아하지도 않는데….”
“관심은 있잖아요.”
“아니야!”
“키스할 때 느꼈잖아요.”
“내가 뭘 느껴!”
‘장 혜연. 시치미 뗄 걸 때라, 짜릿하다고 느꼈으면서….’
“아무것도 못 느꼈다 이거죠?”
“얘가…, 날 뭘로 보고…!”
“좋아요, 그럼 다시 한 번 해봐요, 선생님이 아무것도 못 느꼈다고 말한다면 내가 ‘쿠…울’하게 물러날 테니까….”
“뭐, 뭐라고? 너, 너….”
‘너 미쳤어!’ 라고 말하려고 했는데 자신의 말만 끝마친 태석이 바로 혜연의 입술을 덮쳐버렸고, 혜연은 맘속으로 혼자 외치고 있었다. 태석과의 두 번째 키스는 처음과는 많이 달랐다. 소프트 아이스크림처럼 부드러운 그의 키스는 혜연의 온몸에 짜릿함을 주고 있었다.
“으음….”
혜연은 발뒤꿈치를 있는 대로 들고서 태석의 키스를 받아들이고 있었고 태석은 한 손을 뒤로 해서 혜연의 히프 쪽으로 손을 내리면서 히프를 애무하기 시작했고 다른 한 손은 혜연의 목 뒤로 해서 그녀의 얼굴을 받치면서 더욱 깊은 키스를 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태석은 혜연을 번쩍 들어 안았고 혜연은 자신의 몸이 ‘부웅…’하고 들어 올려지자 신음을 내지르면서 태석의 목 뒤를 붙잡았다. 혜연의 입 속으로 태석은 혀를 집어넣고 그녀의 혀를 살살 달랬고 오히려 그녀의 혀를 끄집어내면서 반응이 오는 혜연을 태석은 소파위에 눕히고 그녀의 위에 살포시 자신의 몸을 얹었다. 그와 달콤한 키스에 완전히 빠져버린 그녀는 지금이 자신이 얼마나 위험한 상황인지 모른 채 말로는 뭘 느꼈냐고 큰소리 쳐놓고서는 지금 온 몸으로 그를 느끼고 있으면서, 혜연도 내숭 10단이었던 걸까…,
“흐응….”
들뜬 혜연의 신음소리에 태석은 혜연의 트렌치코트를 벗겨 내고 그녀의 옷 속으로 손을 집어넣었다.
“!”
자신의 가슴을 만지는 태석의 손에 깜짝 놀란 혜연의 눈을 뜨고 태석을 바라봤지만 이미 불붙은 태석의 눈에 혜연의 표정이 들어올 리가 없었다. 아예 옷을 벗겨 낼 작정인지 혜연의 옷을 가슴 위까지 걷어 올리자 혜연은 당황해 하며 그의 손을 잡아 저지했다.
“저, 저기….”
하지만, 태석의 힘이 더 셌다. 혜연의 저항은 태석에게는 이미 미미할 정도로 느껴져 왔고 자신의 한 손으로 혜연의 두 손을 머리 위로 올려서 잡아 버리고 그녀의 옷을 벗기려 했지만 그녀의 상의가 반팔 목 폴라 티였기 때문에 벗기기가 힘들었다. 그는 어쩔 수 없이 당황한 표정으로 자신을 올려다보는 혜연의 입술을 한 번 빨아들인 뒤 그녀의 목에 얼굴을 파묻었다.
‘이 놈의 목 폴라 티! 정말 여러 가지 한다. 키스마크 남기려 했건만 떡 하니 그녀의 목을 감춰놓고 드러내줄 생각을 안 하고 있으니!’
가뜩이나 태석 자신의 몸 상태도 안 좋아서 안 그래도 짜증나는데 그녀의 옷 때문에 더욱 짜증이 나고 있었다.
“우리…, 그냥 벗죠.”
“미, 미쳤어! 그, 그만해!”
태석이 하던 행동을 잠깐 멈춘 틈을 타 혜연은 태석에게서 떨어지려고 몸을 움직였지만, 오히려 그것이 태석과 더욱 밀착(密着)되어 버리는 결과를 낳아버렸다.
“사람 흥분 시켜놓고 내빼는 게 취미예요?”
“저, 저기…, 나 남자친구도 있고….”
“내 앞에서 남자친구란 말 한 번만 더 꺼내 봐요.”
“남자친구?”
“그럴 때 마다 난 선생님께 잘했다고 키스를 선물 할 테니까.”
또 밀고 들어오는 태석의 혀를 꼼짝 못하고 받아들이는 혜연,
‘아… 정말 이대로 당하기만 해야 하는 것인가.’
태석은 짧게 키스한 뒤 그녀의 목에 키스마크를 남기기 위해 그녀의 옷을 벗기려 다시 시도 했지만 혜연은 절대로 안 된다는 듯 버티자 하는 수 없이 목 폴라 티의 목 부분을 ‘확…’ 내려버리고, 드러난 그녀의 하얀 목에 입을 맞추었다.
“아앗!”
그녀의 여린 목살을 잘근 잘근 깨무는 태석, 희정과의 내기에서 지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그는 누가 봐도 이건 확실한 키스마크라고 알아 챌 정도로 찐하게 남기고 있었다.
“아… 감기가 옮으려나….”
“바보! 안 옮아.”
“아… 그렇구나! 아쉽다.”
“나쁜 자식! 너 진짜 못됐어! 나 갈 거야!”
다행히도 태석은 더 이상의 진도는 나가지 않았다. 하지만 태석은 현재 그 상태로도 만족스러워 했다. 혜연이 자신에게 확실히 걸려들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아… 그리고요.”
마룻바닥에 떨어져 있는 트렌치코트를 주워서 입는 혜연에게 태석이 짓궂은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가슴…, 좀 키우셔야 겠어요, 난 너무 작은 건 싫던데….”
“이…, 벼, 변태!”
혜연은 팔로 자신의 가슴을 엑스(X)자로 가리며 태석을 노려봤다.
‘이미 다 봤는데…, 왜 가리는 건지…,’
“내일은 학교 나올 거지?”
“나가야죠.”
“그래. 그럼 나 갈께.”
“네.”
혜연이 구두를 신으면서 말하자 태석도 소파에서 일어나 그녀를 따라 슬리퍼를 신었다.
“아픈데 나오지 마.”
“누가 나간 데요? 문 잠그려고요.”
“….”
할 말을 잃은 혜연…. 태석의 말에 잠시 굳어 있다가 헛기침을 한번 한 뒤 문을 열기 위해 문고리에 손을 얹었다. 그녀의 손에 자신의 손을 얹으며 말하는 태석.
“오늘…, 고마웠어요, 나 같은 놈 걱정해 줘서….”
왠지 모르게 쓸쓸함이 묻어나는 태석의 목소리에 혜연은 고개를 들어 그를 올려 봤다. 그러자 자신을 내려다보며 ‘씨익…’ 웃는 태석이 눈에 들어오자 혜연은 잘 익은 토마토처럼 얼굴이 시뻘게져서는 문을 열고 나와 버렸다.
“잘 가요.”
그의 인사에 대꾸도 안하고 그녀는 뒤도 안 돌아보고 뛰었다.
‘미쳤어! 미쳤어! 미쳤어! 장 혜연, 다섯 살이나 어린 동생 같은 애한테 두근거리기나 하고, 창피하게 얼굴이나 벌게지고, 으아아악! 진짜 나 미쳤나봐. 어떻게, 성진이 말고 다른 남자가 눈에 들어올 수 있는 거냐고…, 이러다 진짜 바람나는 거 아니야? 으악… 난 몰라.’
아무래도 혜연 자신은 강 태석의 덫에 단단히 걸려 버린 것 같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05부에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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