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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내가 만드는 이야기

나쁜 남자 & 나쁜 여자 - (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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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남자 & 나쁜 여자  -  (03)


 



 


‘똑똑~’


 


“들어와.”


 


경연은 간단한 저녁상을 가지고 혜연의 방에 들어갔다.


 


“고 3인 내가 네 수발이나 들어야겠냐?”


“헤헤! 역시 너 밖에 없어!”


 


혜연은 엄마와 함께 저녁을 먹을 수 없었기 때문에 굶고 있었는데 착한 경연이 저녁을 가져 오자 헤벌쭉 웃으며 밥을 먹기 시작했다.


 


“어디서 잤냐? 다 큰 계집애가 아무데서나 자면 안 된다, 어? 야! 내 말 좀 들어!”


“으응, 듣고 있어.”


“남자랑 잤어?”


“케케켁!”


“그래, 남자랑 잘 수도 있지, 네 나이가 몇 개인데, 그럼… 너 바람났냐? 그러면…, 성진이 형은?”


“쿨럭….”


“와~ 장 혜연 그렇게 안 봤는데 바람도 피고, 야! 너 능력 좋다? 성진이 형 말고 널 좋아해 주는 사람이 이 세상에 또 있단 말이지!”


“그런 거 아니야!”


 


물을 한 컵 들이마시고 혜연이 소리를 지르며 아니라고 부정했다. 강한 부정은…, 긍정이라고 하던데…,


 


“아니면 아닌 거지, 으이~휴, 정말 내가 너 때문에 이게 뭔 고생이냐? 나 이제 공부하러 갈란다.”


“야! 잠깐만! 나 물어볼 거 있어!”


“뭔데? 빨리 말해 나 공부해야 돼.”


“사귀지도 않는데. 그러니까…, 사귀는 사이도 아닌데, 그, 그러니까….”


“아이~씨, 뭐!”


“키, 키스 할 수 있어?”


“하면 하는 거지, 못할 껀 뭐냐, 다 먹고 네가 치워라.”


 


어렵게 말을 꺼낸 혜연에게 허무한 대답을 해주고 나가려 하는 경연을 또 붙잡는 혜연.


 


“그럼!”


“또 뭐!”


“사귀지 않는데, 키스…를 왜 해?”


“맘에 들었나 보지!”


“그럼….”


“아씨~ 뭐!”


“넌 만약에, 네 여자 친구가 다른 남자하고 키스를 했다면, 아니지! 키스를 당했다면 어떻게 할 거야?”


“누구랑 키스했어? 어떤 새끼가 너한테 집적거리냐?”


“아, 아니야! 넌 어떻게 할 거 같아? 응? 화나겠지?”


“화가 나는 게 아니라 돌아버리지, 자기 여자가 다른 새끼랑 키스했는데 멀쩡한 남자가 어딨냐? 당연히 그 새끼 잡아서 반 죽여 놔야지, 그럼 나간다.”


 


‘그럼, 정말 내가 맘에 들어서 그랬던 걸까, 본지 며칠 지나지도 않았는데, 아니지! 그게 문제가 아니지! 학생이 날 좋아한다니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지! 대체, 키스는 왜 한 걸까,’


 


혜연은 숟가락을 입에 물고서는 한참 고민을 하다가,


 


‘에이~ 몰라! 머리만 아프다!’


 


라고 중얼거린 뒤 다시 밥을 먹고는 양치 후 그대로 잠들어버렸다. 하지만 양호실에서의 그 키스는 혜연에게는 단지 시작에 불과한 사건이었다는 사실을 혜연은 절대로 몰랐을 것이다.


 


4. Saturday Night Fever(토요일 밤의 열기)


 


오늘은 교생 실습을 시작한 지 한 주일이 끝나고 혜연이 기다리고 기다리던 토요일이다. 월, 화, 수, 목, 금요일이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모를 정도로 교생 실습에 적응하느라 바쁜 시간을 보냈다. 태석과는 다행히도 그 후로는 별일 없이 조용히 보냈다. 조용히 보낼 수 있었던 이유는 혜연이 태석을 열심히 피해 다녔기 때문이었다. 태석과 부딪쳐봤자 좋은 일 하나 없었고, 또 혜연은 태석이…, 좀 무서운 아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가까이 하고 싶지 않았다.


 


“저…, 장 선생님!”


“네?”


 


혜연은 집에 가려고 준비 하고 있는데 영어 교생선생님인 유 세민이 그녀를 불렀다. 남자 교생선생님 중 가장 잘생기고 성격도 좋아 1주일 만에 2학년 여학생들뿐 아니라 전교 여학생들이 그를 알 정도로 유명인이 되어 있었다.


 


“저기…, 선생님 반에 최 희정이라는 학생 있죠?”


“희정이요? 네 왜요?”


“…, 그 아이…, 대체 어떤 아이입니까?”


“희정이…, 음 착하고 예쁘고 제가 보기에는 그런데 왜요? 희정이랑 무슨 일 있으세요?”


“아…, 그렇군요…, 무슨 일은요. 하하…, 아, 아무 일도 아닙니다. 하하…, 그럼 월요일에 봐요.”


“네….”


 


혜연은 세민이 왜 희정에 대해서 물어보는지 알 수 없었다. 희정이 워낙 예쁘다보니 세민도 희정을 아나보다, 라고 생각하고 서둘러 친구들을 만나기로 한 ‘Moon River’로 갔다. “토요일 밤을 뜨겁게 불태우자!” 라는 다혜의 목소리를 들은 탓에 가기 싫었지만 가야 했다.


 


“아우! 오늘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진’을 볼 수 있는 날이야!”


 


조금 일찍 도착한 혜연, 그녀보다 먼저 도착해 있던 다혜가 혜연을 보고 방방 뛰며 말했다. ‘진’이라는 말에 좀 뜨끔 했지만, 자기가 다니는 학교 그것도 담당 반 학생이라고 말하면 소개 시켜 달라고 귀찮게 할 걸 알았기 때문에 혜연은 태석에 대해서는 앞으로도 입 꾹 다물 생각이었다.


 


미영과 명선이 오자 넷은 ‘Moon River’로 들어갔다. 토요일 밤이라서 그런지 손님들이 많이 있었다. 물론 대부분이 여자 손님이었지만…, 혜연과 친구들을 기억력 좋은 ‘진’은 기억하고 있었는지,


 


“지난 월요일에 오셨던 분들이죠?”


 


라고 말을 건네며 친절하게 자리를 안내해주었다. 혜연은 들어서자마자 태석이 있나 없나 부터 확인했다. 다행히도 오늘은 쉬는 날인건지 아직 출근을 안 한 건지 보이지 않았다.


 


“주문하시겠어요?”


 


혜연은 태석이 아닌 것 같아 누군가 하고 올려다봤더니 ‘영’이라는 이름표를 차고 있는 남자였다. 태석 보다 나이가 조금 많아 보이는 그래봤자 20살에서 21살 정도로 보이는 그 남자는 차가운 인상의 태석과는 달리 아주 부드러운 인상을 가지고 있는 미.소.년 이었다. ‘영’을 본 다혜는 ‘진’이 없다고 징징 댈 때는 언제고, 또 하나의 월척을 낚은 거 마냥 입이 찢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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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하하! 완전 씨바스러웠잖아, 막 진도가 나가려고 하는데 동생이 문을 벌컥 열잖아!”


 


어느 정도 술이 들어간 그녀들은 지금 남녀 간의 진도에 관한 얘기를 하고 있었다. 그 중 제일 화끈한 미영이 현재 사귀고 있는 남자 친구와 지난번 있었던 일들을 친구들에게 얘기 하는 중이었다.


 


“그래서? 어떻게 했어?”


 


명선이 호기심 가득 찬 눈으로 미영을 바라보며 물었다.


 


“뭘 어떻게! 걔 동생이 8살이야! 바로 벌떡 일어나서 동생 내쫓았지.”


“그래서 다시 시작했어?”


 


이번엔 다혜가 물었다.


 


“야! 으휴~ 너네는 안 해 봐서 모르겠지만! 꼴렸던 게 다 죽어버렸는데 뭘 다시 시작해! 니미럴!”


 


미영의 말에 모두다 낄낄 대고 웃었다.


 


“장 혜연! 너도 해봤지?”


“뭘?”


“남자들 군대 가기 전에 여자 친구랑 다 하고 간다던데 너넨 안했냐?”


“야, 야! 성진이가 그런 짐승들하고 똑같은 줄 아니!”


“짐승이 아닌 남자가 이상한거지, 흥!”


 


넷 중에 유일하게 섹스를 해 본 사람은 미영뿐이었다. 미영은 워낙 개방적인 성격이기 때문에 ‘꼴리면 하는 거지!’라고 당당하게 친구들에게 말해 왔었다. 그렇다고 아무하고나 잠자리를 하는 건 아니었고, 사랑이 전제되어 있을 경우에만 잠자리를 같이 했다. 다혜와 명선은 아쉽게도 현재 남자친구가 없었고, 혜연은 당연히 성진과 해봤을 리가 없었다. 성진과의 섹스라, 여기까지만 생각해도 얼굴이 시뻘게지는데, 정말 하게 된다면, ‘으아아~ 난 몰라~’라고 말하면서 빨개진 얼굴을 손으로 감싸고 고개를 도리도리 흔드는 그녀, 그녀의 친구들은 가끔씩 저러는 그녀를 봐왔기 때문에 그냥 그러려니 하고 술을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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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나 피해요?”


“엄마야!”


“엄마는 그만 찾아요. 다 커서 엄마는 왜 찾아….”


“여기 여자 화장실이야!”


 


화장실에 볼 일 보고 나온 혜연은 태석이 담배를 피며 자신을 째리면서 내려다보자 화들짝 놀라며 한 발짝 뒤로 물러섰다.


 


“오늘은 안 취했나 보네, 저번에는 맥주 세 잔에 취해서 몸도 못 가누더니….”


“내가 맥주 세 잔 먹고 취한 건 어떻게 알았어?”


“봤으니까 알죠, 눈은 폼으로 달렸나….”


“흐음~ 아무튼 난 친구들이 기다려서 가봐야겠어.”


 


자신의 앞을 막고 서 있는 태석을 피해 화장실에서 나가려 하자 태석이 문 앞을 막더니 문을 잠궈 버린다.


 


“왜, 왜 그래?”


“내가 잡아먹어요? 왜 나만 보면 도망가는데요?”


“내가 어, 언제?”


“언제? 점심시간에 반 애들이랑 잘 놀다가 내가 나타나면 사라지던데요?”


“그…, 그건 볼일이 있어서 그런 거야.”


“내가 이 말을 믿어줘야 돼, 말아야 돼….”


“미, 믿어야지! 내가 왜 거짓말 하니!”


 


태석의 표정이 시큰둥 하자 혜연은 그의 눈길을 피해 바닥만 바라보고 있었다. 빨리 나가고 싶은 혜연의 맘을 알리가 없는 태석은 그녀를 내보내주지 않았다. 혜연은 제발 지금 이 순간 아무라도 와서 문을 ‘똑똑~’ 두드렸으면 했다. 그러나 ‘머피의 법칙’이 활동을 시작했는지 아무도 노크를 하지 않았다. 태석은 다 핀 담배를 바닥에 던져 발로 비벼 끄면서 말했다.


 


“집에 언제 가요?”


“조금 이따가…, 왜?”


“그럼 기다려요, 나도 곧 있으면 퇴근이니까.”


“내가 널 왜 기다려?”


“집에 모셔다 드릴 게요.”


“네가 날 왜 집에 데려다 주는데? 나 혼자 갈 수 있어…, 말 끝났으면 나 나가도 되지?”


“아씨~ 기다리라면 기다리라니까요.”


“됐어, 나 혼자 갈 수 있어….”


“2시에 끝나니까 기다려요.”


 


항상 자기 말만 하고 사라지는 태석을 이번에는 혜연이 붙잡았다. 자신을 돌아보는 태석을 보고 혜연은 하려던 말을 도로 삼켰다.


 


“너 기다리는 시간동안 나가서 택시타면 집에 가고도 남아….”


 


라고 말하려다 자신을 충분히 때리고도 남을 그런 눈빛 - 지난번에 그 덩치 큰 아저씨에게 대했던 태석의 눈을 보고는 - 을 보고는 참아 버렸다.


 


“그, 그래, 그럼 밖에서 기다릴게….”


 


혜연은 2차를 가자는 친구들에게 빌고 빌어서 간신히 빠져 나올 수 있었다. 맘 같아서는 택시 잡아서 집에 가버리고 싶지만, 기다린다고 말을 했으니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밖에서 기다리고 있으니 몸이 ‘으슬으슬’ 떨리는 것이 빨리 태석이 나왔으면 하는 생각까지 하게 만들었다.


 


“가요.”


“엄맛…! 깜짝이야!”


 


태석이 빨리 나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정말로 뒤에서 태석의 목소리가 들리자 혜연이 소스라치게 놀란다.


 


“뭘 또 깜짝 놀라고 그래요?”


“갑자기 뒤에서 나타나면 어떻게 해!”


“그러면 나 지금 나타납니다, 이렇게 예고라도 해요?”


“어휴… 정말 놀랬잖아….”


“갑시다.”


“저기, 나 택시타고 가면 되는데,….”


“뭘 택시 타요? 저기 오토바이 있는데….”


“엉?”


 


혜연의 생각은 이러했다. 집에 가려면 택시를 타야하니까,


 


“택시는 안전하니까 네가 탈 필요는 없을 것 같애.”


 


라고 말하고, 혼자 타고 가려고 했는데, 태석이 오토바이 키를 주머니에서 꺼내 손가락으로 ‘휭휭~’ 돌리는 모습을 보니, 결국은 태석과 함께 집까지 가는 방법 밖에는 없는 것 같아 보였다. 태석이 오토바이가 있는 곳으로 가자며 앞장서서 걸어가자 혜연은 태석의 뒤를 따라 터벅터벅 걸어간다.


 


“어! 쌤!”


 


태석의 뒤를 따라 가고 있는데 많이 들어본 목소리가 혜연의 귀에 들렸다. 태석도 낯설지 않은 목소리에 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아봤다. 봤더니 유 선생과 희정이 서로 팔짱을 킨 채 서 있었다.


 


“오호호호~ 쌤~ 태석이랑 뭐하세요~오?”


 


‘그러는 너야말로 유 선생님이랑 뭐하고 있는 거니?’


 


라고 혜연은 물어보고 싶었지만, 유 선생의 당황해하는 표정에 혜연은 간단하게 물었다.


 


“여기는 어쩐 일이야? 유 선생님이랑 여기서 뭐하니?”


“에헤… 저희요? 데이트 중이예요~오….”


 


희정이 세민의 팔짱을 끼며 말했다. 희정의 말에 세민은 아니라며 손사래를 쳤다.


 


‘수상하다…, 뭔가 수상해.’


 


“쌤은 태석이랑 야심한 밤에 뭐하시는 거예요…?”


 


짓궂은 표정을 지으며 배시시 웃는 희정을 보며 혜연은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망설였다. 우연히 만났다고 해야 하나? 그런데 이 야심한 밤에 어디서 우연히 만나? 혜연은 뭐라고 답해야 할지 딱히 생각하지 못했다. 혜연이 대답을 못하고 있자, 뒤에서 가만히 지켜보고 있던 태석이 혜연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우리도 데이트 중인데?”


“어…, 어우! 어우~ 야! 뭐가 데이트야!”


 


혜연이 세민과 희정의 눈치를 보며 태석의 팔을 ‘툭툭~’때리며 아니라고 했다. 손사래 치며 강한 부정을 하는 혜연을 이상하게 쳐다보는 세민, 세민까지도 이상하게 쳐다보자 혜연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괜한 말만 더 붙였다가는 더 큰 오해를 살지도 몰랐다. 그러자 희정이 말한다.


 


“이렇게 만났는데 우리 저~기 포장마차 가요? 네? 네? 우리 더블데이트 하죠 뭐~ 히힛! 신난다….”


 


싫다는 세민과 혜연을 끌고 길 건너에 있는 포장마차로 끌고 가는 희정, 싱글벙글 웃는 희정에게 끌려 세민과 혜연, 태석은 포장마차로 가게 되었다.


 


“저…, 학생들의 탈선(脫線)을 이렇게 눈뜨고 지켜봐도 되는 걸까요?”


“그럼 어떻게 하겠습니까, 대체 이게 어떻게 돌아가는 상황인지 모르겠네요.”


“그러게 말이에요. 아휴~ 어떻게 해야 하죠? 애들하고 이렇게 포장마차엘 와도 되는 건지 모르겠어요.”


“선생님 반 아이들이잖아요.”


“그거야…, 그, 그렇죠.”


 


혜연과 세민이 귀엣말로 소곤소곤 거리자 희정은 귀엣말은 그만하라며 소주잔을 혜연에게 주었고, 희정이 준 소주잔을 얼떨결에 받은 혜연에게 희정은 혜연의 소주잔에 한가득 소주를 따라준다.


 


“원샷이예요!”


“나 소주 잘 못 먹어…, 이렇게 많이 주면, 나 한 번에 못 먹는데….”


“저의 사랑의 표현이라고 생각하시고 다 드세요!”


“아…, 응….”


 


혜연은 어쩔 수 없이 쓰디 쓴 소주를 원샷 했다. 그녀가 소주를 한 번에 마시자 희정이 골뱅이를 집어 혜연의 입에 ‘쏙~’ 넣어주었다. 희정은 혜연에게 안주를 먹여준 후, 세민에게도 소주를 따라주고 태석에게도 따라주고 자신의 빈 잔에도 직접 따르더니 건배를 외치며 혼자 들이마셨다. 이걸 시작으로 세민과 혜연이 말릴 수 없는 상황이 되어가고 있었다. 얼떨결에 태석과 희정과 술을 함께 마시고 있지만, 정말 이래서는 안 된다는 걸 혜연이 모를 리가 없었다. 하지만, 희정의 애교 있는 말과 행동에 여자인 자신도 홀딱 넘어가버려 이처럼 해서는 안 될 행동까지 하고 있으니, 세민도 어찌하겠는가! 그렇다고 계속 이렇게 함께 술을 마실 수도 없는 노릇이고…,


 


“너희는 이제 그만 먹는 게 좋을 것 같다.”


 


말없이 술을 마시고 있는 태석과 그런 태석 옆에 붙어서 종알거리며 술을 계속 먹어대는 두 사람에게 세민이 소주병을 자기 앞으로 갖다 놓으며 말했다. 희정을 따라 포장마차에 따라오기는 했지만, 계속 학생들이 술을 먹는 걸 가만히 지켜볼 수가 없었다. 아직은 교생이지만 선생님 될 사람이 학생들과 포장마차에 왔다는 것 자체로도 죄를 짓고 있는 것 같았다.


 


“너희는 이제 그만 먹고, 콜라 시켜줄 테니까 콜라 마시렴.”


 


세민은 콜라 한 병을 시켜 태석과 희정에게 따라주었다. 희정은 투덜거리며 마지못해 ‘홀짝’거리며 마셨고, 태석은 입도 안대고 있었다.


 


“쌤… 근데 태석이랑 여태껏 뭐하셨어요?”


“네가 알아서 뭐하게?”


“치이….”


 


희정의 질문에 혜연이 제대로 대답 못 할 거라는 걸 아는 태석이 쌀쌀맞게 대답했다. 태석이 대신 대답하자 정말 수상하게 생각한 세민이 진지하게 혜연에게 물었다.


 


“둘이 사귀는 사이?”


“예에?”


“아니, 저 남학생과 사귀세요?”


“유 선생님 술 취하셨어요?”


“아니요, 안 취했는데요?”


“근데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고 그러세요?”


 


태석은 세민의 말에 아무 반응도 없었고, 혜연만 씩씩댈 뿐이었다. 세민은 농담이라며 그녀의 기분을 풀어 주려 했고, 희정은 ‘킥킥!’대며 웃고 있었다. 씩씩대고 있는 혜연의 백에서 핸드폰 벨소리가 울리자 그녀는 백에서 핸드폰을 꺼내 발신자를 보니…, 집이었다. 화들짝 놀란 혜연은 목소리를 조용히 가라앉히며 전화를 받는다.


 


“어, 엄마?”


“지금 몇 시야?”


“며, 몇 시지?”


“오늘도 외박할 꺼니?”


“아, 아니요…, 지금 들어갈게요!”


“해 뜨면 들어오지 그래?”


“아, 아니야! 빨리 갈게!”


“빨리 들어와!”


 


까먹을게 따로 있지, 며칠 전에 그렇게 혼나놓고 또 집에 연락을 안 하다니…, 장 혜연 요새 정말 정신없나 보다.


 


“저기 유 선생님 저 먼저 일어날게요, 애들 일찍 들여보내세요.”


“예? 예, 예….”


“희정이 너도 빨리 들어가고….”


“넵! 쌤, 안녕히 가세요! 월요일 날 학교에서 뵈요!”


 


혜연이 일어나자 태석도 같이 일어났다. 그리고 정신없이 뛰어나가는 그녀를 뒤따라 나가는 태석.


 


“저 두 사람 정말 사귀니?”


“저야 모르죠…, 호호호!”


 


세민이 멍하니 두 사람이 나가는 걸 바라보자 희정은 그 틈을 타 소주를 자신의 잔에 따르더니 원샷 해버린다.


 


“너, 너!”


“히히! 같이 먹어요? 뭐 어때요, 선생님은 아직 교생 선생님이잖아요, 히히!”


 


자신을 너무 만만하게 보는 희정에게 따끔하게 혼내주기에는 그녀의 말처럼 자신은 아직 교생 선생님이었기 때문에 참으로 애매모호(曖昧模糊)했다. 그렇다고 이렇게 술을 같이 먹자니 희정은 비록 외모는 혜연보다 크고 더 어른스럽다고 하지만 분명한 미성년자(未成年者)였고 더욱이 술을 먹지 말라고 말해도 들을 아이도 아니었던 것은 분명했기 때문이다.


 


“쌤 얼른 드세요.”


“어? 아…, 그래.”


 


머리로는 안 된다고 생각하면서 희정이 따라주는 술을 먹는 세민은 뭐란 말인가! 혜연과 태석이 나간 뒤에도 희정과 세민은 포장마차에서 한 시간을 더 넘게 계속 술을 마시다 결국엔 세민이 먼저 필름이 끊기게 되었다.


 


“쌤! 어…? 왜 이렇게 술이 약하세요?”


“으음….”


“집 어디세요?”


“어후….”


“어휴…, 그럼 어쩔 수 없네, 저쪽 모텔로 가야겠어요.”


 


취해버린 사람은 세민은 희정에게 몸을 기댄 채 그녀의 계획대로 움직여주고 있었다.


 


(04부에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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