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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타노마키아 - 2부(29-1)


01.


 




『찰칵-!! 』




아파트 현관의 도어락이 돌아가는 소리가 들리고 있었지만 남자는 개의치않고 하던 일을 계속 하고 있었다. 차이나 음식점에서 사온 것을 전자레인지에 넣고 버튼을 누르자 지잉~ 하는 소리와 함께 전자레인지가 밝은 빛을 내며 돌아가기 시작했다.


 


『하아~ 마이클 나 지쳤어 』


 


문을 열고 들어온 여자가 벽에 한쪽 어깨를 기대며 남자를 바라보고 말했다. 검은 바지에 하얀 셔츠를 입은 여자의 목에 걸린 여성용 넥타이는 이미 풀어질대로 풀어져 길게 늘어져 있었고 금방이라도 쓰러질듯이 몸을 기대고 있는 여자의 모습과 피곤에 찌든듯한 얼굴을 보면 어딘가에서 막노동이라도 하고 온 것처럼 보이는 모습이었지만 금색의 테를 가진 안경과 가냘퍼 보이는 몸매는 지적인듯한 이미지를 주고 있었다.


 


『보시다시피 침대는 비어있어~ 』


 


『침대까지 갈 힘도 없단 말이야.. 』


 


여자의 말과 함께 띵~ 하고 전자레인지가 자신의 임무를 완수했음을 알리는 벨소리가 들려왔다. 마이클은 전자레인지에서 뎁혀진 국수를 꺼내어 여자에게 들어보이며 말했다.


 


『뭐라도 먹을래? 그럼 침대까지 갈 힘이 생기지 않을까? 』


 


『응.. 그래 그거 좋은 생각이다 』


 


여자는 마이클의 말에 웃어보이며 그 자리에서 들고 있던 핸드백을 떨어트리고 마치 뼈가 없는 연체동물처럼 흐믈흐믈한 모습으로 마이클을 향해 다가오더니 마이클의 앞에서 폴짝 뛰어올랐다. 갑작스러운 여자의 행동에 마이클은 금방 전자레인지에서 꺼내들은 국수를 손에서 놓쳐 바닥에 쏟아져버리고 말았지만 자신에게 달려드는 여자를 번쩍 안아들었다.


 


『흐응~ 맛있게 생겼다 히~ 』


 


마이클을 바라보며 마치 마이클이 음식인 것처럼 맛있어 보인다는 말에 마이클은 한숨을 내쉬는듯한 모습으로 말했다.


 


『이봐 린.. 내가 말한건 그게 아닌데 말이야..? 』


 


『이봐 마이클.. 내가 말한건 그게 맞는데 말이야..? 』


 


마이클의 말을 따라하듯이 귀엽게 말하는 린의 모습에 마이클은 결국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그런데 침대까지 갈 힘도 없다고하지 않았어? 』


 


『응!! 하지만 지금 날 안고 있는 맛있어 보이는 이 남자가 날 침대까지 데려다 줄거라고 확신하고 있어!! 』


 


『네~ 네~ 어련하시겠어요? 』


 


린을 안아들은 마이클이 어쩔 수 없다는듯이 침대로 향했다. 침대에 린을 눕히자마자 린은 기다렸다는듯이 마이클에게 키스를 하기 시작했다. 무엇이 그리 급한지 키스를 하면서 마이클의 상의 단추를 풀어내는 린에게 전염이라도 된듯이 마이클도 성급한 모습으로 린의 셔츠의 단추를 풀며 서로의 옷을 벗겨나가기 시작했다. 마이클의 셔츠가 그에게서 벗겨져나가자 그때까지 바삐 움직이던 린의 손이 잠시 그 움직임을 멈추었다.


 


『그..그런데 마이클 지금 괜찮은거야? 』


 


마이클은 경찰이었다. 린 역시 응급실에서 일을 하고 있는 의사로서 퇴근시간이 제대로 지켜지는 날은 손에 꼽을 수 있을정도로 적었지만 그런 린조차도 마이클 앞에서는 불평하기 어려울정도로 일만 생기면 어느 시간대가 되었던.. 집에 들어온지 얼마나 되었던.. 그렇게 불려나가곤 했었기에 혹시나싶은 린이 자기에게 할애할 수 있는 시간이 있는지 물어보고 있는 것이었다.


 


『아마.. 이 아름다운 아가씨가 식사를 마칠때까지는 괜찮을거 같은데? 』


 


린은 웃으며 답해주는 마이클을 꼭 끌어안았다. 린이 마이클을 끌어안고 있는 사이 마이클은 등뒤의 후크를 풀고 그녀의 보라색 브라를 벗겨냈다. 수줍은듯이 가슴을 가리는 린의 이마에 가벼운 입맞춤을 해주며 물었다.


 


『그런데 그렇게나 바쁜거야? 』


 


『말도 마.. 요즘 능력자들때문에 세상에나.. 오늘 자기가 집에 없었으면 내일은 아마 자기 아파트입구에 쓰러져있는 여자의 사건을 맡게 되었을지도 몰라~ 』


 


『그럼 안되지 명색이 경찰인데 말이야.. 그럼 우리 자기 피로를 체포하러 가볼까? 』


 


마이클은 린의 엄살을 능청스럽게 받아주며 린의 목에서부터 숨어있는 용의자를 찿아내듯이 린의 몸 구석구석까지 키스를 해나가기 시작했다. 하얀 린의 살결을 간지럽히는 마이클의 혀가 지나간이후 부드러운 혀의 느낌을 쓸어내듯이 이어지는 콧수염의 까칠한 느낌이 린의 성감을 자극하며 조금씩 그 열기를 더해주기 시작했다.


 


마이클이 린의 젖가슴을 빨아대며 린의 바지의 지퍼를 내리기 시작했다. 타이트한 바지를 벗기기 쉽도록 살짝 엉덩이를 들어주자 둔부에서 허벅지에 이르는 우아한 곡선을 따라 린의 바지가 벗겨졌다. 브라와 같이 보라색의 천에 검은색의 실로 수놓은듯한 린의 팬티가 마이클의 손에의해 허벅지아래로 끌어내려지자 린의 머릿결과 같이 검은 음모가 마이클의 눈에 비춰지고 있었다.


 


『아아..마이클.. 』


 


『아무래도 여기에 피로가 숨어있는거 같은데? 』


 


익살스러운 농담을 하며 마이클은 린의 허벅지를 들어올리며 수줍게 드러난 린의 음부에 입을 가져다 대었다. 마이클의 붉은 혀가 린의 붉은 속살과 어우러지며 린의 검은 음모위에 마이클의 밝은 갈색 콧수염이 내려앉았다. 마이클이 콧수염을 기르는 것을 린은 그리 달갑게 생각하지 않았지만 이럴때 하체쪽에 내려다보이는 마이클의 얼굴은 왠지 평소보다 더욱 섹시한 느낌이 들어왔다.


 


눈처럼 새하얀 린의 피부와는 달리 거친 경찰일로 단련된 암갈색의 마이클의 근육들이 단련된 강인함을 자랑하며 린의 엉덩이를 좌우로 벌리고는 빳빳하게 하늘을 향해 고개를 들고있는 커다란 육기둥을 린의 비소에 살며시 가져다대고는 린의 가슴위쪽으로 상체를 눕히고는 린을 바라보았다. 흥분해서인지 아니면 부끄러워서인지 발갛게 상기된 얼굴을 하고 있는 린이 살짝 고개를 끄덕여보이자 마이클의 커다란 육기둥은 린의 작은 비소를 한껏 벌리며 안쪽 깊숙히 파고들었다. 린은 마이클이 자신의 몸속 깊은 곳까지 파고들어오는 것을 느끼며 두 팔과 다리로 마이클을 힘껏 끌어안았다.




.

.

.

.

.




한바탕의 열기를 마음껏 발산해내고나서 한 이불을 덮고 그들은 그렇게 누워있었다.


 


『마이클~ 』


 


『쪽~ 』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마이클이 고개를 돌려 린을 바라보자 린은 기습적으로 마이클에게 입맞춤을 해버렸다. 언제나 예고없이 불쑥 찿아오는 마이클의 아파트지만 이렇게 마이클이 집에 있을때에 린은 기분이 좋았다. 갑작스럽게 마이클에게 입맞춤을하고서는 마치 기습작전에 성공한 장군처럼 기분 좋게 린은 웃어보이고 있었다. 마이클이 다시 시선을 돌리자 마이클의 시선을 빼앗기기 싫다는듯이 린은 다시 마이클을 불렀다.


 


『마이클~ 』


 


『응? 』


 


하지만 이번에는 마이클에게 입을 맞추거나 어떤 행동을 하는대신 시선을 돌리는 것 그 자체가 목적이었다는듯이 린은 아무말도 없이 물끄러미 마이클의 얼굴을 바라보고만 있었다. 그렇게 한참을 바라보고 있던 린이 먼저 입을 열었다.


 


『세상을 구할 가치가 있을까..? 』


 


『세상을 구할 가치가 있을까..? 』


 


입을 연 것은 린이었지만 방안에는 린의 높은 톤의 여성스러운 목소리만이 아닌 저음의 굵은 목소리도 똑같이 울려퍼지고 있었다. 린이 질문을 하는 것과 동시에 마이클도 린과 같은 말을 하고 있었기때문이었다.


 


『앗-!!! 내가 그걸 물어볼지 어떻게 알았어? 』


 


이번에는 기습작전중에 그 기습을 알고있던 적군의 매복에의해 당한 장군처럼 깜짝 놀란 얼굴을 하고있는 린이 마이클에게 물었다.


 


『이봐 린~ 오늘까지하면 982번째로 매일같이 같은 질문을 하고 있는데 어떻게 모를 수가 있겠어? 』


 


『피~ 진짜 세어본 것도 아니면서 거짓말은.. 』


 


린이 마이클을 만나면 항상 물어보는 말이었다. 마이클 뿐만이 아니었다. 린은 어린 나이에 그 실력을 인정받았을 정도로 꽤 뛰어난 의사였다. 동양인이었기에 서양인에비해 체격이 작고 아담한 여자였지만 몸의 비율은 꽤나 좋은 편이었고 얼굴도 어디에 내놔도 빠지지않을만큼 예쁜 편인데다 동양인이라는 특이성에 많은 남자들의 눈길을 끌었던 여자였다. 그렇기에 개인적으로 만나본 남자들은 마이클 이외에도 많았지만 린은 언제나 그들에게 매일같이 똑같은 질문을 했었다.


 


대체로 많은 남자들의 경우 린이 처음 그런 질문을 하면 린에게 호감을 사기위해 진지한 얼굴로 아주 논리적인 근거들을 대가며 그에대해 답을 해주고는 했다. 하지만 만남이 늘어날수록 그 대답은 점점 시원치 않아지거나 무시하는 경향도 있었고 어떤 이들은 이런 것을 린의 남자나 성에대한 어떤 징크스나 컴플렉스처럼 받아들이는 사람들도 있었다.


 


『음.. 세상은 말이야 구할가치가 없다고 생각해.. 』


 


『어머.. 경찰이 그렇게 이야기해도 되는거야? 』


 


『하핫.. 그런가? 그래도 그런건 우리가 생각할 문제는 아닌거 같아.. 슈퍼맨이나 배트맨 아니면 프레이아같이 히어로들이나 생각해볼만한 문제 아니겠어? 린이나 나같은 사람 몇명이서 세상을 구하거나 바꿀 수는 없잖아? 』


 


『그럼 왜 똑같은 질문에 매일같이 대답해주는건데? 』


 


『세상은 구할가치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사람은 구할 가치가 있으니까.. 난 말이야 린이 하는 질문이 항상 생각이 나.. 어떤 때는 피해자들을 구해주면서도 과연 내가 이 사람을 구할 가치가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때가 있어.. 반대로 가해자를 잡아서 검찰에 넘기면서도 정말 이게 옳은 일일까?하는 생각이 들때도 있어.. 어떤때는 정말 나쁜놈인데 법의 보호아래서 어쩌지 못하는 그런 사람도 있는 반면에 너무 불쌍한 피해자인데 오히려 법이 그들을 더 옭아매고 구석으로 모는 경우도 있어..  그럴때마다 항상 린의 말이 생각이나거든.. 내가 오늘 한 일로 아주 조금은 세상이 나아졌을까? 아니면 세상을 더 혼란스럽게 한 것일까? 그래서 내게 그 질문은 항상 새롭게 들려 』


 


『흐음... 』


 


 


 




02.


 


 


 


『응.. 응.. 할수없지.. 알았어.. 뭐?? 능력자의 짓으로 결론내기로 결정했다면서?? 그런데 왜 그 애를 우리가 맡아야하는건데? 아니 그렇게 결론이 났으면 그 팀에서 데려가야지 왜 아이만 우리한테.. 알았어.. 지금 갈게 』


 


린과 마이클이 오랜만에 나른한 시간을 즐기고 있는동안 마이클의 핸드폰이 울렸다. 잠시의 통화를 마친 마이클은 신경질적으로 머리를 벅벅 긁으면서 이불을 들춰내고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가봐야하는거야? 』


 


『그래야할거 같아.. 미안해 또 혼자 남겨두게 돼서.. 』


 


『괜찮아 그래도 식사는 맛있게 했는걸? 』


 


잔뜩 미안한 표정을 지어보이는 마이클에게 린은 농담을 하며 웃어보였다. 오랜만이어서 조금 더 마이클과 같이 있는 시간을 즐기고 싶은 마음은 있었지만 그래도 린이 오자마자 전화가 오지 않은것만해도 천만다행이랄까..?


 


『그런데.. 그 가정집이 폭발했다던 사건때문에 그러는거야? 』


 


『응.. 아무래도 상부에서 능력자의 짓으로 결론내리기로 결정했나봐 』


 


『능력자와 관련된 일이라면 자기소관이 아니지않아? 』


 


『그렇긴한데 그게 좀 이상하단 말이야.. 』


 


『어떻게 이상한데? 』


 


『그러니까.. 가정집이 갑자기 폭발하는 바람에 6명이 사망했고 1명이 살아남았어.. 2명은 그 집의 주인인 노부부였고 살아남은 어린 여자아이는 그 노부부의 딸이나 손녀가 아니거든.. 이웃들도 그 아이에 대해서는 잘 모르더란 말이야 그리고 그 이외에 나머지 4명.. 그 4명이 바로 프레드릭의 밑에 있는 부하들이었거든.. 』


 


『프레드릭..? 프레드릭이라면 자기가 예전부터 조사하고 다닌다던 사람 아니야? 』


 


『맞아.. 그래서 이상하다는 거야.. 집주인인 그 노부부와 프레드릭이나 그 부하들과는 아무런 연관성을 찿을 수가 없는데 왜 그들이 거기에서 죽었느냐하는 의문이 드는거지.. 거기다 더 이상한건 말이야.. 생존자라는 그 어린 아이말이야.. 그 부모가 바로 그 집에서 죽은 프레드릭의 부하중의 한명이거든.. 』


 


『응?? 그건 정말 뭔가 이상한데..? 』


 


『친딸은 아니야.. 프레드릭은 예전부터 어린 아이들을 자주 이용해왔어 어리면 사람들의 의심을 사지 않고 할 수 있는일도 많고 세뇌시키듯이 교육시키거나 뜻대로하기도 좋고.. 그래서 납치를 한다거나 때로는 부하들을 인적사항으로 입양의 형식을 취하기도 해.. 아마 그 생존자는 그런 아이였을거야 그 부모라는 부하를 조사해보니 서류상으로는 결혼한 것으로 되어있는데 사실 동거를 하거나 결혼생활을 한 흔적은 찿아볼 수 없었거든.. 아마 그런 아이중 하나가 아닐까 싶어.. 』


 


『세상에 어떻게 그런.. 』


 


『그런데 그 아이도 뭔가 이상해.. 6명이나 즉사한 그런 폭발속에서 유일하게 상처하나 없이 살아있다는 것도 신기한 일이지고 이름을 말하고 있긴하지만 그게 실제 본명은 아니야.. 한국인일거라는정도 이외에는 알아낼 수 있는 것도 없고.. 』


 


『한국인이라는 사실은 어떻게 알았는데? 』


 


『그것도 정확한 것은 아니야.. 입양기록을 찿아봤더니 아이 이름이 이상한거야.. 』


 


『이름이.. 이상해..? 』


 


『응.. 뭐라고 읽어야할지도 모르는 이상한 이름이길래 여기저기 수소문해서 알아봤더니 한국식 이름을 소리나는대로 영어로 표기해놓은 것 같다고 그러더군..  』


 


『그럼 어째서 능력자의 짓이라고 결정을 하기로 한건데? 』


 


『일반적으로 화재나 폭발같은 사건에는 화인이라고해서 원인이 되는 흔적이 남기 마련이거든.. 예를들어, 가스관이 폭발했다던지.. 난방기구에서 불이 났다던지.. 이런 흔적들이 남기 마련인데 이 사건에는 그런 화인이 될만한 조건이 아무것도 없었어.. 보고를 받고 소방관계자와 같이 가서 확인을 해봤는데 보고서가 잘못되었거나 의심스러운 부분은 없었어 』


 


『음.. 소방관계자가 그렇게 판단했고 자기도 의심스러운 부분이 없다면 그걸로 된거 아냐? 』


 


『능력자로인해 생긴 폭발이라는 점에서는 나도 같은 의견이야.. 보고서나 현장을봐도 그렇고.. 문제는 이상하게 위에서 사건을 빠르게 종결시키려고 안달이 나있다는 거지.. 분명 뭔가 압력이 있는것 같단 말이야.. 프레드릭이 관련이 되었다는 보고서를 올려봤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어.. 생각해봐.. 보고서도 그렇고 가만히 내버려두면 능력자로인한 사건으로 종결되어질게 뻔한 일이야.. 사건자체를 다른 쪽으로 몰아가려는 것이라면 몰라도 그런것도 아니고.. 그냥 내버려둬도 원하는대로 될텐데 굳이 압력을 넣는 이유가 뭘까..? 뭐가 그리 급해서 사건을 빨리 종결시키려고 하는걸까? 』


 


『그러니까.. 자기 생각에는 폭발은 능력자로인해 생긴것이지만 이 사건에 프레드릭이라는 그 사람이 어떻게든 연관이 되어 있을 것이다? 그리고 경찰에 압력을 넣은 누군가는.. 그 무엇인지 모를 연관성이 수사가 길어지면 드러날지도 모르는걸 꺼려하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누군가는 아마도 자기가 쫓고있던 프레드릭이라는 사람일거고? 』


 


『하하핫.. 린도 형사 다됐네? 』


 


『히힛~ 』


 


마이클의 말에 칭찬을 받은 아이가 기뻐하는듯이 린은 웃어보이고 있었다. 하지만, 능력자와 관계가 된 일이라는 것이 뭔가 린의 마음에 불안감을 더해주고 있었다. 능력자가 나타나기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았다. 능력자에 관한 뉴스는 연일 보도되고 있었지만 실제로 능력자와 조우하지 않은 자들은 능력자에 대한 무서움을 모른다.


 


어느 나라에서 지진이 발생했다는 뉴스를 보면.. 사람들은 안타까워하고 얼마나 두렵고 힘들까라는 생각을 하지만 실제로 지진이 일어나 땅이 갈라지고 건물이 무너지고 거기에 사람이 깔리고 죽어가는 것을 눈으로 직접 보지 못한 사람들의 경우 상식적으로는 알아도 실제로 그 두려움을 알지 못한다. 그렇기에 실제로 능력자들 앞에서 만용을 부리다 부상당하거나 죽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고 능력자가 나타나 소동이 일어나는 경우 린이 있는 응급실은 한마디로 아비규환의 지옥이 되어버리는 것을 몇번이나 경험했기에 혹여나 마이클의 관할쪽에서 환자가 이송되어오는 경우에는 환자중에 마이클을 볼 수 없을때마다 항상 다행스럽고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마이클.. 있잖아.. 』


 


『응? 』


 


『혹시라도 능력자라고 생각되는 사람 만나면.. 잽싸게 도망가.. 싸울 생각도 경찰이란 생각도 버려.. 만약.. 정말 만약에.. 다시 한번 마이클이 환자로 내 앞에 나타나게 된다면.. 정말.. 정말 당신.. 죽여버릴거야... 』


 


『이봐 린.. 그렇게 의사가 환자를 죽여버린다고 말해도 괜찮은거야? 』


 


『세상따위 구할 필요 없다고 말하는 경찰도 있는데 뭐~!! 』


 


『음.. 그럼 우린 궁합이 잘 맞는건가? 하하핫 』


 


『미안해 이제는 가봐야겠어 』


 


『응.. 나도 조금만 누워있다가 다시 병원으로 가봐야할거 같아 』


 


옷을 다 챙겨입은 마이클이 총을 챙겨들고 린에게 다가와 린의 이마에 가벼운 입맞춤을 하며 말했다. 그렇게 서로에게 가벼운 작별의 키스를 나누고 현관쪽으로 발걸음을 옮기던 마이클이 안쪽 주머니를 더듬거리는듯하더니 이제 막 이불 속으로 들어가려는 린을 향해 소리치듯 말했다.


 




『린~!! 대충은 비슷할거야.. 982번째라는거.. 왜냐면 오늘이 우리가 만난지 982번째 되는 날이었으니까.. 』


 


 


 




03.


 




찰칵-!!


 


 


문의 잠금장치가 해제되고 문이 열리자 린은 아파트 안으로 들어왔다. 오늘은 마이클이 집에 있지 않은 모양이었다. 아마도 마이클이 없을거라는 예상은 했지만 막상 마이클이 눈에보이지 않자 뭔가 허전한 마음이 들어오는 것을 린은 애써 억누르며 가방을 내려놓고 천천히 마이클의 침실쪽으로 향했다.


 


『마이클~~!! 』


 


『마이클~!!! 』


 


마이클이 집에 없다는 것은 알고 있다. 혹시나 어디엔가 보이지 않는 곳에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감보다는 그저 허전함을 억누르기위해 그녀의 부름에 대답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이렇게 불러보고 있는 것이었다.


 


『어~~!! 린 나 욕실이야 잠시만 기다려~!! 』


 


『응??!! 』


 


기대하지도 않았던 마이클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린은 깜짝 놀라면서도 들뜬 마음을 진정시키지 못하고 잰 걸음으로 욕실쪽을 향해 빠르게 발걸음을 재촉했다. 린은 결혼이나 가정을 만드는 일따위는 생각해본 적도 없고 관심도 없었다. 마이클과 깊은 관계가 되기시작할 무렵 마이클에게도 이야기했지만 딱히 실망하거나 서운해하거나하지는 않았다. 결혼같은건 조금 더 나중에.. 라고 생각할만큼 어린 나이도 아니였기에 어쩌면 마이클과의 관계는 오래가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했었다. 마이클이 더 늦기전에 가정을 꾸리고 싶다면 린으로서는 그걸 말릴수도 그렇다고 결혼같은걸 하고싶지도 않았으니까..


 


하지만 이상하게도 이렇게 마이클의 아파트에 와서 마이클을 보게되면 아무리 힘들고 지친 일상을 보내고 온 날이라고하더라도 심장이 콩닥콩닥 뛰면서 기분이 너무 좋아지는 그녀였다. 그래서인지 동거하는 사이도 아니면서 언젠가부터는 퇴근하고나면 버릇처럼 특별히 의식하지 않아도 마이클이 없을 확율이 훨씬 높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자연스럽게 마이클의 아파트로 발길을 옮기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고는 했었다.


 


없을거라 생각했는데 들려오는 마이클의 목소리 때문인지 마치 로또에라도 당첨된듯한 기분으로 욕실의 문앞까지 쪼로로 달려온 린이 욕실 문의 손잡이를 잡고 손잡이를 돌려 문을 열지는 않고 잠시 생각에 빠져있는듯 멈춰서 있다가는 마음을바꿨는지 손잡이에서 손을떼고 입구쪽을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다.


 


입구쪽에 아무렇게나 내려놓은 가방을 뒤적이며 작은 링을 하나 꺼내어든 린은 어깨아래에까지 길게 늘어진 머리를 양손으로 들어올리며 손가락에 끼워진 링으로 머리를 단단히 묶고서는 입고있던 옷을 하나씩 벗기 시작했다. 브래지어까지 벗은 린이 팬티 한장만을 입고 한쪽에 위치한 거울 앞에가서는 동그란 원형의 가슴을 양손으로 잡고 한껏 모아올려보였다.


 


린은 같이 근무하는 다른 여자들에비해 가슴이 작은 편이었다. 일반적으로 시원시원하고 큼직큼직한 서구형 여자들이 대다수여서 그런지 가끔 가슴이 조금은 컸으면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그렇다고 스스로 가슴이 작다는 컴플렉스를 느끼거나 일부러 가슴을 커보이게 하려고 뽕을 넣는다던지 하는 일은 하지 않았다. 린의 속옷들중에는 뽕이 들어가 있는 브라들도 있었지만 그건 단지 마음에 든 브라에 뽕이 조금 들어있었던 것일뿐 딱히 그것을 목적으로 구입한 것은 아니었다. 오목하게 들어간 허리에 아직 처지는 것을 모르는 탱탱한 엉덩이를 거울에 이리저리 비춰보던 린이 가슴을 모아올린 손을 내리자 린의 가슴이 그렇게 작은건 아니야!! 라고 성을 내는듯이 출렁거리기 시작했다.


 


『좋았어~!! 』


 


린은 팬티하나만 걸친 그런 차림으로 살금살금 다시 욕실로 향하기 시작했다. 아마도 마이클은 지금쯤 샤워를 하고 있지 않을까? 린의 머리속에서 샤워기에서 빗물처럼 쏟아져내려오는 물줄기가 탄탄한 마이클의 근육에 사방으로 흩어지며 흘러내리는 모습이 떠올랐다.


 


『으힛~ 』


 


그런 상상에 흥분되는듯 린은 귀여운 몸서리를 치고 있었다. 이렇게 벌컥 문을 열고 들어가면 마이클은 깜짝 놀란 얼굴을 하겠지? 그럼 그런 얼굴을 하고 있는 마이클을 뒤에서 꼭 안아줘야지.. 그리고 뭐라고 그럴까? 너는 체포되었다!! 라고 말해볼까? 장난기 가득한 얼굴로 욕실앞에 있던 린은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는 문을 활짝 열어 제쳤다.


 


『응?? 』


 


『응??!! 』


 


린은 의기양양하게 문을 열어제쳤지만 욕실안의 상황은 린이 조금 전 상상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옷을 다 벗고 샤워를 하고 있어야할 마이클은 옷을 다 입은상태로 쪼그리고 앉아 있었고 그 앞에는 린도 처음보는 왠 어린 여자아이가 머리에 샴푸거품을 한가득 얹어놓고서는 갑자기 문을 열어버린 린을 말똥말똥한 눈으로 욕실로 쳐들어온 왠 여자괴물을 보고 있는듯한 시선으로 린을 바라보고 있었다. 두 사람이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는 시선에 린은 남탕에 들어온 여자처럼 얼굴이 새빨개 지면서 문을 쾅!!하고 닫고는 욕실밖으로 나가버렸다.


 


.

.

.

.


 


『푸하하하하하핫!! 크큭..끄악..끄어억!! 』


 


한참을 자지러지게 웃던 마이클이 웃음인지 비명인지 모르는 괴상한 소리를 질러대기 시작했다. 아까 욕실로 들어와 당황해하는 린의 모습때문에 욕실에 나와서도 한참동안이나 쉬지 않고 웃어대고 있는 마이클의 옆구리를 린이 세게 꼬집어버린 탓이었다.


 


『그런데.. 언제 아이를 낳아서 이렇게까지 키워놓은거야? 』


 


『뭐? 무슨 소리야? 남자인 내가 아이를 어떻게 낳아?? 』


 


『오호.. 그럼 나 말고 다른 여자가 있다는 이야기렸다..?? 』


 


린은 또다시 손가락을 C자와 같은 모양으로 들어보이며 마이클을 위협하기 시작했다. 물론, 마이클이 다른 여자가 있고 정말 그 여자에게서 낳은 아이일거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이걸 빌미로 조금전까지 원없이 웃어대던 일에대한 응징을 단단히 하려고 마음먹고 있는 린이었다.


 


『그 사건의 생존자야.. 』


 


『뭐?? 이 아이가..? 』


 


린은 놀란 얼굴로 자신의 앞에 앉아있는 어린 여자아이를 바라보았다. 자신과 같은 동양적인 느낌이 드는 것을 제외하면 흔히 그 나이또래와 전혀 특별할 것이 없어보이는 아이였지만 조금 전 욕실에 들어갔을때 아이에 몸에 있는 상처의 흔적들.. 결코 그 폭파사건처럼 최근에 생긴 것이라 보기 어려운 상처의 흔적들과 함께 마이클에게 프레드릭이라는 사람이 어떤 목적으로 아이들을 데려다 키우는지 이야기해주었던 것이 떠올랐다.


 


아이는 마이클이 가져다준 우유잔을 입에 대고 있었지만 우유를 마신다기보다 우유잔을 입에대고 마시는 척하며 린의 눈치를 보고 있는듯 보였다. 아이 나름대로는 들키지않게 우유를 마시는척하면서 린의 눈치를 보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겠지만 눈을 똥그랗게 뜨고 린을 경계하고 있는 모습은 누가봐도 어색하고 부자연스럽다 할 수 있을 것이었다. 이런 어린 아이가 이렇게 자신의 눈치를.. 그것도 자신이 어떤 위협을 가하거나 한 것도 아닌데 이렇게 눈치를 보고 있는 것이 안타깝게 느껴져 그렇게 눈치보지 않아도 돼~ 라는 의미로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어주기위해 손을 들어올렸다.


 


『쨍그랑~!! 』


 


순간, 아이의 손에 들려있던 컵이 바닥으로 떨어지는 것과 동시에 아이는 재빠르게 자리에서 일어나 도망치기 시작했다. 하지만 마이클의 아파트가 그렇게 넓은 아파트도 아니었고 마땅히 도망칠 곳이 없자 곧바로 성인인 린과 마이클이 그나마 쉽게 쫓아가기 어렵다 생각되는 식탁밑으로 기어들어가 버렸다. 린도 마이클도 갑작스러운 아이의 행동에 깜짝 놀라 일어섰다. 마이클이 큰 덩치를 숙여 억지로라도 아이를 끌어내려고 하는 것을 린이 말리며 쪼그리고 앉아 식탁 한쪽 구석에 몸을 잔뜩 웅크리고 앉아있는 아이를 향해 말했다.


 


『이름이 뭐니..? 』


 


『 .... 』


 


아이는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다.


 


『언니 이름은 린이야.. 내가 그쪽으로 가도 괜찮겠니? 』


 


이번에도 아이는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린이 몸을 숙이고 천천히 느릿느릿한 동작으로 식탁안쪽으로 기어들어가자 아이는 몸을 더 웅크리고 있었지만 다행스럽게도 이번에는 딱히 더 도망가려고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고 있었다.


 


『괜찮아 저기 밖에있는 아저씨 있지? 경찰아저씨거든 나쁜 놈들을 혼내주는 아저씨야~ 그래서 저 아저씨가 나쁜 놈들이 못된 짓하지 못하게 지켜줄거니까 그렇게 무서워하지 않아도 돼 』


 


린이 천천히 손을 들어올려 아이의 머리에 가져다대자 아이는 흠짓 놀랐으나 린의 손길을 피하려고하거나 거부하거나 도망치려고하는 행동으로까지는 이어지지않자 린은 부드럽게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마이클에게 우유를 새롭게 가져다 달라고 말했다. 마이클이 가져다 준 우유를 린이 끈기있게 내밀고있자 한참동안 주저하는듯하던 아이가 이번에는 우유를 받아들었다.


 


『아직도 이름을 알려주고 싶은 생각이 없니..? 』


 


『레이..첼.. 』


 


 


 


 


04.


 


 




아파트의 입구로 들어서던 린은 로비에 걸려있는 거울을 바라보며 자신이 흥얼거리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어쩐 일일까..? 거울에 비춰보이는 자신의 모습은 누가봐도 신이 나있다는걸 부정할 수 없을만큼 즐거워 보이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린의 일상에서 특별하게 변한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딱히 좋은 일이 생긴 것도 아니었다. 뭔가 평소와 다른게 있다면 단 하나.. 지금 찿아가는 마이클의 아파트에 마이클이 분명 있을거라는 사실..


 


자세하게 아는 것은 아니었지만.. 뜻하지 않게 레이첼이라는 아이를 마이클이 떠맡게되면서 능력자들로인해 고아가 되거나 부모를 잃은 아이들이 급증하는 바람에 정신이 없는 아동복지관계자들에게 레이첼을 인계할때까지 휴가아닌 휴가를 얻게 되었다는 것 같았다. 그렇기에 요 몇일 사이 린이 마이클의 아파트를 찿을때는 언제나 마이클은 집에 있었다. 게다가 레이첼이란 아이는 어릴때부터 프레드릭같은 사람과 엮여서 그런지 겁도 많고 언제나 주위를 경계하며 불안해 했지만 린과 마이클 앞에서는 조금씩 웃어보이기도 하는 모습이 그 웃는 모습만으로도 무슨 선물이라도 받은것처럼 린과 마이클의 기분을 좋게 만들어주고 있었다.  그렇기에 린은 마이클이 따로 부탁한것도 아닌데도 오는 길에 여기저기 들러 레이첼이 입을만한 옷가지 조금과 잘하지는 못하지만 직접 레이첼과 마이클에게 해줄 요리재료 몇 가지를 사들고 오는 길이었다.


 


그렇게 아파트로비로 들어오면서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이 참 즐겁고 행복해 보이다못해 자기도 모르게 콧노래를 부르듯 흥얼거리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마이클이 집에서 기다린다는 사실이.. 평소에 귀찮기만하던 장을 보는 행위가 자신을 이렇게 즐겁게 해주리라고는 상상해본적도 없었다. 문득, 린에게 그런 생각이 들어왔다.


 


 


"어쩌면 이런 것도 나쁘진 않을것 같네.."


 


.

.

.


 




마이클을 만나게 된 것은 3년 전즈음이었다. 어느 날 린이 출근을 하고 미처 자신의 방으로 가서 옷을 갈아입고 나오기도 전부터 응급실이 소란스럽자 지나가던 간호사에게 물었다.


 


『자기말로는 자기가 경찰이라는데 제대로 치료해주지 않는다고 저렇게 난동을 부리고 있어요 』


 


『제대로 치료를 안해준다니.. 그게 무슨 말이야? 』


 


『알콜중독이거든요 』


 


『다른 이상은 없고? 』


 


『네 검사결과 이상은 없는거 같아요 』


 


『그래 고마워 내가 가볼게 』


 


『선생님!! 가지 마세요.. 괜히 험한 일만 당하실거에요 』


 


간호사의 만류에도 린은 또각거리며 문제의 경찰이 있는 곳으로 다가갔다. 한 덩치 큰 남자가 침대위에서 커다랗게 소리를 지르며 발악을 해대고 있었고 두 명의 남자 조무사들이 몇번씩이나 나가 떨어지면서도 남자의 난동을 막으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는 상황이었다.


 


『놔!! 씨발!! 내가 누군지 알아!!! 나 경찰이야 씨발새끼들아!! 』


 


마치 그녀의 눈에는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들이 보이지도 않는듯이 그들의 앞으로 차분히 걸어와 침대 한쪽에 걸려있는 차트를 휙휙 넘겨보던 린이 남자를 향해 말했다.


 


『아무 이상 없네요 퇴원하셔도 되겠어요 』


 


『뭐야? 너 의사야? 씨발 누구 좋으라고 퇴원을 해? 니들이 한게 뭐가 있다고 비싼 치료비를 내야하는건데? 』


 


『검사를 받으셨으니 비용을 내셔야죠 』


 


『내가 검사해달라고 했어? 앙?? 니들이 니들 좃대로 검사해놓고 돈내라고 하면 내가 네 하고 내줄줄 알았어? 내가 존나게 만만하게 보여? 사람 잘못봤어 나 경찰이야 이 씨발년아!! 』


 


『당신이 경찰이듯 나는 의사에요 당신이 여기에 실려온 이상 우리는 당신 몸에 어떤 이상이 있나 검사하고 확인해봐야할 의무가 있어요 그런게 싫었다면 애초에 술먹고 길거리에서 쓰러져있지 말았어야죠 』


 


린의 말에 남자는 대꾸할 말을 잃었는지 잠시 잠잠해졌다. 하지만 그 순간.. 린과 대화하는동안 조무사들이 잠시 틈을 보이고 있는 그 사이에 남자의 손이 린의 치마속으로 쑥 들이밀어 넣어졌다.


 


『아흑..!! 』


 


린은 강한 힘으로 음부를 쥐어짜는듯한 남자의 손길에 낮은 신음소리를 흘려냈다. 침대에 누워있는 남자의 손이 린의 치마속으로 들어가기에 좋은 위치에 있어 어떤 방해도 받지않고 남자의 손이 린의 치마속으로 들어가 버린 것이었다.


 


『그래? 좋아.. 그럼 돈 낼게.. 대신 너 나랑 한번 하자!! 너 같이 반반한 년이랑 한번하게 해주면 얼마가 되었든 내가 내줄게  』


 


갑작스러운 상황에 조무사들까지도 잠시 넋을 잃고 그 광경을 바라보다가는 정신을 차리고 황급히 남자의 손을 잡아 끌어내리자 투두둑하는 스타킹이 찢어지는 소리와 함께 남자의 손이 린의 치마속에서부터 벗어났다. 여자라면 당연히 수치스럽거나 두려워해야할 그 상황속에서 린은 오히려 대담하게 남자를 노려보았다.


 


짜악-!!


 


그리고 린의 손이 남자의 뺨을 매섭게 후려쳤다. 린의 뺨을 맞은 남자도 그 남자를 뜯어말리고 있던 조무사들도.. 그리고 주위에서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던 다른 환자나 간호사들도 린의 행동에 놀라고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난동을 부리던 남자가 린에게 무슨 짓이라도 할까봐 걱정스러운 눈으로 그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짐승같은 새끼.. 』


 


『이년이 보자보하니까.. 』


 


『나랑 하고 싶어? 그럼 지금 니 꼴을 봐..!! 』


 


주위의 걱정스러운 시선에도 아랑곳하지 않은 채 린은 오히려 남자의 멱살을 잡으며 그의 바로 코앞에서 그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하고 있었다. 조금 전까지만하더라도 사무적이고 차갑지만 정중함을 잃지않고 있던 그녀의 말투는 어느새 거칠게 바뀌어있었다.


 


『니 눈에는 지금 니 모습이 사람새끼처럼 보여? 니 손을 봐!! 』


 


린의 갑작스러우면서도 당찬 남자로서는 전혀 예상할수 없는 다른 의사들과는 다른 모습을 보이는 린에게 기선을 제압당한 남자는 자신의 손을 바라보았다. 손은 스스로 진정시킬 수 없을만큼 덜덜 떨리고 있었다.


 


『너 경찰이라면서..?? 그런데 뭐가 무서운 거야!! 뭐가 무서워서 알콜뒤에 숨어서 이렇게 손을 벌벌 떨어대고 있는거냐구!!! 여기서 알콜중독은 다른 이상이 있는 경우가 아니면 방치하는게 일반적이야.. 무슨 말인지 알아? 니 몸은 지금 아무런 이상도 없다고!! 주위를 봐!! 여기에 너보다 심각하지 않은 사람은 없어!! 너보다 힘들지 않은 사람따윈 아무도 없다고!! 그래도 다들 살겠다고 살아보겠다고 여기저기에 주사바늘 꽂으면서도 이를 악물고 버티고 있는게 니 눈에는 보이지 않는거야?!! 』


 


『나랑 하고 싶으면.. 최소한 사람새끼같은 꼴은 하고와서 지껄여.. 알았어?!! 』


 


그렇게 6개월정도가 지나고 나서 마이클은 다시 린을 찿아왔다.


 


『사람새끼가 되었는지는 아직 잘 모르겠지만.. 이 정도면 데이트신청정도는 해도 되지 않을까 싶어서.. 』


 


 


그는 장래를 촉망받는 경찰이었다. 동료들과의 관계도 좋았고 실적도 좋았으며 말그래도 승승장구하는 그런 경찰이었지만 어느 날.. 범인을 쫓던 그는 도주하던 범인이 어린 아이에게 들려준 총에 맞아 쓰러졌다. 다행히 경미한 부상에 그쳤지만 정말 그에게 총을 쏘리라고 생각지도 못한 아이가 총을 발사하는 바람에 자신도 모르게 발사한 총에 그 아이는 사망하고 말았다. 다행히 경찰복을 벗는 상황까지는 모면했지만 불과 하루 전까지만해도 세상의 모든 것이 자기것만 같았던 것이.. 그 하루를 기점으로 모든게 틀어지며 언론과 세상의 공격을 한 몸에 받는 신세가 되어버렸다. 동료를 위해 몸을 자신의 몸이라도 던질듯이 친했던 동료들도 자신들에게 불똥이 튈 것이 두려워 조금씩 그와 거리를 두기 시작했고 결국, 그는 세상에서 버려진 신세가 되어버렸다.


 


.

.

.

.


 


『마이클~ 나 왔어~!! 』


 


양손에 쇼핑백을 가득 들고 당연히 잠겨있지 않을거라 예상했던 문이 예상대로 활짝 열리는 것에 기분이 한껏 들뜨며 린은 마이클을 불렀다. 엉덩이로 밀어 문을 닫은 린이 아파트 안을 바라보는 순간.. 린이 들고 있던 쇼핑백들이 바닥으로 우르르 떨어지면서 린이 사온 것들이 바닥으로 쏟아져내리기 시작했다.


 


린의 눈에 보이는 아파트는 엉망이었다. 남자 혼자 사는 집이다보니 지저분한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일수도 있겠지만 지금 린의 눈앞에 보이는 이 혼란스럽고 어지러운 모습은 단순히 생활하면서 어지러진 모습이 아닌 의자는 다리가 부러진채 쓰러져있었고 마치 실내에서 엄청난 싸움이라도 벌인듯이 실내가 엉망이 되어있는 것이었다.


 


타앙-!!!


 


그렇게 망연자실한 모습으로 실내를 바라보고 있던 린의 귀에 총성이 들려왔다. 그 소리에 번쩍 정신을 차리는 것과 동시에 린의 가슴 깊은 곳에 불길한 기분이 엄습해 오는 것이 느껴지고 있었다. 린은 무엇을 생각할 겨를도 없이 그대로 다시 아파트 문을 열고 밖으로 뛰쳐나가 총성이 들리는 방향으로 뛰어가기 시작했다.


"아..안돼.. 마이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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