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타노마키아 - 2부(28-2)
01.
『자.. 그럼 다시 선택을 해야할 시간이야 』
『잘못..해..했어요.. 용서해 주세요.. 』
『그건 제대로 된 대답이 아니야.. 자 너야..? 아니면 네 엄마야? 』
『잘못했어요.. 어..어..엄..엄.. 내..내가 벌받을게요 용서해주세요.. 잘못했어요.. 』
엄마라고 부르지 말라는 유나의 말때문인지 엄마라는 단어도 제대로 말하지 못하며 지희는 계속해서 잘못했다는 말과 용서해달라는 말만 반복하고 있었다. 지희는 여자들중에서도 꽤나 예쁜 축에 속하는 여자였다. 거기에 아직 어린 나이로 화장도 제대로 하지 않은 모습임을 감안했을때 화장까지 하게된다면 연예인들 사이에 끼워놔도 빠지지않을 그런 얼굴이었지만 지금은 그 아름다움을 찿아보기 어려울만큼 머리는 머리대로 헝클어져있었으며 눈은 동그랗게 뜨고 있었지만 초점을 찿아보기 어려웠다. 눈물과 땀 그리고 침으로 뒤범벅이 되어버린 얼굴에 머리카락이 늘어붙어버린 그런 얼굴로 실성한듯이 말을 하는 지희에게 더 이상의 선택은 무리라 생각이 되었다.
『괜찮아.. 너무 걱정하지말라구.. 리디아 그 년을 잡아오면 제대로 치료해줄테니까.. 물론, 다시 부술테지만 말야 크크큭.. 』
『좋아.. 그 정도로 네가 원한다면 이번에도 네 엄마쪽을 선택해주지.. 하지만 이번엔 눈이야.. 그것도 네 사랑하는 마음을 느낄 수 있도록 특별히 네 엄마의 손으로 직접 파내도록 해주지 』
이미 망가질대로 망가졌다고 봐도 좋을만큼 지희의 상태는 엉망이었지만 그런건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아이를 낳기위해서 필요한 것은 팔도 눈도 온전한 정신도 아니었으니까.. 어차피 이 아이만큼은 처음부터 확실하게 부셔버릴 작정이었으니까..
정찬의 육기둥이 유나에게 파고들어가는 것과 동시에 유나는 두 팔을 들어올렸다. 그리고 엄지 손가락을 지희의 눈에 가져다 대기 시작했다. 여전히 눈을 뜨고 있는 지희의 바로 눈앞에까지 유나의 손이 다가가고 있었지만 그것을 보지 못하는지 지희의 눈은 작은 깜박임조차 보이지 않고 여전히 떨리는 목소리로 잘못했다는 말만 반복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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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나는 마음속으로 절규하고 있었다. 지금 자기 자신의 손으로 딸의 눈을 상하게 만들려고 하고 있는 중이었다. 비록 지금 능력자인 프레이아의 모습은 아니었기에 유나에게 정찬처럼 팔을 부러트리거나 할만한 힘은 없었지만 눈은 달랐다. 힘없는 여자인 몸으로도 엄지손가락으로 힘주어 누르기만하면 지희는 아무것도 볼 수 없게 될 것이었다. 피를 토할것만 같은 심정으로 유나는 절규하고 있었다.
"안돼.. 멈춰!! 제발.. 제발 멈춰!!"
02.
『안돼!! 제발!! 멈춰!!!! 야이 개자식아!!! 하지말란 말이야!!! 』
자신의 딸의 눈을 짓눌러버리려하고 있는 유나처럼 절규하고 있는 사람이 또 있었다. 그것은 바로 정찬의 의식속에 있는 진짜 정찬이였다. 자신의 의식속에서 이 모든 것을 지켜보고 있었지만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지켜보며 분노하고 절망하는 것 뿐.. 그 무엇도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제발.. 제발.. 누구라도 좋으니까.. 지희를.. 지희를 도와줘.. 제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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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죽는다해도 말인가? 』
순간 들려오는 목소리.. 그 목소리에 정찬은 주위를 둘러보았다. 하지만, 특별히 달라지거나 이상한 점은 없었다.
잘못 들은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 무렵 그 목소리는 다시 들려왔다.
잘못 들은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 무렵 그 목소리는 다시 들려왔다.
『역시 그것은 무리인가? 』
『누..누구야?!! 』
『지금 네가 바라는 것을 이루어 줄 수 있는 자라고 해두지.. 』
『내가..바라는 것..? 그럼 지희를 구해줄 수 있다는 말이야? 』
『그건 불가능하다.. 하지만 지금의 상황을 역전시킬 수는 있지.. 』
『그러기위해서 내 목숨이 필요하다는거야? 』
『그렇다.. 네가 죽는다면 지희가 지금 상황에서 벗어날 기회가 생길 수도 있다 』
그 말에 정찬은 밖의 상황을 살펴보았다. 여전히 지희의 엄마는 지희의 눈에 엄지손가락을 바짝 가져다대고 있는 상황이었지만 마치 그 상태에서 모든 것이 정지되어버린듯이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고 있었다. 정황상 지금과 같은 상황은 누군지 모를 이 목소리가 만들어내고 있는 상황일 것이었다. 그럼 도대체 이 자는 누구란 말인가? 지금 정찬의 몸을 지배하고 있는 그 녀석은 아니었다. 그 녀석이 아무런 힘도 없는 정찬에게 이런 제안을 할 이유도 없었고 무엇보다 그 녀석의 목소리는 여자의 목소리인데반해 지금 들려오는 목소리는 여자의 목소리라고 하기에는 굵은 남자의 목소리였다.
『혹시.. 미카엘...? 』
『네게 불려지기위해 있는 이름이 아니다.. 시간이 많지 않다 선택하라.. 』
지희의 안에 있는 존재.. 지희가 미카엘이라 이름지어준 존재.. 왠지 자신을 도와주겠다고 말하면서도 적대적인 느낌이 드는 자..
이 자를 믿을 수 있을 것인가? 지금 자신의 몸을 지배하고 있는 것과 같은 부류인 이 자를 정말 믿어도 되는 걸까?
이 자를 믿을 수 있을 것인가? 지금 자신의 몸을 지배하고 있는 것과 같은 부류인 이 자를 정말 믿어도 되는 걸까?
『좋아.. 그렇게 할게.. 』
의심과 의문이 들고 있었지만 정찬은 오래 고민하지 않고 결정을 내렸다. 이 자를 믿을 수 있을 것인가하는 의문은 들지만 지금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이 자가 거짓이라해도 지희에게 도움이 될 아주 작은 가능성이나마 생기나면 해볼만한 의미는 있었다. 어차피.. 이곳에서 벗어나지도 못하는 목숨따위 지희를 위해 버려야한다면 얼마든지 버릴 수 있다. 그런 생각이었다.
『죽음이 두렵지 않은가? 』
『두려워.. 하지만 죽음보다 죽음으로 다시는 지희를 볼 수 없다는게 더.. 두렵고 싫어.. 』
『지희를 사랑.. 하는가? 』
감정이 전혀 묻어나지 않는 지금과는 달리 조금은 다른 느낌이 드는 질문이었다.
왜 이 자는 이런 것을 물어보는 것일까?
왜 이 자는 이런 것을 물어보는 것일까?
『아니.. 단 한번도 사랑한 적 없어.. 그저 이용하고 싶었을 뿐이었어.. 그러니 그만 잊으라고.. 전해줄 수 있다면 그렇게 전해줘.. 』
남자가 이런 질문을 하는 의도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어차피 지희에게 도움을 주기위해서는 자신이 죽어야한다고 말하고 있었다. 아직도 지희를 사랑하냐묻는다면 영원히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을것 같았다. 하지만 자신에게 그런 자격이 있는지를 묻는다면 대답할 자신이 없었다. 지희가 고통받고 있는 이 모든 것이 자신때문인데 그런 자신이 어떻게 그런 자격을 입에 담을 수 있을까..?
어차피 이제 마지막이라면.. 자신때문에 아파하지 않았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도 지희라면 그런 이야기를 듣게된다면 많이 슬퍼하겠지만 지희에게 온갖 고통만을 안겨준 자신을 짐처럼 떠안고 살게하고 싶지는 않았다. 차라리 이러는 편이 지희가 자신을 잊기에도 좋을 것이다.
잠시후.. 정찬의 눈앞의 공간이 일그러지는듯하더니 주위의 배경과는 전혀 다른 마치 게임에서나 볼 수 있는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는 포탈같은 것이 커다란 타원형을 이루며 생성이 되었다.
『네가 죽음을 각오하고서라도 지희를 살리고 싶다면 그 안으로 들어가라.. 』
03.
미카엘은 자신의 앞에 생성된 포탈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다. 일이 이렇게 될거라는 것은 어느정도 예측할 수 있었다. 그 녀석이 무엇을 원하는지는 미카엘도 정확히 알 수 없었지만 단순히 지희때문만이 아니라는 것은 알 수 있을것 같았다. 지금 이 상황에서 지희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은 미카엘이 정찬에게 말한대로 정찬을 죽이는 방법 뿐이었다.
그녀석과 정찬이 서로 위치를 바꾸었기에 그 녀석을 끌어낼 수는 없다. 그 녀석이 정찬이라는 녀석의 동의하게 정찬이라는 녀석의 몸의 지배권을 가지고 있는 이상 미카엘이 그 녀석에게 직접 손을 댈 방법은 없었다. 하지만 정찬의 의식속에 있는 정찬이를 끌어낼 수는 있었다. 그렇게하게 된다면 밖으로 끌려나온 정찬의 의식은 얼마지나지 않아 소멸될 것이고 그것은 정찬에게 영원한 죽음을 의미하는 것이 될 것이었다. 그렇게 된다면 그 녀석과 정찬이라는 녀석 사이의 연결고리가 끊어진다. 그것은 곧 정찬의 능력을 상실하게 되는 것... 프레이아가 정찬의 능력에서 벗어날 수 있다면 상황은 얼마든지 역전 될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이 지금 미카엘이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지희가 더 망가지기전에 미카엘은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방법이 이것뿐이라고는 하나.. 정말 그래도 괜찮은걸까? 미카엘에게는 아무런 영향이 없었다. 오히려 감정적으로 말하자면 정찬이라는 녀석에게는 적대적이라면 적대적인 느낌까지 있으니 상관없지만 지희가 이런 사실을 알고도 정말 괜찮을까? 더구나 예전에 미카엘이 간섭했기에 일이 이 지경이 되어버린 부분도 있었기에 쉽게 판단을 내리기 어려웠다. 정찬이 정말 지희를 이용하려고 했었거나 다른 마음이 있었다면 미카엘은 가차없이 정찬을 끌어내버렸을 것이었다.
이것이.. 미카엘에게도 어쩌면 지희에게도 좋은 수가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좋을지 나쁠지를 선택하는 것은 자신이 아닌 지희의 몫으로 남겨두어야 할 부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왜냐면.. 자신 역시 지희를 사랑하고 있으니까.. 쉽게 떨어지지 않는 발에 망설이던 미카엘이 숨을 깊게 들이마시고는 자신의 앞에있는 포탈을 향해 발을 내딛으려는 순간이었다.
『미카엘!!!!! 』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미카엘은 발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아보았다. 그곳에는 실오라기하나 걸치지 않은 몸으로 머리는 헝클어질대로 헝클어지고 축 늘어진 한쪽 팔을 겨우 잡고서 금방이라도 쓰러질듯한 모습을 한 지희가 서 있었다.
『가..가지마..!! 』
뭐라고 이야기를 해야할까.. 가장 합리적인 것은 모든 것을 설명하고 자신이 가지 않으려면 정찬이 죽어야한다고 말을 한 이후에 지희의 선택대로 해주는 것이 가장 합리적인 방법일 것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지희에게는 또다른 강요나 마찬가지였다. 정찬이냐 아니면 미카엘 자신이냐를 선택해야하는.. 그런 것을 지희가 떠안게 할 수는 없었다.
지금 당장이라도 달려가서 지희를 안아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지만 미카엘은 애써 그런 감정을 억누르고 있었다. 상황은 생각보다 많이 심각했다. 지금 이곳은 의식속이며 지금 이곳에 있는 지희 역시 실제의 몸이 아닌 의식일 뿐이었다. 그렇기에 실제로 어떤 험한 꼴을 당한다해도 이곳에서는 멀쩡한 모습으로 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그런 것조차 하지 못하고 마치 실제의 몸으로 이곳으로 온 것과 같은 모습을 하고 있다는 것은 몸뿐만이 아니라 의식조차 크게 상처입고 있다는 이야기였다. 무엇이라도 말을 해주고 싶지만 무슨 말을 해야할지 생각이 나지 않았다. 그리고 이제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다. 그래도 마지막으로 지희를 볼 수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라는 위안을 가지고 미카엘은 입을 열었다.
『항상..지켜볼게.. 안녕.. 』
그 말과 함께 미카엘은 포탈속으로 사라졌다. 미카엘이 모습을 감추자 지희는 그 자리에 풀썩 주저앉아버렸다.
『가지마.. 왜.. 왜.. 미카엘도 날.. 버리는거야..? 』
『잘못했어.. 가지마.. 제발.. 나..버리지마 미카엘.. 제발.... 』
그때.. 미카엘이 들어갔던 포탈속에서 정찬이 데구르르 구르듯이 튀어나왔다. 분명.. 죽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생각했던 것과는 다른 상황에 어리둥절해있던 정찬의 눈에 주저앉아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 지희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지..지희? 지희야!! 』
지희를 발견하는 것과 동시에 정찬은 지희를 향해 힘껏 뛰어가기 시작했다.
『오지마!!!! 』
죽을 것이라 생각했다. 이렇게 지희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만약, 지희를 본다면 지희가 자신을 반겨줄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마치 자신에게 다가오는 건달들에게 필사적으로 오지말라고 소리치는 소녀같은 반응을 보일 것이라고는 역시 생각지도 못했다.
『지..지희야 나..나야 정찬이.. 』
『오..오지마.. 자..잘못했어.. 제발.. 오지마.. 아..안할게.. 앞으로 미나로 변신도 안하고..아..아무것도..아...안할게.. 잘못했어.. 제발..제발.. 』
지금까지 미나로서나 지희로서 가면을 쓰고 있던 자신에게.. 그리고 자신의 몸을 빼앗아버린 자신의 모습을 한 그 녀석에게 모질게 당해왔던만큼 그 모습 그대로인 자신을 두려워하는 것은 당연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그런 것이 너무 서운하고 안타까웠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나..나야.. 지..진짜 정찬이.. 』
『알아.. 』
안다고..? 자신이 진짜 정찬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자신이 다가가는 것을 거부하고 있다는건가..?
커다란 해머로 뒷통수라도 맞은듯한 느낌이었다. 하지만 어떻게든 지금은 지희를 진정시킬 필요가 있을것 같았기에 정찬은 지희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지희를 설득하려했다.
커다란 해머로 뒷통수라도 맞은듯한 느낌이었다. 하지만 어떻게든 지금은 지희를 진정시킬 필요가 있을것 같았기에 정찬은 지희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지희를 설득하려했다.
『꺄아아악!!! 하지마..오지마!! 사..살려줘.. 미..미카엘 제발.. 나.. 나좀 사..살려줘.. 』
자신이 앞에 있으면서도 지금 지희는 다른 남자의 이름을 부르고 있었다. 차라리 엄마나 다른 사람이었으면 모르겠지만 왠지 모를 배신감까지 느껴지는 정찬이었다.
『지희야!! 제발!! 정신 좀 차려봐!!! 』
그렇게 정찬은 지희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지희를 꼭 끌어안았다. 아무래도 좋다. 나쁜놈이라 다시는 보고싶지 않다해도 좋다. 그래도 최소한 지금같은 모습이 아닌 정상적인 모습으로 그런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하지만.. 그렇게 정찬이 지희를 끌어안는 순간 마치 지희의 몸이 유리로 만들어진듯이 지희의 몸은 산산조각이 나면서 바닥으로 떨어져 내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희의 몸이 산산히 부셔져 깨어져 내리는 것과 동시에 커다란 지진이라도 나듯이 땅이 갈라지고 꺼지기 시작하더니 깨져버린 지희의 조각들이 끝이 보이지 않는 땅속으로 떨어져내려가기 시작했다.
『안돼.. 지희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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