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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그 험난(險難)한 강을 건너서… (원제: 사랑 그리고…) -(01)


사랑, 그 험난(險難)한 강을 건너서…


(원제: 사랑 그리고…)


 


이 글은 예전에 ‘소라’에서 활동하셨던 ‘한강하구(한강포구)’라는 필명을 가진 작가님(지금은 탈퇴하고 없음)께서 제공해 주신 것으로써 제가 다시 가필(加筆)하고 수정(修訂), 보완(補完)하여 예전에 <소라>와 <야전(코섹스)>에 발표했던 ‘준 창작 각색 야설’입니다. 따라서 원 저작자(著作者)인 한강하구(한강포구)님과 협의(協議)를 거친 것이므로 표절시비(剽竊是非)는 전혀 문제없음을 먼저 밝혀 드립니다.


 


아울러 좋은 소재나 작품이 될 만한 내용들이 있으면 제 멜로 보내 주시면 참고한 후 집필(執筆)하여 발표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제 멜은 [email protected]입니다.


 


끝으로 위 글을 제공(提供)해 주신 ‘한강하구(한강포구)’님께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씀을 드리며 이 글을 읽는 독자 제위 여러분의 건승(健勝)을 기원(祈願)합니다.


 


♥♡♥♡♥♡♥♡♥♡♥♡♥♡♥♡♥♡♥♡♥♡♥♡♥♡♥♡♥♡♥♡♥♡♥♡♥♡♥


 


수정(水晶)은 조용히 문을 열고 들어섰다. 늦은 오후의 방 안은 아늑함마저 느껴졌다. 그가 조용히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예상보다 깔끔한 방 안의 모습에서 그의 성격(性格)을 읽을 수 있었다. 그는 한동안 말이 없이 수정을 가만히 쳐다보았다. 수정은 일순간(一瞬間)의 어색함에 잠시 고개를 돌리고 두 손은 핸드백을 말아 쥔 채 다소곳이 서 있었다. 그는 여전히 침묵인 채로 담배를 한 개를 담뱃갑에서 꺼내 피워 물었다. 수정은 그가 자신에게 아무데나 앉으라고 말이라도 해 주었으면 좋으련만 그는 아무 말 없이 침대에 걸터앉아 담배만 피우고 있다.


 


“저기 지나는 길에….”


 


수정은 어색한 분위기(雰圍氣)에 묻지도 않을 말을 했다.


 


“….”


 


여전히 그는 말이 없다. 수정은 괜찮겠지 싶은 생각에 그가 앉아 있는 침대 끄트머리에 앉으려고 했는데 그가 나지막이 말한다.


 


“그냥 서 있어요.”


 


수정은 앉으려다가 도로 일어서서 처음 그 모습 그대로 있어야 했다. 그가 담배를 천천히 비벼 끄더니 일어서서 수정에게로 다가온다. 그가 일어서자 그의 머리가 천장에 닿을 듯 보였고 수정은 다시 한 번 그가 건장한 남자라는 사실을 느낄 수 있었다. 그는 수정의 앞에 서서 오른 손을 들어 그녀의 왼쪽 목덜미를 감싸 안듯 어루만졌다. 수정은 쑥스러운 듯 어깨를 약간 움츠렸다. 그의 엄지손가락이 수정의 입술을 지그시 누르며 아랫입술을 밑으로 살짝 당기자 수정의 아랫니가 고른 치열을 보이며 드러났다. 그러면서 다시 그의 손은 수정의 귀밑을 부드럽게 어루만지고 있었다. 그가 수정을 똑바로 쳐다보자 그녀는 그를 올려다보다가 수줍은 듯 눈을 밑으로 내려 깔았다.


 


“이제….”


 


그가 말끝을 흐리며 말을 하자 그녀는 그가 무슨 얘기를 하는 지 궁금함에 고개를 들어 그를 올려다보았다.


 


“이제 더 이상 당신에게 존댓말을 하지 않을 거야. 당신이 이렇게 나를 찾아 온 이상 당신은 나에게 더 이상 친구의 엄마는 아니니까…, 그래도 되지?”


 


그는 거침없이 물었다.


 


“….”


 


수정은 대답이 없었다. 이 순간 어떻게 해야 할 지 순간적으로 고민(苦悶)이 되었던 것이다. 그녀가 말이 없자 그는 두 손으로 그녀의 얼굴을 잡고 천천히 입술을 그녀의 입술에 갖다 대었다. 그녀는 순간 입술을 다물었지만 이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다시 입술을 열고 그의 혀를 받아 들였다.


 


“으으, 음….”


 


입이 막혀 있어 소리가 온전히 나오지는 않았지만 그녀는 언제나 그의 키스에 반응을 보이고 있었다. 그가 입술을 떼자 그녀는 참았던 숨을 내쉬었다.


 


“하아….”


 


그가 다시 그녀의 턱을 치켜들고 그녀의 눈을 응시하며 다시 한 번 묻는다.


 


“그래도 되지?”


 


그녀는 그에게 턱이 잡혀 있어 얼굴이 자유롭지 못했지만 그래도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그의 말에 동의(同意)를 했다.


 


“당신 입으로 직접 듣고 싶어….”


 


그가 말했다.


 


“그, 그… 래….”


 


들릴 듯 말 듯 작은 소리로 그녀가 대답했다. 그러자 그가 이번엔 거칠게 그녀의 입술을 빨았다.


 


“으, 흐, 읍!”


 


그녀의 고개가 한껏 뒤로 젖혀지면서 그의 입술을 받는다. 그의 한 손은 그녀의 정장 스커트를 찢을 듯이 파고들며 순식간에 그녀의 엉덩이를 움켜쥐었다. 그의 입은 이제 그녀의 목젖을 빨아대기 시작했다.


 


“아흐흑! 음… 저, 저기… 아, 아파….”


 


그녀는 정말로 아픈 듯 미간(眉間)을 찌푸리며 그의 목에 두 손을 깍지 끼고 매달려서 뒤로 젖혀진 고개를 그의 품에 대면서 조금은 편안한 자세를 취하려 했다. 그 바람에 어느 새 그녀의 두 발은 공중에 뜬 상태로 그의 목에 매달린 형국(形局)이 되었다. 그녀는 그의 뜨거운 키스를 받으며 그를 처음 만났을 때인 지난 1년 전의 일들을 아련하게 떠 올리고 있었다.


 


♥♡♥♡♥♡♥♡♥♡♥♡♥♡♥♡♥♡♥♡♥♡♥♡♥♡♥♡♥♡♥♡♥♡♥♡♥♡♥


 


1년 전,


그는 아들의 친구로 처음 수정의 집에 왔었다. 아들은 이제 막 대학에 입학하여 나름대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늦은 시간에 다급하게 울리는 현관의 초인종 소리에 수정은 아들의 늦은 귀가(歸家)를 질책(質責)하려는 마음에 조금은 화가 난 얼굴로 현관문을 열었다. 그런데 그곳엔 이미 술이 떡이 될 정도로 만취가 되어 버린 아들과 그 아들을 부축하고 있는 한 젊은이가 서 있었다.


 


“어머! 이게 웬일이야?”


“죄, 죄송합니다. 윤호가 술을 너무 많이 마셔서….”


“아, 그래요. 이 녀석이 웬 술을 이렇게나 많이….”


“아, 네…, 적당히 마시도록 했어야 했는데… 오늘 그동안 사귀던 여자 친구와 헤어졌나 봐요, 그래서….”


“아! 그랬어요?”


 


아들이 ‘그동안 사귀던 여자가 있었나보다’ 하고 수정은 생각하며 윤호를 눕힐 수 있도록 윤호의 방을 열어 놓고 그가 들어오도록 길을 터 주었다.


 


첫 눈에 본 윤호 친구인 그는 키가 무척 컸다. 수정 자신보다 조금 더 커서 대략 168cm정도 되어 보이는 아들 윤호보다도 목 하나는 더 커 보일 정도로 그는 키가 컸다. 체구(體軀)도 건장(健壯)해서인지 아들 윤호를 부축하고 있는 데 이건 거의 고목나무에 코알라가 매달린 형국(形局)같아 보일 정도다. 그는 집안에 들어서자마자 아들 윤호를 번쩍 안아 들더니 아들이 쓰는 방의 침대위에 가볍게 내려놓는다.


 


그가 아들 윤호를 침대에 내려놓고 나오면서 이마의 땀을 닦아내자 수정은 그 사이에 얼음을 몇 개 띄운 시원한 음료수를 내어왔다.


 


“감사합니다.”


 


그는 가볍게 인사하고 벌컥벌컥 단숨에 컵을 비운다.


 


“힘들었을 텐데 잠시 앉아요, 쉬었다 가세요.”


“네, 어머니, 그리고 저… 말씀 낮추세요. 저 윤호 친구인데요.”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처음인데….”


 


수정은 다시 한 번 아들의 친구인 그를 쳐다보았다. 반듯한 이마에 시원한 이목구비(耳目口鼻)가 성격이 무척 남자다울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그를 쳐다보자 다시 한 번 자신의 아들은 윤호와 비교가 된다.


 


“윤호와 친구 맞아요?”


“네? 아, 네, 맞습니다. 제가 1년 재수(再修)해서 나이로는 제가 한 살 더 많겠지만 동기(同期)인 것은 맞습니다.”


 


시간은 어느새 밤 12시를 넘어서고 있었다.


 


“주스 한 잔… 더 줄까…요?”


 


아들 친구지만 조금은 어렵게 보여서 수정은 쉽게 말을 놓지 못하고 있었다.


 


“아, 네, 갈증(渴症)이 계속 나네요. 저도 적지 않게 술을 마셨던 터라….”


 


수정이 냉장고로 주스를 가지러 가는 사이 성하는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다보고 있었다.


 


‘윤호는 참 예쁜 엄마를 가지고 있었군….’


 


성하(星河)는 속으로 생각하면서 은근히 수정의 뒷모습을 훔쳐보고 있었다. 40대 여자로서는 적당한 키인 160cm안팎 정도의 키에 들어갈 곳은 들어가고 나올 것은 적당히 나와서 나름대로 균형(均衡)잡힌 몸매의 수정이었다. 물론 그녀도 그 몸매를 유지하기 위해 적지 않은 운동을 하고 있었던 것은 사실이었다. 성하는 부러웠다. 저렇게 예쁘고 우아하고 지적이고 아름다운 엄마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 수정은 주스를 한 컵 더 담아서 쟁반에 올린 채로 가지고 온다.


 


“감사합니다. 잘 마시겠습니다.”


 


수정은 성하(星河) 옆에 조금 떨어져 앉으며 다시 한 번 말을 건네 본다.


 


“윤호 친구들 내가 대충은 아는데… 거기는 처음 보는 것 같은데… 이름이?”


“김 성하라고 합니다. 그리고 이번에 같이 입학하면서 알게 된….”


“어디 살아요?”


“말씀 놓으시라니까요.”


“그건 좀 어렵네. 성하가 체구가 커서 어른 같아서 그런가, 말이 쉽게 안 놓아지네, 천천히 놓지 뭐, 다음에 또 보게 되면….”


 


수정은 아들 친구라고 하는 성하가 왠지 다른 윤호의 친구들처럼 어려 보이지를 않고 몇 년 더 나이 든 선배(先輩)처럼 보여 진다.


 


“대방동에 살고 있습니다. 해군회관 근처의 원룸에서요.”


“부모님도 같이?”


“아뇨, 전 혼자에요. 어릴 적 부모님이 사고(事故)로 두 분 다 같이 돌아가셔서….”


“어머! 그랬어요? 그래도 보기엔 아주 깍듯이 예의 바르게 자랐네. 아주 보기가 좋네요.”


“저… 윤호 아버님은?”


“윤호 아빠도 2년 전에 사고(事故)로 돌아가셨어요.”


“아, 네….”


 


얘기를 들어 본 즉, 외아들인 윤호와 단 둘이 살고 있는 데 윤호의 엄마가 커피숍을 경영하고 있고 또 윤호의 아버지가 사고로 돌아가시면서 남겨주신 약간의 보상금(補償金)과 퇴직금(退職金)등이 있어서 비교적 생활은 넉넉한 편인 것 같았다. 자기와는 경제적인 면에서는 비교가 되지 않을 것 같았다. 이 살고 있는 아파트도 30평대 후반의 아파트인 걸로 봐서 경제적인 부분은 비교적 여유(餘裕)로와 보이는 것 겉처럼 보였다.


 


“저기… 성하는 키가 훤칠하네. 키가 얼마나 되요?”


 


수정이 묻는다.


 


“잘 모르겠습니다. 고등학교 3학년 때 신체검사 할 때 잰 키가 186cm였는데 그 이후 더 컸는지 어땠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성하를 따르는 여자가 많겠어요. 키도 크고, 인물도 시원시원하게 잘 생겼고…, 우리 윤호도 키만이라도 좀 더 컸으면 했는데 돌아가신 윤호 아빠나 내가 다 작아서….”


“하하하! 어머니 무슨 말씀을요.”


 


잠시 동안의 시간이 더 흐른 후, 왠지 분위기(雰圍氣)가 어색해 보일 즈음,


 


“저 너무 늦어서 이만 가 봐야 할 것 같네요.”


“괜찮으면 자고 가요. 윤호 방에서….”


“아닙니다, 집에 가서 편안하게 자야죠.”


“그래요, 그럼 그러던지…, 오늘 너무 고마워서 어떡하지?”


“담에 술 한 잔 사주세요. 하하하…!”


 


호탕(豪宕)하게 웃는 그의 모습이 너무 매력적(魅力的)이고 보기가 좋다고 수정은 생각했다.


 


“안녕히 계세요. 내일 아침 윤호 깨면 너무 나무라지 마시고 잘 달래주시구요.”


“그, 그래요, 잘 가요.”


 


수정은 성하를 그 날 처음 만났지만 그를 만난 이후 가슴이 휑하니 뚫려지는 것 같은 마음을 가눌 길이 없었다. 이런 기분은 남편과 연애(戀愛)할 때 가졌던 이후로는 처음인 것 같았다. 아들의 친구인 것이 분명한 그인데 그가 수정에게 커다란 남자로 다가오는 까닭은 무슨 감정 때문일까? 정말로 그를 다시 한 번 보고 싶었다. 정말로 우연(偶然)을 가장(假裝)해서라도…,


 


♥♡♥♡♥♡♥♡♥♡♥♡♥♡♥♡♥♡♥♡♥♡♥♡♥♡♥♡♥♡♥♡♥♡♥♡♥♡♥


 


그렇게 그와 첫 만남을 가진 이후 며칠이 지나갔고 어느 날 느닷없이 윤호가 군대에 자원하여 입대한다고 선언(宣言)해 버리는 사건이 발생했다. 수정이 생각하고 있는 바로는 아버지를 잃은 외아들은 군대를 가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었건만 자원하여 입대한다니 말릴 수도 없고 수정이 혼자서만 가슴앓이를 하며 끙끙 앓고 있었다.


 


어느 날 아들 윤호는 송별회를 한다고 나갔고 그 날도 수정은 밤늦도록 혼자 집에서 티비(TV)를 시청하고 있었다. 아마도 여자 친구에게 차인 맘에 도피성(逃避性) 짙은 입대인 것 같아 수정은 그동안 너무나 마음이 좋지 않았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엄마로서 해 줄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데 대해 너무나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었다.


 


저녁이 되기 전 늦은 오후가 수정에게는 언제나 가장 편안한 시간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그 날 따라 카페엔 손님이 그리 많지 않았고, 이제 조금 있으면 저녁을 해야 한다는 핑계로 집으로 퇴근을 할 수 있어서 수정에게는 좋았다. 결산(決算)이야 다음 날 아침에 보면 될 것이므로…,


 


그녀는 커피 한 잔을 따라 놓고 음악을 들으며 창밖을 쳐다보며 생각에 잠겨 있다가 문득 머릿속으로 성하의 건장(健壯)한 모습이 각인(刻印)되어 스쳐지나갔다. 어린 아들의 친구인데도 어느새 성하라는 존재는 그녀에게 커다란 존재(存在)로 다가오고 있었다. 분명히 윤호와 한 살밖에 차이가 나지 않음에도 몇 살 더 먹은 형처럼 모습으로 비쳐진다. 수정은 성하가 보고 싶었다. 오늘 윤호의 송별회(送別會)에 성하도 함께 하는 것인지…, 오늘도 또 지난번처럼 술에 취한 윤호를 데리고 오는 것은 아닌지…, 여러 가지 복잡한 생각으로 잠겨 있을 즈음 문득 집으로 달려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서둘러 퇴근(退勤)을 했다.


 


집에 와서 샤워를 하고 대충 주방에 서서 저녁을 먹고 집안을 치우고 나니 어느새 시간은 밤 10시를 향해 간다.


 


수정은 소파에 앉아 티비(TV)를 시청하면서 이제나 저제나 아들 윤호의 들어오는 것을 기대하고 있었는데 어느새 시간은 자정(子正)을 넘기고 있었고 그녀는 소파에 앉아서 꾸벅 꾸벅 졸고 있었다. 수정은 졸다가 문득 잠결에 초인종 소리를 들었다라고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정말로 초인종이 울리고 있었다.


 


“엄마! 문 열어요.”


 


아들 윤호가 문을 두드리고 있었다. 수정은 깜짝 놀라 얼른 현관문을 열어 주었다.


 


“뭐하고 계셨어요? 그렇게 벨을 눌러도 모르고… 주무셨어요?”


“아니야, 뭣 좀 하느라 못 들었나봐. 송별회(送別會)는 잘 하구 왔니?”


“뭐 특별한 게 있었나? 그냥 저녁 먹고 술 한 잔씩 나눠서 마시고 왔지, 뭐….”


“친구들하고는 다 헤어졌어?”


“응….”


“거기에 성하도 있었니?”


 


수정은 성급한 질문이라는 걸 깨달으면서도 궁금하던 차에 물어보았던 것이다.


 


“어? 엄마가 어떻게 성하를 알아?”


“응, 너 그 날 술 많이 취해서 들어 온 날 있잖아. 그 날 성하가 널 껴안다시피 해서 집에 데리고 왔거든. 그 날 성하가 너 때문에 고생을 많이 해서 내 나중에 음료수 한 잔 먹여서 보냈다. 그래서 알지….”


“으, 응… 그렇구나, 성하는 지금 이 아파트 밑에 있어. 내가 뭘 좀 빌려줄게 있거든, 리포트 쓸 자료(資料)인데… 그래서 같이 왔어.”


“어머! 그럼 좀 들어오라 하지….”


 


수정은 반색을 하며 윤호에게 말했다.


 


“그런데 그 애가 굳이 나보고 가져오래. 이상한 놈이야. 같이 올라오면 될 텐데 안 올라오고 굳이 나보고 가져다 달라고 하네. 엄마가 갖다 줄래?”


“그래? 그럼 내가 갖다 주고 올까?”


“그래! 그럼 나야 더 좋지. 피곤한데….”


“그래, 그럼 줘 봐. 뭔데 그래?”


 


수정은 아들 윤호가 주는 책을 한 권 받아 들고는 현관문을 나서서 1층으로 내려갔다. 성하는 출입구 옆에 서서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서, 성하….”


 


그는 놀란 듯 급히 뒤를 돌아보며 수정을 바라다보았다.


 


“어? 어, 어머니….”


“왜? 올라오지 않고서….”


“그, 그게 저….”


 


성하는 제대로 말을 못하고 있었다.


 


“윤호가 이거 전해주라고 하네. 내일 일찍 출발한다고 해서… 많이 피곤한가봐….”


“네….”


 


잠시 둘 사이에 어색한 기운이 돌았다. 성하는 수정이 준 책을 받아 들고는 뒤를 돌아서서 가려 했다.


 


“서, 성하….”


 


수정은 왠지 모를 다급함에 성하를 불렀다. 성하는 멈칫하며 뒤를 돌아 수정을 바라보았다.


 


“잠시 들어가서 차 한 잔 하고 갈래…요?”


 


하면서 성하의 눈치를 살핀다.


 


“아, 아뇨…, 시간이 너무 많이 늦어서… 다음에 한 번 들릴 게요.”


“저, 저기 윤호가….”


 


수정은 뭔가를 물어보고 싶다는 듯 윤호를 들먹였다.


 


“네, 말씀하세요.”


“그, 그럼… 저기 앉아서….”


 


수정은 아파트 놀이터의 비어있는 벤치를 가리켰다.


 


둘은 벤치에 앉았다. 수정은 자신이 성하를 붙잡았음에도 딱히 무슨 말을 먼저 해야 할지 몰라 발을 모은 채 두 발끝만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윤호…, 군 생활 잘 할 거예요.”


 


성하가 먼저 말을 꺼냈다.


 


“으, 응…, 그래야지. 이왕 군대 가기로 한 거 잘하고 와야지….”


 


수정은 대화가 되는 것이 반가운 듯 얼른 성하의 말을 받아서 말을 하였다.


 


“성하는 언제 군대가?”


“저는… 안 가요. 아니, 못 가요, 고아(孤兒)라서 군대 안가도 되는가 봐요.”


“아! 그렇구나. 그런데… 성하는 애인 있어?”


 


수정은 이 질문을 해 놓고도 성하에게 합당한 질문인지 스스로 자문하면서도 이왕 궁금했던 거 물어보기로 마음먹고 성하에게 물어보았다.


 


“없어요!”


 


가장 간단한 대답이었다. 아예 여자 친구에게는 관심조차 없다는 뜻으로도 보였다.


 


“왜?”


 


수정은 자신이 기대하며 듣고 싶어 하는 말이 나올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계속 질문을 해 본다.


 


“그냥… 내 또래 애들에게는 관심이 안 가서….”


“그럼… 어떤?”


 


어떤 여자에게 관심이 있느냐는 질문이다.


 


“저는 엄마를 일찍 여의어서 그런지 몰라도 왠지 엄마가 있는 친구들이 부럽고…남녀관계를 떠나서 엄마 세대의 여자 분들과 이야기 하는 게 더 좋아요.”


 


수정은 성하의 말에 수긍이 간다는 듯이 성하의 말에 고개를 작게 끄덕였다.


 


“그럼… 나랑 이야기 하는 것도 괜찮아?”


 


조금은 성급한 질문이 될 수도 있었겠지만 그래도 수정은 성하의 의중을 알고 싶어서 가장 핵심적인 질문을 하면서 그의 표정을 살펴보았다. 그러자 성하도 고개를 돌려 수정을 쳐다본다. 은은하게 비쳐지는 아파트 사이사이의 가로등 불빛에 비추어지는 수정의 모습이 친구 윤호의 어머니로 비쳐지기 보다는 작고 여리고 앳되어 보이는 비둘기 한 마리가 내려앉은 듯이 보여 졌다.


 


“네.”


 


성하는 수정을 쳐다보며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호호호! 기분 좋으네.”


 


수정은 성하의 말에 정말로 기분이 좋은 듯 표정이 밝아졌다.


 


“처음 봤을 때부터….”


“처음 봤을 때부터?”


 


성하게 낮게 말을 꺼내자 수정도 그의 말을 따라하며 이어서 나올 말에 대해 궁금하다는 듯이 그의 표정을 신중하게 살펴보며 그의 다음 말이 얼른 나오기를 기다렸다. 그러나 성하가 쉽게 말을 꺼내지 못하자 답답한 수정이 먼저 말을 내 뱉고야 만다.


 


“처음 봤을 때부터… 나도 성하가….”


 


이게 무슨 말인가? 수정은 쑥스러웠다. 그냥 아들의 친구로 보여지기 보다는 의젓한 한 남자로 보인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그때 성하의 손이 수정의 작은 손을 잡아 왔다. 수정의 눈이 커지며 성하를 쳐다본다.


 


“서, 성하….”


 


수정은 긴장된 목소리로 성하를 쳐다보며 그의 이름을 부른다.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성하의 한 손은 수정의 작고 부드러운 두 손을 덮고는 이어서 다른 손으로 수정의 얼굴을 쓰다듬는다. 수정은 그의 행위에 순간적으로 놀랐다.


 


“정말 예뻐요. 어머니….”


 


마치 애기를 다루듯이 성하는 수정의 얼굴을 다시 어루만진다.


 


“으, 음….”


 


수정은 자신도 모르게 얕은 신음을 흘려보낸다. 남편과 사별하고 그것이 나의 운명이려니 하고 생각하며 살아왔는데 어느 날 나타난 한 남자로 인해 지금의 감정은 복잡하기 그지없다.


 


“으, 음… 성하….”


 


‘이러지 마….’


 


라는 말을 하려고 했는데 그 말은 입 안에서만 맴돌고 더 이상 아무런 말도 나오지 않았다. 성하는 순간적으로 수정의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대고는 가볍게 스치듯이 키스를 하고는 일어나 뛰어간다. 한동안 수정도 그 자리에서 서 있으면서 오른 손가락으로 성하가 대고 간 자신의 입술위에 살며시 손가락을 대어 본다. 그 건장하고 씩씩해 보이는 성하도 쑥스러움을 타는 가 보다.


 


♥♡♥♡♥♡♥♡♥♡♥♡♥♡♥♡♥♡♥♡♥♡♥♡♥♡♥♡♥♡♥♡♥♡♥♡♥♡♥


 


다음 날,


윤호는 씩씩하게 엄마에게 입대 신고를 하고는 춘천으로 향해 갔다.


 


수정은 허전한 마음이었지만 2년이라는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기간을 인내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한편으로는 그 빈자리에 성하가 있었기에 조금이나마 위로가 될 듯 싶기도 했다.


 


그렇게 윤호가 떠나가고 한 달이 채 되지 않아서였다. 어느 날 티비(TV)를 보고 있던 수정은 갑자기 울리는 전화기의 수화기를 들었다.


 


“여보세요?”


 


수정은 상대방이 누군지 궁금한 가운데 상대를 불러보았으나 상대방은 누군지 말이 없다.


 


“여보세요?”


“….”


 


수정은 갑자기 성하일 것 같다는 느낌에 다시 물어보았다.


 


“혹시… 성하…니?”


“….”


“성하구나….”


“그, 그냥… 보고 싶어서….”


 


역시 성하였다. 수정은 너무나 반가웠다. 너무나 기뻤지만 이를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는 자신도 몰랐다. 다급한 마음에,


 


“지금 어디?”


“아파트 앞인데요.”


“우리 아파트?”


“…네….”


 


어떻게 해야 하나… 수정은 짧은 고민을 했지만 이내 생각을 정리하고는 성하에게 말했다.


 


“올라올래?”


 


그냥 오라면 될 텐데 그의 의향(意向)을 물어보다니…,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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