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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내가 만드는 이야기

티타노마키아 - 2부(08)


01.


 


 


 


똑똑...


 


『들어와 』


 


허락이 떨어지자 문이 열리고 집사가 전화기를 들고 프레드릭에게 다가왔다.


 


『사라부인이 보스와 통화하고 싶어합니다 어떻게 할까요? 』


 


『통화라고..? 아직 도착하지 않은건가? 아까 분명 차를 보내라고 지시를 했을텐데..!? 』


 


『지금 차안에서 통화를 하고 있는것 같습니다만.. 받아보시겠습니까? 』


 


일에 차질이 생긴줄 알았는지 잠시 매섭게 변했던 프레드릭의 표정이 다소 풀어졌다. 하지만 집사에게 상황 이야기를 듣고도 프레드릭은 어떤 대답을 주는 대신 턱을 매만져대기 시작했다. 이마주름 사이의 간격이 좁아지고 미간이 모아지면서 입에서는 아주 낮은 신음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렇게 잠시 생각에 골몰하는듯하던 그가 집사를 향해 손짓을 했다. 집사가 프레드릭에게 전화기를 건네주자 마치 부하에게 업무전화를 받는듯한 사무적인 말투로 말을 꺼냈다.


 


『무슨 일이지..? 』


 


『저..저기... 오늘은... 그냥... 좀... 쉴 수... 있을..까해서..... 』


 


전화기 건너에서 생기를 잃은듯한 힘없는 사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제 막 말을 배우기 시작한 아이가 문장을 하나씩 끊어서 읽듯이 사라는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아주 천천히 말을 이어가고 있었다. 그런 사라의 말을 다 듣지도 않은채 프레드릭이 물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처음과 달리 은근히 걱정하는 느낌의 말투였다.


 


『혹시.. 어디가 아픈거야..? 』


 


『네..?? 아..아니요.. 그..그런건 아닌데.. 』


 


프레드릭은 "네..??"라는 부분에서 잠시지만 사라의 당황스러워 하는듯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마치 그것을 확인하기위해서 아프냐고 물어본 것인듯 그 이유따위에대해서는 더 듣지도 않은채 프레드릭은 또다시 사라의 말을 다 듣지도않고 말했다.


 


『그럼 그렇게 하도록 해. 조셉(운전기사)에게는 다시 집으로 데려다주라고 지시하도록 하지 』


 


『아..아니요 괜찮아요.. 조금 걷고 싶어요.. 』


 


사라의 목소리에는 여전히 힘이 없고 느렸지만 처음 문장을 끊어읽기라도 하는 듯이 느릿느릿했던 말은 훨씬 빨라져있었다. 프레드릭은 잠시 시간텀을두었다가는 다시 은근한 어투로 물어보았다.


 


『혼자서 괜찮겠어? 』


 


『네.. 』


 


다시한번 확인을 하듯 물어보는 프레드릭에게 대답하는 것을 끝으로 통화는 끊어졌다.


프레드릭이 건네는 전화기를 받은 집사가 말을 꺼냈다.


 


『다른 여자를 찿아볼까요...? 』


 


이런 일에 관해선 무서울 정도로 집요하게 구는 프레드릭이 순순히 사라를 돌려보냈다. 보통 이런 경우는 프레드릭이 그 여자에게 흥미를 잃었다는 뜻이었고 그렇게되면 그 뒷처리는 집사의 몫이었다. 만약, 프레드릭이 집사의 물음에 고개를 끄덕였다면 설사 사라가 간절히 원한다해도 프레드릭을 다신 볼 수 없었을 것이었다.


 


『아니.. 아주 마음에 드는 여자야 오히려 당분간은 다른 여자를 끌어들이지 말도록... 』


 


하지만 집사의 생각과는 달리 프레드릭은 여전히 흥미를 가지고 있다고 대답하고 있었다. 그것뿐만이 아니라 이 여자에게 집중하겠다는 의지까지 보여주고 있는 것이었다. 평소와는 다른 프레드릭의 태도에 집사는 확인하듯 다시 한번 물었다.


 


『그런데 이렇게 그냥 보내도 괜찮겠습니까..? 』


 


『사라가 왜 내게 전화를 했다고 생각하나? 』


 


프레드리그이 반문에 집사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어디까지 진행이 되었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었지만 최소한 아직까지는 보스를 만나고 싶지 않기때문이라는 것은 누가봐도 알 수 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그런 대답을 면전에 대고 하기도 꺼려지는 일이었고 더구나 그런 의미없는 대답을 얻고자 보스가 질문을 던진건 아니라는 생각에 집사는 모르겠다는 의미의 침묵을 지키고 있었다.


 


『나를 만나고 싶지 않아서가 아니야.. 물론, 나를 보고싶은 것도 아니겠지 하지만.. 무의식적으로 확인하고 싶었을거야.. 나와의 관계가 남편을 위해서라는 사실을 말이지.. 만약, 내가 사라의 부탁을 거절했다면 그녀는 오기 싫지만 억지로 이곳에 와야하는 입장인 셈이 되겠지.. 사라가 진정으로 내게 원하는건 오늘 쉬고싶다는 것이 아닌 내게서 "억지" 나 "강제"같은 이미지를 받기를 원했을 거야 』


 


『아마도 지금쯤 사라는 어느정도 안도감을 느끼고 있을거야.. 비록 나에게 스스로 원했던 "강제"라는 이미지를 받는다해도 지금 상황으로서는 나와있는게 부담스러울테고 내가 허락할거라고는 생각도 못하고 있었으니 분명 그 부담감에서 해방된 안도감을 잠시동안은 느끼고 있을거야 하지만.. 그 잠시의 시간이 지나고나면 주체하기 어려울정도의 배신감이 밀려들거야 크크큭.. 방금 내가 전화로 우린 그런 사이라고 그렇게 말해주었으니까  』


 


 


 


 


 


 


 


 


 


 


02.


 


 




툭...


 




사라의 몸이 누군가와 부딪친후 잠시 중심을 잃고 흔들렸다. 휘청거리며 쓰러질뻔했지만 어떻게든 다시 중심을 잡고 걸어나갔다.


 


『이봐요..!! 』


 


뒤로부터 제법 화난듯한 목소리가 들려왔지만 그저 도시의 흔한 소음처럼 사라가 의식할 틈도없이 흘러나가버렸다.


 


또각..또각..... 또각...


도심속의 많은 소음들중... 흘러지나가버리지 않고 일정하게 들려오는 구두 소리..


사라는 잠시 걸음을 멈춰서자 또각거리며 들려오던 구두소리도 잠잠해졌다.


 


사라는 앨런의 얼굴을 보고 있는 것을 좋아했다. 앨런이 퇴근하기를 손꼽아 기다리고 기다리다 앨런이 집에 돌아오면 그동안 참았던 것을 모두 풀어내듯이 앨런을 바라보곤 했다. 그렇게 바라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좋았다. 하지만 지금은 그럴 수 없었다. 앨런을 바라보고싶은 마음은 예전과 다를바 없었지만 그를 바라보고 있으면 무거운 바위가 심장을 짓누르는듯했기에 앨런이 없는동안에는 그가 빨리 퇴근하고 돌아오기를 바라면서도 막상 앨런이 돌아오면 그를 바라보고 있는 것이 두려웠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프로젝트만 끝나면 우리.. 아이를 가져보는거야~ 』


 


이것이 앨런의 답이었다. 사라의 태도가 달라진 부분에 대해서는 앨런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앨런은 그런 것들이 요즘들어 너무 바빠져 집에 자주 들어오지 못하는 자신의 빈자리를 채워줄 사람이 없어서 우울해 하는 것이라 생각하고 있는듯 했다. 지금까지 아이에 대한 계획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아니 오히려 사라와 앨런 모두 바라고 있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아이는 쉽게 들어서질 않았다. 앨런과 사라 모두 불임이 될만한 요소는 없었기에 이 문제에 대해서는 조급하게 생각을 하지말고 서두르지 않기로 했지만 프로젝트가 끝나면 적극적으로 시도해보자는 이야기였다.


 


"여기서 멈춰야 해... 더 이상은..."


 


어떻게든 견뎌낼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아니.. 견딜 수는 있었다. 프레드릭에게 희롱당하는 것은 여전히 모욕적이고 참기 힘든 일이지만 앨런을 위해서라면 어떻게든 프레드릭이라는 인간은 버텨낼 수 있을것만 같았다. 하지만.. 프레드릭앞에서 무너지는 스스로의 모습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었다. 프레드릭이 오늘 하루 쉬는 것을 허락해주는 것만으로도 아주 잠시였지만 사라는 프레드릭에게 고마운 느낌까지 들었다. 순간이나마 그런 감정을 느낀 것조차 앨런을 그리고 스스로를 배신하고 있는 것만 같은 기분이었고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프레드릭과의 정사에서 자신의 모습으로 앞으로는 절대 프레드릭앞에서 그런 일은 없을거라 말할 자신도 없었다. 멈추고 싶었다. 하지만 사라에게는 그럴만한 힘이 없었다. 권력이나 재력 같은 것들을 절실하게 원해본 적이 없었지만 지금만큼은 악마에게 영혼이라도 팔고싶을만큼 절실하게 느껴졌다.


 


"차라리..."


 


아니.. 멈출 수 있는 방법이 있었다. 분명 이런 상황을 멈추게 할 수 있는 힘은 사라에게 없었지만 사라가 이 세상에서 사라진다면 멈출 수 밖에 없을 것이었다. 순간 사라의 안색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어떤 종교에서는 충동이라는 것을 인간이 방심한 사이에 악마가 빙의하기때문에 그 사람이 전혀 하지않을것 같은.. 그런 일들을 하는 것이라고 설명하기도 한다.


 


"아..아니야.. 이런건.."


 


사라는 다시 길을 걷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봐도 헤어날 수 없는 늪에 빠져버린것처럼 결론은 하나로 귀결되었다.

또각..또각..또각..또각.. 또다시 들려오는 구두소리.. 일정한 간격으로 들려오는 구두소리가 매트로놈이 되어 사라에게 최면이라도 거는 듯 사라의 생각은 안좋은쪽으로만 빠져들어갔다. 악마가 속삭이고 있다.. 아무리 발버둥쳐봐야 늪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고.. 도로위를 달리는 차에 뛰어들면 헤어나올 수 없는 고통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을거라고.. 그렇게 사라는 무엇인가 씌여진 사람처럼 초점없는 시선으로 천천히 차들이 달리는 차도로 시선을 돌렸다. 그때였다. 누군가 사라의 치맛자락을 잡아당기기 시작했다.




한 10살이나 되었을까..? 작은 어린아이 하나가 사라의 치맛자락을 잡아 당기고 있었다. 동양계인듯 앨런처럼 검은 머리카락에 검은 눈동자를 가진 귀엽고 예쁜 여자아이였다. 하지만 아이의 행색은 작고 예쁜 외모와는 전혀 달랐다. 입고있는 하얀색의 원피스는 더러워질대로 더러워져있을뿐 아니라 음식물의 소스처럼 생각되어지는 얼룩들이 보였고 얼굴은 땟국이 가득했으며 확실하진 않지만 여기저기 작은 상처들과 너무 더러워져있어서 확실하진 않지만 멍자국처럼 보이는 부분도 볼 수 있었다. 주위를 둘러보았으나 역시나 보호자처럼 보이는 인물은 찿아볼 수 없었다.


 


"홈리스 인가.. 하지만 어떻게 이렇게 어린 아이가..?"


 


행색으로 봐선 하루이틀된 것도 아닌듯한데 어떻게 이런 어린아이가 이렇게 될때까지 방치되고 있을 수 있는지 이해하기 어려웠다. 비록, 조금전까지만해도 죽고싶다는 생각에 사로잡혀있을 정도로 마음에 여유는 없었지만 차마 이런 아이를 못본 척하고 지나갈 수도 없는 일이었기에 사라는 아이의 앞에 쪼그리고 앉았다. 그러고보니.. 아이가 사라의 치맛자락을 잡아당긴 이유를 알 수 있을것 같았다.


 


구걸...


 


아마도 돈을 구걸하기위해 사라를 붙잡았을 것이다. 사라의 예상대로 아이는 사라에게 조막만한 두 손을 내밀어 보였다. 마음 같아서야 가지고 있는 돈을 몽땅 내주고 싶지만 그것보다는 경찰에 알리는 것이 아이에게는 훨씬 더 좋을 것이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었다.


 


보통 다른 사람에게 무엇인가를 받으려고 손을 내밀때는 손을 활짝 편채로 내밀어야하는 것이 아닌가..?

특이하게 구걸하기위해 사라에게 손을 내밀고 있는 이 아이는 마치 소중한 무엇인가를 두 손으로 꼭 쥐고 있는듯 양손을 움켜쥔채로 사라에게 내밀고 있는 것이었다. 마치.. 사라가 무엇을 주기 바라는 것이 아닌 사라에게 무엇을 주려고 하는 것처럼.. 궁금한 마음에 사라도 손을 내밀어 보이자 사라의 손 위로 움켜쥐었던 아이의 손이 펼쳐졌다.


 


『땡그랑~ 』


 


"동전..??"


 


아이의 손에서 사라의 손위로 떨어져 내린 것은 다름아닌 돈이었다. 몇번을 접은 것인지.. 꼭꼭 접혀져있던 지폐 몇 장.. 그리고 동전들..




햄버거 한두개정도 사먹을 수 있을까..? 그런 정도의 돈이 아이의 작은 손에서 사라의 손위로 와르르 쏟아져 내려왔다.


 


『이거.. 나한테 주는거니..? 』


 


아이는 대답대신 고개를 끄덕여보였다.


 


『이걸 왜 나한테...?? 』


 


하지만 이번에는 아이에게서 어떤 제스쳐나 대답도 들을 수 없었다.


 


『혹시.. 말을 하지 못하는거니..?? 음... 아..안녕하세요..?? 나..나는 하..한쿡..사람입니까? 』


 


혹시나 말을 못하는건 아닐까..? 아니면 동양계의 아이인듯한데 영어를 못하는건 아닐까.. 싶은 마음에 아직은 어설프지만 앨런에게 배운 한국어로 말을 건내보았지만 아이에게서 어떤 말도 들을 수 없었다. 그러고보니 사라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다는 이야기는 사라의 말을 알아들을 수는 있다는 이야기니까 단순히 말만 하지 못하는 아이인 것일까? 이 아이에게 호기심도 생기는데다 특히나 아이가 자신에게 돈을 준 이유.. 그것이 무척이나 궁금하긴 하지만 일단은 경찰에 연락하는게 좋을듯 싶었다.


 


『으음.. 잠시만.. 일단 경찰에... 』


 


사라가 백속에서 핸드폰을 찿으려고 하자.. 아이가 뒷걸음질 치기 시작하는듯 하더니 사라가 핸드폰을 꺼내들자 아이는 도망치듯 어디론가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어?? 자..잠깐.. 얘!!! 얘야!! 잠깐만.. 』


 


아이를 쫓아가야하나...? 아니면 경찰에 먼저 연락을 해서 이걸 알려야하나..?

잠시 고민하던 사라는 핸드백을 그대로 백속에 집어넣고 아이가 달려간 방향으로 빠르게 걷기 시작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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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당탕탕...!!!"


 




요란한 소리에 사라는 걸음을 멈추고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다가갔다. 어린 아이이기에 금방 따라잡을 수 있을거라 생각했는데 도심속 골목길 안으로 들어오니 건물하나정도의 거리밖에 안되는데도 다른 세상에 온것처럼 길은 좁고 여러갈래로 나뉘어져있어서 생각처럼 아이를 찿기가 쉽지는 않았다. 여기저기 발길이 닿는대로 아이를 찿아다니다 과연 찿을 수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들때쯤 어디선가 요란한 소리가 들려왔다.


 


『이런 도둑고양이새끼..!!! 』


 


코너를 돌자 소동이 벌어지고 있는 현장이 나타났다. 어느 식당의 뒷문으로 보이는 입구 앞에서 앞치마를 두른 비만형의 남자가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커다란 쓰레기통이 쓰러져있고 그 쓰레기통 안에있었던듯한 비닐백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고 그 비닐백들은 여기저기  터져서 안에서 음식물 쓰레기로 보이는 상태가 안좋아 보이는 음식물들이 여기저기 쏟아져나오고 있었다.


 


『이 도둑고양이 새끼!! 한번만 더 걸리면 죽여버린다 그랬지!!! 』


 


아마도.. 음식쓰레기를 뒤지던 근처의 고양이들이 쓰레기통을 엎은 모양이었다. 찿고있던 아이가 아니라 실망감이 들었지만 혼잣말처럼 중얼거리며 무엇인가를 발로차는 모습에 사라는 얼굴을 찡그리며 남자에게로 천천히 다가갔다. 아무리 스트레스를 받았다고해도.. 그래도 살아있는 생명이 있는 동물을... 남자를 말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왔다.


 


『저기.. 화나는건 이해하겠는데... 아무리 그래도... 』


 


남자를 진정시키고 말리려는 사라의 목소리에 남자는 몸을 돌려 사라를 바라보았다. 그런데.. 남자가 몸을 돌리는 순간 사라는 기묘한 느낌을 받았다. 남자에게 다가가면서 남자가 살이 찐 덕분에 사라를 바라보려고 몸을 돌리는 순간.. 얼핏 그 아이가 입고있던 꼬질꼬질한 하얀색의 원피스 그와 비슷한 것을 본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설마.. 그럴리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이상하게 심장의 불길한 고동은 다가갈 수록 진정이 되질 않고 있었다.


 


『다..당신..!!! 이게 무슨 짓이야!! 』


 


눈앞의 처참한 광경에 사라는 미친듯이 남자를 향해 소리를 질렀다. 불행하게도 사라의 불길한 예감은 적중했다. 그 작은 체구의 아이가 쓰레기더미에 파묻히듯 잔뜩 몸을 웅크리고 벌벌 떨고 있었다. 남자가 발로 찼던 것은 고양이따위가 아니라.. 바로 그 작은 아이였다.


 


『아..아니 나..나는.. 에이씨!! 난 아무짓도 안했어!! 』


 


찔리는 것이 있는지 남자는 금방이라도 달려들듯이 소리치는 사라를 보고 도망치듯 문안으로 뛰쳐들어가 문을 쾅하고 닫아 버렸다. 남자는 사라져버렸지만 아이는 여전히 일어서질 못하고 있었다. 무엇보다 처참한 것은.. 몸을 잔뜩 웅크리고 있는 아이.. 그 아이의 손에 들려있는 음식물 쓰레기.. 그 더러운 것을 이 상황에서도 꾸역꾸역 입으로 집어넣고 있는 것이었다.


 


『그만둬!!! 먹지말란말야!!!! 』


 


마치.. 사라진 남자에게 풀어야할 것을 엄한 아이에게 풀어내듯이 사라는 또다시 고함쳤다. 하지만 아이는 사라의 말이 들리지 않는지 먹는 것을 그만두지 않고 있었다. 사라는 아이에게 달려가 아이를 꼭 끌어안았다.


 


『제발.. 제발 먹지마.. 내..내가 맛있는걸로..흑..흑흑... 』


 


사라는 말을 잇지 못하고 흐느껴 울고 있었다. 왜 이렇게 눈물이 나는지는 사라도 알 수 없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남자에게 맞으면서도 포기하지않고 먹을 것을 입안으로 밀어넣던 그 아이가.. 사라가 울기 시작하자 손에 들고 있던 음식물쓰레기를 내려놓았다. 그리고 오히려 말똥말똥한 눈으로 손을 들어 사라의 얼굴에 가져다 대고는 사라의 눈에서 흐르는 눈물을 닦아주려는듯 훔쳐내기 시작했다.


 




얼마나 그러고 있었을까.. 조금 진정이 되자 사라는 다시 핸드폰을 꺼내들었다. 아이에게 맛있는 것을 사주고 목욕도 시켜주고 예쁜 옷도 입혀주고 싶었다. 하지만.. 누군지도 모르는 아이를 데려다가 그렇게 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동정일까? 일단, 경찰에 연락을 하고 만약.. 아이의 부모를 찿지못하거나 가능하다면.. 아이를 다른 사람이 아닌 자신이 입양했으면 좋겠다는 생각마저도 들었다. 그런데.. 사라가 핸드폰을 꺼내들자 얌전하게 안겨있던 아이가 또다시 발버둥치기 시작했다. 다행히도 이번에는 사라가 아이를 꼭 안고 있었기에 조금 전처럼 도망치지는 못하고 있었지만 아이는 있는 힘껏 발버둥쳐대기 시작했다.


 


『아..알았어!! 안할게!! 경찰에 연락안할게!! 』


 


그러자 아이의 반항이 금새 잦아들기 시작했다. 무슨 사연이 있기에 이 아이는... 분명 이렇게 도둑고양이처럼 쓰레기통을 뒤져서 음식을 먹는 것보다는 훨씬 나을텐데... 사라는 아이를 바라보았다. 아이는 벗어나려 발버둥치는 것은 멈추었지만 금방이라도 뛰쳐나갈듯한 눈으로 사라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있지만 정말이냐고 묻고있는듯한 느낌이 들어왔다.


 


『알았어.. 정말로.. 경찰에 알리지 않을게.. 대신 도망가지말구 나랑 같이 가자.. 알았지?? 』


 


사라는 이래도 괜찮은걸까 싶어서 잠시 고민에 빠졌지만 어떻게든 되겠지 싶은 마음에 경찰에 연락하는 것은 포기하기로 했다. 사라의 말을 알아들을 수는 있는지 아이는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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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오는 길에 아이가 입을만한 옷 몇 벌 그리고 아이에게 필요한 용품들과 먹을 것들을 사가지고 집으로 돌아왔다. 화장이 잔뜩 번져버린 사라와 꼬질꼬질한 어린아이의 모습을 이상하게 쳐다보는 사람들도 많았지만 이상하게도 그런 시선들이 전혀 신경쓰이지 않았다. 아니.. 어쩌면 오히려 편안한 느낌마저 들어왔다.


 


아무래도 이런식으로 지낸지 조금 된 아이같아서 아이가 참지못하고 마트에 진열되어있는 음식에 달려든다거나.. 경찰에 연락한다고 할때처럼 저항하거나 도망을 간다거나 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사라의 생각과는 다르게 꼬질꼬질한 부분과 마치 금방이라도 누가 달려들지도 모른다는듯이 주위를 계속 경계하고있는 점만 빼면 너무 얌전하고 착한 아이처럼 사라의 말에 잘 따라주었다.


 


집에 돌아와서 가장 먼저 아이를 씻겨주고 싶은 생각이 굴뚝같았지만 골목길에서 그 더러운 것을 먹던 것을 생각하니 차마 그럴 수가 없었다. 아무래도 만들어 주는건 시간이 걸릴듯하여 피자를 주문하고 정성스럽게 아이의 얼굴과 손 그리고 발정도씻기고나자 피자가 도착했다. 아이를 식탁에 앉히고 접시를 꺼내 피자를 한조각 덜어 아이앞에 가져다주었더니 생각과는 다르게 아이는 먹을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이었다.


 


『왜 그래? 피자는 싫으니? 』


 


사라의 물음에 아이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리고는 자신의 앞에있는 접시를 가만히 사라쪽으로 밀어냈다.


 


『나  먹으라고?? 』


 


이번에는 아이가 고개를 끄덕거린다. 아이의 그런 모습에 왜그런지 사라는 웃음이 나왔다. 사라는 다른 접시를 가져와 다시 한조각을 덜어 아이앞에다 가져다 주었다. 그러에도 아이가 주저하고 있는 모습을 보이자 사라는 자신의 접시에 있는 피자를 집어 한 입 베어물었다.


 


『괜찮아 나도 충분히 먹을만큼 많이 있으니까.. 그리고 네가 먹고싶은만큼 사 줄수있으니까 얼른 먹자? 응? 』


 


사라의 말을 듣고는 안심이 되는지 그제서야 아이는 자신의 접시위에 놓여진 피자를 집어들고는 허겁지겁 먹어대기 시작했다. 피자가 꽤 뜨거울텐데도 뜨거운걸 참고 있는건지.. 아니면 그걸 느끼지 못할만큼 배가 고팠던건지 아랑곳하지않고 먹는데만 집중하고 있었다.


 


『피자 어디 안도망가니까 천천히.. 천천히 먹어!! 』


 


.

.


 




피자를 다 먹고 난 후... 사라는 아이와 함께 목욕을 하기 시작했다. 씻는 것을 싫어하지 않을까하는 걱정도 조금은 있었지만 더러운 원피스를 벗겨주는동안 아이는 순순히 사라의 뜻에 따라주었다. 그런데 지금까지 마치 정말 사라를 엄마처럼 생각하는듯 사라의 말을 잘 따라주던 아이가 차고있던 작은 목걸이를 벗겨내려고하자 목걸이를 손에 꼭 쥔채로 마치 사라가 그것을 빼앗으려고하는 것마냥 벗지않으려고 하는 것이었다.


 


『알았어 네가 그러고 싶으면 목걸이는 하고 있어도 돼.. 그런데 나한테 보여주는 것도 안되니..? 』


 


그러자 아이는 손에 꼭 쥐고 있던 목걸이를 사라쪽으로 향해주었다. 은색의 작은 목걸이 뒤에는 하나의 이름이 새겨져있었다.


 


"레이첼...?"


 


『이게 네 이름이니..? 』


 


아이는 고개를 끄덕여보였다. 그렇게 사라는 아이를 씻기고 물을 가득 받아놓은 욕조에 아이와 함께 몸을 기대고 누웠다. 물속에서 얼굴만 빼꼼 내밀고 말똥말똥하게 자신을 바라보는 아이는 지금까지 사라가 데리고 있던 아이라고는 생각지 못할만큼 뽀얀 피부에 윤기나는 머리카락.. 그리고 그 꼬질꼬질한 모습속에서도 반짝이던 그 눈망울로 눈을 깜박이며 사라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왠지 편안한 마음이 들어오며 미소가 지어졌다. 사라는 아이를 꼭 안아주었다.




"어쩌면 난... 오늘 이 아이에게 구원받은걸지도..."




생각해보니 그랬다. 죽을생각까지 들던 그 때.. 정말 뛰어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던 그 때.. 이 아이가 나타났다. 그리고 그 이후로 앨런도 프레드릭도 그 무엇도 생각하지 않고 마치.. 일이 있기전의 평온한 일상처럼 하루를 지낼 수 있었다. 이렇게 미소지어본 적이 언제였던가..?




하지만....


 


내일이 되면.. 그리고 또 그 다음날이 되면 프레드릭은 사라를 부를 것이었다. 그리고 사라는 그 부름에 따르지 않으면 안될 것이었다. 여기까지 온 이상.. 그만둔다면 지금까지의 모든게 허사가 되버릴테니까.. 하지만 이제 앨런을 위해서라는 변명마저도 할 수 없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프레드릭 앞에서 무너지는 자신을 용서할 수 없었다. 하지만.. 벗어날 수도 없다는 사실.. 그걸 사라는 알고 있었다.




앨런과 잠자리를 같이하던 그 날... 사라는 자신이 어떤 여자인지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처음에는 죄책감때문에 앨런에게 안기는게 두려워 거절했지만.. 정말 혼자서는 스스로를 붙잡을 자신이 없어 사랑하는 사람의 품에 안기고 싶었다. 그렇게 이기적이지만 앨런에게 의지해서라도 자신을 붙들고 있고 싶었다. 프레드릭과의 관계처럼 단순한 쾌락이 아닌 사랑을 느끼고 싶었다. 하지만.. 앨런은 프레드릭과는 전혀 달랐다...


 


앨런과의 잠자리가 싫은건 아니었다. 지금까지 앨런이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생각도 한번도 해본 적이 없었다. 아니..앨런과의 잠자리는 정말 좋았었다. 프레드릭을 만나기 전까지는.... 그런데 뭔가.. 부족했다. 마치 허기진 사람이 음식을 눈앞에두고 한두번 떠먹자 음식을 치워버린듯이 뭔가 조금.. 조금 더.. 라는 생각이 들어왔고 그 생각은 무의식적으로 프레드릭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스스로가 한없이 음탕해 보였다. 그런 자신을 바라볼 앨런의 시선이 두려웠다. 앨런이 느낄 배신감이.. 그래서 앨런이 떠나가버리는 것이 너무 무서웠다.




"나같은 여자는 정말 죽어버리는게 나을지도..."


 


 


 




『죽...지..마..... 』


 


그런 자조적인 생각에 잠겨들어갈때쯤.... 어디선가 목소리가 들려왔다. 사라는 깜짝놀라 눈을 떴다. 뿌옇게 김이 서려진 욕실... 사라는 여전히 조금전의 그 욕실의 욕조안에서 기대어 누워있었다. 그리고 언제부터 흘리고 있었는지 모르는 눈물... 그 눈물을 닦아주는 이가 있었다. 남자에게 맞을 때도.. 그만큼 배가고팠을 때 음식을 주었을 때도.. 얼굴표정하나 바뀌지 않던 아이가 지금 사라의 눈앞에서 금방이라도 눈물이 떨어져도 이상하지 않을정도로 슬픈 눈으로 사라의 눈물을 닦아주고 있었다. 그리고 그 작은 체구로 사라의 가슴에 얼굴을 묻으며 사라를 꼭 안아주고 있었다.


 


『죽지마.. 제발.. 』


 


잘못들은게 아니었다... 분명 아이.. 아니 레이첼의 목소리였다. 말을 못하는 아이가 아니었다. 아니.. 그것보다 이제야 그 의미를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레이첼을 처음 만났을 때.. 레이첼이 자신의 손에 건네줬던 돈.. 그 의미.. 레이첼의 입에서 지금 흘러나오는 목소리가 그 의미를 말해주고 있었다.


 


쓰레기통에 있는 음식을 주어 먹어야할 정도로 굶주린 아이.. 이 아이에게는 굶주림이 단순한 허기가 아닌 생사를 가르는 일이었을 것이다. 어떻게 모은건지는 모르겠지만 그 아이가 가지고 있던 돈.. 비록, 얼마 안되는 푼돈이긴하지만 이 아이의 전 재산이자 자신의 생명이 걸려있는 돈이라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었다. 그 돈을.. 레이첼은 사라에게 모두 주었다. 왜..?? 어쩌면.. 사라가 죽을 마음이 들었던 것을 유일하게 이 아이가 알아본 것은 아닐까? 하지만 아이는 가진 것이.. 해줄 수 있는 것이 없었으니까... 그럼에도 사라가 죽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에 그러지 말라고 자신의 모든 걸 사라에게 준 것은 아닐까..?


 


죽지 말아달라고...


자신은 구타를 당하면서도 쓰레기통의 음식을 꾸역꾸역 입으로 집어넣을만큼 굶주렸음에도...


 


그렇게 생각하니 오늘 아이와 있으면서 이해할 수 없었던 일들이.. 마치 얽힌 실타래가 풀리듯 한번에 이해가 되어오기 시작했다. 사라가 레이첼을 데려온 것이 아니었다. 레이첼이.. 사라를 죽음으로부터 데려온 것이었다. 죽지말라고.. 레이첼이 사라의 옆에 있어주었던 것이라는걸.. 깨달은 순간 하염없이 눈물이 흘러나왔다. 사라는 아이를 꼭 끌어안았다.


 


『고마워... 정말  고...고마워.. 레이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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