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 29
[키이이이이익!]
바로 그 순간 혜리가 크게 비명을 지르면서 온몸을 활처럼 뒤로 젖히고 있었다.
그러자 지현이 위로 부상한 혜리의 하복부로 손을 가지고 가서 체중을 실어서 아래로 누르며, [혜리야! 가만히 있어!] 라고 날카로운 목소리로 명령을 내렸지만 이미 혜리의 귀에는 지현의 말조차 들리지 않는 상태가 되어 있었다.
혜리는 마치 발버둥을 치면서 온몸을 세차게 요동치고 있었다.
지현은 그런 혜리를 보며 혀를 찬 후 고무공을 재빨리 몇 번 세게 누른 후, 파이프를 떼어냈다.
지현이 혜리의 가랑이에서 떨어져 나가자 또 다시 혜리의 등이 크게 젖혀지면서 온몸에 소름이 솟아오르며 경련을 일으키고 있었다.
[후후후. 효과 만점이지? 클리토리스를 세게 빨아주는 느낌이 어때? 당장이라도 갈 것 같지? 네가 너무 날뛰는 바람에 필요 이상으로 힘이 들어가 버렸어. 이제 그렇게 되면 보통의 방법으로는 이걸 벗길 수가 없어. 뭐, 안이 완전히 진공상태가 되어 버렸으니까.....]
지현의 말대로 혜리의 클리토리스를 감싸고 있는 5센티 길이의 금속은 완전히 혜리의 피부에 달라붙어서 조금도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혜리의 작은 클리토리스는 금속 종 안에서 최대 4.8센티로 늘어날 때까지 빨아 당겨지고 있었다.
이를 꽉 악물고 있는 혜리는 흰자위를 드러낸 채, 입가에서 거품을 뿜어내며 보지에서 세차게 조수를 뿜어내고 있었다.
[어이, 어이.....이런 상태에서는 아무 말도 들리지 않겠네....좋아, 이제부터는 마음대로 싸게 해 줄게.]
연속되는 절정으로 인해서 의식을 잃고 있는 혜리를 보며 지현은 코웃음을 쳤다.
그리고 혜리의 보지와 항문에 제일 굵은 바이브레이터를 삽입시킨 후 빠지지 않도록 팬티 형의 벨트로 고정을 시켰다.
지현이 바이브레이터의 전원을 넣은 순간 혜리의 알몸이 크게 위로 튀어올랐다.
[아힉! 아히이익! 아으윽! 쿠우우욱! 히익....아큐우우우우욱!]
혜리는 마룻바닥에 누워서 마구 몸부림을 치며 분수를 세차게 뿜어내면서 계속해서 절정에 도달하고 있었다.
이제 혜리는 자신의 마음대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쾌감의 폭풍우에 휩싸여 있었다.
혜리는 오늘까지 가벼운 오르가슴을 절정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쾌감에 대한 경험이 없었다.
그런 혜리로서는 지금처럼 연속되는 절정을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그 결과 혜리는 흰자위를 모두 드러낸 채 온몸에 경련을 일으키는 것 밖에는 아무 것도 할 수가 없었다.
그런 혜리를 지현은 무자비하게 양쪽 뺨을 번갈아가면서 때려서 정신을 차리게 만들었다.
[혜리야, 너만 즐기지 말고 제대로 좀 해 줘.]
지현은 그렇게 명령을 내리며 리드를 붙잡고서 소파에 가서 앉았다.
이제 혜리의 두뇌는 격렬한 쾌감에 의해서 완전히 과부하가 걸린 채 전혀 작동을 하지 않고 있었다.
그래서 지현이 명령하는 대로 소파의 앞에서 네 발로 엎드려 있었다.
그러자 지현은 가방 속에서 체인이 달려 있는 계란 모양의 추를 꺼내서 유두와 클리토리스에 붙어 있는 고문도구의 철환에 체인을 고정시켰다.
추의 쇠사슬은 길이가 10센티 정도였고 무게는 한 개에 200g이었다.
지현은 그 추를 왼손에는 2개, 오른손에는 1개를 들고 있다가 엶은 미소를 지으면서 두 손바닥에서 동시에 아래로 떨어뜨렸다.
추의 체인이 팽팽하게 늘어나면서 혜리의 유두와 클리토리스에 부착되어 있는 고문도구에 추의 무게까지 더해지면서 아래로 잡아당기고 있었다.
혜리의 예쁜 젖가슴이 원추형으로 팽팽하게 늘어나면서 그녀의 머리가 위로 뛰어오르며 온몸의 경련이 더욱 더 강해지고 있었다.
추가 잡아당기는 힘에 의해서 혜리의 고통이 20%정도 증가했던 것이다.
지현은 킥킥 웃으며 혜리의 수치스러운 자태를 바라보고 있었다.
[어때, 자극적이지? 하지만 이걸 이렇게 하면 더욱 더 자극이 강해져.]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지현이 가방 속에서 리모컨을 꺼내서 스위치를 켰다.
혜리의 항문과 보지 속에 파묻혀 있던 두 개의 바이브레이터가 격렬하게 날뛰기 시작했다.
[히키이이이이익!]
천정을 향하고 있었던 혜리의 얼굴이 세차게 아래로 내려가더니 곧바로 뒤로 크게 젖혀지면서 등이 동그랗게 말리고 있었다.
그 움직임으로 인해서 유두와 클리토리스에 매달려 있던 추가 격렬하게 출렁거리면서 강력한 자극이 혜리를 덮치고 있었다.
[히키이이익! 아악.....아히이이이익!]
혜리는 그 자극에 의해서 또 다시 연속 절정을 맞이하기 시작했다.
팬티 형태의 벨트 가장자리에서 대량의 보지물이 뿜어져 나왔다.
지현은 그런 혜리에게서 몸을 떼어놓은 후 소파에 얕게 앉아서 혜리의 리드를 강하게 잡아당겼다.
[이쪽으로 와.]
리드가 강하게 잡아당겨지자 혜리는 목이 막히는 것을 느끼면서 강하게 기침을 했다.
하지만 텅 빈 눈빛으로 휘청휘청 거리면서 지현의 명령에 따르고 있었다.
혜리가 지현의 다리 사이로 간신히 도착하자 지현은 양 다리를 크게 좌우로 벌린 후 혜리의 머리카락을 붙잡고서 자신의 가랑이에 그녀의 얼굴을 세게 짓눌렀다.
[혜리야, 빨아.]
지현이 조롱하는 목소리로 명령을 했다.
혜리는 지현의 명령대로 혀를 길게 내밀고서 지현의 보지를 핥고 빨아주기 시작했다.
[혜리야, 좀 더 힘을 집중시켜.....넌 아주 서툴러....그렇게 하면 안 돼! 좀 더 혓바닥 전체를 사용해서 문질러. 안 돼, 안 돼.....전혀 의욕이 느껴지질 않잖아.]
지현은 혜리의 커널링구스에 명령을 내리며 방법을 가르쳐주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녀의 서투른 봉사를 힐책하면서 사타구니에 그녀의 얼굴을 더욱 더 세게 누르면서 발끝으로 추를 찔렀다.
그러자 또 다시 혜리의 온몸이 크게 출렁거리면서 뜨거운 신음소리가 새어나왔다.
그리고 필사적으로 지현의 명령을 재현하려고 애를 쓰면서 혀를 열심히 움직이고 있었다.
혜리는 그런 식으로 몽롱해져 가는 의식 속에서 필사적으로 봉사를 계속하고 있었다.
혜리의 보지 빨기 봉사가 어느 정도 몸에 익숙해지기 시작하자 지현은 허리를 앞으로 쑥 내밀어서 항문이 드러나게 만들었다.
[혜리야, 여기도 깨끗하게 빨아. 항문 속으로 확실하게 혀를 밀어 넣고서 안까지 깨끗하게 빨아.]
그러자 혜리는 지현의 가랑이 속으로 스스로 얼굴을 세게 눌러대면서 혀를 쑥 내밀고서 항문을 핥아주기 시작했다.
이제 혜리의 머릿속에는 뭐가 더럽다든가 뭐가 이상하다든가 하는 판단을 할 수 있는 머리가 남아 있지 않았다.
오로지 지현의 명령에 따라서 그녀가 시키는 일을 군소리 없이 실시하는 것 밖에는 할 수가 없었다.
[어이, 보지 속에 코를 처박고서 내 보지의 냄새를 마음껏 맡아. 크게 숨을 들이마셔서 몸속의 세포 모든 곳까지 퍼지게 만들어.]
지현의 명령에 혜리는 코의 끝부분을 보지 속으로 찔러 넣은 후 코로 크게 숨을 들이마셨다.
그 순간 주르륵 소리가 나면서 지현의 보지물이 혜리의 비강 속으로 흘러 들어와서 입속으로 역류하고 있었다.
비강의 안쪽에서 찌릿찌릿 저려오는 통증이 밀려왔지만 혜리는 그 통증조차 쾌감으로 오인하고 있었다.
이제 그녀는 황홀한 표정을 지으면서 지현의 항문 속을 혀로 세게 핥아주면서 애액을 코로 삼키고 있었다.
이제 혜리는 완전히 빠는 개로 전락하고 있었다.
지현이 그런 혜리를 만족스러운 눈으로 내려다보며 씨익 악마의 미소를 지었다.
[후후....이제 매우 많이 능숙해졌어. 자, 상을 줄게.]
리모컨을 한손에 들고서 혜리를 칭찬한 지현이 스위치를 3개 동시에 넣었다.
그 순간 유두와 음핵의 추가 지잉지잉 신음소리를 내면서 부르르 떨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진동은 체인을 따라서 고문도구를 진동시키며 혜리의 민감한 육아를 자극하고 있었다.
[후아아아아아악......흐킥.....흐윽.....]
혜리의 온몸이 크게 떨려오면서 지현의 가랑이 사이에 얼굴을 파묻은 채 의미 불명의 흐려진 비명소리가 새어나왔다.
[굉장하지? 그 추 안에는 금속제의 로터가 달려 있어. 그게 안에서 날뛰기 때문에 진동의 방향을 전혀 예측할 수가 없어. 그래서 그렇게 매달고 있을 뿐인데도 강력한 자극을 전해 줘.]
지현의 설명대로 혜리의 육아가 매달려 있는 추는 각각 의지를 가진 것처럼 마구 흔들리면서 크게 날뛰고 있었다.
흘러넘치는 자극에 의해서 네 발로 엎드려 있는 혜리의 사지가 더욱 더 길게 뻗어나가면서, 온몸이 딱딱하게 경직된 채 작게 떨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 여체에서 일제히 힘이 빠져나가면서 혜리가 마룻바닥 위로 풀썩 쓰러졌다.
바닥에 쓰러져 있는 혜리를 내려다보며 지현이 그녀의 얼굴을 발로 짓밟으며 말했다.
[혜리야, 자는 것은 빨라. 밤은 이제 겨우 시작이야.]
발바닥으로 혜리의 청순한 얼굴을 마구 문질러대며 명령을 했지만 이미 완전히 기절해버린 혜리는 전혀 눈을 뜨지 않고 있었다.
연속 절정에 의해서 체력이 완전히 방전되어 버린 혜리는 깊은 실신 상태에 빠져 버렸던 것이다.
[젠장, 한심하네...뭐, 좋아. 전희는 이제 이 정도로 용서해줄게. 다음에는 실전이야.]
얼굴 가득 새디스트의 미소를 지으며 지현은 의식을 잃고 있는 혜리를 껴안고서 침실로 향했다.
아직도 눈을 뜨지 않고 있는 혜리를 침대 위에 눕힌 후 혜리의 허리를 휘감고 있는 팬티 형의 벨트에 손을 뻗어서 그걸 혜리의 몸에서 벗겼다.
그리고 대신 그 벨트를 자신의 몸에 휘감고서 고정을 시켰다.
그리고 혜리의 보지와 항문에서 거대한 바이브레이터를 뽑아낸 후 그 뿌리 부분을 자신이 차고 있는 벨트의 보지 부분에 대고 세게 눌렀다.
그러자 찰칵 하는 소리와 함께 바이브레이터 하나가 벨트에 고정되고 있었다.
[후후후....진짜는 클리페니스(음핵자지)로 박아주고 싶었지만 아직은 그 모습을 아마추어에게 보여줄 수가 없어. 뭐 이걸로도 충분히 임수를 완수할 순 있으니까.]
지현은 유감스럽다는 듯 그렇게 중얼거린 후 항문에 박혀 있던 바이브레이터도 똑같이 가랑이 사이로 가지고 가서 장착시켰다.
[뭐, 이걸로 두 구멍을 동시에 박아줄 수 있겠지.....제발, 망가지지 말아 줘.]
지현이 요염한 미소를 지으며 혜리를 조롱하듯이 중얼거렸다.
이제 시간은 겨우 11시를 조금 지나 있었다.
아직까지 혜리를 괴롭혔던 3시간에 비해서 아침까지는 그 세배나 되는 시간이 남아 있었다.
혜리의 진정한 음란 지옥이 지금 그 막을 열고 있었다.
4-14.
퇴근 시간이 되어서 준하가 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고 있던 중 핸드폰이 울렸다.
준하는 차를 갓길에 대고서 핸드폰을 열어보았다.
발신자는 우성이었다.
[무슨 일이야?]
[유리에게서 연락이 왔어요. 준하 님이 명령한 것들을 수행하는 데 약간의 문제가 있다고 합니다.]
[무슨 문젠데?]
[컴퓨터의 데이터에 관련된 거라고 하던데요. 데이터에 접근하는데 패스워드가 필요한데 명수 밖에는 모른다고 합니다.]
[컴퓨터 문제인가? 난 잘 모르는데, 넌 어때?]
[솔직히 말해 저도 좀 서투른 편입니다. 보통 이런 경우에는 아는 사람에게 부탁하고 있습니다만 이번에는 그 사람도 연락할 수가 없어요.]
[누군데?]
[네, 보통 의뢰를 하는 사람은 원 인터의 재무과장인 최 훈이라는 자인데 전무파 중 한 명으로 박 명수의 컴퓨터를 관리하고 있는 당사자입니다.]
[아, 그 새끼? 그렇다면 믿을 수가 없어. 그 밖에 아는 사람은?]
[유감이지만 그 정도 실력자인 사람은 없어요. 뭐, 지금부터 찾아볼 수는 있겠지만 시간이 좀 걸릴 것 같은데요. 그리고 일의 내용 때문에 완전히 믿을 수 있는 사람이 아니면 의뢰할 수가 없어요.]
우성의 말이 맞았지만 이제 시간은 일주일도 채 남지 않았으므로 민첩한 대응이 필요해지고 있었다.
- 귀찮게 됐는 걸.....최 훈은 PC 실력만으로 과장이 된 전문가야. 그 녀석이 관리하고 있으면 쉽게 해킹을 할 수가 없어.
[어떻게 할까요? 명수의 집에 직접 침입해서 PC 자체를 빼앗아올까요?]
우성이 극단적인 방법을 제안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경찰까지 개입할 가능성이 있었다.
준하는 지금 시점에서 그 일만은 절대로 피하고 싶었다.
PC를 빼앗았을 경우 그 내용이 경찰에 알려지게 될 가능성이 있었고 그렇게 되면 그 데이터의 가치는 완전히 제로가 되어 버린다.
누구의 눈에도 닿지 않는 정보이기 때문에 거래의 재료로서 유효한 것이니까.....
준하는 특별히 좋은 방법이 떠오르질 않자 크게 한숨을 쉬었다.
하지만 그 순간 준하의 머릿속에서 한 남자의 얼굴이 떠올랐다.
- 응, 그 녀석? 그래 지현이를 임대해주고 있는 어린 놈....이름이...그래, 경태, 박 경태....IT 관련 일을 한다고 했어.
그 순간 준하는 머릿속이 가벼워지는 것을 느꼈다.
[좋아, 우성아, 데이터에 관련해서는 내가 어떻게든 해결할 테니까 넌 지금까지처럼 유리의 혈연관계를 조사하고 있어.]
[아, 그것도 말씀드리려고 했습니다만, 그 건에 관해서 조금 재미있는 정보를 손에 넣었습니다.]
[뭔데?]
[유리와 명수가 먼 친척 관계였습니다. 즉, 명수와 유리의 엄마는 피는 섞이지 않았지만 약간 먼 숙부와 질녀의 관계였습니다.]
[뭐라고? 그렇다면 유리와는 거의 할아버지 사이라는 얘기잖아?]
준하가 기가 막힌다는 말투로 외쳤다.
[네. 게다가 명수는 그 엄마의 친척들에게 상당한 돈을 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상하지요? 그 구두쇠 영감이 그렇게 먼 친척들에게 돈을 주고 있다니 말이죠.]
우성이 즐거운 목소리로 보고를 했다.
[그래. 네가 말하는 대로야. 무슨 냄새가 나는 걸. 좋아, 그 쪽을 중점적으로 조사해, 다소 무리인 방법을 사용해서라도 말이야.]
[네. 잘 알겠습니다, 뭐가 나올지 기대하고 계셔도 좋을 겁니다.]
우성이 즐거운 목소리로 대답한 후 전화를 끊으려고 했다.
그 순간, [아, 맞아, 네 애완동물. 여정이라고 했던가? 그건 어떻게 하고 있어?] 라고 물었다.
[네. 오늘은 일을 마치고서 내일 야근을 할 때까지 집에서 트레이닝을 시키고 있습니다.]
[그럼 나중에 내 집으로 오도록 말해 놔. 내가 직접 조교를 해 줄 테니까.]
그러자 우성이 숨을 꿀꺽 삼키며 말했다.
[아....하지만 또 다시 실례를 범할지도 모릅니다.....아직 완전히 조교가 끝난 게 아니어서...]
[괜찮아. 그 정도는 내가 알아서 조교할 테니까.]
[송구합니다. 그럼 그 년은 주인님에게 바치겠습니다. 전 곧바로 다음 애완동물을 찾으면 되니까요.]
우성이 아무런 주저 없이 여정을 단념하고서 준하에게 헌상하고 있었다.
준하는 조금 놀랐지만 곧바로 우성의 진심을 알아차리고서 말했다.
[후후, 뭐라고? 너 실패작을 나에게 떠넘길 생각이야?]
[아....아닙니다.....그 년이 주인님에 의해서 어떻게 바뀔지 보고 싶은 마음이 더 강해서 그렇습니다. 어쨌든 전 지현 님의 변화에 저도 깜짝 놀랐으니까요. 그 년도 어떻게 변하게 될지 흥분이 됩니다. 게다가 주인님에게 직접 조교까지 받게 된다면.....어떻게 변할지 진심으로 궁금합니다.]
[뭐, 네 진심을 잘 알고 있어, 어쨌든 그 년을 사용하는 것은 오늘밤뿐이야. 지현이에게 어떤 임무를 주었기 때문에 오늘 밤은 심심해서 말이야.]
[에? 지현 님을 누구에게 하룻밤 대여해 주었다는 말입니까?]
[응. 어떤 여자를 교육시키고 있어.]
[네? 레즈비언 섹스요? 와우.....굉장한 광경이겠네요.]
[후후...네가 일을 확실하게 처리해주기만 한다면 그걸 보여줄 뿐만 아니라 3P 섹스도 허락해주지.]
[진.....진짜입니까? 우우.....의욕이 솟구치는데요.....준하 님, 약속을 지켜야 합니다.]
준하가 가볍게 동의를 하자 우성은 일초라도 아까운 것처럼 곧바로 인사를 하고서 전화를 끊었다.
잠시 후 준하는 휴대폰의 전화번호부를 찾아서 경태를 호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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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하는 바로 집으로 돌아가지 않은 채 단골 라면집에 들러서 구운 돼지고기라면, 볶음밥과 만두를 먹고 있었다.
준하는 음식을 반 정도 먹었을 무렵 가냘픈 몸매의 한 청년이 식당 안으로 들어왔다.
청년은 슈트를 입고 있었지만 슈트는 주름이 져 있었고 와이셔츠도 조금 더러워져 있었다.
그리고 넥타이도 조금 느슨하게 풀어져 있어서 마치 급하게 슈트를 착용하고 온 모습처럼 보였다.
당황한 표정으로 식당 안에 들어온 청년은 곧바로 준하의 모습을 알아차리고서 가게 안을 빠르게 걸어서 준하가 앉아 있는 식탁의 앞에 앉았다.
그 청년은 바로 박 경태였다.
하지만 준하의 앞에 앉은 경태는 준하가 예전에 보았던 모습이 아니었다.
가는 눈초리에 길게 찢어져 있는 눈은 새빨갛게 충혈 되어 있었고 이마에는 세로로 깊이 주름이 새겨져 있었으며 뺨은 수척해져 있었고 눈 밑에는 진하게 기미가 떠 있었다.
충혈된 눈에는 막다른 곳에 몰린 사람의 고민이 선명하게 떠올라 있어서 지금 당장이라도 높은 빌딩의 옥상에서 몸을 던질 것 같은 분위기가 감돌고 있었다.
준하는 그런 경태의 얼굴에서 눈을 돌리며, [응? 빨리 왔는데.] 라고 중얼거리면서 계속해서 라면을 먹고 있었다.
- 후후후.....마치 절망에 가득 찬 놈으로 변했는데. 이게 사장이 말하고 있었던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어.’라는 뜻인가? 확실히 눈빛에서 보이는군.
준하는 경태의 표정에서 내심 미소를 지으며 식사를 계속했다.
경태는 곧 허리를 반쯤 들어 올려서 몸을 더욱 더 앞으로 밀어내며 말했다.
[저기....전화로 한 얘기, 사실인가요? 지현 씨를 한 달 더 나에게 임대해 준다고?]
[내가 왜 거짓말을 하나? 널 놀리고 있을 정도로 한가한 것처럼 보여?]
그러자 경태가 갑자기 화를 내며 말했다.
[그럼 왜 갑자기? 지금까지 아무리 부탁을 하고 애원을 해도 당신은 만나주지도 않았는데.....갑자기 전화를 걸어서 그렇게 쉽게 허락을 해 준다면 누구라도 믿을 수가 없잖아요.]
[후후후....이봐, 좀 진정해. 그렇게 마구 소리 지르지 마. 네 침이 들어간 음식을 내가 먹으란 말이야?]
그러자 경태가 이를 갈면서 의자에 몸을 깊이 파묻으며 [여기 라면!] 이라고 고함을 지르듯이 주문을 했다.
그 소리에 가게의 구석에 서 있던 여고생처럼 보이는 여직원이 몸을 부르르 떨면서 카운터 안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러자 카운터 안에 있던 중년 남자가 고개를 끄덕인 후 밖으로 나왔다.
그 남자는 이 가게의 사장이었다.
카운터 안에 있을 때에는 알아차리지 못했지만 가까이에서 보면 근육질의 몸으로 팔뚝 등은 상당한 굵기를 지니고 있었다.
커다란 몸집의 사장은 테이블 바로 옆으로 다가와서 상반신을 테이블 위로 숙여서 굵은 팔을 드러내며 “쾅” 하고 큰 소리를 내며 물이 담겨 있는 잔을 아래로 내려놓았다.
[손님, 이 가게는 그렇게 크지 않기 때문에 크게 고함을 지르지 않아도 충분히 주문을 받을 수 있어요. 그리고 이 가게 안에는 다른 손님들도 있기 때문에 좀 더 조용히 얘기를 나눠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사장이 낮은 목소리로 주의를 주었다.
말투는 정중했지만 확실히 그 태도와 말투에는 분명하게 협박이 담겨져 있었다.
하지만 준하는 사장에게 눈도 돌리지 않은 채 그 말에 코웃음을 치면서 계속해서 라면을 먹고 있었다.
그리고 경태는 [잘난 척 하지 말고 손님이 오면 곧바로 주문이나 받으러 와.] 라고 깔보는 목소리로 말하고 있었다.
사장이 화가 난 눈으로 경태를 노려보았다.
[어이, 어이. 난 식사 중이야. 공짜로 준다고 해도 맛없는 음식이 식어서 더 맛이 없기 전에 그만 해.]
준하가 불난 집에 부채질을 하는 것 같은 말투로 끼어들었다.
[뭐라고?]
사장이 진짜로 화가 난 표정으로 준하를 노려보았다.
[떠들지 마. 난 그냥 밥을 먹으러 여기 온 거야. 그리고 네 눈빛? 그런 눈으로 날 보는 까닭이 뭐야? 내가 뭐 잘못이라고 한 건가?]
준하가 담담하게 식사를 계속하며 냉정한 목소리로 물었다.
그러자 결국 사장은 화가 나서 새빨개진 얼굴로 테이블에서 멀어져 갔지만 그 눈은 계속해서 두 사람을 노려보고 있었다.
준하는 그런 사장의 눈빛 따위는 전혀 신경 쓰지 않은 채 계속해서 식사를 했다.
한편 경태는 흥분을 좀 가라앉힌 채 다시 대화를 나눌 계기를 찾고 있었다.
그런 경태의 태도나 행동은 저 번에 만났을 때에는 한 번도 느껴본 적이 없는 종류였다.
처음 만났을 때의 경태는 약간 편집광적인 면이 있긴 했지만 약간 신경이 예민할 뿐 싸움과는 완전히 거리가 먼 사람처럼 보였다.
실제로 경태는 준하가 느낀 그대로의 남자로 가냘픈 체구에서 판단할 수 있는 그대로, 폭력과는 완전히 거리가 멀고 상대방의 폭력에는 극단적으로 약한 남자였다.
성격도 내성적이고 과묵해서 다른 사람에게 먼저 화를 낸 일은 거의 한 번도 없었다.
그런 경태가 조금 전의 태도에서 알 수 있을 정도로 난폭한 성격에 이성을 잃기 쉽고 주위를 전혀 보지 않게 된 것에는 바로 지현과 준하, 그리고 재수가 크게 관련이 되어 있었다.
지현을 임대한 처음 1주일 동안은 경태에게 있어서 마치 꿈을 꾸는 것 같은 기간이었다.
지현 정도의 미녀를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던 경태로서는 그런 지현을 자유롭게 가질 수 있다는 사실에 진짜로 꿈을 꾸고 있는 것 같았다.
게다가 둘만 있을 때 지현의 표정이나 행동은 경태의 상식을 아득할 정도로 넘어서는 것들뿐이었고 바로 눈앞에서 보게 되는 지현의 음란한 자태는 평소에도 경태의 머릿속을 떠나지 않고 있었다.
당연한 결과로 경태는 완전히 지현에게 빠져들어서 완전히 ‘비몽사몽’ 상태가 되어 버렸다.
그런 경태로서는 지현과 만나지 못하게 되면 자신이 어떻게 변할지 전혀 상상도 할 수 없는 상태가 되어 버렸다.
그리고 3주째로 접어들었을 때 경태는 질투심으로 미쳐 버릴 것 같은 상태가 되어 있었다.
지현이 자신과 만나지 않을 때, 준하나 재수에게 마구 유린당하는 모습이 계속해서 머릿속에 떠오르고 있었다.
그 생각을 뿌리치려고 애를 쓰면 쓸수록 경태의 머릿속에서 지현은 더욱 더 잔혹하게 능욕을 당하고 있었다.
결국 질투심으로 미쳐버린 경태는 지현의 모든 것에 대해서 알고 싶어졌다.
그래서 몇 번이나 지현의 뒤를 미행해서 그녀의 회사나 집안에 대한 정보를 얻으려고 생각했지만 그 생각은 한 번도 실행된 적이 없었다.
왜냐 하면 지현과 한 시간을 보내고 나면 경태는 최소 30분 동안은 침대에서 일어날 수가 없는 상태가 되었기 때문이었다.
지현과 직접 섹스를 하게 되면 경태의 이성은 순식간에 날아가 버렸고 그 결과 이성을 되찾을 때에는 정력이 완전히 고갈되어 있었다.
결국 아무런 행동도 치하지 못한 채 4주째에 접어들자 무거운 현실이 경태를 압박하고 있었다.
임대가 종료되는 무거운 현실이.....
경태는 지현을 통해서 두 번, 세 번 준하와의 면담을 신청했지만 지현은 그의 부탁을 완전히 무시하고 있었다.
아무리 애원을 하고 아무리 난폭하게 대해도 지현은 절대로 그의 부탁을 들어주지 않았다.
결국 더욱 더 초조해진 경태는 지현을 점점 더 거칠고 난폭하게 능욕하고 있었고 이제는 일상생활에까지 그 영향이 미치고 있었다.
결국 경태는 회사에서도 일을 제대로 할 수가 없어서 해고를 당하게 될 위험한 처지에 처해 있었다.
하지만 경태는 그것마저 전혀 신경 쓰지 않은 채 파멸의 길로 돌진하고 있는 중이었다.
결국 초조감에 사로잡힌 경태는 흥신소에 조사를 의뢰했지만 놀랍게도 3일도 채 되기 전에 흥신소에서는 그 의뢰를 거부하고 있었다.
다른 흥신소에 의뢰를 해도 그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결과는 ‘미행 불가능’, 그게 흥신소의 대답이었다.
절망감에 사로잡힌 경태는 결국 지현을 억지로 납치해 버릴까 하는 계획까지 세우고 있었다.
그런 경태에게 3시간 전 준하에게서 전화로 왔던 것이다.
경태의 앞에 라면집 사장이 거칠게 라면 그릇을 내려놓고 떠나고 나자 경태가 준하를 바라보며 말했다.
[어....어떻게 하면 되겠습니까?]
[네가 제일 잘 하는 일을 한 가지 해 주면 돼. 혹시 너 비밀번호가 걸려 있는 PC의 데이터를 볼 수 있어?]
[저기.....컴퓨터의 상태에 따라 달라요.]
[그렇다면 할 수 없는 경우도 있단 말이야?]
[그래요. 은행이나 금융기관의 보안 프로그램은 해킹할 수 없어요, 정부 관련의 일도....돈이 문제가 아니라.]
그러자 준하가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좋아, 알았어. 그럼 라면을 먹고 여기서 사라져.]
그러자 경태가 당황해하며 대답했다.
[잠깐만요. 어느 정도 레벨의 보안 프로그램인데 그래요?]
[프로그램의 문제가 아니야. 내가 안 된다고 생각한 이유는 너의 태도 때문이야. 만일 이야기를 전부 듣고 나서 리스크가 높아서 안 된다고 대답할 놈에게는 중요한 내용을 상담할 수 없기 때문이야.]
준하는 다시 볶음밥으로 고개를 숙인 후 그걸 먹기 시작했다.
[젠장, 알았어요. 나에게 선택할 권리 따위는 없겠죠. 하지만 최소 그 정도의 컴퓨터는 준비해 줘야 해요. 낡은 노트북으로는 절대로 할 수 없어요.]
[난 안 된다고 말했어. 이제 얘기는 끝이야. 난 소중한 기회가 왔을 때 망설이는 녀석은 믿을 수 없어, 그래, 너 같은 놈은 말이야. 이제 약속의 의미로 너에게 주었던 속옷을 성인용품 사장에게 반납하고서 내 눈 앞에서 사라져.]
[무슨 말이에요?]
[뭐라고? 말귀도 못 알아듣는 놈이군. 이제 너와는 더 만날 이유가 없잖아, 아니 정확하게 말해서 지현이가 너 같은 놈과 만날 이유가 없겠지.]
그 순간 경태의 머릿속에서 뭔가가 뚝 끊어지고 있었다.
그런 두 사람의 옆에 어느 새 라면집 사장이 또 다시 다가오고 있었다.
[어이! 어지간히 좀 해! 몇 번이나 조용히 해 달라고 말해야 알겠어?]
사장의 고압적인 고함 소리에 가게 안에 있던 다른 손님들이 서둘러서 밖으로 나가고 있었다.
사장은 떠나가는 손님들을 혀를 차며 바라본 후 다시 준하 일행에게 눈을 돌렸다.
[이걸 봐! 너 때문에 다른 손님들이 모두 다 도망치고 말았잖아?]
완전한 생트집이었다.
하지만 분노한 표정으로 준하를 노려보고 있는 사장의 옆에서 경태에게 변화가 일어났다.
완전히 무표정인 채 고개를 숙이고 있던 경태의 눈이 사장을 바라본 순간 경태의 온몸에서 검은 안개가 피어오른 것이다.
물론 그건 준하 외에는 보이지 않는 종류의 안개였다.
준하가 그 사실을 깨닫고서 작게 코웃음을 친 순간 경태는 즉시 행동으로 옮기고 있었다.
경태가 눈앞에 있던 라면 그릇을 들어서 그대로 사장의 얼굴에 던진 것이다.
아직 뜨거운 김을 풍기고 있던 라면이 그대로 사장의 얼굴에 부딪혔다.
뜨거운 라면 국물로 얼굴 전체에 화상을 입은 사장이 양손으로 얼굴을 가리며 바닥에 주저앉자 경태는 그대로 자리에서 일어나서 자신이 앉아 있던 의자를 양손으로 붙잡고서 그대로 사장의 뒤통수를 가격하기 시작했다.
그 일격으로 사장은 완전히 기절한 채 바닥에 쓰러지고 말았다.
하지만 경태는 완전히 무표정으로 몇 번이나 기절해 있는 사장의 머리를 의자로 때리고 있었다.
그리고 완전히 무표정상태로 미친 것처럼 온몸을 사용해서 의자를 내리치고 있는 경태의 옆에서 준하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남아 있는 라면과 볶음밥을 입안으로 밀어 넣고 있었다.
잠시 후 준하는 아직도 의자를 휘두르고 있는 경태를 무시한 채 자리에서 일어나서 카운터 뒤에서 부들부들 떨고 있는 여직원의 앞으로 다가갔다.
[얼마야?]
[15,000원입니다.] 여직원이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준하가 2만원을 내밀고서 여직원이 5천원을 거슬러주고 나자 준하가 차가운 시선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
[입은 재앙의 원인이라는 말이 있지. 너희 사장도 아무 말을 안 했으면 저런 일이 없었을 텐데 말이야. 쯧쯧.....]
준하가 마치 협박을 하는 말투로 여직원을 바라보며 말했다.
여직원이 부들부들 떨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어이, 경태, 너도 돈을 지불해, 무전취식은 범죄니까 말이야.]
준하가 뒤를 돌아보며 경태에게 말하자 그 때서야 경태가 피투성이가 되어 있는 의자를 옆으로 던졌다.
그리고 뒷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서 카운터로 걸어왔다.
[라면이 얼마죠?]
경태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6.....6,000원요.]
[뭐, 먹지는 않았지만 주문을 한 거니까.]
경태가 그렇게 말하면서 지갑에서 6천원을 꺼내서 점원에게 건네준 후 밖으로 나갔다.
라면 가게 밖으로 나오자 경태의 앞에 준하의 차가 멈춰져 있었다.
[타라!]
조수석의 창문이 열리며 준하가 말을 걸었다.
[타도 좋아요?]
[너, 그 꼴을 하고 어디로 갈 생각이야? 날 말려들게 하지 말라고!]
준하의 말대로 경태의 온몸은 사장의 피로 피투성이가 되어 있었다.
그리고 바로 그 순간 가게 안에서 여직원의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젠장, 빨리 타!]
[위험한 느낌인데요. 그럼 신세를 좀 질게요.]
경태는 가게 안을 힐끗 바라 본 후 차의 조수석의 손잡이로 손을 뻗었다.
그 경태의 오른손등 위로 붉은 반점이 떠올라 있었다.
원형의 삼파문....‘신봉자’의 증거였다.
경태는 즉시 조수석의 문을 열고 준하의 차 안으로 올라탔다.
준하는 경태가 조수석의 문을 닫기도 전에 차를 출발시켜서 라면집의 주차장을 빠져나왔다.
그 날 밤 지역 케이블의 뉴스 채널에서는 그 폭행사건에 관한 짤막한 단신이 나왔다.
라면가게 사장은 의식 불명의 중태에 빠져 있었고 여종업원의 증언으로 준하 일행과 전혀 닮지 않은 2인조의 몽타쥬가 공개되어 있었다.
*******************
차안에는 묘한 침묵이 흐르고 있었다.
결국 그 침묵을 참지 못한 경태가 준하를 바라보며 말했다.
[저기....조금 전의 일을 사과드릴게요. 제발 저에게 일을 맡겨주세요.]
[알았어. 시켜주지.]
너무나 쉽게 준하가 승낙을 하자 오히려 경태가 깜짝 놀라고 있었다.
[그....그럼 무슨 일을 하면 되나요?]
[개인 소유의 PC에서 데이터를 빼내오는 일이야.
[개인용 컴퓨터요?]
[응. 그것도 빠르면 빠를수록 좋아.]
그러자 경태가 자신이 있는 듯 팔짱을 끼며 말했다.
[으음....데이터를 빼내는 것 자체는 그렇게 어렵지 않지만 몇 가지 문제가 있어요.]
[문제가 뭔데?]
[제일 큰 문제는 바로 그 컴퓨터를 사용하고 있는 사람의 지식입니다. 저처럼 컴퓨터에 뛰어난 사람의 소유라면 난이도가 급격히 올라가죠.]
그러자 준하가 작게 혀를 차면서 얼굴을 찡그렸다.
경태가 말한 문제가 바로 문제였기 때문이었다.
[그 상대에 의해서 어떤 방법을 사용해야 하는지가 결정이 되고 시간과 노력도 완전히 달라집니다.]
그러자 준하가 잠시 골똘히 생각에 잠긴 후 말을 했다.
[난 원 인터내셔널에 근무하고 있다. 지현이도 마찬가지야.]
그러자 경태의 눈이 크게 떠지고 있었다.
[원 인터라고요? 그럼 엘리트가 아닙니까?]
[상대는 바로 서무과 과장인 최 훈이라는 놈이야.]
[최 훈이라니! 원 인터니까 틀림없어....]
경태가 최 훈의 이름을 들은 순간 얼굴을 찡그리고 있었다.
[뭐야? 너, 최 과장을 알고 있는 거야?]
[예. 제 대학 선배입니다. 프로그램의 지식이나 이론은 제가 월등히 뛰어나지만, 오히려 그 때문에 저를 싫어하고 있어요.]
경태가 아랫입술을 깨물며 고백을 했다.
- 이런, 씨발....기분 나쁠 정도로 모두가 연결되어 있어.
[혹시 상대방의 메일주소나 다른 정보를 알고 있는 게 있나요?]
그러자 준하가 지금 상황을 설명해주었다.
목표는 바로 최훈이 관리하고 있는 명수의 PC이며 보안프로그램은 원 인터의 보안프로그램이며, 항상 그 PC에 접근할 수 있는 협력자가 있지만 패스워드를 알지 못한다는 것을.....
그러자 경태가 곧바로 입을 열었다.
[음. 그런 조건이면 해킹으로는 4시간, 만약 원 인터 내에서 직접 단말기를 사용할 수 있으면 한 시간 안에 모든 데이터를 다운받을 수 있어요.]
경태의 너무나 쉬운 대답에 이번에는 준하가 입을 벌린 채 그를 바라보았다.
[보통의 경우, 해킹에는 몇 시간에 걸리지만 이번에는 그럴 필요가 없어요. 원 인터의 보안 프로그램은 전부 다 내가 만들었거든요.]
준하는 경태의 말에 차를 재빨리 갓길에 대고서 깜짝 놀라고 있었다.
- 이건 너무 운이 좋은데.....왜, 우리 회사의 보안프로그램이 이 녀석의 손에....진짜로 이게 우연인 거야?
[제 아파트는 여기서 10분밖에 걸리지 않아요. 집에 가면 해킹 프로그램도 곧바로 준비할 수 있어요, 어떻게 할까요?]
[젠장....네 집이 어디야?]
잠시 후 경태는 자신의 아파트에 들러서 해킹 프로그램이 들어가 있는 USB를 손에 들고서 차로 돌아왔다.
그 순간 준하가 핸드폰을 주머니 속에 넣으며, [회사의 단말기를 사용할 수 있어, 가자.] 라고 말한 후 회사로 향했다.
준하는 평소의 마트 주차장에 차를 세운 후 경태와 함께 원 인터내셔널 빌딩으로 향했다.
시간은 밤 7시를 지나고 있었지만 아직 원 인터 빌딩 안에는 불이 켜져 있는 사무실이 많았다.
이 시간에 퇴근을 한 직원들은 중역들과 총무과 사원들 밖에는 없었다.
즉 사원의 80%는 아직 업무 중이었다.
잠시 후 두 사람은 지하로 내려가서 지하 3층으로 향했다.
그러자 김 기춘이 무뚝뚝한 얼굴로 둘을 맞이해주고 있었다.
[이 시간까지 날 남아 있으라고 하다니, 난 야간 수당도 받지 못한단 말이야.]
[그렇게 화내지 말라고, 영감. 지금부터 명수의 소중한 데이터를 빼내올 거니까.]
[응? 그 녀석은?]
기춘이 준하의 등 뒤에 서 있는 경태를 알아차리고서 날카로운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그러자 경태는 몸을 세게 움츠린 채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 경태를 바라보고 있던 기춘의 눈이 아래로 내려가서 그의 오른손을 바라보았다.
[응? 빠른데....벌써 두 명이나? 그런데 이 녀석, 어디까지 알고 있는 거야?]
[아직 거의 모르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야. 그 문양도 나온 지 얼마 안 되고.]
[젠장, 난 몰라, 네가 알아서 해.]
기춘이 화를 내면서 안으로 들어갔다.
간신히 기춘의 시선에서 해방된 경태가 크고 길게 한숨을 쉬며 말했다.
[와우. 저 할아버지, 누구에요?]
[이 회사의 임원인 김 기춘이다. 내 동료야.]
[무서워요.....눈에도 이상한 박력이 느껴지고....]
[후후....그 정도로 위축된다면 넌 진짜 지현이의 상대도 될 수 없어.]
[네? 진짜 지현 씨라고요?]
경태는 준하의 말에 의문을 느꼈지만 혼자 남겨지자 당황해하며 준하의 뒤를 따라서 안으로 들어갔다.
잠시 후 세 사람은 기춘의 임시 책상 앞에 모여 있었다.
그리고 경태는 깜짝 놀란 얼굴로 기춘이 사용하는 컴퓨터를 바라보고 있었다.
[뭐야, 이거?]
너무나 예상 밖의 컴퓨터에 경태가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응? 불만이야? 이 회사에서 더 이상의 컴퓨터는 구할 수 없어.]
[괜찮아요. 이 정도라면.....관리용의 서브 머신은 이 정도면 마음대로 사내의 컴퓨터에 들어갈 수 있어요.]
경태는 기춘의 의자에 앉아서 재빨리 키보드를 두들겼다.
[후후....관리용의 패스워드도 바꾸지 않았어. 최 훈 선배, 게으름을 피우고 있었어. 럭키, 럭키. 준하 씨. 준비가 다 됐습니다. 지금부터 안의 데이터를 볼 수 있어요.]
경태의 말에 이번에는 기춘이 컴퓨터의 모니터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경태와 같이 모니터를 살펴보면서 명수의 비밀 장부를 찾아서 복사를 했다.
경태는 모든 것을 최훈의 컴퓨터를 우회해서 해킹을 해서 흔적이 잡히지 않게 만들었다.
잠시 후 세 사람은 밖으로 나와 각자 집으로 향했다.
4-15.
준하가 차로 타고 집으로 돌아가자, 전조등에 비친 대문 앞에서 사람의 그림자가 비춰지고 있었다.
그건 여자의 그림자였으며 양손으로 가방을 든 채 고개를 숙인 채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준하는 그 여자의 그림자를 본 기억이 있다는 것을 떠올렸다.
- 우성이 녀석, 아무 것도 설명해주지 않고서 보낸 것 같은데.....
준하가 뺨을 느슨하게 이완시킨 채 클락션을 가볍게 울리며 차의 창문을 내렸다.
그리고 [타!] 라고 짧게 명령을 내렸다.
여자는 그 명령과 클락션 소리에 움찔 몸을 떨면서 종종걸음으로 차에 가까이 다가왔다.
그리고 조수석 쪽으로 다가온 여자는 몸을 작게 떨면서, [자...잘 부탁드립니다.] 라고 긴장으로 쉰 목소리로 조용히 고개를 숙이면서 인사를 한 후 조수석의 문을 열고서 시트에 걸터앉았다.
그 여자는 바로 조 여정이었다.
여정은 가슴팍이 환히 열려 있는 붉은 드레스와 같은 원피스를 입고 있었다.
하지만 긴장으로 뺨이 팽팽하게 늘어나 있었고 창백한 안색으로 고개를 숙이고 있었기 때문에 모처럼 한 몸치장이 엉망이 되어 있었다.
여정이 차문을 닫자 준하는 리모컨을 조작해서 대문을 연 후 안으로 들어갔다.
조수석의 여정은 얼굴도 위로 들어 올리지 못한 채 허벅지 위에 올려놓은 가방끈만을 양손으로 붙잡고서 마치 추위에 떨듯이 조금씩 몸을 떨고 있었다.
준하는 여정에게서 느껴지는 긴장감을 확실히 느낄 수 있었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현관 앞에서 차를 세우고 있었다.
차의 타이어가 가볍게 끼익 소리를 내자 그 소리에 깜짝 놀라며, “히익!”, 여정이 긴장된 비명 소리를 내면서 얼굴을 들어올렸다.
준하는 준하대로 갑작스런 여정의 비명소리에 깜짝 놀라며 여정을 바라보았다.
여정은 준하의 시선을 느끼고서, [죄....죄송합니다.] 라며 반사적으로 머리를 숙였다.
하지만 그 순간 여정의 머리가 계기판을 “쿵” 하고 때린 후 다시 위로 튀어올랐다.
마치 개그의 한 장면같았지만 여정은 아주 진지한 표정으로 계속해서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 젠장, 뭐야, 저 년? 내가 뭘 할 거라고 생각하는 거야? 아, 맞아, 우성이 그 녀석....확실히 공포심으로 상대를 묶어 놓는 것 같았어....이 년은 내가 그 이상의 일을 할 거라고 생각하는 거야.
준하는 즉시 우성의 조교 방법과 여정의 반응에서 여정의 심정을 헤아릴 수 있었다.
그 순간 준하의 머릿속에 어떤 생각이 떠올랐다.
준하는 씨익 웃으며, [도착했어, 내려.] 라고 엔진의 시동을 끄고 운전석의 문을 열면서 낮은 목소리로 명령을 내렸다.
여정은 준하의 명령에 여전히 고개를 숙인 채, [네....] 라고 날카로운 쉰 목소리로 대답을 한 후 서둘러서 조수석의 문을 열었다.
준하가 차에서 내리는 것과 거의 동시에 여정이 차에서 굴러서 바닥으로 떨어지고 있었다.
준하는 기가 막힌 심정으로 차를 빙 돌아서 그녀에게 다가갔다.
여정은 바닥에 주저앉아서 무릎을 문지르고 있었다.
엄청난 긴장감과 두려움 때문에 여정은 완전히 넋이 나간 채 바닥에서 일어나지도 못하고 있었다.
평소의 준하였다면 그런 여정의 모습을 보면서 비웃으며 조롱을 했을 테지만, [뭐하는 거야? 일어나.] 라고 말하며 무뚝뚝하게 오른손을 내밀었다.
여정은 전혀 예상외의 상황에 깜짝 놀란 얼굴로 준하를 바라보았다.
[빨리.]
준하가 낮은 목소리로 말을 걸면서 오른손을 흔들었다.
준하의 그런 말과 행동에 여정은 반사적으로 손을 내밀어서 준하의 손을 붙잡았다.
그러자 준하는 여정의 손을 잡아당기며 그녀를 자리에서 일으켰다.
여정은 자리에서 일어날 수 있었지만 준하가 잡아당기는 힘이 너무 강했기 때문에 이번에는 몸의 균형을 잃고서 앞으로 쓰러지고 말았다.
마치 앞으로 헤엄을 치듯이 나아간 여정의 몸은 육중한 살덩이에 부딪히는 바람에 다행히 바닥에 쓰러지지 않을 수 있었지만 자신을 껴안고 있는 상대방의 존재를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당황해하며 준하에게서 떨어지려고 했다.
하지만 그런 여정의 움직임보다 더욱 더 빨리 여정의 풍만한 엉덩이에 강한 충격이 밀려왔다.
여정의 몸을 껴안고 있던 준하의 두꺼운 오른손이 여정의 탱탱한 엉덩이를 세게 때린 것이다.
“팡....팡팡”, 마치 먼지를 털어내듯이 준하가 여정의 엉덩이를 때리고 있었다.
그러자 여정은 준하의 몸에 매달리듯이 달라붙은 채, [아응....아큐우응!], 온몸을 부르르 떨면서 달콤한 신음소리를 흘렀다.
그 소리에 준하가 손을 멈추고서, [뭐, 뭐야?] 라고 놀란 표정으로 여정의 얼굴을 가까이에서 들여다보았다.
그러자 여정은 숨을 삼키며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이고서 시선을 뒤로 젖히고 있었다.
그런 여정의 태도로 준하는 즉시 상황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리고 씨익 웃으며, [후후....너, 이런 것을 좋아하는 거야?] 라고 또 다시 여정의 엉덩이를 손바닥으로 세게 때리며 물었다.
“찰싹!”, 기분 좋은 소리와 함께 준하의 손이 여정의 볼기짝을 세게 때리자 여정은 온몸을 부르르 떨면서 이마에 깊은 주름을 새기고 있었다.
[아쿠으으윽!]
여정은 뜨거운 한숨소리를 내면서 부끄러운 표정으로 준하를 바라보며 수줍게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그러자 준하는 여정의 그런 표정에 씩 웃음을 지으며 여정의 뒤통수로 손을 가지고 가서 그녀의 머리카락을 붙잡았다.
그리고 그녀의 얼굴을 위로 끌어올리고서 자세히 바라보며 [너도 상당히 음란한데.], 라고 말을 하자 여정이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런 여정을 보며 준하가 능글맞게 웃으며, [멈춰라, 몸의 떨림.] 이라고 명령을 내렸다.
그러자 준하의 말에 여정은 더욱 더 놀라면서 자신의 몸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러자 조금 전까지 그녀의 온몸을 뒤덮고 있던 진동이 갑자기 사라져 버린 것을 알 수 있었다.
한 순간 넋이 나가버린 여정이었지만 곧바로 준하에게로 시선을 돌리고서 부끄러운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준하가 더욱 더 크게 미소를 지으면서, [나도 음란한 편이니까 상관하지 마. 난 음란한 여자를 아주 좋아하거든.] 라고 말을 했다.
그러자 여정이 부끄러운 듯 고개를 돌리며 준하를 향해서 무릎을 꿇고서 말했다.
[아....부끄러워요....제발 원하시는 대로 절 사용해 주세요.]
여정은 쉰 목소리로 감사를 표하면서 간절히 애원하고 있었다.
하지만 준하는 여정의 겨드랑이 아래로 양손을 밀어 넣은 후 엎드려 있는 여정의 몸을 위로 끌어올렸다.
[정원에서 뭘 하는 거야? 일어서!]
그러자 여정이 넋이 나간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서며 왠지 모를 슬픈 표정을 지었다.
[왜 그래?]
여정이 눈물까지 줄줄 흘리면서 대답했다.
[저....전.....주인님에게 버림을 받았어요. 이제 더 이상 갈 곳이 없어요.....준하 님이 거두어주시지 않으면.....두 번 다시는....그런 쾌감을....]
준하는 깜짝 놀라며 여정의 독백을 듣고 있었다.
하지만 곧바로 우성의 얼굴을 떠올리며, ‘젠장, 그 자식, 아무 설명도 해주지 않고 보내다니.’ 라고 크게 한숨을 쉬며 머리를 흔들었다.
[잠깐만! 넌 뭘 착각하고 있어. 네가 우리 집에 있는 것은 오늘 뿐이야. 게다가 넌 당연히 내 소유물로 지금 우성이가 잠깐 관리하고 있을 뿐이야. 그 녀석에 내 허락 없이 널 버릴 일은 절대로 없어.]
준하의 기세와 고함 소리에 여정은 다시 몸을 부르르 떨었지만 곧바로 준하의 말을 이해하고 나자, 우는 얼굴이 놀라움으로 바뀌며 준하를 바라보았다.
[아? 내가.....준하 님의 소유물?.....주인님에게 관리되고 있어요?]
[맞아, 넌 내 물건이야. 우성이는 노예를 만들어서 나에게 보내는 역할을 맡고 있어. 넌 그 제 1호야. 네가 널 마음에 들어 하면 그 녀석이 일을 잘 한 셈이지.]
- 라고 난 생각해....확실히 그런 느낌이었다.
준하는 어설프게 머릿속에 떠오른 시스템을 설명해주고 있었다.
실제로는 그런 시스템이 아니었지만 준하의 설명이 완전히 틀린 것도 아니었다.
‘신봉자’는 ‘제물’을 만드는 일에 그 모든 능력을 사용해서 준하에게 공헌을 하는 것이 그 역할이었다.
그리고 준하가 좋아하는 일을 하게 되면 더욱 더 어둠에 가까워지면서 문양의 색깔이 진해지게 된다.
우성이 이번에 한 ‘제물’의 헌상은 그 중에서도 제일 직접적인 방법이었다.
하지만 직접적인 방법일수록 그 리스크가 더 커다는 것도 일반적인 사실이었다.
여정은 준하의 설명을 들은 순간 또 다시 멍해지고 있었다.
[그럼....그럼 난....준하 님에게 제물로 바쳐지기 위해서....]
[맞아, 넌 우성이 내 마음에 들기 위한 도구야.]
충격적인 폭로에 여정은 완전히 넋이 나간 채 고개를 푹 숙였다.
[그게 다가 아니야. 넌 지금부터 어떤 남자에게도 가랑이를 벌린 채 몸속의 모든 구멍을 사용해서 정액을 뽑아낼 수 있는 존재가 되지 않으면 안 돼. 하지만 그건 매춘은 아니야. 매춘은 정상적인 여자가 할 수 있는 최종적인 상업 활동이야. 넌 ‘매춘부’라는 훌륭한 존재가 될 수는 없어. 넌 공중 변소에 불과하니까.]
준하의 말에 여정은 더욱 더 몸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그게 바로 너의 존재 의의야. 어떻게 발버둥 쳐도 이 운명에서 도망칠 수는 없어. 너, 우성에게서 도망칠 수 있다고 생각해?]
준하가 조롱하듯이 물어보자, 여정은 더욱 더 고개를 푹 숙이면서 조용히 머리를 좌우로 흔들었다.
[도망칠 생각조차.....없어요....전 주인님에게 모든 것을 바친 노예입니다.....주인님에게 도움이 된다면 전 어떤 짓이든지 할 수 있어요.]
[그럼 간단하군. 난 그런 일을 즐길 줄 아는 여자가 더 좋아.]
준하가 현관문의 손잡이를 붙잡고 문을 열면서 턱짓으로 명령을 내렸다.
[분부하시는 대로....]
여정은 고개를 숙인 채 준하의 뒤를 따라서 저택 안으로 들어갔다.
고개를 숙인 채로 준하의 저택 안으로 들어온 여정은 알 수 없는 위화감을 느끼고 있었다.
보통의 집에는 존재하는 것이 준하의 저택에는 없는 것이다.
- 세상에, 현관이 어디까지 계속되는 거야?
여정은 앞으로 쭉 펼쳐져 있는 기다란 대리석 마루에 의문을 느끼면서 고개를 들어올렸다.
그리고 현관홀의 넓이에 숨을 삼키고 있었다.
- 거짓말.....왜 이렇게 커?
넋이 나간 채 준하의 저택 안을 바라보고 있던 여정은 다른 집들과 다른 점을 알아차리고 있었다.
현관이 원래 크기는 했지만 더욱 더 크게 느껴지는 이유 중 하나를....
집 안에는 가구가 전혀 없는 것이다.
벽지나 천정의 판들은 낡은 편이었지만 원래는 매우 값비싼 종류 같았다.
그리고 일상생활 용품은 물론 가구나 생활에 필요한 물품들도 여정의 시야 안에는 하나도 보이지 않고 있었다.
- 에? 뭐야, 이 집? 준하 님이 이제 막 여기로 이사를 온 거야?
여정이 벌벌 떨면서 주위를 둘러보고 있자, [뭘 하고 있는 거야? 빨리 이쪽으로 와!] 라고 준하가 왼쪽 복도에 멈추어서 여정을 불렀다.
그러자 여정이 당황해하며 시선을 아래로 향한 채, [저기.....구두는 어떻게 하면?] 이라고 물어보자, 준하가 기가 막힌 얼굴로 대답했다.
[어디에 신발장이 있어? 오늘은 그대로 좋아, 빨리 와!]
여정은 준하의 말에 빠른 걸음으로 가까이 다가갔다.
그러자 준하는 곧바로 몸을 돌려서 거실로 향했다.
거실에 도착한 준하는 여느 때처럼 일인용 소파에 앉은 후 문 앞에 서 있는 여정을 보며 말했다.
[왜 그러고 있어? 저 쪽 냉장고에서 음료수를 가지고 와.]
준하가 방 한 구석에서 놓여 있는 냉장고를 가리키며 명령했다.
[아, 네....죄송합니다.]
여정은 곧바로 냉장고로 가서 캔맥주를 하나 꺼내서 준하의 발밑 마룻바닥에 무릎을 꿇고 앉아서 맥주 캔의 뚜껑을 딴 후 양손으로 들고서 준하에게 내밀었다.
[기다리게 해서 죄송합니다.]
준하는 여정이 내민 캔맥주를 받아들고서 아무 말 없이 한 모금을 마셨다.
여정은 준하가 맥주를 받자마자 곧바로 이마를 마루에 대고서 몸을 엎드렸다.
그건 우성에게서 배운 예의범절 중 하나였지만 아마 그걸 배우지 않았더라도 같은 행동을 취했을 것이다.
형광등 아래에서 보는 준하의 모습은 우성에게서 느껴지는 공포심과는 또 다른 공포심을 느끼게 해주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 준하 님은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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