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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 전기 (침대의 군주) . 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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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왜곡된 공간
 
 느긋하게 밥을 먹은 후이거나 골치 썩히던 일이 해결되거나 아니면 가벼운 운동을 한
후의 약간 노곤하면서 나른한 기분좋은 피로감이 느껴졌다.
 이런때 가볍게 땡긴다는 표현이 어울릴 그 무엇이 절실하게 느껴지자 그녀는 손을
쳐 들고 가볍게 무언가 중얼거렷다.
 그녀의 손가락에 낀 알이굵은 보석반지가 빛을 뿌렸고 신기하게도 탁자위에
있었다는듯 나타난 고풍스러운 상자를 쳐다보며 살짝 입맛을 다셨다.
 아름답게 세공된 상자를 열자 약초와 담뱃잎을 블랜딩해 놓은 것이 담뿍 담겨있다.
 잠시 그 향기를 만끽하다 파이프에 채워놓고 긴 담뱃대를 연결해 불을 뭍여 한모금
쭉 빨아들였다.
 아아 느긋하게 몸이 풀리며 진한 사색에 빠져드는 이 기분...
 잠시 나른한 평온감에 빠져있던 그녀의 시선이 한쪽, 정확하게는 침대위에 늘어져 있는
앳된 청년의 모습을 향했다.
 조각같은 얼굴에 드러난 상체가 탄탄한 근육으로 덮여있는 모습이었지만 한계를 넘는
노동, 혹은 운동의 댓가인지 약간 파리한 안색으로 늘어져 있는모습이 그녀에게
안쓰러우면서도 귀엽다는 느낌을 가지게 했다.
 "이런, 이런, 또 저질러 버린건가..."
 톡톡 자신의 이마를 가볍게 두드리며 쓰게 웃었다.
 "내 탓이 아니야 저아이, 왠지모르게 귀여운데다 기분이 좋아져서 나도 모르게
무리를 했다구..."
 쩝, 쓰게 입맛을 다시며 웃음을 짓던 그녀가 가볍게 고개를 까딱거렸다.
 "어쨋든 수습은 해야되겠지?"
 가볍게 큭큭거리며 웃던 그녀가 무언가 결심을 한 듯 몸을 일으켰다.

 몸이 둥실둥실 떠 오르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나른하면서도 부드러운 쾌감이 물결치듯 퍼져갔다.
 미지근한 달달함이 입 안에 느껴지며 온몸에 부드러운 솜털이 스치는듯한 감각과
말랑거리는 무언가가 압박하는 느낌이 가득햇다.
 천천히 무기력하던 하체에 열기가 피어오르고 뿌듯해진 열기가 감도는 하체를
촉촉하면서 때뜻한 연체동물같은 무언가가 휘감고 조여대자 하늘로 오르는 듯한
쾌감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아주 천천히 수없는 흡반이 아랫도리를 휘감고 쭈루륵 조여대며 율동했다.
 위 아래로 점막에 둘러싸여 하늘로 올랐다가 땅으로 내려앉는 기분과 짜릿한
쾌감이 물결치듯 퍼져 나가는 감각에 둘러싸였다.
 더듬...손을 내젓자 무언가 물컹한 것이 움켜쥐어졌다.
 
 "정신이 들었네, 아아 그쪽이 움직이진 말아줄래? 자칫 진짜 발동 걸렸다간
일이 복잡해 진다구, 쭉 빨려져서 미이라 처럼 되고싶은건 아니겠지?"
 "...!"
 정신이 번쩍 들며 머리 끝부터 발 끝까지 올올이 소름이 끼쳤다.
 부릎떠진 눈 앞, 아름다우면서도 요염한 여체, 특히 거대함을 자랑하는 젖가슴이
늘어지지도 않은 채 허공에서 기분좋게 흔들리는 모습은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하지만, 그 것도 어느정도 여유가 있을 때의 일이다.
 "이런, 무서워하지 않아도 된다구 가만히 있기만 해 이 누나가 알아서 할테니..."
 "......"
 신음조차 나오지 않았지만 잠시 그대로 누워닛자니 무언가 이상함을 느꼈다.
 분명 행위 자체는 크리스가 반듯이 누워 있었고 그 위를 이 마성의 여자가 덮쳐
율동하는 기승위 체위로 섹스를 벌이는 상태였다.
 그러나, 남성을 자극해서 쥐어 짜내는 "그 무엇"이 없었다.
 "그래, 그래 착하지? 그렇게 있는거야...금방 끝날테니, "
 자신의 위에서 그녀가 자세를 천천히 바꾸기 시작했다.
 크리스의 부푼 남근을 안에 삽입한 채고 몸을 크게 돌려 앉았다.
 살점끼리 스치며 으윽, 진한 쾌감이 느껴지자 불끈 무언가 아랫도리가 달아올랐다.
 "아아 위험해 그러지마, 참으라구..."
 "으음..."
 미끈한 들줄기와 달덩이 같은 엉덩이를 바라보며 와락 그 가는 허리를 움켜쥐고
마구 허리를 위 아래로 흔들고 싶은 억지로 참으며 신음을 삼켰다.
 느릿하게 혹은 조금 빠르게 위 아래로 일렁이는 허리와 엉덩이...
 하지만 크리스는 점차 그녀가 하는 행위가 단순한 "섹스"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점차 몽롱하던 정신이 분명히 돌아오고 아랫도리가 충실해지는 감각이 느껴졌다.
 하지만 종이 한장이랄까, 힘차게 허리를 위 아래로 흔들고 그녀의 가는 허리나
엉덩이를 와락 움켜쥐고 상체를 튕기듯 움직이고픈 것을 간신히 참아야 했다.
 크리스역시 분명히 알고 있는 것이다.
 이 사각의 전장 "침대" 에서는 자신은 아직 절대약자 라는것을...


 "자! 여기..."
 "아, 네..."
 샤워를 마치고 나와 몸에 묻은 물기를 닦아마자 스스럼 없이 내미는 가운을 받아
걸치고 새삼 상대를 쳐다보았다.
 크고 시원한 이목구비의 신비로운 아름다움을 뿜어내는 얼굴에 전신에 서린 기품과
요염함이 적당히 조화를 이루는 모습이다.
 가늘면서 유연한 근육질에 살짝 지방이 덮인 이상적인 신체에 단순히 여성적이라기보단
중성적인 매력이 섞인 신비하다고 해야할 아름다움을 뿜어내고 있었다.
 "뭘 그렇게 보는거야?"
 "아, 죄송합니다. 뭐랄까, 보기드믄 눈빛과 머리카락이라..."
 살짝 얼굴을 붉히며 외면하는 크리스의 모습에 그녀가 기분 좋은 웃음을 터 뜨렸다.
 "그건그래, 내 눈빛과 머리칼은 우리 일족 중에서도 유래가 없지, 그럼, 그럼..."
 그녀는 기분 좋게 탁 크리스의 어깨를 두드리고는 탁자에 앉아 예의 긴 담뱃대에
불을 붙여 물었다.
 잠시 몇 모금인가 담배를 빨아대는 그녀를 크리스는 그냥 지켜보기만 했다.
 달달한 약초와 꽃 향기가 섞인 담배연기가 실내에 퍼졌다가 어디선지 부드럽게 부는
바람에 허공에 흩어져 사라졌다.
 "코코네랑 이야기는 했겠지?"
 "......!"
 빤히 놀라는 크리스의 얼굴을 바라보며 그녀가 큭큭 가볍게 웃었다.
 "이봐, 단순히 몸을 풀러왔다면 굳이 아직 어리고 경험도 없는 너를 찻아올 이유는
없다고 봐야지? 당연히 이번의 만남에도 약간 정치적인 이유가 있다는 정도는 알아
챘을텐데?"
 "사정이 복잡한것 같군요."
 그녀가 큭큭거리며 웃었다.
 "사정이 복잡하다? 그래, 그래 많이 복잡하지, 오죽하면 이방인인데다가 별 힘도없는
너한테 그 오만도도한 애가 기대를 할까? 그 공주님이..."
 "...네?"
 "오호라, 그건 말을 안해줬나? 그럴리가..."
 기가 차다는 듯 쳐다보며 놀라는 그녀를 바라보며 크리스 역시 어이가 없었다.
 "그아이 코코네의 긴 이름은 "코로네아 콰 네잔" 이곳 "네잔 폴리스"의 통령가문의
적손이지, 당연히 그 꼬맹이 알렉세이랑은 사이가 안 좋을 수 밖에..."
 "그럼..."
 크리스가 살짝 긴장하며 상대방을 살피자 으흠? 살짝 그녀기 이채를 띠며 바라보았다.
 "이것봐라? 잘 하면 날 한대 칠 기세네? 깔깔깔 귀여워라 그래, 그래 그런 맛이
있어야 사내지..."
 묘하게 긴장감을 풀어버리는 테도였고 털털하면서 미워할 수 없는 목소리 였다.
 바라보면 왠지 그냥 편해지고 한 없이 대화를 나눌수 있는 타입의 그녀에게 크리스는
자신도 모르게 깊이 빠져들고 있었다.

 "이곳 네잔 폴리스의 세력이 하나로 힘을 합쳤다면 그 꼬맹이 알렉세이 정도는
어렵지 않게 물리칠 수 있었겠지, 그 뿐 아니지? 아마 인간들이 마계라고 부르는 이곳
영광의 대륙 아르카디아를 질타하고 장막의바다를 건너 인간계로 밀고 들어가고도
남았을껄?"
 "그런..."
 짜랑, 짜랑 그녀의 목소리가 방 안을 울렸다.
 크리스는 자신이 무언가 깊은 소용돌이 중심에 빠져 있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껴야
했다.  

 "우선 물어보자, 대충 소문은 들었지만 꼬맹이 마왕이랑 약속 기간이 어떻게 되지?
하루? 이틀? 아니면 일주일?"
 다 피운 담뱃재를 한쪽에 놓인 작은 통에 털어내고 파이프를 분리해 갈무리하며
그녀가 묻자 크리스는 조금 어리둥절 했다.
 약속 기간이 하루나 이틀? 왜 그렇게 묻는 것일까?
 선선히 약속기간에 대해 말하자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묘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그 꼬맹이 알렉세이 한테 뒤통수 맞는 멍청이가 다 있었네? 깔깔깔 재미있어라,
참 너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던가?"
 크리스는 키득, 키득 뒤집어지게 웃는 그녀를 기분나쁘다는 듯 바라보았다.
 "아 미안, 이유를 가르쳐줄께 자 잘 보도록 해..."
 몸을 일으킨 그녀가 손을 휘두르자 어디에 있었는지 은빛의 긴 채찍이 나타나
유연하면서도 아름다운 궤적을 그리며 한쪽 벽면을 향해 폭발하듯 휘둘러 졌다.
 그 것은 섬광처럼 순식간이었고 콰앙! 큰 소리와 함께 한쪽 벽면 절반 정도가
휩쓸리며 그대로 무너져 내렸다.
 크리스는 정신이 번쩍 드는 것을 느꼈다.
 자신이 저 채찍을 마주 대햇다면 어쨌을까? 이런 생각을 하니 모골이 송연해지며
꿀꺽,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번갈아 가며 무너진 벽과 그녀를 바라보자 싸늘한 목소리가 돌아왔다.

 "정신차리고 잘 보도록해..."
 "......"
 무너진 벽, 돌무더기와 벽돌 같은 것들은 잠시 그대로 너저분 하게 흩어진 채였다.
 그러나 잠시후, 크리스의 눈이 크게 부릎떠지기 시작했다.
 아주 느릿하게 부서지고 망가진 잔해들이 스르르 공중에 떠 올랐다.
 스르르르 제자리를 찻아 들어가 맞춰지며 원래의 모습을 찻아가는 모습을 경악한
모습으로 바라보아야만 했다.
 "이 곳은 원래 고대의 신관들이 후계자들을 교육시키기 위한 곳 이었다지?
건립된 시기는 무려 천여년 전, 아득한 고대시대...그럼에도 이 곳의 비밀은 아직
단 1할도 풀리지 않았다지? 무엇보다..."
 그녀는 신비한 웃음을 지으며 크리스를 바라 보았다.
 "이 곳은 시간 흐름이 바깓하고 틀려, 다시말해 이 곳은 시간이 신전 외부보다 훨씬
느리게 흐르지..."
 "......!"
 텅! 크리스는 뒤통수를 거세게 얻어맞는 듯한 충격을 느껴야 했다.

 "시간이 느리게 흐른다는 말씀...정말입니까?"
 "쯧쯧 역시..." 
 약간 얼이 빠진 모습에 혀를 가볍게 차며 대답하는 그녀였다.
 "물론 신전 전체가 그렇지는 않아, 신전의 중심부 견습 사제들이 머무는 곳만
그렇다는 거지..."
 타박타박 손에 든 채찍을 갈무리한 그녀가 자리에 앉으며 한 말이었다.
 "어...얼마나 느리게 흐릅니까?"
 가만히 크리스의 얼굴을 바라보던 그녀가 무언가 결심을 한 듯 입을 열었다.
 "조금 불규칙하긴 하지만 대략 열배 정도? 그러니까 이곳의 하루는 외부의 열흘에
해당되지..."
 크리스는 기절하고 싶어지는 몸과 마음을 억지로 추스르며 눈을 질끈 감았다.

# 앞으로 최소 2-3일에 1번 이상 올릴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짬짬이 짧은 글 같은것도 써서 올리겠습니다.
   아직 글 쓰는게 미진한 점 많은데도 읽어주시고 성원해 주시는 분들이 많아 감사드리며,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낙일천하 배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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