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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물] 그와 그녀의 비밀 23, 24화.


23화. 버지니아의 고백



 


어느덧 시간이 흘러 방안이 어두컴컴해지기 시작했다.
아오이의 자취집은 비교적 가격이 싼 것이 장점이었지만, 해가 지면 금방 어두워지는 단점이 있었다.



"으음.."



겨우 의식을 회복한 아오이는 몸이 일으켜 세우려는 듯 뒤척였지만,
아직 약기운이 남아있는 건지, 오랜 시간 누워있어 몸이 무거운 건지 좀처럼 몸을 일으키지 못했다.
제대로 눈조차 뜨지 못한 채 한참을 그렇게 몸을 뒤적대자, 곁에서 간호하고 있던 버지니아가 말했다.



"일으켜줄까?"



"누..누구?"



예상치 못한 목소리에 깜짝 놀란 그녀가 힘겹게 눈을 뜨며 주위를 살펴보자,
그녀의 시야에 걱정어린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는 버지니아가 보였다.



"아아.. 그래.. 니아짱이 왔었었지..."



그녀는 약기운 때문인지 아직 기억도 불안정해보였다.
버지니아의 애칭을 부르는 것을 보면, 곁에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는 알아본 것 같지만...



아직 기력이 회복되지 못한 듯, 그녀(아오이)는 몸이 일으켜진 상태 그대로
한참을 움직이지 않았다.



"벌써 저녁 시간이야. 배고프지는 않아?"



버지니아의 걱정스런 말투에 아오이는 "지금 몇시야?" 라고 묻다가
문득, 이질적인 찬바람이 느껴지는 것을 느꼈다.



"응.. 7시 30분쯤 되었어."



버지니아가 벽에 걸려있는 시계를 쳐다보며 시간을 알려주었지만,
그녀는 이미 그런 것에 관심을 가질 여력을 잃어버린 듯,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그녀에게 말했다.



"니...니아짱.. 오..옷이..."



"아~ 그거.. 아오이가 땀을 너무 많이 흘리는 거 같길래, 내가 벗겼어."



"......"



아오이는 몸이 일으켜 세워진 탓에 살짝 흘러내린 이불을 두 손으로 움켜잡고는
살며시 자신의 몸에 갖다대며 몸을 가리는 시늉을 내었다.
그녀의 얼굴이 붉게 물들어 있는 것이 부끄러움을 느끼고 있는 것 같았다.



"왜 그래? 뭐 잘못된 거라도 있어?"



"그... 그건 아니지만..."



버지니아는 그녀의 마음을 짐작할 수 있었지만, 대화의 주도권을 넘겨주지 않으려는 듯
오히려 당당하게 소리쳤다.



"만약 니가 옷을 입고 있었다면, 땀에 전 옷 때문에 깊은 잠을 잘 수도 없었을 거야.
체온 조절도 어려워서 오늘 밤이 되도록 열이 내리지 않았을지도 몰라."



"그건.. 그렇지만..."



버지니아는 그녀의 불만을 잠식시킬 최후의 카드를 꺼내들었다.



"그리고, 같은 여자끼리잖아!!"



예상대로 그녀는 굉장히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같은 여자라는 말에도 그녀가 계속 불편해한다면,
이것은 버지니아에게도 불쾌하게 느껴질 수 있는 상황이 되기 때문이다.



"오늘 하루종일 날 간호해준 거야? 니아짱?"



"음.. 그게..."



"...?!"



별다른 뜻없이 내뱉은 질문에 버지니아가 쉽게 대답을 못하자,
갑자기 그녀의 태도에 강한 의문을 갖게 된 아오이였다.



"누가 다녀갔었어?"



"... 세키가 다녀갔었어."



"뭐라고?!"



아오이는 순식간에 얼굴을 붉게 물들이며 경악스러운 표정으로 강하게 몸서리를 쳤다.
방금 전 자신이 나체였다는 것을 혹시나 그가 보지 않았을까 걱정된 것이다.



"걱정하지마. 세키는 니가 아프다는 소식을 듣고, 집에서 너네 고모님이 싸주신 찬거리와 죽을 가지고 왔을 뿐이야.
약 먹고 잠든 널 내게 맡기고 곧바로 돌아갔으니 니가 걱정하는 일 따윈 없었어."



능숙하게 거짓말을 하는 그녀였다.
아오이는 설마 자신이 의식을 잃고 잠이 들었을 때, 그녀(버지니아)가 자신의 나신을 세키가 보는 앞에서
어루만지기까지 했다는 사실은 꿈에도 생각할 수 없을 것이다.



또한, 잠든 그녀 옆에서 두 사람이 섹스를 했다는 사실도...



"그러고보니, 어제 소개팅은 어떻게 됐어?"



어느 정도 기력을 회복했는지, 아오이는 버지니아에게 어제 일의 경과를 묻는다.



"음.. 뭐라고 대답해야하려나..."



"아! 무슨 일 있었구나. 그치?"



뜸을 들이는 그녀(버지니아)의 반응에 아오이는 직감적으로 그녀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음을 깨달았다.



"이런 말하면, 니가 충격받을까 망설여지는데..."



"괜찮으니까 어서 말해봐."



"나.. 세키와 사귀기로 했어."



"뭐라고!!"



본인이 주선한 소개팅이었고, 그녀가 남자와 좋은 인연을 맺길 원해서 계속해서 자리를 마련해줄 생각이었지만,
이렇게 빨리...그리고 상대가 설마하니 사촌인 세키라니..



믿어지지 않은 듯한 표정으로 버지니아를 쳐다보는 그녀(아오이)에게
버지니아를 난데없이 결정타를 날렸다.



"어제... 세키와 일 있었어."



"허억! 일이라니.. 서..설마.. 너.."



버지니아는 그녀가 세키와 자신에게 일어난 일을 알기 원했다.
세키에게 말했던 것처럼, 그녀는 아오이가 세키와 사촌 그 이상의 관계가 되었으면 했다.
가장 소중한 사람이었던 아오이와 가장 소중한 사람이 되어버린 세키의 사이를 부추기려는
자신의 속셈이 너무 이기적인 게 아닌가 고민했었지만,



세키와의 만남 이후, 그녀는 그녀 자신의 마음에 솔직하기로 했다.
그것이 아오이에게 상처가 될지 어떨지 짐작할 수 없지만...





갑자기 고뇌에 빠져버린 아오이를 두고, 버지니아는 세키가 가져온 음식을 작은 식탁 위에 풀어놓았다.
병석에서 일어난지 얼마되진 않았지만, 오늘 하루 종일 밥도 제대로 못 먹었을 게 뻔했기에
그녀(아오이)가 시장할 거라 생각해서였다.



한참을 생각에 잠겨있던 아오이가 겨우 생각을 정리한 듯,
힘겹게 버지니아를 바라보며 말했다.



"잘 됐네. 상대가 다른 누구도 아닌 세키라니, 어떤 남자일지 몰라 걱정할 필요도 없겠구..."



"그렇게 생각해줘서 고마워. 아오이~"



"그...그런데.. 나 궁금한 게 있는데..."



"응? 뭐가 궁금한데?"



"어떻게 된 거야? 난 니가 내 사촌에게 관심을 갖고 있었다고는 생각되지 않았는데..."



"... 니 말이 맞아. 어제 커플이 되었을 때까지도 난 그에게 그다지 관심이 없었어."



"그럼? 세키의 어디가 마음에 든 거야?"



"... 이런 말하면 니가 이해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얘기해봐.. 나도 참고삼게..."



아오이는 궁금했다. 사촌인 세키의 어디가 그녀의 마음을 사로잡았는지...



그녀를 처음 만났을 때, 아오이는 그녀처럼 완벽해보이는 조건을 갖춘 여성은
어떤 남자와 사랑에 빠질까 궁금했었다.



때문에 정략결혼이라는 얘기를 들었을 때는 너무나 안타까웠었다.
소중한 친구의 처지가 딱하기도 했었고,
같은 여자로써 그녀만큼 최상의 조건을 갖추었는데도 사랑없이 강요된 삶을 살아야한다는 사실도...



"난 말이야.. "



"으응.. 말해봐."



"남녀간에 사랑이라는 감정이 싹트이려면 무언가 Feel이 통해야한다고 생각해."



"Feel? 느낌? 아니면 공감하는 마음 말이야?"



"난 그를 만나기 전까지만 해도,
내가 사랑을 느낄 수 있는 남자는 내가 존경할만한 남자여야한다고 생각했어.



그것이 학력, 재력, 집안 배경, 외모, 인품, 사회적 지위나 명예.. 뭐가 되었든 간에
내가 존경할 수 있을만한 능력을 지닌 그런 남자 말이야."



"......"



"그런데 그를 만나고나서 새로운 사실을 깨닫게 되었어."



"....그게 뭔데? 어서 말해봐"



"아오이.. 속궁합이라는 말 들어봤니?"



"속궁합?"



"아주 예전부터 있던 미신 같은 건데..
생년월일을 맞춰 남녀가 서로 얼마나 어울리는지를 가늠해보는 계산법이 있는데,
거기에 속궁합이라는 표현이 나와."



"그게 뭔데.."



"쉽게 말해서 남자와 여자가 서로에게 얼마나 만족을 주는 섹스를 할 수 있느냐는 지표라고 할까?
속궁합이 잘 맞다는 건 섹스를 통해 서로에게 큰 만족감을 전해주는 관계를 뜻하지.."



"그게 무슨..."



아오이가 그녀의 말을 빨리 이해할 수 없었던 이유에는
그녀(버지니아)가 사촌인 세키와 섹스를 했을 거라고는 전혀 상상을 못하는 입장에 서 있기 때문인 점도 있었다.



그녀(아오이)에게 버지니아는 소중한 친구이자, 자신이 생각하기에 이상적인 조건을 갖춘 멋진 여성이었고,
세키는 사촌이자, 병약한 남동생처럼 항상 보살펴주기 바빴던 엄마 아빠의 조카이자 고모네 아들 수준이었다.



그런 그녀의 마음을 이해했는지, 버지니아는 그녀에게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나 세키와 섹스했어."



"..... 뭐라고?!"



"진정하고 들어줘. 아오이.
난 말야.. 세키와 키스를 했을 때부터, 뭔지 모를 강렬한 느낌을 받았었어.
나도 모르는 내 마음 속에서 "아, 이 사람이야" 라는 말이 나오는 듯 했지."



".... 미안해. 니아짱.. 내가 지금 혼란스러워서.. 무슨 말인지 이해를 잘못하겠어."



"괜찮아. 아오이의 입장은 충분히 이해하고 있으니까."



"......"



"그와 키스를 할 때 너무 흥분했었는지 난 혼절까지 하고 말았어.
그런데, 의식을 차리고 일어났을 때 내 머릿속에는 온통 그에 대한 생각 뿐이었지."



"어떻게 그런 일이..."



"그때까지도 난 내가 그에게 어떤 마음을 품고 있는 알 수 없었어.
다만, 그가 특별하게 느껴졌기 때문에 3년 후에 결혼을 해야하는 내 입장을 그에게 알려준 후에도
그가 날 이해해주고 받아준다면, 내게 남겨진 시간을 그를 위해 사용하고 싶었어.
남은 시간동안 그와의 관계를 계속 유지하고 싶었던 내 마음을 이해할 수 있겠니? 아오이?"



"나...난.. 솔직히 잘 모르겠어."



버지니아의 설명을 들으며 그녀의 마음을 이해하려했지만,
그녀의 갑작스런 심경 변화는, 듣고 있는 아오이 입장에서는 쉽게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었다.



"사람의 마음이라는 게 그렇게 뜻대로 안 되는 건가봐.
난 내 마음을 이해해주고, 내 뜻을 받아준 그에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호의를 베풀어주고 싶어졌고,
왜 그랬는지 지금 생각하면 나도 나 자신을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격정적으로 그에게 다가가 그를 유혹했어."



"아아...니아짱..."



그녀는 너무 놀란 듯 가벼운 신음성을 내지르며 안쓰러운 표정으로 버지니아를 바라보고 있었다.



"후훗.. 너무 뜻밖인 이야기라 놀랐니? 나도 내가 이렇게 행동할 수 있다는 사실을 몰랐었으니까...
그와 섹스를 한 후에야 난 내 속에 음란한 여자의 마음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어."




"아아... 너무 혼란스러워.."



"나도 내가 세키의 어떤 면에 반했는지 모르겠어. 굳이 찾아보자면,
그와 섹스를 나눴을 때 여자로 태어난 행복감을 만끽할 수 있었으니까...
난.. 세키와 속궁합이 잘 맞아 그에게 반하게 되었는지도 몰라. 후후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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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화. 뜻밖의 소식.



 


다음날 오전.



교실에 들어와 1교시 수업을 준비하고 있던 세키에게 아오이가 찾아왔다.
아침부터 여학생이 남학생반에 찾아오는 건 몹시 드문 일이었기에 몇몇 남자애들은
사정을 알지도 못하면서 "우와~ 부럽다", "여자친구가 예쁘다" 등등의 헛소리를 지껄였지만,
세키는 그런 애들의 말에 하나하나 대꾸하기도 귀찮아 "나중에 설명할테니 닥치고 있어!"로 일축했다.



"......"



가만히 자기 자리에 앉아있던 세키는 아오이로부터 아무런 말도 들려오지 않자,
그제서야 이상함을 느낀 듯 그녀를 쳐다보았는데,
그녀는 알쏭달쏭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고만 있었다.



"할 말 있었던 거 아냐?"



세키가 묻자, 그제서야 정신을 차린 듯 아오이는 화들짝 놀라는 시늉을 하더니
무언가를 얘기하려다가 한숨을 푹 쉬었다.



"이번엔 또 무슨 일인데? 또 어디가 아파?"



그녀의 침묵이 길어지자, 조금은 답답해진 세키가 투정부리듯 예민하게 따져묻자
아오이는 어깨를 으쓱이더니 손가락을 2개 뻗으며 말했다.



"두 가지 전할 소식이 있어."



"뭔데?"



"한 가지는... 버지니아한테 들었어. 늦었지만 축하해."



그녀의 입에서 [버지니아] 얘기가 나오자, 순식간에 반 남자애들의 시선이 그녀와 세키에게로 집중되며,
"누구? 버지니아?", "축하한다니 무슨 말이야?" 등등 소란스러운 외침이 여기저기에서 터져나왔다.



점점 주변이 시끄러워지는 것을 느낀 세키가 하는 수 없이 자리에서 일어나
아오이를 데리고 교실 밖으로 자리를 옮겼다.



아직 수업까지는 10여분 정도의 여유가 있었다.



"누구에게 들었어?"



"버지니아에게 직접."



"음.. 그럼 어제?"



"으응.. 우린 어제 늦게까지 얘기를 나눴거든."



"그래? 너네 집앞에 그녀의 경호원이 차를 가지고 대기하고 있어서 그녀도 일찍 들어가야 되는 줄 알았는데..."



"처음에는 그녀도 그럴 계획이었는데, 얘기를 나누다보니 대화가 길어져서 그렇게 됐어."




(뭐야.. 나한테는 시간이 없다며 자꾸 보채더니...)



왠지 그녀에게 속아 넘어간 기분이었다.
어제 오후 내내 그녀의 그 거짓말에 넘어가 섹스의 주도권마저 그녀에게 몽땅 빼앗기지 않았던가...



그런 아름다운 얼굴로 눈 하나 깜짝 않고 거짓말을 하다니..
세키는 문득 자신의 옷을 벗겨내고 그의 몸에 올라탄 그녀의 색기 어린 눈빛이 떠올랐다.



갑자기 외숙모가 떠오르며 자연스레 비교가 되었다.
외숙모는 좀더 어른스럽게 세키를 이끌어주는 느낌이라면,
그녀는 외숙모에 비해 자기주도적인 성향을 지닌 것 같았다.



(젊어서 그런 걸까?)




어느새 혼자만의 상념에 빠져있던 세키는 눈앞에 아오이의 기척을 느끼고서야
현실 감각을 되찾고는 민망한지 헛기침을 하며 물었다.



"흠흠..버지니아에게 우리가 사귄다는 말을 들은 거야?"



"..... DVD방안에서 있었던 일도..."



"커헉!"



갑자기 목에 사레가 걸렸다.



"어? 괘..괜찮아?"



"콜록...콜록.. 괘...괜찮아.."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그의 등을 두드려주는 아오이에게 아무렇지도 않은 듯 자세를 가다듬은 세키는
살짝 붉어진 얼굴을 숨기며 넌지시 물었다.



"도..도대체 너네들은 어디까지 얘기를 하는 거야."



"... 뭐.. 우리 사이에 딱히 비밀 얘기가 없는 건 아니지만,
세키 넌 내 사촌이기도 하니까 그녀 입장에서는 내가 그 사실을 알고 있길 원하나봐."




문득, 아오이와 자신이 서로 사귀면 좋겠다는 그녀(버지니아)의 말이 떠올랐다.



(위험해! 아오이의 뒤에는 외숙모가 있다고...)



[크크크크.. 그녀의 뜻대로 된다면 재미있겠군. 외숙모와 아오이라... 모녀덮밥인가? 크크크크...]



(다..닥쳐.. 난 아오이까지 건드릴 생각은 없다구...)



[크크크.. 너나 닥쳐.. 니가 언제 건드리고 싶어서 건드린 여자가 있었냐?]



(.....)



[순진한 척, 착한 척하면서도 기회만 되면 기다렸다는 듯이 그녀들의 보지 구멍을 꿰뚫던 놈이 바로 너야. 크크크]



(.....)



내면의 목소리가 힐난하게 그를 몰아붙이자,
세키는 화가 나면서도 한편으로는 그 말이 사실인 것 같아 가슴 한편이 뭐에 찔린 듯 아프게 느껴졌다.




"그..그건 그렇고 나머지 한 가지 소식은 뭔데?"



두 가지 소식 중 한 가지는 버지니아에 대한 이야기였다.
나머지 한 가지 얘기가 궁금해진 세키가 그녀에게 묻자, 그녀는 다시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아꼈다.



"...어이 이봐.. 여보세요? 아오이씨..."



"....응? 아아.. 그렇지.. 한 가지 소식이.. 더 있었지..."



그녀의 수상한 태도로 미루어 나머지 한 가지는 쉽게 말을 꺼내기 어려운 내용인가보다.



"말하기 어려우면 나중에 해도 돼!"



"그..그래? 그러네... 어차피 오늘 저녁이면 알게 될테니.. 굳이 지금 말하지 않아도 되겠네..."



그녀답지 않은 태도에 세키는 점점 더 그 내용이 궁금해졌지만,
그녀의 태도로 보아, 더 기다려봤자 얘기를 들을 수는 없을 것 같았다.



"이제 1교시 시작할 시간이야."



"어? 벌써 그렇게 됐네? 알았어. 이따 저녁 때 고모 집에 찾아갈테니까 저녁 때 보자."



"우리 집에?... 그래.. 일단은 그렇게 알고 있을게."



때마침 1교시 시작을 알리는 종소리가 들리자, 세키는 아오이에게 손을 흔들며 서둘러 그의 교실을 향해 걸어갔다.




"놀랄만한 소식이 있으니까 저녁 때까지 마음 단단히 먹고 있으라구~ 청년~ -_-ㆀ"



등뒤로 그녀의 목소리가 들려왔지만,
그가 목소리가 들려온 쪽으로 고개를 돌려보았을 때는 이미 그녀의 모습을 찾을 수 없었다.



어느새 그녀는 그녀의 교실에 들어가버렸나보다.



(이럴 때보면 정말 귀신같이 재빠르다니까...)



 


딱히 아오이의 말에 신경을 쓰고 싶은 건 아니었지만, 애매모호한 말만 남기고 사라져버린 그녀의 행동 때문에,
세키는 오늘 하루 내내 그녀의 말이 신경쓰였다.



(도대체 뭐야.. 무슨 말을 하고 싶었던 거야...)



방과 후에 집까지 걸어오는 동안, 세키는 걷는 내내 투덜거렸다.



"다녀왔습니다."



평소처럼 세키는 집에 들어와 갈아입을 옷을 챙기고 가볍게 목욕을 한 후에 가족들과 저녁 식사를 먹고 있었다.




띵동띵동!



초인종 울리는 소리가 들리고, 엄마가 현관문쪽으로 마중을 나가더니,
잠시후 낯익은 사람들이 엄마와 함께 집안에 들어왔다.



"외삼촌!"



외삼촌과 외숙모 그리고 아오이였다.
거의 1년만에 외삼촌을 보게 된 세키는 반가운 마음에 크게 소리쳤고,
그 소리를 시작으로 그의 가족들은 밥을 먹다말고 일어나 외삼촌 가족을 맞이했다.



"처남! 오랫만이네. 처남댁도 어서오세요. 요새 몸이 안 좋았다고 들었는데 이제 좀 괜찮아졌나요?
아오이... 너도 오랫만이구나.  자자.. 아직 식사 전이면 같이 저녁 식사를 합시다."



가족을 대표로 가장인 아버지(키세야마 타이세이)께서 외삼촌 가족을 환대하셨다.
그러자, 외삼촌이 싱글벙글 거리는 표정으로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아닙니다. 말씀은 고맙지만, 저희는 이미 저녁 밥을 먹고 왔고,
이 사람도 몸이 무거워서 곧바로 집에 돌아가봐야합니다."



"몸이 무겁다니? 아직도 어디가 편찮으신 겁니까?"



"하하하하.. 어디가 아픈 건 아니구요.. 사실은..."



걱정스런 아버지의 물음에 외삼촌은 들뜬 표정으로 조심스럽게 말했다.



"아내가 지금 임신 중입니다."




 


"이야.. 처남.. 축하합니다. 처남댁이 둘째를 가지셨군요."



"어머? 오빠. 어떻게 된 거야? 갑작스럽게 둘째 애라니?"



"외삼촌!! 외숙모께서 아이를 가지셨다구요? 와.. 축하드려요."



순서대로 아버지, 어머니, 누나의 반응이다.



".........."



순간 나는 외삼촌의 말을 듣는 순간, 불현듯 떠오른 생각에 몸서리를 치느라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아오이는 외삼촌에게 늦둥이가 생긴다는 사실이 부끄러운지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숙이고 있었고,
외삼촌은 잔뜩 들뜬 표정으로 아버지, 어머니와 함께 이런 저런 얘기를 주고 받고 계셨다.



외숙모는....
세키가 그녀를 쳐다보자, 그녀와 눈이 마주쳤다.
그녀는 집에 들어온 순간부터 자신을 쳐다보고 있었던 것이다.



(서..설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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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후기.
23, 24화는 쉬어가는 내용이라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2부의 마지막을 향해 달려가는 내용이고, 이런 식으로 계속 글을 쓴다면 4부 5부까지 쭉쭉 나갈 예정입니다만....
솔직히 갈수록 댓글도 줄어들고 있어 글을 쓸 의욕이 반쯤 사라진 상태입니다.
저도 의욕이 다시 살아났으면 좋겠지만... 힘드네요.

몇 시간동안 글을 써도 하루가 지나도록 댓글 6개.. 이틀이 지나 15개... 그리고 그 이상은 기대할 수 없는 현실...

이제서야 밝히지만, 이 글의 모티브(글을 쓰게 된 동기가 된 작품)는 [그들 스스로 납득하기]라는 MC물입니다.
주인공은 가만히 있는데, 회사 여직원들이 그에게 몸과 마음을 다 바치는 내용이죠.

때문에 세키도 그 주인공을 닮아 그다지 색을 밝히지 않아도, 외숙모를 비롯한 주변의 수많은 여자들이
주인공에게 몸과 마음을 다 바치고 있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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