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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립파이터 마유 13

제13화 첫 무대

이튿날 아침, 나는 자명종이 울리기도 전에 깨어났다. 긴장돼서 잠이나 제대로 잘 수 있을까 싶었지만, 의외로 푹 잔 덕분에 개운하게 눈을 뜰 수 있었다. 여자는 막상 상황이 닥치면 더 침착해진다는 말이 맞나보다.
그리고 평소보다 배는 더 시간을 들여 목욕을 마치고, 세면대 앞에서 드라이어로 머리를 말리고 있었다. 그 때 삐잇삐잇하고 침대 옆에 놓인 인터폰이 울렸다. 깜짝 놀라 침실로 돌아와 전화를 받자, 지배인 아저씨였다.
"아, 잘 잤나요? 이제 슬슬 일어날 시간이라서"
"네. 지금 막 목욕을 마친 참이에요"
"오후 1시부터 리허설이 있습니다. 그때까지 식사를 마치고 스테이지로 나오세요. 늦지 않게"
"알겠습니다"
인터폰을 내려놓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 식사라. 어떻게 하지. 여기선 보통 종업원 식당에서 식사들을 하지만, 창녀들의 경우엔 룸서비스로 방에 가져다 주기도 한다. 알몸으로 남들 앞에서 식사를 한다는게 여간 부담스럽지가 않아서 지금까지는 방으로 가져다 달라고 해왔지만, 사실 그건 손님하고 같이 식사하는 경우를 위한 서비스기 때문에 매번 나 혼자 먹자고 부탁하기도 좀 미안하다. 어쩌지. 언제까지고 공주님처럼 굴 수도 없고.


그 때 아무 기척도 없이 문이 덜컥 열렸다.
"마유------"
"꺄악"
마리아씨가 방에 들어오자마자 내게 달려들었다.
"노크 정도는 좀 해주세요!"
"아침 먹자, 아침. 아침 댓바람부터 얼마나 손님이 몰려들던지, 배고파 죽겠어, 어서, 가자"
"자,잠깐만..."
마리아씨는 내 팔을 잡더니 내 대답은 들을 것도 없다는듯, 나를 질질 끌고 방을 나섰다. 야들야들한 하얀색 원피스에 인형처럼 예쁘게 생긴 외모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이 난폭함이라니, 어떻게 좀 안 되겠습니까요.


종업원 식당에는 사람이 꽤 많았다. 점심을 먹기엔 좀 이른 시간이었지만 오후부터는 여러가지로 바쁘기 때문에 다들 일찍 식사를 끝마치려고 하는 것 같았다. 럭키 홀은 2층의 매춘숙 뿐만 아니라 스트립 극장, 연회장, 레스토랑에 이르기까지 여러가지 장사를 하고 있어서, 직원 수가 꽤 많다. 검정색 제복을 입은 사람들, 무대 기술자 분들, 요리사 분들, 거기다 댄서에 매춘부 언니들까지.
당당히 한가운데 자리에 앉으려고 하는 마리아씨를 온힘을 다해 뜯어말려 간신히 제일 구석탱이 테이블에 앉을 수 있었다. 알몸이나 다름없는 속옷이나 무지 야한 의상을 입은 언니도 적지 않아 의외로 주목받지는 않았다.
자리에 앉자, 상을 차리는 아줌마가 두 사람 분의 트레이를 가져다 주셨다. 메뉴는 선택하지 못하는 같았다. 오늘의 메뉴는 고기가 들어간 스파게티. 양이 장난 아니다.
"나이스. 나, 이거 엄청 좋아하는데. 그치만 여기 생선 요리는 최악이야"
마리아씨는 굉장한 기세로 그릇을 비우기 시작했다. 어안이 벙벙해져서, 나도 식사를 시작했다. 확실히 맛은 있는 것 같군. 근데 이 고기의 정체는 과연 뭘까.


"마유, 오늘 첫 스테이지라며? 힘내"
마리아씨가 입안 가득 스파게티를 물고 우물거리며 말했다.
"네. 무지 긴장돼요"
"아하하. 긴장 같은 거 할 필요 없어. 그냥 즐기면서 하면 돼. 스테이지에 올라가면 기분 엄청 좋거든. 나두 하고 싶은데 뺀찌 머거쪄"
"왜요?"
"나, 안무를 전혀 기억 못하거든. 대충 몸만 흔들고 있으니까, 릭키가 사정없이 짤라버리더라구"
확실히 대충대충하는 스타일인 것 같다. 정말 알기 쉬운 성격.


나는 별 생각없이 문득 떠오르는대로 물어봤다.
"마리아씨는 어떻게 여기 일을 하게 된거에요?"
"나? 나 부모한테 팔렸어"
마리아씨가 웃으며 대답했다. 이런, 난처한 질문을 해버렸구나.
"아아, 신경쓰지 마. 우리 아버지, 엄청난 술주정꾼이라, 허구헌날 날 팼거든. 그래서 집에서 도망치려고 남자랑 사랑의 도피를 했는데, 금방 붙잡혀와서 여기 팔린거야. 남자는 아버지한테 죽도록 두들겨 맞았고"
의외로 비장한 스토리. 늘 쾌활하고 밝은 마리아씨하고 매치가 잘 안된다.
"남자라고 해봐야, 사랑의 도피를 하려고 내가 일부러 유혹한 상대일 뿐이고, 여기 있으면 아버지한테 두드려 맞을 일도 없고. 여기 온 뒤론 즐거워서 견딜 수가 없을 정도야. 밥도 맛있고, 뭐니뭐니해도 질릴만큼 실컷 섹스도 할 수 있잖아? 매일매일 다양한 남자들하고 할 수 있으니 최고지 뭐. 아버지 빚이 있으니까 급료는 적지만, 언젠가는 그것도 다 갚을테고. 뭐 빚 다 갚아도 여기서 나갈 생각은 조금도 없지만"
"하아"
세상엔 참 별별 사람들이 다 있구나. 나도 마리아씨처럼 이 일을 즐기면서 할 수 있게 되었으면. 호쾌하게 웃으며 스파게티를 먹는 마리아씨를 바라보며 생각했다.


"마유는 모험 자금 모으고 있는거지?"
"네. 원래 세계로 돌아가기 위해서..."
"그런 거 관두고, 쭉 여기 있으면 좋을텐데. 나, 마유가 여기 와서 너무너무 좋아. 지금까진 내가 젤 막내여서, 일은 재밌지만 친구가 하나도 없었거든. 앞으로도 계속 친구하고 싶어. 어때?"
"계속 있을 수는 없겠지만, 저도 마리아씨와 친구가 될 수 있어서 기뻐요. 그러고 보니까, 마리아씨는 몇 살이에요?"
"나? 열 여섯. 여기 온지 한 1년 됐나"
나보다 두 살 언닌가. 굉장하다. 같은 또래의 아이가 이런 어른들 세계에서 이렇게 씩씩하게 살고 있다니. 미리아씨는 더 어렸을 때부터 이 일을 해왔다고 하고. 나도 열심히 노력하지 않으면.


"아---, 잘 먹었다. 이걸로 오후에도 힘내서 허리 팍팍 돌려야지"
마리아씨는 스파게티를 통째로 비우고 배를 탁탁 두드리면서 일어났다. 나는 이제 항복. 반그릇이 한계야. 남자 직원들 양에도 맞춰야 하니까 그랬겠지만 이거 인간적으로 너무 많아요.
"그럼, 난 다시 방으로, 마유는 스테이지로 가야겠네. 실전, 구경하러 가고 싶지만, 오늘 예약 손님이 가득 차서 짬이 안 나네. 힘내. 멀리서나마 응원할테니까"
"네. 노력할께요"
마리아씨는 내 양손을 잡고 힘차게 흔들더니 부리나케 달려갔다. 좋아, 나는 리허설하러 고. 힘내자.


극장 구석의 분장실 입구로 돌아 들어가 스테이지로 향했다. 스테이지 위에선 오늘 오후 타임에 출연하는 언니가 안무 연습을 하고 있었다. 늘씬한 키에 엄청 예쁜 언니.
"마유, 안녕. 곧 끝나니까 잠시만 기다려줘"
릭키씨가 내가 온 걸 알아차리고 말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여 대답하고, 무대 옆에 서서 스테이지에서 춤을 추고 있는 언니를 견학했다. 역시 베테랑답게, 우아하면서도 당당한 분위기가 넘쳐흐른다. 진짜 멋지다.


"네. 오케이. 카렌쨩, 됐어. 늘 그렇지만 완벽해. 홀딱 반할 지경이야"
잠시 구경하고 있으려니까, 안무 연습이 다 끝난듯 릭키씨가 호들갑을 떨며 손벽을 짝짝 쳤다.
"네---에. 감사합니다---"
카렌씨는 스테이지 구석에 놓여있던 타올을 주워 어깨에 걸치고 무대 밑으로 내려왔다. 아, 나도 타올 가져오는건데.
카렌씨가 내가 있는 걸 깨닫고 말을 걸어왔다.
"어머, 너 새로 온 아이지? 네 차례구나. 힘내"
"네. 열심히 하겠습니다"
나는 꾸벅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자, 마유 이리로"
릭키씨가 내게 손짓했다. 나는 부리나케 달려갔다.
"아무쪼록, 잘 부탁합니다"
"어서, 시작해볼까. 내 뒤에 서서, 내가 춤추는 거 따라해요. 자 간다. 음악 부탁해요. 5,6,7,8..."
릭키씨가 음향을 담당하는 분에게 신호하자, 업 템포 곡의 인트로가 흐르기 시작했다. 불필요한 인사는 전부 생략인가. 꽤 까다로운 선생님일 것 같다.
릭키씨가 객석을 바라보며 포즈를 취한다. 나도 얼른 똑같이 흉내를 냈다.


"그렇지, 스텝은 더 넓게. 손 야무지게 모으고. 손가락 끝에 정신 집중. 좋아, 여기서 턴..."
속사포처럼 지시사항을 퍼붓는다. 역시 프로는 굉장하구나. 동아리 댄스하고는 차원이 달라.


짜쟌---. 화려한 심벌즈 소리와 함께 곡이 끝났다. 나는 마지막 포즈를 취했다. 종아리가 바들바들 떨려온다.
"헥헥헥"
수,숨이 마,막힐거 같애.
"네네. 일단, 끝까지는 왔네. 잠깐, 자기 왜 그렇게 덜덜 떨어"
"네,네엡, 헥헥"
잠시의 휴식도 없이, 풀타임 연속으로, 간신히 끝까지 따라올 수는 있었지만, 상상이상으로 하드했다. 한동안 춤을 쉬었던 탓도 있긴 하겠지만, 이거 장난아닌데. 처음으로 해보는 포즈도 많고, 동작 하나하나가 평소 사용하지 않던 근육을 혹사시키는지라 익숙해지지 않으면 체력이 감당 못할 것 같다.
"이 정도로 녹초가 돼버리면, 프로 댄서는 어림도 없어요"
"허억, 노,노력하겠습니다"
"뭐, 좋아요. 안무는 기억한 것 같으니까. 실전 때까지 연습해둬. 자기 차례까진 아직 시간이 있으니까 방으로 돌아가도 좋아요. 수고 많았어요"
"헤,헤엑, 수고하셨습니다~"
릭키씨는 땀 한방울 나지 않았다. 하나도 안 힘든 얼굴로 사뿐사뿐 분장실로 돌아간다. 역시 프로는 굉장하구나. 나는 그대로 스테이지 바닥에 널부러져 버렸다.


엉금엉금 기다시피 내 방으로 돌아와 욕조에 더운 물부터 받았다. 비누로 깨끗이 땀투성이가 된 몸을 씻어내고 욕조에 몸을 담근다.
"아야야야"
뭐야, 쥐났어. 이래서야 앞날이 걱정인걸. 댄스 정도는 가뿐히 할 수 있을거라 생각했는데. 뭐하나 생각대로 풀리는 일이 없구나, 나. 이궁~.
서둘러 뜨거운 물 안에서 굳어진 근육을 주물러, 아프지만 꾹 참고 근육 마사지를 계속한다. 그렇게 잠시 근육을 풀어주자 약간 편해진다. 좋아, 이걸로 응급처치는 완료. 이제 아까 안무 복습해야지.
나는 욕실에서 나와 몸을 닦고 침실에 걸린 커다란 거울 앞에 섰다.
"5,6,7,8..."


삐잇삐잇. 열심히 연습에 몰두하고 있는데, 인터폰이 울렸다.
"네. 마유입니다"
"마유씨, 슬슬 차례가 됐으니 분장실로 내려오세요"
"알겠습니다. 바로 갈께요"
저런, 벌써 시간이 다 됐나. 그러고보니 시간이 꽤 지났네. 집중하느라 몰랐어. 그래도 얼추 안무는 다 기억한 것 같고, 이제 끝까지 춰도 별로 헐떡이지도 않고, 꽤 익숙해진 것 같애.
"좋았어, 기합넣고 가볼까---"
나는 힘을 줘 뺨을 짝짝 두드리고 스테이지로 향했다.


무대 밑에 다다르자, 관객석으로부터 환성이 터져 나온다. 아직 전 타임 공연 도중인 것 같았다. 이제 곧 내 차례구나. 우와 긴장된다. 다시 한번 더 복습해볼까.


나는 분장실 복도 거울 앞에 서 스텝을 되짚어 보았다.
"5,6,7,8..."
조그맣게 숫자를 세며 박자에 맞춰 스텝을 밟아본다. 어라, 이게 아닌데. 다시 한번. 어라, 조금 전까지만 해도 잘 됐었는데. 큰일이다. 나, 너무 긴장했나봐. 어쩌지.


"마유씨 마유씨"
갑자기 누가 이름을 부른다. 돌아보니 거인 꼬맹이씨였다.
"마유씨, 너무 제대로 하려고 하지 마요. 실수없이 춤을 추는 것보다도, 관객에게 마음을 전하는 게 더 중요하니까. 춤추는 것에만 너무 몰두하면 자칫 로봇처럼 보이고 말아요"
꼬맹이씨가 상냥하게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그런가요. 나, 너무 긴장돼서"
"누구라도 자기 차례 전엔 그래요. 저도 긴장하고 있는걸요"
"꼬맹이씨도 긴장해요? 이렇게 커다란데?"
"몸이 크고 작은 건 상관없어요. 중요한 건 마음의 크기죠. 전 무지 소심하거든요. 하하하"
"후후후"
꼬맹이씨의 말에 웃음이 절로 나온다. 왠지 긴장이 좀 풀어진 것 같다.
"이거, 마유씨 선물이에요. 옷을 입으면 안된다곤 하지만, 이 정도는 괜찮을 것 같아서요. 마유씨하고 잘 어울릴 거예요"
그렇게 말하며 꼬맹이씨가 붉은 체크 무늬의 리본을 내밀었다. 미리 매듭이 지어져 흰 고무밴드로 고정된, 블레이저 코트 교복을 입은 여고생이 목에 감는 그런 녀석. 우리 학교 교복은 세라복이라 그렇찮아도 이런 거 꼭 한번 해보고 싶었는데.
"우와, 고마와요. 해볼께요"
나는 고무밴드를 조정해 목에 감아 보았다. 프라가록크 선생님께서 몸 중심에서 멀리 떨어진 부분은 괜찮다고 했으니까 이 정도는 별 문제 없겠지.
"괜찮아요?"
꼬맹이씨가 걱정스러운듯 바라본다. 으음, 별다른 느낌은 없는걸.
"괜찮은 것 같아요. 어울려요?"
"거기 똑바로 한번 서 봐요"
나는 차렷 자세로 거울 앞에 가 섰다. 전라에 갈색 가죽 로퍼, 감색 하이삭스, 목에는 체크무늬 리본. 리본 아래 숨겨진 조그만 마법 목걸이. 잡티 하나 없는 새하얀 피부에, 핑크색 젖꼭지, 세로로 예쁘게 갈라진 배꼽, 그리고 옅게 자란 보지털이 포인트. 그런 내 모습이 거울에 비쳐 보인다. 그 모습을 꼬맹이씨가 뒤에서 흐뭇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좋아요 좋아. 아주 잘 어울리는데요. 엄청 귀엽고, 또 엄청 섹시해요"
"후후, 고마와요. 왠지 힘이 나는데요"
"저도요, 마유씨 보고 있으려니까 이렇게 힘이 막 나는걸요"
꼬맹이씨 바지 사이가 빵빵하게 부풀어 올라 있었다. 이거 진짜야? 안에 뭐 집어넣은 거 아니구?
"뭐야, 몰라요"
나는 꼬맹이씨의 어깨를 툭 밀었다.
"하하하하"
꼬맹이씨가 웃음을 터트렸다.
"후후후"
나도 따라서 웃기 시작했다.
"꼬맹이씨, 고마와요. 덕분에 긴장이 좀 풀렸어요"
"아뇨. 천만에요. 도움이 됐다니 제가 더 기뻐요"


"마유, 자기 차례야. 준비해"
무대 쪽에서 릭키씨가 불렀다.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힘내요. 옆에서 지켜보고 있을께요"
나는 꼬맹이씨에게 손을 흔들며 무대 쪽으로 향했다.


무대는 깜깜하게 어두워져 있고, 객석은 쥐죽은듯 조용했다.
"마음, 마음으로 추는거야. 자, 마유, 잘하고 와"
릭키씨가 등을 툭 치며 격려해줬다.
"넷"


나는 암전이 드리운 무대 중앙에 서서 관객석을 등지고 양손을 머리 뒤에 올리고 왼발을 옆으로 살짝 내밀어 허리를 약간 기울인 포즈를 취한 다음, 곡이 시작하기를 기다렸다. 뜻밖에도 전혀 떨리지 않았다.


릭키씨의 장내 아나운스가 흐른다.
"여러분, 정말 오랫동안 기다리게 해드려서 죄송합니다. 오늘밤의 심야타임 공연을 시작하겠습니다. 출연자는 오늘이 첫 데뷔 무대입니다. 전혀 때묻지 않은 순수한 처녀, 미라클한 미소녀 마유양입니다. 여러분, 뜨거운 박수로 맞아 주십시오. 그럼, 마유씨, 부탁해요"


짜---쟌. 인트로 음악이 울려 퍼지고 핀 스팟이 내 알몸을 비췄다.
"우오오오오"
장내가 굉장한 소리로 가득 찬다.
"기다리고 있었어요~"
"마유쨔---앙"


손님들의 시선이 등 너머로 오싹해질 정도로 느껴진다. 그렇지만 나는 여전히 침착함을 유지하고 있었다. 괜찮아, 반드시 할 수 있어. 곡의 리듬에 맞춰 허리를 튕겼다. 이제 인트로가 끝나고, 5,6,7,8...


인트로가 끝남과 동시에 나는 몸을 뒤로 돌렸다. 재빨리 양손으로 가슴하고 보지 부근을 가리는 포즈를 취한다. 환성이 한층 더 커졌다. 객석은 어두워서 잘 안보였지만, 손님들의 흥분이 고스란히 전해져온다.
시작해볼까. 나는 음악에 맞춰 교대로 사이드 스텝을 밟으며 회전무대장치가 된 원형 스테이지로 향했다. 중간중간 양손의 위치를 바꿔가며 손님을 도발하면서. 원형 스테이지 중앙에 도착하자, 음악도 정확히 절정에 이르러 손님들의 텐션이 단번에 무르익는다. 나는 리듬에 맞춰 몸을 흔들면서 먼저 가슴을 가리고 있던 오른손을 위로 높이 쳐들었다. 내 약간 작은 가슴에 모든 시선이 날아와 꽂힌다. 그 시선에 반응해 젖꼭지가 쏘옥, 뽀족하게 솟아오른다. 그리고 나머지 왼손도 빙글빙글 돌리면서 아래로 늘어뜨렸다. 마침내 내 몸 전부를 손님 앞에 드러낸다.


"우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


함성이 피크에 달했다. 손님들의 환성으로 극장 전체가 뒤흔들리는 것 같았다. 수백개도 넘는 시선이 내 가슴에, 내 보지에 화살처럼 날아와 꽂힌다. 엄청, 기분 좋다. 사람들의 시선이 이렇게 기분 좋다니. 아이돌 스타가 되고 싶어하는 여자애들의 기분을 처음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 머릿속이 새하얘져, 이제 모든 걸 다 버릴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그래, 나는 이제 스트리퍼인걸.


내 알몸을 더 봐줘. 나는 마유. 내 전부를 봐줘!


곡의 템포가 한층 더 빨라지자, 거기에 맞춰 원형 스테이지 위에 선 내 춤도 한층 더 격렬해져갔다. 다리를 높이 차 올려 그대로 한발로 선 채로 천천히 턴. 객석을 향해 허리를 튕기며 도발한다. 손님들의 박수와 환성이 점점 더 켜져간다.
음악이 바뀌어 갑자기 슬로우 템포로 변했다. 거기에 맞춰 조명 톤도 떨어진다. 나는 객석에 등을 돌리고 발을 가지런히 모으고 섰다. 그리고는 그대로 천천히 몸을 앞으로 숙였다. 객석이 찬 물을 끼얹은듯 조용해졌다. 몇몇 손님이 침을 삼키는 소리까지 들릴 정도로. 바닥에 손바닥을 착 붙이고 체중을 실어 힘껏 다리를 쫙 벌린다. 한껏 벌어진 다리 사이로 객석을 꺼꾸로 바라보며 미소를 짓는다. 그리고 천천히 몸을 돌려 바닥에 누운 자세로 객석을 똑바로 응시한다.
이제부터가 클라이막스다. 객석으로 향한 다리를 곧게 편 채로 천천히 위로 들어올린다. 90도 이상 들어올려 엉덩이를 손으로 받친다. 손님들의 기대로 가득찬 시선이 쏟아져 내린다. 그리고 천천히 다리를 좌우로 크게 벌리고 상체를 일으켜 다리 사이로 객석을 바라본다. 왼손을 뒤로 돌려 몸을 지탱하고 오른손으로 가랑이 사이를 살짝 덮는다.
짖궂은 미소를 지으며 오른손으로 보지를 살짝살짝 문질러 손님들의 애를 태운다. 손님들이 장단에 맞춰 치는 박수소리가 나를 불타오르게 한다. 손가락 두 개로 갈라진 틈을 벌려 보지 구멍을 빼꼼히 열어 보인다. 최대한 귀여운 미소를 지으며 수줍게 브이 사인. 작게 조여진 스포트라이트가 내 보지를 눈부시게 비추었다.


"우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


환성이 마치 폭발이라도 할 것처럼 들끓어 올랐다.
그 다음부터는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나는 객석하고 일체감에 푹 빠져 온힘을 다해 계속 춤을 췄고, 마지막으로 양손을 들어올려 인사를 하고 무대에서 내려왔다.


무대 밑으로 내려오자, 릭키씨가 나를 꼭 부둥켜 안았다.
"브라보. 끝내줬어, 마유. 새로운 스타의 탄생이야!"
릭키씨는 눈물까지 흘려가며 펄쩍펄쩍 날뛰었다. 나, 스트립 댄스를 한거야. 그것도 릭키씨가 이렇게까지 칭찬해줄 정도로 굉장하게. 아무데도 쓸모없는 아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이렇게 많은 사람들을 기쁘게 할 수 있다니. 나, 스트리퍼가 되기 위해 태어났을지도 몰라. 나, 스트립 좋아하게 될 것 같애.


"가,감사합니다"
그 말을 끝으로 갑자기 힘이 쭉 빠져 그 자리에 그대로 주저앉았다. 당황한 릭키씨가 얼른 나를 붙잡아 주었다.
"이런. 괜찮아?"
"허,허리가 빠진 것 같아요..."


정신을 차리고 보니 바닥에 누워 있었고, 꼬맹이씨가 타올로 내 얼굴을 닦아주고 있었다.
"언제까지 잘거야. 곧 다음 차례야. 이번이 메인 이벤튼데"
릭키씨가 내 얼굴을 살피며 말했다.
"네. 괜찮아요. 할 수 있어요"
"그럼, 내가 먼저 스테이지로 올라갈테니까. 부르면 올라와"
"네. 알았어요"
내 대답을 듣자마자 릭키씨는 스테이지 위로 뛰쳐 올라갔다. 그렇다. 이제부터 실전 마나이타 쇼를 하지 않으면 안된다. 춤추는데 정신이 팔려 완전히 까먹고 있었다. 저 많은 손님들 앞에서 첫경험을 치뤄야만 한다. 게다가 내 경우엔 무려 생삽입 생질내사정. 럭키홀 쇼에서 거기까지 하는 건 오직 나 하나뿐.
생전 처음 보는 사람의 자지를 받아들이고 거기서 나온 정액을 몸 안에 받는다. 갑자기 무서워졌다. 그런 걸 할 수 있을 리가 없어. 도망치고 싶었다. 그러나 그 순간 스테이지로부터 릭키씨의 야박하기 짝이 없는 아나운스가 들려왔다.


"자 그럼, 계속해서, 여러분, 학수고대하시던 실전 마나이타 시간입니다. 청순가련한 마유양을 처음으로 더럽히는 것은 과연 어느 분일까요. 생삽입 생질내사정으로, 소중히 지켜왔던 마유양의 처녀막을 마음껏 찢는 겁니다. 엄마 미안해요. 마유는 이제부터 어른이 됩니다. 그럼, 마유양을 불러볼까요. 마유씨, 그럼, 부탁해요~"


꼬맹이씨가 나를 일으켜 세워주며 양손을 꼭 잡고 말했다.
"자, 마유씨 차례예요. 괜찮아요. 당신이라면 잘 할거예요. 당신은 스타예요. 봐요, 손님들이 기다리고 있어요"
"네,네에"


나는 천천히 스테이지를 향해 걷기 시작했다. 하지만 조금 전까지 자신감으로 가득 차 있던 나 자신은 이미 어디에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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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보잘 것 없는 뻘글 보려고 일부러 찾아와 가입까지 해주신 분이 있더랬습니다.
언젠가 오니츠바키 연재할 때, 읽느라 날밤깠다고 투덜(?)댔던 분 이후로 가장 인상적인 리뷰였어요ㅋㅋ

그나저나 아마도 마유양 아다 따이는 건 다음 화일 것 같죠?ㅋㅋ 그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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