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환술의 잘못된 사용법 제6장 여름방학 -33화-
제 6장 여름방학
33화 카호짱과 둘만의 데이트 (上)
이정도면 되려나. 슬슬 시간도 없고 말야
손에 든 지팡이를 연필 사이즈로 줄여 허리의 벨트에 차고, 거울 앞에서 몸을 돌려본다.
"저기 테피-, 이상하지 않지?"
양 손을 대 자로 벌려 자신의 모습을 내려다 본다. 내가 입고 있는 것은 어두운 붉은색 바탕에 검은 줄무늬가 그려진 T셔츠, 그리고 그리고 베이지색의 반바지다.
무엇을 감추리, 오늘은 니이제키와의 데이트 날입니다.
잘 생각해보니 여자아이와 둘만의 데이트는 처음이구나. 테피의 고향왕래에 어울린 (정확히는 끌려갔다) 일이라면 몇번 있지만, 그건 노카운트라고 생각한다. 마을 사람들한테서 "상견례냐~?" 라며 놀림받은 적도 수 차례지만, 저 건 전혀 그런 일이 아니었다.
그런 연유로 첫 데이트 입니다. 덕분에 묘하게 긴장된다고 할까 굳어진다고 할까, 니이제키와는 매일 같이 만나고 있으니 평소대로 굴면 된다, 라고 머리로는 생각하고 있지만.
"주인님의 복장을 물어봤자 평가하기 어렵네요. 제 오라버니한테라도 물으러 가보시는게? 겉보기에는 북쪽의 야만족 풍 같네요."
그리고 테피의 어조가 왠지 날카롭다. 기분 탓이 아니라 아침부터 기분이 안좋다.
아침의 달걀프라이에 불평을 한 것이 잘못이었던 걸까. 구운 정도는 드물게도 딱 알맞아서, 그때까지는 테피도 기분이 좋았는데, 간을 하는 단계가 되어 몽땅 엉망이 되었다. 내가 마침 오늘의 일정을 전한 순간, 소금 범벅 후추 범벅의 살인요리가 되어 있었다. 젊은 나이에 혈압 걱정은 하고 싶지 않아.
아니, 제대로 먹었지만 말야. 평소보다 더 밥을 더 퍼먹어야 하는 처지가 되었지만서도.
이야기를 오늘의 복장으로 되돌리면, T셔츠에 반바지라는 차림은 보기에 따라서는 확실히 야만족스러울 지도 모른다. 셔츠의 자락도 엉덩이 위까지고 말야. 스레시아 부근의 소위 "사리토스 문화권"에선, 상의 자락이 일반적으로 길다. 대개는 허벅다리까지 내려올 정도.
나와 테피가 태어났을 무렵, 다로리 경을 시작으로 한 주변의 씨족들이 스레시아 시와 동맹을 맺고, 이후 그 문화를 받아들이며 오늘의 사리스슨이 있게 되었다고 들었다.
다로리경의 자녀중 유일하게, 막내 테피만이 구중심처의 규수 같이 자란 것도, 이 동맹을 계기로 사리토스 귀족풍으로 키우려고 했기 때문에, 라는 것 같다. 덧붙여 스승님은 내 술법의 스승임과 동시에, 나와 테피에게 스레시아시의 말-사리토스어-를 가르켜준 선생님이기도 합니다.
뭐, 이것도 저것도 우리들이 철이 들기전의 이야기니까 나중에 들은 이야기에 불과하지만 말야.
당시엔 뇌가 성장도중이었던데다 전생의 기억이 섞여들어 엉망진창이었고 말야. 술을 좀 마시면 기억이 날아가는 것처럼, 그 전후의 기억이 완전히 비어있다. 내 안에서 기억인지 뭔가하는 것들이 정리될때까지 지금의 아버지와 어머니한테 제법 고생을 하게 만들어버린 모양이다.
"아무튼, 저는 모르겠네요. 스스로 판단하시어요."
휙하고 저쪽을 돌아보고 말았다.
뭐냐구 도대체. 달걀 프라이에 불평한 일이라면 사과했잖아. 그렇게 계속 마음에 담아두는 건 좋지 않다구.
어쩔 수 없다. 아무래도 제대로 된 대답을 기대 할 수 없는 분위기이기에, 우선 지금의 차림으로 문제없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딱히 지친 것도 아니고 특별히 이상한 차림인 것도 아니고, 일본은 오늘도 덥다-사전에 니이제키한테서 들은 예상최고기온은 35도다-는 모양이기에 애당초 선택지 자체가 그리 많지 않고 말야
그런 연유로 복장자체는 이걸로 되었다고 생각하긴 했지만......
역시 조금 화가 난다.
조금 벌을 주자. 재빠르게 "에잇"하고 스커트를 걷어올린다.
"에? 꺄아앗"
여느때처럼 양손의 힘을 미리 뺏어두었다. 바로 옷자락을 붙잡으려고 하다 실패한 것인지, 축 늘어진 손끝이 허벅지 옆에서 부들부들 떨리고 있다. 방금 전까지 차가운 표정이던 얼굴이 부끄러움에 얼어붙고, 도자기 같은 뺨도 순식간에 새빨갛게 물든다.
흠, 오늘은 옅은 핑크인가. 하얀 가터벨트와 잘 어울리네.
"읏, 싫어.....싫어어엇. 안되요, 그만두세요!"
"우헤헤, 벌이지롱~"
속옷의 색을 확인하고 다음은 테피의 몸을 빙글 돌려 등을 껴안는다. 스커트 안에 손을 집어넣어, 우선 허벅지를 쓰다듬는다.
"........아....무, 무슨 짓을........, 싫....아앗!"
그대로 속옷 안에 손을 침입시켜, 테피의 소중한 곳을 손끝으로 더듬는다.
"뷔로, 뷔로......그만........그만두세........안되.........안되요........아아...."
손가락을 안에 찔러넣어 테피의 몸을 부들부들 떨리게 만든다.
"히이읏.......아아앗......싫어엇.....이제.....이제.......그만둬 주세요...........용서해 주......부탁드려요........아흐읏.......아아......."
무릎이 떨리기 시작한 시점에서 내 기분도 풀렸기에 놓아주었다. 발밑에는 은분홍의 머리의 소녀가 주저앉아 흐트러진 숨을 고르고 있다. 나는 그런 테피를 내려다보면서, 손가락에 얽힌 애액을 할짝할짝 핱았다.
"야, 약속시간에..........하악..........늦으셔도.......몰라.....요..........."
"아참 그렇지. 그럼 이만 갈게. 해의 12(오후5시)까지는 돌아올테니까"
"네......, 다녀오세요."
겨우 숨을 고르고 옷을 단정히 고르고는, 등을 쭉 펴서 우아하게 인사를 하는 테피. 역시 라고 할까 뭐라고 할까, 옷은 메이드라도, 몸가짐 이곳저곳에 감출 수 없는 기품 같은 것이 배어나오고 있다.
지기 싫어하는 성격만 아니었으면 신부로써 더 할나위 없을텐데.
아아 뭐, 테피는 이제 내 노예고, 상관없는 이여기 이지만 말야.
네, 다녀오겠습니다, 라며 의식의 공간으로 향한다....
.....그전에, 신경 쓰이는 것이 한가지 있었다.
"저기 테피-, 점심 차려놓고 가지 않아도 정말 괜찮아?"
"바보 취급 하지 말아주세요. 그 정도는 저 혼자서도 괜찮다고 몇번이나 말씀드렸지 않았나요."
뭐, 테피도 달걀프라이와 토스트 정도라면 혼자서 만들 수 있게 됬고, 나머지는 냉장고에 만들어둔 샐러드와 로스트 비프도 있고, 샌드위치든 뭐든 혼자서 만들어서 먹을 수 있겠지.
"저도 이젠, 컵라면정도는 끓일 줄 안다구요?"
안되안되-!
"게, 게다가 정 그러면, 냉장고에 있는 것을 전기 뭔가인가로 덮히면 먹을 수 있잖아요?"
응, 테피와는 점심 전에 한번, 염화로 연락을 하기로 하자. 이 대로 내버려 두면 점심이 어떤 사태가 될지 걱정이야.
테피의 점심에 대해서는 나중에 생각하기로 하고, 의식의 공간에서 가죽 샌달을 신고 마법진 중앙에서 지팡이를 잡는다.
수리수리 마수리, 쏼라쏼라, 아브라 카다브라...., 에잇!
니이제키와의 약속 장소는 역 앞의 커다란 느티나무 아래에서 10시. 사실은 봉인진이 있는 신사에서 만나버리는 쪽이 빠르지만, 그래선 평소와 다르지 않은 느낌이 들어서. 이런 것은 분위기도 중요하니 말야.
신사에서 역앞까지는 자전거로. 신사에 이동해서 지팡이를 원래 크기로 되돌리고, 안에서 봉인해둔 자전거를 꺼내든다. 이쪽에선 대놓고 하늘을 날아다닐 수도 없으니 말야. 역시 한 대 있었으면 하던 상황이다. 방범등록도 적당적당하고 씰도 안 붙였지만, 뭐 괜찮지 않으려나, 아마도, 분명.
사소한 부분은 신경쓰지 않기로 하고, 칸쿠로를 바구니에 태워서 출발.
시계를 보니 제법 아슬아슬했다. 새삼스럽지만 테피에게 벌을 준 건 괜한 짓이었던 것 같아.
전력으로 밟으면 약속시간까지는 시간에 맞을테지만, 신호를 기다리는 사이에 니이제키와 연락을 했더니-자전거의 전속 운행중에 염화를 쓰는 것은 조금 무섭다- 저쪽은 이미 도착해서, 거기다가 "이렇게 기다리는 시간도 즐거우니까. 그러니까 괜찮아."라는 대답이. 위험해. 초조해진다.
우선 칸쿠로만은 먼저 날려보내두자. 역 앞을 이미지해서 놓아준다. 이쪽으로 날아가면 3분정도면 도착할테니, 내가 갈때까지 그 까마귀와 놀아줘.
"헉......헉..........허억..........미안......., 기다렸어?"
숨이 벅차다. 후하 운동부족이구나. 역시 침대 위에서의 운동만으로는 부족한걸까.
"아니, 내가 먼저 도착했을 뿐인걸. 게다가 칸쿠로군도 있어줬으니까."
확실히 시계를 봤더니 아직 10시 전이었다. 그래도 니이제키같은 귀여운 아가씨를 혼자서 기다리게 만들수는 없는 거잖아. 괜한 꿍꿍이를 가진 녀석들이 있을지도 모르고. 구체적으로는 헌팅이라던가 헌팅이라던가 헌팅이라던가. 그렇게 둘수는 없는걸.
오늘의 니이제키는 풀빛의 노슬립 블라우스에, 평소보다 조금 기합을 넣어본 느낌의 미니스커트. 드러난 갸녀린 어깨에 옅은 색의 가방을 메고, 가슴가에는 하얀색의 가는 리본이 사랑스럽게 장식되어 있다. 신발은 샌달이다. 맨발이 눈부시다.
오전중이라고는 해도 지금은 여름방학중이고 게다가 토요일이라는 점도 있어, 주변에는 학생같은 놈들을 중심으로 승냥이놈들의 모습이 여기저기에 보인다. 모두 니이제키를 보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응, 역시 서둘러서 다행이야.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더니 이마에 뭔가 부드러운 것이 닿았다. 응? 하고 돌아봤더니 니이제키가 내 이마에 손수건을 대어 땀을 닦아주고 있었다.
"서두르지 않아도 괜찮다고 말했는데."
"그거야 뭐, 빨리 카호짱이랑 만나고 싶었으니까, 려나."
"에? 싫다, 나가미네군도 참."
"말해두겠지만 립서비스같은게 아니니까 말야."
"응, 고마워. 기뻐....."
햇살은 제법 강해져있지만, 여름의 오전에 풀어오는 바람은 아직 시원함을 머금고 있다. 조금 쉬고 있었더니 등의 땀도 말랐다.
"그럼, 슬슬 갈까."
"아, 잠깐 기다려봐."
"왜 그래?"
"나가미네군의 어깨, 머리카락이 붙어있어."
"어라. 아하하, 부끄럽네. 떼어줄래?"
"응....자, 됬어, 떼어냈습니다."
"고마워-"
"천만에요"
어라, 왜 눈을 피하는 걸까.
첫 목적지는 역 빌딩 일층에 있는 수입식료점. 2, 3년전부터 루리코짱과 산나이의 생일에 케이크를 굽는 것은 니이제키의 역활이 되어 있던 모양으로, 오늘의 첫 목적은 그 재료의 조달입니다.
"테피짱이 부러워. 항상 나가미네군이랑 같이 있을 수 있잖아."
우리들 앞에서 역 빌딩의 자동문이 위잉하고 소리를 내며 열린다.
그러고보니 어느틈엔가, 니이제키는 테피를 짱을 붙여 부르고 있었다. 변한 것은 언제부터였으려나. 스승님이 올때까지는 아직 씨를 붙였던 느낌이 드는데.
그래도 왜 테피의 화제. 아아 아니지, 일부러 태클을 걸 상황도 아닌가.
"글쎄. 테피는 부러움을 사도 곤란해하지 않으려나. 그렇게 기뻐하지도 않는 기분이 들어. 거기다가 지금은 나랑 함께 있는 건 카호짱이잖아."
"응, 그렇네...."
니이제키는 그렇게 말하며 한번 고개를 숙이고, 그리고 내 쪽을 향해 수줍어하는 것처럼 미소지었다.
파괴력 발군의 미소였다.
아아 정말, 오늘의 예정 전부 캔슬해버리고 그대로 내 탑에 납치해가버려도 되겠습니까?
"에? 아, 안되. 기쁘지만...., 여, 역시 안되."
중요한 부분이니 다시 한번 말하겠습니다.
아아 정말, 오늘의 예정 전부 캔슬해버리고 그대로 내 탑에 납치해가버려도 되겠습니까?
"안-읍."
시원하게 냉방이 된 역 빌딩 안을 둘이서, 손을 잡고 걷는다. 목적지인 수입식료품점은 좀 안쪽에 있다. 느릿하게 손에 차기 시작하는 습기도, 니이제키와 손을 잡고 있으니 오히려 기분이 좋다.
가게에 나열되어 있는 것은 수많은 파스터, 스파이스, 허브류, 홍차잎에 커피콩, 수수께기의 조미료와 매니악한 치즈, 엑스트라엑스트라. 파스타 코너에서 라파니아를 발견했을 때는 살짝 텐션이 올랐다. 옛날에 재방송으로 본 애니에서, 사수자리같은 우주선에 탄 개구리 얼굴의 우주인을 정말 좋아했었다.
(*역:라파니아. 일본 애니메이션 "우주선 사지탈리우스"의 부 주인공, 라나라는 캐릭터가 좋아하는 음식)
실물을 보는 것은 처음이다. 흠흠, 이런 거였구나. 다음에 소환해보자. 그밖에도 본적도 없는 숏 파스타가 잔뜩 있어서 눈길이 가버린다.
니이제키는 그런 상품 선반사이를 훤히 꿰고있는 모습으로 휙휙 걸어돌아가, 잠깐 걸음을 멈추더니, 초콜렛, 마른 과일, 각종 견과류같은 것을 바구니에 담는다.
"자주 오는 구나?"
"응, 여기가 가장 싸고 상품도 많아. 근처 가게에서 팔지 않는 것도 있고."
그렇게 말하며 니이제키가 손에 집어든 것은 전립분. 확실히 어지간한 슈퍼에는 그다지 보지 못하는 거지. 아무래도 요즘은 전립분이 들어간 케이크에 열중하고 있는 모양. 너무 넣으면 퍼석퍼석해지니까 양 조절이 중요하다던가.
덧붙여 사리스슨에서도 스레시아시에서도, 밀가루는 전맥분인 것이 당연하다. 그건 그거대로 독특한 풍미가 있어서 좋다.
식료조달이 끝나고 난 다음은 루리코짱의 생일 선물을 고르러 위층으로 향한다. From 카호짱, to 루리코짱이지만말야. 그치만 나한테는 필요 없다고 장본인이 말해버렸고.
"루리짱은 평범하게 귀여운 걸 좋아하니까, 올해는 고양이 사진집으로 결정했었어."
역빌딩 4층을 통쨰로 점거하고 있는 서점 한 켠에서, 니이제키가 몇권이나 되는 사진집을 진지한 표정으로 고르고 있다. 한 단어로 고양이 사진집이라 말해도 여러가지가 있구나. 고양이 냄비(*) 사진집은 조금 웃겼다. 꽤 예전에 인터넷에서 유행했었다던가. 내가 아직 일본에서 지내고 있던 무렵에 동영상으로 본적은 있지만, 설마 사진집까지 나와있을 줄은 몰랐다. 그러고보니 인터넷 요 15년간, 전혀 하지 않았구나. 뭐, 없으면 없는대로 익숙해져 있지만 말야, 인터넷 같은건.
결국, 니이제키가 고른 것은 야생고양이를 모티브로 한 사진집이었다.
(*역:고양이가 질그릇이나 냄비에 들어가 웅크려 있거나 노는 것을 요리 컨셉으로 연출하는 것)
응-, 역시 나도 뭔가 준비해볼까. 필요 없다고 해도 "네 알겠습니다"하는 건 조금 멋없는 느낌도 들고. 그렇게 비싸지 않은 것이라면 루리코짱도 받아주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