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립파이터 마유 5
제5화 각성
팟,하고 텔레비전 전원이 켜진 것처럼 퍼뜩 정신이 들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나는 아까 누워있던 침대에서 그 옆에 있던 치과 병원 의자같은 데로 옮겨져 있었다. 치과 의자하고 다른 점이라면, 손발이 의자에 꽁꽁 묶여 있다는 것 정도? 물론 변함없이 알몸이었고. 프라가록크씨는 온데간데 없고 오직 나 혼자 뿐. 몸을 비틀어 벗어나려고 해봤지만, 벨트로 완전 빡빡하게 묶여 있어서 꼼짝달싹할 수 없었다.
오마이갓, 알게 된지 채 하루도 안 지난 낯선 할아버지한테 잔뜩 음란한 짓을 당하고, 쪽팔리게 인생 최초의 절정까지 체험해버릴 줄이야. 이건, 내 인생 최대최악최흉의 일생일대 트라우마 확정. 그런 건 상냥한 그이하고 로맨틱하게 체험했어야만 하는 것이었는데. 도대체가, 그 색골 할아범은 뭐라뭐라 잘난 척은 다 하면서도 분명 속으로는 즐기는 것 같았단 말이지.
그러고 보니까 프라가록크씨는 어디 갔지? 나만 꼴랑 이런 꼴로 놔두고.
"오오, 정신 차렸나"
프라가록크씨가 옆 방에서 돌아왔다. 손에는 무슨 보석상자같은 금속제 박스를 하나 들고서.
"아까는, 대체 뭐한거에요. 완전 성희롱이라구요 성희롱"
"홋홋홋. 서비스 서비스. 자네도 실컷 즐겼잖는가"
"즈,즐기긴 무슨!"
"홋홋홋. 뭐 시시껍절한 일까지 일일히 신경쓰지 말게나. 덕분에 아주 좋은 상태로 완성됐잖은가. 이대로라면 반드시 좋은 아우라가 깃들었을게야"
잘 되었다니 그건 다행이지만, 이제 다시는 그런 챙피한 일은 하고 싶지 않거든요.
"그런데, 왜 난 아직도 이렇게 묶여있는거죠?"
"이제부터가, 정말 중요한 시술이니까. 자네가 날뛰지 못하게, 정신을 잃고 있는 동안에 해치워 버리려고 했는데, 예상보다 일찍 일어나버렸구만"
"그런, 난폭한. 또, 음란한 짓 할거면 더이상은 싫어요. 최소한 이번엔 미리 어떻게 할건지 알려라도 줘요"
"그---래, 간단한 거야. 이거야 이거"
프라가록크씨가 손에 들고 있던 박스 뚜껑을 열어 내 앞에 내밀었다. 안에는 빠찡코 구슬보다 약간 작은, 반짝반짝 빛나는 미러 볼 비슷한 보석이 들어 있었다.
"우와아 이쁘다. 이거에요?"
내가 묻자,
"이건, 간단히 말하자면 마법의 핵이랄까. 이걸 자네 몸 안에 집어 넣으면, 그걸로 끝. 간단하지?"
"몸 안이라면, 설마..."
"으음. 이걸 자네의 질로 삽입해 자궁내에 장착시킬 거라네. 아프지도 않고, 눈깜짝할 사이에 끝날테니까 안심하게나"
"싫어요, 안심은 무슨 안심. 나, 남자경험도 없고... 탐폰도 써본 적 없고... 아까 프라가록크씨가 손가락 집어넣은게 처음인데. 우와아 최악이야"
그 최악의 트라우마가 다시 떠오른다.
"괜찮아요. 이 기구를 이용해 삽입할 뿐이니까, 자네 처녀막에는 상처 하나 나지 않을거야"
프라가록크씨가 가느다란 고무 튜브처럼 보이는 기구를 집어들어 보여주었다.
"에---, 아무리 그래도. 뭔가 다른 방법은 없어요? 먹는 약이라든가 아님 차라리 좌약이라도"
스스로 말을 내뱉고도, 그래도 좌약은 좀 아니라는 생각이.
"그래도, 괜찮나, 이 늙은이는 아침 저녁으로 두번씩 꼬박꼬박 변을 보는데말야. 자네는, 항문에 넣고 변 볼 때마다 매번 도로 집어 넣을텐가?"
나야, 댁처럼 그렇게 자주 화장실에 가진 않지만, 그래도 확실히 그건 좀 무리.
"---무리에요. 그치만, 그럼 남자의 경우에는 어떻게 하나요? 설마, 그, 자지 끝에 구멍으로? 우와 아프겠다"
"바보같은 소리 하지 마. 상상해버렸잖아"
프라가록크씨가 얼굴을 찡그렸다.
"남자의 경우엔 외과 수술로 개복을 해 집어넣지. 요새는, 복강경 수술을 시술할 수 있는 곳도 있으니까 꽤 간편해졌다고 하더군. 무엇보다도, 이 늙은이는 레이디스 클리닉 전문이니까 외과 수술은 취급 안해, 여성을 상대로 메스를 들다니 무슨 그런 말도 안 되는"
"수술은 저도 싫어요. 그치만, 그걸 넣어도 정말 안 아파요?"
"그건 내 보증하지. 질 시술에는 영 서툰 술사도 있지만 이 늙은이는 이쪽 세계에서 최고의 솜씨를 자랑하니까. 안심해도 좋아"
색골 할아범이 입으로만 보증해봤자. 그치만, 여기서 물러설 수도 없잖아. 여기서 멈추면, 그저, 음란한 짓만 당한 꼴이 되어버릴테고.
"그럼, 부탁드립니다"
나는 꾸벅 고개를 숙였다. 의자에 묶인 상태였기 때문에, 우스꽝스러운 몸짓이 되고 말았지만.
"으음. 그럼 시작해볼까, 그 전에 해둘 말이 있네"
"에, 역시 무슨 부작용이 있다든가 하는?"
"아냐, 입다물고 듣기나 해. 이 핵은 말이지, 이건 우리 조정사가 직접 만드는 것이라네. 다양한 대상에 맞춰, 다양한 종류로 준비하는데, 알다시피 이 늙은이는 이미 은퇴한 몸이지. 재고가 거의 남아있지 않아. 이건, 격투가용으로 남아있던 마지막 하나라네"
프라가록크씨가 마법의 핵을 들어 빛에 비추었다.
"이것은, 이 늙은이가 평생동안 만들어왔던 것 가운데 가장 강력한 것이라네. 이 이상의 것은 세상 그 어디에도 없을 거라고 단언할 수 있어"
"헤에~ 그렇게나 굉장한 거에요?"
내 눈엔 특별할 것도 없어 보이는데.
"굉장이고 나발이고, 만약 이것과 상응하는 실력자에게 시술하면, 마왕마저도 쓰러트릴 수 있는 힘을 발휘할지도 몰라"
"오---, 굉장한데요"
이번엔 솔직히 놀랐다.
"그래서 이 늙은이는 이걸 사용할 적합한 인물이 나타나기만을 쭉 기다려왔지. 하지만 그런 인물은 결국 만날 수 없었다네. 이 정도면 그럴만한 인물 아닐까 싶다가도, 더 적합한 사람이 나타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 결국 사용하지 못하고, 결국은"
"그거, 이해가요. 나도 언젠가는 사용하려고 엘릭서 잔뜩 쟁여두다가 결국은 하나도 못쓰고 라스트 보스 해치우고 말거든요---"
"뭐? 자네 세계에는 그 전설의 포션, 엘릭서가 실제로 존재하는가?"
프라가록크씨가 깜짝 놀란다.
"아뇨, 없어요. 신경쓰지 마세요"
"뭐야, 없어? 그럼 괜히 이야기 중간에서 끊지 말고 잠자코 듣기나 해"
"죄,죄송합니다..."
"그래, 이 늙은이도 이제 살 날이 얼마 안 남았다네. 이 녀석의 효과도 보지 못하고 죽는다는 게 유감이지. 게다가 자네야말로, 이걸 사용하는데 있어서 적합한 인물이라는 예감이 들기도 하고"
"아, 역시, 제가 선택받은 용사라든가 하는"
"바본가 자네? 반대야. 자네와 같은 철저한 무능력자를 이 녀석의 힘으로 어디까지 강화시킬 수 있을 것인가. 그걸 보고 싶어졌지"
"뭐---야. 그치만, 왠지 그런 굉장한 걸 사용한다니, 어쩐지 미안한 생각도 드는걸요..."
역시 좀 부담스러운 느낌.
"홋홋홋. 신경쓰지 말게나. 자네가 이 늙은이 맘에 쏙 들었으니 그걸로 된게야. 원래대로라면 이거 하나면 집 한 채를 살 수 있을 정도로 고가지"
"에---, 나 그만한 돈 없는데..."
"돈은 됐어. 돈이라면 이미 충분히 가지고 있고. 자네가 이 늙은이 앞에 나타난 것도 어쩌면 신의 인도일지도 모르지 않나. 게다가, 자네 덕에 꽤 즐겁기도 했고. 미성숙한 몸도 의외로 좋더구만. 홋홋홋"
"자,잠깐. 역시 성희롱이었던거죠"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은 노인에게 약간의 즐거움 좀 베풀어 줬다고 천벌받고 그러진 않아"
역시. 분명 즐기고 있을 줄 알았지. 어젯밤에, 자고 있는 동안에도 혹시 뭔가 한 거 아닌가 갑자기 걱정되는걸.
"암튼, 좋아요. 이왕에 할거라면 냉큼 해치우자구요"
나는 결심이 무너지기 전에 얼른 과감히 말했다.
"그래? 그럼 시작해볼까"
그렇게 말하고 프라가록크씨가 의자 옆에 달린 레버를 조작했다. 기---잉 하는 소리와 함께 의자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우왓, 잠깐, 뭐에요 이거"
의자 등받이가 수평으로 넘어가고, 반대로 발걸이가 허리 높이까지 올라와 좌우로 벌어졌다. 그러니까, 위를 보고 누워 속박된 상태로 다리를 좌우로 크게 벌린 자세가 된 것이다. 프라가록크씨가 내 벌어진 다리 사이로 들어와 앉더니 내 보지 쪽으로 얼굴을 가까이 가져갔다. 이거 장난아니게 쪽팔리잖아.
"얌전히 있어요. 자꾸 움직이면 상처가 날 지도 몰라. 이제부턴 집중을 요하는 작업이라 좀 위험해"
"네,네에..."
프라가록크씨가 진지한 표정으로 내 보지를 벌리고 관찰하고 있었다. 나는 얼굴이 빨개져서는 애써 치욕을 참아내고 있었다.
"그나저나, 몇번을 봐도 참 예쁜 보지란 말야"
"됐으니까 집중 좀 하시죠"
프라가록크씨가 아까 그 고무 튜브처럼 생긴 기계 끝에 반짝반짝 빛나는 구슬을 달았다.
"그럼, 시작하지. 힘 빼게나"
"네..."
내 보지에 튜브 끝이 꾸욱 와 닿는다. 프라가록크씨가 꼼지락꼼지락 움직이는가 싶더니 튜브가 스르륵 내 보지 속으로 밀려 들어오기 시작했다.
"우웃"
나도 모르게 신음 소리가 새어나오고 말았지만, 확실히 아프진 않았다. 뭔가 꾸물꾸물 안으로 기어 들어오는 느낌은 났지만. 프라가록크씨는 익숙한 손놀림으로 튜브를 계속해서 집어넣어 갔다. 길다란 튜브가 점점 내 몸 속으로 깊숙히 파고 들어온다. 잠시 후, 튜브가 막다른 곳에 닿았는지 딱 멈추었다. 프라가록크씨의 표정이 바뀌더니, 뭔가 찾는 듯한 신중한 손놀림으로 튜브를 조정한다. 그러자 튜브가 몇 센치 정도 더 안으로 기어 들어왔다.
"좋았어, 자궁에 닿았어. 느껴지나?"
"아뇨, 전혀. 뭔가 들어온 것 같긴 한데"
"안 아플 거라고 했잖나"
순순히 수긍할 수 밖에 없었다. 프라가록크씨가 장치로 뭔가 조작하더니, 튜브를 슬슬 뽑아내기 시작했다. 뽑혀져 나온 튜브 끝에 아까 달려있던 마법의 구슬은 사라지고 없었다. 아무래도 내 배 안에 무사히 들어간 것 같았다.
"이걸로 완료"
프라가록크씨가 재빨리 튜브를 정리하며 빙그레 웃었다.
"다행이에요"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안심하긴 아직 일러. 마지막으로 이 녀석을 부화시켜주지 않으면 안돼"
"에, 아직도 뭔가 또 남았어요?"
"지금은 아직, 평범한 알이나 마찬가지야. 여기다 정신 에너지를 불어넣어 각성시켜주지 않으면 안되지"
"그게, 무슨 말?"
"삽입된 핵은, 주어지는 정신 에너지에 의해 각성하고, 또 그 에너지를 통해 성장해 나가지"
"구체적으로?"
조심조심 묻는다.
"간단해. 분노라든가 기쁨이라든가 아무튼 감정을 폭발시키면 돼"
"감정을 폭발?"
대체 무슨 소리를 지껄이시는 겁니까요.
"어떤 감정이든 떠올리면 돼. 흔히 부모님을 살해당한 원한에 의한 분노라든지 하는 뭐 그런"
"에---, 우리 부모님 아직 멀쩡히 살아계시는데..."
"연인을 살해당한 원한도 좋고"
"타카시군 아직 안 죽었거든요"
"그렇다면, 싸움에서 이긴 기쁨 같은건 어떤가?"
"싸움에서 이긴 기억 없는데요. 입시 시험은 똑 떨어져버렸고, 동아리 오디션에서도 메인 역할은 못 해봤고..."
곰곰히 생각해보니 참 기복없는 인생인 것 같기도 하지만, 중학생이 보통 다 그렇지 뭐.
"으---음. 별 수 없군. 그 방법 뿐인가"
"그 방법? 우왓, 자,잠깐 지금 뭘, 아, 싫어요"
프라가록크씨가 그렇게 말하고는 내 보지에 입술을 대고 빨기 시작했다. 혀가 보지 안으로 파고 들어온다.
"아,아아앗, 싫어, 그만 그만해요, 아아앙"
"이것도 서비스의 일환이라네. 아까 전에도 마음껏 느끼고 쭉 뻗었잖나. 자, 힘빼고 즐기도록 하게"
"그,그런. 아, 안돼, 핥지 마요, 아, 아아아아아아"
프라가록크씨의 혀가 마치 별개의 생물처럼 내 보지 안에서 꿈틀거리며 기어다닌다. 연인도 아닌 낯선 할아버지한테 이런 짓을 당하다니, 평소같으면 오싹해질 정도로 기분 나빠야 정상일텐데, 내 몸은 아까 느꼈던 절정의 여운 탓인지 간단하게 불이 붙고 말았다.
"안돼, 안돼 제발 봐줘요"
"무슨 말을 하는거야. 기분 좋지 않나? 느껴지지 않아? 요---봐, 음란한 꿀물이 방울방울 넘쳐 흐르고 있구만"
"아,아니에요. 느끼긴 무슨, 아아아"
"역시, 여기가 제일 좋은건가?"
프라가록크씨의 혀가 내 클리토리스를 굴리기 시작했다. 괴,굉장해. 몸 안에 전기가 짜르르 흐르고, 자꾸만 의식이 희미해져 간다.
"이봐, 솔직해지라구. 쾌락에 몸을 맡겨요"
"아, 아아, 기,기분 좋아, 엄청 느껴져요"
나는 프라가록크씨의 테크닉에 완전히 항복해 버렸다. 이미 부끄러움은 완전히 사라져 버리고, 가랑이 사이를 헤매는 혀의 달콤한 자극에 점점 녹아들어간다.
프라가록크씨가 후르릅후르릅 소리를 내며 클리토리스를 빨면서 손가락을 내 보지 안으로 꽂아 넣는다. 보지에서 한도 끝도 없이 보지물이 흘러넘쳐 나왔다.
"자, 단숨에 가게 해주지. 참을 필요 없어"
쑤걱쑤걱, 쮸웁쮸웁, 점점 더 요란해지는 음란한 소리와 함께, 프라가록크씨의 움직임이 단숨에 가속이 붙었다.
"아, 안돼, 더는 안돼, 가, 또 가버려---"
두번째로 느낀 오르가즘은, 아까보다 훨씬 더 깊었다. 바들바들 온몸을 떨면서, 나는 또 의식을 잃었다.
또다시, 갑자기 의식이 돌아왔다. 깜짝 놀라 몸을 일으키자, 이번엔 돌 침대 위에서 자고 있었다. 손발을 묶고 있던 구속도 풀어져 있었다. 주위를 둘러보자 프라가록크씨가 선반 앞에 서서 뭔가 뒤적거리고 있었다.
"오, 정신이 들었나"
프라가록크씨가 내가 일어난 걸 눈치채고 후다닥 뒤돌아 보았다. 손에 카메라 같은 걸 들고 있었다.
"아, 이거말인가. 아니, 진료기록이라도 적어볼까 했는데, 뭐, 다음에 하도록 하지"
프라가록크씨가 당황해하며 얼른 선반 안에다 카메라를 치워 버렸다. 그러고 보니, 내가 자고 있는 동안, 도촬이라도 할 속셈이었군. 역시 방심할 수 없는 색골 할아범. 그런데, 이 세계에도 카메라 같은 물건이 있었군요. 어라, 혹시 지금까지 한 거 전부 다 그저 단순한 성희롱 장난인 건 아니겠지? 설마, 나 속은거야?
"이런이런. 어찌나 거하게 가버리던지"
프라가록크씨가 가까이 다가왔다.
"몰라요, 부끄러워요...어째서 그런 짓을..."
"평범한 감정 폭발이 힘든 경우엔, 성감을 터트리는 편이 제일 간단하니까. 에너지도 풍부하고. 덕분에 좋은 에너지가 많이 나온 것 같네. 부화도 무사히 끝났어"
"이걸로 끝입니까?"
"아아, 끝이네. 어디 아우라 상태 좀 볼까"
그렇게 말하고 프라가록크씨는 깔끔한 목제로 된 케이스에서 물색 렌즈 같은 물건을 꺼내더니, 그걸로 내 몸을 꼼꼼히 살펴보기 시작했다.
"뭐에요, 눈빛이 음흉하잖아요"
재빨리 가슴을 손으로 가렸다.
"이런, 숨기면 제대로 볼 수가 없잖나. 그건 그렇고, 이상하군"
프라가록크씨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리고는 케이스에서 좀 더 작지만 더 진한 색깔의 렌즈를 꺼내 다시 내 몸을 관찰하기 시작했다.
"오오, 이거 굉장하군. 이 정도 수준의 초기 아우라는 처음 보는구만. 한번 볼텐가?"
프라가록크씨로부터 렌즈를 건네받아 내 몸을 비춰보자, 뭔가 아른아른거리는 불길이 전신을 감싸고 타오르고 있는 게 보였다. 예쁘긴 한 것 같은데, 근데 이게 뭐? 라는 느낌이랄까, 암튼 난 잘 모르니까.
"이게 굉장한 거에요?"
"굉장한 수준이 아니라, 보통 렌즈로는 너무 투명해서 아무것도 안 보일 정도로 굉장한 아우라라네. 이건 그야말로 수십년 동안 수행을 거듭한 달인 수준의 파워야"
"흐---음. 그런 말을 들어도 스스로는 전혀 바뀐 느낌이 없는걸요"
손을 눈앞에 들어 꼼꼼히 살펴봐도 육안으로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몸 여기저기를 쓰다듬어봐도, 별로 평소와 다른 느낌도 안 들고. 오히려, 조금 전 야한 짓을 한 여운 탓인지, 손만 살짝 닿는데도 예민하게 느껴지는 바람에 도리어 부끄러웠을 뿐.
"그래서, 나, 어떻게 된거에요?"
그렇게 말하며 뒤돌아 보는 순간, 예리하게 빛나는 단검을 들고 내게 달려드는 프라가록크씨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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