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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립파이터 마유 3

제3화 변신

"부탁드립니다. 저에게도 힘을 주세요. 저도 모험자가 될래요!!"


라고 기세좋게 외쳐 버렸지만, 냉정하게 생각해보면, 나, 털이 없는 동물이라든가 나눗셈이라든가 하는 거엔 젬병이다. 아직 본 적도 없지만, 마물하고 싸우다니, 분명 무리. 게다가, 그렇게 간단하게 모험자가 될 수 있을 리가 없잖아.
"그치만, 간단하게 될 수 있는 게 아니죠? 어마어마한 시련을 넘어서지 않으면 안된다던가 하는 그런 게 있는거죠?"
조심조심 묻는다.
"아니, 간단해. 옆방에 있는 시술실에서 하면 되니까. 1시간 정도면 충분할걸?"
"에? 그렇게 간단해요? 그럼, 모험자가 된다한들 제대로 마물하고 싸울 수나 있는거에요?"
"거야, 실제로 제대로 싸울 수 있을지 어쩔지는 해보지 않는 이상 알 수 없지. 일단 자네가 어떤 능력을 가지고 있는지 시험해 보도록 하세. 세상엔 모험 도중에 포기하고 평범한 삶을 사는 사람도 있어. 능력이 보잘 것 없어서 모험을 시작도 못하는 사람도 많고"
"아, 그렇게 간단해도 되는 거에요? 그럼, 해 볼까나"
"시술 자체는 간단하지. 하지만 모험은 그만한 각오와 신념을 가지고 임해야 하네"
"문제 없어요. 있어요 신념. 왜냐하면 집에 꼭 돌아가고 싶고, 부모님하고 남친도 꼭 만나고 싶으니까. 게다가 꽤 근성이 있다고 동아리 고문 선생님께서 말씀하신 적도 있고"
집으로 돌아갈 수 있는 방법이 그것 밖에 없다면, 할 수 밖에 없다. 나는 필사적으로 프라가록크씨에게 사정했다.
"그렇군. 그럼 어디 한번 자네에게 힘을 불어넣어볼까. 하지만 이 늙은이가 할 수 있는 것은, 자네의 능력을 증폭해서 조정만 할 뿐. 그 후에 한 사람의 모험자가 되는 것은 어디까지나 자네 자신의 노력이 필요하다네"
"네. 알겠습니다. 노력할께요. 부탁드립니다"
나는 고개를 꾸벅 숙여 보였다.


"좋았어. 그럼 준비를 할테니까 여기서 기다리고 있어요"
그렇게 말하고 프라가록크씨가 방에서 나갔다. 혼자 남아 다시 한번 지금까지의 정신없는 전개를 정리해 보았다. 어제까지만 해도 평범한 여중생이었는데 난데없이 모험자라니. 뭔가에 열중하면 그 밖에 아무것도 안보인다고 초등학교 시절 생활기록부에 쓰여져 있을 정도로, 깊게 생각하는 법 없이 무작정 닥치는대로 해치우는 점이, 내 취약점이다. 노력하겠다고 말은 했지만, 무려 마물하고 싸우게 되는 거 아냐. 나, 싸움같은 거 해 본 적도 없고, 언젠가 반에서 유행했던 인터넷 게임에서 검사로 꽤 날렸던 적이 있긴 하지만, 이거하곤 별 상관없는 얘기겠지, 분명.


잠시 후에 방문이 열리고 프라가록크씨가 돌아왔다. 새하얀 백의로 갈아 입으니까 꼭 의사같다.
"준비 다 됐네. 그럼 시작해 볼까. 옆방 시술실로 가지"
프라가록크씨가 양손을 얼굴 앞에 들고 마치 수술 직전의 의사같은 포즈로 말했다. 좀 무서웠다.
"네, 네. 잘 부탁드립니다..."
꾸벅 인사를 했다. 그리고 이제 다 마른 것 같은 세라복 쪽을 바라보며 말했다.
"저기, 제 옷 좀 가져다 주실래요?"
"아냐, 어차피 벗은 상태로 해야 하니까 그대로 됐네. 자, 이리 오게나"
에---, 알몸으로? 라는 얘기는, 지금부터 대체 뭘 한다는?
"저, 알몸은 좀..."
"무슨 말을 하는거야. 옷을 입은 채로 어떻게 시술을 하나. 게다가 자네 알몸은 이미 어제 옷을 벗길 때 다 봤다네. 홋홋홋"
띠---잉. 역시, 봤구나. 타카시군한테도 아직 보여준 적 없는데. 속옷까지 다 벗겨져 있었으니 어차피 다 보여졌을 거라고 각오는 했지만, 설마 그 이상 뭔가 야한 짓을 한 건 아니겠죠?


"뭐---야, 여자의 몸 같은 건, 벌써 수백명 이상 봐왔기 때문에 자네같은 꼬맹이의 알몸엔 아무 관심도 없으니 안심하게나. 홋홋홋"
프라가록크씨가 호쾌하게 웃는다. 살짝 발끈했다. 거야 물론, 내가 유아 체형이긴 하죠. 키도 작고 가슴도 조그맣고. 그치만 아직 성장기라구요, 성장기.
프라가록크씨가 내 손을 잡아 끌었다.
"아, 잠깐 잠깐만요"
알몸인 채로 침대에서 끌려 내려왔다. 깜짝 놀라 가슴하고 거기를 재빨리 가린다.
"자, 여길세"
프라가록크씨가 내 손을 잡고 성큼성큼 걷기 시작했다.
"기,기다려요, 뭐 좀 걸칠 거라도..."
"괜찮아, 괜찮아"
나는 알몸인 채 한손으로 가슴만 간신히 가리고 질질 끌려갔다.


"거기, 엎드려 누워요"
시술실로 들어서자, 프라가록크씨는 방 중앙에 놓인 대리석으로 된 침대를 가리켰다. 방 안에 돌 침대 하나하고 그 옆에 치과의사 의자같은 것이 고정되어 있었다. 벽 전면이 선반으로 가득 들어차 학교 과학실험실 같았다. 선반에는 갖가지 수상한 물건이 잔뜩 줄지어 있었다.
나는 벌거벗은 채로 시키는 대로 돌 침대 위에 엎드려 누웠다. 석조로 되어 있어 꽤 차갑지 않을까 했는데, 의외로 꽤 따뜻하고 기분 좋았다. 등하고 엉덩이가 고스란히 드러나 있었지만, 그나마 앞이 안보여서 서있는 것보다는 그래도 나았다.


"그런데, 시술을 시작하기 전에, 몇가지 문진을 할거야"
왠지 점점 더 의사처럼 구네.
"어디 보자, 자네는 뭐가 되고 싶은가? 거기에 맞춰 어떤 힘을 늘릴까 정해야 되니까"
직업을 고르는 건가. 직업에 따른 스테이터스 배분이구만. 뭐야, MMORPG하고 똑같잖아.
"에---또, 이왕이면 어렸을 때 꿈처럼, 마법소녀가 좋겠어요. 귀엽기도 하고. 마법사로 할래요"
곧바로 즉답. 게임을 할 때도 결국엔 검사를 골랐지만 사실 그 때도 속으로는 마법사가 진짜 하고 싶었으니까. 될 수 있으면 마물 근처에 접근하지 않는 편이 나을테고.
"어라? 자네 마법이 없는 세계에서 왔다고 하지 않았나?"
프라가록크씨가 멍한 얼굴로 물었다.
"에, 그렇긴 한데요. 어차피 판타지라면 여자애한테는 마법사가 어울릴 것 같애서"
나는 별로 깊게 생각하지 않고 대답했다.
"자네, 사람이 하는 말을 듣기는 하는건가. 이 늙은이가 시술하는 거라고는,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능력의 증폭과 조정이라네. 애초에 마력을 가지고 있지 않은 사람에게 마력을 줄 순 없어"
아, 그런 거였어? 뭐야~. 그러면 그렇다고 먼저 말을 해야지. 마법소녀가 꼭 되고 싶었는데. 별 수 없지.
"에---. 그럼, 검사로 할께요. 칼같은 거 좀 무섭긴 하지만"
검사라면 익숙하지요. 게임 안에서 뿐이었지만.
"그게..."
프라가록크씨가 이런이런 하는 느낌으로 고개를 가로 젓는다.
"몇번을 말하는데, 원래 가지고 있는 힘을 증폭하는 것 뿐이라니까. 자네 검은 다룰 줄 아나? 검을 다룰 수 있는 능력이 없다면 시술은 무의미하지"
프라가록크씨가 기가 막히다는 듯이 얘기한다.
"아아, 그런 의미였어요? 에---또, 검 같은 건 실제로는 본 적도 없는 걸요. 그렇담 이제부터 검술을 배우지 않으면 안된다는 말인가요?"
"검사가 되고 싶다면, 그렇지. 다만, 한 사람 몫을 하는 검사가 되려면 10년 정도는 걸리겠지만. 그래도 괜찮은가?"
"10년이요!? 그건 무리에요. 나, 뭐 진득하게 배우는 거 잘 못해요. 게다가, 10년이나 걸리면 분명 타카시군도 날 기다려 주지 않을테고..."
나는 곰곰히 생각했다.
"그렇다면, 다른 걸 고를 수 밖에 없겠는걸. 자네 뭘 할 줄 아나?"
뭘 할 줄 아냐고 물으신다면, 고민 좀 해야겠는걸요. 공부도 별로 자신없고, 댄스 정도일라나. 댄스라면 고문 선생님께서도, 화려하진 않아도 정확하다고 칭찬하시기도 했으니까.
"아, 춤은 출 줄 알아요. 무희같은 건 안 되나요? 춤을 추면 파티 멤버의 체력이 회복된다거나 적에게 혼란을 일으킨다거나 하는 뭐 그런"
"자네 세계에선, 춤으로 체력을 회복하고 그러나? 그거 정말로 굉장한 세계로구만. 이런저런 세계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들어왔지만 그런 능력을 가진 사람이 있다니 놀라운걸. 의사 따위 전혀 필요가 없겠군"
프라가록크씨가 감탄한다.
"아, 없어요. 춤춘다고 회복된다거나 하진 않아요..."
당연한건가. 게임이 아니니까. 그럼 대체 뭘 한다?
"으---음. 내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나..."
"그래? 별 수 없지. 그렇다면 격투가는 어떤가?"
"격투가요? 무리에요. 왜냐하면 싸움같은 거 해 본 적도 없고, 별로 흥미도 없어서 격투기 중계같은 것도 본 적 없고..."
나는 즉석에서 부정했다. 격투기는 그야말로 나하고 제일 거리가 멀고, 그런 거 하고 있는 내 자신이 전혀 상상도 안 된다.
"아냐아냐, 격투가에게 필요한 능력은 타격시의 공격력과 대미지에 대한 방어력, 반사신경이 전부라네. 몸만 있으면 되니까 그 밖에 다른 걸 익힐 필요도 없지. 물론 격투 기술을 몸에 익히고 있다면 더욱 강력한 공격도 가능하겠지만, 그저 마구잡이로 휘두르는 것도 엄연한 공격이니까"
"그치만, 저 펀치 휘두르는 방법같은 거 하나도 몰라요"
"검을 휘두르는 것 보다는 훨씬 간단해. 맨몸으로 싸우는 거니까 도구를 사용하는 법을 익히지 않아도 바로 시작할 수 있고. 무엇보다도 대미지에 강한 몸이 되기 때문에 회피하는 기술을 가지지 않은 사람에게는 오히려 가장 안전하다고 할 수도 있지"
확실히, 대미지에 강하다고 하는 점은 좀 끌리는 면이 있네요.
"그치만, 몸이 막 우락부락해지는 거 아니에요? 고릴라처럼 막 근육질이 되고 그러는 건 싫은데"
"몸 자체는 바뀌지 않아. 자네를 둘러싸고 있는 아우라가 작용하는 거니까"
과연. 꽤 나이스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 밖에 별로 할 수 있는 것도 없는 것 같고, 어차피 무기를 살 돈도 없는걸.
"그럼, 결정했어요. 그걸로 할께요. 격투가로 부탁드립니다!"
이렇게 해서, 당돌하게도 내 격투가로서의 길이 시작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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