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번] 소환술의 잘못된 사용법 제4장 일본과 이세계와 -15화-
루리짱은 심기 불편
기말시험까지 앞으로 일주일, 오늘은 나가미네군의 탑에서 공부모임입니다.
그래서 방금전 루리짱과 함께 소환된 직후. 거실에선 나가미네군이 난로앉에 주저앉아서, 정말로 추운듯 불에 양손을 쬐고 있습니다.
사실 여름이 가까워져오면 탑 주변이 생각보다 따듯해져서, 천연냉장고가 냉장고가 아니게 되는 모양이라 설비를 추가했다는 듯 합니다. 여름인데 따듯하다는 표현도 이상하네요. 게다가 여름인데 난로가 그리워요. 그런건 일본에선 상상할 수 없네요. 하지만, 나가미네군이 살고 있는 이곳은 그런 장소입니다.
여기는 나가미네군이 그 마법으로 어떻게든 사람이 살수 있는 곳으로 만든 극한의 땅, 주변에는 마을은 커녕 촌락은 고사하고 사람 한명 살고 있지 않습니다. 이런 곳에 혼자 살면 쓸쓸하지 않으려나. 쓸쓸해져서 우리들을 불렀을지도 모릅니다.
“으음-, 그런 건 아닌데. 단순히 내키는대로 엣찌하고 싶었을뿐.”
에, 그러니까…..
맞아맞아. 어느틈엔가 거실의 수조의 모습이 바뀌어 있습니다.
그저께까지는 텅비었던 수조에는, 오늘은 바닥에 하얕 모래가 깔려있고, 울퉁불퉁한 보라빛의 커다란 돌이 몇 개나 겹쳐 쌓여있었습니다. 물도 넣어두고, 수조안 구석에 서있는 투명한 파이프에서 물이 흐르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눈을 감고 귀를 기울이면 마치 작은 강 옆에 서있는 것 같아.
수조 위에는 스포트라이트 같은 빛이 두개 매달려 있고, 그 빛이 흔들리며 수면의 그림자를 밑바닥에 비추고 있습니다.
어라? 기분탓인걸까, 수조가 커진 것 같아. 라고 나가미네군에게 묻자, 수조를 높이 60센티로 했다는 듯 합니다. 모나코 공원인가 뭔가로 모래를 두껍게 깔아두었으니까, 경관을 생각해서 수조의 높이를 늘렸다고. 듣고보니 모래의 높이는 16센치이상입니다.
물고기는 아직 들어가 있지 않습니다. 이제 조개와 소라게와 산호등을 넣고, 물고기는 그 나중이 되는 모양이다. 수조에 물을 넣으면 바로 물고기가 헤엄치는거 아닌가라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나가미네군 말로는 그래선 안된다는 듯 합니다. 그래도 역시 기다려져. 헤엄치는 니○를 빨리 보고 싶은걸.
“O모? 크라운 피쉬라면 아마도 못넣을거라 생각해.”
에, 어째서?
“크라운피쉬를 넣으면 말미잘도 넣어지고 싶어지잖아. 하지만 말미잘은 뭔가 귀찮을 것 같고 말야. 돌아다니다가 이상한데 들러붙거나, 펌프에 빨려들어가면 죽어버리던가.”
그렇구나. 실망…….., 우우……
“카호짱. 카호짱? 어이-. 슬슬 시작하자.”
아, 그렇습니다. 오늘은 공부하러 온거에요. 계속 수조만 보고 있을수 없어요.
그런 연유로 루리짱과 나가미네군 셋이서 테이블에 앉았습니다. 거실의 테이블은 다리가 짧아서, 공부할때는 소파가 아니라 카펫위에 쿠션을 깔고 앉습니다.
그런데, 그건 그렇다치고, 문득 보니 루리짱의 모습이 조금 심상찮습니다.
“나가미네군의 얼굴을 봤더니 싫은 기억이 떠올랐어.”라고 말했습니다. 처음엔 눈만 깜빡거리던 나가미네군이었지만, 분위기에 눌려서인지 점점 엉거주춤한 자세가 되고 있습니다.
“저기 루리코짱……왜 그래? 아, 알겠다. 생리지. 에, 아냐? 미안. 사과할테니까 노려보지 말아줘.”
“흥”
내가 수조를 보고 있는 동안, 루리짱의 심기가 불편해진 듯 합니다. 어느정도로 불편하냐고 하면, 방금, 나가미네군한테서 얼굴을 휙하니 돌릴정도. 각도는 우로 75도, 위로 30도정도일려나.
방금전에 나랑 휴대전화로 수다를 떨때는 괜찮았는데.
덧붙여 생리는 최근 굉장히 가볍습니다. 나가미네군에게 받은 피임캔디덕분일까요.
“저기, 루리코짜앙-. 나 뭔가 나쁜짓 했어?”
“했어…”
쥐어짜내는 듯한 저음. 이건 정말 진심으로 기분이 나쁠때의 목소리입니다.
“에? 정말로 내 탓이야?”
루리짱은 고개를 숙인채 대답하지 않습니다.
“루리코짱, 루리코짱도 참. 뭔가 말해주지 않으면 알수가 없잖아.”
계속 침묵…..
이윽고.
“우….우…으…..나가미네군이 전부 나쁘단 말야. 나 이제 시집 못가. 우와아앙~”
루리짱이 테이블에 엎드려서 울어버렸습니다.
나가미네군은 영문을 몰라 당황해할뿐. 매달리는 듯한 시선이 나한테 쏟아집니다.
오늘 점심시간 무렵이었나? 시집갈수 없다는 말은 그 소리라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그건 나가미네군의 탓인걸까요. 으음-
“나가미네군. 저기 말야, 루리짱의 기분이 안좋은건……”
“잠, 잠깐 카호, 말하면 안되.”
그래도, 나가미네군 아무것도 모르는걸. 그런데 루리짱한테 혼나기만 하는건 불쌍해………
“맞아맞아-. 영문도 모르는데 노려봐지고, 내가 전부 나쁘다던가. 나한테나 들을 권리가 있다고.”
“우우…….., 알겠습니다. 괜찮아 카호, 애기해.”
그건 오늘 점심시간에 반 친구들과 수다를 떨 때의 일이었습니다.
점심은 항상 나, 루리짱, 그리고 사이좋은 미이짱, 시이짱, 에이짱과 먹습니다만, 이하는 그 때의 대화.
“저기, 정액이란건 무슨 맛일까.”
모두가 식사를 마친 시점에서 갑자기 이런 말을 꺼낸 것은 스즈키 에이나짱. 나는 미이짱이라고 부릅니다. 긴 머리를 세갈래로 땋은, 안경을 쓴 귀여운 여자아이입니다.
“그런거 알리가 없잖아.”
다른 모두가 어떻게 대답해야할지 얼굴을 마주보던 때, 이렇게 즉답한 것은 타카하시 시이코짱. 시이짱입니다. 목덜미가 보이는 숏헤어로, 머리와 마찬가지로 시원한 성격. 키는 저보다 작지만, 몸가짐은 왠만한 남자아이보다 남자다운 핸섬씨. 키가 크지 않은데 동아리는 농구부. 하지만 드리블이 굉장히 능숙합니다.
“왜 그래 에이나, 뜬금없이.”
미이짱에게 이렇게 되물은 것은 에이짱. 사토 에이미짱. 웨이브진 색이 옅은 긴 머리가 인상적으로, 외견은 약간 화려한 쪽. 하지만 사실은 착실하고 성실한 여자아입니다. 성적은 우리들중에선 가장 좋고. 그리고 소꿉친구에 상냥해보이는 남자친구가 있습니다.
“아니-. 실은 어제 말야, 오빠가 방에서 그런 DVD를 보고 있는 걸 우연히 봐서 말야. 그때는 『불결해…』라고 말하고 금방 지나갔지만, 역시 조금 신경쓰여서말야.”
에이짱이 깔깔 웃으면서 설명해주었습니다. 외견은 귀여운데, 내용은 근처 아저씨보다 더 아저씨같아. 우리들이 이렇게 말하면 화내지만.
덧붙여 루리짱과 나는 방금전부터 굳은 채입니다. 사실은 이미 진작에 맛을 본 상태이지만. ….하지만, 그런 건 부끄러워서 도저히 말할 수 없어요.
“그럼 말야, 그이한테 『마셔줘』라고 부탁받으면 마실 수 있어?”
미이짱이 더욱 이야기를 붙잡고 늘어집니다. 다른 사람들은 “이 화제 아직 계속하는거야?”라는 얼굴이지만, 미이짱은 계속할 생각 만만인 모양입니다. 어쩔수 없기에 그런 흐름으로.
으음-, 내 경우를 생각해보면-.
나가미네군은 “그이”로 괜찮을까……? 나는 이미 나가미네군의 것이고, 나가미네군이 그렇게 말해준다면 기쁠 것 같아. 하지만, 나가미네군은 나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역시 루리짱쪽을 좋아하려나. 루리짱에게 안겨있을때의 나가미네군, 굉장히 행복한 얼굴이었고…..그런 것을 할때도 대체로 루리짱쪽이 먼저입니다. 루리짱은 싫어하는 느낌이지만 최근엔 새삼스럽지 않은 느낌입니다. 부러운걸. 이런 걸 질투라고 하는걸까요.
---이야기가 빗나갔네요. 나가미네군, 그, 밀크의 이야기입니다.
나가미네군에게 “마셔줘” 라는 말을 들으면 마실거라고 생각합니다. 응, 나가미네군이니까 전혀 상관없어.
덧붙여 시이짱의 대답은 한마디, “무리”. 에이짱은 “그때가 되면 생각해볼게”이었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마셔볼거야.”라고 대답하자 굉장히 깜짝 놀랐습니다.
에이짱은 눈이 동그래져서 “의외야….”라고 말한채 침묵했습니다. 시이짱도 “카호는 좀더 수동적이라고 생각했어. 실은 적극적?” 라고 말하며 팔짱을 끼고 으음하는 소리를 냅니다.
“카호짱, 첫번째는 나라고 말했잖아. 하필이면 남자에게 넘어가다니….”
미안해, 에이짱. 그런 말 한 기억이 없습니다.
게다가 내 첫번쨰는 항상 나가미네군인걸……
그리고 마지막에 루리짱의 대답이 이것.
“정액 같은 건 맛도 없고 이상한 냄새도 나. 마실만한 게 아냐. 나는 더 이상 마시고 싶지 않다고 생각해.”
생각해보면, 메이드차림의 나가미네군에게 스커트 속에서 억지로 삼켜지게하거나, 백야의 온천에서 레이프 당한끝에 입안에 내어지거나, 루리짱에게는 그다지 좋은 기억이 없는 모양입니다. 그러고보면 두번째 소환에서 갑자기 가슴으로 당해서 그대로 얼굴에 뿌려졌다고 들었습니다. 그래선 어쩔 수 없을지도.
하지만, 나가미네군의 밀크는 달면서도 조금 써서, 루리짱이 말하는 것처럼 맛이 없지는 않다고 생각합니다.
어라?
루리짱의 대답에 모두의 모습이…
“저기 루리코. 지금 발언, 뭔가 이상하지 않았어?”
“맞아맞아. 마치 마신적이 있는 것 같아-“
“아니 그래도, 아무리 그래도 루리코는….”
“에? 저, 저기…읏…..아, 아냐…….그런게 아니라……..
루리짱 그만 저질러버렸습니다.
…에, 어어어, 어쩌지. 여기선 내가 도, 도와주지 않으면 안되겠지?
“루, 루리짱. 그게, 저기, 응….”
히잉, 이런 때 무슨 말을 하면 좋을지 모르겠어어.
그래도 노력해서 이어보겠습니다.
“있잖아, 인터넷에서. 저기, 루리짱.”
모를떄는 인터넷, 인터넷탓이라고 하면 됩니다,…..아마도.
“인터넷? 통신판매?”
“과연. 통판으로 정액을 사서 맛을 본건가. 라니, 그럴리가 없잖아.”
에이짱의 말놀음에 시이짱이 태클.
“설마 만남사이트라던가….안되, 루리코. 좀더 자신을 소중히 해야지.”
에이짱은 진지하게 걱정.
그다지 상황이 호전되지 않습니다.
미안해, 루리짱. 괜히 더 나빠진거 같아.
“만남계같은걸 할리가 없잖아. 인터넷이라고 하면 말야, 단지 조사해봤을뿐. 그래서 그다지 맛있어보이진 않구나- 하고 생각해서. 그치, 카호?”
“아, 응. 응응. 그래그래, 루리짱이 호기심이 왕성해서.”
“흐음- 뭐, 상관없지만 말야~”
“근데 왜 카호까지 그렇게 필사적이야?”
에, 아니, 어째서일까. 아하하하하. 사소한 건 신경쓰지말아줘, 시이짱.
이미 웃으며 얼버무릴수밖에 없습니다.
“루릿치도 의외네. 보통 안 알아본다고, 정액 맛같은건.”
“혹시 욕구불만?”
“저기 루리코, 소우군의 친구가 내 친구들중에 누구 소개해달라고 시끄러운 것 같은데, 괜찮으면 한번 만나볼래?”
에이짱은 마지막까지 걱정인듯 합니다.
……라는 것으로, 루리짱은 욕구불만으로 항상 그런 걸 조사해보는 사람이 되어버렸다는 것입니다.
“그거 내 탓이야?
“나가미네군 탓인게 당연하잖아! 항상 이상한 짓만 하고. 그 탓에 이상한 실언까지 해버렸잖아!”
“루, 루리코짱. 자자, 진정해. 목덜미가 아프다니까.”
“애당초, 어째서 내가 욕구불만이냐구! 누군가씨의 탓으로 과잉할 지경이란 말이야!”
“아파, 아프다구. 멱살은 그만둬.”
결국, 루리짱이 진정했을 때에는 이제 돌아가지 않으면 안되는 시간이라, 이 날은 결국 공부를 하지 못했습니다.
나가미네군에겐 재난이었지만, 그래도, 이야기는 이걸로 끝이 아니었던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