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크림슨로즈(Crimson Rose) <2> 술집에 간 여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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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발단 - 술집에 간 총기병
카논제국의 북방 도시, 오푸스(Opus) 앞에 펼쳐진 벌판에 주둔한 제국군 본영.
레베카 대위는 위관급의 장교들이 머무는 막사 안에 있었다.
막사의 중심부에는 여러 장교들이 무리를 지어 얘기를 나누고 있었지만,
그녀는 혼자서 따로 떨어져 무언가 골똘히 생각하며 한숨을 내쉬고 있었다.
"하아............"
레베카는 고위귀족 특유의 도도하고 차가운 성격을 가지고 있었으므로,
하급귀족이나 평민들이 주를 이루는 장교들과는 꼭 필요할 때가 아니면 말을 끊고 지냈다.
그녀의 풀네임은 레베카 디트리히 발키리아(Rebecca Dietrich Balkyria).
카논제국의 이름높은 명문인 발키리아 백작가의 장녀다.
어깨까지 내려오는 붉은 빛 머리칼에, 새하얀 피부, 그윽한 갈색 눈동자, 조금씩 열렸다 닫혔다 하는 체리빛 입술,
여자답지 않은 큰 키에, 늘씬한 체구, 그리고 바람직한 사이즈의 가슴까지.
나이는 한 20대 초중반 쯤 되었을까? 그야말로 전장에서 쉽게 찾아보기 힘든 묘령의 미녀다.
전신에 제국군 지휘관 특유의 푸른 경갑주를 착용하고, 그 위에 붉은 장미가 수놓아진 진홍빛 망토를 걸치고 있었으며,
망토 위의 견장에는 대위 계급을 상징하는 다이아몬드 표식 세 개가 새겨져 있었고,
허리 옆에 위치한 요대에는 상당히 고급 마도구로 보이는 붉은 색 권총이 메어져 있는 걸로 보아..
믿기 어렵지만 총기병대의 중대장급이 분명해 보인다.
레베카는 귀족답게 어릴 때부터 마법을 익혔는데,
마나를 쌓는 데 천재적인 재능을 지니고 있어서,
아카데미에 진학해기도 전에 베리타스급(초급) 단계를 거의 마스터해버렸다.
마법 아카데미에서 수학하며 엑셀렌터급(중급)의 경지에 이르른 그녀는,
흔히 마법을 익힌 고위귀족가의 여식들이 그렇듯이, 일반적인 귀족가 여인의 삶을 경멸하고 있었다.
각종 무도회나 파티에 참가하면서 방탕한 생활을 즐기다가 정략결혼의 희생양이 되기보다,
자신의 길을 개척하는 삶을 선택한 것이다.
그녀는 아카데미를 졸업한 후, 곧바로 황립 총기병사관학교에 진학했다.
18세기 무렵부터 여군이 조금씩 증가하긴 했지만, 아직까지 한 사단에 한두 명을 찾아보기 힘든 상황에서,
귀족가 여인 치고는 굉장히 특이한 선택이었다.
그러나 레베카는 자신의 선택을 명예롭게 여겼으며, 충분히 성공할 자신이 있었다.
사관학교를 수석으로 졸업한 그녀는 일 년 전, 오푸스 시에 주둔하는 북방군 총기병대에 소위로 임관했다.
이제껏 생각해 오던, 총기병대의 로망을 이룬 것이다!
백마 위에 올라 가문의 인장인 붉은 장미가 새겨진 망토를 두른 채 벌판을 내달리며 총을 쏘는 그녀의 모습은
소속 기병대원들의 가슴에 불을 질러 놓았고, <진홍의 장미>라는 아름다운 별명까지 붙었다.
비록 차가운 성격 탓에 상관들조차 그녀와 제대로 말하지 못했지만, 그녀 자신은 충분히 스스로가 행복하다고 여겼다.
"하아, 바보같은 생각이었어......"
그러나 한 달 전, 바바리아인의 급작스런 침공과 노이만 공작의 반란이 일어나면서 모든 것이 변했다.
자신이 명예롭게 여기던 총은 적의 심장을 꿰뚫고 머리통을 쳐부수고 내장을 파열시키는 잔인한 도구였고,
이제껏 머릿속으로만 상상하던 낭만적인 전장은 없었다.
그저 서로의 생명을 어떻게든 말살하려는, 유혈이 낭자한 피바다만이 존재했다.
레베카는 사관학교 수석졸업생이자 엑셀렌터급 마법사 답게 수하들을 적재적소로 이끌어 무수한 적들을 학살했고,
2주 전의 전투에서는 자신의 전술과 마력을 최대한 발휘해
오푸스 시를 공격하는 바바리안의 총기병중대를 궤멸 수준까지 몰고 가, 대위로 진급했다.
계급이 높아지고 공이 쌓였지만, 이제껏 밝은 빛만을 바라보고 사라온 그녀에게
피와 생명의 무게가 실린 전장의 어둠은 견디기 힘든 것이었다.
남들보다 빼어난 실력으로 대량의 적들을 학살했기에 더욱 버티기 힘들었을지도 모른다.
게다가 좁은 인간관계 탓에, 서로 위로하면서 조언을 나눌 동료 장교들도 없었으니,
그녀의 멘탈 상태가 심각해 진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잘 때마다 한 달 내내 꾸는 끔찍한 악몽 때문에, 매일매일 비명을 지르면서 기상하고 있다.
소속 군단의 장교급 중 유일한 여군이라서 숙소가 따로 있어서 민폐를 끼치진 않았지만..
난생 처음으로 눈밑에 다크써클이 조금씩 나타나며, 고운 미모를 망치고 있었다. 앞으로도 이런 일이 계속된다면....
멘붕! 멘붕! 멘붕이 일어날 거야!
레베카는 어디선가 들려오는 소리를 무시하고, 고운 얼굴을 찡그리면서 열심히 머리를 굴렸다.
사관학교 때 동기들이 비슷한 주제로 떠들던 말들이 생각났다.
-야. 만약 우리가 장교가 됐을 때, 전쟁이 벌어진다면 앞장서서 살인을 해야 하는거잖아... 으 끔찍해!
-재수없게 전쟁 얘기 하긴! 군인인 이상 적을 죽이는 건 당연한 거 아니야?
-진짜 만약으로 말하는 건데, 적들이라고 해도 내가 그렇게 막 적들을 학살하고 다니는 게 상상이 안 돼서...
항마갑주 없이 총에 직격당하면 몸통이 유, 유리깨지듯이 부셔진다는데?
-으음... 막상 그런 상황에 처하게 되면, 충격받고 멍하게 있다가 도리어 적에게 죽는 사람들도 많다고 들었어.
그래도.. 아무리 강하게 마음먹는다 해도.. 한동안 악몽을 꿀 것 같긴 한데.
-후우.... 그런 일이 없었으면 좋겠지만... 술에라도 잔뜩 취하면 좀 나아질까?
"그래, 술이 있었어!"
이제껏 모범적인 생활만 해온 레베카로서는, 한 번도 입에 대 본 적이 없었던 액체였다.
정신을 어지럽히고, 내장의 기능을 떨어뜨리고, 노화까지 촉진시킨다는 해로운 음료...
"정말 그걸 마시면 괜찮아 질까?"
그러나 이대로 있다가는 자신이 말라서 죽을 것 같은 상황이었다.
고민하던 그녀는 결국 술이 유일한 선택지라고 결론지었다.
부대 내에선 금주령이 발효되었기 때문에, 회식날이 아닌 이상 술을 먹을 수는 없었고,
예로부터 몰래 먹는 관행이 있긴 했지만, 그녀의 성격 상 불가능한 일이었다.
대신 오푸스 시내로 외출해 머무는 동안에는, 음주와 같은 금지된 행위들을 자유롭게 할 수 있었다.
사실 외출 자체가 전시에는 통제받고 있었지만..
지난 번 전투 이후, 적군 총기병대의 궤멸로 전황이 소강상태에 빠져들어
고위장교들은 은근슬쩍 시내로 외출하는 일이 잦았다.
병사들도 쌓인 욕구를 풀라는 차원에서 분대별로 보름에 한 번 정도 외출을 시켜 주기도 했다.
무엇보다도 그녀에게는 화려한 전공에 대한 포상으로 외출증이 쌓여 있었다.
"그래, 적을 많이 죽인 군인일수록 자주 외출시켜 술을 마시게 해서 마음을 안정시키는 거였구나!"
그렇게, 레베카는 포상제도에 대해 특이한 해석을 하면서, 다음날 외출증을 사용하기로 결심했다.
다음 날 아침, 레베카 디트리히 발키리아 대위는 부대 본부에 외출 보고를 하고,
즐겨입는 사복 경장을 걸친 채 오푸스 시내로 들어 갔다.
"그런데, 술집이 어디에 있지?"
이제껏 한 번도 술집에 가본 적이 없었던지라, 우선 술집을 찾는 게 문제였다.
사실 술이야 음식점에 가서 술을 시키면 먹을 수 있는 것이고, 술집은 조금 다른 용도로 사용되는 곳이다.
특히 군단이 상주하고 있는 도시에서는 병사들의 쌓인 욕구를 풀어줄 창녀들이 머무르는 곳이기도 했다.
생전 처음 보는 미녀가 나타나자, 거리를 전전하던 사내들이 종종 휘익 하고 휘파람을 불며 접근하려 했다.
"흐흐, 이쁜 아가씨. 어딜 그리 바삐 가시나? 잠시 우리와... 으아악! 어어어억!!"
"더러운 자식들. 감히 누구한테 그런 불경한 말을?"
불량배들은 모조리 레베카의 마법에 직격당해 신체의 어느 부위에 심대한 타격을 받아 깨갱하고 사라졌다.
"훗, 무례한 남자들에겐 거기가 직빵이지.."
그녀로서는 귀족모독죄나 전시군인상해죄로 즉결처분할 수도 있었지만, 나름대로 관용을 베푼 것이다.
레베카는 본의아니게 불한당들을 때려잡으며 골목을 전전했고. 결국 고운 얼굴을 망토로 가리고 나서야
편하게 술집을 찾을 수 있었다.
얼마 안 되어, 골목 구석에서 술모양이 그려져 있는 간판을 발견한 그녀는 반색하며 문을 열고 들어갔다.
문이 끼이익 열리면서, 퀘퀘한 냄새가 나면서 딱봐도 더러워 보이는 탁자들이 보였다.
주인장으로 보이는 대머리 중늙은이가 앉아 있다가 일어서 맞았다.
"어서 오시오. 혼자 오셨소?"
레베카는 불결한 환경과 하오체의 말투에 불쾌함을 느꼈지만, 이미 많이 헤맸던지라 다른 곳을 찾아가기는 귀찮았고,
술마시러 온 상황에서 자신의 정체를 밝히고 싶지 않았다.
그녀는 그나마 깔끔해 보이는 자리에 앉고, 망토로 얼굴을 가린 채 목소리를 변조해서 말했다.
"술 한 병."
술집 주인 고일은 거침없는 반말에 얼굴을 찌푸렸지만,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느끼고 순응했다.
"아, 예예! 그런데 어떤 술을 원하십니까? 안주는 뭘로 갖다 드릴까요?"
"음, 가장 독한 걸로 가져와. 안주는... 필요없어."
레베카는 사실 "안주"란 게 뭔지 몰랐지만, 술집 주인에게 무시당하고 싶지 않아 시키지 않았다.
"으으음. 알겠습니다."
고일은 살짝 놀랐지만, 사연이 있는 사람들이 깡술을 마시는 건 간혹 있는 일이었기에 이상하게 생각하지는 않았다.
걸치고 있는 망토도 자신의 술집과 어울리지 않은 고급스런 재질로 보였지만, 자기야 돈만 받으면 장땡이었다.
무엇보다도 저런 분위기를 풍기는 손님들에게 괜히 말을 잘못 건넸다가는 험한 꼴을 당하고
그 날 장사도 망치기 십상이었다.
"혹시 여자는 안 필요하십니까? 저희 가게에 괜찮은 애들이 좀 있는데....윽!"
잠시 무슨 말인지 곱씹던 레베카가 얼굴을 붉히고 고일을 강력하게 째려봤고, 그는 깨갱하고 주방으로 들어 갔다.
"아니 필요없다면 필요없다고 말하지, 싸가지 없는 손님이군. 에잇 퉤!"
"저 자식이? 후우... 내가 참자."
주방에서 작게 혼잣말 하는 게 레베카의 예민한 귀에 들려왔지만, 술에 대한 기대감이 더 컸던지라 특별히 용서했다.
대신 옆쪽에 있던 탁자에 변질 마법을 걸어 버렸다.
아마 저 탁자는 몇 시간 내로 썩어 문드러질 것이다.
"그러면 저 비굴한 주인장은 깜짝 놀라서 뛰쳐 나오겠지?"
어쩌면 거기 앉아 있던 손님들과 시비가 붙어 비맞은 생쥐처럼 불쌍한 표정으로 쪼그라들 수도 있겠고..
"이 재수없는 술집이 망하기라도 하면 어떡하지?"
그러나 후에 그녀는 이 변덕스런 행위를 두고두고 후회했다.
그것 덕분에 망하기는 커녕, 장사를 엄청나게 도와줘 버리는 꼴이 됐으니..
그냥 조용히 술만 먹고 떠났으면 아무 일도 없었을 것을...
"아우......기분 좋아... 으으.. 이게 취한 기부우운? 끄어억!"
해가 중천에 뜰 무렵, 레베카가 앉아 있는 술상에는 싸구려 럼주병이 열 병 넘게 굴러다니고 있었다.
매 순간 그녀를 괴롭히던 괴로웠던 전장의 기억들은 잊혀진 지 오래.
이상하게 몸이 들뜨고 기분은 하늘을 날아갈 것만 같았다.
"어으... 이렇게 좋은 걸 왜에 몰랐찌?"
비록 싸구려 럼주지만 이 술집에서는 가장 독한 술인데다가, 안주 하나 없이 먹었기 때문에 거의 만취해 있었다.
가게에는 손님들이 많이 들어와 있었지만, 망토를 쓴 그녀의 묘한 분위기에 접근하는 사람은 없었다.
이때 군복을 입은 한무리 병사들이 들어와 그녀 옆쪽의 탁자에 앉았다.
십여 명 정도의 수효인 걸로 보아, 한 분대가 동반외출을 나온 것으로 보였다.
개중 대장으로 보이는 자가 말했다.
"여보쇼, 주인장! 여기 럼주 열 병이랑 유명한 안주 아무거나 10인분만 갖다주쇼!
그리고, 인원수만큼 쌔끈한 년들로 좀 갖다줘."
"후후, 오늘은 군터 대장이 쏘는 거요?"
"이게 얼마만의 외출이냐? 후후, 모두 거하게 즐기다 가자!"
곧 고일이 술과 잔을 먼저 가져왔고, 병사들이 건배하며 간만의 외출을 즐기려는 순간,
-우지직
썩어버린 탁자가 무너져 내렸다.
열 병의 술이 그들의 옷 위와 바닥에 홍건히 쏟아졌다.
병사들의 안색이 모두 굳어졌다.
처음에는 황당함이, 그 다음에는 분노가 찾아왔다.
"아니, 주인장! 도대체 이게 뭐하자는 거야?"
특히 호탕한 척 폼을 잡으며 말하던 군터라는 사내는 길길이 날뛰며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탁자가 썩어서 무너지다니... 부하들을 이런 곳에 데려온 자신의 체면이 뭐가 된다는 말인가?
주인장 고일도 갑작스런 사태에 놀라 뛰쳐나와, 황급히 사과하려 했다.
"죄, 죄송합니다! 이, 이게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저, 전혀... 아악!"
그러나 이미 화가난 군터는 거친 발길질로 고일을 걷어 찼다.
"이 대머리 자식이, 변명을!"
콰앙
고일이 밀려 나며, 옆에서 열한 병 째의 럼주를 비우던 레베카의 탁자로 엎어졌고
그녀의 술상도 뒤집어지며 술이 쏟아졌다.
병사들이야 그녀가 안중에도 없이 다시 고일을 추궁하려 했다.
그러나, 레베카의 날카로운 목소리가 주점에 울려 퍼졌다.
"야, 시끄러워어! 으, 이게 뭐하는 짓이, 야?"
"어이, 주당 형씨에겐 미안한데, 언제 봤다고 초면에 반말이야?"
적반하장 격의 행태에 어이가 없어진 레베카는 일어나서 응징을 해주려 했지만,
머리가 어질 하면서 상체가 갸우뚱하자 간신히 옆쪽의 벽을 짚으며 일어났다.
"아씨, 왜이러지이? 셰샹이 막 돌아아..."
그 와중에 그녀의 얼굴에 걸쳐 있던 붉은 망토가 스르륵 어깨 위까지 떨어지고, 아름다운 얼굴이 공개되었다.
그리고 술집엔 정적이 깔렸다.
하층의 인생을 살아가는 그들로서는, 생전 처음 보는 적발의 미녀가 눈앞에 나타난 것이다.
과장을 조금 보태자면, 어두침침했던 술집이 그녀 덕분에 불을 킨 것처럼 화악 밝아진 것 같았다.
백옥 같이 하얀 피부에, 화났는지 크게 치켜 뜬 눈에, 술에 취해 발그레해진 양볼...
술병을 들고 붉은 입술을 혀로 다시며 부풀리고 있는 레베카의 자태는 고귀하면서도 섹시해 보였다.
눈앞의 미녀는 절대로 평범한 창녀 따위가 아니었다.
"대, 대박이다!"
방금 전까지 화를 내려던 병사들은 모두 조용히 입을 닫고 그녀의 곁으로 다가왔다.
무엇을 생각하는지, 그들의 두 눈에는 음심이 가득했다.
"일단 맞춰줄까?"
이런 쎈 느낌의 여자는 급히 먹으려다간 체하는 경우가 많았다.
입고 있는 옷도 상당히 고급재질로 보였다.
군터가 능글맞게 웃으며 말을 걸었다.
"아가씨, 저는 북방군 백인대의 십장 군터라고 합니다. 술 마시는 데 우리가 무례를 범했군요.
사과의 의미에서 술을 사드리고 싶은데, 괜찮을까요?"
병사들은 이미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레베카 곁의 의자들에 걸터 앉았다.
군터가 뒤늦게 일어나서 그녀를 발견하고 눈을 휘둥그레 뜬 주인장에게 말했다.
"어이, 주인장! 이 레이디 분에게 사과하려는데, 럼주 몇 병 가져와! 그리고 아까 말한 년들은 필요없어!"
"아, 예, 예! 금방 가져다 드립죠!"
평소의 레베카라면 병사들이 음욕에 차있는 것을 느끼고 당장 흠씬 패주면서 자리를 떴겠지만,
그녀는 이미 잔뜩 취해서 기분이 업된 데다가 머릿속이 엉크러져 제대로 된 판단이 불가능한 상태였다.
게다가 상대가 나름 예의를 차리고 말하며 맛있는 술까지 대접한다고 하자 기분이 좋아져
어디까지 가나 놔두어 보기로 했다.
"그래에? 미천한 놈들이 제 분수를 잘 아는군. 딸꾹! 술은 자, 잘 마시겠다! 호호."
병사들은 속에서 뭔가 치밀어 오르는 듯, 발끈 했지만..
이 새끈한 아가씨와 잠시 후 벌일 일을 기대하며 꾹 참고 그녀를 상대하기 주었다.
새로 가져온 술에는 군터의 지시로 주인장이 준비해 준 즉효의 발정제가 듬뿍 들어 있었고
이 사실을 아는 병사들은 모두들 군침을 삼키며 자지를 빳빳이 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