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 잘 반하는 하프엘프 씨 2부 132화
132- 사막의 샘 3
세레스타 상국의 역사는 비교적 짧다. 건국에서 아직 200년도 지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건 비교하는 상대가 문제다. 건국 600년을 헤아리는 트롯이나, 7000년이라는 숫자가 어디까지 사실인지 엘프들조차 파악하지 못하는 아카스 왕국에 비하면 짧다, 는 얘기인거지, 화룡전쟁 이후 생겨난 나라도 많고, 더 최근에 생겨난 나라도 잔뜩 있다. 대부분의 정치조직은 수명이 300년이라고 하니, 젊다고 하기엔 좀 그런 것 같기도 하지만 거기는 그만두자. 어쨌든, 그 무렵 탈크 부근은 "러셀 사막연합체"라고 불리고 있었다. 도시국가 공동체의 일부였던 것이다.
사막을 포괄하는 세력권도 확보되지 않았던 연합체는, 당연히 물류에 큰 문제를 가지고 있었다. 해상은 라파르 제도에서 시작되는 해양국가의 독무대. 무역에는 큰 리스크나 코스트가 생겨난다. 육상도 엘프의 삼림령이라는 큰 벽에 막혀 있다. 지금은 세레스타의 일부지만, 당시에는 아직 어디에도 속해있지 않은데다 다크 엘프에 대해 차별 의식을 가지고 있던 것이 엘프들의 특징이었다. 교섭은 진행되지 않았고, 숲 근처에 함부로 무장 세력을 보낼 수도 없었다. 그렇게 되면, 장사 루트로써 중요하게 되는 것이 "캐러밴"이다. 사막을 횡단하는 대상단은, 우호적인 상대와의 무역에 있어 매우 큰 역할을 차지하게 된다. 하지만, 당시의 세레스타, 아니 연합체는 비룡이나 버드맨 같은 공중인력을 손에 넣지 못했다. 지도의 작성에도 소홀하기 십상이고, 캐러밴이 사막을 헤매다가 실종되는 일도 있었다. 사막의 교통을 담당한 것은 지리 지식은 물론, 별자리 보기나 생존술 등 책에 남겨지지 않은 지식을 쌓아 온 인간 일족이었고, 그들에게 의지하지 않고서는 왕래는 지극히 어려운 일이었다고 할 수 있었다.
"연합체의 주류는 다크 엘프나 오거였지만, 인간족인 그들만큼 사막에 자세한 자는 없었다. 그래서 그 인간족에게 그렇게 말해봤더니, 자신들의 권익을 지키는 데에는 완고해서. 결코 다른 종족에게 지식을 전하는 일은, 없었다. 몇 개의 루트와 보급지를 포괄하고, 매년 도적을 피하려는 명목으로 여기저기 걸음을 바꾸는, 집념이 깃든 것이었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마법이나 괴력 종족 사이에서 지위를 유지할 수 없다는 사정은 있었겠지만."
낸시 씨는 온화한 얼굴로 그렇게 이야기했다.
"즉, 그 상처는 도적들과 싸우다가...?"
"그렇게 서두르지 마라. 천천히 뜨거운 물로 씻으며 노인의 옛날이야기를 듣는다. 심심풀이 취미를 서둘러서야 풍류가 없지."
"뭐, 뭐 그럴 지도 모릅니다만"
낸시 씨가 앉는 걸 도와준 관계로, 나는 어깨가 접촉할 것 같은 거리에 있었다. 약간 흉터가 아파보이기는 해도 미녀인 건 틀림없는 낸시 씨와, 그 낸시 씨의 손이 닿는 거리를 고려하고 있는지 바로 근처에 앉아있는 노르 씨. 수증기로 시야가 좁아져서, 가장 잘 보이는 범위에, 가장 손대선 안 되는 두 명의 나체가 늘어선 상황을, 마음이 불편하다고 하는 것이다.
"불편해 보인다.. 그런가, 흉터가 자극적인가."
간파했다는 듯 말하는 낸시 씨. 곁눈질로 나를 엿보았다.
"흉터보다 젖가슴이 조금"
즉답하는 나의 하반신을, 낸시 씨가 살짝 흘겼다.
"이런... 사실인가. 과연 과연, 나도 아직은 살아있다는 건가."
"새언니!"
"새언니도 정말. 인간이 보면 200살도 600살도 그렇게 다르지 않아요. 그런 노처녀 얼굴 하지 말아요"
"아니 아니, 이런 몸인데도 솔직하게 유두 쪽에 눈길이 간다니, 꽤 좋은 시동생 아닌가"
뭔가 말해야 하나. 시동생으로써. 하지만 손이나 다리 정도는 나도 체험했었다. 네이아 덕에 흉터 많은 몸에도 비교적 익숙해져 있다. 그것이 신경쓰여 엉큼한 부분에 집중할 수 없다, 라는 일은 없다.... 수비범위 넓어졌구나, 나.
"뭐, 보고 싶다면 좋을 대로 봐도 괜찮아. 하지만 이래 뵈도 카를로스의 아내다. 실전 상대는 디아네로 참아 줘.... 어디까지 이야기했더라"
"캐러밴의 안내인들이 비밀주의였다는 곳까지..."
"그런가, 응. 그럼, 거기부터"
한번 발을 들이면 많은 괴물들이 덮치는 대미궁이 지하에 있고, 샌드 웜이나 도적도 발호하는 황량한 사막. 안내인의 기술이 확실해도, 굴강의 호위는 불가결하다. 에이스 나이트란, 그런 캐러밴의 호위 중에 태어난 칭호라고 한다. 소중한 캐러밴의 호위 전사를, 봉건국가의 정예 호위병에 빗대어 기사라고 칭했다. 하지만, 그들도 때로는 1개월 이상 걸리는 캐러밴 이동에 모티베이션이 잘 유지되지 않는다. 유사시에 대비해 쓰고 있는데, 방심한 호위라는 것은 데드 웨이트에 지나지 않는다. 그래서 캐러밴에서는 그 호위 임무에서 가장 공적이 컸던 인물을 수송 후에 선정해 추가 보수를 지불하기로 했다. 그 우수한 자들의 별칭이 "에이스" "나이트"였다. 지금도 세레스타에서 군대를 그만둔 사람들에게도 그 칭호가 박탈되는 경우가 결코 없는 것은 이 때문이다. 본디 용병을 칭찬하기 위한 칭호다. 아무리 썩어 더러워져도, 그 이름이 사라지는 일은 있어서는 안 된다. 그리고 낸시 씨는 당시, 에이스 나이트 표창을 몇 번이나 받은 놀라운 실력의 호위였다고 한다.
"그때당시 대상인으로써 유명했던 시아버님의 그늘에 가려져 있었다고는 해도, 카를로스도 캐러밴을 통솔하는 한 명의 상인. 그 가족이 몇 번이나 에이스 나이트라고 일컬어졌으니, 뒷말이 없지는 않았다. 뭐, 그런 이유로 트집을 잡는 놈들은 때려눕혔지만. 그 무렵엔 혈기가 많았다."
...디아네 씨 가문은 남자가 견실하고, 여자는 흥분하는 성격이라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아직 어렸을 때, 호신술을 가르쳐 준 게 새언니와 첫째 어머님이었다"
디아네 씨가 자랑스레 말했다.
"그만 그만. 지금은 일족은 고사하고 탈크를 뒤져봐도 너와 필적하는 자 따위도 없다, 라는 "전신"의 입이 열리면... 내 옛 자만 이야기도 유감이 되어버리니까."
"전신이라는 이름도, 새언니와 연관되어 있다고 들었던 적도 있습니다"
"별명이 많았을 뿐이야. 탈크의 마녀라던가, 흑룡의 송곳니라던가 모래폭풍이라던가, 그 밖에도 여러 가지가 있었다"
...잘은 모르겠지만, 이 사람 상대로 섣불리 나서서는 안 되는 것만은 이해했다.
그리고 그렇게 야만적이고 불안하던, 그러나 누구나 활력이 흘러넘치게 살아가던, 400년 정도 전. 캐러밴 하나가, 모래폭풍으로 뿔뿔이 흩어져버렸다.
그 후, 흩어져 귀환해야 했던 캐러밴 200명 중, 탈크까지 생환한 자는 71명. 그 중에, 낸시 씨는 없었다.
"잠깐 기다려보세요"
"뭐야"
"생환...하지 못했다, 인겁니까?"
"못 했다."
낸시 씨는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다.
"사막에서 고립되면 살아 돌아오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모래폭풍이 지나가면 풍경이 변한다. 방위를 특정하는 것도 지난하다. 하루가 지나 태양으로 방향을 정해도, 극단적인 온도 차이에 말라붙는데, 거기에 신기루가 냉정한 사고능력을 빼앗는다."
"......"
아니, 뭐 이론은 알고 있는데, 그럼 여기 있는 낸시 씨는 누구입니까, 라는 거죠... 가만히 생각에 잠긴 모습으로 낸시 씨의 유두를 보고 있는 내게 미소짓고, 낸시 씨는 속삭였다.
"여기서 첫 번째의 자만 이야기다....지금, 다크 엘프 사회에서 커먼(common)화된 대(對)사막 주문 중 몇 개는, 그 때 내가 만들었다."
"...마법"
그런가. 보통 인간이라면, 그 상태가 되면 끝이다. 하지만 다크 엘프인 낸시 씨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다소 가혹한 환경은 마법으로 상당한 정도까지 극복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모래를 태우는 마법, 전방위로 빛을 차단하는 구체 환영, 그리고 신기루를 판별하는 마법, 땀의 수분을 흘리지 않고 그릇에 모으는 자동술식. 이 정도는 지금도 보물로 여겨지고 있다지"
"...그래서, 돌아왔다는 소리네요"
"아니, 그러니까 돌아오지 못했다... 모래폭풍 속에서, 샌드 웜에게 다리를 먹혔다"
낸시 씨는 자신의 다리를 가리켰다.
"덕분에 기듯이 이동할 수밖에 없었다... 너는 틀림없이, 작년 다리 하나가 잘려나갔다지. 그 상태로 지평선을 향해 걸어갈 용기가 있는가?"
"...무리입니다"
절대 무리. 목발이 있으면 천천히 이동할 수 있지만, 작열하는 사막에서 목적지도 없이 전진하는 것은 무모일 뿐이다.
"뭐 그런 이유로, 섣불리 움직이면 나는 거기서 뼈가 되었을 거다.. 하지만, 그때엔 나도 야무져서, 더럽게 살아남았다. 한쪽 발과 교환해 때려눕힌 샌드 웜을 역으로 먹으면서, 어떻게든 사막에 외따로 떨어져 있던 오아시스에 간신히 도착했다... 거기서, 도움을 기다리며 지냈다. 2년 정도."
"2년!?"
...그렇다면 생환자로 꼽히지는 않는다.
"한쪽 눈은 그 2년 사이에 모래바람으로 안 보이게 되었다. 전사 계급이었던 덕에 의술과는 거리가 멀었거든. 돌에 부딪혀 상처입고, 손쓰지 못한 새 실명했다... 그리고 한쪽 팔은, 아무래도 음식을 확보할 수 없었을 때 먹었다."
"...먹어..."
"하하하...어쩔 수 없었으니까 말이야. 다리를 더 이상 줄이면 의족을 달아도 걸을 수 없다. 걸을 수 없는 것보다는 외팔이 쪽이 아직 어떻게든 할 수 있다... 아, 그 때에 오아시스 옆에 있던 나무로 수제 의족을 만들고 있었다. 지금의 이것보다 훨씬 조잡한 것이었지만."
그리고.
"나의 생존은 절망적이다.. 라고 할 때, 느닷없이 그 오아시스에 사람이 나타났다... 아니, 정말 느닷없었다. 주위 수 킬로에 보이는 것은 모래뿐인 곳에서 어떻게 나타났는지, 나조차도 모른다. 하지만, 그녀는 나에게 어깨를 빌려주었고, 캐러밴이 다니는 길까지 바래주었다. 마침 지나가던 캐러밴에 카를로스가 타고 있었다.... 카를로스는, 내가 태어나면서부터 만나 왔지만... 그 녀석의 울음을 본 건 그 때뿐이었다."
"그 느닷없이 나타난 사람은, 누구였습니까?"
다크 엘프의 도시에는 어둠이 있다. 내가 만났던 적은 없지만, 이전 렌네스트에서 이 근처 출신의 암살자와 디아네 씨가 싸워버리게 되었다고도 하고, 혹시나 그런 조사를 위해 특수하게 훈련된 카를로스 씨의 비밀조직이 아닐까, 그런 결말을 기대했지만.
"나타났을 때처럼 느닷없이 사라졌어... 무엇이었을지 지금도 궁금해. 혹시 정령이었을지도 몰라. 그렇다면, 나는 정령에게 이용될만한 가치가 있었던 걸까, 하고 상상하지만."
...세레스타에서는 정령을 섬긴다. 하지만, 정령은 아직 실존이 확인되지 않았고, 그저 사실이라면서 전해지는 애매한 존재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니까, 사실이라면 웃어 넘겨야 하는 대목이다. 하지만,
"...뭐야, 웃지 않는 거니. 이 이야기를 하면 대개 노인이 수상한 미신을 믿는다고 시형제들이 모두 웃는데."
"....정령이 아니라 해도 도와준 사람이 있다면 됐잖아요. 게다가, 낸시 씨, 아직 정령이라고 믿고 있죠"
"응... 알아챘나"
"예. 어쩐지, 그런 분위기라."
성수도 마신도 실재한다. 그렇다면 정령도 어딘가에 있어도 이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나의 추측으로는 아마 주위와 사이가 너무 좋아서 공연히 참견하고 다녔다는 드래곤 팰리스, 즉 라이라의 동료 중 누군가라고 생각하지만. 몇 백 마리나 있었다면 한 마리 정도 사막의 오아시스에서 혼자 도움을 기다리던 낸시 씨를 찾아냈을 것이다. 드래곤인 채로 도우러 가면 곤란하니 그 고도의 환영과 인간의 몸을 사용해 낸시 씨를 구하러 갔으리라... 정말 억측에 지나지 않지만.
"덕분에 지금도 이렇게 건강하다... 하지만, 아쉽게도 그 무렵의 무리가 원인이 되어 자식을 낳을 수 없는 몸이 되어버렸다."
"!"
깜짝, 놀랬다. 그것은, 나의 여자들 모두가 무서워하는 것이었다. 물론, 나도.
"시누이의 푸념이라고 생각해도 좋아... 언제 무엇이 일어날지 몰라. 나는 에이스 나이트라고 불리며 뽐내고 있을 때, 아직 아이를 밸 시기가 아니다, 아직 아이를 기를 시기가 아니다...같은 소리를 하는 사이 이렇게 되어버렸다... 디아네는 그런 생각 하지 않았으면 하니까. 지금에서야 굉장히 후회하고 있어. 나를 위해 그렇게 울어 준 카를로스에게 아이를 줄 수 없는 걸."
"...예"
무거운 한 마디.
"말할 것도 없지만, 이번 특별임무를 끝내면 앤디의 아기 쑥쑥 낳을 거니까 말이야"
디아네 씨가 애써 밝게 말했다. 노르 씨도 밝은 목소리로 끼어들었다.
"힐더 언니는-? 만들어버려? 사랑 빼앗아버려?"
"...뭐, 뭐... 그... 가능하다면 뭐, 신랑씨한테는 미안하지만 어쩔 수 없을지도라던가"
작년이라면 단호히 "신랑과 행복하게"라고 할 수 있었겠지만, 최근에는 그 결의도 조금 흔들리고 있다. 그 사람이 상당히 진지하게 아이를 가지고 싶어 한다는 것을 느끼고, 게다가 자유분방하고 적당적당한 사람 같지만 상당히 성실한데다 배려도 있으니. 뭣보다 음란하고. 뭐 그건 제쳐두고.
"자, 슬슬 좋을 정도로 데워졌다. 오랜만이네, 온천까지 온 건. 기분 좋은데"
슥, 하고 일어서는 낸시 씨. 눈앞에 탄탄한 엉덩이가 와 깜짝 놀랐다.
"에, 기다려요 벌써 나갑니까 저 아직 머리 감는 중인데요!"
"이래저래 만끽하고 있었던 거군요 나리스 씨"
"라이라 언니, 씻어주는거야"
"호, 부탁한다"
"부들부들부들"
"와앗!! 아니 엄청나게 튀잖아 루나 짱 완전 고양이같이!!"
"거기에 있는 나리스가 나빠..."
"나 경칭 생략입니까!? 훈련병 루나 씨까지 경칭 생략입니까!?"
"루나 씨는 프라이빗에선 디아네 씨에게도 경칭 생략이니까요..."
"까다로운 언니인거야"
수증기의 저편에서 다른 사람들도 준비를 시작한 것 같다.
"앤디, 내 등도 씻어주겠는가"
"물론"
디아네 씨가 나에게 등을 보이며 일어섰다. 낸시 씨와 막상막하인 형태의 탄탄한 갈색 엉덩이다.
"젖가슴도 씻습니다."
"상관없지만, 너의 걸물은 씻어줄 수 없어. 역시 모랄 문제라서."
"뭐, 뭐 괜찮습니다"
바보, 같은 답을 예상하고 있었지만, 이건 이것대로 좋네.
밤. 오랜만에 간구이와 건조식(휴대식) 이외의 음식을 먹어서 기분 좋게 별채를 향해 걷고 있는데, 카를로스씨가 슥 나의 옆에 섰다. 흠칫했다. 이 사람은 조금 꺼림칙하다. 부인의 알몸을 제로 거리에서 보고 싶은 만큼 마음껏 보아버렸으니까.
"앤디군... 하나, 마음에 걸리는 일이 있는데, 물어도 괜찮은가"
"아, 예"
등을 펴 버렸다.
"너는 솔직히, 디아네를 창녀가 아닌가 생각하고 있지 않은가"
"...화내도 괜찮습니까"
"...괜찮지만, 우선은."
카를로스씨는 냉정했다.
"힐더 같은 굉장한 아이를 보자면, 아무래도 다크 엘프에 대해 이상한 편견이 생길 것 같아서.. 힐더는 확실히 어쩔 수 없다. 본인의 성격이 너무 자유롭고, 다크 엘프의 특기인 러브 매직을 많이 사용한다. 하지만, 디아네는 나름대로 퓨어한 아이다. 나는, 디아네에게는 알맞은 상대를 맺어주고 싶다."
"...디아네 씨가 퓨어한 사람인 것 정도는 잘 알고 있어요. 이래 뵈도 8년, 그 사람의 부하였으니까"
카를로스 씨가 한숨을 쉬었다.
"남자를 좋아하게 되는 것 자체가, 좀 심하게 늦은 감이 있지만, 역시 종족이 너무 다르다. 그것이 불행한 일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가?"
"...별로"
"능력도 생태도, 수명도 다르다. 너는 앞으로 50년 정도 살면 대단하지만, 디아네들은..."
"알고 있어요. 하지만, 좋아합니다... 내가 죽은 뒤에 어찌 될지는 모릅니다. 하지만, 과거를 추궁하는 것만으로도, 미래를 두려워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지지는 않겠지요. 좋아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 최대한 "지금"을 받아들이고, 내주고 싶다. 그것이 저에게 있어서의 전부입니다."
"......"
카를로스 씨가 씁쓸한 얼굴을 했다. 달은 이지러지기 시작했지만 아직 밝고, 나와 카를로스 씨 사이에 유연하지만 차가운 빛을 뿌렸다.
"너는 다른 사람 걱정만 하는구나, 카를로스"
"...낸시"
낸시 씨가 천천히 다가왔다.
"같은 것을 몇 번이나 들었을 텐데"
"읏"
에?...카를로스 씨가?
"아이도 낳을 수 없고, 손도 없고 다리도 없는, 추악한 여자 따위.. 그 오닉스의 총수에게는 어울리지 않는다. 이혼하고, 젊고 육신이 온전하고 마음씨 좋은 다크 엘프를 후처로 들이라고 몇 번이나 들었을 텐데"
"장난치지 마, 낸시. 너를 추악하다고 하는 자들이 나의 아군일까보냐. 나의 친구일까보냐."
카를로스 씨가 안경을 눌렀다. 평소의 조금 믿음직스럽지 못하지만, 진지하고, 잔걱정이 많은 성격이라는 인상이 사라졌다. 거기에 있는 것은, 조용히 분노를 태우는, 전신 디아네의 일족이다. 그렇게 불려도 손색이 없는 격렬한 것을 내보였다.
"너의 적은 나의 적이다."
"...카를로스. 그럼, 알 텐데... 아아, 너의 그 마음에는 이치도 결과도 필요없다. 그렇다면, 디아네나 앤디 군의 일도, 그렇겠지?"
"무슨 말이야"
"필요라는 건 그렇게 주제넘게 당연한 게 아니잖아. 너와 내가 그렇듯이, 마음뿐이야. 그 이외는 장식이다"
"...너까지 그런 말을 하는가"
카를로스 씨가 한숨을 쉬었다.
"...나도 여동생 걱정 정도는 시켜달라고. 그 애들, 정말 위험해보여서 어쩔 수가 없으니까"
"이제 손에 손을 잡고 모두 돕자, 라는 나이는 아니잖아. 가훈도 좋지만, 이제 성인이야"
"...하아, 뭐, 지금은 그걸로 됐다고 할까"
낸시 씨가 하나뿐인 눈으로 윙크...라고 할 만한 것을 했다. 카를로스 씨가 내게서 등을 돌렸다.
"아군은 지키고, 친구와 나누고, 손님은 대접하고, 적은 죽인다."
"......"
"우리 집의 가훈이다... 기억해 둬. 나는, 그것을 지키고 있다."
"예"
...아아, 역시 이 사람은 좋은 오빠겠지. 그러니까 나를 주시하고 있는 거겠지.
"그러니까 너의 내일 아침밥에 고기나 생선이 일절 없어도 그것은 특별히 적의가 아니야. 그저 짖궂은거다."
"...어쩌라는 겁니까"
"거기에 드레싱도 금지다."
"...카를로스, 너무 아이 같잖아"
"하지만 낸시! 저녀석은, 저녀석으은!"
...역시 이상한 오빠일지도 모르겠다.
세레스타 상국의 역사는 비교적 짧다. 건국에서 아직 200년도 지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건 비교하는 상대가 문제다. 건국 600년을 헤아리는 트롯이나, 7000년이라는 숫자가 어디까지 사실인지 엘프들조차 파악하지 못하는 아카스 왕국에 비하면 짧다, 는 얘기인거지, 화룡전쟁 이후 생겨난 나라도 많고, 더 최근에 생겨난 나라도 잔뜩 있다. 대부분의 정치조직은 수명이 300년이라고 하니, 젊다고 하기엔 좀 그런 것 같기도 하지만 거기는 그만두자. 어쨌든, 그 무렵 탈크 부근은 "러셀 사막연합체"라고 불리고 있었다. 도시국가 공동체의 일부였던 것이다.
사막을 포괄하는 세력권도 확보되지 않았던 연합체는, 당연히 물류에 큰 문제를 가지고 있었다. 해상은 라파르 제도에서 시작되는 해양국가의 독무대. 무역에는 큰 리스크나 코스트가 생겨난다. 육상도 엘프의 삼림령이라는 큰 벽에 막혀 있다. 지금은 세레스타의 일부지만, 당시에는 아직 어디에도 속해있지 않은데다 다크 엘프에 대해 차별 의식을 가지고 있던 것이 엘프들의 특징이었다. 교섭은 진행되지 않았고, 숲 근처에 함부로 무장 세력을 보낼 수도 없었다. 그렇게 되면, 장사 루트로써 중요하게 되는 것이 "캐러밴"이다. 사막을 횡단하는 대상단은, 우호적인 상대와의 무역에 있어 매우 큰 역할을 차지하게 된다. 하지만, 당시의 세레스타, 아니 연합체는 비룡이나 버드맨 같은 공중인력을 손에 넣지 못했다. 지도의 작성에도 소홀하기 십상이고, 캐러밴이 사막을 헤매다가 실종되는 일도 있었다. 사막의 교통을 담당한 것은 지리 지식은 물론, 별자리 보기나 생존술 등 책에 남겨지지 않은 지식을 쌓아 온 인간 일족이었고, 그들에게 의지하지 않고서는 왕래는 지극히 어려운 일이었다고 할 수 있었다.
"연합체의 주류는 다크 엘프나 오거였지만, 인간족인 그들만큼 사막에 자세한 자는 없었다. 그래서 그 인간족에게 그렇게 말해봤더니, 자신들의 권익을 지키는 데에는 완고해서. 결코 다른 종족에게 지식을 전하는 일은, 없었다. 몇 개의 루트와 보급지를 포괄하고, 매년 도적을 피하려는 명목으로 여기저기 걸음을 바꾸는, 집념이 깃든 것이었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마법이나 괴력 종족 사이에서 지위를 유지할 수 없다는 사정은 있었겠지만."
낸시 씨는 온화한 얼굴로 그렇게 이야기했다.
"즉, 그 상처는 도적들과 싸우다가...?"
"그렇게 서두르지 마라. 천천히 뜨거운 물로 씻으며 노인의 옛날이야기를 듣는다. 심심풀이 취미를 서둘러서야 풍류가 없지."
"뭐, 뭐 그럴 지도 모릅니다만"
낸시 씨가 앉는 걸 도와준 관계로, 나는 어깨가 접촉할 것 같은 거리에 있었다. 약간 흉터가 아파보이기는 해도 미녀인 건 틀림없는 낸시 씨와, 그 낸시 씨의 손이 닿는 거리를 고려하고 있는지 바로 근처에 앉아있는 노르 씨. 수증기로 시야가 좁아져서, 가장 잘 보이는 범위에, 가장 손대선 안 되는 두 명의 나체가 늘어선 상황을, 마음이 불편하다고 하는 것이다.
"불편해 보인다.. 그런가, 흉터가 자극적인가."
간파했다는 듯 말하는 낸시 씨. 곁눈질로 나를 엿보았다.
"흉터보다 젖가슴이 조금"
즉답하는 나의 하반신을, 낸시 씨가 살짝 흘겼다.
"이런... 사실인가. 과연 과연, 나도 아직은 살아있다는 건가."
"새언니!"
"새언니도 정말. 인간이 보면 200살도 600살도 그렇게 다르지 않아요. 그런 노처녀 얼굴 하지 말아요"
"아니 아니, 이런 몸인데도 솔직하게 유두 쪽에 눈길이 간다니, 꽤 좋은 시동생 아닌가"
뭔가 말해야 하나. 시동생으로써. 하지만 손이나 다리 정도는 나도 체험했었다. 네이아 덕에 흉터 많은 몸에도 비교적 익숙해져 있다. 그것이 신경쓰여 엉큼한 부분에 집중할 수 없다, 라는 일은 없다.... 수비범위 넓어졌구나, 나.
"뭐, 보고 싶다면 좋을 대로 봐도 괜찮아. 하지만 이래 뵈도 카를로스의 아내다. 실전 상대는 디아네로 참아 줘.... 어디까지 이야기했더라"
"캐러밴의 안내인들이 비밀주의였다는 곳까지..."
"그런가, 응. 그럼, 거기부터"
한번 발을 들이면 많은 괴물들이 덮치는 대미궁이 지하에 있고, 샌드 웜이나 도적도 발호하는 황량한 사막. 안내인의 기술이 확실해도, 굴강의 호위는 불가결하다. 에이스 나이트란, 그런 캐러밴의 호위 중에 태어난 칭호라고 한다. 소중한 캐러밴의 호위 전사를, 봉건국가의 정예 호위병에 빗대어 기사라고 칭했다. 하지만, 그들도 때로는 1개월 이상 걸리는 캐러밴 이동에 모티베이션이 잘 유지되지 않는다. 유사시에 대비해 쓰고 있는데, 방심한 호위라는 것은 데드 웨이트에 지나지 않는다. 그래서 캐러밴에서는 그 호위 임무에서 가장 공적이 컸던 인물을 수송 후에 선정해 추가 보수를 지불하기로 했다. 그 우수한 자들의 별칭이 "에이스" "나이트"였다. 지금도 세레스타에서 군대를 그만둔 사람들에게도 그 칭호가 박탈되는 경우가 결코 없는 것은 이 때문이다. 본디 용병을 칭찬하기 위한 칭호다. 아무리 썩어 더러워져도, 그 이름이 사라지는 일은 있어서는 안 된다. 그리고 낸시 씨는 당시, 에이스 나이트 표창을 몇 번이나 받은 놀라운 실력의 호위였다고 한다.
"그때당시 대상인으로써 유명했던 시아버님의 그늘에 가려져 있었다고는 해도, 카를로스도 캐러밴을 통솔하는 한 명의 상인. 그 가족이 몇 번이나 에이스 나이트라고 일컬어졌으니, 뒷말이 없지는 않았다. 뭐, 그런 이유로 트집을 잡는 놈들은 때려눕혔지만. 그 무렵엔 혈기가 많았다."
...디아네 씨 가문은 남자가 견실하고, 여자는 흥분하는 성격이라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아직 어렸을 때, 호신술을 가르쳐 준 게 새언니와 첫째 어머님이었다"
디아네 씨가 자랑스레 말했다.
"그만 그만. 지금은 일족은 고사하고 탈크를 뒤져봐도 너와 필적하는 자 따위도 없다, 라는 "전신"의 입이 열리면... 내 옛 자만 이야기도 유감이 되어버리니까."
"전신이라는 이름도, 새언니와 연관되어 있다고 들었던 적도 있습니다"
"별명이 많았을 뿐이야. 탈크의 마녀라던가, 흑룡의 송곳니라던가 모래폭풍이라던가, 그 밖에도 여러 가지가 있었다"
...잘은 모르겠지만, 이 사람 상대로 섣불리 나서서는 안 되는 것만은 이해했다.
그리고 그렇게 야만적이고 불안하던, 그러나 누구나 활력이 흘러넘치게 살아가던, 400년 정도 전. 캐러밴 하나가, 모래폭풍으로 뿔뿔이 흩어져버렸다.
그 후, 흩어져 귀환해야 했던 캐러밴 200명 중, 탈크까지 생환한 자는 71명. 그 중에, 낸시 씨는 없었다.
"잠깐 기다려보세요"
"뭐야"
"생환...하지 못했다, 인겁니까?"
"못 했다."
낸시 씨는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다.
"사막에서 고립되면 살아 돌아오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모래폭풍이 지나가면 풍경이 변한다. 방위를 특정하는 것도 지난하다. 하루가 지나 태양으로 방향을 정해도, 극단적인 온도 차이에 말라붙는데, 거기에 신기루가 냉정한 사고능력을 빼앗는다."
"......"
아니, 뭐 이론은 알고 있는데, 그럼 여기 있는 낸시 씨는 누구입니까, 라는 거죠... 가만히 생각에 잠긴 모습으로 낸시 씨의 유두를 보고 있는 내게 미소짓고, 낸시 씨는 속삭였다.
"여기서 첫 번째의 자만 이야기다....지금, 다크 엘프 사회에서 커먼(common)화된 대(對)사막 주문 중 몇 개는, 그 때 내가 만들었다."
"...마법"
그런가. 보통 인간이라면, 그 상태가 되면 끝이다. 하지만 다크 엘프인 낸시 씨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다소 가혹한 환경은 마법으로 상당한 정도까지 극복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모래를 태우는 마법, 전방위로 빛을 차단하는 구체 환영, 그리고 신기루를 판별하는 마법, 땀의 수분을 흘리지 않고 그릇에 모으는 자동술식. 이 정도는 지금도 보물로 여겨지고 있다지"
"...그래서, 돌아왔다는 소리네요"
"아니, 그러니까 돌아오지 못했다... 모래폭풍 속에서, 샌드 웜에게 다리를 먹혔다"
낸시 씨는 자신의 다리를 가리켰다.
"덕분에 기듯이 이동할 수밖에 없었다... 너는 틀림없이, 작년 다리 하나가 잘려나갔다지. 그 상태로 지평선을 향해 걸어갈 용기가 있는가?"
"...무리입니다"
절대 무리. 목발이 있으면 천천히 이동할 수 있지만, 작열하는 사막에서 목적지도 없이 전진하는 것은 무모일 뿐이다.
"뭐 그런 이유로, 섣불리 움직이면 나는 거기서 뼈가 되었을 거다.. 하지만, 그때엔 나도 야무져서, 더럽게 살아남았다. 한쪽 발과 교환해 때려눕힌 샌드 웜을 역으로 먹으면서, 어떻게든 사막에 외따로 떨어져 있던 오아시스에 간신히 도착했다... 거기서, 도움을 기다리며 지냈다. 2년 정도."
"2년!?"
...그렇다면 생환자로 꼽히지는 않는다.
"한쪽 눈은 그 2년 사이에 모래바람으로 안 보이게 되었다. 전사 계급이었던 덕에 의술과는 거리가 멀었거든. 돌에 부딪혀 상처입고, 손쓰지 못한 새 실명했다... 그리고 한쪽 팔은, 아무래도 음식을 확보할 수 없었을 때 먹었다."
"...먹어..."
"하하하...어쩔 수 없었으니까 말이야. 다리를 더 이상 줄이면 의족을 달아도 걸을 수 없다. 걸을 수 없는 것보다는 외팔이 쪽이 아직 어떻게든 할 수 있다... 아, 그 때에 오아시스 옆에 있던 나무로 수제 의족을 만들고 있었다. 지금의 이것보다 훨씬 조잡한 것이었지만."
그리고.
"나의 생존은 절망적이다.. 라고 할 때, 느닷없이 그 오아시스에 사람이 나타났다... 아니, 정말 느닷없었다. 주위 수 킬로에 보이는 것은 모래뿐인 곳에서 어떻게 나타났는지, 나조차도 모른다. 하지만, 그녀는 나에게 어깨를 빌려주었고, 캐러밴이 다니는 길까지 바래주었다. 마침 지나가던 캐러밴에 카를로스가 타고 있었다.... 카를로스는, 내가 태어나면서부터 만나 왔지만... 그 녀석의 울음을 본 건 그 때뿐이었다."
"그 느닷없이 나타난 사람은, 누구였습니까?"
다크 엘프의 도시에는 어둠이 있다. 내가 만났던 적은 없지만, 이전 렌네스트에서 이 근처 출신의 암살자와 디아네 씨가 싸워버리게 되었다고도 하고, 혹시나 그런 조사를 위해 특수하게 훈련된 카를로스 씨의 비밀조직이 아닐까, 그런 결말을 기대했지만.
"나타났을 때처럼 느닷없이 사라졌어... 무엇이었을지 지금도 궁금해. 혹시 정령이었을지도 몰라. 그렇다면, 나는 정령에게 이용될만한 가치가 있었던 걸까, 하고 상상하지만."
...세레스타에서는 정령을 섬긴다. 하지만, 정령은 아직 실존이 확인되지 않았고, 그저 사실이라면서 전해지는 애매한 존재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니까, 사실이라면 웃어 넘겨야 하는 대목이다. 하지만,
"...뭐야, 웃지 않는 거니. 이 이야기를 하면 대개 노인이 수상한 미신을 믿는다고 시형제들이 모두 웃는데."
"....정령이 아니라 해도 도와준 사람이 있다면 됐잖아요. 게다가, 낸시 씨, 아직 정령이라고 믿고 있죠"
"응... 알아챘나"
"예. 어쩐지, 그런 분위기라."
성수도 마신도 실재한다. 그렇다면 정령도 어딘가에 있어도 이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나의 추측으로는 아마 주위와 사이가 너무 좋아서 공연히 참견하고 다녔다는 드래곤 팰리스, 즉 라이라의 동료 중 누군가라고 생각하지만. 몇 백 마리나 있었다면 한 마리 정도 사막의 오아시스에서 혼자 도움을 기다리던 낸시 씨를 찾아냈을 것이다. 드래곤인 채로 도우러 가면 곤란하니 그 고도의 환영과 인간의 몸을 사용해 낸시 씨를 구하러 갔으리라... 정말 억측에 지나지 않지만.
"덕분에 지금도 이렇게 건강하다... 하지만, 아쉽게도 그 무렵의 무리가 원인이 되어 자식을 낳을 수 없는 몸이 되어버렸다."
"!"
깜짝, 놀랬다. 그것은, 나의 여자들 모두가 무서워하는 것이었다. 물론, 나도.
"시누이의 푸념이라고 생각해도 좋아... 언제 무엇이 일어날지 몰라. 나는 에이스 나이트라고 불리며 뽐내고 있을 때, 아직 아이를 밸 시기가 아니다, 아직 아이를 기를 시기가 아니다...같은 소리를 하는 사이 이렇게 되어버렸다... 디아네는 그런 생각 하지 않았으면 하니까. 지금에서야 굉장히 후회하고 있어. 나를 위해 그렇게 울어 준 카를로스에게 아이를 줄 수 없는 걸."
"...예"
무거운 한 마디.
"말할 것도 없지만, 이번 특별임무를 끝내면 앤디의 아기 쑥쑥 낳을 거니까 말이야"
디아네 씨가 애써 밝게 말했다. 노르 씨도 밝은 목소리로 끼어들었다.
"힐더 언니는-? 만들어버려? 사랑 빼앗아버려?"
"...뭐, 뭐... 그... 가능하다면 뭐, 신랑씨한테는 미안하지만 어쩔 수 없을지도라던가"
작년이라면 단호히 "신랑과 행복하게"라고 할 수 있었겠지만, 최근에는 그 결의도 조금 흔들리고 있다. 그 사람이 상당히 진지하게 아이를 가지고 싶어 한다는 것을 느끼고, 게다가 자유분방하고 적당적당한 사람 같지만 상당히 성실한데다 배려도 있으니. 뭣보다 음란하고. 뭐 그건 제쳐두고.
"자, 슬슬 좋을 정도로 데워졌다. 오랜만이네, 온천까지 온 건. 기분 좋은데"
슥, 하고 일어서는 낸시 씨. 눈앞에 탄탄한 엉덩이가 와 깜짝 놀랐다.
"에, 기다려요 벌써 나갑니까 저 아직 머리 감는 중인데요!"
"이래저래 만끽하고 있었던 거군요 나리스 씨"
"라이라 언니, 씻어주는거야"
"호, 부탁한다"
"부들부들부들"
"와앗!! 아니 엄청나게 튀잖아 루나 짱 완전 고양이같이!!"
"거기에 있는 나리스가 나빠..."
"나 경칭 생략입니까!? 훈련병 루나 씨까지 경칭 생략입니까!?"
"루나 씨는 프라이빗에선 디아네 씨에게도 경칭 생략이니까요..."
"까다로운 언니인거야"
수증기의 저편에서 다른 사람들도 준비를 시작한 것 같다.
"앤디, 내 등도 씻어주겠는가"
"물론"
디아네 씨가 나에게 등을 보이며 일어섰다. 낸시 씨와 막상막하인 형태의 탄탄한 갈색 엉덩이다.
"젖가슴도 씻습니다."
"상관없지만, 너의 걸물은 씻어줄 수 없어. 역시 모랄 문제라서."
"뭐, 뭐 괜찮습니다"
바보, 같은 답을 예상하고 있었지만, 이건 이것대로 좋네.
밤. 오랜만에 간구이와 건조식(휴대식) 이외의 음식을 먹어서 기분 좋게 별채를 향해 걷고 있는데, 카를로스씨가 슥 나의 옆에 섰다. 흠칫했다. 이 사람은 조금 꺼림칙하다. 부인의 알몸을 제로 거리에서 보고 싶은 만큼 마음껏 보아버렸으니까.
"앤디군... 하나, 마음에 걸리는 일이 있는데, 물어도 괜찮은가"
"아, 예"
등을 펴 버렸다.
"너는 솔직히, 디아네를 창녀가 아닌가 생각하고 있지 않은가"
"...화내도 괜찮습니까"
"...괜찮지만, 우선은."
카를로스씨는 냉정했다.
"힐더 같은 굉장한 아이를 보자면, 아무래도 다크 엘프에 대해 이상한 편견이 생길 것 같아서.. 힐더는 확실히 어쩔 수 없다. 본인의 성격이 너무 자유롭고, 다크 엘프의 특기인 러브 매직을 많이 사용한다. 하지만, 디아네는 나름대로 퓨어한 아이다. 나는, 디아네에게는 알맞은 상대를 맺어주고 싶다."
"...디아네 씨가 퓨어한 사람인 것 정도는 잘 알고 있어요. 이래 뵈도 8년, 그 사람의 부하였으니까"
카를로스 씨가 한숨을 쉬었다.
"남자를 좋아하게 되는 것 자체가, 좀 심하게 늦은 감이 있지만, 역시 종족이 너무 다르다. 그것이 불행한 일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가?"
"...별로"
"능력도 생태도, 수명도 다르다. 너는 앞으로 50년 정도 살면 대단하지만, 디아네들은..."
"알고 있어요. 하지만, 좋아합니다... 내가 죽은 뒤에 어찌 될지는 모릅니다. 하지만, 과거를 추궁하는 것만으로도, 미래를 두려워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지지는 않겠지요. 좋아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 최대한 "지금"을 받아들이고, 내주고 싶다. 그것이 저에게 있어서의 전부입니다."
"......"
카를로스 씨가 씁쓸한 얼굴을 했다. 달은 이지러지기 시작했지만 아직 밝고, 나와 카를로스 씨 사이에 유연하지만 차가운 빛을 뿌렸다.
"너는 다른 사람 걱정만 하는구나, 카를로스"
"...낸시"
낸시 씨가 천천히 다가왔다.
"같은 것을 몇 번이나 들었을 텐데"
"읏"
에?...카를로스 씨가?
"아이도 낳을 수 없고, 손도 없고 다리도 없는, 추악한 여자 따위.. 그 오닉스의 총수에게는 어울리지 않는다. 이혼하고, 젊고 육신이 온전하고 마음씨 좋은 다크 엘프를 후처로 들이라고 몇 번이나 들었을 텐데"
"장난치지 마, 낸시. 너를 추악하다고 하는 자들이 나의 아군일까보냐. 나의 친구일까보냐."
카를로스 씨가 안경을 눌렀다. 평소의 조금 믿음직스럽지 못하지만, 진지하고, 잔걱정이 많은 성격이라는 인상이 사라졌다. 거기에 있는 것은, 조용히 분노를 태우는, 전신 디아네의 일족이다. 그렇게 불려도 손색이 없는 격렬한 것을 내보였다.
"너의 적은 나의 적이다."
"...카를로스. 그럼, 알 텐데... 아아, 너의 그 마음에는 이치도 결과도 필요없다. 그렇다면, 디아네나 앤디 군의 일도, 그렇겠지?"
"무슨 말이야"
"필요라는 건 그렇게 주제넘게 당연한 게 아니잖아. 너와 내가 그렇듯이, 마음뿐이야. 그 이외는 장식이다"
"...너까지 그런 말을 하는가"
카를로스 씨가 한숨을 쉬었다.
"...나도 여동생 걱정 정도는 시켜달라고. 그 애들, 정말 위험해보여서 어쩔 수가 없으니까"
"이제 손에 손을 잡고 모두 돕자, 라는 나이는 아니잖아. 가훈도 좋지만, 이제 성인이야"
"...하아, 뭐, 지금은 그걸로 됐다고 할까"
낸시 씨가 하나뿐인 눈으로 윙크...라고 할 만한 것을 했다. 카를로스 씨가 내게서 등을 돌렸다.
"아군은 지키고, 친구와 나누고, 손님은 대접하고, 적은 죽인다."
"......"
"우리 집의 가훈이다... 기억해 둬. 나는, 그것을 지키고 있다."
"예"
...아아, 역시 이 사람은 좋은 오빠겠지. 그러니까 나를 주시하고 있는 거겠지.
"그러니까 너의 내일 아침밥에 고기나 생선이 일절 없어도 그것은 특별히 적의가 아니야. 그저 짖궂은거다."
"...어쩌라는 겁니까"
"거기에 드레싱도 금지다."
"...카를로스, 너무 아이 같잖아"
"하지만 낸시! 저녀석은, 저녀석으은!"
...역시 이상한 오빠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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