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황(恐皇) 5부 <새로운 시대> Part 3-24편
[샨달라 3총사] 중 두명인 이쓰미라와 헬샤라는 그리 많지 않은 [처녀파]의 뉴페이스로, 자매의 맏이인 델로나와는 터울이 좀 있는 연년생 자매다. 그녀들은 겉모습만으로 보자면 길고 검은 생머리를 사랑스럽게 길러 늘어뜨린, 전형적인 [미소녀]로 얼핏 보면 쌍동이라고 착각할 정도로 외모까지 비슷했는데, 헬샤라는 감청색, 이쓰미라는 검은색의 눈동자를 가지고 있어 그것으로 쉽게 구분할 수 있었다.
샨달라 자매들이 모두 그렇지만, 그녀들도 부친의 원수를 갚기 위한 행동으로 세상에 엄청난 해악을 끼친 것을 자각한 후 제멋대로이던 언행도 성격도 점차 신중해졌고, 부친이 가르쳐준 마법을 버린 대신 와우킨 휘하에서 슈발츠를 신앙하며 마음의 안정을 찾았다. 이제 그 잘못의 뒷정리도 끝나고 마음도 홀가분해진 그녀들은 슈발츠의 노예로써의 새로운 삶에 그지없이 만족하며 잘 살아가는 중이었다.
그녀들은 [그 사건]이 벌어진 날도 둘이서 사이좋게 목욕장에서 목욕을 하던 중이었다. 슈발츠의 궁전의 방어가 뚫렸다는 비상 신호가 울렸을 때, 그녀들은 선배 노예들 만큼은 아니지만 나름 침착하게 대처했다. 전투용 장비들을 챙기고 모든 노예가 모일 수 있는 분수대 앞에 모인 것이다. 하지만 두명이 분수대 앞에 도착했을 때 그녀들을 기다린 것은 젤라노라 한명 뿐이었다.
" 젤라노라 언니! "/이쓰미라들
" 아 미쓰미라, 헬샤라, 무사했구나! "/젤라노라
슈발츠와 텔레파시 연락이 닿지 않은 상태에서, 젤로나가 비치해 둔 전투용 고렘들이 깨어나서 침임자를 맞아 싸우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곧이어 칼라드네이가 등장했다.
" 성을 나가자, 어서! "/칼라드네이
" 칼라드네이 언니? "/젤로나들
" 그가... 그가 모운더의 심장을 가지고야 말았어, 내가 그렇게 경고했는데 유혹에 진거야. "/칼라드네이
[그]가 누구인지는 단박에 알 수 있었다. 칼라드네이를 ㅤㅉㅗㅈ아 나타났기 때문이다.
" 베나레스! "/젤라노라
" 베나레스, 이런 밀은 멈추세요! "/칼라드네이
" 스승님, 그 악마같은 슈발츠에게서 해방시켜 드리려는 겁니다. "/베나레스
" 그분은 당신의 은인이에요! "/칼라드네이
" 아니오, 은인이 아닙니다! 그는 아버지의 원수를 도망치게 만든 악인입니다. 게다가 스승님도... 그는 우리를 속였어요! 용서할 수 없습니다! "/베나레스
베나레스의 눈동자는 피처럼 붉어져 있었고, 손에는 저서림의 대거가 들려 있었다. 공간이 일그러지는 듯한 빠직거리는 소리가 끊임없이 그의 주변에서 터져나오고 있었고, 그 주변으로는 검붉은 아지랑이 같은 오라가 은근하게 소용돌이 치고 있었다. 모운더의 심장을 [먹어 치워] 신적인 에센스를 자기 몸으로 받아들인 결과로 신적인 힘이 그의 전신에 넘치고 있었던 것이다.
" 당장은 그가 없으니 일단 스승님부터 내것으로 만들기로 하죠. "/베나레스
" 허튼 소리! "/젤라노라
젤라노라가 일갈하면서 허공에 마법진을 그렸다. 이즈음 그녀의 마법 실력은 ㅤㅅㅠㄴ 7세로부터 이어받은 마법들 모두를 자신의 것으로 소화할 수 있을 정도가 되어 있었는데, 지금 사용한 마법도 ㅤㅅㅠㄴ 7세가 사용하던 소환마법 중 하나였다.
허공에서 키가 3m에 이르는 거대한 인간의 백골 모양이 나타났는데, 그것은 뒤가 비쳐 보일만큼 투명했다. 그리고 그 손이 있어야 할 자리에는 날카로운 뼈 갈퀴가 달려 있었다. 백골 거인이 그것을 휘둘러 베나레스를 쳐 내려 오자, 그의 붉은 눈에 비웃음이 걸렸다.
" 지금의 나는 신이야. 이따위 잔재주가 통할 것 같은가! "
퍼엉!...
손짓 한번에 백골 거인의 환영이 가루가 되어 사라지고, 강력한 충격파가 분수대 일대를 뒤덮었다.
" 아아악!... "
젤라노라가 반발력에 얻어맞아 피를 뿌리고 날아갔고, 샨달라 자매들도 강렬한 폭풍의 여파로 주춤거리며 뒤로 물러서는 동안, 칼라드네이가 사용한 얼음창 주문이 다시 베나레스 주위의 결계에 격돌해 섬광과 함께 사라졌다. 그녀에게도 반발력이 가해ㅤㅈㅕㅅ지만, 젤라노라와 달리 칼라드네이는 그것을 버텨 냈다.
" 구제할 수 없는 지경까지 이르기 전에 포기하면 ㅤㄷㅗㅎ았을 것을... "/칼라드네이
" 당신을 구제하려는 거야, 그걸 왜 모르나! "/베나레스
베나레스가 단검을 쥔 손을 칼라드네이에게 향하자, 공간을 비트는 것이 눈에 보일 정도로 강력한 힘의 파동이 그로부터 일어나 칼라드네이를 향해 갔다. 판석으로 깔아놓은 태이산 대리석와 베이어터산 청옥으로 이뤄진 모자이트 장식이 순식간에 가루가 되어 흩날리며 칼라드네이를 덮쳤지만, 놀랍게도 그녀의 방어 결계는 그것을 받아넘겼다.
" 날 [구제]하기에는 힘과 경험이 모자른성 싶군요 베나레스. "/칼라드네이
" 그건 내가 메꾸어 줄 수 있지... "/음흉한 목소리
목소리가 난 쪽으로 여자들이 시선을 돌리자, 한 훤칠한 엘프 남성과 일단의 어비스 출신 악마들이 무리를 이루어 대광장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젤라노라는 물론이고 헬샤라와 이쓰미라조차 그것이 변장이라는 사실을 간파할 수 있었는데, 겉모습은 엘프일지 모르나 그의 몸 주변으로 어비스의 사악한 파동이 흘러넘쳤기 때문이다.
젤로나가 포션을 마시고 몸을 일으키는 동안, 헬샤라와 이쓰미라는 그 엘프의 손짓에 의헤 우르르 몰려나온 하급의 악마 무리를 상대로 싸우기 시작했다. 그녀들도 슈발츠의 노예이자 와우킨이 직접 가르친 클레릭 다운 솜씨로 첫 공세를 맞아 훌륭하게 싸웠으나, 물리치면 물리칠수록 점점 더 많이 몰려나오는 악마들의 무리에 서서히 압도당했다.
" 아악!... "/이쓰미라
" 이쓰미라!... 아윽!... "/헬샤라
가장 먼저 이쓰미라가 악마 부대의 장교격인 브록의 공격을 피해내지 못하고 허벅지와 가슴에 강렬한 일격을 맞아 나가떨어졌고, 거의 한계에 이르러 있던 헬샤라도 곧바로 퀘시트 무리들에게 덮쳐졌다. 곧이어 젤라노라가 주문을 사용해 그것을을 물리쳐 냈지만, 그녀는 물론 샨달라 자매 두명의 부상은 가볍지 않았다. 그리고 칼라드네이도 서서히 베나레스와 맞서 수세에 몰리는 중이었다. 그 광경을 내려다보며 엘프 청년은 이죽거리며 웃었다.
" 어비스로의 차원 문이 열리고 순간이동은 금지되었다... 여기는 이제 우리 차지야. 신이라도 와서 개입하지 않는 이상엔... 네녀석들의 몸은 맛있겠군. "
부상당한 여자들을 내려다보는 엘프의 붉은 눈이 식욕과는 다른 빛으로 번들거렸다. 여쟈들은 절망적인 상황이었다. 허나 갑자기 들려온 목소리 하나가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 그거 듣던중 반가운 소리군. "/와우킨
" 음?... "/음흉한 목소리의 엘프
펑!...
퍼버벙!...
퍼벙!...
어디선가 눈부신 금화의 무리가 나타나 한번 장내를 휩쓰는가 싶더니, 악마들의 머리가 폭죽 터지듯이 터져 나갔다. 그리고 아직 악마들이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지 몰라 어안이 벙벙해 있는 사이에, 그 금화의 무리는 한곳에 멈추어 눈부시게 빛난 후 한 귀부인의 형태를 갖추었다. 다름아닌 와우킨의 등장이었다.
" 뭐...뭐냐. 어째서 여신이 여기에... "/음흉한 목소리의 엘프
" 너, 여기가 어딘줄은 알고 쳐들어 온거니?... "/와우킨
분수 광장은 이미 데바들과 솔라들로 포위되어 있었고, 그등의 무기에는 처리해 온 악마들의 피가 흥건하게 묻어 있었다.
슈발츠의 공중 궁전이 워낙 넓기도 넓었거니와, 베나레스는 한번도 성을 [나가]본 적이 없었다. 다만 이곳이 슈발츠만의 준차원이라는 사실만 어렴풋이 알고 있었을 뿐. 때문에 그를 홀렸던 악마들 역시 그런줄만 알고 일을 꾸몄던 것이다. 하지만 슈발츠의 [준차원] 자체는 브라이트 워터 차원의 상공에 떠 있었고, 아무리 방어 결계가 두텁다 한들 와우킨은 출입이 허가되어 있는 소수 중 하나였기에 전혀 문제될 것이 없었다.
" 브라이트워터로의 차원문이 열리고 순간이동은 금지되었다. 여기는 다시 내 차지야. 일단 청소는 좀 해야겠지만. "/와우킨
곧이어 솔라들 사이로 슈발츠도 도착했다.
" 주인님! "
칼라드네이가 슈발츠를 가장 먼저 알아보고 달려가서 안겼다. 그리고 슈발츠는 비틀거리면서 간신히 서 있는 젤라노라에게 가서 그녀를 끌어안아 주었다.
" 동생들을 지키느라 고생했구나. 늦게 와서 미안하다. "/슈발츠
" 아닙니다. 와주신 것만으로도 저는... "/젤라노라
감격으로 말을 잇지 못하는 젤라노라. 슈발츠는 곧이어 치명상을 입은 헬샤라와 이쓰미라를 내려다 보았다. 그녀들도 슈발츠를 알아보고 눈에 반가운 빛을 띄었지만, 그 눈빛은 점점 꺼져가고 있었다. 그녀들도 일으켜서 쓸어안아 준 후, 슈발츠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 그래, 이 모든 일의 원인 제공자는 누구지? "/슈발츠
" 제가 생각하기엔 저자 같습니다만. "/와우킨
와우킨은 사악한 오라를 풀풀 내 뿜고 있는 엘프를 지목했다. 그 옆에 주춤거리고 서 있는 베나레스에게도 한번 시선이 갔다.
" 네 부친은 위대한 전사였다. 그리고 나는 그분의 이름을 더럽히지 말라고 네게 충고했었지... "/슈발츠
" 가증스러운 위선자! 부친의 원수를 풀어준 일은 뭐라고 설명할건가? "/베나레스
" 대신 그놈의 주머니를 털어서 샤마스를 샀지. 때가 되면 샤마스는 너희 남매들의 것이 될 예정이었다. 복수는 그때 해도 늦지 않아. "/슈발츠
" 말도 안돼는 소리!... "/베나레스
베나레스가 크게 외치자, 신성한 힘이 응축된 힘의 파동이 그의 몸으로부터 퍼져 나왔다. 다시 한번 분수 인근의 판석들이 그 파동에 휩쓸려 들썩거렸지만, 와우킨은 물론 슈발츠도 눈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그는 다시 품 안의 칼라드네이를 내려다보며 한숨을 쉬었다.
" 네 이야기를 그대 귀담아 들었어야 하는데... 내 실수다. "/슈발츠
" 그가 자신을 잃은 것은 그의 책임이지 주인님의 실수가 아니십니다. "/칼라드네이
" 그리 말해주니 고맙군. 그럼 이제 우리 차례인가? "/슈발츠
" 그렇습니다. "/와우킨
슈발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칼라드네이가 부상당한 노예들을 데리고 뒤로 물러서는 동안, 그는 두 손을 모아 앞으로 밀어내고 목을 꺾으며 워밍업을 했다. 마치 아침 운동 삼아 나온 듯한 그 여유로운 모습에서는 어떤 분노도 조급함도 느껴지지 않을 정도였다.
그리고 다음 순간, 베나레스와 음흉한 목소리의 엘프는 자신들이 한꺼번에 다른 장소로 이동되었음을 깨달았다. 그것은 지붕이 덮혀 있는 거대한 원형 광장이었는데, 어딘가의 지하로 보였다.
" 싸우기엔 장소가 협소해서 말이지. 이러는 편이 너도 마음껏 실력 발휘를 할 수 있지 않냐? "/슈발츠
" 그렇지. 뭘 좀 아는군. "/음흉한 목소리의 엘프
자연스럽게 슈발츠는 엘프를, 와우킨은 베나레스를 담당하게 되었다.
와우킨은 수세로 일관했다. 아무리 그래도 슈발츠의 [양자]격인 베나레스니만큼 기회를 주는 편이 좋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베나레스의 공격은 와우킨에게는 전혀 통하지 않았으니 그녀가 치명타만 날리지 않는다면 문제될 것이 없었다.
한편, 엘프의 정체는 어비스의 헬파이어 드레이크인 카라고스였다. 그라즈트의 부관격인 이 지옥의 용은 슈발츠가 마왕을 쳐죽이거나 신살(神殺)을 한 적이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 많은 드래곤들이 그렇듯이 자신감 과잉인 이 드래곤은 와우킨의 개입만 없다면 슈발츠와 해볼만 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것이 가장 큰 실수가 되었다. 만약 그 드래곤이 와우킨이 왜 슈발츠에게 존대를 하는지 알았다면, 결코 슈발츠와 맞서려 들지 않았을 것이다.
선공은 헬파이어 드레이크가 뿜어내는 지옥의 불길로부터 시작되었다. 하지만 그것은 슈발츠 앞에서 두 갈래로 갈라져서 그의 주변에조차 미치지 못했다. 이어서 시작한 마법 공격 역시 슈발츠는 팔짱을 끼고 가만히 지켜봤을 따름이다.
" 이 무슨 괴물이... "
그제사 뭔가 잘못되었다는 사실을 깨달았지만, 슈발츠의 비웃는듯한 웃음 때문에 카라도스는 마지막으로 도망갈 기회(그건것이 있지는 않았지만, 어쨌던)를 놓쳤다.
" 어디 이것도 버틸 수 있는지 보자고! "
돌진해 오면서 머리와 앞발, 드리고 날개와 꼬리치기까지 포함된 풀 세트의 공격을 선보인 카라도스. 앞발목에 둔중한 충격이 왔기 때문에, 그는 맞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슈발츠는 검고 하얀 두자루의 빛의 캉을 꺼낸 상태에서 그를 올려다 보았을 뿐이다.
" 뭐야...왜 안죽지?... "/카라도스
" 니가 죽을 거니까. "/슈발츠
그제사 무언가 잘못되었다고 느낀 카라도스는 시선을 내린 지점에서 자신의 앞발이 사라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자신이 슈발츠를 [쳤다]고 생각했을 때 이미 슈발츠의 빛의 칼들이 그의 앞발을 썰어냈던 것이었다. 그리고 슈발츠는 그 칼마저 다시 집어 넣고는 돌아섰다. 돌아서는 그의 등 뒤에 서 있던 카라도스의 전신에 [금]이 그어지기 시작하고 있었다.
스르륵.... 우르르....
큰 소리는 아니었다. 하지만 그것으로 충분했다. 카라도스의 거체는 잘 다진 고기 경단처럼 보기 좋게 잘게 썰려서 무너져 내렸다. 그 드래곤의 잘린 눈에 남은 불신의 빛으로 미루어 볼 때, 그는 끝까지 자신이 죽는다고 생각하지 않은 모양이었다.
" 교대 하지. "/슈발츠
" 네. "/와우킨
쉬지도 않은 채로 슈발츠는 그동안 베나레스의 공격을 받아 주고 있던 와우킨과 교대했다.
" 둘 다 한꺼번에 덤벼! 누굴 놀리냐! "/베나레스
" 그래, 널 놀리는 거다. "/슈발츠
" 크아악!!! "/베나레스
베나레스가 괴성을 지르며 달려들어 슈발츠에게 주먹을 휘둘렀다. 이미 모운더의 영기에 육신을 잠식되기 시작한 그의 신체의 형태가 무너지고 있었기에, 그 주먹은 끈적한 진흙으로 이뤄진 토석류 공격을 수반했다.
퍼억!...
슈발츠는 방어 결계도 불러일으키지 않고 그것을 맞았다. 와우킨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고 그의 고개가 약간 돌아갔지만, 그 이상은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혼신의 힘을 담은 공격이 방어도 하지 않은 슈발츠에게 먹히지 않는 것을 본 베나레스의 표정이 일변했다.
" 너... 너... "/베나레스
" 솔라우페인의 아들이여, 내가 잘못한 댓가는 방금 치른거 같으니까, 이제 좀 맞자. "/슈발츠
슈발츠의 오른손이 빛에 감싸인 후, 젤롯 5호기의 손 부분이 그의 팔꿈치 아래를 덮었다. 맨손으로 치면 즉사할 수도 있었기 때문에 일종의 [글러브]를 착용한 셈이다. 그리고 그 주먹이 내리 꽂히자, 푸르뎅뎅하게 부풀어 올라 있던 베나레스의 얼굴 왼쪽이 폭음과 함께 [터지면서] 그의 몸이 반대방향으로 수십미터를 날아가 다시 그만큼 바닥을 굴렀다.
" 컥... 쿠... 쿨럭!... "/베나레스
" 일어나, 아직이다. "/슈발츠
한참을 바닥을 구르다가 간신히 멈춘 베나레스는 대량의 피와 이빨조각을 뱉어 냈다. 시원자의 힘으로 보호받고 있는데도 목뼈가 빗나갈 정도의 충격을 받은 그가 바닥을 기며 버르적거리는 사이, 슈발츠는 이미 가까이 다가와 있었다.
" 못일어나겟다면, 내가 일으켜 주지. "
퍼억!...
슈발츠의 발차기가 배에 꽃히자, 베나레스의 몸이 그대로 십여미터 쯤 공중으로 떴다. 다시 슈발츠의 왼손이 빛에 감싸인 후 젤롯 5호기의 그의 팔꿈치 아래를 뒤덮었고, 그것이 떨어지는 베나레스의 얼굴에 꽂혔다. 다시 가벼운 폭음이 일어나면서, 베나레스는 다시 수십미터를 날아갔다.
" 어윽... 어억!... "/베나레스
" 뭐야, 날 죽이러 왔으면 그만한 각오는 있어야지, 고작 주먹질 두방이랑 발차기 한방에 아픈척인가? 호랑이이던 솔라우페인이 개새끼를 낳았군. "/슈발츠
이번에 토한 피에는 이빨조각 뿐 아니라 내장 부스러기까지 섞여 있었다. 베나레스는 생전 처음 당해보는 엄청난 [폭력]에 스틱스 언저리를 헤메었고, 덕분에 슈발츠의 비난을 실감하기는 고사하고 자신이 살았는지 죽었는지 조차 확실히 구분하지 못할 정도였다.
" 일어 서질 못하나? 그럼 바닥에 붙어 있어. "/슈발츠
" 어윽!...커헉!... "/베나레스
피를 토하며 바닥을 벌벌 기는 베나레스, 모운더의 정기가 모여들며 그의 몸을 회복시키기 시작하는 것을 보면서, 그는 발을 써서 그의 등을 밟았다.
퍼억!... 우드득!...
등뼈가 박살나는 소리와 함게, 베나레스는 마침내 사지를 쭉 뻗고 기절했다. 그제사 슈발츠는 와우킨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 와우킨. "/슈발츠
" 네 주인님. "/와우킨
" 이녀석이 쳐먹은 것을 토하게 만들 수 있을까? "/슈발츠
와우킨은 엎어져 있는 베나레스에게 다가가 그의 몸을 살폈다.
" 그의 정기는 아직 모운더의 에센스와 완벽하게 합쳐지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와우킨
" 하지만? "/슈발츠
" 육신은 이미 시원자의 정기에 침식당했습니다... 죽음으로써만 그와 정기의 연결을 해제할 수 있을 것입니다. "/와우킨
슈발츠는 즉시 빛의 칼을 꺼내어 베나레스의 목을 내리쳤다. 그 목이 허공을 날아가는 동안 와우킨이 슬픈 표정으로 한마디 더 첨언했다.
" 그리고 시원자의 정기는 그가 죽도록 내버려두지 않을 겁니다. "/와우킨
실제로 잘린 목이 진흙으로 변해 사라지는 동안, 새로운 목이 다시 몸통에서 자라나고 있었다. 그것을 내려다보면서 슈발츠는 다시 와우킨에게 물었다.
" 방법이 있겠지? "/슈발츠
" 네, 한가지 방법이 있습니다만... 영혼을 뽑아내는 마법으로 그의 영혼을 육신과 분리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시원자가 되살아 나게 됩니다. "/와우킨
" 상관없다. 내가 처리하면 되니까. "/슈발츠
" 주인님... 하지만 시원자를 죽여도 그 정기를 처리할 방법이 없습니다. 주인님의 육신도 이미 한계에... "/와우킨
" 상관없어. "/슈발츠
" 하지만 주인님!... "/와우킨
" 상관없다고 했다! "/슈발츠
와우킨은 입을 다물 수 밖에 없었다. 슈발츠는 오른손을 감고 있던 젤롯 5호기를 거두어 들인 후, 마법을 사용하기 위해 정신을 집중했다. 그 손이 검은 광채로 물들고 나서, 그는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 뽑아내면 된다 이거지... "
바로 그때, 슈발츠의 발 아래서 베나레스가 움찔거렸고, 그는 슈발츠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 눈빛은 원래의 보라색으로 되돌아 와 있었다.
" 그러지 마시지오, 슈발츠님. "/베나레스
" 음, 정신이 들었나? "/슈발츠
" 네. 맞았더니 정신이 번쩍 드는군요. "/베나레스
슈발츠는 쓰게 웃었다. 그에 베나레스는 마주 웃어 보인 후, 결연한 표정을 지었다.
" 이건 제 잘못입니다. 그러니 제가 책임 지겠습니다. "/베나레스
" 보호자로써 그건 용납하기 힘든 발언이로군. "/슈발츠
" 동생들은 아직 슈발츠님이 필요합니다만, 저는 제 앞가림을 해야 할 나이니까요. "/베나레스
슈발츠가 손을 쓰기 전에, 강력한 반탄력이 일어나며 베나레스가 일어났다. ㅤㅁㅕㅈ걸음 더 뒷걸음을 한 그는 고개를 숙여 자신의 몸과 손발을 내려다보더니 한숨을 쉬었다.
" 게다가 이런 꼴로 장가를 가기도 틀린것 같으니까요. "/베나레스
" 그건 틀린 말은 아니군. "/슈발츠
슈발츠는 베나레스가 지금 무엇을 하려는지 알고 있었다. 베나레스는 자신의 몸에 시원자를 가둔 채 스스로를 봉인하려는 것이었다. [결자해지]라는 말에 걸맞는 행동이지만, 그렇게 되면 그의 영혼을 구할 방법은 없다. 하지만 이미 슈발츠나 와우킨도 스스로를 희생할 위험을 무릅쓰지 않고는 그를 구할수 없는 상황이었다.
" 너무 그런 표정들 짓지 마십쇼. 혹시 또 압니까, 제가 잠들어 있는 사이에 무슨 수가 생길지. "/베나레스
" 그랬으면 좋겠구만. "/슈발츠
다음 순간, 베나레스는 아직 손에 들고 있던 저서림의 대거를 들어 자신의 심장을 찔렀다. 강렬한 힘의 파동이 터져나온 후, 그의 발 끝부터 시작된 석화(石化)는 순식간에 그의 허리까지 올라왔다. 그때 문득 베나레스는 말하지 않은 일이 생각났다.
" 모운더의 심장과 함게 있던 [도리깨]는 그라즈트의 손에 들어갔습니다. 또한 사루크의 아티팩트 역시... 그라즈트는 그것의 힘으로 [모든 세계로 통하는 차원 관문]을 열 셈입니다. 자신의 군대를 이끌고 그롬쉬와 함게 어비스의 군대를 이끌고 엘프 신들을 칠 계획이지요. "
석화가 가슴을 거쳐 목으로 진행되는 동안, 베나레스는 그라즈트의 계획에 대한 소상한 정보를 슈발츠에게 넘길 수 있었다.
" 저 때문에 일이 이렇게 되어...죄송합니다. "/베나레스
" 아니, 자네 잘못이 아니야. 그라즈트놈의 잘못이지. 이쪽 일은 걱정하지 말게나. "/슈발츠
" 네... 스승님께도...미안하다고... 전해 주십쇼... "/베나레스
가슴을 걸쳐 목과 턱, 그리고 머리까지 뒤덮은 석화는, 마침내 정수리에서 완성되었다. 베나레스는 시원자와 합체된 모습 그대로 석상이 되어버렸던 것이다. 그것을 내려다보는 슈발츠의 눈에는 비감이 감돌았다.
" 주인님... "/와우킨
" 그는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결정했다. 마지막은 솔라우페인의 아들다웠어... 그나저나 팔바티아 디타, 비타에게 뭐라고 해야 할지 그게 걱정로이군. "/슈발츠
다음 순간, 슈발츠와 와우킨의 모습은 지하 광장으로부터 사라져 있었다.
.
.
.
후기: 보통 인간이 신적인 정기를 받아들이면 어떻게 되는지는, 미스트라 스폰들의 탄생을 봐도 잘 알 수 있습니다. 미스트라 스폰의 [엄마]는 미스트라가 빙의된 채로 딸 여섯을 차례로 낳았는데, 마지막에는 피골이 상접해 해골로 보일 지경이었다지요. 보다못한 남편이 신탁을 받았을 때 비로소 사건의 전말을 깨달았다는 전설이 있디만 지금 그점은 살짝 넘어가고... 아무튼 상호 합의한 정상적인 [합체]라고 해도 필멸자의 생명력이 빠르게 소모된다는 점은 의심할 여지가 없습니다.
하물며, 베나레스는 힘 몰빵 군주한답시고 시원자의 정기를 쳐묵쳐묵 하셨으니 빠르던 늦던 자멸할 뿐이지요. 그전에 깨끗하게 석화크리 맞은게 외려 다행.
샨달라 자매들이 모두 그렇지만, 그녀들도 부친의 원수를 갚기 위한 행동으로 세상에 엄청난 해악을 끼친 것을 자각한 후 제멋대로이던 언행도 성격도 점차 신중해졌고, 부친이 가르쳐준 마법을 버린 대신 와우킨 휘하에서 슈발츠를 신앙하며 마음의 안정을 찾았다. 이제 그 잘못의 뒷정리도 끝나고 마음도 홀가분해진 그녀들은 슈발츠의 노예로써의 새로운 삶에 그지없이 만족하며 잘 살아가는 중이었다.
그녀들은 [그 사건]이 벌어진 날도 둘이서 사이좋게 목욕장에서 목욕을 하던 중이었다. 슈발츠의 궁전의 방어가 뚫렸다는 비상 신호가 울렸을 때, 그녀들은 선배 노예들 만큼은 아니지만 나름 침착하게 대처했다. 전투용 장비들을 챙기고 모든 노예가 모일 수 있는 분수대 앞에 모인 것이다. 하지만 두명이 분수대 앞에 도착했을 때 그녀들을 기다린 것은 젤라노라 한명 뿐이었다.
" 젤라노라 언니! "/이쓰미라들
" 아 미쓰미라, 헬샤라, 무사했구나! "/젤라노라
슈발츠와 텔레파시 연락이 닿지 않은 상태에서, 젤로나가 비치해 둔 전투용 고렘들이 깨어나서 침임자를 맞아 싸우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곧이어 칼라드네이가 등장했다.
" 성을 나가자, 어서! "/칼라드네이
" 칼라드네이 언니? "/젤로나들
" 그가... 그가 모운더의 심장을 가지고야 말았어, 내가 그렇게 경고했는데 유혹에 진거야. "/칼라드네이
[그]가 누구인지는 단박에 알 수 있었다. 칼라드네이를 ㅤㅉㅗㅈ아 나타났기 때문이다.
" 베나레스! "/젤라노라
" 베나레스, 이런 밀은 멈추세요! "/칼라드네이
" 스승님, 그 악마같은 슈발츠에게서 해방시켜 드리려는 겁니다. "/베나레스
" 그분은 당신의 은인이에요! "/칼라드네이
" 아니오, 은인이 아닙니다! 그는 아버지의 원수를 도망치게 만든 악인입니다. 게다가 스승님도... 그는 우리를 속였어요! 용서할 수 없습니다! "/베나레스
베나레스의 눈동자는 피처럼 붉어져 있었고, 손에는 저서림의 대거가 들려 있었다. 공간이 일그러지는 듯한 빠직거리는 소리가 끊임없이 그의 주변에서 터져나오고 있었고, 그 주변으로는 검붉은 아지랑이 같은 오라가 은근하게 소용돌이 치고 있었다. 모운더의 심장을 [먹어 치워] 신적인 에센스를 자기 몸으로 받아들인 결과로 신적인 힘이 그의 전신에 넘치고 있었던 것이다.
" 당장은 그가 없으니 일단 스승님부터 내것으로 만들기로 하죠. "/베나레스
" 허튼 소리! "/젤라노라
젤라노라가 일갈하면서 허공에 마법진을 그렸다. 이즈음 그녀의 마법 실력은 ㅤㅅㅠㄴ 7세로부터 이어받은 마법들 모두를 자신의 것으로 소화할 수 있을 정도가 되어 있었는데, 지금 사용한 마법도 ㅤㅅㅠㄴ 7세가 사용하던 소환마법 중 하나였다.
허공에서 키가 3m에 이르는 거대한 인간의 백골 모양이 나타났는데, 그것은 뒤가 비쳐 보일만큼 투명했다. 그리고 그 손이 있어야 할 자리에는 날카로운 뼈 갈퀴가 달려 있었다. 백골 거인이 그것을 휘둘러 베나레스를 쳐 내려 오자, 그의 붉은 눈에 비웃음이 걸렸다.
" 지금의 나는 신이야. 이따위 잔재주가 통할 것 같은가! "
퍼엉!...
손짓 한번에 백골 거인의 환영이 가루가 되어 사라지고, 강력한 충격파가 분수대 일대를 뒤덮었다.
" 아아악!... "
젤라노라가 반발력에 얻어맞아 피를 뿌리고 날아갔고, 샨달라 자매들도 강렬한 폭풍의 여파로 주춤거리며 뒤로 물러서는 동안, 칼라드네이가 사용한 얼음창 주문이 다시 베나레스 주위의 결계에 격돌해 섬광과 함께 사라졌다. 그녀에게도 반발력이 가해ㅤㅈㅕㅅ지만, 젤라노라와 달리 칼라드네이는 그것을 버텨 냈다.
" 구제할 수 없는 지경까지 이르기 전에 포기하면 ㅤㄷㅗㅎ았을 것을... "/칼라드네이
" 당신을 구제하려는 거야, 그걸 왜 모르나! "/베나레스
베나레스가 단검을 쥔 손을 칼라드네이에게 향하자, 공간을 비트는 것이 눈에 보일 정도로 강력한 힘의 파동이 그로부터 일어나 칼라드네이를 향해 갔다. 판석으로 깔아놓은 태이산 대리석와 베이어터산 청옥으로 이뤄진 모자이트 장식이 순식간에 가루가 되어 흩날리며 칼라드네이를 덮쳤지만, 놀랍게도 그녀의 방어 결계는 그것을 받아넘겼다.
" 날 [구제]하기에는 힘과 경험이 모자른성 싶군요 베나레스. "/칼라드네이
" 그건 내가 메꾸어 줄 수 있지... "/음흉한 목소리
목소리가 난 쪽으로 여자들이 시선을 돌리자, 한 훤칠한 엘프 남성과 일단의 어비스 출신 악마들이 무리를 이루어 대광장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젤라노라는 물론이고 헬샤라와 이쓰미라조차 그것이 변장이라는 사실을 간파할 수 있었는데, 겉모습은 엘프일지 모르나 그의 몸 주변으로 어비스의 사악한 파동이 흘러넘쳤기 때문이다.
젤로나가 포션을 마시고 몸을 일으키는 동안, 헬샤라와 이쓰미라는 그 엘프의 손짓에 의헤 우르르 몰려나온 하급의 악마 무리를 상대로 싸우기 시작했다. 그녀들도 슈발츠의 노예이자 와우킨이 직접 가르친 클레릭 다운 솜씨로 첫 공세를 맞아 훌륭하게 싸웠으나, 물리치면 물리칠수록 점점 더 많이 몰려나오는 악마들의 무리에 서서히 압도당했다.
" 아악!... "/이쓰미라
" 이쓰미라!... 아윽!... "/헬샤라
가장 먼저 이쓰미라가 악마 부대의 장교격인 브록의 공격을 피해내지 못하고 허벅지와 가슴에 강렬한 일격을 맞아 나가떨어졌고, 거의 한계에 이르러 있던 헬샤라도 곧바로 퀘시트 무리들에게 덮쳐졌다. 곧이어 젤라노라가 주문을 사용해 그것을을 물리쳐 냈지만, 그녀는 물론 샨달라 자매 두명의 부상은 가볍지 않았다. 그리고 칼라드네이도 서서히 베나레스와 맞서 수세에 몰리는 중이었다. 그 광경을 내려다보며 엘프 청년은 이죽거리며 웃었다.
" 어비스로의 차원 문이 열리고 순간이동은 금지되었다... 여기는 이제 우리 차지야. 신이라도 와서 개입하지 않는 이상엔... 네녀석들의 몸은 맛있겠군. "
부상당한 여자들을 내려다보는 엘프의 붉은 눈이 식욕과는 다른 빛으로 번들거렸다. 여쟈들은 절망적인 상황이었다. 허나 갑자기 들려온 목소리 하나가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 그거 듣던중 반가운 소리군. "/와우킨
" 음?... "/음흉한 목소리의 엘프
펑!...
퍼버벙!...
퍼벙!...
어디선가 눈부신 금화의 무리가 나타나 한번 장내를 휩쓰는가 싶더니, 악마들의 머리가 폭죽 터지듯이 터져 나갔다. 그리고 아직 악마들이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지 몰라 어안이 벙벙해 있는 사이에, 그 금화의 무리는 한곳에 멈추어 눈부시게 빛난 후 한 귀부인의 형태를 갖추었다. 다름아닌 와우킨의 등장이었다.
" 뭐...뭐냐. 어째서 여신이 여기에... "/음흉한 목소리의 엘프
" 너, 여기가 어딘줄은 알고 쳐들어 온거니?... "/와우킨
분수 광장은 이미 데바들과 솔라들로 포위되어 있었고, 그등의 무기에는 처리해 온 악마들의 피가 흥건하게 묻어 있었다.
슈발츠의 공중 궁전이 워낙 넓기도 넓었거니와, 베나레스는 한번도 성을 [나가]본 적이 없었다. 다만 이곳이 슈발츠만의 준차원이라는 사실만 어렴풋이 알고 있었을 뿐. 때문에 그를 홀렸던 악마들 역시 그런줄만 알고 일을 꾸몄던 것이다. 하지만 슈발츠의 [준차원] 자체는 브라이트 워터 차원의 상공에 떠 있었고, 아무리 방어 결계가 두텁다 한들 와우킨은 출입이 허가되어 있는 소수 중 하나였기에 전혀 문제될 것이 없었다.
" 브라이트워터로의 차원문이 열리고 순간이동은 금지되었다. 여기는 다시 내 차지야. 일단 청소는 좀 해야겠지만. "/와우킨
곧이어 솔라들 사이로 슈발츠도 도착했다.
" 주인님! "
칼라드네이가 슈발츠를 가장 먼저 알아보고 달려가서 안겼다. 그리고 슈발츠는 비틀거리면서 간신히 서 있는 젤라노라에게 가서 그녀를 끌어안아 주었다.
" 동생들을 지키느라 고생했구나. 늦게 와서 미안하다. "/슈발츠
" 아닙니다. 와주신 것만으로도 저는... "/젤라노라
감격으로 말을 잇지 못하는 젤라노라. 슈발츠는 곧이어 치명상을 입은 헬샤라와 이쓰미라를 내려다 보았다. 그녀들도 슈발츠를 알아보고 눈에 반가운 빛을 띄었지만, 그 눈빛은 점점 꺼져가고 있었다. 그녀들도 일으켜서 쓸어안아 준 후, 슈발츠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 그래, 이 모든 일의 원인 제공자는 누구지? "/슈발츠
" 제가 생각하기엔 저자 같습니다만. "/와우킨
와우킨은 사악한 오라를 풀풀 내 뿜고 있는 엘프를 지목했다. 그 옆에 주춤거리고 서 있는 베나레스에게도 한번 시선이 갔다.
" 네 부친은 위대한 전사였다. 그리고 나는 그분의 이름을 더럽히지 말라고 네게 충고했었지... "/슈발츠
" 가증스러운 위선자! 부친의 원수를 풀어준 일은 뭐라고 설명할건가? "/베나레스
" 대신 그놈의 주머니를 털어서 샤마스를 샀지. 때가 되면 샤마스는 너희 남매들의 것이 될 예정이었다. 복수는 그때 해도 늦지 않아. "/슈발츠
" 말도 안돼는 소리!... "/베나레스
베나레스가 크게 외치자, 신성한 힘이 응축된 힘의 파동이 그의 몸으로부터 퍼져 나왔다. 다시 한번 분수 인근의 판석들이 그 파동에 휩쓸려 들썩거렸지만, 와우킨은 물론 슈발츠도 눈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그는 다시 품 안의 칼라드네이를 내려다보며 한숨을 쉬었다.
" 네 이야기를 그대 귀담아 들었어야 하는데... 내 실수다. "/슈발츠
" 그가 자신을 잃은 것은 그의 책임이지 주인님의 실수가 아니십니다. "/칼라드네이
" 그리 말해주니 고맙군. 그럼 이제 우리 차례인가? "/슈발츠
" 그렇습니다. "/와우킨
슈발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칼라드네이가 부상당한 노예들을 데리고 뒤로 물러서는 동안, 그는 두 손을 모아 앞으로 밀어내고 목을 꺾으며 워밍업을 했다. 마치 아침 운동 삼아 나온 듯한 그 여유로운 모습에서는 어떤 분노도 조급함도 느껴지지 않을 정도였다.
그리고 다음 순간, 베나레스와 음흉한 목소리의 엘프는 자신들이 한꺼번에 다른 장소로 이동되었음을 깨달았다. 그것은 지붕이 덮혀 있는 거대한 원형 광장이었는데, 어딘가의 지하로 보였다.
" 싸우기엔 장소가 협소해서 말이지. 이러는 편이 너도 마음껏 실력 발휘를 할 수 있지 않냐? "/슈발츠
" 그렇지. 뭘 좀 아는군. "/음흉한 목소리의 엘프
자연스럽게 슈발츠는 엘프를, 와우킨은 베나레스를 담당하게 되었다.
와우킨은 수세로 일관했다. 아무리 그래도 슈발츠의 [양자]격인 베나레스니만큼 기회를 주는 편이 좋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베나레스의 공격은 와우킨에게는 전혀 통하지 않았으니 그녀가 치명타만 날리지 않는다면 문제될 것이 없었다.
한편, 엘프의 정체는 어비스의 헬파이어 드레이크인 카라고스였다. 그라즈트의 부관격인 이 지옥의 용은 슈발츠가 마왕을 쳐죽이거나 신살(神殺)을 한 적이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 많은 드래곤들이 그렇듯이 자신감 과잉인 이 드래곤은 와우킨의 개입만 없다면 슈발츠와 해볼만 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것이 가장 큰 실수가 되었다. 만약 그 드래곤이 와우킨이 왜 슈발츠에게 존대를 하는지 알았다면, 결코 슈발츠와 맞서려 들지 않았을 것이다.
선공은 헬파이어 드레이크가 뿜어내는 지옥의 불길로부터 시작되었다. 하지만 그것은 슈발츠 앞에서 두 갈래로 갈라져서 그의 주변에조차 미치지 못했다. 이어서 시작한 마법 공격 역시 슈발츠는 팔짱을 끼고 가만히 지켜봤을 따름이다.
" 이 무슨 괴물이... "
그제사 뭔가 잘못되었다는 사실을 깨달았지만, 슈발츠의 비웃는듯한 웃음 때문에 카라도스는 마지막으로 도망갈 기회(그건것이 있지는 않았지만, 어쨌던)를 놓쳤다.
" 어디 이것도 버틸 수 있는지 보자고! "
돌진해 오면서 머리와 앞발, 드리고 날개와 꼬리치기까지 포함된 풀 세트의 공격을 선보인 카라도스. 앞발목에 둔중한 충격이 왔기 때문에, 그는 맞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슈발츠는 검고 하얀 두자루의 빛의 캉을 꺼낸 상태에서 그를 올려다 보았을 뿐이다.
" 뭐야...왜 안죽지?... "/카라도스
" 니가 죽을 거니까. "/슈발츠
그제사 무언가 잘못되었다고 느낀 카라도스는 시선을 내린 지점에서 자신의 앞발이 사라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자신이 슈발츠를 [쳤다]고 생각했을 때 이미 슈발츠의 빛의 칼들이 그의 앞발을 썰어냈던 것이었다. 그리고 슈발츠는 그 칼마저 다시 집어 넣고는 돌아섰다. 돌아서는 그의 등 뒤에 서 있던 카라도스의 전신에 [금]이 그어지기 시작하고 있었다.
스르륵.... 우르르....
큰 소리는 아니었다. 하지만 그것으로 충분했다. 카라도스의 거체는 잘 다진 고기 경단처럼 보기 좋게 잘게 썰려서 무너져 내렸다. 그 드래곤의 잘린 눈에 남은 불신의 빛으로 미루어 볼 때, 그는 끝까지 자신이 죽는다고 생각하지 않은 모양이었다.
" 교대 하지. "/슈발츠
" 네. "/와우킨
쉬지도 않은 채로 슈발츠는 그동안 베나레스의 공격을 받아 주고 있던 와우킨과 교대했다.
" 둘 다 한꺼번에 덤벼! 누굴 놀리냐! "/베나레스
" 그래, 널 놀리는 거다. "/슈발츠
" 크아악!!! "/베나레스
베나레스가 괴성을 지르며 달려들어 슈발츠에게 주먹을 휘둘렀다. 이미 모운더의 영기에 육신을 잠식되기 시작한 그의 신체의 형태가 무너지고 있었기에, 그 주먹은 끈적한 진흙으로 이뤄진 토석류 공격을 수반했다.
퍼억!...
슈발츠는 방어 결계도 불러일으키지 않고 그것을 맞았다. 와우킨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고 그의 고개가 약간 돌아갔지만, 그 이상은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혼신의 힘을 담은 공격이 방어도 하지 않은 슈발츠에게 먹히지 않는 것을 본 베나레스의 표정이 일변했다.
" 너... 너... "/베나레스
" 솔라우페인의 아들이여, 내가 잘못한 댓가는 방금 치른거 같으니까, 이제 좀 맞자. "/슈발츠
슈발츠의 오른손이 빛에 감싸인 후, 젤롯 5호기의 손 부분이 그의 팔꿈치 아래를 덮었다. 맨손으로 치면 즉사할 수도 있었기 때문에 일종의 [글러브]를 착용한 셈이다. 그리고 그 주먹이 내리 꽂히자, 푸르뎅뎅하게 부풀어 올라 있던 베나레스의 얼굴 왼쪽이 폭음과 함께 [터지면서] 그의 몸이 반대방향으로 수십미터를 날아가 다시 그만큼 바닥을 굴렀다.
" 컥... 쿠... 쿨럭!... "/베나레스
" 일어나, 아직이다. "/슈발츠
한참을 바닥을 구르다가 간신히 멈춘 베나레스는 대량의 피와 이빨조각을 뱉어 냈다. 시원자의 힘으로 보호받고 있는데도 목뼈가 빗나갈 정도의 충격을 받은 그가 바닥을 기며 버르적거리는 사이, 슈발츠는 이미 가까이 다가와 있었다.
" 못일어나겟다면, 내가 일으켜 주지. "
퍼억!...
슈발츠의 발차기가 배에 꽃히자, 베나레스의 몸이 그대로 십여미터 쯤 공중으로 떴다. 다시 슈발츠의 왼손이 빛에 감싸인 후 젤롯 5호기의 그의 팔꿈치 아래를 뒤덮었고, 그것이 떨어지는 베나레스의 얼굴에 꽂혔다. 다시 가벼운 폭음이 일어나면서, 베나레스는 다시 수십미터를 날아갔다.
" 어윽... 어억!... "/베나레스
" 뭐야, 날 죽이러 왔으면 그만한 각오는 있어야지, 고작 주먹질 두방이랑 발차기 한방에 아픈척인가? 호랑이이던 솔라우페인이 개새끼를 낳았군. "/슈발츠
이번에 토한 피에는 이빨조각 뿐 아니라 내장 부스러기까지 섞여 있었다. 베나레스는 생전 처음 당해보는 엄청난 [폭력]에 스틱스 언저리를 헤메었고, 덕분에 슈발츠의 비난을 실감하기는 고사하고 자신이 살았는지 죽었는지 조차 확실히 구분하지 못할 정도였다.
" 일어 서질 못하나? 그럼 바닥에 붙어 있어. "/슈발츠
" 어윽!...커헉!... "/베나레스
피를 토하며 바닥을 벌벌 기는 베나레스, 모운더의 정기가 모여들며 그의 몸을 회복시키기 시작하는 것을 보면서, 그는 발을 써서 그의 등을 밟았다.
퍼억!... 우드득!...
등뼈가 박살나는 소리와 함게, 베나레스는 마침내 사지를 쭉 뻗고 기절했다. 그제사 슈발츠는 와우킨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 와우킨. "/슈발츠
" 네 주인님. "/와우킨
" 이녀석이 쳐먹은 것을 토하게 만들 수 있을까? "/슈발츠
와우킨은 엎어져 있는 베나레스에게 다가가 그의 몸을 살폈다.
" 그의 정기는 아직 모운더의 에센스와 완벽하게 합쳐지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와우킨
" 하지만? "/슈발츠
" 육신은 이미 시원자의 정기에 침식당했습니다... 죽음으로써만 그와 정기의 연결을 해제할 수 있을 것입니다. "/와우킨
슈발츠는 즉시 빛의 칼을 꺼내어 베나레스의 목을 내리쳤다. 그 목이 허공을 날아가는 동안 와우킨이 슬픈 표정으로 한마디 더 첨언했다.
" 그리고 시원자의 정기는 그가 죽도록 내버려두지 않을 겁니다. "/와우킨
실제로 잘린 목이 진흙으로 변해 사라지는 동안, 새로운 목이 다시 몸통에서 자라나고 있었다. 그것을 내려다보면서 슈발츠는 다시 와우킨에게 물었다.
" 방법이 있겠지? "/슈발츠
" 네, 한가지 방법이 있습니다만... 영혼을 뽑아내는 마법으로 그의 영혼을 육신과 분리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시원자가 되살아 나게 됩니다. "/와우킨
" 상관없다. 내가 처리하면 되니까. "/슈발츠
" 주인님... 하지만 시원자를 죽여도 그 정기를 처리할 방법이 없습니다. 주인님의 육신도 이미 한계에... "/와우킨
" 상관없어. "/슈발츠
" 하지만 주인님!... "/와우킨
" 상관없다고 했다! "/슈발츠
와우킨은 입을 다물 수 밖에 없었다. 슈발츠는 오른손을 감고 있던 젤롯 5호기를 거두어 들인 후, 마법을 사용하기 위해 정신을 집중했다. 그 손이 검은 광채로 물들고 나서, 그는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 뽑아내면 된다 이거지... "
바로 그때, 슈발츠의 발 아래서 베나레스가 움찔거렸고, 그는 슈발츠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 눈빛은 원래의 보라색으로 되돌아 와 있었다.
" 그러지 마시지오, 슈발츠님. "/베나레스
" 음, 정신이 들었나? "/슈발츠
" 네. 맞았더니 정신이 번쩍 드는군요. "/베나레스
슈발츠는 쓰게 웃었다. 그에 베나레스는 마주 웃어 보인 후, 결연한 표정을 지었다.
" 이건 제 잘못입니다. 그러니 제가 책임 지겠습니다. "/베나레스
" 보호자로써 그건 용납하기 힘든 발언이로군. "/슈발츠
" 동생들은 아직 슈발츠님이 필요합니다만, 저는 제 앞가림을 해야 할 나이니까요. "/베나레스
슈발츠가 손을 쓰기 전에, 강력한 반탄력이 일어나며 베나레스가 일어났다. ㅤㅁㅕㅈ걸음 더 뒷걸음을 한 그는 고개를 숙여 자신의 몸과 손발을 내려다보더니 한숨을 쉬었다.
" 게다가 이런 꼴로 장가를 가기도 틀린것 같으니까요. "/베나레스
" 그건 틀린 말은 아니군. "/슈발츠
슈발츠는 베나레스가 지금 무엇을 하려는지 알고 있었다. 베나레스는 자신의 몸에 시원자를 가둔 채 스스로를 봉인하려는 것이었다. [결자해지]라는 말에 걸맞는 행동이지만, 그렇게 되면 그의 영혼을 구할 방법은 없다. 하지만 이미 슈발츠나 와우킨도 스스로를 희생할 위험을 무릅쓰지 않고는 그를 구할수 없는 상황이었다.
" 너무 그런 표정들 짓지 마십쇼. 혹시 또 압니까, 제가 잠들어 있는 사이에 무슨 수가 생길지. "/베나레스
" 그랬으면 좋겠구만. "/슈발츠
다음 순간, 베나레스는 아직 손에 들고 있던 저서림의 대거를 들어 자신의 심장을 찔렀다. 강렬한 힘의 파동이 터져나온 후, 그의 발 끝부터 시작된 석화(石化)는 순식간에 그의 허리까지 올라왔다. 그때 문득 베나레스는 말하지 않은 일이 생각났다.
" 모운더의 심장과 함게 있던 [도리깨]는 그라즈트의 손에 들어갔습니다. 또한 사루크의 아티팩트 역시... 그라즈트는 그것의 힘으로 [모든 세계로 통하는 차원 관문]을 열 셈입니다. 자신의 군대를 이끌고 그롬쉬와 함게 어비스의 군대를 이끌고 엘프 신들을 칠 계획이지요. "
석화가 가슴을 거쳐 목으로 진행되는 동안, 베나레스는 그라즈트의 계획에 대한 소상한 정보를 슈발츠에게 넘길 수 있었다.
" 저 때문에 일이 이렇게 되어...죄송합니다. "/베나레스
" 아니, 자네 잘못이 아니야. 그라즈트놈의 잘못이지. 이쪽 일은 걱정하지 말게나. "/슈발츠
" 네... 스승님께도...미안하다고... 전해 주십쇼... "/베나레스
가슴을 걸쳐 목과 턱, 그리고 머리까지 뒤덮은 석화는, 마침내 정수리에서 완성되었다. 베나레스는 시원자와 합체된 모습 그대로 석상이 되어버렸던 것이다. 그것을 내려다보는 슈발츠의 눈에는 비감이 감돌았다.
" 주인님... "/와우킨
" 그는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결정했다. 마지막은 솔라우페인의 아들다웠어... 그나저나 팔바티아 디타, 비타에게 뭐라고 해야 할지 그게 걱정로이군. "/슈발츠
다음 순간, 슈발츠와 와우킨의 모습은 지하 광장으로부터 사라져 있었다.
.
.
.
후기: 보통 인간이 신적인 정기를 받아들이면 어떻게 되는지는, 미스트라 스폰들의 탄생을 봐도 잘 알 수 있습니다. 미스트라 스폰의 [엄마]는 미스트라가 빙의된 채로 딸 여섯을 차례로 낳았는데, 마지막에는 피골이 상접해 해골로 보일 지경이었다지요. 보다못한 남편이 신탁을 받았을 때 비로소 사건의 전말을 깨달았다는 전설이 있디만 지금 그점은 살짝 넘어가고... 아무튼 상호 합의한 정상적인 [합체]라고 해도 필멸자의 생명력이 빠르게 소모된다는 점은 의심할 여지가 없습니다.
하물며, 베나레스는 힘 몰빵 군주한답시고 시원자의 정기를 쳐묵쳐묵 하셨으니 빠르던 늦던 자멸할 뿐이지요. 그전에 깨끗하게 석화크리 맞은게 외려 다행.
추천52 비추천 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