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황(恐皇) 5부 <새로운 시대> Part 3-23편
슈발츠, 두르나, 알루데시아, 비코니아, 요탄, 그리고 이모엔이 가려 뽑은 도적길드의 정예 암살자 다섯. 이렇게 열명의일행이 수백년 눅은 곰팡이 냄새가 아련히 풍겨오는 어둡고 눅눅한 비밀 지하도를 전진하는 동안, 요윈은 뭔가 골똘하게 고민하고 있었다.
" ... "/요윈
" 왜, 걱정되는가? "/슈발츠
" 아니오 갑자기 아버지께서 해 주신 이야기가 떠올라서 말입니다. "/요윈
" 뭔가 그게? "/슈발츠
" 네버윈터의 원래 왕가인 할루스 네버의 가문은 하프엘프와 엘프로 이뤄진 가문들이었고, 저도 아주 여러 다리를 건너서이긴 하지만 그 할루스 네버를 만들어 낸 엘프 혈통을 이어받았다고... 어린 시절엔 언제나 왕자님으로 불렸지만, 진짜 네버윈터의 지도자가 되기 위해 일을 도모하게 되는 날이 올줄은 몰랐습니다. "/요윈
" 엘프 혈통이라, 그거 괜찮군. 써먹을수 있겠어. "/슈발츠
" 네? "/요윈
" 일이 성공하고 나면, 그쪽과 연관이 있게 족보를 아주 그럴듯하게 그려보자구. "/슈발츠
" 그건... 사기잖습니까? "/요윈
슈발츠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 그래 사기지, 하지만 누구나 그것을 사실로 받아들이게 된다면, 사기도 사실이 되는 법이야. 그렇지 않은가, 친구들? "
따라오던 어새신들도 모두 입가에 미소를 떠올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은 이모엔의 가장 충실한 부하들이었고, 요윈을 어릴적부터 보아 왔다. 이모엔과 요윈을 위해 목숨을 내놓을 수 있는 자가 있다면 그들일 것이다.
" 도련님께서 네버윈터의 왕이 되신다면, 저희는 기뻐서 당장 죽어도 여한이 없을 겁니다. "/어새신
" 왕이 아니야. 그리고 제발 죽니 어쩌니 하지 말아 주게나. 그동안 마리오의 무리와 싸우다 죽은 동지들 만으로도 충분치 않은가. 제발 죽지들 말게. "/요윈
" 네 도련님. "/어새신
잠시 분위기가 숙연해졌다. 실제 마리오의 제일 반대 세력으로, 이모엔의 길드는 그 규모에 비해서 엄청난 인적인 희생을 치루었다. 때문에 어새신들에게 있어 이번 [혁명]은 복수전이기도 했다.
" 그럼 다시 출발하자고, 여기 서 있으면 아무것도 이뤄지지 않으니까. "/슈발츠
" 그래요, 가시죠. "/요윈
제법 오랫동안 지하도를 따라 걸은 끝에, 슈발츠 일행은 네버윈터 궁으로 통하는 출구를 빠져 나올 수 있었다.
" 바로 옆 건물이 회의장입니다. 슬슬 준비들 하시죠. "/어새신
어새신들에 두르나가 가세한 팀이 벽을 타고 지붕으로 올라가는 동안, 요윈과 슈발츠 일행은 경비의 제복으로 갈아입고 순찰 경비처럼 가장했다.
" 저기 오는군. "
건물 그림자에 숨어서 순찰 경비가 오는 것을 기다린 슈발츠는 수신호로 각자의 목표를 지정해 주었다. 이번에도 알루데시아가 선두로 나섰다. 그녀의 미모에 넋을 빼놓은 경비들은 슈발츠가 다가오는지도 몰랐다.
퍽!
퍽!
슈발츠가 동시에 둘, 그리고 두르나와 요윈이 각각 하나씩. 경비들은 자기들이 황천에 가는지도 깨닫지 못하고 골로 갔다.
"그럼 이제 시작해 볼까? "/슈발츠
" 그러지요. "/요윈
이제 내친 걸음이라 돌이킬 수도 없다. 긴장하고 있어야 할 요윈의 얼굴에는 여유로운 미소마저 감돌고 있었다.
과연, 이모엔의 아들이 맞긴 맞군.
슈발츠는 혼자서 씨익 웃었다.
입구의 경비들을 속여넘기고 회의장으로 진입한 후, 일행은 변장을 벗어 버렸다. 그리고 요윈이 앞장서서 회의장 안으로 난입했다.
" 웬놈이냐. "/경비병
" 잡졸은 비켜라! "/요윈
요윈을 가로막으려던 경비들에게 요윈이 일갈하자 마자, 허공에서 날아온 볼트가 소리없이 경비들의 목과 등짝에 깊숙히 꽃혔다. 그것이 당연하다는 듯이, 요윈은 쓰러지는 경비들을 무시하면서 한층 더 건물 깊숙한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렇게 두번 더 경비들을 거친 후에야, 마침내 일행들은 귀족들이 모여 있는 본회의장에 도착할 수 있었다.
" 웬놈이냐 ? "/마리오
" 내 이름은 요윈 요탄. 네버윈터의 배신자를 처단하러 왔다. "/요윈
요윈은 웅성거리는 귀족들을 무시한 채 단상 위의 마리오에게 성큼성큼 다가갔다.
" 누가 배신자라는 것이냐!? "/마리오
" 누구긴, 네놈이지! "/요윈
요윈은 미리 준비해 온 마리오의 장부 사본을 그의 얼굴에 집어 던지고는, 순간 시야가 가려져 무방비 상태가 된 마리오의 배 깊숙히 장검을 찔러 넣었다.
" 으억!... "/마리오
" 네버윈터는 물론 노스 전체를 오크들에게 팔아넘긴 죄의 댓가를 받아라! "/요윈
" 끄윽... 그걸 어떻게... "/마리오
" 네놈의 죄가 영원히 가려질줄 알았더냐. "/요윈
천천히 무릎을 꿇은 마리오는, 요윈이 배에 찔러 넣은 장검을 빼내자 더이상 버티지 못하고 입으로 왈칵 피를 토했다.
" 네놈이... 감히... "/마리오
" 너같은 돼지놈이 [감히]라는 단어를 쓸 자격이나 있느냐? "/요윈
요윈은 그대로 마리오를 걷어차 쓰러뜨리고는 연단 앞에 서서 외쳤다.
" 네버윈터의 반역자를 처단했노라! "/요탄
" 아, 아 거기. 살고 싶으면 움직이지 말고... "/슈발츠
어새신들과 두르나들이 회의장 밖에서 마리오파의 경비병들을 상대로 피바다를 만드는 동안, 입구를 막고 서 있던 슈발츠는 가져온 장부의 사본을 회의장의 귀족들에게 회람시켰다. 물론 그 중에는 그 계약에 직접 관련된 자들도 있었다. 마리오의 피투성이 시체 앞에 그들이 불려나왔다.
" 니들 죄를 니들이 알렸다? "/슈발츠
" 살...살려주시오. 우리는 그저 위협에 못이겨..."/부패한 귀족
" 간느롱, 네놈이 항구지역에서 저지른 수뢰와 살인에 대한 증거도 있다. 요즘의 쓰레기들은 협박에 못이겨 수뢰와 살인을 저지르나? "/요윈
요윈의 눈짓을 받은 슈발츠는 웃으며 칼을 휘둘렀다.
회람된 계약서에 이름이 언급되어 마리오와 같이 처단된 귀족은 모두 합해 다섯 뿐이었지만, 나머지 귀족은 이제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지를 확실히 알았다. 그리고 살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블랙레이크 성문이 성난 군중에 의해 뚫린 다음날, 형식적인 네버윈터 대공이던 안토니오 앙갤라는 요윈 요탄에게 남작 칭호를 하사하고 네버윈터 나인의 수장으로 임명했다. 나인의 수장이며 귀족이던 마리오가 국정 전반을 주도한 지금까지의 관행(?)으로 미루어 보면 이것은 사실상의 정권 이양이었다. 네버윈터 귀족회의는 만장일치로 이 결정을 추인했으며, 블랙레이크에 모여든 민중들은 환호로 그를 오크로부터 네버윈터를 구한 영웅으로 받아들였다.
" 왠지 양심에 찔리는군요. 이 모든것을 준비한 것은 슈발츠님이지 제가 아닌데. "/요윈
" 마리오를 쓰러뜨린건 자네지. "/슈발츠
" 그저 결정타를 날렸을 뿐이지요. "/요윈
" 세상은 그걸 영웅이라고 부른다네. "/슈발츠
슈발츠는 요윈의 어께에 손을 얹었다.
" 그렇게 내 덕을 본 것 같은 마음이라면, 오크들과 맞서 싸우는 엘프들에게 힘을 싫어 주게나. "/슈발츠
" 물론입니다. "/요윈
사실, 군대는 실제로도 돈을 엄청나게 집어먹는 집단이긴 하지만. 보통은 전혀 생산적이지 않은 집단이기 때문에 지출이 과다해 보이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대부분의 국가는 봉토 하사한 귀족들의 사병들을 주촉으로 군대를 구성한다. 그편이 싸게 먹히기 때문임은 말할것도 없다. 하지만 네버윈터 나인을 정점으로 한 [기사단]과 그레이클록은 자원자로 이루어진 직업군인이자 상비군이었다.
네버윈터가 다른 국가와 달리 이런 상비군을 유지할 수 있었던 이유는 크게 세가지였는데, 첫째로 원래 종주국이던 워터딥의 보호 하에 있었기에 치안을 위한 군사력을 제외하면 소수정예 주의를 유지하는데 그리 어려움이 없었기 때문이다. 워터딥의 멸망 이후에는 오히려 [종주국]으로써 무역입국의 이득을 통해 이 무장 집단을 유지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두번째는 네버윈터에는 봉토를 매개체로 한 군신간의 상하관계가 강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다른 전통적인 국가의 귀족들과 달리 네버윈터의 귀족들 중 대부분은 봉토가 없었다. 그들은 봉토 대신에 무역으로 부를 쌓고, [의회]를 통해 국정에 참여하는 것으로써 귀족의 지위를 드러내 왔다. 또한 시내의 치안도 안정되어 있는 네버윈터에서는 다른 국가의 귀족들처럼 강력한 사병을 양성할 필요가 없었다.
세번째로 네버윈터의 지형의 특수함이다. 무역 뿐 아니라 농경에도 알맞은 입지를 가진 네버윈터는 주변에 영주에게 속하지 않은 자작농 마을이 많았다. 자작농들은 세금만 적당하면 생활이 안정되어 있으니 군대에 복무할 필요가 없지만, 각 집안의 둘째, 세째 아들에 이르러서는 이야기가 좀 달라진다. 적은 농지를 두고나누어 상속받아서 더 가난해지느니, 집안의 맏이에게 땅을 몰아주고 둘째나 셋째는 도시로 진출해 기회를 찾는 편이 훨씬 더 경제적인 선택이었던 것이다. 게다가 다른 도시와는 달리, 네버윈터에는 [그레이 클록]에 지원하는 선택지까지 있었다. 자연히 군대에 자신의 운명을 걸어보고자 하는 재능있는 젊은이들이 모여들었고, 상비군을 유지할 만한 인적 자원을 확보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런 연유로 요윈이 군대를 준비하는데는 그리 큰 어려움이 없었다.
앞서 말한 귀족회의가 네버윈터의 정치에 관여하는 힘은 다른 국가의 귀족들이 중앙 정계에 대해 관여하는 파워와는 비교가 되지 않았는데, 그들은 귀족회의를 통해 법을 결정하고 조약을 비준하며, 때로는 그레이클록의 장교로써 복무했기 때문이다. 요윈은 이런 귀족회의를 한손에 틀어쥐고 있었으니 동원하는 것도 일사천리였다. 게다가 마리오의 금고에서 꺼낸 돈을 재원으로 하여 군대의 증강을 꾀하면서 자연스럽게 자신의 인사들(즉, 이모엔의 부하들)을 그레이클록의 장교단에 입용시켜 군대에 대한 장악력도 늘여갔다. 이 과정에서 보여준 용의주도함과 공정함은 슈발츠도 감탄할 정도였다.
그리고 군대의 재정비가 이뤄지는 동안 다른 작업도 시작되었다.
원래의 할루스 네버 가의 후사가 끊긴 후, [네버윈터 로드]는 비록 그것이 나셰르 시대부터 세습처럼 되기는 했어도 [전제적인 통치자]가 아니라 귀족들의 추대를 받은 대표였다. 이 [관습]역시 귀족회의가 가진 강력한 권한의 한가지엿는데, 슈발츠는 이 네버윈터 로드를 법적인 세습제로 만들 작정이었다. 실제로 요탄 가문은 귀족은 아니었지만 [가문의 이름(우리식으로 하자면 성씨)]을 가지고 있었다. 기록을 거슬러 오르면 일리얀브루엔(네버윈터 이전의 엘프-인간 연합 국가)시절부터의 하프엘프 가문과 연이 닿아 있기도 했다. 그래봐야 사돈의 팔촌격이지만, 이런 [혈통]은 부풀리기 딱 좋은 재료였다.
네버윈터의 영웅이 알고보니까 일리얀브루엔 시절의 엘프 가문의 혈통을 이어받았 카더라. > 오 역시 집안이 남다르군! > 워터딥 출신의 유약한 젊은이보다는 우리 지도자로 어울리지 않겠는가? > 오오 듣고보니 그렇군. 추대하자.
복잡한 중간과정을 생략하면 대강 이러한 과정을 거쳐, 여론이 형성되었다. 마리오 건으로 약점이 잡혀 있는 귀족회의는 이번에도 슈발츠의 의향을 충실히 따랐고, 원래부터 로드 자리가 좌불안석이었던 안토니오도 선선히 [양위]에 동의하는 것으로 모양새 좋은 즉위가 이루어졌다. 그 속도도 쾌속하기 그지없어서, 요윈이 네버윈터 나인의 수장 자리에 오른지 한달 만의 일이었다.
보통 이런 과정을 거치고 나면 뒤가 찜찜해서라도 선대를 죽이는 것이 일반적인 [관례]였지만, 요탄은 그 일반적인 관례을 따르지 않았다. 선대 자격으로 종신 연금과 귀족회의에 의석을 보장하고, 경호를 강화했던 것이다. 슈발츠가 손을 쓰기 전의 일이었다. 심지어 그는 슈발츠와 만난 자리에서도 안토니오에게 손을 쓰지 말아달라고 부탁하기까지 했다.
" 나는 그를 죽이길 바라지 않습니다. "/요윈
" 그는 문제가 되지 않지만, 그의 주변에 꼬일 파리들이 문제야. "/슈발츠
" 그 위험을 감수하면서 통치에 성공하는 것이, 진정한 지도자겠지요. 저는 위험을 감수할겁니다. "/요윈
요윈이 이렇게 강경하게 나오면 슈발츠도 손을 쓰기가 어려워진다. 어쨌든 네버윈터의 로드는 그였기 때문이다. 할 수 없이 그 문제는 넘어갔다. 사실 안토니오는 사소한 문제였다. 이제 그들의 앞에는 전쟁이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방면에서 요윈은 슈발츠의 기대에 완벽하게 부응했다. 로드 자리에 오르자 마자, 요윈은 실버마치와의 동맹을 재확인하는 사절을 실버리문에 보냈다. 네버윈터의 속국인 러스칸에서는 마리오의 금고를 털어서 풀어낸 돈으로 모병이 시작되었고, 또 하나의 오랜 동맹 관계인 문셰 제도에서도 원군을 보내 오기로 약속했다. 이제야 비로소 북부의 문명지 전체가 오크들에 맞서 일어난 셈이었다. 이로써 우볼드에 대한 협공 준비는 그럭저럭 마쳤고, 나머지는 전장에서의 운에 거는 일만 남았다. 슈발츠는 그 일은 알루스트리엘과 심불, 그리고 알루시아와 세실루아에게 일임했다. 알루시아와 세실루아는 봄이 되면 엘프 연합군에 합류할 슈발츠의 지원병들을 이끄는 역할이었다.
" 저도 제 부족의 전사들과 함게 참전을 했으면 합니다. "
다임은 어떤 피치못할 사연이 있어서 모라딘을 버린 드워프였다. 그래서 일부러 이번 동맹군 지원에서 제외했는데, 오히려 그가 자원해 왔던 것이다. 생각지도 않았던 요청이었지만 슈발츠는 이유를 묻지도 않고 허락해 주었다.
우볼드의 10만 대군에 대해 노스 연합군 측은 2만이 약간 넘는 정도의 전력을 가지고 임했다. 합류가 약간 늦을지도 모르는 슈발츠의 지원병과 네버윈터의 전력까지 모두 합한 수치다. 물론 숫자만으로 전쟁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정도 차이라면 총 사령관의 역량이 중요해진다. 그리고 슈발츠는 정치적인 이유도 있어서 아예 총 사령관의 자리를 아예 처음부터 염두에 두지 않았다. 서신과 회의가 이어진 갑론을박 끝에, 엘프 측의 총 사령관으로 선출된 것은 젤로나의 씨다른 오빠이기도 한 다날 엠라루릴이었다. 이미 미스랄 홀의 드워프 쪽은 브루노 배틀해머의 양자인 갈란드 배틀해머의 지휘를 받기로 이미 합의가 끝난 상태. 실질적으로 가장 많은 전력을 제공할 욘이 자진해서 다날의 지휘를 받기로 하면서, 갈란드도 이에 동의해서(물론 드워프 답게 불평하긴 했지만) 결국 지휘 체계도 통일되었다.
첫 싸움은 실버리문의 북쪽 최전선이기도 한 미스릴 홀에서 이뤄질 것이 거의 확실했다. 그리폰의 둥지에서 동쪽에 위치한 우볼드의 새 [매니 애로우드 요새]에서 실버리문으로 가는 최단 루트가 바로 그 방면이었기 때문이다. 다른 쪽으로 가려면 에버무어 늪을 돌아 ㅤㅁㅕㅈ배나 더 긴 길을 돌아가야 했다. 이미 동맹이 성립되기 전부터 지상과 지하 모두에서 드워프들의 요새 보강공사가 이어졌다.
또한 네버윈터에서 미스릴 홀 까지 가려면 길고 어려운 여정을 거쳐야 했다. 하물며 군대가 이동하는 것이다. 요윈은 일단 새 봄에 벌어질 첫 전투에서는 합류를 미루고, 대신 독자적으로 네버윈터 군 만으로 우볼드의 요새를 공격하기로 했다. 적의 전력을 분산시키자는 것이다. 이에 다날과 갈란드가 다시 동의했다.
알루시아가 총 지휘하는 에린들린과 샤마스의 원군은 지하로부터 미스릴 홀에 도착할 예정이었다. 갈란드를 비롯한 드워프들은 슈발츠의 다크엘프 부대를 약간은 미씸쩍어했지만, 브리겐스톤에서 승리를 거둔 [실적]은 이번에도 효과를 발휘했다.
눈보라 속에서, 북부 전체의 운명을 놓고 감돌던 전쟁의 기운이 슬슬 무르익어가기 시작했다.
.
.
.
" 헉...헉...헉... "
야마 아키히로의 전신은 흙투성이였고, 땀에 젖어 있었다. 얼마나 달렸는지 숨이 턱에 차오르다 못해 얼굴이 보라색이 될 지경이었지만, 미칠듯한 공포에 사로잡인 그는 연신 땅바닥을 구르면서도 계속 도망쳤다. 하지만 어느샌가 그의 앞에 거대한 그림자가 드리워ㅤㅈㅕㅅ다.
" 겨우 이정도인가... "/정체불명의 목소리
" 히에엑!... "/야마
" 겨우 이정도의 솜씨로, 내 아버지와 어머니를... 시해할 수 있었던 것인가. "/정체불명의 목소리
어둠 속에서 나타난 거대한 형상은 그림자를 실체화시킨 괴물 새도우워커(Shadowwalker)였다. 비실거리며 물러서던 아키히로는 무엇인가에 미끄러져 벌러덩 넘어졌다. 그것이 무엇인지 알아보기 위해서 뒤를 돌아본 그는 터져나오는 비명을 막을 수 없었다.
" 으... 으아아아... "
그의 눈앞에 펼쳐져 있는 것은 지옥도급의 피바다였다. 그의 일족들의 잔해들. 샤마스에서 도망쳐, 지상에서 강도질로 재기해 보고자 했던 아키히로의 모든 것이 그 거대한 그림자에게 짓밟혀서 박살나 있었다. 그리고 그 거대한 그림자 옆에서 내려다보는 차가운 한쌍의 보라색 눈동자. 그 냉정한 시선에는 증오보다는 경멸이 깃들어 있었다.
" 제 제발... 자비를... "/야마
" 네놈은 네가 강도질하고 죽인 자들에게 자비를 베푼 적이 있나? "/보라색 눈동자
" 으아아아아... "/야마
" 이제, 응보의 시간이다! "/보라색 눈동자
어둠 속에서 빛나던 보라색의 눈동자가 한순간 붉은색으로 변하면서, 그림자의 거대한 발이 올려졌다. 그것은 아키히로를 노리고 천천히, 그러나 아주 정확하게 떨어져 내렸다.
우드드드드득...
" 끄아아아아!!!! "
끊없이 이어질 것 같은 긴 비명이 밤하늘을 갈랐다. 그림자는 일부러 단번에 짓밟지 않고 발 뒤꿈치 부분부터 천천히 앞으로 힘을 가했다. 그 아래 깔린 아키히로에게 다리부터 천천히, 전신의 뼈가 으스러져 가는 고통을 맛보게 하는 잔인한 방식의 죽음을 맛보여 주기 위해 일부러 그리 한 것이었다.
밤은 길었고, 복수의 시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보라색 눈동자는 점점 더 광기에 물들어 가고 있었다.
.
.
.
후기: 그리고 요윈은 자갈로 슬링 탄환을 만들고 솔방울로 폭발 구체를 만들며 나뭇잎사귀 하나로 네버윈터 강을 건넜던 것이었다.
우오오 그거슨 수령동지 드립...
근데 위엣거 다 드루이드가 할 수 있거나 비슷한 효과를 낼 수 있는거잖음.
결론: 수령동지는 드루이드였나?!...
" ... "/요윈
" 왜, 걱정되는가? "/슈발츠
" 아니오 갑자기 아버지께서 해 주신 이야기가 떠올라서 말입니다. "/요윈
" 뭔가 그게? "/슈발츠
" 네버윈터의 원래 왕가인 할루스 네버의 가문은 하프엘프와 엘프로 이뤄진 가문들이었고, 저도 아주 여러 다리를 건너서이긴 하지만 그 할루스 네버를 만들어 낸 엘프 혈통을 이어받았다고... 어린 시절엔 언제나 왕자님으로 불렸지만, 진짜 네버윈터의 지도자가 되기 위해 일을 도모하게 되는 날이 올줄은 몰랐습니다. "/요윈
" 엘프 혈통이라, 그거 괜찮군. 써먹을수 있겠어. "/슈발츠
" 네? "/요윈
" 일이 성공하고 나면, 그쪽과 연관이 있게 족보를 아주 그럴듯하게 그려보자구. "/슈발츠
" 그건... 사기잖습니까? "/요윈
슈발츠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 그래 사기지, 하지만 누구나 그것을 사실로 받아들이게 된다면, 사기도 사실이 되는 법이야. 그렇지 않은가, 친구들? "
따라오던 어새신들도 모두 입가에 미소를 떠올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은 이모엔의 가장 충실한 부하들이었고, 요윈을 어릴적부터 보아 왔다. 이모엔과 요윈을 위해 목숨을 내놓을 수 있는 자가 있다면 그들일 것이다.
" 도련님께서 네버윈터의 왕이 되신다면, 저희는 기뻐서 당장 죽어도 여한이 없을 겁니다. "/어새신
" 왕이 아니야. 그리고 제발 죽니 어쩌니 하지 말아 주게나. 그동안 마리오의 무리와 싸우다 죽은 동지들 만으로도 충분치 않은가. 제발 죽지들 말게. "/요윈
" 네 도련님. "/어새신
잠시 분위기가 숙연해졌다. 실제 마리오의 제일 반대 세력으로, 이모엔의 길드는 그 규모에 비해서 엄청난 인적인 희생을 치루었다. 때문에 어새신들에게 있어 이번 [혁명]은 복수전이기도 했다.
" 그럼 다시 출발하자고, 여기 서 있으면 아무것도 이뤄지지 않으니까. "/슈발츠
" 그래요, 가시죠. "/요윈
제법 오랫동안 지하도를 따라 걸은 끝에, 슈발츠 일행은 네버윈터 궁으로 통하는 출구를 빠져 나올 수 있었다.
" 바로 옆 건물이 회의장입니다. 슬슬 준비들 하시죠. "/어새신
어새신들에 두르나가 가세한 팀이 벽을 타고 지붕으로 올라가는 동안, 요윈과 슈발츠 일행은 경비의 제복으로 갈아입고 순찰 경비처럼 가장했다.
" 저기 오는군. "
건물 그림자에 숨어서 순찰 경비가 오는 것을 기다린 슈발츠는 수신호로 각자의 목표를 지정해 주었다. 이번에도 알루데시아가 선두로 나섰다. 그녀의 미모에 넋을 빼놓은 경비들은 슈발츠가 다가오는지도 몰랐다.
퍽!
퍽!
슈발츠가 동시에 둘, 그리고 두르나와 요윈이 각각 하나씩. 경비들은 자기들이 황천에 가는지도 깨닫지 못하고 골로 갔다.
"그럼 이제 시작해 볼까? "/슈발츠
" 그러지요. "/요윈
이제 내친 걸음이라 돌이킬 수도 없다. 긴장하고 있어야 할 요윈의 얼굴에는 여유로운 미소마저 감돌고 있었다.
과연, 이모엔의 아들이 맞긴 맞군.
슈발츠는 혼자서 씨익 웃었다.
입구의 경비들을 속여넘기고 회의장으로 진입한 후, 일행은 변장을 벗어 버렸다. 그리고 요윈이 앞장서서 회의장 안으로 난입했다.
" 웬놈이냐. "/경비병
" 잡졸은 비켜라! "/요윈
요윈을 가로막으려던 경비들에게 요윈이 일갈하자 마자, 허공에서 날아온 볼트가 소리없이 경비들의 목과 등짝에 깊숙히 꽃혔다. 그것이 당연하다는 듯이, 요윈은 쓰러지는 경비들을 무시하면서 한층 더 건물 깊숙한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렇게 두번 더 경비들을 거친 후에야, 마침내 일행들은 귀족들이 모여 있는 본회의장에 도착할 수 있었다.
" 웬놈이냐 ? "/마리오
" 내 이름은 요윈 요탄. 네버윈터의 배신자를 처단하러 왔다. "/요윈
요윈은 웅성거리는 귀족들을 무시한 채 단상 위의 마리오에게 성큼성큼 다가갔다.
" 누가 배신자라는 것이냐!? "/마리오
" 누구긴, 네놈이지! "/요윈
요윈은 미리 준비해 온 마리오의 장부 사본을 그의 얼굴에 집어 던지고는, 순간 시야가 가려져 무방비 상태가 된 마리오의 배 깊숙히 장검을 찔러 넣었다.
" 으억!... "/마리오
" 네버윈터는 물론 노스 전체를 오크들에게 팔아넘긴 죄의 댓가를 받아라! "/요윈
" 끄윽... 그걸 어떻게... "/마리오
" 네놈의 죄가 영원히 가려질줄 알았더냐. "/요윈
천천히 무릎을 꿇은 마리오는, 요윈이 배에 찔러 넣은 장검을 빼내자 더이상 버티지 못하고 입으로 왈칵 피를 토했다.
" 네놈이... 감히... "/마리오
" 너같은 돼지놈이 [감히]라는 단어를 쓸 자격이나 있느냐? "/요윈
요윈은 그대로 마리오를 걷어차 쓰러뜨리고는 연단 앞에 서서 외쳤다.
" 네버윈터의 반역자를 처단했노라! "/요탄
" 아, 아 거기. 살고 싶으면 움직이지 말고... "/슈발츠
어새신들과 두르나들이 회의장 밖에서 마리오파의 경비병들을 상대로 피바다를 만드는 동안, 입구를 막고 서 있던 슈발츠는 가져온 장부의 사본을 회의장의 귀족들에게 회람시켰다. 물론 그 중에는 그 계약에 직접 관련된 자들도 있었다. 마리오의 피투성이 시체 앞에 그들이 불려나왔다.
" 니들 죄를 니들이 알렸다? "/슈발츠
" 살...살려주시오. 우리는 그저 위협에 못이겨..."/부패한 귀족
" 간느롱, 네놈이 항구지역에서 저지른 수뢰와 살인에 대한 증거도 있다. 요즘의 쓰레기들은 협박에 못이겨 수뢰와 살인을 저지르나? "/요윈
요윈의 눈짓을 받은 슈발츠는 웃으며 칼을 휘둘렀다.
회람된 계약서에 이름이 언급되어 마리오와 같이 처단된 귀족은 모두 합해 다섯 뿐이었지만, 나머지 귀족은 이제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지를 확실히 알았다. 그리고 살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블랙레이크 성문이 성난 군중에 의해 뚫린 다음날, 형식적인 네버윈터 대공이던 안토니오 앙갤라는 요윈 요탄에게 남작 칭호를 하사하고 네버윈터 나인의 수장으로 임명했다. 나인의 수장이며 귀족이던 마리오가 국정 전반을 주도한 지금까지의 관행(?)으로 미루어 보면 이것은 사실상의 정권 이양이었다. 네버윈터 귀족회의는 만장일치로 이 결정을 추인했으며, 블랙레이크에 모여든 민중들은 환호로 그를 오크로부터 네버윈터를 구한 영웅으로 받아들였다.
" 왠지 양심에 찔리는군요. 이 모든것을 준비한 것은 슈발츠님이지 제가 아닌데. "/요윈
" 마리오를 쓰러뜨린건 자네지. "/슈발츠
" 그저 결정타를 날렸을 뿐이지요. "/요윈
" 세상은 그걸 영웅이라고 부른다네. "/슈발츠
슈발츠는 요윈의 어께에 손을 얹었다.
" 그렇게 내 덕을 본 것 같은 마음이라면, 오크들과 맞서 싸우는 엘프들에게 힘을 싫어 주게나. "/슈발츠
" 물론입니다. "/요윈
사실, 군대는 실제로도 돈을 엄청나게 집어먹는 집단이긴 하지만. 보통은 전혀 생산적이지 않은 집단이기 때문에 지출이 과다해 보이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대부분의 국가는 봉토 하사한 귀족들의 사병들을 주촉으로 군대를 구성한다. 그편이 싸게 먹히기 때문임은 말할것도 없다. 하지만 네버윈터 나인을 정점으로 한 [기사단]과 그레이클록은 자원자로 이루어진 직업군인이자 상비군이었다.
네버윈터가 다른 국가와 달리 이런 상비군을 유지할 수 있었던 이유는 크게 세가지였는데, 첫째로 원래 종주국이던 워터딥의 보호 하에 있었기에 치안을 위한 군사력을 제외하면 소수정예 주의를 유지하는데 그리 어려움이 없었기 때문이다. 워터딥의 멸망 이후에는 오히려 [종주국]으로써 무역입국의 이득을 통해 이 무장 집단을 유지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두번째는 네버윈터에는 봉토를 매개체로 한 군신간의 상하관계가 강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다른 전통적인 국가의 귀족들과 달리 네버윈터의 귀족들 중 대부분은 봉토가 없었다. 그들은 봉토 대신에 무역으로 부를 쌓고, [의회]를 통해 국정에 참여하는 것으로써 귀족의 지위를 드러내 왔다. 또한 시내의 치안도 안정되어 있는 네버윈터에서는 다른 국가의 귀족들처럼 강력한 사병을 양성할 필요가 없었다.
세번째로 네버윈터의 지형의 특수함이다. 무역 뿐 아니라 농경에도 알맞은 입지를 가진 네버윈터는 주변에 영주에게 속하지 않은 자작농 마을이 많았다. 자작농들은 세금만 적당하면 생활이 안정되어 있으니 군대에 복무할 필요가 없지만, 각 집안의 둘째, 세째 아들에 이르러서는 이야기가 좀 달라진다. 적은 농지를 두고나누어 상속받아서 더 가난해지느니, 집안의 맏이에게 땅을 몰아주고 둘째나 셋째는 도시로 진출해 기회를 찾는 편이 훨씬 더 경제적인 선택이었던 것이다. 게다가 다른 도시와는 달리, 네버윈터에는 [그레이 클록]에 지원하는 선택지까지 있었다. 자연히 군대에 자신의 운명을 걸어보고자 하는 재능있는 젊은이들이 모여들었고, 상비군을 유지할 만한 인적 자원을 확보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런 연유로 요윈이 군대를 준비하는데는 그리 큰 어려움이 없었다.
앞서 말한 귀족회의가 네버윈터의 정치에 관여하는 힘은 다른 국가의 귀족들이 중앙 정계에 대해 관여하는 파워와는 비교가 되지 않았는데, 그들은 귀족회의를 통해 법을 결정하고 조약을 비준하며, 때로는 그레이클록의 장교로써 복무했기 때문이다. 요윈은 이런 귀족회의를 한손에 틀어쥐고 있었으니 동원하는 것도 일사천리였다. 게다가 마리오의 금고에서 꺼낸 돈을 재원으로 하여 군대의 증강을 꾀하면서 자연스럽게 자신의 인사들(즉, 이모엔의 부하들)을 그레이클록의 장교단에 입용시켜 군대에 대한 장악력도 늘여갔다. 이 과정에서 보여준 용의주도함과 공정함은 슈발츠도 감탄할 정도였다.
그리고 군대의 재정비가 이뤄지는 동안 다른 작업도 시작되었다.
원래의 할루스 네버 가의 후사가 끊긴 후, [네버윈터 로드]는 비록 그것이 나셰르 시대부터 세습처럼 되기는 했어도 [전제적인 통치자]가 아니라 귀족들의 추대를 받은 대표였다. 이 [관습]역시 귀족회의가 가진 강력한 권한의 한가지엿는데, 슈발츠는 이 네버윈터 로드를 법적인 세습제로 만들 작정이었다. 실제로 요탄 가문은 귀족은 아니었지만 [가문의 이름(우리식으로 하자면 성씨)]을 가지고 있었다. 기록을 거슬러 오르면 일리얀브루엔(네버윈터 이전의 엘프-인간 연합 국가)시절부터의 하프엘프 가문과 연이 닿아 있기도 했다. 그래봐야 사돈의 팔촌격이지만, 이런 [혈통]은 부풀리기 딱 좋은 재료였다.
네버윈터의 영웅이 알고보니까 일리얀브루엔 시절의 엘프 가문의 혈통을 이어받았 카더라. > 오 역시 집안이 남다르군! > 워터딥 출신의 유약한 젊은이보다는 우리 지도자로 어울리지 않겠는가? > 오오 듣고보니 그렇군. 추대하자.
복잡한 중간과정을 생략하면 대강 이러한 과정을 거쳐, 여론이 형성되었다. 마리오 건으로 약점이 잡혀 있는 귀족회의는 이번에도 슈발츠의 의향을 충실히 따랐고, 원래부터 로드 자리가 좌불안석이었던 안토니오도 선선히 [양위]에 동의하는 것으로 모양새 좋은 즉위가 이루어졌다. 그 속도도 쾌속하기 그지없어서, 요윈이 네버윈터 나인의 수장 자리에 오른지 한달 만의 일이었다.
보통 이런 과정을 거치고 나면 뒤가 찜찜해서라도 선대를 죽이는 것이 일반적인 [관례]였지만, 요탄은 그 일반적인 관례을 따르지 않았다. 선대 자격으로 종신 연금과 귀족회의에 의석을 보장하고, 경호를 강화했던 것이다. 슈발츠가 손을 쓰기 전의 일이었다. 심지어 그는 슈발츠와 만난 자리에서도 안토니오에게 손을 쓰지 말아달라고 부탁하기까지 했다.
" 나는 그를 죽이길 바라지 않습니다. "/요윈
" 그는 문제가 되지 않지만, 그의 주변에 꼬일 파리들이 문제야. "/슈발츠
" 그 위험을 감수하면서 통치에 성공하는 것이, 진정한 지도자겠지요. 저는 위험을 감수할겁니다. "/요윈
요윈이 이렇게 강경하게 나오면 슈발츠도 손을 쓰기가 어려워진다. 어쨌든 네버윈터의 로드는 그였기 때문이다. 할 수 없이 그 문제는 넘어갔다. 사실 안토니오는 사소한 문제였다. 이제 그들의 앞에는 전쟁이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방면에서 요윈은 슈발츠의 기대에 완벽하게 부응했다. 로드 자리에 오르자 마자, 요윈은 실버마치와의 동맹을 재확인하는 사절을 실버리문에 보냈다. 네버윈터의 속국인 러스칸에서는 마리오의 금고를 털어서 풀어낸 돈으로 모병이 시작되었고, 또 하나의 오랜 동맹 관계인 문셰 제도에서도 원군을 보내 오기로 약속했다. 이제야 비로소 북부의 문명지 전체가 오크들에 맞서 일어난 셈이었다. 이로써 우볼드에 대한 협공 준비는 그럭저럭 마쳤고, 나머지는 전장에서의 운에 거는 일만 남았다. 슈발츠는 그 일은 알루스트리엘과 심불, 그리고 알루시아와 세실루아에게 일임했다. 알루시아와 세실루아는 봄이 되면 엘프 연합군에 합류할 슈발츠의 지원병들을 이끄는 역할이었다.
" 저도 제 부족의 전사들과 함게 참전을 했으면 합니다. "
다임은 어떤 피치못할 사연이 있어서 모라딘을 버린 드워프였다. 그래서 일부러 이번 동맹군 지원에서 제외했는데, 오히려 그가 자원해 왔던 것이다. 생각지도 않았던 요청이었지만 슈발츠는 이유를 묻지도 않고 허락해 주었다.
우볼드의 10만 대군에 대해 노스 연합군 측은 2만이 약간 넘는 정도의 전력을 가지고 임했다. 합류가 약간 늦을지도 모르는 슈발츠의 지원병과 네버윈터의 전력까지 모두 합한 수치다. 물론 숫자만으로 전쟁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정도 차이라면 총 사령관의 역량이 중요해진다. 그리고 슈발츠는 정치적인 이유도 있어서 아예 총 사령관의 자리를 아예 처음부터 염두에 두지 않았다. 서신과 회의가 이어진 갑론을박 끝에, 엘프 측의 총 사령관으로 선출된 것은 젤로나의 씨다른 오빠이기도 한 다날 엠라루릴이었다. 이미 미스랄 홀의 드워프 쪽은 브루노 배틀해머의 양자인 갈란드 배틀해머의 지휘를 받기로 이미 합의가 끝난 상태. 실질적으로 가장 많은 전력을 제공할 욘이 자진해서 다날의 지휘를 받기로 하면서, 갈란드도 이에 동의해서(물론 드워프 답게 불평하긴 했지만) 결국 지휘 체계도 통일되었다.
첫 싸움은 실버리문의 북쪽 최전선이기도 한 미스릴 홀에서 이뤄질 것이 거의 확실했다. 그리폰의 둥지에서 동쪽에 위치한 우볼드의 새 [매니 애로우드 요새]에서 실버리문으로 가는 최단 루트가 바로 그 방면이었기 때문이다. 다른 쪽으로 가려면 에버무어 늪을 돌아 ㅤㅁㅕㅈ배나 더 긴 길을 돌아가야 했다. 이미 동맹이 성립되기 전부터 지상과 지하 모두에서 드워프들의 요새 보강공사가 이어졌다.
또한 네버윈터에서 미스릴 홀 까지 가려면 길고 어려운 여정을 거쳐야 했다. 하물며 군대가 이동하는 것이다. 요윈은 일단 새 봄에 벌어질 첫 전투에서는 합류를 미루고, 대신 독자적으로 네버윈터 군 만으로 우볼드의 요새를 공격하기로 했다. 적의 전력을 분산시키자는 것이다. 이에 다날과 갈란드가 다시 동의했다.
알루시아가 총 지휘하는 에린들린과 샤마스의 원군은 지하로부터 미스릴 홀에 도착할 예정이었다. 갈란드를 비롯한 드워프들은 슈발츠의 다크엘프 부대를 약간은 미씸쩍어했지만, 브리겐스톤에서 승리를 거둔 [실적]은 이번에도 효과를 발휘했다.
눈보라 속에서, 북부 전체의 운명을 놓고 감돌던 전쟁의 기운이 슬슬 무르익어가기 시작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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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헉...헉...헉... "
야마 아키히로의 전신은 흙투성이였고, 땀에 젖어 있었다. 얼마나 달렸는지 숨이 턱에 차오르다 못해 얼굴이 보라색이 될 지경이었지만, 미칠듯한 공포에 사로잡인 그는 연신 땅바닥을 구르면서도 계속 도망쳤다. 하지만 어느샌가 그의 앞에 거대한 그림자가 드리워ㅤㅈㅕㅅ다.
" 겨우 이정도인가... "/정체불명의 목소리
" 히에엑!... "/야마
" 겨우 이정도의 솜씨로, 내 아버지와 어머니를... 시해할 수 있었던 것인가. "/정체불명의 목소리
어둠 속에서 나타난 거대한 형상은 그림자를 실체화시킨 괴물 새도우워커(Shadowwalker)였다. 비실거리며 물러서던 아키히로는 무엇인가에 미끄러져 벌러덩 넘어졌다. 그것이 무엇인지 알아보기 위해서 뒤를 돌아본 그는 터져나오는 비명을 막을 수 없었다.
" 으... 으아아아... "
그의 눈앞에 펼쳐져 있는 것은 지옥도급의 피바다였다. 그의 일족들의 잔해들. 샤마스에서 도망쳐, 지상에서 강도질로 재기해 보고자 했던 아키히로의 모든 것이 그 거대한 그림자에게 짓밟혀서 박살나 있었다. 그리고 그 거대한 그림자 옆에서 내려다보는 차가운 한쌍의 보라색 눈동자. 그 냉정한 시선에는 증오보다는 경멸이 깃들어 있었다.
" 제 제발... 자비를... "/야마
" 네놈은 네가 강도질하고 죽인 자들에게 자비를 베푼 적이 있나? "/보라색 눈동자
" 으아아아아... "/야마
" 이제, 응보의 시간이다! "/보라색 눈동자
어둠 속에서 빛나던 보라색의 눈동자가 한순간 붉은색으로 변하면서, 그림자의 거대한 발이 올려졌다. 그것은 아키히로를 노리고 천천히, 그러나 아주 정확하게 떨어져 내렸다.
우드드드드득...
" 끄아아아아!!!! "
끊없이 이어질 것 같은 긴 비명이 밤하늘을 갈랐다. 그림자는 일부러 단번에 짓밟지 않고 발 뒤꿈치 부분부터 천천히 앞으로 힘을 가했다. 그 아래 깔린 아키히로에게 다리부터 천천히, 전신의 뼈가 으스러져 가는 고통을 맛보게 하는 잔인한 방식의 죽음을 맛보여 주기 위해 일부러 그리 한 것이었다.
밤은 길었고, 복수의 시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보라색 눈동자는 점점 더 광기에 물들어 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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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그리고 요윈은 자갈로 슬링 탄환을 만들고 솔방울로 폭발 구체를 만들며 나뭇잎사귀 하나로 네버윈터 강을 건넜던 것이었다.
우오오 그거슨 수령동지 드립...
근데 위엣거 다 드루이드가 할 수 있거나 비슷한 효과를 낼 수 있는거잖음.
결론: 수령동지는 드루이드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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