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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MC] 패도 단편집: 원숭이의 손편 - 저주 01

예전에 욕심 많은 어느 원숭이가 신께 기도를 했다.



평생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고 맛있는 음식을 실컷 먹을 수 있게 해달라고 빌었다.



그런일이 있은 후 원숭이가 길을 가다가 맛있는 음식이 가득 들어있는 항아리를 발견했다.



원숭이는 항아리에 손을 집어 넣었다. 항아리의 구멍은 가느다란 원숭이의 팔도 겨우 들어갈정도로 협소했다. 손에 가득 잡힌 음식물을 움켜지고 항아리 밖으로 손을 빼내려고 하는데 손이 가느다란 항아리 입구에 막혀 빼지를 못한다.



잡은 음식물을 놓고 손을 오무리고 빼면 손이 밖으로 나오는데 손에 잡은 것을 놓지 않고 밖으로 손을 빼내려고 하니 손이 나오지를 못한다.



답답한 원숭이는 계속 찍찍 소리를 내면서 항아리 주위를 맴돈다. 원숭이는 움켜진 음식을 빼내려고 진땀을흘리고있다.



그때 숨어있던 사냥꾼이 그물을 들고 나타난다. 



사냥꾼이 나타난 것을 보고 도망가려고 발버둥을 치지만 도망갈 수가 없다.



사냥꾼이 다가오자 원숭이는 무척 당황한다. 손에 잡힌과일은 나오지가 않고 사냥꾼은 점점 다가오고, 원숭이는 손에 잡힌 과일을 놓고 그냥 손을 빼려고 하지 않는다. 그 안에 들어있는 음식의 달콤하고 향긋한 기억을 떨쳐버릴수가 없기 때문이다.



마음은 급하지만 음식을 잡은 손은 놓을 수가 없고, 원숭이는 결국 사냥꾼에게 잡히고 만다.



소리지르면서 펄쩍 펄쩍 뛰어보지만 결국 그물망에 덮혀서 산채로 잡히고 만다.



손에 잡은 것만 놓으면 살 수도 있는데 그렇게 하지를 못하고 잡힌다.



원숭이는 동물원에 갇혀 "자신의 소원"대로 평생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고 맛있는 음식을 실컷 먹게 되었다



맛있는 음식을 실컷 먹으면서도 항아리 속의 음식을 잡은 손은 빼질 않았다.



원숭이가 죽어서 사람들이 손을 빼낼려고 했을 때도 결코 빠지질 않았다.



결국 원숭이의 손을 잘라내었는데 그럼에도 빠지질 않았고 어느샌가 항아리와 함께 사라져 버렸다고 한다.



그후 그 항아리를 잡은 원숭이의 손은 전세계를 돌며 사람들의 눈앞에 나타났다고 하는데 신비하게도 본 사람들의 소원을 이루어 주었다고 한다.



비록 그것이 어떠한 형태든지간에...









직장 생활 5년차가 지나면 "사내 정치" 라는 것도 알게 되고 누구누구 밑에 줄도 선다.



나는 이러한 정치가 참 역겨웠다. 분명 나의 업무 능력이 더 뛰어난데 내가 왜 이런 "하찮은" 곳까지 신경 써야 하는지 답답하기만 했다.



100점을 받을만큼 일을 처리했는데 "저 새끼, 왜 이렇게 건방져"라는 업무외적 평가로 인해 감가상각 당하는게 정말 싫었다. 



그렇기에 그 누구에게도 비위를 맞추거나 기대지 않고 오로지 나 스스로의 힘으로 해내길 원했다. 또 해낼수 있다고 믿었다.



하지만 조직의 벽은 높았다. 이번 진급심사에서 내가 어이없이 떨어진 반면에 능력도 떨어지고 웃는 얼굴로 애교를 부리며 남자 상사들의 비위나 맞추던 여자후배가 나를 대신해서 올라가 버린 것이다.



주변 사람들은 평소에 혼자 잘났다고 잘난척은 다 하더니 꼴좋다며 비웃어 댔지만 그런것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어차피 그런놈들이다. 그렇게 남들을 깔보지 않으면 자신을 내세울수 없는 놈들의 말에 일일이 귀기울일 필요따윈 없는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다른곳에 있었다. 이제는 내 상사가 되어버린 후배한테 내키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축하하다는 말을 하러 갔을때 그녀는 내게 죄송하다고 말했다. 



나의 능력이 더 뛰어난데도 자기가 올라가 버려서 죄송하다고 그렇지만 조직업무라는게 그리 대단한게 아니라고 아주 못하지만 않으면 70점이나 100점이나 거기서 거기라고, 그러니 내가 바뀌지 않으면 앞으로 계속 이런일이 일어날 거라고 말하며 아주 불쌍하다는 듯한 눈으로 나를 보고 있었다.



인생에서 처음으로 폭력을 휘두를 정도로 분노했었다. 간신히 이성을 유지하여 참고 있었지만 손이 부들부들 떨릴정도로 충격을 받았다. 



그녀는 능력도 없이 그저 알랑방귀나 뛰면서 줄을 잘선 덕분에 올라간 주제에 내가 틀렸다고 말하고 있었다. 



그녀는 별볼일 없는 자랑만 하며 아랫사람들이 자신을 우러러 보기를 원하는 상사들이 나의 재능을 시기한 덕에 그 빈자리에 간신히 올라간 주제에 자신이 옳다고 말하고 있었다. 




그녀는 나의 신념은 잘못된 것이며 옳은건 그들과 자신이라며 말하고 있었다. 



그녀는 그 증거로 나는 굴러떨어졌지만 자신은 올라갔다고, 앞으로도 계속 이렇게 될것이라고 말하고 있었다.



그녀는 지금까지의 나를 부정하고 없애라고 말하고 있었다.



그녀는...

 




"헤이, 형씨 대단한 얼굴인걸 뭔가 좋은 일이라도 있었어?"



눈을 감고서 도저히 참아내기 힘들었던 낮의 일을 떠올리고 있던 나는 갑자기 들려온 소리에 정신이 들었다.



눈앞에는 미라같이 삐쩍마른 원숭이의 손같은 물건이 담긴 항아리 같은걸 들고 있는 낯선 사내가 나를 보며 웃고 있었다.



좋지 않다. 나는 항상 문단속은 철저하게 해둔다. 오늘 집에 왔을때도 자물쇠는 멀쩡했다. 아니 지금도 문이 열리거나 닫힌 흔적같은건 없다. 즉 이 남자는 처음부터 집안에 숨어서 내가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말이다. 나에게 원한을 품은 누군가가?



"그렇게 시체를 숨기다 걸린 여주인공 같은 표정은 짓지 말라고 딱히 잡아먹거나 하지 않으니깐. 하지만 표정을 보아하니 어릴때 동화책 같은건 별로 좋아하지 않았나보군"



여전히 가만히 쳐다보는 나에게 원숭이 손같은게 담긴 항아리를 주며 원숭이의 손에 대한 동화를 이야기 하기 시작한다.



"예전에 욕심 많은 어느 원숭이가 있었는데 말이지.."



"그 동화의 결말에 당신같은 남자는 나오지 않을텐데"



나의 말에 이런 사실은 동화를 좋아했구나 하고 어깨를 한번 으쓱이고는 말을 계속한다.



"너무도 무료한 인생이여서 말이지 무언가 깜짝 놀랄만한 일이 일어나지 않을까 생각하게 된 무렵에 이녀석이 내 앞에 나타났지"



남자는 내 손에 들린 원숭이의 손을 톡톡 치며 말한다.



"아무리 그래도 어릴적에 읽었던 동화속의 이야기가 자신에게 현실로 나타날줄은 몰랐지만 동화 내용대로 나도 소원을 빌었어 제대로 적혀있지 않았던 동화의 뒷부분을 직접 보고 싶다고 어떻게 끝나는지 궁금했거든"



동화속에서 원숭이의 손은 본 사람들의 소원을 이루어 주었다고 한다. 



비록 그것이 어떠한 형태든지간에...



"그 동화는 사실 현재 진행형이여서 아직도 계속 쓰여지고 있다는 거지"



"..."



그후 이 남자는 원숭이의 손을 따라 세계 각국을 돌다가 내앞에 나타났다는 이야기다. 



원숭이의 손에 대한 동화는 수백년도 더 되었다고 알고 있다. 이 남자는 그 수백년동안 원숭이의 손과 같이 전세계를 떠돌다 다닌건가, 아니 자신이 원숭이의 손 자체가 되어 버린건가..



"뭐, 그렇다고는 해도 그럼 슬슬 그쪽의 사정을 말해주지 않을래? 말해주지 않으면 동화가 진행되지 않는달까나. 나는 독심술 쪽은 아무래도 서툴러서 말이지. 게다가 대화라는 걸 좋아한다고, 근본이 수다쟁이라서 말이지. 그렇다고는 해도 비밀은 엄수하니까, 괜찮아 괜찮아"



동화라고 해도 독자는 나한사람 뿐인거지 하고 말하는 남자에게 나는 더이상 의심을 품고 있지 않았다.



"원숭이의 손과 만나는 인간은 대부분 그 소원이 자신이 원하는 형태로 만은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리스크를 알고 있으면서도 소원을 빌어버리지. 아니 그런 사람이 아니면 애초에 보이지도 않는다고 할까?"



보이지 않아?



보이지도 않고---나타지도 않아?



"즉 내가 여기 나타난 이유는 그쪽이 나를 만나길 간절히 원했기 때문이야. 또한 만나버렸다고 해서 바로 무슨일이 생기는 것은 아니야 무언가를 바라지 않는 이상---실현은 되지 않는다고. 아니, 더욱이, 거기까지 그쪽 사정에 깊게 들어갈 생각은 없지만 말이지. 소원을 빌것인지 빌지 않을 것인지 어떤 소원을 빌것인지도 모두 그쪽이 정하는 거니깐. 하지만 아무쪼록 신중히 생각하길 바래"



나처럼 되기 싫으면 말이지 하고 웃는 남자를 보고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소원을 빈다.



"그녀에게 저주를 걸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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