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황(恐皇) 5부 <새로운 시대> Part 2-21편 > 웹소설-내가 만드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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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황(恐皇) 5부 <새로운 시대> Part 2-21편

한편, 지하 감옥에 갇힌 브리세이즈는 그리 편안한 처지가 아니었다. 육체적으로가 아니라 정신적으로 피폐해진 것이다. 처음에, 그녀는 호기 넘치게 로비아타를 외쳐 부르며 기도하고 반항해 보기도 했지만, 그것도 딱 하루 뿐이였다. 오히려 슈발츠와 헬레네가 모습을 나타내지 않는 것이 불안감에 불을 지폈다.


브리세이즈가 갇힌 감옥은 춥기는 했지만 잠들 수 없을 정도는 아니었다. 그러나 그녀는 푹 자지도 못했다. 악몽을 꾸고, 바람소리에도 화들짝 놀라 깨어났다. 금방이라도 목이 꺾인 헬레네가 철창에 매달려 있을 것만 같았다. 식사도 할 수 없었다. 당연하지만 마법을 준비하기는 커녕 일상생활조차 불가능할 정도였다.


철컹!...


지하 감옥에 갇힌 지 나흘째 되던 날, 브리세이즈의 철창 문이 소리를 내며 열렸다. 누가 손대지 않았는데도 그렇게 되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주어진 자유에도 반응하지 않았다. 슬픔과 절망에 찌든 눈으로 한번 열린 철창 문을 흘끗 보았을 뿐, 다시 얼굴을 무릎 사이로 묻고 울기 시작했다.


슈발츠의 말이 기억났던 것이다. 그녀 대신으로 자원한 헬레네를 실컷 범해서 망가뜨린 후에 죽인다고 했다. 철창 문이 열린 것은, 마침내 헬레네가 망가지고 죽임을 당한 것이다. 그렇게 심하게 당했는데 망가지지 않는다면 그게 더 이상할 것이다. 자신의 잘못이다. 자책감과 절망감이 가슴을 찔러, 브리세이즈의 울음은 깊어질 뿐이었다.


잠시 후 프레이아가 철창 앞에 나타났을 때도, 그녀의 팔을 붙잡아 일으켰을 때도 브리세이즈는 반항하지 않았다. 이제 자기 차례가 왔다고 생각했다. 죽는 것이 좋다. 브리세이즈는 눈을 감고 프레이아가 이끄는 대로 순순히 따랐다. 한참을 이끌려 따라간 끝에 도착한 곳은 저택의 정문이었다.


" 이제 가도 좋아. "/프레이아


" ?... 내 언니는... 헬레네는 어떻게 되었지?... "/브리세이즈


" 난 주인님의 명령을 받았을 뿐이야. "/프레이아


브리세이즈가 헬레네를 보기 전까지 갈 수 없다고 실랑이를 벌이는 동안, 슈발츠가 어슬렁거리며 나타났다.


" 뭐야, 왜 이리 소란스러운가. "/슈발츠


" 언니를 보게 해줘!... "/브리세이즈


슈발츠가 나타나자 마자 브리세이즈는 슈발츠에게 달려들려다가 프레이아에게 저지당했다. 타오를듯한 눈길로 쏘아보는 브리세이즈의 시선과 슈발츠의 시선이 허공에서 한동안 대치했다.


" 네 언니는 너를 위해 희생했다. 그것으로 충분한 정보가 되지 않았나? "/슈발츠


" 이악마같은 놈!... 그녀는 죄가 없어, 나쁜건 나지!... 그녀의 시체라도 보게 해줘!... "/브리세이즈


" 공교롭게도 나는 시체 따위를 보관하는 취향은 없어서 말이지. "/슈발츠


" 아아악!!... "/브리세이즈


악에 받친 비명을 지른 후, 마침내 브리세이즈는 절망해 주저앉아버렸다.


" 제발...부탁이야... 흑... 흐흑...  "/브리세이즈


" 부탁하는 태도가 글러먹었는데. "/슈발츠


슈발츠의 말에 자세를 고쳐 꿇어앉은 브리세이즈는 슈발츠의 발치 까지 기어가서 그의 발 끝에 고개를 조아렸다. 프레이아가 그것을 막아서려는 것을, 슈발츠가 눈짓으로 물렸다.


" 제발...부탁합니다. 헬레네 언니를 보게 해 주세요... "


눈물을 펑펑 쏟으며, 브리세이즈는 진심으로 슈발츠에게 부탁했다. 그녀가 한참을 눈물로 호소한 후에, 그는 발 끝으로 그녀의 턱을 받쳐 올렸다.


" 네 언니는 너를 위해서 자신을 바쳤다. 내 손님이라는 지위를 포기하고 몸을 대 주고 어떤 학대든 참고 견뎠지. 동생을 위해서 목숨도 내놓겠다고 했다. 그러는 동안 네가 한 것이라고는 사태를 악화시키기 위해 허풍 가득한 악다구니 뿐이었지. "/슈발츠


" ... "/브리세이즈


" 그러나 이제 마음가짐이 된 듯 하니 다시 물어보겠다. 너는 네 언니를 위해 뭘 해줄 수 있지? "/슈발츠


잠시 후, 태어난 그대로의 알몸이 된 브리세이즈는 두 손을 등 뒤로 돌려서 가죽 수갑이 채워 지고, 얼굴엔 눈가리개와 재갈이 착용되고, 목에는 개목걸이까지 둘러진 채 목걸이에 연결된 리드줄에 끌려 휘청거리는 걸음으로 슈발츠의 침실 문을 지나고 있었다.


" 어머, 그녀를 풀어주신게 아니었어요? "/두르나


" 아아, 언니를 보고 싶다는군. "/슈발츠


" 후으으... "/브리세이즈


두르나의 목소리를 들으며 브리세이즈는 몸을 움츠리고 고개를 숙였다. 부끄러움과 공포로 위축된 것이다. 로비아타의 종이 되었을 당시만 해도 나체를 보이는 정도로는 아무렇지도 않았지만, 지금의 무력하기 그지없는 상태에서는 로비아타를 섬길 때 같은 호기를 부리는 것은 무리였다.


" 후회하겠지요, 아마? "/두르나


" 아아... 대충 그렇겠지. "/슈발츠


프레이아가 손에 잡고 있던 리드줄을 두르나에게 넘기자, 두르나는 그 줄을 잡아당겨 브리세이즈를 침대까지 데려갔다. 주춤거리다가 침대의 시트에 무릎이 걸린 브리세이즈가 멈추자, 그녀의 목과 엉덩이를 쓰다듬으면서 침대 위로 이끈 것도 그녀였다.


" 주인님을 최대한 만족시켜야 할텐데, 정말 고생하겠구나. "


두르나는 브리세이즈가 불쌍하다는 듯이 중얼거리며 그녀의 흐트러진 머리를 쓰다듬어 골라 준 후, 그녀의 뒤로 돌아가서 재갈을 풀었다.


" 푸하!... 무엇이든...무엇이든 할께요... 열심히... "


" 열심히 한다고 다가 아니야. "


슈발츠가 침대 위에 올라오면서 자리를 잡자, 침대 전체가 출렁거리며 두르나와 브리세이즈도 아래위로 요동쳤다. 균형을 잃을 뻔한 브리세이즈를 바로잡아 주면서, 두르나는 그녀를 팔짱을 끼고 누워버린 슈발츠의 다리 사이로 인도했다.


" 먼저 입으로 하는 거에요. 자... "


보이지 않는 것 만큼 무서움을 초래하는 것은 그다지 없다. 하물며, 브리세이즈는 헬레네가 슈발츠의 자지에 관통당했던 기억이 아직 생생한 것이다. 그때 본 검은 흑요석 기둥을, 이제 자기가 입부터 시작해서 전신을 써서 만족시켜야 하는 것이다. 코로 들어오는 슈발츠의 냄새에, 그녀는 그만 정신이 아득해져버렸다.


" 아아아... 하앗!.... 쵸웁...  웅... "


입술 끝에 슈발츠의 자지가 닿았을 때, 그녀는 소스라치게 놀라 고개를 뒤로 빼려다가, 다시 자신이 뭘 해야 하는지를 생각해 내고 고개를 원위치 시켰다. 두르나의 지도를 받으며, 귀두로부터 입술과 혀를 이용해 훝어 내리는 동안, 그녀의 눈을 가진 눈가리개 아래로 눈물이 맺히고 있었다. 그리고 두르나가 옆에서 그녀의 목과 등을 쓰다듬어주며 얼르는 동안, 프레이아가 은제 세수대야에 포도주를 탄 따뜻한 물을 가득 담아 왔다.


" 히이익!... 무, 무슨?... "


슈발츠의 손짓 한번에, 물이 길고 가는 뿔의 형태를 띄면서 떠오르더니, 브리세이즈의 항문 안으로 스며들어갔다.
 
" 어허, 가만히 있어. "


슈발츠는 허리를 잡고, 프레이아와 두르나는 양쪽에서 어께를 제압하자, 브리세이즈는 옴쭉달싹 할 수가 없었다. 그 상대로 마법에 의해 떠오른 물들이 항문 안을 계속해서 비집고 스며 들어오는 것이다. 일종의 관장인 셈인데, 엘프인 브리세이즈가 관장 경험을 가지고 있을 리가 없었다. 생전 처음 당하는 항문으로의 침입에, 그녀는 완전히 당황하고 공포에 질려버렸다.


" 으아아아!...뭐, 안돼! 죽어버려!... 히아악!... 물이 배 안에서...아으아!... 아오오오오!!!... "/브리세이즈


" 입이 팔팔한 것을 보니 죽을 것 같지는 않군. "/슈발츠


보통의 물이라면 그나마 괜찮았겠지만, 포도주가 섞인 것이라 자극이 격렬하다, 내장이 불타는 것 같은 느낌을 받으며 브리세이즈는 순식간에 당황한 어린애로 돌아갔다. 고통과 수치가 머릿속을 가득 채워서 헬레네의 존재까지 잠시 잊었을 정도다. 완벽하게 제압당한 그녀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미친듯이 도리질치며 울부짖는일 뿐. 내장을 불태우는 듯한 감각은 더해만 갔다. 그리고 그녀는 깨닫지 못했지만, 항문으로 스며든 [술]은 순식간에 그녀의 몸 안으로 흡수되기 시작했다.


" 아으으으으!... 아으으오.... 오오오... 아흐아아아... "


처음에는 정신이 혼미해질 정도의 고통, 그리고 이윽고 내장으로 흡수된 술의 취기로 몽롱해지기 시작하면서, 브리세이즈의 비명에는 달콤한 색이 섞이기 시작했다. 슈발츠는 브리세이즈의 보지 입구에 자신의 자지를 슬근슬근 비비기 시작했고, 그녀의 반응은 불쌍할 정도였다. 그 와중에도 헬레네의 시체라도 되찾기 위해 몸을 와들와들 떨면서도 전혀 아무런 반항을 하지 못하고, 오히려 클리토리스와 유두가 점점 충혈되며 점점 정욕에 빠지고 있었다. 슈발츠의 자지의 자극이 강한 것도 물론 한몫 했지만, 그녀는 이미 적극적으로 남자를 [즐겼던]몸이라, 머리와 달리 몸이 자연스레 반응하는 것이었다.


브리세이즈의 몸이 발정한 반응을 보이고 보지가 습기를 머금어 가는것과 비례해서, 그녀의 의식은 점점 몽롱해졌다. 고통과 취기와 정욕이 뒤섞여 그녀의 정신을 곤죽으로 만들고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슈발츠가 삽입했을 때, 그것들은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하나가 되었다.


" !!!... "


약간 경계를 느슨하게 하고 있던 두르나와 프레이아는 하마터면 브리세이즈를 놓칠 뻔 했다. 땀에 젖은 매끄러운 여체가 일순간 정지하더니, 무서운 기세로 진저리를 쳤던 것이다.


" 으아아아!!!... 아오오오오!!!... 히아우우우!!... "


단숨에 자궁 입구까지 도달한 슈발츠의 자지에, 브리세이즈는 그대로 절정했다. 하얗게 작렬하는 쾌감 속에서 그녀는 비명을 질렀다. 아니 비명만 지른게 아니라 오줌도 살짝 지렸다. 남자를 아는 그녀의 보지는 슈발츠의 큰 자지를 처음에는 버겁게, 그러나 곧 기쁘게 받아들이며 마치 별개의 생물이라도 되는 양 착실하게 조였고, 순식간에 음액이 풍성하게 배어 나와 보지 밖으로 방울져 흘러내렸다.


고통도 수치심도, 그리고 취기까지 한번에 날아갈 정도로 강렬한 첫 절정에 졸도할 지경이 되었지만, 아직 슈발츠는 완전히 그녀를 [범한] 것이 아니다. 가장 중요한 어떤 남자도 정복할 수 없었던 관문에 대한 공격이 아직 남아 있었다. 그것을 준비하며 잠시 숨을 돌리는 동안, 절정에 이른 브리세이즈는 엉덩이를 부르르 떨며 무력하게 손발을 허우적거렸다. 슈발츠는 일부러 그녀의 적응을 기다렸다.


" 히아아악!!!... "


취해서 혀가 꼬부라진 소리를 흘리며 몸을 흔드는 브리세이즈에게 좀 더 쾌감을 줄 요량으로 살짝 자지를 뽑아 내자, 다시 한번 그녀의 입술 사이로는 비명이 흐르고 몸이 크게 요동쳤다. 아주 작은 움직임에도 불같은 쾌감을 느낀 탓이다. 게다가 내장의 점막을 쪼아대던 술의 자극이 서서히 누그러들면서 점점 배 안에서 찰랑거리는 물이 주는 원초적인 감각=즉 배변감이 그녀의 등골을 타고 올라 오기 시작하자, 이제 본격적으로 모든 자극이 쾌감으로 바뀌었다. 방금전까지 비명을 지르던 입술의 모양이 갑자기 바뀌었다.


" 히아아아!... 아흐앙!... 히아앙!... "


이제 브리세이즈의 정신은 거의 완전히 쾌감이 묻혔다. 시키지도 않았는데도 허리를 앞뒤로 그라인드 시키면서 교태가 가득한 콧소리와 비명을 흘려내는 그 모습은 완전히 정욕의 화신 그 자체나 다름없었다. 도리질치는 고개의 움직임에 따라 그녀의 붉은 색조가 강한 갈색의 풍성한 머리카락이 해초처럼 젖은 채 땀방울을 흩날렸고, 보지에서 애액이 쉼없이 흘러 슈발츠의 자지와 불알을 적시고도 모자라 침대까지 더럽히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슈발츠의 자지는 점점 더 자주 브리세이즈의 자궁 입구를 두드리기 시작했다. 그의 자지 끝이 자궁구를 두드릴 때 마다, 그녀는 공포와 쾌감으로 몸을 부르르 떨었다. 하지만 아무리 정욕으로 혼미해진 상황이라도, 그녀는 슈발츠의 자지의 한계가 거기 까지라고 생각하고, 그 너머는 상상하지 못했다. 오히려 자궁구를 두드리는 느낌이 점차 쾌감으로 바뀌어 갔다. 마침내 그녀 쪽에서 적극적으로 슈발츠를 향해 몸을 붙여 오기 시작하자, 슈발츠는 그녀의 허리를 양 손으로 붙잡았다.


" 히...?!.... 하아... 아, 안돼... "


마침내 슈발츠의 자지가 자궁에 대한 압력을 늘이기 시작했을 때, 비로소 브리세이즈는 그가 무엇을 목표로 하는지 깨달았다. 그리고 턱을 벌벌 떨며 거부의 의사를 표시했지만, 땀과 눈물과 애액에 젖어 있는 그녀의 현재 상태로는 무력하고 허무하기까지한 행위일 뿐이었다.


" 괜찮아. 너도 이 맛(?)을 한번 알고 나면, 주인님 외에는 아무도 남자로 보이지 않을거야. "


두르나의 속삭임이 귓전에 파고들면서, 브리세이즈는 입을 벌리고 혀를 내밀어 허덕이기 시작했다. 배에 가해지는 압력이 점점 증가했고, 고통이 돌아왔다. 머릿속이 다시 고통으로 그득차고 의식이 흐릿해져 왓다. 보통이라면 단숨에 정복했을 것이지만, 일부러 슈발츠가 뜸을 들였던 것이다. 일종의 처벌이다. 저 높은 하늘에 데려다 놓았다가 지옥 밑바닥까지 끌어내려버리고, 한참을 그 아래 바닥에서 굴린 후 다시 하늘을 보여 줄 셈이다. 그리고 그 하늘을 보여 준 시점에서 다시 지옥으로 떨군다. 그것을 몆번이나 반복하면, 마침내 여자는 지옥과 천상을 착각하기 시작한다. 아니 그것을 일상으로 받아들인다고 봐야 할것이다. 고통을 면하고 쾌락을 증진시키기 위한 마음과 육체의 자연적인 [적응 과정]이다. 그리고 그렇게 적응하면서, 여자는 길들여져 가는 것이다.


" 으아아악!!!... "


마침내, 자궁이 열렸다. 브리세이즈는 숨을 쉴 수 없을 정도로 강렬한 고통 속에서 몸부림치며 비명을 질렀고, 어찌나 격렬하게 몸을 진저리쳤던지 두르나의 손이 미끄러질 정도였다. 프레이아가 때마침 그녀를 덮쳐 누르듯이 하지 않았다면 정말로 슈발츠의 배 위에서 튀어 올랐을 것이다. 그리고 그 상태에서 울부짖기 시작하는 여자의 자궁을 유린하며, 슈발츠는 뿌듯한 정복감을 즐겼다.


.
.
.


주르르륵... 뷰르르르륵!....


브리세이즈가 배 안에 들어있던 물을 [싸는]것이 허락된 것은 그녀가 자궁을 세번 꿰뚫리고, 네번 기절한 다음의 일이었다. 은제 세숫대야에 오물을 받아 치워내는 것은 프레이아의 몫이었고, 두르나는 거의 정신줄을 놓아버린 브리세이즈의 젖은 몸을 비단 수건으로 닦아준 후 다시 침대로 이끌었다.


이미 눈을 가리던 눈가리개과 리드줄은 제거된 채로, 손을 등 뒤로 묶인 채 개목걸이를 착용하고 있는 브리세이즈의 시선은 공허하기 그지없었다. 너무나 끔찍한 고통, 너무나 지극한 쾌감, 그리고 너무나 강렬한 수치를 교대로 맛본 그녀의 정신은 너덜너덜이 되어, 안개 속에 있는 것 마냥 흐릿한 그녀의 의식은 눈앞에서 무엇이 벌어지고 있는지도 분간하지 못했다.


다만 이끄는 대로 끌려 가고, 주어지는 대로 받아들일 뿐. 그대로 슈발츠 앞에 무릎꿇려진 브리세이즈는, 여전히 넋이 나가버린 멍한 시선을 위로 들어 그에게 향했다. 슈발츠의 이글거리는 은색의 눈동자가 뇌 속을 헤집는 듯한 느낌을 받으며, 브리세이즈는 잘게 몸을 떨었다.


" 내 노예가 되겠느냐? "/슈발츠


" 네... 노예... 되겠습니다... "/브리세이즈


브리세이즈는 고개를 끄덕였다. 슈발츠의 존재는 위대했다. 그에게 거역할 방법은 없었다. 그녀는 이미 속속들이 모든 것들을, 심지어는 배변하는 장면까지 보여버린 마당이다. 더 숨길것도 반항할 마음도 사라졌다. 심지어 헬레네의 일도 아무래도 좋았고, 당장 죽음을 당한다 해도 아무런 유감이 없을 정도로, 그녀의 정신은 [깨끗해져]있었다.


" 아으... "


슈발츠의 손가락이턱 아래 와 닿으면서 턱을 들렸다. 조금만 각도를 바꾸면 목이 부러질 것이다. 그가 꺾기 좋도록 브리세이즈는 그 손가락에 체중을 기대며 눈을 감았다.


" 헬레네를 보게 해 주지. "/슈발츠


" 감사...합니다... "/브리세이즈


그제사 안개처럼 흐릿하던 의식에 한줄기 약한 빛이 들어왔다. 헬레네. 그녀를 위해 희생한 그녀의 언니. 그녀를 위해 죄값을 치뤄야 한다는 생각이 꺼져가던 그녀의 정신에 약간의 에너지를 공급해 준 것이다. 슈발츠의 손가락이 떨어져 나갔고, 그녀는 휘청거렸지만 두르나의 부축 없이 자세를 바로 잡았다.


돌아온 프레이아가 은쟁반에 담아 들고 온 것은 헬레네의 머리였다. 그녀의 얼굴은 깨끗했고, 금색의 양털 같은 그 풍성한 곱슬머리도 여전했다. 그리고 표정은 평화로워 보였다. 눈앞의 바닥에 내려진 그것을 한참 동안 내려다보던 브리세이즈는, 마침내 그 잘려진 머리를 들었다. 텅 비고 빛을 잃어버린 그녀의 눈에 눈물이 고이고, 마침내 샘솟듯이 눈물이 흘러내리기 시작하기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한마디도 없이, 그녀는 그저 헬레네의 잘린 머리를 들고 눈물만 흘렸다.


" 저를 죽여 주세요... "


마침내 울음을 그친 후, 그녀가 원한 것은 단지 죽는 것이었다.


" 왜 죽으려 하지? "/슈발츠


" 저는 살 가치가 없어요. "/브리세이즈


" 헬레네가 널 위해 희생한 것을 무로 돌릴 셈인가? "/슈발츠


아무 말 없이, 그리고 아무 주저 없이, 브리세이즈는 두르나가 놀랄 정도로 빠른 속도로 자리에서 일어나 굉장한 기세로 벽을 향해 돌진했다. 프레이아가 다리를 붙잡지 않았다면 벽에 머리를 들이받았을 것이다. 그리고 벽에 들이받으려던 1차 시도가 실패하고 바닥에 뒹굴자 마자, 혀를 깨물려 했다. 이번에는 슈발츠가 그녀의 입 안으로 손가락을 집어 넣어 막았다. 울면서 몸부림치는 그녀를 데려다가 범하려고 했지만, 마치 신들린 것 마냥 교묘하고 완강하게 그의 손길과 자지를 거부했다. 그녀는 슈발츠를 손바닥으로 밀어내면서 심지어는 침대 모서리에 머리를 들이받으려고까지 했다. 한창 몸싸움을 하며 얼크러드는 상황에서, 홀연히 한 청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 그만해, 그만해 브리세이즈!... "


그것은 헬레네의 목소리였다. 눈이 놀라서 똥그래진 브리세이즈가 고개를 들자, 거기엔 비단 잠옷 차림의 헬레네가 서 있었다. 바닥을 뒹굴고 있을 헬레네의 머리가 있던 장소로 시선이 갔을 때 브리세이즈가 본 것은 잘 익은 수박이었다.


" 어이, 등장이 너무 빠르잖아. "/슈발츠


" 죄송해요 주인님, 하지만 너무 놀리면 브리세이즈가... 가엾잖아요. "/헬레네


헬레네는 머뭇거리면서도 모기소리만한 목소리로 말대꾸를 했다. 슈발츠가 아직 어려운 그녀로써는 엄청난 용기를 낸 것이다. 그리고 말을 마친 후에야 비로소 겁을 집어먹었는지 꿇어앉아 버리는 모양새를 보면 노예가 된 후에도 동생에 대한 사랑이 이리도 각별하니 기특하기도 하고 괘씸하기도 하다. 슈발츠는 툴툴거리며 아직까지 상황 파악이 안되고 있는 브리세이즈를 뒤에서 안아 일으켰다.


" 어... 언니?... "/브리세이즈


" 그래, 헬레네가 맞아, 그리고 저건 내가 환상으로 만든 훼이크지. "/슈발츠


헬레네는 이미 브리세이즈가 침울해 있던 지난 며칠 동안 슈발츠의 노예가 되는 이점(?)에 대해 충분히 인지가 끝난 상태로, 이제 그의 노예가 되기로 맹세한 상태였다. 그리고 한걸음 더 나가 브리세이즈도 그의 노예가 된다면 좋지 않겠는가에 대한 권유까지도 선선히 수긍할 정도로 그에 대한 복종이 진척된 상황이었다. 그래서 약간 연극을 하기로 꾸민 것이었지만, 획실히 아직 정식 노예가 되기 전이라 그녀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하지 말아야 하는지에 대한 파악이 아직 덜 되어 있었다.


원래라면 다시 한번 슈발츠에게 범해지고 완전히 브리세이즈가 정신이 나가기 직전 쯤 되었을 때(즉 적당히 망가졌을 때) 헬레네가 쨘 하고 나타나서 노예가 되라고 권유하게 만들 계획이었지만, 어쨌든 기왕지사 이렇게 된거 어쩔 수 없다. 슈발츠는 툴툴거리며 헬레네를 옆방에 혼자 내버려 두었던 일을 불평했다. 두르나가 어쩔 수 없지 않냐고 어께를 으쓱거리는 동안, 프레이아는 자기 쿠크리로 수박을 썰어서 슈발츠와 두르나에게 서빙했다. 자기 몫의 한조각을 한입에 입에 털어넣고 기관총처럼 씨를 뱉어낸 후, 슈발츠는 턱을 긁으며 설명을 이어갔다.


" 그러니까, 헬레네는 이제 내 노예가 되기로 해서 말이야... 그래서 원래대로라면 조금 후에 뿅하고 나오기로 했는데 일을 그르쳤어. "/슈발츠


" 아... 아... 그럼...  "/브리세이즈


" 뭐 짐작했겠지만, 나는 처음부터 그녀를 죽일 생각이라고는 요만큼도 없었던 거지. "/슈발츠


" 아아, 너무 자비로우시지요, 주인님은." /두르나


" 그보다는 주인은 우는 여자에 무르다. "/비코니아


마침 비코니아가 침실 문을 열고 치타 형태의 알루데시아를 데리고 들어왔다. 평소엔 두르나가 산책을 시키지만, 생긴게 비슷(?)해서 그런지 비코니아가 산책을 시켜 줘도 그리 불만이 없이 잘 따라다녔다. 물론 제일 좋아하는건 플로라나 젤로나가 산책을 시켜 주는 거지만, 그녀들은 지금 당장은 나름대로의 일로 몹시 바쁘다.


" 냐~ "


알루데시아가 그대로 슈발츠의 발치에 달려들어 아양을 떠는 동안, 이제 무슨 일인지 대충 감을 잡은 브리세이즈는 슈발츠의 품에서 벗어나 헬레네에게 와락 달려들어 그녀를 얼싸 안고 울음을 터트렸다.


" 미안해 언니... 미안해... "/브리세이즈


" 괜찮아... "/헬레네


눈이 퉁퉁 부을 때 까지 브리세이즈와 헬레네가 서로 얼싸안고 울게 둔 후, 슈발츠는 프레이아를 시켜 브리세이즈가 입을만한 옷을 가지고 오도록 했다. 그동안 비코니아는 자기 몫의 수박을 챙기고 슈발츠 옆에 앉았다.


" 이렇게 됐으니 브리세이즈는 놔줄까... 첫 조교 실패군. "


그리고 슈발츠는 그러는 법이 어딨냐는듯한 시선으로 그를 보는 두르나를 외면했다. 시선을 돌린 그가 알루데시아의 턱 아래를 쏜 끝으로 긁어 주자, 알루데시아는 기분좋은 갸르릉거리는 소리를 냈다. 그때 브리세이즈가 슈발츠 쪽으로 고개를 들었다.


" 아니요, 약속은 약속이니까요. 저도 언니처럼 슈발츠님을 섬길...거에요. "/브리세이즈


" 오호, 그거 참 반가운 소리군. 헬레네랑 떨어지고 싶지 않아서가 아니라고? "/슈발츠


정곡을 찔린 것인지 브리세이즈는 잠깐 주춤했지만, 이내 얼굴을 벌겋게 물들이면서도 응수했다.


" 나를...내 몸을, 마음을 속속들이 다... 다 그래(?)놓고 이러시면 안돼죠! "


생각해 보면, 원래부터 헬레네나 브리세이즈 등은 슈발츠에게 호의와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잠깐 비뚤어지고 중간에 좀 험악한 꼴도 봤지만, 이제 그녀들에게 걸린 악신의 주박도 풀리고, 비뚤어 졌던 성격도 제자리를 되찾은데다 슈발츠의 맛(?)도 봤으니, 그녀들로써는 그에게 몸을 의탁하는 것이 어찌 보면 제일 좋은 결론이었다.


" ... 고통의 마님도 버렸어요. 송골매 요새에서 벌인 일 때문에 고향에도 못돌아가요. 게다가 그... 아무튼 저는 이제... 책임져 주셔야죠. "


말을 하면서 점점 기세가 오른 브리세이즈는 마지막엔 당당하게 가슴을 내밀며 슈발츠를 똑바로 쳐다보았다. 처음 만났을 때의 그 눈빛이 되살아난 것을 보고, 슈발츠는 한방 먹은 기분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 먼저 생각해 볼 시간을 주지. 헬레네에게 자초지종을 듣고 나서도 내 노예가 되고 싶다면 받아 줄테니 일단 좀 쉬라고. "


그제사 브리세이즈는 고개를 끄덕였고, 헬레네의 부축을 받으며 일어나서 헬레네의 침실로 지정되어 있는 옆방으로 갔다.


" 방해하지 말도록. "/슈발츠


" 히이잉~ "/두르나


" 그보다 이번 실패에 대한 [화풀이]를 해야겠어. 각오들 하라고. "/슈발츠


" 냥~ "/알루데시아


자매들이 회포를 푸는 것을 엿듣고 싶어 하던 노예들은 슈발츠에게 붙잡혀 침대 위로 끌려 올라갔다.


-후기-


사실 자매덮밥도 쓰려고 생각했습니다만, 정력부족으로 관뒀습니다. 다음 파트에서나...(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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