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황(恐皇) 5부 <새로운 시대> Part 2-3편 > 웹소설-내가 만드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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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황(恐皇) 5부 <새로운 시대> Part 2-3편

그 무렵, 슈발츠는 옛 아케인 시장에 만들어진 드로우 게토 안의 한 집의 거실에 앉아 있었다. 드워프들에게 걷어차이던 청년을 구해서 그의 집으로 데려온 것이었다.


" 오빠를 구해주셔서 고맙습니다. "


물수건으로 상처를 닦아내고 약초를 붙인 후에야, 청년의 동생이던 소녀가 감사의 인사를 하기 위해 머리를 숙여왔다. 보라색 눈동자가 똘망똘망한 것이, 상당히 귀여우면서도 재능이 엿보이는 소녀였다.


채찍에 맞고 걷어 차인 드로우 청년의 이름은 베나레스. 가문 이름도, 문장도 가지고 있지 않았다. 그는 세명의 동생(팔바티, 디타, 비타)을 돌보는 가장으로, 시장에서 흑요석 장신구 좌판을 열어 살아가고 있었다. 그가 흑요석 세공을 위해 사용하는 도구는 작은 다이아몬드를 박은 강철제 끌로, 그것이 제법 비쌌다. 드워프들이 빼앗은 것은 바로 그 흑요석 세공 도구였다. 장신구 장사가 안되어 세금을 바칠 수 없게 되자 그것이라도 팔아서 세금을 내고 남은 것으로 식량을 살 셈이었는데, 한꺼번에 빼앗겻던 것이다. 그는 구출되고 나서 긴장이 풀린 것인지 상처가 악화되어 의식을 잃고 있었다.


" 죄송해요... 뭐라도 대접하고 싶지만 드릴 것이 이것 뿐이라서.... "/팔바티


" 고마와요 작은 숙녀님. 마침 목이 마르던 참이었습니다. "/베나레스


너무 가난한 집이라 대접할 것은 근처의 분수에서 떠온 물밖에 없었다. 물을 담은 잔조차 군데군데 금이 간 낡은 도기였다. 팔바티가 가져온 물 잔을 받아 든 슈발츠는 집안을 둘러보다가 두꺼운 책 한권을 발견했다.


" 엄마의 유품이에요. 오빠가 엄마는 위대한 마법사셨다고 하셨어요. "


좀 더 자세히 사연을 들어보니 모친의 이름은 그녀의 이름과 같은 이름인 팔바티라고 했다. 부친은 다른 드로우 도시에서 데릴사위로 들어온 전사로, 대격변 이전에는 가문의 이름도 문장도 가지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대격변이 시작된지 얼마 되지 않아 그녀와 동생들이 태어났고, 샤마스에 지진과 함께 지상의 인간들이 들어왔다. 샤마스는 문호를 개방해서 결정적인 유혈사태는 면했지만, 기존의 드로우 주민들이 기득권을 내려놓는 과정에서 그녀의 부친도 모친도 죽었고 그녀의 오빠는 출신을 숨기고 드로우 게토에 살면서 지금까지 남은 동생들을 부양해 왔던 모양이었다.


" 저도 내일부터 염색 작업을 돕는 일을 할거에요. 오빠는 고생을 너무 많이 했어요. "


슈발츠가 관심을 보이는 것을 본 그녀는 모친의 책을 선선히 그에게 건네 주었다.


모친이 위대한 마법사라는 팔바티의 말은 말은 거짓이 아니었다. 슈발츠나 그의 정상급 마법사 노예들과 비교해 보면 손색이 있지만, 펼쳐 본 안의 내용은 마법사라면 거금을 주고라도 한 페이지라도 베끼고 싶어할 내용들 투성이었기 때문이다. 슈발츠조차 감탄할 정도로 기발한 주문도 제법 있었다. 그러나 그의 마음을 움직인 것은 어떤 마법이 아니라, 책의 마지막에 쓰인 하나의 사인이었다.


[이 선물이 마음에 들기를 바라오, 마음으로부터의 사랑을 담아, 솔라우페인]


서명은 진짜였다. 한번 훝어 본 후 책장을 닫은 슈발츠는 팔바티를 불러 그녀에게 책을 쥐어 주었다.


" 작은 아가씨, 이걸 다른 사람에게 보여 주지 않는게 좋겠소. "


" 네? 네. 뭐... 뭔가 잘못됐나요? "


" 아니, 그런게 아니고, 이 책은 나쁜 사람들이 탐을 낼만한 것들이 잔뜩 쓰여져 있는 귀한 물건이니 나중에 오빠와 상의해서 깊숙히 숨겨 둬요. 내가 책을 사고 싶지만, 부친의 유품이라니 탐낼 수가 없구려. "


책을 사고 싶다는 말을 듣자 팔바티의 눈이 반짝였다.


" 책을 사 주세요. 그 돈으로 오빠의 상처를 치료할 약과 먹을것을 사는 것이 나아요. "


슈발츠는 자신을 올려다보는 드로우 소녀의 초롱초롱한 보라색 눈빛을 보았다. 비록 차림새는 남루하고 야위었지만 당당한 태도로 선 그녀의 눈에는 확신이 가득 차 있었다. 문득 그는 자신의 노예 중 한명인 아노라를 떠올렸다. 그녀가 소녀일 때 이러햇을까.


그자리에서 그는 손가락을 퉁겨 플로라를 불렀다. 방금전까지 아무도 없던 공간에 갑자기 휘황찬란한 금발을 가진 엘프가 나타나자 소녀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덧붙여 그녀 뒤에서 흙바닥에 앉아 놀이에 열중해 있던 다른 두명의 드로우 소년(디타와 비타)도 눈을 똥그랗게 뜨고 입을 벌린 채 그를 바라보았다.


" 우와, 아저씨도 마법사인가요? "/소년소녀들.


" 조금 다르지만, 같은 종류라고 할 수 있지. 지금 당장 나는 이 책을 살만큼 많은 현금이 없으니, 일단 자리를 옮겨서 책의 가격을 지불할 방법에 대해 이야기해 보기로 하지요, 여러분. "/슈발츠


슈발츠의 텔레파시 명령에 따라 플로라는 흔쾌히 마법을 사용해 베나레스의 상처를 치료했다. 그리고 어리둥절해 있는 그들 가족을 데리고 아까 들었던 [비적의 아지트]라는 여관으로 가서 대객실을 하나 잡고 들어갔다.


" 치료의 기적은 엄청나게 비싸다고 들었습니다만... "/베나레스


" 물론. 하지만 팔바티 양이 이 책을 팔겠다고 했고, 이 책의 가격을 지불하기엔 방금 그 치유의 기적의 가치는 턱없이 모자라지. 이제 나머지를 정산하기 전에 확인하고 싶은 것이 있소. "/슈발츠


슈발츠는 벽난로 옆의 불쏘시개를 이용해 하나의 문양을 바닥에 그렸다. 세로로 긴 타원 동심원 안에 교차한 두자루의 레이피어는 그가 처음으로 드로우 세계에 발을 내딛었을 때 그를 도와준 솔라우페인의 가문 문장이었다. 그것을 그려 보여 주자 베나레스의 얼굴도 놀라움으로 가득 찼다.


" 부친의 문장이 이것이오? "/슈발츠


" 아버지를 아십니까? "/베나레스


" 한때 친구였지. "/슈발츠


슈발츠가 처음으로 지상 세계에 발을 내디딘 직후, 대격변이 일어나기 한참 전에 이미 우스트 나타는 멸망했지만, 솔라우페인은 어떻게든 살아 남았던 모양이었다. 몆마디 더 부친에 대한 기억을 확인하는 것으로 슈발츠는 베나레스가 솔라우페인의 아들이라는 것을 확신할 수 있었다.


" 가문의 문장을 자랑스럽게 새기고 다니도록... 그대의 부친은 위대한 전사였소. "/슈발츠


" 하지만 이곳 샤마스에서는 귀족 가문의 드로우를 사냥합니다. "/베나레스


" 곧 그러지 못하게 될거요. "/슈발츠


슈발츠의 확신에 찬 시선이 베나레스의 시선과 마주쳤다. 적에게 향했을 때는 비할 바 없는 공포를 주는 그 은색의 이글거리는 눈동자는, 친구의 가족에게 향하고 있을 때는 믿음직한 안도감을 주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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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나레스 남매들은 슈발츠의 [양자]격인 존재가 되었다. 그들은 모두 함께 알루시아가 정체를 숨긴 채 모험을 하다가 [스톤랜드의 자작]자격으로 코르미르 왕실로부터 인정받은 영지에 보내어져 그곳에서 살며 칼라드네이로부터 무예와 마법을 전수받도록 조치되었다. 슈발츠의 노예 중에서도 칼라드네이는 무예과 마법에 모두 대단한 경지에 이르러 있었기에 남매들의 재능에 맞추어 무언가를 가르치기에는 최고의 교사였다.


원래부터 슈발츠는 어떤 식으로든 샤마스에 대한 영향력을 행사할 필요가 있었고, 그렇게 하고자 한다면 두가지 길이 있었다. 4인방를 지배하던가, 아니면 때려부수거나. 그리고 솔라우페인의 유족을 만나고 한때 이 도시의 주인이던 드로우들의 처지에 대해 알게된 슈발츠는 두번째를 선택했다. 그리고 두들겨 부수기로 한 시점에서 두들겨 부수는 방법도 결정되었다. 이제 그는 신들의 주목을 받는 위치에 있어 함부로 나서기엔 적절치 않았다. 그러므로 대리인을 세워야 한다. 장차 대리인으로 앞세울 수도 있는 후보 중 하나가 된 베나레스는 아직 어렸다.


처음에, 슈발츠의 눈은 이제 막 다시 마법적인 기예를 회복한 샤마스의 잔존 마법사들 사이로 향했다.


원래부터 마법사의 도시이고, 드로우들 주민 수가 많이 줄었다고는 하나 그래도 도시 인구의 절반에 달하는 샤마스의 드로우들은 위브의 요동이 잦아들자 마자 마법사 기예를 회복한 마법사들이 제법 되었다. 그리고 그들 대부분은 롤스가 아니라 샤르 교도다. 이 때문에 샤마스에서는 샤르 교가 [불법]이었다. 물론 불법이라고 신앙을 포기한 드로우도 적잖이 있었지만, 그보다는 뒷구멍으로 섬기는 쪽을 택한 이들이 더 많았다.


또한 드로우 남성들은 원래가 좀 동아리 의식이 강한 면이 있다. 강력한 롤스의 신성 마법을 휘두르는 여자들의 박해를 피하려면, 협동하고 뭉치는 길 밖에 없기 때문이다. 보통 위저드들과 소서러들은 서로를 약간 경원시 하지만, 당면한 박해 때문에 뭉친 이들에게 그런 알력은 이차적인 문제였다. 슈발츠 자신도 강력한 소서러이기도 하기 때문에, 드로우로 변장한 상태로 소서러 기예를 약간 드러내 보이는 것만으로 이들 사이로 쉽게 섞여 들어갈 수 있었다.


" 형씨는 샤르를 섬기지 않는거요? "/드로우 마법사


" 그렇소, 듣자니 쉐도우 위브가 사라지고 새로운 주문의 군주가 나타났다더군. [압델]이라고... "/슈발츠


" 아, 지상인 교역자들로부터 들은 소식 중에 들은 이름이오. 그가 미스트라를 대신하는 거요? "/다른 드로우 마법사


별로 압델의 [전도사]를 자칭할 필요까지도 없었다. 샤르 교에 투신해 있던 위저드들 중에 그림자 마력을 다루던 자들은 더이상 그 능력을 사용하지 못했기 때문에 기존의 위브적인 기예로 돌아가는 것만이 그들이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었다. 그 점을 지적하고 새로운 마법의 신인 압델의 이름을 거론하는 것 만으로 그 이름을 거론하는 이들이 늘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샤르의 제단은 압델의 제단으로 바뀌었다. 저항은 없었다.


슈발츠는 드로우 마법사들과 어울리면서 이 조직을 이끌고, 도시의 새 통치자에 어울리는 인물이 없는지를 살폈다. 보통 새로운 변화는 젊은이들이 이끌게 마련이지만, 드로우들은 장수하는 종족이다. 나이는 별로 문제가 되지 않았다. 드로우는 총명하고 카리스마 넘치는 종족이라 두각을 나타내는 마법사나 소서러는 많았지만 도시를 통치하려면 그 이상이 필요한데, [그 이상]을 보이는 적당한 인물은 좀처럼 보이지 않았다.


[가만, 생각해보니 군주는 꼭 드로우이거나 이동네 주민일 필요가 없군.]


통치자로써 [인종]은 무척 중요한 요소이긴 하지만, 유사인간의 전시장처럼 되어버린 샤마스의 시민 중에는 지상인들도 드로우 만큼 많았기 때문이다. 하여, 슈발츠는 이미 손에 쥐고 있는 카드의 목록을 다시 재점검해 보기로 했다. 자신의 노예를 포함하여 언더다크에 일대 제국을 세우고 유지하며 롤스의 아성을 위협하는 일을 진두 지휘할 적당한 [인물]을 꼽아 본 것이다. 그리고 [통치]라면 적당한 인물의 목록이 몆명 나왔다.


먼저 칼라드네이와 알루시아. 그녀들은 이인 삼각으로 코르미르라는 대국을 통치해 본 경험이 있는 통치 유경험자였다. 게다가 슈발츠 상단을 운영하면서도 그 능력이 결코 쇠퇴하지 않음을 입증해 보였다.


그리고 다음은 젤로나가 있다. 통치 경험이라는 면에서는 백지이지만, 상단의 지휘라면 그녀의 능력 역시 앞서 말한 두명에게 결코 뒤지지 않는다. 그리고 그녀는 에버미트의 공주로써 통치자로써의 [기품(아우라)]이라면 앞서의 두명을 압도하고 남음이 있었다.


세번째로 물망에 오르는 것은 스톰을 제외한 미스트라 스폰 두명, 심불과 알루스트리엘이었다. 그녀들 역시 통치 경험이라는 면에서 베테랑이다. 다만 알루스트리엘은 너무 자비로운 면이 문제고, 심불도 정치력이라는 면에서 만점을 줄만한 군주는 아니었다.


네번째로는 사피아가 있다. 그녀는 대국인 태이의 줄키르였다. 그녀 자신은 정치적인 게임을 [싫어]하지만, 정치적인 게임에 익숙하지 않으면 줄키르 자리에 오르고 또 그것을 유지할 수 없다. 그녀가 부재시 변화술 대학을 유지하기 위해 만든 조직을 보더라도, 그녀의 조직력 역시 여느 통치자의 그것에 못지 않은 것이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잠깐이었지만 에스갈란트의 통치자였던 아노라가 있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그녀가 보여준 통치자로써의 [센스]는 상당한 것이고, 비록 슈발츠가 뒷배를 봐주었다곤 해도 일국의 통치자로써는 부족함이 없었다.


이중에 드로우는 없었다. 하지만 알루시아를 제외하고는 전원 마법사이기도 했다. 여자라는 점은 마이너스 요소이지만, 마법사라는 점은 드로우 (남성)마법사들에게 친근한 호재로 작용할것이다. 또한 다시 생각해 보면 통치해야 할 대상은 드로우 뿐만이 아니고, 슈발츠 자신이 결국 큰 그림을 그릴 것이니 통치자가 하나일 필요도 없었다.


먼저 칼라드네이, 알루시아, 젤로나는 목록에서 배제되었다. 그녀들은 노에 중에서도 고참에 속한다. 다른 노예들을 지휘하는 입장에 있기도 하거니와 각자 노예로써 할일도 많다. 또한 미스트라 스폰 두명, 심불과 알루스트리엘도 제외된다. 그녀들은 통치 경험은 많았지만 만점짜리는 못되여, 무엇보다 그녀들의 정체가 드러날 경우 곤란해진다.


결국 사피아가 [주]통치자로, 아노라가 [부]통치자로 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해 보였다. 사피아는 태이의 줄키르로 안좋은 쪽의 방식에도 익숙하고, 아노라 역시 에스갈란트라는 무역입국의 통치자로 내분의 여지가 많은 도시 내부를 통합하는데 솜씨를 보인 적이 있다.


다만 그녀들은 군사에 대해서는 무지했다. 장차엔 슈발츠와 함게 롤스를 도모할 것이기 때문에 그녀들이 권좌에 있는 한 전사적인 기예에 밝은 노예 한둘은 붙여 줘야 할 것이었다. 이에 슈발츠는 그 두명에 추가로 세실루아를 붙여 주기로 결정했다. 한때 젠타림 군대의 지휘관이기도 했으니 군사적인 역량으로써는 더할나위 없는데다, 고참이라면 고참인데도 그동안 알루시아의 [그늘]에 가리워져 실질적으로 총사령관을 맏아 본 일이 없었기 떄문에 이번에 기회를 줘 보기로 한것이다.


계획이 세워지면 추진도 빨라야 한다. 이런 일은 빠르게 해치워야 뭐가뭔지 모르는 쪽의 동의를 얻기 쉽기 때문이다. 샤마스에 불려 온 사피아는 처음부터 마법사라는 사실을 공언하면서 그 절대적인 마법 실력을 통해 뭇 마법사들(대부분의 드로우 마법사들 포함)의 건전한 존경을 얻어냈고, 그를 바탕으로 마법사들의 권익을 지키기 위한 위저드 길드를 만들어 그들의 권익을 지키는 활동의 선봉에 섰다. 물론 길드를 만드는 비용은 슈발츠가 대 주었다.


물론 아직도 인간을 신뢰하지 못하는 드로우 마법사들을 그런 표면적인 활동에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다른 방법이 필요하다 그 [다른 방법]이란 공개적으로 할 수 없는 일들이 포함된다. 이런 방면에서 활약한 것은 아노라였다. 태이인과 동급의 모략가들인 에스갈란트의 귀족들도 다뤄본 경험이 있는 그녀이다. 드로우라고 해서 딱히 더 어려운 상대는 아니었다.


그동안 슈발츠도 놀고 있지는 않았다. 그는 드로우 상인으로 행세하며 시내에 세워진 와우킨 사원을 거점으로 하여 [4인방]의 불공정한 상행위에 불만을 품은 소상공인들을 은밀하게 포섭했다. 직인과 장인들은 실제로 이 도시의 생산을 담당하고 있었지만, 그들에게 돌아오는 노력을 댓가는 터무니 없이 적었기 때문에 불만을 가지지 않은 이가 없을 정도였다. 또한 이들은 대부분 오그마나 와우킨에게 립서비스를 날리는 지상인들이다. 그동안은 샤르를 모시는 드로우들의 [반란]이 자신들에게 이익이 될지 어떨지 확신하지 못하기 때문에 그들의 저항을 돕는데도 소극적이었지만, 이제 드로우 [일당들]사이에 샤르가 아니라 압델 신앙이 주가 되어 거부감이 줄어들었던데다 슈발츠의 포섭의 효과도 있고 하여 어느 쪽에 붙어야 하는가를 놓고 더이상 저울질하지 않았다.


물론 이런 움직임을 4인방 측도 눈감고 넋놓고 보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몆차례에 걸쳐 사피아에 대한 공공연한 테러 활동이 실패로 끝났고, 드로우 [반란자]들에 대한 [단속]도 극성을 부렸다. 예전 샤마스의 마법 시장이 있던 곳에 세워진 드로우 주민들의 게토에 4인방이 고용한 용병들이 몆차례나 급습한 것이다. 드로우 주민들은 약탈당하고 더러는 다치거나 죽기도 했지만, 오히려 그 덕분에 결속력이 전에 없이 단단해졌다.


어느 정도의 인원수가 맞춰지자, [혁명]의 준비는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사피아 휘하에 모인 위저드들은 은밀하게 분대단위로 조직되었고, 위저드가 아닌 다른 이들을 위한 무구들은 뜻을 같이 하기로 한 장인들이 여분의 생산품을 빼돌린 것을 슈발츠가 돈을 주고 사들였다. 물론 정보도 들어왔다. 대부분은 도시의 프리랜서 도적들과 정보업자들을 통한 것이었지만, 슈발츠는 심지어 도시 경비병들에게까지 뇌물을 주고 정보를 빼왔다.


수집한 정보와 모인 전력을 기초로, 슈발츠는 보라색 불꽃의 해(DR 1418년) 미어툴(Mirtul; 녹음의 달. 5월)을 앞둔 봄맞이 축일(Greengrass)을 거사일로 정했다. 무르익어 가는 [혁명]의 기운이 샤마스를 마그마가 분출하기 직전의 조용한 화산처럼 보이게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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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 세계는 계절의 변화가 거의 없는 편이라, 봄맞이 축제는 즐기는 것은 보통 지상인들만의 풍습이다. 하지만 샤마스의 문호가 지상인들에게 개방되고 상인의회가 들어선 후, 4인방은 봄맞이 축제를 비롯한 지상의 풍습 자체를 자신들의 지배를 공고히 하는 정치적인 목적으로 이용했다. 도시의 절반은 드로우지만, 또한 나머지 절반은 지상인이다. 이들의 지지를 얻기 위해서는 그들에게 무언가 직접적으로 무언가를 보여 주어야 한다. 샤마스의 주인은 드로우가 아니고 지상인인 당신들이라는 것을 직접적으로 보여주는데 봄맞이 축제 이상의 이벤트는 없었다.


다만 언더다크라는 특수성 때문에, 샤마스의 봄맞이 축제는 지상과는 좀 다르게 이루어 진다. 우선 시장 한복판의 광장에서는 이날을 위해 소중히 기른 지상 식물의 화분울 경연하는 대회가 열린다. 이것은 차운티아 사원의 후원을 받고 있는 행사였다. 그리고 장인들과 공인들을 위한 파티와 무료 환전 서비스가 와우킨 사원에서 이뤄 지며, 4인방의 이름으로 무료 치료 증서(제시하면 사원에서 마법을 시전받을 수 있는)가 뿌려진다. 시민에 대한 4인방의 보너스였다. 보통때는 인색하던 그들이 주머니를 푸는 것이다.


공인된 사원 중 하나인 베인 사원에서는 그 신의 이름으로 경기 대회가 펼쳐진다. 진지한 마상 창술 시합은 장소가 장소인 관계로 열리지 않지만, 무예 경연과 레슬링 경기만으로도 이목을 끌기엔 충분하다.


그리고, 이러한 파티와 경기 등을 주관하기 위해 축제일 만은 4인방 전원이 자신들의 요새화된 저택을 떠나 시민들 앞에 모습을 드러 내는 것이다.


슈발츠가 축제일을 거사일로 정한 이유가 바로 이때문이었다. 그리고 잔치는 긴장감을 늦추게 만든다. 흥청망청한 분위기 속에 휩쓸리는 것은 시민들 뿐이 아니라 경비들도 마찬가지고, 무엇보다 삼엄한 경호 속이라고는 하지만 4인방도 요새화된 저택에서 나와 모습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사피아의 [지시(물론 계획을 짜고 지시를 하라고 지시한건 슈발츠 본인이지만)]에 따라 한무리의 드로우 위저드를 이끌고 슬럼가 [윗층]에 위치한 시장으로 숨어든 슈발츠는, 4인방 중 가장 흉악하다는 평을 듣고 있는 야마 아키히로 일행을 담당하게 되었다. 물론 다른 곳에서 각각 다른 위저드 분대가 각기 다른 4인방을 노리고 있을 것이다. 축제의 그림자 속에 숨어서 매복으로 삼기에 적절한 지점까지 간 슈발츠는 휘하의 위저드들에게 각자 그들의 임무를 지정해 주었다.


야마 아키히로는 번들거리는 대머리에 작게 째진 눈, 쥐수염, 길쭉한 코를 가져 마치 성질 더러운 쥐같은 인상이지만, 전신을 가리는 새카만 철판 갑옷을 입고 날이 완만하게 휘어진 왜도(倭刀)를 양쪽 허리에 착용한 채로 서있으면 제법 위세가 당당해 보였다. 그의 옆에 붙어있는 자들도 비슷한 차림새로 집안의 일원이지 용병이 아니다. 살려줄 생각도 없지만, 이들은 죽을때까지 싸울것이라고 봐야 했다. 그러니 계획을 잘 짜서 효율적으로 일망타진하지 않으면, 이쪽의 피해가 클 것이다. 물론 슈발츠가 직접 들어가서 무자비하게 쓸어버리면 희생이고 뭐고 없지만, 그는 자신의 실력을 최대한 드러나지 않게 일을 해치워야 했다.


미리 언질을 받은 상인들이 슬그머니 몸을 빼는 동안, 아키히로 일행이 슈발츠가 노린 바로 그 지점에 도착했다. 그는 손을 들어 공격 신호를 내렸다.


퍼엉!...


" 으아악!... "


" 케에엑!... "


아키히로 일행의 뒷편에서 마차가 폭발하듯이 타오르며 대열 후미에 있던 아키히로 일당 두명이 같이 불꽃에 휩싸이는 것을 시작으로 공격이 개시되었다.


" 무슨 일이냐! "


당황하여 몸을 움츠리는 야마. 그의 좌우에 서 있던 호위들이 막 앞을 가로막는 드로우들에게 달려가려다가 좌우의 점포 지붕에서 쏘아된 석궁의 화살에 벌집이 되어 쓰러졌다. 한번 일제사격을 한 후 재장전을 집어치운 드로우 위저드들은 석궁을 버리고 주문을 난사해서 삽시간에 통로는 아비규환의 장이 되었다. 아키히로 일행이 걸친 갑옷은 주문을 막아주지 않았고, 불과 마력의 소용돌이는 그들을 잘 익은 고깃덩어리로 바꾸었다. 발악적으로 달려든 몆몆이 위저드에게 상처를 입히긴 했지만, 슈발츠의 분대는 한명의 희생도 없이 아키히로 일행을 제압하는데 성공했다.


" 으...으흐흐흐... "


모든 호위들이 잘 익은 고깃덩어리나 화살꼬치가 된 피바다 한가운데서, 야마 혼자 살아남아 주저앉아 있었다. 칼집을 보기만 해도 비범한 고급품임이 분명한 그의 칼은 칼집에서 뽑혀나오지도 못했다. 그리고 암모니아 향과 모락모락 오르는 수증기를 본 슈발츠는 어처구니가 없어 웃을 수 밖에 없었다.


" 강도질로 생업을 삼고 있는 자들의 대장이 이런 한심한 쥐새끼라니. "/슈발츠


" 모...목숨만... 목숨만은 제발... "/야마


바닥을 기어 와서 두 손을 모으고 사정하는 야마. 하지만 슈발츠는 그 와중에도 방심하지 않고 있었다. 야마가 칼을 뽑는 것도 전광석화 같았지만, 슈발츠의 반응은 더욱 빨랐다. 칼을 뽑으려는 손 중의 하나를 한쪽 발로 눌러 봉쇄한 슈발츠는 나머지 하나의 칼이 칼집에서 뽑혀나오기 직전에 주먹을 날려 야마의 쥐면상을 뭉개 놓았다. 모습만 드로우로 바뀌었다 뿐이지 뼈를 부수고 살을 짓이기는 힘은 슈발츠 본인의 그것이라, 얼굴을 주먹으로 맞은 순간 야먀의 얼굴은 공성 망치로 엊어맞은 것처럼 참혹하게 부서졌다.


퍼억!...


" 켁!... "


이빨을 줄줄히 허공으로 흩날리며, 얼굴이 피투성이가 되어 나가 떨어진 야마를 다른 드로우들이 무장해제하는 동안 슈발츠는 추가의 명령을 내렸다.


" 죽었으면 상관없지만, 살았다면 아직 죽이지 말라. 이놈이 지은 죄에 비하면 즉사는 너무 가볍고 달콤한 형벌이니까. "


나머지 드로우들도 이의는 없었다.


쇠사슬에 묶은 야마 아키히로를 아래층 광장으로 압송하는 동안, 다른 팀들의 소식도 속속 들어왔다. 사피아가 직접 담당한 카길은 두말할 것도 없이 그녀의 마법에 의해 손쉽게 생포되었다. 아노라가 담당한 루이스 드레퓌스도 피를 얼마 보지 않고 항복했다. 단지 세실루아가 담당한 벙기만은 그 자신과 호위병 모두 죽을 때 까지 저항했고 몆명의 목숨을 저승길 동무로 데려갔다. 그리고 루이스도 민중의 원성을 사고 있었던 터라 제압당한 직후에 지상인 상인들이 던진 돌에 맞아 죽어버렸다. 그의 고용인들은 자기몸 하나 지키기에 급급해 그를 구하려고 한 자는 아무도 없었다.


수장을 잡은 후에는 잔적 소탕이다. 치안을 담당하고 있던 4인방 가문의 용병들은 뇌물을 받거나 쓸데없이 저지른 포악 등으로 이미 드로우 뿐 아니라 지상인 주민들의 원성까지 사고 있었기 때문에 손을 쓸 것도 없이 고비 풀린 민중들의 손에 죽거나 성벽 밖으로 쫒겨 달아났고, 드로우 마법사들이 포위한 4인방의 요새화된 저택도 금새 함락되었다.


절차를 거친 재판 따위는 아무도 생각하지 않았다. 슈발츠로써도 별로 살려줄 마음이 없었지만, 그동안 쌓였던 분노를 터트린 민중들의 기세도 상당했다. 광장으로 살아서 끌려올 수 있었던 것은 로트 카길 본인과 얼굴이 부서져 사경을 헤메는 야마 아키히로, 그리고 드로우들에게 항복한 운좋은 몆몆 뿐이었다. 나머지는 대부분 거리에서 돌에 맞거나 찢기거나, 혹은 밟혀서 죽었다. 흥분한 자들(대부분 드로우들)이 그 시체에까지 분풀이를 했기 때문에 시내 곳곳에서는 곧 목불인견의 참혹한 광경이 벌어졌다.


물론 슈발츠가 포로를 잡은 것은 별로 자비깊은 뜻이 있어서가 아니었다. 자고로 부정한 재물은 숨기게 마련이다. (현재는 흥분한 민중들이 약탈중인)그들의 요새화된 저택 내부도 호사스러웠지만, 그것만으로 그들이 지금까지 누리고 있던 모든 것이라고 불리기엔 많이 부족했다. 그 부족한 [나머지]를 벌충하는 자들에게만 삶의 기회가 주어졌다. 처형당하는 대신 추방되었던 것이다. 야마 역시 그렇게 추방당한자들의 대열에 포함되어 있었다.


수시간이 지나고 흥분이 가라앉은 민중을 설득해 통제하고 뒤처리를 시작한 것은 사피아였다. 그녀는 드로우 위저드 부대를 배후에 두고 있었고, 이 거사를 주도한 것으로 알려져 있었기 때문에 그녀가 뒷처리의 주도권을 쥐는데는 아무도 이의가 없었다.


곧 사피아의 명령에 따라 약탈품들이 시장 광장에 모였다. 소동을 틈타 제삼자의 집이나 점포를 털거나 한 자들은 예외없이 붙잡혀서 처벌당했고, 약탈품을 사사로이 숨긴 자도 마찬가지였다. 그래도 더이상의 피를 보기 싫어했던 그녀는 아무도 죽이지 않는다는 정책으로 일관했다. 지나친 패악을 부린 자는 추방되었을 뿐이다.


약탈품의 분배는 공정하게 행해졌다. 금은은 녹이고, 보석은 경매에 붙였다. 그것 만으로도 거사 참가자 1인당 80두아트씩, 거사에 참가하진 않았지만 암묵적으로 동조해 준 나머지 시민들에게도 20두아트씩 선물을 나누어 줄 수 있을 정도였다. 그외 가치를 아는 자만이 알아볼 수 있는 물품들-책, 그림, 조각 등 예술품들과 골동품들-은 먼저 때려부숴진 것들을 제외하고 4인방중 가장 큰 저택을 소유하고 있던 카길의 저택에 따로 모여져 박물관을 만들게 되었다. 4인방 가문의 생존자들을 심문해서 찾은 숨겨진 보물들은 합쳐서 거의 80만 두아트 정도에 이르렀는데, 모두 합쳐 새로 생긴 [국고]에 귀속되었다.


슈발츠는 야마가 가지고 있던 잘 세공된 두자루의 칼을(그것들은 왜도가 아니라 환도였다) 전리품 삼아 챙긴 이외엔 아무것도 사사로이 챙기지 않았다.


-후기-
누군가의 패러디들입니다. 우후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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