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한 주박 제4장 모든 것...을
제4장 모든 것...을
제16화
"와..."
전에도 몇 번 이 앞을 지나친 적이 있었지만, 막상 문 앞에 서보니 새삼 그 위용에 압도당해 버린다. 주눅이 든 마리에의 입에서 무심코 한숨이 흘러나왔다. 그 날, 스스로 타카쿠라에게 안아달라고 조른 그 날 이후로 첫번째 일요일. 평소와는 달리 미술실이 아닌 타카쿠라의 집에 처음으로 불려 왔다.
"으음... 휴우... 어쩌지?..."
큰 길가에 자리잡은 높다란 담은 울창한 나무숲에 가려 안의 모습이 조금도 보이지 않았다. 유럽풍으로 보이는 석조 기둥에 철제 펜스. 저 멀리로 분수같은 게 어렴풋이 보이는 것 외에는 온통 초록색의 숲이 시야를 가로막고 있었다. 건물같은 것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소박한 마리에의 세상하고는 완전히 별세계. 오늘은 또 무슨 심한 짓을 당하게 되는 걸까 하는 가슴을 꽉 채우는 불안감과, 어떤 쾌감에 또 흠뻑 젖어들게 될까 하는 몸 깊숙한 곳으로부터 피어오르는 욱신거리는 듯한 기대도 사라지고, 지금 당장은 오직 당황스러움밖에 느껴지지 않는다. 두리번 두리번 불안해하는 표정으로 문 앞에서 주위만 둘러보고 있었다.
"앗"
기둥에서 간신히 인터폰같은 걸 찾아내곤 조심조심 가까이 다가갔다. 크게 심호흡을 한다. 어느새 약속한 시간이 지나고 있었다. 희고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버튼을 눌렀다.
띵똥. 뚜우... 누군가가 인터폰을 받은 것 같은 기척을 느끼고 당황한 나머지 "아, 저 저기, 저는, 에 그러니까, 이 이치카와 마리에라고 합니다. 저기, 타카쿠라군의 동급생인데, 오늘, 여기로 오라고 부탁받아서, 그래서"
"지금, 문 열께. 들어와"
귀에 익은 타카쿠라의 목소리였다. 낭패감에 뺨을 붉게 물들이면서 천천히 열리는 펜스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얼핏 봐도 자기 동네의 2DK(방 두 개, 식당, 부엌으로 이루어진 집)만한 크기의 현관 홀. 거대한 샹드리에 아래 서서 타카쿠라의 마중을 받았다. 색이 바랜 청바지에 새하얀 노타이 셔츠, 그 심플한 옷차림이 오히려 스타일이 좋은 타카쿠라의 남성스러움을 한층 더 돋보이게 했다. 자신을 능욕하는 인간인데도, 무심코 넋을 잃고 바라볼 정도였다.
"뭘 그렇게 멍하니 서있어?"
"아, 미안, 아, 자 잘못했습니다"
어깨를 움츠리며 대답했다.
"그렇게 겁먹을 필요 없어"
평소보다, 학교에서 만날 때보다, 아주 조금이지만 타카쿠라의 표정이 부드러워진 것을 느끼고 마리에도 조금은 긴장이 풀리는 것 같았다.
"잘 왔어"
"아, 저 저기, 이거"
간신히 제정신을 차린 마리에가 손에 들고 있던 봉투를 머뭇머뭇 내밀었다.
"저기 그니까, 이거, 서 선물, 만쥬(만두가 변한 일본과자의 일종). 맛있으니까, 그, 엄마가..."
타카쿠라의 저택에 초대받았다는 얘기를 듣고 어머니께서 아픈 몸에도 불구하고 직접 나가서 사오신 것. 남자친구의 집에 초대받은 자리인데 빈 손으로 가는 건 예의가 아니라고 억지로 마리에의 손에 들려보내셨다. 집 근처의 단골 화과자점에서 파는 어머니가 특히나 좋아하시는 팥앙꼬가 든 만쥬로, 마리에네 집 식구들이 다들 좋아하는 간식이였다.
고개를 갸웃하는 타카쿠라을 보고, "아, 역시 이런 거, 타카쿠, 아니, 주인님껜 어울리지 않는... 그쵸? 저기, 미안해요. 정말이지, 엄마두 참...". 초라한 선물에 부끄러워져 얼른 가방에 집어넣으려고 했다.
"잠깐만. 줬다 도로 가져가는게 어딨어"
타카쿠라가 오른손을 내밀었다.
"있다가 차하고 같이 먹자"
"에?"
예상치 못한 타카쿠라의 반응에 놀란 마리에의 표정이 서서히 밝아졌다. 내민 손 위로 과자 봉투를 조심스레 올려 놓았다. 그 순간, 손목을 잡혀 훽 끌어 당겨졌다. 기우뚱하며 타카쿠라의 가슴에 안기는 듯한 모습이 되고 말았다. 색이 바랜 셔츠의 감촉, 희미한 담배냄새 사이로 풍겨오는 타카쿠라 특유의 남성적인 체취. 어깨와 허리를 감싸 안은 팔로 아플만큼 세게 껴안아 왔다. 마리에 인생 최초의 포옹(...이 아가씨, 첫키스니 첫경험이니 퍼스트어쩌구가 죄다 순서가 뒤죽박죽ㅋㅋ). 야릇한 느낌이 온몸을 휘감는 것 같았다.
잔인한 인간인데, 어째서, 이렇게 안기니까, 나, 이런...
슬며시 셔츠자락을 움켜 쥐었다.
"네 어머니, 상냥하신 분이구나"
갑작스런 말에 올려다보면 평소의 무표정한 얼굴로 타카쿠라가 마리에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아..."
자기도 모르게 숨소리가 새어나왔다. 뚫어질듯 쳐다보는 시선이 몸 속 깊숙한 곳에 불을 붙인다. 등줄기를 타고 유열이 작렬했다. 마치 빨려들어가듯 타카쿠라의 입술에 아직 립스틱 한 번 바른 적 없는 조그만 입술을 겹쳤다.
"아, 우웁, 으응, 아아, 흐읍"
타카쿠라가 거칠게 마리에의 입술을 빨아들였다.
"아앙... 하아, 하아앙"
마리에의 머리를 오른손으로 어루만지며 교복 스커트 아래로 왼손이 기어들어간다. 노팬티의 동그란 엉덩이를 주무르기 시작했다. 보드라운 살결을 이리저리 문지른다. 타카쿠라의 손가락이 보내는 자극이 온몸으로 달콤한 쾌감이 되어 퍼져나갔다. 몸이 쾌락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보지가 축축해지는 것이 느껴졌다.
"아아, 싫, 여기선, 누가, 올지도..."
떨어지면서 길게 침으로 된 실을 만든 입술이 또다시 겹쳐졌다. 스스로 진한 키스를 거듭하면서도 행동하고는 다르게 입으로는 계속 거부하는 마리에에게, "괜찮아. 오늘은 아무도 없어". 타카쿠라가 마리에의 말을 자르며 혀를 집어넣어왔다.
하고 싶어. 느끼고 싶어. 아 안돼. 젖어버렸어. 겨우 키스만으로. 어째서 이렇게 좋은거야?
두 사람의 혀가, 서로의 입술을 핥다가, 또 격렬하게 얽혀 붙는다. 입 안 깊숙히 휘저었다. 마리에도 적극적으로 받아들였다. 타카쿠라의 침이 흘러들어왔다. 그 어떤 혐오감도 느낄 새 없이 몇번이고 꿀꺽꿀꺽 달게 삼켰다. 서로 잠시도 눈을 떼지 않고 혀로 하는 격렬한 댄스에 빠져들어간다.
마리에의 양손이 슬며시 올라가 넓은 등을 감싸 안았다.
"아아... 하으응... 하아, 안돼, 너무 좋아"
갑자기 손가락이 뒤로 들어와 보지에 닿았다. 단지 그것만으로 가벼운 절정에 올랐다. 온몸이 쾌감으로 뒤덮힌다.
"아아, 흐윽, 아아아아아"
힘이 스르르 빠져나가며 풀썩 타카쿠라에게 몸을 맡긴다.
제17화
정말이지 으리으리한 대저택.
전체 구조가 어떻게 생겼는지 짐작도 가지 않는다. 채 가시지 않은 절정의 여운으로 휘청휘청 타카쿠라를 따라 길고 긴 복도를 걸어 갔다. 몇번이나 모퉁이를 돌았을까, 방문을 몇 개도 더 지나치고 나서야 막다른 곳에 문 하나가 보인다. 조그만 서재였다. 서재 한쪽 구석에 놓인 책장 앞으로 다가간 타카쿠라가 책 한 권을 슬쩍 밀어넣자---
"앗"
육중한 소리와 함께 책장이 벽으로 빨려 들어간다. 비밀문이었다. 어두컴컴한 문 안쪽으로 사라지는 타카쿠라의 등을 쫓아 후다닥 안으로 따라 들어간다.
어디로 가는걸까.
서늘한 공기에, 정열적인 키스로 달아올랐던 몸이 순식간에 식어 간다. 빛줄기 하나 비쳐들어오지 않는 돌계단을 따라 얼마나 내려갔을까. 눈이 조금씩 어둠에 익숙해져감에 따라 타카쿠라의 하얀 셔츠가 희미하게 눈에 들어왔다.
"자, 여기야"
오직 목소리에만 의지해 천천히 발을 앞으로 내딪는다. 덜컹... 갑자기 등 뒤에서 무거운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려왔다. 자기도 모르게 몸이 움츠러 든다.
"저,저기, 주,주인님, 저기, 어디까지"
어둠 속에서 간신히 찾아낸 타카쿠라의 팔을 살며시 잡으며 묻는다.
"걱정하지 마, 지금, 불 켤테니까"
"꺄악"
갑자기 밝아지자 눈이 부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조금씩 눈이 빛에 적응해가면서 시야에 펼쳐져 들어오는 방 안의 광경. 그것은 공포였다.
천정으로부터 늘어져 내린 서슬퍼런 쇠사슬. 대들보하고 연결된 굵직한 밧줄 여러개. 벽은 온통 거울로 뒤덮여 있었고, 큰 大자 모양의 구속구가 설치된 십자가에, 등이 날카로운 모서리로 만들어진 커다란 목마까지. 방 한 구석에는 투명한 욕조같은 것도 놓여져 있었다. 말그대로 고문실. 평범한 물품이라곤 침대하고 소파, 선반 하나 뿐이었다. 이 방이 만들어진 목적이 오직 치욕과 굴욕을 가하기 위해서라는 것은 순진한 마리에조차도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뭐,뭐,뭐죠, 이건"
뒤로 물러서며 중얼거렸다.
이렇게 호화로운 대저택 지하에 이런 방이 있다니. 왜, 대체 뭣때문에 이런 방을 만든걸까. 요 얼마동안 꽤 심한 능욕을 당해오긴 했지만, 불과 몇 달전까지만 해도 순진한 처녀의 몸이었던 마리에로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광경이었다.
"뭘 떨고 서 있어?"
여기서, 나...
"아,아, 시,싫어"
타카쿠라의 눈이 평소처럼 능욕자의 그것으로 변해 있었다. 마리에는 얼굴을 양손으로 감싸쥐고 도리질을 쳤다. 몸이 돌처럼 딱딱하게 굳어 갔다. 손가락 하나도 까딱할 수가 없었다.
"처음이니 놀라는 것도 무리가 아니지. 안심해"
부드럽게 속삭이며 가까이 다가와 마리에의 가녀린 몸을 와락 껴안아 주는 타카쿠라.
"마리에, 지금까지 하고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느끼게 해 주지. 잔뜩 귀여워 해 줄께"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쓰다듬는다.
"하,하지만, 무서워"
"무서워 할 것 없어. 우리 둘 뿐이야.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잔뜩, 해 줄께"
따뜻한 품 속에 안겨 그 온기를 느끼며, 그 상냥한 말에 조금씩 마음이 가라앉아 갔다. 천천히 고개를 들어 올려다 보았다.
"더 알고 싶고 더 보고 싶어, 좀 더 많이 좀 더 깊게 느끼는 마리에를. 오직 나한테만 보여주는 그 모습을"
조그맣게 고개를 끄덕였다.
타카쿠라가 소파에 털썩 주저 앉더니 담배에 불을 붙였다.
"자, 시작해 볼까"
그 말을 듣는 것 만으로, 깊숙한 곳으로부터 희미한 기대가 솟구쳐 올라온다.
"네"
방 한가운데 선 마리에가 조그맣게 대답을 하고, 왼쪽 가슴팍에 학교마크가 새겨진 회색의 교복 자켓 앞 단추를 끌러 등 뒤로 벗어내리고, 조끼를 위로 끌어올려 목에서 뽑아낸 다음, 리본에 손을 걸어 풀어 내린다.
시선이 아플만큼 강하게 느껴졌다.
블라우스 옷자락을 스커트 안에서 뽑아낸다. 그리고는 잠시도 망설이지 않고 블라우스 단추를 맨 위에서부터 풀어내리기 시작했다. 새하얀 젖가슴이 모습을 드러냈다. 희고 가냘픈 조그만 몸집과 어울리지 않게 풍만한 유방은, 타카쿠라의 계속된 능욕으로 전보다 한 사이즈는 더 커져 있었다.
쳐다보고... 있어.
복숭아 색의 젖꼭지는 아플 정도로 꼿꼿이 서 있었다. 옷감이 살짝 스치자 짜릿한 쾌감이 온몸으로 퍼져나간다.
스커트 왼쪽의 후크를 끄르자, 스르륵, 공기 속에서 춤추듯 나풀거리며 마루 위로 흘러 내린다. 그걸로 전라가 된 마리에는 이제는 익숙해진 손놀림으로 발밑에 놓인 가방에서 "MARIE"라는 글씨가 새겨진 플레이트가 달린 붉은 색의 목걸이를 꺼내 스스로 목에 둘렀다. 그리고는 꼿꼿이 선 채로 손을 허리 뒤로 돌렸다.
몸에 걸치고 있는 것은 안경, 암캐 목걸이, 그리고 감색 하이삭스 뿐. 청초한 여고생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음란한 모습이었다.
타카쿠라는 그런 마리에의 몸을 핥듯이 훑어보고 있었다. 젊음을 과시하는 것 같은 탱탱한 유방을, 눈부시게 하얀 살결을, 잘록한 허리로부터 가느다란 발목까지 아름다운 곡선을 그리며 주욱 떨어져 내리는 군살이라고는 찾아 볼 수 없는 늘씬한 몸매를, 그 중심에 위치한 소복한 수풀을, 오직 그 시선만으로 천천히 애무했다.
"아, 아, 아아, 하아"
건드리지도 않았는데, 저절로 달콤한 신음소리가 터져나오고 만다. 몸이 스물스물 저려왔다. 보지가 지잉하고 촉촉히 젖어드는 게 스스로도 느껴졌다.
그저 보여지고만 있는데도 느끼고 있었다. 뭐야, 왜 이렇게 기분이 좋은거야. 아, 부끄러워. 하지만, 빨리 만져줬으면 좋겠어. 잔뜩, 잔뜩 만져줘, 그리고, 언제나처럼, 마리에를, 괴롭혀줘...
불과 몇달 전만 해도 남자와 손조차도 잡은 적이 없었던 소녀가, 이제는 육체 뿐만이 아니라 그 마음 속까지도 확연히, 타카쿠라 취향의 여자로 변해 있었다.
"마리에, 안경 좀 벗어 볼래?"
"네?"
뜻밖의 명령에, 찬물이라도 끼얹어진 것처럼 화들짝 놀란 마리에는 그러나 금새, 당황해하면서도 순순히 명령에 따랐다. 그리고 또 그대로 한참을 그렇게 서 있었다.
왜 아무 짓도 안 하는... 걸까.
안경없이는 장님이나 다름없는 마리에의 눈에는 모든 사물이 그저 뿌옇게만 보였다. 타카쿠라의 눈동자가 빛을 잃고 마치 죽은 사람의 눈처럼 변하는 것도 당연히 알아차리지 못했다.
조심조심, "저, 주,주인님. 저기, 왜 그러세요?"
"아무것도 아냐. 자, 그만 됐어"
타카쿠라의 눈이 다시 평소의 냉혹한 새디스트의 눈으로 돌아와 있었다. 거의 재만 남은 담배를 비벼 끄면서, "마리에, 양팔을 위로 올려"
위를 올려다보자, 정확히 바로 머리 위에 천정의 도르레와 연결된 밧줄이 드리워져 있었다.
아, 나, 이거로, 묶이나봐. 이제부터, 묶이는 거야.
"아앗"
몸 깊숙한 곳으로부터 음욕의 불길이 타오르는 것을 느끼면서, 이제부터 시작될 능욕을 떨리는 마음으로 기다리며 얌전히 양팔을 위로 들어 올렸다.
제18화
"아, 아앙, 하으으으, 아아앙, 하아아아"
클리토리스와 질구를 오가며 날뛰는 단 한개의 손가락, 겨우 손가락 하나에 마리에의 몸과 마음이 지배당하고 있었다. 온몸이 전기라도 통한 것처럼 저려온다. 참지 못하고 신음소리를 흘리고 만다.
"뭐야, 벌써 이렇게 질척질척 젖은거야?"
몸을 이리저리 꼬아대며 애써 참아보려고 하지만, 신음소리가 멈추질 않는다.
"아앙, 하아아, 아,안돼, 아아아"
스스로 허리를 앞으로 내밀어 적극적으로 자극을 요구했다.
"꽁꽁 묶인 주제에 질질 싸기나 하고 말야, 음란한 년이구나, 마리에는. 자, 이거 봐봐"
타카쿠라가 마리에의 눈 앞에 손가락을 들이밀고 일부러 손가락을 붙였다 땠다 하며 그 사이로 거미줄처럼 늘어지는 애액을 보여준다. 손가락 뿐만이 아니라, 손목까지 온통 보짓물로 젖어 있었다.
"아..."
이성 따위, 벌써 사라진 지 오래였다.
정말, 참, 많이도, 젖어 있네...
"아아아아"
혀가 마치 자석에 달라붙는 쇠붙이처럼 저절로 손가락에 달라 붙었다. 후르륵. 자기자신의 애액을 핥아 먹는다.
"읍, 흐읍, 후르릅"
입술을 오무려 손가락을 쪽쪽 빨아 먹기 시작한다. 마치 페라치오라도 하는 것처럼. 남자를 유혹하는 길거리의 창녀처럼, 요염한 눈빛으로 타카쿠라를 응시하며 손가락을 아주 맛나게 빨아 먹는다.
"좋아, 아주 좋았어. 상으로, 더 느끼게 해 주지"
"아아아아아아, 가,감사, 합니다, 주,주인니임"
타카쿠라가 만족스러운듯 미소를 지으며 손가락을 다시 보지로 가져갔다. 그리고 천천히 무릎을 구부리더니 잔뜩 긴장하고 있는 유방의 정점을 향해 다가갔다. 젖꼭지를 한 입에 베어문다. 왼손으로는 다른 쪽 유두를 집는다.
"하윽, 으으으읍"
격렬한 애무가 시작되었다. 양쪽 젖꼭지를 하나는 손가락으로 집어 비벼대고, 또 하나는 혀로 연주하듯 이리저리 굴린다. 오른손 손가락으로 격렬하게 쑤셔대는 질구에서는 보짓물이 하염없이 쏟아져 내리고 있었다.
"아, 아앙, 괴,굉장해, 이런, 아아, 조,좋아요, 느껴져요, 굉장해요, 아아아, 주인니이이임"
몸을 정신없이 이리저리 꼬는 바람에 팔을 묶고 있는 줄이 요란하게 삐걱거리는 소리를 냈다. 그저 온몸을 잠식해오는 유열에 몸을 맡기고 있을 뿐인 마리에. 헝크러진 앞머리가 땀으로 흠뻑 젖은 이마에 달라붙어 있었다. 입에서는 그저 달콤한 신음소리와 함께 군침이 끊임없이 흘러 넘쳤다. 집요한 애무. 여태껏 단 한번도 경험한 적 없는 거대한 쾌락의 파도가 덮쳐올 것 같은 예감. 혓바닥으로 핥아대는 젖꼭지로부터, 빨갛게 손자국이 날 정도로 우왁스럽게 주물러대고 있는 유방으로부터, 가장 민감한 질구로부터, 차례로 쾌감이 밀려 들고 있었다.
"가,가요"
마리에가 막 절정을 느끼려고 하면, 잠시 중단했다가, 잠시 후 다시 애무를 가한다. 그렇게 몇 번이나 반복했다.
"가고 싶어?"
올려다 보며 묻는다.
"아, 아, 아, 아, 아"
"묻고 있잖아"
거칠게 숨을 몰아쉬고 있는 입술로, "주,주인님. 마리에, 혼자만 기분내서, 죄,죄송, 합니다... 아, 아, 그, 주인님 거, 입으로 빨아드리고, 또, 마리에, 마리에의 거기로, 잔뜩, 힘껏 봉사, 해 드리겠습니다... 그,그러니까, 아, 제발, 부,부탁드릴께요, 하아, 마리에를, 가,가게, 해 주세요..." 시키기도 전에 스스로 애원했다.
"제대로 자기 혼자, 용케 말을 생각해냈구나. 특별히 상을 내려주지"
악마의 미소를 띠며 타카쿠라가 선반에서 바이브레이터를 꺼내 왔다. 평균 사이즈를 훌쩍 넘는 타카쿠라의 페니스보다도 훨씬 더 커다란 사이즈. 마리에의 눈 앞에 쑥 내민다.
이,이런걸, 내, 거기에다?
하지만 공포보다 미지의 쾌락에 대한 기대가 앞섰다. 주인님이 바라신다면, 받아 들이고 싶었다.
"가,감사, 합니다"
타카쿠라가 가차없이 바이브를 보지에 푸욱 쑤셔 넣었다.
"하으으으윽"
뒤로 돌아가 꾸욱꾸욱 유방을 주무르며 귓볼에 입술을 대고 속삭인다.
"저기 봐봐. 마리에가 늘 꿈꾸던, 마리에가 저기 있어"
양손이 묶여 매달린 채로 간신히 발끝으로 서 있는 모습. 오른쪽 다리는 무릎 위를 다른 밧줄로 묶어 위로 들어 올려져 있었다. 활짝 벌어진 가랑이 사이로 연한 복숭아 색의 보지가 촉촉히 젖어 있는 게 훤히 들여다 보인다. 상반신은 목에서 허리까지 줄로 겹겹이 묶어 유방을 짜낼 것처럼 꼭 조이고 있었다. 소복히 자라난 보지털 밑으로 뿌리까지 깊숙히 박혀 있는 바이브레이터가 보인다.
벽에 붙어 있는 거울에, 단단히 구속당한 마리에의 나신이 비춰지고 있었다.
너무 야해, 부끄러워, 저게 나? 묶인 채로, 느끼고 있는거야, 나?
혼란스러워 하는 마리에에게 쐐기를 박는 타카쿠라.
"그 날, 그 가게에서, 그 책을 손에 집어 들었던 이유는 마리에의 마음 속 어딘가에서, 그렇게 됐으면 좋겠다, 하는 바램이 있었기 때문이야. 속박당하고 능욕당하는 걸로 느끼는, 매저키스트로서의 자질이 눈을 뜬 거지. 난 그걸 안에서 밖으로 끄집어 내준 것 뿐이고. 하긴, 이렇게까지 빨리, 마리에가 각성할 거라고는 예상치 못 했지만"
이게, 나? 내가 바랬다고? 내가?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 하고, 그저 가만히 거울 속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바라 보았다.
"별로 이상한 것도 아니야. 인간이라는 존재는, 위에 서는 사람과 아래쪽에 엎드려 있는 사람 단 두 종류 밖에 없어. 섹스도 마찬가지야. 괴롭히는 자와 괴롭힘을 당하는 자. 단지, 그걸 깨닫지 못하거나, 그럴만한 계기가 없을 뿐이지. 다행히, 마리에는 스스로에 대해 깨달았지. 위에 서는 사람인지 아닌지는 아직 잘 모르겠지만, 적어도 섹스할 때 매저키스트인 건 확실해. 뭐, 그렇다는 얘기지. 그럼, 상을 줘 볼까"
타카쿠라가 바이브의 스위치를 올리고 보지 속을 쑤셔대기 시작했다.
"아아아아아아, 좋아"
순식간에 불길이 타올랐다.
이게, 나. 매저키스트인, 나. 그래, 좋아. 뭐가 뭔지 잘 모르겠지만, 그래도 좋아. 기분이, 좋으니까. 더, 좀 더, 더 느끼고 싶어.
"좋아요, 아앙, 하아아, 조,좋아, 더, 더, 더 세게"
지하실 안이 마리에의 교성으로 가득 찬다. 질구가 탐욕스럽게 바이브를 조여대며 집어삼키고 있었다.
"아아아, 이,이런 거, 처음이야, 굉장해, 아, 조,좋아, 더, 좀 더, 주인님, 주인니이임, 더 깊숙히요오오"
그 말에 응하기라도 하듯, 타카쿠라가 바이브를 더욱 깊숙히 찔러 넣는다.
"아아아, 가요, 가,가버려요오오"
줄이 삐걱거리고, 몸이 격렬하게 요동친다.
"가,가아아아아아"
단단히 구속당한 몸을 뒤로 크게 활처럼 젖히며 천정을 바라보고 절정으로 치닫는 마리에.
제19화
줄에 묶인 채로 축 늘어져 거칠게 숨을 몰아쉬고 있는 마리에의 등 뒤에서 철컥하고 뭔가 묵직한 금속성의 물건이 움직이는 소리가 났다.
"아, 저기, 주,주인님"
불안해하는 목소리를 들은 채도 않고 타카쿠라는 마리에의 뒤에 양반다리를 하고 앉더니 하얗고 둥근 엉덩이를 우왁스럽게 움켜 잡았다. 여전히 바이브레이터가 박혀 있는 흥건하게 젖은 보지에 서늘한 공기가 와 닿았다.
"아,아앗, 자,잠깐만, 그런. 잠깐만요, 이렇게 곧바로, 주인님, 잠깐만요"
지금까지하고는 비교도 안 되게 깊고 높은, 상상을 초월하는 열락을 체험했던, 그리고 아직 그 여운이 채 가라앉지도 않은 마리에는 당황해하기 시작했다.
그,그런 걸, 더 이상 하면.
"부탁드릴께요. 조금, 조금만, 쉬게 해 주세요"
"안 돼. 더욱, 다신 원래대로 돌아올 수 없을 만큼의 쾌락을 맛보여 주지"
평소와 같은 냉혹한 말투.
"하앗, 아, 거긴, 아니에요!"
타카쿠라가 노리는 곳은 보지가 아니고 항문이었다. 그런 곳으로 느끼거나 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마리에도 어렴풋이 인터넷이나 여성지, 그리고 예의 그 책으로 접하긴 했었지만, 설마 그 사람이 자기자신이 되리라고는 상상조차도 하지 못 했었다.
"주인님, 이렇게 빌께요. 거긴, 거기는, 하지 말아 주세요. 제발요, 이렇게 빌께요"
타카쿠라의 검지 손가락은 그러나, 전혀 망설이지도 않고 항문을 비벼댔다. 배설기관이라고만 생각했던 장소를 유린당하자, 표현할 길 없는 절망감에 눈 앞이 컴컴해진다. 줄로 단단히 구속당한 신체를 열심히 비틀어대며 어떻게든 도망치려고 해보지만, 집요한 손가락은 멈출 기미가 없다. 조금씩 힘이 빠져나감에 따라, 손가락이 안으로 조금씩 침입해 들어왔다.
"하윽, 용서해 주세요, 거기는, 싫어요"
"그래? 꽤 부드러워졌어. 게다가, 몸은 별로 싫어하는 것 같지 않는데? 이렇게 질척거리고 있잖아. 봐봐"
타카쿠라가 왼손으로 바이브레이터가 박혀 있는 질구 주변을 쓰윽 문지르더니, 줄줄 흘러나오고 있는 보짓물을 손에 묻혀 허벅지에 바른다. 할 말이 없어진 마리에는 그저 아랫 입술을 꽉 깨물 뿐이었다.
믿을 수가 없었다. 그런 지저분한 곳을 만지고 있는데, 어째서 몸이 말을 듣지 않는거야. 제멋대로 반응해 버리기나 하고.
항문을 만지작거리는 것만으로, 다시 불이 붙어 달아오르기 시작하는 육체가 원망스러웠다.
나, 마치...
"으읍, 아으으"
손가락이 스트로크를 거듭한다. 항문 주변의 살이 손가락의 움직임에 맞춰 딸려 나왔다가 다시 말려 들어가는 걸 반복했다. 어느새 거부하고 싶던 마음이 사그라 들고, 다른 감각이 솟구쳐 올라온다. 아마 수개월 전의 마리에였다면 결코 느끼거나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타카쿠라의 손에 의해 개발된 육체는 마음하고는 달리 정반대로 탐욕 그 자체였다.
"우웁, 으윽, 아아, 아읍"
열심히 신음소리를 억누른다.
"거기, 더럽단, 말이에요, 몰라요"
"크크큭, 안심해. 제대로 깨끗하게, 해줄테니까"
"에?"
거울을 통해, 항문 안으로 은빛 물통하고 연결된 커다란 주사기 모양의 물건을 찔러 넣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설마.
"시,싫어어어어어"
절로 비명소리가 터져 나왔다. 항문에 지독한 이물감이 느껴졌다.
"주인님, 뭐든지 다 할테니까, 그것만은, 제바아아알"
타카쿠라는 입을 꾹 다물고 가차없이, 마음 속 깊히 즐거워 하는 듯한 미소를 띠며 피스톤을 밀어넣었다. 차가운 액체가 쏟아져 들어왔다. 250cc 분량의 관장액을 4회에 걸쳐 천천히 아주 천천히 항문 안으로 집어 넣었다. 첫경험인 마리에가 견딜 수 있는 양이 도저히 아니었다. 채 몇 분도 지나지 않아 곧바로 맹렬한 고통과 함께 배설욕구가 밀려 닥쳐왔다. 온몸에서 식은 땀을 줄줄 쏟아져 내렸다. 신체를 단단히 구속하고 있는 줄에 매달려 오직 항문에만 정신을 집중했다. 꼬물꼬물, 청초한 여고생의 항문이 꿈틀거린다. 잠시라도 방심했다가는 오른쪽 다리를 높이 쳐든 모습으로 그걸 분출하고 말 것이다. 그 광경이 머릿속에 떠오르자 온몸의 핏기가 싹 가신다. 공포 그 자체였다. 제대로 말도 나오지 않는다.
"아, 으읍, 화, 화, 화장, 실..."
"화장실 가고 싶다고?"
고통으로 몸부림치며, 필사적으로 참아내고 있는 마리에의 모습을 소파에 앉아 느긋이 감상하고 있던 타카쿠라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마리에가 정신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필사적으로 의사를 전달한다.
"좋아, 지금, 보내주지"
도르래를 끌어내려 다리와 팔을 묶고 있던 줄을 풀고, 목걸이에 밧줄을 연결했다. 그러나, 안심도 잠시, 타카쿠라는 문쪽이 아니라 방 한구석으로 마리에를 끌고 갔다.
네 발로 넙죽 엎드린 마리에가 "아, 어디,...". 항문에 온 힘을 집중하면서 간신히 목소리를 짜내 물었다.
"화장실 가고 싶다며"
타카쿠라가 가리킨 것은 무릎 높이로 설치되어 사방이 훤히 뚫려 있는, 심지어 거울까지 놓인 일본식 변기였다. 여지껏 그런 게 있는 줄도 모르고 있었다. 몸이 딱딱하게 굳어 버린다. 그저 멍하니 쳐다만 보고 있을 뿐, 손가락 하나도 까딱할 수가 없었다.
"왜 그래? 화장실 가기 싫어? 싫으면, 여기서 개처럼 엎드려서 마룻바닥에다 싸고 싶은거야? 하긴, 매저키스트인 마리에한테는 그쪽이 더 잘 어울릴지도 모르겠군"
절망. 고개를 숙이는 것도, 눈을 감는 것도 용납되지 않았다. 거울을 정면으로 바라보고 가장 수치스러운 자세로 용변을 보아야만 했다. 갈색 오물, 노란색 물줄기가 변기 안으로 쏟아져 내렸다.
이미 반쯤 정신을 잃은 마리에는 잔뜩 더럽혀진 가랑이 사이를 타카쿠라가 닦아주는 걸 그저 멍하니 지켜 볼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는 다시 거울 앞으로 이끌려 갔다.
거울에 손을 짚고 엉덩이를 뒤로 쭉 빼민 자세. 고개를 숙이자 아래로 늘어진 젖가슴이 흔들거리는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질끈 감아버린 눈에서 주르륵 눈물이 흘러나와 마룻바닥으로 뚝뚝 떨어졌다.
타카쿠라가 항문에 대고 페니스를 꾹 누른다. 미동조차 하지 않고 아무 말 없이 마리에는 그저 항문에 힘을 꾹 주며 무언의 반항을 했다. 지금 마리에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의사표시였다.
잘록하게 조여진 허리를 쥐고 있던 타카쿠라의 손이 천천히 옆구리에서 어깨로 타고 올라와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쓰다듬기 시작했다.
"마리에. 나는 마리에의 모든 걸 보고 싶어. 마리에의 모든 걸 가지고 싶어. 속박된 채로 느끼는 마리에도, 굴욕으로 몸부림치는 마리에도, 지금 여기 있는 마리에의, 마리에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 그 전부를 내 손에 넣고 싶어. 그걸 알아줬으면 해"
내, 전부, 를...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상냥하고 달콤한 목소리였다.
타카쿠라가 그대로 쭈그려 앉더니 항문에 살그머니 입술을 댔다. 혀로 핥는다. 현관에서 마리에를 마중했을 때와 같은 진한 키스였다. 항문 주름을 하나하나 핥으며 혀를 뾰족하게 만들어 안으로 집어 넣기까지 했다. 꼼꼼히 항문 주위에 침을 발라 나갔다.
그리고 다시 페니스를 갖다 댔다.
"괜찮지? 마리에. 이제 넣어도"
이번엔 스무스하게 안으로 파고 들었다. 곧바로 움직이기 시작한다. 페니스가 출입할 때마다 항문 주위의 점막도 밖으로 딸려 나왔다가 다시 말려 들어가기를 반복했다.
"아아, 하앙, 아아, 아으으, 하아아"
아픔보다도 뜨거움이 더 강하게 느껴졌다. 페니스가 질구에 박혀있는 바이브레이터와 얇은 점막을 사이에 두고 서로 스친다. 깊히 파고 들어오는 순간, 뱃속 깊숙한 곳을 페니스가 꿰뚫고 들어올 때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미지의 감각이 솟구쳐 올라온다. 그의 페니스와 직장내 점막이 스치는 부분으로부터 짜릿한 감각이 퍼져 나갔다.
"아아, 하아아, 아아, 하아, 하아, 아아앙, 아아, 하아아"
허리 움직임에 맞춰 입에서 새어나오는 신음소리가 점점 달착지근해진다. 몸은 솔직하게 반응하고 있었다. 무엇보다도 타카쿠라의 아까 그 말이 마리에에겐 가장 달콤한 미약이었다.
아, 뜨거워. 느끼고 있어. 항문으로 느끼고 있어.
나, 마치, 변태...
타카쿠라가 갑자기 바이브레이터의 스위치를 켰다. 바이브가 맹렬한 기세로 보지 안에서 날뛰기 시작했다.
"아흐, 아으으, 아아아아아아"
머릿속이 새하얗게 변해 버렸다. 온몸이 산산조각나 흩어질 것만 같은 거대한 유열의 물결에 몸을 맡긴다.
"아앙, 아아앙, 조,좋아, 아아앙, 좋아, 주,죽을 거, 아아앙, 죽을 거 같애요오오오"
비명에 가까운 환성을 토해내기 시작하는 마리에의 머리를 타카쿠라가 뒤에서 잡아 들어올리며 말했다.
"잘 봐. 이게 진짜 마리에야. 속방당한 채로 양쪽 구멍을 동시에 꿰뚫리고 있는 마리에, 음란한 매저키스트 변태 마리에. 늘 책에만 파묻혀 있는 공부벌레에다 껍질 안에 꼭 숨어 밖으로 나오지 않던 마리에가 아니라, 진짜 마리에란 말이야. 더 느껴, 그리고 더 자신을 드러내. 마리에 안에 숨어있는 진짜 자신을 드러내는 거야"
거울 속에 비친 나, 음란한 얼굴을 한 나.
이게, 진짜, 나...
희미해져 가는 의식 속에서, 뱃속에 뭔가 뜨거운 액체가 뿜어져 들어오는 것을 느꼈다.
진짜, 자신...
제20화
"아프진 않아?"
타카쿠라가 묻는 소리에, 마리에는 새빨개진 얼굴로 수줍게 도리질을 쳤다.
지하실에서 격렬한 섹스를 나누고 타카쿠라의 방으로 자리를 옮긴 후였다. 타카쿠라는 침대 모서리, 마리에의 옆에 앉아 허벅지에 남은 줄 자국을 부드럽게 쓰다듬어주고 있었다. 그의 어깨에 마리에의 조그만 머리가 살포시 기대어진다.
"느꼈니?"
"...네, 아주 많이요"
왼손을 어깨에 둘러 땋은 머리카락을 쓰다듬는다.
"마리에, 아주 잘했어. 정말 예뻤어"
"그런... 가,감사, 합니다"
오른쪽 다리 위에 놓인 커다란 손, 그 위에 조그만 손을 살짝 얹는다. 옆에서 보면 그저 서로 사랑을 속삭이는 연인의 모습. 석양이 방 안으로 파고 들어와, 꼭 달라붙은 두 사람의 그림자를 길게 드리우고 있었다.
이 세상 그 누구보다도 더 강하고 격렬하게, 오직 자기만을 바라보며 요구해 온다. 이러고 있으면 마음이 차분해진다. 아프지도 괴롭지도 않았다.
마리에의 마음에 어느덧 묘한 안도감이 싹트기 시작하고 있었다.
"많이 늦어졌군. 오늘, 가정교사 오는 날이랬지"
"앗... 아뇨, 아직 늦지는 않았어요"
"차 한잔 하고, 돌아가"
"아, 앗, 갑사합니다. 하,하지만, 그게, 주인님께, 폐가 되지는, 그..."
"뭐야, 왜 당황하고 그래. 차 가져 올테니까, 조금만 기다리고 있어"
"네"
돌아가고 싶지 않아. 이대로 함께 있고 싶어.
순간, 그렇게 생각한 자기 자신에게 당황해 한다.
혼자 남겨진 방 안을 둘러보자, 새삼 그 넓이에 놀란다. 스무 다다미 이상은 되어 보이는 원목 마루로 된 방은 심플해서 더욱 넓게 느껴졌다. 가구류라고는 침대하고 노트북 한 대가 놓여진 책상 뿐. 한쪽 구석에 캔버스 하나만 덜렁 놓여져 있었다. 창문하고 반대쪽 벽면은 통째로 책장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굉장하네"
으리으리한 책장 앞으로 다가가 섰다. 화첩하고 양서가 잔뜩 꽂혀 있었다. 일본어 제목의 책도 죄다 무지 어려워 보이는 철학이나 문학 전문서적 뿐이었다.
"이런 책들을 읽는구나"
교내 성적이 톱클래스인 마리에조차도 탄성이 터져나올 정도. 하릴없이 책장 앞을 서성이던 마리에의 눈에 책 한 권이 들어왔다.
"Never Goes the Rose Garden"
왠지 타이틀이 맘에 들었다.
침대에 앉아 두꺼운 가죽을 씌운 양서를 이리저리 뒤적인다.
"장미 정원에는 갈 수 없다... 의역하면, 낙원 따위 없다, 일라나"
오래된 소설 같았다.
"어라"
책 안에 종이조각 하나가 끼워져 있었다.
"이거, 사진?"
가슴까지 내려오는 긴 흑발의 세라복차림의 소녀 사진이었다. 몸집이 조그맣고 청순한 분위기의 소녀였다. 배경은, 바로 이 저택. 미키씨...는 아닌 것 같고. 주인님의 연인, 예전 연인...인 것 같지도 않고. 스커트 길이로 보나, 세피아 색으로 바랜 사진으로 보나, 꽤 오래 전에 찍은 사진이 틀림없었다. 무엇보다도 사진이 세로로 찢어져 있는 것이 이상했다.
"누굴까? 어?"
소녀의 왼손이 찢겨진 저쪽 편의 누군가와 손을 마주 잡고 있었다.
봐서는 안 될 것을 봐 버렸나봐. 마리에의 심장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많이 기다렸지"
쟁반에 티 세트와 봉투 하나를 담은 채로 타카쿠라가 돌아왔다. 당황해서 얼른 책 안에 사진을 끼워 넣고 침대 위에 덮어 놓는다.
"꽤 맛있네, 이거"
변함없이 감정이 느껴지지 않는 표정으로 타카쿠라가 만쥬를 입에 물고 있었다.
"다행이네요"
자기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진다. 마리에가 타카쿠라 앞에서 보여준, 첫번째 미소. 홍차의 은은한 향이 기분 좋았다.
이거, 무지 비싸겠지.
입 안 가득 우물거리며 두 번째 만쥬를 집어드는 타카쿠라의 모습에, 척 보기에도 고급스러워 보이는 찻잔의 가격을 속으로 궁금해 할 정도로 마리에는 긴장을 풀고 있었다.
그러나.
"마리에, 그 책"
찻잔을 손에 쥔 채로, 얼어붙은 듯한 표정을 지으며 타카쿠라가 중얼거렸다.
"그 책, 본거야?"
"앗"
"사진, 봤어?"
얼음처럼 굳어있던 얼굴이 갑자기 새빨갛게 달아오르더니 귀신처럼 일그러지기 시작한다. 평소와는 전혀 다르게 격렬한 감정을 드러내며 타카쿠라가 오른 손을 치켜 들었다.
"죄송합니다"
얼른 얼굴을 가린다.
"죄송합니다, 멋대로 굴어서"
손가락 사이로 살그머니 훔쳐 보자, 타카쿠라가 바지를 끌어내리고 있었다.
"침대에 손 짚고 구멍 이리 대"
황급히 명령에 따랐다. 어떻게든 더이상 그를 자극하지 않으려고 스커트도 알아서 자기 손으로 걷어 올렸다.
"아,아파"
전희 따위 일체 생략하고 냅다 쑤셔 박는다.
"아파요"
마리에의 호소 따위 들은 채도 않고 바로 격렬하게 쑤셔댄다.
"너,너무, 아아, 아흐, 죄,죄송, 합니다"
"벌써 젖었잖아, 이 암캐년. 다른 사람 방을 멋대로 뒤지기나 하고"
"아아, 아, 죄송합니다. 요,용서해 주세요. 죄,죄송합니다, 멋대로, 구,굴어서. 너무, 죄송, 합니다"
열심히 용서를 비는 마리에의 눈 앞에 휴대전화가 툭 떨어진다.
"당장, 전화해. 가정교사한테 오늘은 쉰다고"
"아니, 그런, 그런, 죄송합니다. 다신 안 그럴께요, 다시는 안 그럴테니까, 용서, 하으으윽"
가죽 벨트가 마리에의 하얀 등으로 날아 들었다.
짜악!
"아아악, 아,아파아아"
짜악!
"내 명령을 거역한다 이거냐?"
짜악!
더듬더듬 손을 뻗어 사토 타카시의 휴대전화 번호를 눌렀다.
"아, 여보세요, 마,마리에, 입니다, 으윽"
"..."
"앗, 으응, 아무것도, 아, 아니에요, 그"
"..."
"아르바이트 하는 데서, 아앙, 안좋은 일이, 좀 생겨서, 아앙, 아"
"..."
타카쿠라의 허리 움직임이 점점 더 빨라진다.
"응, 미안, 해요. 으윽, 오늘, 과외, 쉬어요, 아앙"
"..."
"정말로, 미안, 해요. 정말, 괜찮아, 좀 쉬면 돼요, 아앙, 아윽"
"..."
"또 전화할께요"
서둘러 전화를 끊었다.
"들킬 것 같으니까, 더 느끼는 거냐? 평소보다 더 쪼이는데?"
"아아, 아아앙, 하아, 아아앙, 아아, 하아아, 아아앙"
"어때?"
엉덩이를 손바닥으로 후려친다.
"아아아, 마리에, 전화하면서, 느꼈, 습니다아아아"
눈물로 흐려진 시야에 타카쿠라가 먹다 남긴 만쥬가 마루에 널려 있는 모습이 들어왔다.
-----------------------------------
저조차도 깜빡 잊고 있었던 연중소설이었는데, 어떤 분께서 보고 싶다고 하셔서.
추천107 비추천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