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인예속2부-마인전생
리파오롱은 무조건적인 베르치카와 궤를 달리했다. 베르치카는 사랑을 받아본 적이 없었기에 사랑을 하는 방법을 몰랐다. 첫사랑이 이루어지기 힘든 이유는 첫사랑인 쪽이 사랑을 하는 방법을 모르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베르치카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최고의 우호적인 표현, 즉 순종과 복종을 태욱에게 보여주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노예와 주인의 관계지 사랑하는 연인의 관계가 아닌 것이다. 물론 그것을 깨달은 것은 바로 서큐버스퀸자매 파후파후와 파라파라 덕분이었다. 그들이 직접 베르치카의 눈앞에서 노예역을 충실하게 해주었기에 이것은 사랑의 방법이 아님을 알아차릴 수 있었던 것이다.
생각하기를 싫어해서 그렇지 베르치카는 상당히 지적능력이 우수한 존재였다. 그렇지 않고서는 흡혈귀군주라는 존재가 될 수 없는 것이다. 하지만 태욱이 자신을 싫어하는 것이 두려웠다. 기본적으로 타인의 생각 같은 것은 해본 적이 없고 자신이 하고 싶은 것만 해온 베르치카에게 있어서 감정을 알아차리고 조절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미션임파서블이었다.
그렇기에 베르치카는 태욱이 바라는 모든 것을 해주고 싶었다. 그가 원하는 모든 것을 이루어주고 싶었다. 즉 베르치카는 태욱의 어리광에 너무나도 무력하다는 약점이 있었다. 그래서 베르치카가 주축이 되어있는 세력-쿠아자,서큐버스퀸들등-들은 태욱의 말 한마디에 쩔쩔메게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베르치카에게 적대적인 레베카, 다즈리엘등의 천사파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녀들은 [순종]과 [신앙]을 미덕으로 삼는 행동윤리를 가지고 있기에 자신들의 주인인 [태욱]에게 복종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엘프들은 그들의 최고윤리- 번식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지 할 준비가 되어있었다.
하지만 수많은 태욱의 여자들 가운데서 리파오롱만은 달랐다. 본래 선인이 되길 원한 그녀는 자신의 지아비로 섬길 태욱을 진심으로 인간의 영웅으로 만들고 싶어했다. 이것은 혹독하게 태욱을 몰아붙인다는 말이기도한 것이다. 그래서 처음으로 엘프 250명을 이용해서 대규모 마법진을 설치, 태욱의 체질을 크게 개선한 것이었다.
태욱의 특수한 체질 덕분에 마력을 모울 수 없어서 마법을 사용할 수 없는 것을 아예 생명력을 사용하도록 수정한 것이었다. 이것은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보통 인간에게는 지독한 술수였다. 강해지지만 힘을 사용할수록 수명이 줄어들어서 결국 죽게되니... 얼마나 끔찍하고 사악한 술수인지 이루 말할 수 없는 것이었다. 과연 금천백이 타인에게 함부러 가르쳐주지 않고 혼자만 알고 있던 수법다웠다. 하지만 마력을 흡수함으로서 생명력을 만들어낼 수 있는 태욱에게는 그야말로 절호의 체질개선이었다.
[그러니까. 태욱님 오늘부터 저와 함께 수행하는 겁니다.]
[수행?]
태욱은 아침 일찍 올라온 칠채의 머리카락과 눈동자를 지닌 리파오롱을 바라보면서 고개를 모로 꺽었다. 수행이라니... 자신과 가장 어울리지 않는 말처럼 느껴졌던 것이다. 짐승처럼 먹고자고 싸고, 범하는 태욱에게 훈련,노력,수련같은 것은 가장 어울리지 않는 말이었다.
[예. 그러니 일단 수행을 위해서 자! 들어가세요!]
리파오롱은 일단 하기로 마음먹으면 바로 실행하는 행동력이 있었다. 그렇기에 자신의 미래를 위해서 금오도에서 나와 한국으로 단번에 오는 당돌한 끼가 넘치는 여성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렇지 않으면 금천백의 제자로서 살 수도 없었을 것이다. 리파오롱은 그렇게 아무 말도 없이 태욱을 자신의 스승 구미호의 미궁으로 넣어버렸다.
스승 금천백의 요력으로 만들어진 그곳은 사람을 현혹하고 희롱하는 실험장으로서 통과한다면 시험자에게 가장 알맞은 무기를 건내주지만 실패한다면 벌을 주는 곳이기도했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자신을 위해서 금천백을 찾아온 자들에게나 있는 것이지. 자신의 제자 사위에게까지 혹독하게는 굴지 않을 것이라 믿고서 리파오롱은 밀어넣었다.
스승인 금천백이 자신을 얼마나 아끼고 보살펴주는 것인지 잘 알고 있었고 그런 자신의 하나뿐인 정인인 태욱에게 큰 위해나 상처를 남기지 않을 것이라 믿은 것이었다.
리파오롱은 그것을 알고 있었기에 태욱을 밀어 넣는 것에 주저함이 없었다. 다만 고생은 좀 하겠지만...
[언제까지나 태욱님이 기둥서방처럼 여자들에게 받고만 살게 놔둘 수는 없어요... 힘들더라도 영웅이 되세요.]
리파오롱이 원하는 것은 그가 천하의 영웅이되어서 여자들을 포용하는 것이었다. 선인이되지 못하고 요선이 된 리파오롱은 그렇게 자신의 소원을 남편인 태욱이 대신 이루어주기를 바랬던 것이다. 자신의 소망을 남자에게 투영하는 것은 여자요괴인 리파오롱만이 가질 수 있는 비원이었던 것이다.
금천백은 비록 겉으로는 여자형상을 하고 있지만 그 본질은 수많은 신들이 인간을 만들고 실패하면서 남은 퇴적물이었기에 남자도 여자도 아니었던 것이다. 그렇기에 다른 생명을 잉태하고 낳을 수 있는, 즉 아기를 가질 수 있는 [여자]만을 제자로 받아들였다.
금천백의 기원을 찾자면 정말이지 오랜 세월을 거슬러 올라가야했다. 금천백은 지구에 떨어지던 소운석 9개가 그 시작이었다. 지구를 충분히 핵겨울로 멸망시킬 수 있는 거대한 운석, 그것이 하나도 아닌 9개가 동시에 날아오고 있었고 그것을 프로토타입-휴먼, 현제 타이탄신족의 명사수가 활을 쏘아서 꺼꾸로 뜨림으로서 지구에 안착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런 유성에 신들이 인간을 만들다 넘친 퇴적물들이 쌓임으로서 금천백은 [이성]을 손에 넣었다.
즉 금천백은 혼자서 순식간에 지구를 9번은 멸망시킬 수 있는 힘을 가진 대요괴인 것이다. 물론 세상에는 그런 금천백과 비등하거나 능가하는 무시무시한 존재들이 있기에 지구는 아직 멸망하지 않을 수 있었다.
[여기가 어디지?]
태욱은 자리에서 일어나자 말자 주변을 둘러보았는데...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고 오로지 저 멀리에서 커다란 집만이 보였다.
[우으으으음...]
[앗 베르치카!!!]
태욱은 옆에서 들린 신음소리에 피투성이로 쓰러져있는 베르치카를 발견하였다. 아름답던 미모가 온통 피로 얼룩져 있었고 온 몸에 난 상처는 무시무시하기 짝이 없었다. 태욱은 베르치카의 몸을 안아들고서 저 멀리에 있는 집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본능적으로.... 저기에 길이 있음을 알아차린 것이다.
[계십니까?]
태욱은 베르치카를 안아들고서 큰 목소리로 사람을 불렀다. 초인종이나 벨이 보이지 않았기에 목소리로 부를 수밖에 없었는데... 아무런 대답이 들려오지 않았다. 태욱은 이런 것에도 방법이 있는지 고민하다가.... 문에 손을 가져다대었다.
끼이이익...
마치 그를 환영한다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열렸다.
[고맙습니다.]
태욱은 다시 한 번 부르는 대신 감사의 인사를 올렸다. 비록 그가 악하다고 해도. 그것은 어디까지나 세상을 들어낼 때의 이야기였다. 태욱 스스로는 결코 먼저 남의 것을 빼앗지 않았다. 하지만 자신의 욕심과 욕망을 들어낼 때에는 망설임이 없었다.
베르치카는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한채 그대로 태욱의 어깨에 메달린채로 집안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태욱을 반기는 것처럼 문들이 저절로 열렸다. 그 반겨줌에 태욱은 본능적으로 이집의 주인이 자신을 부르는 것임을 알 수 있었다.
태욱이 베르치카를 데리고서 가장 안쪽으로 걸어갔을 때, 그곳에 있는 한 마리의 거대한 짐승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 짐승은 무척이나 노쇠해있는지.... 털의 색깔이 우중충하고 눈과 몸에 기력이 없어보였다. 하지만 눈빛만은 날카롭게 살아있어서 은근히 무섭게 느껴졌다.
[뭐냐? 너는? 으으으음.....]
그렇게 입을 연 짐승은 태욱이 데리고온 여자를 한번 보더니 인상을 찌푸리기 시작했다. 마치 태욱 옆에 베르치카가 아닌 다른 여자가 있었어야한다는 것처럼 보였다. 아니 분명 그러했다. 왠지 감이지만... 태욱은 그런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들여보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런데... 여긴 어딘가요?]
태욱은 생전 처음보는 곳에 갑자기 떨어져 황당해했지만... 황당한 것은 금천백 역시 마찬가지였다. 사랑스러운 막내제자의 부탁으로 시험의 공간을 열어주었는데.... 제자의 남편이라는 자는 다른 여자를 껴안고 자신 앞에 나타난 것이다. 괫씸죄를 적용한다면 벌써 만번은 죽고 백만번은 지옥에 쳐박아도 속이 풀리지 않을 정도였다. 저자의 시험상대는 당연히 자신의 제자여야했다고 금천백은 생각했던 것이다.
‘하지만 그럴 수는 없지.’
금천백은 그렇게 할 수가 없었다. 그나마 요선으로 바뀐 아이가 웃을 수 있는 것은 아직까지도 인간을 좋아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비록 몸을 섞었기에 지아비로 모시고 있지만... 그만큼 리파오롱은 순수한 요괴였다. 그 손에 피한방울 묻히지 않았으니...
[이곳은 나의 땅이다. 그러는 너야말로 이곳에 무슨 일이냐?]
나지막하고 힘이 없는 대요괴의 물음에 태욱은 고개를 갸웃하다가 일단 베르치카를 편하게 바닥에 눞혔다. 그리고 씨익 웃으면서 사후허락을 구하는 그의 표정은 정말이지 금천백에겐 얇밉게 느껴졌다.
[잠시. 제 아내를 눞혀 놓아도 되죠?]
[그래라.]
[그런데 제가 어떻게 여기에 온지는 모르겠습니다. 다만 리파오롱을 마지막으로 보긴했어요. 리파오롱과 관계가 있으신거지요?]
태욱은 자신의 예리한 감으로 그대로 찍어보았다. 금천백은 태욱이 감으로 찍고 있음을 느끼고 씨익 웃었다.
[그렇다. 하지만... 지금 나는 힘이 없어서... 너를 바깥으로 내보내줄 수 없다.]
금천백의 말에도 태욱은 전혀 두려워하지 않았는데... 그는 그저 멀뚱히 금천백을 바라보기만하고 있었다. 그 시선에 금천백은 입꼬리를 말아올리며 씨익 웃었다. 다 죽어가는 모습으로 위장하고 있었지만 그는 상상을 초월하는 세월을 살아온 대요괴, 당당히 타워의 최고위를 차지하는 존재인 것이다. 그녀가 실험하려는 것은 태욱의 눈썰미였다. 약하고 추한 모습으로 위장한 자신을 어떻게 보고 있는 것인지 파악하려했었다.
태욱은 지금 막 권능이 생겨나려하고 있었다. 그것은 자신을 신으로도 받아들이는 인간들이 생겨서 사상력이 집중되는 힘, 즉 신격화 단계에 오르고 있었던 것이다.
그만큼 본능적인 힘, 육감이 발달하였고 그것을 실제적인 힘으로 바꿔주는 아스트랄바디도 있었다. 금천백의 위장은 그 누구도 알아차릴 수 없었지만 리파오롱을 가까이 대하고 그녀의 기운을 받아들인 태욱은 본능적으로 힘이 없다는 거짓말을 꿰뚫어보았던 것이다.
[제 이름은 태욱입니다. 김태욱, 이집에 방문한 손님으로서 묻겠습니다. 당신의 이름은 어떻게 됩니까?]
태욱은 리파오롱의 관계자라고 생각했기에 예의 바르게 질문하였다. 그 태도에 금천백은 어느정도 평가를 조금 끌어올렸다. 최소한의 예의는 안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후후후... 그래 나는 금천백. 수많은 요괴와 요선들을 부리는 대요괴다. 인간아. 너는 나의 실험을 받으러 이곳에 온 것이다.]
금천백의 말에 태욱은 그제야 자신이 왜 이곳에 온지 알고서 밝게 웃었다. 그렇다면 베르치카는 아마도 저 금천백이라는 사람의 공간에 억지로 들어왔기에 다쳤다고 생각했다. 태욱은 감일뿐이지만... 눈을 붉은천으로 가리고 있는 금발미남보다도 금천백이 더 강하고 무섭다고 느끼고 있었다. 그런 자의 공간으로 들어왔으니 베르치카가 다치지 않을 수 없을 것이었다.
[제가 어떤 실험을 받게 되는 것입니까?]
[너는 앞으로 베르치카의 본 모습을 보게 될 것이다. 그래도 괜찮겠느냐?]
[베르치카의 본모습이요?]
[그렇다. 베르치카가 네 앞에서는 들어 내지 않는 모습을 너는 보게될 것이다. 그리고 그녀가 받아야할 업을 네가 짊어져야하지. 그것이 바로 나의 시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