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화 티렉스 4
<질투>
잠들어있는 여왕을 거실의 긴 쇼파에 편히 눕혀둔 채 강희의 방을 찾은 닥터 솔은 여왕의 충실한 하인이자 강희의 수족 역할을 맡고 있는 묘령의 두 중학생 소녀 가연과 선민에게 <호기심> 가득한 눈빛의 시선을 주고 있었다.
어찌 보면 시리게까지 느껴지는 저 냉철함 속에는 분명히 <순수함>이라는 감정이 깃들어 있음에 틀림없지만 순수한 만큼, 한편으론 뭇 범인의 생각으론 이해 불가능할 정도의 <탐구심>이란 이름 아래 순수와 함께 자리하고 있는, 맹목적이랄수 있는 <탐구욕>또한 마찬가지로 담겨 있음을 그녀들은 본능적으로 깨닫고 있었다.
부르르..
자신들을 향한 감정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분연히, 닥터가 눈치채지는 못할 정도로 살풋 몸을 떠는 두 소녀들.
가연과 선민은 닥터 솔이 저토록 은근하면서도 형형한 눈빛을 뿜어내게 만드는, 그리고 그토록 주목을 받는 대상이 자신들의 우상임을 속으로 직시하고 있었기에, 한편으론 강희에 대한 연민이 일었고, 불경스럽게도(일단은 공주라는 신분이니까) 그녀에게 측은한 마음마저 들 정도였지만 결코 내색할순 없었다.
닥터의 심기를 거스르는 행동을 하기가 두려웠던 탓이다. 그는 누가 뭐래도 여왕 진설영이 가장 신뢰하는, 중요한 위치에 있는 이 저택의 손님이다.
그는 여왕과 <동등한> 권한을 가지고 있었고 그녀들 입장에선 한없이 격이 높은 신분이었다. 여왕 앞에서도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의견은 다 피력할수 있는 인물이었다.
뭣보다 그는 여왕 진설영 본인 스스로 <인정하는> 몇 안 되는 남성이었다. 아직도 분주하게 이루어지는 저택공사의 일을 담당하는 인부들 역시도 모두 남자지만 그들은 여왕의 입장에선 부려먹기 좋은 종에 불과할 따름일뿐. 인정받긴 커녕 동일한 인간 대접 조차 그녀에게 바라긴 무리란 소리이다.
아무튼 상대는 그렇게 중요한 여왕의 <손님>이었고, 지금 그 손님은 자신들 둘로부터 모종의 대답을 요구하고 있었다.
가연과 선민은 어찌 보면 갑작스러웠달수 있는 닥터 솔의 등장에 일순 머뭇거렸지만, 자신들이 저 분을 앞에 놓고 마냥 멍때릴수 있는 위치에 있는 신분이 아님을 금새 자각하곤 얼른 행동에 들어갔다.
"아...박사님..오셨습니까?"
"허허..왔으니 앞에 있잖은가? 그나저나 내게 뭐 혼날 꺼리라도 있나? 왜 그렇게 얼굴이 상기되어 있나? 가연양? "
"아..죄송합니다.. 갑자기 드셔서 저도 모르게 좀 놀랐을 뿐입니다.."
가연은 고개를 살짝 숙이며 그렇게 대답했는데 그녀의 얼굴은 정말로 적잖이 빨개져 있었다. 닥터 솔은 껄껄 웃었다.
"허헛! 점점 더 붉어지는구먼. 보기 좋네. 자네의 발냄새만큼이나 귀여운 얼굴이야. 허허허~"
어떻게 하면 발냄새라는 체취 문제를 가지고 귀엽다고 말할 수 있는걸까 하는 생각따위는 할 겨를이 없었다. 가연은 그녀의 발냄새를 운운하는 닥터 솔의 말을 듣고 이젠 고개를 팍 숙여버릴 지경이었고 그는 그것이 더 보기 좋은 모양인지 점점 웃음소리의 고도를 높여가고 있었다. 가연이 홍당무가 다 되어 있자, 선민이 할수 없이 대신 나섰다.
"박사님. 그보다 좀전에 말씀하신..."
"아아, 그렇지 참! 그랬어.."
선민에 의해 불현듯 다시 생각났다는 듯이 닥터가 고개를 큼지막하게 한번 끄덕였다.
"그러니깐....강희 군은 스타킹을 신고 있을땐 수면중이라 하더라도 발에 간지럼을 타는 것 같다고 하지 않았나? 분명 그렇게 들은 것 같은데 말일세."
"강희 군?"
고개가 갸웃거리는 의아한 호칭을 들었지만 어쨌든 가연과 선민이 약간 머뭇거리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네에.. 어디까지나 지레짐작일 뿐입니다만.. 선민이와 저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아마 거의 확실할 거라고 생각됩니다만...그것이.."
말끝을 머뭇거리는 가연을 의아한 눈으로 쳐다보는 닥터 솔.
"뭔가?"
"공주님께선(가연과 선민은 강희와 자신들 외에 듣는 사람들이 없을 때에만 강희를 언니라고 부를 수 있음) 지금 그냥 단순히 잠이 든 것이 아니라 약물로 인해 마취 상태에 놓여 있는데...그런 신체 상태에서 외부로부터의 감각을 느낀다는게 가능한 건가 해서요.. 저희들 머리로는 부끄럽게도 잘 모르겠는지라.."
아직 중학생 나이인 가연과 선민을 새삼스레 잠시 번갈아 보았다가 닥터 솔은 슬쩍 웃어주며 말했다.
"흠. 듣고 보니 의아하게 여겨질 법한 일이긴 하구먼. 하지만 세상엔 별의별 일이 비일비재하고 온갖 기행을 벌이는 사람도 많지. 보통 사람 상식 선에선 불가능하다고 여길 법한 일들도 이것저것 터지고 말이지. 선뜻 믿기 힘든 일 역시 다반사로 일어나고 말이네. 의학적으로 아직 확실한 검증론이 나온건 아니다만 <마취 중 각성> 이 좋은 예 중 하나랄수 있네. 분명 체크해보면 확실히 이상없게 마취된걸로 나오는 환자인데도 수술 직후에 들어보면 "난 살을 째고 피부를 헤집는 그 고통을 꼼짝도 못한채 그대로 느낄 수밖에 없었다"고 불평불만을 호소하는 환자들에 대한 이야기가 하나 둘도 아니고 꽤 나온다고 하지.
차후 본격적인 검사를 해보긴 하겠지만, 내 생각엔...설영씨에게 듣자니 강희군은 <스타킹>에 의해 지나칠 정도로 민감도가 상승한다더군. 그것이 어느 정도로 상승하여 신체에, 특히 하체에 얼마나 막대한 영향을 끼칠수 있는지까지는 아직 모르겠으나.. 스타킹이란 물건이 강희 군에게 그저 평범한 범주를 넘어선, 엄청날 정도로 감각이 일깨워지는데 일조를 가한다면...혹시 또 모를 일이지. <스타킹을 착용시켰다는> 조건 하에 <마취 중 각성>과 유사한 <하체부분마취중각성> 과 같은 일이 가능할지도..."
닥터 솔의 설명을 주욱 들으면서 가연과 선민은 놀란 표정을 숨김없이 드러내며 간간히 고개를 끄덕였다. 멍하니 입을 약간 벌린채 자신의 말을 경청하던 두 메이드에게, 닥터 솔은 좀전에 슬쩍 웃어주면서 말을 해줬던 표정이 무색할 정도로, 순식간에. 예의 그 <실험적인 탐구욕>이 그득한 표정을 지어보이며 왠지 으스스해 보이는 표정으로 단박에 돌변하더니 마치 지나가는 듯한 말투로 뒷말을 이었다. 슬며시..
"뭐 그건...몇 몇 가지 실험들만 해보면 금새 규명해낼수 있는 일들도 많을 텐데 말일세..허허~"
강희가 깨어 있었다면 그녀조차 오한이 들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두려운 표정과 낮게 깔린 음성이었다. 닥터 솔은 분명 실력 있는 의학도 중의 한명일진 모르겠지만, 자진해서 그의 실험대상이 되보고자 하는 사람은 아마 한명도 없을거라고 가연과 선민은 속으로 생각하며 소리를 한껏 죽인채 달달 떨어댔다.
두 사람은 지금 "저 탐구욕의 화살이 아무쪼록 내게는 향해질 일이 없었으면" 하는 공통된 생각이 머릿속에 양쪽 모두 자리하고 있었다.
물론 닥터 솔이 마음만 먹으면 두 사람의 마음이야 어떻든간에 그녀들을 대상으로 한 실험조사를 해보는 행위정도야 아주 손쉽게 감행할수 있을테지만..
사실 선민은 몰라도 가연은 꽤 위태위태한 상황에 빠져있음을 본인 또한 약간이나마 이 시기쯤에는 자각하고 있었다.
여왕이 건네줬었던, 가연의 족취(발냄새)가 그윽하도록 담긴 블랙 스타킹. 중학생에 불과한 나이이건만 풋풋하면서도 야무져 보이는 소녀의 발냄새는 그의 혼백을 옛저녁에 앗아가버렸고, 아니나 다를까, 가연은 호시탐탐 닥터 솔이 노리는 먹잇감이라는게 현실이었다.
앞으로는 그의 앞에서 항상, 몸조심, 정신바짝이라는 자세로 마음가짐에 항상 임해야겠다고 스스로에게 다짐을 하는 가연이었지만..닥터는 그저 흐뭇한 미소를 지으면서 가연에게 이따금씩 은근한 시선을 줄 따름이었다.
여담으로, 약간 더 뒤에 있을 이야기자만 가연은 본인도 자각 못하는 사이 <수면 중 마취 후 각종 자세로 본디지 및 티클링을 통한 연구실험에 착수되는 운명>을 겪게 된다. 그녀는 그 사실을 영원히 알지 못한채 마취 페티서로서의 닥터에게 듬뿍 사랑을 받게 될 소중한 제물로 바쳐지겠지만 그것은 이후의 이야기..
어쨌건, 여자애들 둘의 말을 듣고 나서 닥터는 턱밑을 쓱쓱 긁으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
"허험...이제 어떻게 할까?"
자신은 여왕의 하인이 아니다. 그는 어디까지나 손님의 신분이다. 그리고 그녀의 든든한 조력자 중에서도 발군의 도움을 실어주는 조력자의 위치에 있다.
그가 임의대로, 개인적인 행동 하에 여왕의 휘하에 있는 여 중,고생들을 상대로 실험을 꾀한 적은 이전에도 누차 있었던 일이지만, 지금은 그로서도 제법 고민에 고민을 거듭해볼만한, 재고를 수차례 해봐야 할 문제였다. 가연이나 선민과 달리 자신은 또 입장이 다르다. 그녀들은 여왕의 직접적인 하인. 그녀들의 행동은 그 모두가 여왕을 위해 발현되는 온갖 행동양상 중의 하나이다.
슬쩍 들어보니 그녀들 또한 자신들 임의대로 강희를 대상으로 실험을 시도하려 했음이 분명해 보이지만, 그것들은 죄다 여왕에게 올리기 위한 보고를 차원에서 취할수 있는 행동 중 하나에 불과하다. 반면 자신은 그녀의 수하가 아니니 그런 입장을 취할순 없다. 그렇다면 어찌 해야 할까.. 자신은 그런 감정으로 지금 움직일까 말까 하는 감정인 것이 아닌데.. 그가 고민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최강희는 최근 들어서 여왕이 어렵사리, 정말로 어렵게 잡은 먹잇감이다. 메인 디시 중에서도 가장 소중한 특상품 격에 해당하는 여자애인 것이다.
여왕 진설영이 잠들어 있는 지금, 자신의 독단으로 강희에게 멋대로 실험을 감행한다 해도, 괜찮을지에 대한 문제는 그로서는 심히 의식되지 않을래야 않을수가 없는 부분이었다.
물론 그 일 가지고 여왕이 어느정도 성화를 부릴지는 쉬이 짐작이 가지 않지만, 그로서는 아무래도 여왕 진설영이 언짢아하는 구석이 없었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누가 뭐래도 그녀에 대한 자신의 감정은 순애(純愛) 그 자체이니까. 그녀가 마음 한구석이나마 불편할 일이 없었으면 하는게 그의 진솔한 심정이었으니까.
하지만 최강희는 그로서는 실로 탐나는 <연구> 내지는 <실험>대상이었다.
그는 여왕이 인정하는 메탈 구속계의 냉철한 바인더이자 실험광이다.
세상에서 가장 완력을 지녔으면서도 예쁘기 그지없는 소녀가 지금 잠든 채 자신의 눈앞에 누워 있는 것이다.
기실 그는 티렉스의 존재를 점차 알아가게 되는 과정에서, 겉잡을수 없이 자신의 마음속에 탐구욕이 들어차고 있다는 것을 금새 깨닫게 되었다.
거기에다가, 그것은 어쩌면 단순한 탐구욕을 넘어선 문제가 개입했을는지도 모를 일이다. 왜냐하면, 그는 알게 모르게 강희에게 질투심을 느꼈던 것이다. 스스로 자각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의 입장에서도 강희는 분명히 사랑해주고픈, 그리고 응당 사랑받을수 있는 자격이 넘쳐 보이는 아가씨임에는 틀림없어 보였지만, 그에게는 강희가 맘에 든다는 감정을 상회할법한 뭔가가 함께 하고 있었다.
그것은 사랑에 대한 문제였다. 사랑이 얽혀 있는 것이다. 자고로 이 사랑이란 이름의 태풍은 사람들을 좀체 괴상하게 변하도록 만드는데 뭔가가 있는 존재이다.
그는 강희에게 일말의 질투를 느꼈다. 여왕 진설영의 온갖 마음을, 모조리 앗아간, 그녀의 관심을 모조리 쏟게 만든 존재 그 자체.
최강희란 여성에게 질투심을 느끼지 않을래야 않을수가 없었다.
이런 일은 과거에도 종종 있었다.
진설영은 레즈비언. 동성을 지향하는 여인이기에, 자신이 조금이라도 받아보았으면 하는 따뜻한 눈길과 부드러운 손놀림은 죄다 여자애들에게 향할 수밖에 없었다.
닥터 솔은 진설영의 취향을 물론 존중했다. 하지만, 존중은 할수 있되, 그것이 100퍼센트 이해도 할수 있다는 소리와 일치하는 것은 아니란 사실을 그가 깨닫는데는 긴 시간이 요구되지 않았다.
어째서 저런 부분에 한한 관심을 내게는 쏟아주지 않을까?
왜 저런 문제만큼은 내가 끼어들 여지가 없단 말인가?
그는 수없이 속으로 그리 자문하였다. 하지만 돌파구를 찾을순 없었다.
자신이 끼어들 틈은 없어 보였다. 여왕은 남성에 비해 여성을 너무 사랑했다. 그녀는 닥터를, 자신을 존중해줄순 있어도 사랑해줄순 없는 위인이었다.
그걸 알자 왠지 모르게 숨이 적잖이 막혀 왔던 지난 날들이 있었다. 중년 남자의 주책이다고 스스로를 타일렀건만 그것만으론 스스로를 억누르기가 좀체 쉽지 않았다.
돌파구를 계속 찾아 헤맸지만, 그 돌파구란 해답의 진리가 그녀인 이상, 그에게는 돌파구가 없다는 사실과 진배없었고, 그는 자신 나름대로 비뚤어진 돌파구를 만들어 내었다.
화풀이였다. 그건 명백히 화풀이랄 수 있는 행동이었다.
제조했다. 그리고 조립했다. 그래서 기계들을 만들었다. 각종 기계 도구 장치. Machine들을. 그것도, 외향만 놓고 보더라도 섬칫섬칫거리고 으스스해 보이는, 소름끼칠 법한 여러가지 도구들을.. 그 차갑고 거대한 철덩어리들을..
그것들은 자신의 화풀이 대상들을 잡아놓고 고문하기 위한 중요한 역할을 부여받았다. 그러기 위해 태어난 존재들이었다.
뭇, 여왕 진설영에게 깊은 사랑을 받는 여학생들일수록 혹독한 티클링 고문을 닥터 솔로부터 받았다는 오로지 그만이 아는 비사이다.
여왕 진설영 조차 자신을 향한 은근한 닥터의 마음을 모르는 마당이었고, 그녀는 그저 그렇게 철저히 간지럼 당하면서 괴로워하는 여자애들을 보며 닥터 솔을 못 말리겠다는 표정으로 살풋 미소지으면서 쳐다보았던 적이 있었다.
누운 자세로 X 자 결박이 이루어진채 온몸을 난자당하다시피 지독한 간지럼 고문에 의해 미친듯이 깔깔거리며 웃으면서도 두 눈가에서 눈물을 줄줄 흘려대던 소녀를 보며 여왕은 닥터에게 물었었다.
"수경이로군요? 요새 안 보인다 했더니 여기 와있었네?"
닥터는 무뚝뚝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여줬다.
"맞소. 당신으로부터 한 반년 정도 사랑받았던 아이지"
그 여자애의 이름은 채수경. 당시 고등학교 2학년이었던 여학생이었는데, 지방에서 여왕이 거하는 부근으로 놀러왔다가 재수 더럽게도 그날 여왕에게 딱 걸려 그대로 정신지배를 받아버린 불행한 여자애였다.
자신이 살던 동네에선 꽤 알아주던 얼굴이었나본지, 그녀는 한동안 정말 여왕의 맘에 쏙 들었고 무려 6개월씩이나 여왕의 사랑을 독차지하게 된(그정도면 여왕으로선 상당히 오랜 시간 사랑해준 것이랄수 있다) 여자애였다. 수경이보다 더할 정도로 여왕의 관심을 얻어냈던 인물은 여고생 중에선 그때부터 현재까지 나타난 무수한 여학생들 중에서도 단 세 명 뿐이었다. 그 세 명이란 물론 최강희와 한유정, 나유미를 두고 이르는 말이다.
아무튼 반년정도가 지나고 보자, 수경이가 예쁘긴 해도 어느정도 식상함을 여왕 진설영은 느꼈고, 그녀를 부르는 일이 좀 뜸해지려는 찰나, 닥터 솔이 그녀의 신병을 자신에게 인도할 것을 은근슬쩍 요구했고, 여왕은 슬슬 질리던 참에 잘 되었다 싶었는지 그냥 냅다 닥터 솔에게 수경을 넘겨줘버렸다. 물론 수경이는 이미 옛저녁에 최면상태에 놓이게 된 터라, 자연히 주인이 여왕->닥터로만 바뀌었을 뿐 그녀는 말 잘 드는 강아지마냥 그의 연구소로 아무 반항 없이 얌전히 따라갔고..
그 뒤 이 꼴 이 신세로 감금 및, 결박 후 간지럼 고문 조치 받고 있었다. 그것도 연구소 내에 있는 다른 고문 받는 소녀들(그녀들 또한 죄다 티클링 고문) 보다 훨씬 강도 높고 집요한 티클링 세례를 받고 있었다. 그의 연구소에는 인력이 필요치 않은 티클링을 목적 기반으로 둔 몸체의 일부가 깃털이나 칫솔 등의 도구로 이루어진 머신들도 많았고 그녀, 수경의 몸에는 연구소 내의 다른 어떤 소녀들보다 그것들이 더덕더덕 그녀의 몸 여기저기에 많이 달라붙어 있는 상태였다. 이런 적극적이 넘치는 티클링 세례는 그녀 입장에선 절대 받고 싶지 않은 세례였겠지만..
여왕은 당시 수경이를 거의 건성으로 닥터에게 내준것이나 마찬가지였기 때문에, 수경이를 넘겨 줄때 당시의 일 자체를 잊고 있었던 모양이다.
수경이의 모진 고초(?) 를 유심히 바라보던 여왕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닥터 솔에게 물었었다.
"얜 이상하게 다른 애들보다 좀더 강도가 강한 것 같은데요?"
닥터 솔은 좀전과 마찬가지로 무뚝뚝하게 대답했는데, 왜 좀전부터 그가 자신에게 이상스레 여겨질정도로 무뚝뚝한 모습으로 돌변했는지는 그녀로서는 의아할 따름이었지만 어쨌든 대답은 이랬다.
"뭐 별거 아니오! 다만 특별히. 특별히!! 좀 더!! 귀여워해주고 싶은 아이랄까!! 웃음소릴 더 짜내고 싶었소. 저 아이에 한정해서!!"
이상하게 사무친 듯한 그의 악센트 강조성 남발의 대답을 듣고 연신 고개를 살풋 갸웃거리던 여왕 진설영.
그때 다시 한번 수경이의 사무치다 여겨질정도로 날카로운 고성담긴 웃음소리가 실내를 강타했다.
"꺄하하!! 으캬하하~~!! 칼칼칼~!!"
수경이는 이미 입에서 침을 질질 흘리는..아니 거의 거품을 흘리는 수준이었지만 본인의 외양이 어떻게 보인다는것마저 아랑곳하지 않는...이 아니라 그런걸 신경쓸 여력이 없즐정도로 정신없어 보였고, 사지를 정신없이 휘저어보려 했지만, 구속대의 이부분 저부분에 산재해 있는 구속도구들은 그녀의 수족의 움직임을 철저히 차단해놓고 있었고 덕분에 그녀는 속절없이, 그리고 미친듯이 손가락과 발가락에 경련을 일으키듯이 미미한 꺼떡거림정도의 반응밖에 못 일으키고 있었다.
여왕이 측은한 시선으로 수경이에게 시선을 잠시 일별하는 찰나,
"꺄아아악!!"
뿌직
뿌지지직
안 그래도 정도가 지나치다 싶을 정도의 강도가 감행되던 티클링이었기에, 결국 일은 터졌다.
무시무시한 비명을 내지르며 수경은 더더욱 많은 게거품을 쏟아댔고, 눈동자는 정신이 나갔는지 이리저리 아무렇게나 굴러다니는 듯했다.
수수한 흰색 팬티로 옅게나마 가려져 있던 그녀의 순결한 국부 일대는 건강미가 넘쳐보이는(?) 오줌 다발에 의해 순식간에 샛노란 색으로 일부 변색이 이루어졌고,
그보다 조금 더 아래쪽인, X자 구속대와 직접적으로 맞닿는 부위인 엉덩이 일가엔 뭔가 갈색 빛깔의 뭔가가 일부 그녀의 팬티에서 기어나오려 헤대고 있었다.
여왕이 사태를 인식하고 살풋 인상을 찌푸리게 되는 건 금새였다.
수경은 지독한 간지럼 자극에 견디다 못해 똥오줌을 지리고 말았던 것이다. 무정한 기계는 그녀가 시원스레 오줌을 갈기건, 똥을 질질 싸건 거리낄리가 없기에 수치심으로 인해 의식의 끝자락마저 놓친채 두 눈동자를 뒤집고 미미한 경련을 연신 일으켜대는 그녀에게 여전히 티클링 자극을 가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행위는 그녀에게 확실히 그 와중에도 자극을 끼치는데 확실한 공헌을 가했고, 그녀는 기절한 상태에서조차 잠시동안 더 오줌끈을 풀어놓고 있을수밖에 없었다.
이때만 해도 여왕은 아직 소녀들의 대소변에 대해 그리 유쾌하게 생각하는 성격이 못 되었기에 그녀는 불쌍한 마음을 뒤로 하고 자리를 금새 뜨기 위한 행동에만 중점을 두고 움직였기에, 그 일은 그대로 묻혀버렸다.
비단 수경이뿐만 아니라, 그녀보다 더 전에 여왕의 마음을 움직였던 여학생들 모두, 닥터 솔로부터 이런 식의 질투심이 발현된 분노의 <고문>을 받았고 그걸 피한 사람은 없었다. 여왕이 직접 데리고 놀때는 방법이 없지만, 장난감이 질려버리면 대신 가지고 놀아주는 데는 여태껏 모두 성공했던 것이다.
진설영으로서는 수경이와 비슷한 대접(?)을 받는 여학생들을 이후로 몇번 닥터의 연구소에서 목격하게 되지만, 그때마다 그녀는 그것이 닥터의 <취향이 좀 가중된 형태의 일시적인 행위>쯤으로는 여겨졌을지언정, 그것이 설마 자신과 연관되는 문제라고는 연상하지 못하고 넘어가게 된다.
정신계 능력자의 최고봉을 달린다면서 주위에 있는 남자 한명의 본심조차 파악 못하는 것을 보면 역시 등잔 밑이 어두운 법인 모양이다.
이처럼 여왕의 사랑을 극진히 받게 되는 여학생일수록 자연히 닥터 솔로부터 본의 아닌 질투심을 이끌어내게 되고, 그에 대해선 철저한 <보답> 이 따르게 되어 있었다.
현재 닥터 솔의 그쪽과 관련된 <진노>를 피한 인물은 딱 세명뿐이었다.
물론 엄밀히 말하면 가연과 선민까지를 포함한 다섯명이랄수 있겠으나, 아직 중학생의 나이인 이 두 메이드는 그의 입장에선 연적(?)으로 치부하기엔 너무 어린 나이들이었다.
도무지 미워할래야 미워할 마음이 들지를 않았던 것이다.
뭣보다도, 중학생 수준에선 진설영이 이렇게까지 아끼는 면에서 오르고 오른 인물이 이 둘뿐이었다. 중학생 중에선 최초였던 것이다.
게다가, 가연이같은 경우는 성격이면 성격, 외모면 외모 등등. 여러가지가 닥터 솔 본인부터가 맘에 들었다. 그래서 그는 두사람은 일단 명단에서 제외시켰고, 가연이같은 경우는 나중에 기회 삼아 따로 구워삶아줄 요량이었다. 아직 너무 어린 나이인지라 맨정신인 상태로 상처주고 싶은 마음은 없었고, 본인 모르게 몰래 약을 먹이던가 마취시키던가 한 후 느긋하게 데리고 놀아줄 생각이었던 것이다.
그렇게 해서 자연히 세 사람이 남게 되었는데,
나유미같은 경우는 사실 말만 들었지 닥터 솔 조차도 그녀의 얼굴을 볼 기회는 없었다. 나유미를 데리고 노는데 있어 즐겨봤던 건 진설영과 욕탕 여주인 정유림뿐이었던 것이다. 닥터 솔 입장에선 그녀란 존재에 대한 언급만 들었을 뿐이었다.
그리고 한유정. 한유정의 경우도 나유미와 유사했다. 그녀 또한 정유림에게로 가 있었다.
한유정과 나유미, 이렇게 두 사람에 대한 신체의 권한은 현재 욕탕 여주인 정유림이 쥐고 있는게 현 상황.
본주인이 여왕인 이상에야 한사람이든 두사람이든 나중에 보게 될 일이 저절로 생길테고 그렇다면 그의 입장에선 현재만으로 놓고 볼땐 자연히
눈앞의 침대에서 잠들어 있는 이 늘씬한 소녀. 최강희만이 남게 되는 것이다.
최강희로서는 불행이겠지만, 현재 그의 진노를 감내해야 하는 인물은 그녀뿐이었다. 더구나 안타깝게도 그녀는 지금 그의 눈앞에 대령해 있었다.
"원칙적으론 그녀가 데리고 논 다음에 내 차례로 양도받을수 있는 물건이지만..."
하지만 그 방법을 택할 경우 진설영이 강희를 데리고 놀다가 질린 이후에나 자신의 차례가 되던지 말던지가 가능할 일이다.
당연한 말이지만 새치기를 좋아할 사람이 없는것은 인지상정. 한창 강희에게 여왕이 푹 빠져 있음을 그 누구보다도 그 스스로가 잘 파악하고 있긴 하지만, 이건 그에게 있어서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었다.
왠지 모르게 불행한 생각이지만, 최강희는 앞서 있어왔던 모든 여학생들의 선례격에 해당하는 경우 일체를 몽땅 뛰어넘을것 같다는 예감이었다.
최강희는 그렇게 쉽게 질릴 만한 여흥거리가 아니었다. 쪼개고 또 쪼개봐도 끝없이 꿀물을 줄줄 내쏟을듯한, 거대하기를 쉬이 짐작하기 힘든 황금같이 찬란하게 빛나는 벌집이라고 여겨졌던 것이다.
모르면 몰라도 이대로 여왕은 강희에게 마냥 몇년, 어쩌면 십년? 정말로 만약의 가정하에 그 이상을 뛰어넘는 기간동안 오로지 눈앞의 이 여학생 한명에게만 매달릴수도 있는 문제가 생길수도 있었다. 그리고 그녀는 충분히 그런 관심을 얻어내는게 가능할법한 놀라운 면모를 골고루 갖춘 존재였다.
만에 하나라는 가정이지만, 그 만에 하나가 마냥 만에 하나가 아니라고 여겨지는게 문제였다. 결박자이자 새디스트이면서 레즈비언인 여왕 진설영의 입장에서 강희는 세상 천지를 뒤져봐도 또는 안나올 보물 중의 보물일수도 있다. 아니, 보물이다. 자신이 봐도 눈앞의 여자애는 진짜다.
그렇다면, 마냥 차례를 기다릴순 없다. 만들어야 한다. 기회를 스스로 생성시켜야 한다.
평소와 다른 재료를 얻었으면, 그에 걸맞는 음식 준비를 해야 하듯이, 전례의 경우와 강희의 경우를 똑같이 생각해선 안된다.
닥터 솔은 결심을 굳히기로 했다.
자신의 질투심 담긴, 그리고 질투심 담긴 행동을 행하면서도, 여왕의 기분을 언짢게 만들지 않는 방법을 연신 모색하자, 답은 어렵지 않게 도출되었다.
"흠. 그렇구먼. 속상하게 될 일보다, 기분 좋아질만한 일을 더 많이 만들면 되는 일 아닌가? 옳거니! 그렇게 하면 되겠어! 허허~"
흐뭇한 미소를 지으면서 껄껄대는 닥터 솔의 얼굴을 아리송한 표정으로 연신 갸웃거리는 두 소녀였다.
그녀들이 그러거나 말거나 어쨌든 결정을 내린 닥터 솔의 행동은 신속했다. 그는 분주히 두뇌회전을 시켜가고 있었다.
"그녀가 깨어나려면 저녁깨나 되어야 할 것이야. 잠이 든지 오랜 시간이 지난건 아니니까. 어떻게 보면 차라리 잘 되었구먼. 다시 한차례 나갔다가 준비해서 돌아오면 얼추 시간이 맞을 듯해. 나 혼자 멋대로 감행하고 있는것보단 그녀가 지켜보는 가운데서 같이 하는게 낫겠지. 게다가 그녀에게 <부탁> 받았던 것들도 챙겨 와야 하고..."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닥터 솔은 자신을 계속 쳐다보고 있던 메이드 둘에게 말했다.
"내가 돌아올때까지 강희 군을 확실히 감시하길 바라네. 아가씨들 주인은 앞으로 깨어나려면 최하 몇시간은 더 걸릴 테니까 말일세. 자네들 둘이 잘 해줘야 하네. 알겠는가?"
닥터의 당부를 듣고는 두 사람은 고개를 깊게 숙이며 인사드렸다. 여왕이 수면중인 지금, 닥터의 말은 현재 저택의 어느 누구보다 높은 권세가 담겨 있다 할수 있었다.
"염려마시길..."
두 메이드로부터 만족스런 대답을 들은 후 그는 한차례 소리없이 미소짓고 나서 가연과 선민의 머리를 쓱쓱 쓰다듬어주었다. 그리고 저택 밖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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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분의 1>
그로부터 정확히 여섯시간이 지난 뒤..
강희는 곤혹스러운 감각이 몸 여기저기에 산재해 있음을 느끼며, 서서히 눈꺼풀을 깜박여보기를 시도했다.
왠지 아직은...기분이 좀 그렇다. 마냥 몽롱한 듯하다는 생각만이 들 뿐이었다. 자신의 기분도.. 신체 역시도..
"토할것 같다는 기분이 이런 걸까..."
소위 사람들이 말하는 <쏠린다>는 육체적 감정을 그녀는 솔직히 모른다. 그런 걸 신체가 겪어봤던건 너무나 예전의 이야기이다. 십년도 더 된 이야기..
그녀의 입에선 욕지기는 쏟아질수 있을지언정 <구토물>은 나오지 않는다. 이미 그런 걸 모르는 몸이다. 그녀의 몸은.
하지만...잘 모르는 그녀도 한가지 확신하고 있는 것은 있다.
토하고 싶다는 감정은...분명 입이 열려 있을 때 느낄법한 욕구이리라고...
그런 생각이 들면서 문득 느껴지는 또 하나의 감각이 그녀의 지각에 넌지시 포착되었다. 아직도 여전히 제대로는 포착하지 못하겠지만..
"...열려...있어?..."
오감 중 촉각이 먼저 반응한 모양이지만 아직 자신의 청각은 제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는 듯했다. 뭔가 정체모를 소리가 계속 이것저것 감지되어 오긴 했지만, 물 속에서 타인의 말을 듣는 양, 아직까진 그것들을 영 언어학적인 의미에선 알아듣질 못하고 있었다. 그녀는 이 몽상적인 세계를 헤쳐나가고 싶었고, 얼른 주위의 <현실적>인 소리들을 듣고 싶었다.
적어도 몽상 속인듯한 이 세계에선 분명히, 그리고 만일 누군가 물어본다면 확실하고 자신있게 그녀는 대답해줄수 있었다.
자신의 팔 다리는 그녀의 의지 아래 자유로이 움직인다고.. 물가 속을 마음대로 헤엄칠수 있는 물고기처럼 많은 동선을 그려낼수 있다고...
"...아.."
깨어나면서 들은 최초의 소리. 비록 한 음절이었지만 또렷하게 들었다. <아..>라고.
그리고 자신의 추측이 빗나가지 않는다면, 그것은 다른 누구도 아닌 그녀 본인이 낸 소리임에 틀림없어다. 적어도 그녀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고, 또한 확신할수 있었다. 물론 그건 그녀의 생각대로 사실이었다.
"...아?!"
사실을 확인하기 위한 요량인지 어떤건지는 모르겠지만, 그녀는 다시 한번 같은 소리를 냈다. 다만 좀전보다는 기이하다는 감정이 좀 더 배여든 듯한 음절이었다.
"...아!!"
이번은 좀 전과는 또 다른 소리. 크진 않지만 당황이란 감정을 머금어 보이는 듯한 소리였다.
이 세가지 음절의 소리는 모두 자신이 낸 소리였다. 이쯤에서 그녀는 한차례 침묵했다.
"........."
더 이상 <아>로 시작하는 소리는 어떠한 음역으로도, 아무데서도 들려오지 않는다. 역시 그건 자신이 낸 소리였다.
"...헤헤...어허 이이이?? (대체,,,무슨 일이지??)"
움찔!!
목소리를 낸 당사자가 더 놀라고 만다. 아직 그녀는 자신의 지각능력을 완전히 일깨우지 못했다. 하지만 적어도,확인한 사실, 그리고 당면한 현실을 두가지 알아챘다.
첫번째는 자신이 한치 앞도 볼수 없다는 사실이었고, 두번째는 자신이 제대로 된 인간의 말을 할수 없다는 것이었다. 촉각 역시도 미세한 부분까지는 깨어나지 않았기에 그녀는
아직까지도 올바른 현실을 알아채진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점차, 자신이 어떠한 상황의 기로에 놓여 있는지 실마리가 잡히는 듯했다. 원하든 원하지 않든간에, 그녀의 감각은 점차 돌아오고 있었으니까..
"내...내 입이..."
그녀는 마침내 현재 직면한 가장 큰 사실 중 하나를 깨달을 수 있었다. 앞이 안 보이는거야 금새 이해가 갔다. 눈을 떠도 안보인다면 자신이 장님이 아닌 다음에야 누가 그녀의 눈을 가려놨다는 소리밖에 더 안나오니까.
하지만 말을 못한다면...
자신의 입은 누가 쳐다본다면 입천장 안까지 꼼꼼히 살필수 있을정도로 한껏, 좌우로, 그리고 큼지막하게 벌려져 있었다.
입구멍이 막혀 있지 않았다는 점에선 재갈이 물려져 있지 않다고 할수 있겠다. 하지만 말을 일체 할수 없는, 언어의 제약에 놓이게 되었고, 또한 그녀 뜻대로 입을 놀릴수 없게 수단을 취해놓았다는 점에서 보면 역시 그녀의 입은 재갈의 구속력이라는 지배 하에 놓여져 있다고 봐야 하겠다.
그렇다. 지금 강희는, 자신의 입에 재갈이 채워져 있다는 사실을 똑바로 인식했다.
"......히히히에...(미치겠네)..."
더더욱 탈출에서 멀어진 듯한 암담함이 엄습한다. 시력을 빼앗기는 안대 착용에다가 친절하게 재갈까지 세트로 따라왔다.
그녀는 이 두가지 사실이 가져다주는 현실감에 미처 현 상황을 모조리 둘러보지 않는 실수를 했다.
한숨을 섞어 넣은채 그녀가 지금 말한 언어가(히히히에) 누군가의 배꼽을 간질였음인지, 어디선가부터 웃음이 또랑또랑 울려퍼져 실내를 채운다.
"호호호~ 재미있구나. 예쁜 목소리로 그렇게 말하는걸 듣는것도 묘한 매력이 있단 말이야? 난 예전부터 그리 생각했단다."
"후후?(누구?)아하하하!!~캬하하~!"
누구세요라고 물어보려다가 참을 새 없이 곧바로 웃음소리로 이어진다. 앞을 볼길 없는 강희는 뜻밖의 자극에 어떻게든 움직여보려 했지만 사방에 자신을 방해하는 <벽>들이 수많이 산재해 있음을 그녀는 곧바로 절감할수 있었다. 물론 현재의 그 <벽>이라 함은 시멘트나 콘크리트 따위가 아닌 비유적인 표현이었다.
자신의 오른쪽 발바닥이 간질여짐과 동시에 강희의 체내에 아직까지도 떨어지지 않고 남아 있던 몽상적인 감각의 찌꺼기가 지금의 충격으로 거의 다 산화하다시피 날아감을 느낌과 동시에 강희는 퍼뜩 정신을 차렸다.
"핫!!"
경악 섞이 감탄성을 냄과 동시에 그녀는 마침내 현실의 거의 모든 부분을 인식할수 있었다. 덤으로 발바닥이 간지럽혀지면서 덤으로 얻어낸 정보까지 포함하여.
발바닥이 간지럼 당한 방위를 통한 계산으로 그녀는 자신의 신체가 전체적으로 Z 모양의 자세로 결박당해 있다는걸 깨달았다.
물론 그걸 알아낸다 해서, 그리고 만에 하나 자신의 재갈이 풀어져 정답을 말해줄수 있는 권한 마저 얻어낸 후 그 정답이란 놈을 가져다주기까지 한다 해도
좀 전에 교교한 웃음을 터뜨리신 어느 분께서 짝짝짝 손뼉을 치시며 "축하해요~ 강희 양~ 이제 정답을 맞췄으니 상으로 풀어줘야겠지요?"
하고 말해줄 일은 로또복권 1등 당첨 되는것보다 더 없어 보이는 확률임에 자명한 사실이라는것이 아쉬운 일임에 그지없었지만.
"여왕..."
주위를 전혀 볼수 없는 게 현실이지만 상대방의 웃음소리와 행동만으로도 이미 그녀가 누군지 쉬이 짐작이 가능한 강희였다. 이런 짓을 할 사람은 오로지 그녀뿐이었다.
강희는 지금 자신이 한가하게 있을 처지가 못된다는걸 금새 알아채곤 초긴장상태에 돌입했지만, 그런 그녀가 할수 있는 일이라곤 기껏 온몸을 잔뜩 긴장시키는 것뿐이었다.
고양이처럼 엎드려 있는 자세가 되어진채 침묵하고 있는 그녀의 전신에 가벼운 전율이 감돌 때쯔음..
수면에 안정된 시간을 내어주긴 싫다는 듯, 여왕은 또다시 파문을 만들어 냈다. 인위적으로.
또각 또각.
저택의 어느 한 방 안임이 분명하건만 강희는 뾰족하고 딱딱한 소음을 내면서 자신의 존재를 내보이는 하이힐의 소리를 분명히 들었다.
그녀가 난데없는 하이힐의 상황에 당황할 때쯔음... 여왕도 자리 이동을 끝내었다. 진설영은 방 한 켠에 미리 준비시켜놓았던 푹신한 의자에 엉덩이를 내려놓더니 양 손을 내뻗었다. 그녀의 목표는..
간질 간질~
바짝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던 강희의 배후, 정확히 말하면 엎드린 차림의 그녀의 둔부(臀部) 근저리에 다가와 앉은 여왕 진설영은 그때부터 쉴새없이, 분주하고도 재빠르게 자신의 매니큐어칠된 열손가락들을 바삐 바삐 놀려가면서 열심히 요리하기 시작했다. 최강희의 두 발바닥이란 음식들을..
움찔!!
벼락맞은 인간처럼 한순간에 몸을 파득거린 강희. 그녀의 예쁘지만서도 크게 벌어진 입에서 앙천대소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카하하하!! 아아아아!! 까하하하하하!! 하아아아아~~!!"
현 입사정이 그리 좋지 못한 상황인지라, 그녀가 낼수 있는 웃음소리는 상당히 한정될수밖에 없었고, 그것은 때때로 비명소리와도 동일하게 들렸다. 아니, 그녀는 분명 지금 비명을 토해내고 있었다. 강희는 신체는 비록 구토를 하진 않지만, 웃음소리는 토해내게 만들수 있다는 것을 진설영은 똑똑히 보여주고 있었다. 자신의 양손에 달린 손가락들을 무기로 말이다. 그녀는 슬슬 입맛이 올랐는지 입술을 한차례 쌱 훔쳤다. 자극받고 탄력받아 힘을 가하는 손가락들에 더더욱 기세를 담아 스피드를 올려본다.
간질간질 간질~
바가각 바각 바각
"까하하하~~ 하아아아!! 아아악!! 아까하하하하~~~"
강희는 미친년처럼 웃어댔다. 쉴새없이 만들어지는, 천변만화의 색깔로 변하는 오로라의 모습처럼, 그녀의 웃음소리는 적잖은 변화를 동반하면서 각양각색의 소리를 쏟아냈다. 물론 선택 가능한 단어는 지극히 적었지만..
강희는 무섭도록 자극받는 자신의 양 발바닥들을 지켜내기 위해 본능적으로, 그리고 또한 반사적으로 그녀의 양 발가락들을 오므리려 했지만, 그것은 그녀에게 허용되어 있지 않은 행동이었던 모양이다.
자신이 아무리 발가락을 오므리려 해도, 주름살 하나 생성할수 없게 되어진채, 그녀의 부드럽고 연하기 그지없는 두 발바닥들은 철저히 요리되어져 가고 있었다.
여왕이 즐겨 하는 Toe bondage. 발가락 묶기를 해놨음이 분명했다.
깨어나자마자 정신없는 상황의 연속이었지만, 강희는 그런 불만을 토로할 틈도 없이 계속 미친년 행세를 당분간 해야 할 모양이었다. 지금의 자신은 그저 서커스 광대마냥, 하염없이 웃을 도리밖에 없었다.
"아하하~~ 카아아하하하~~~~!!까아아하하~~"
입에서 가래가 올라오는거 아닐까 싶을정도로 꺽꺽대면서 웃어제끼는 여자애. 그리고 그녀가 그렇게 행동할수밖에 없도록 꾸준한 자극을 가하여주고 있는 여인은 자신의 손놀림은 멈추지 않으면서 느긋하게 그녀의 입술을 열어가기 시작했다.
"호호~ 깨자마자 마구마구 몰아치니 정신이 좀 드는지 모르겠구나.. 어쨌든...한숨 푹 잤니? 나의 귀여운 강아지?"
천하의 티렉스가 한낱 귀염둥이 애견으로 전락하는 순간이었지만 현실은 냉정했다. 팔다리를 놀릴수 없는 그녀는 강아지 취급을 받으면서도 어떠한 부차적인 행동에 들어갈수 없었다. 뭣보다, 지금의 모욕조차도 강희는 한가로이 들을수 있는 여건이 못 되었다. 그녀는 지금 웃는데 시간을 할애하는 것만도 벅차보였다.
"아아하하!! 까아아아하하하~~꺄하하하하~~"
여왕은 연신 생글거리면서 또다시 입을 놀렸다.
"그 시원스레 뻗치는 웃음소리, 역시 너의 낭랑한 음성은 최고구나. 호호. 그래. 그래야 내가 어럽게 잡은 먹이지. 호호~"
한동안 그렇게 여왕은 강희가 정신없이 깔깔대게 만드는데 주력했고, 강희는 혼란스런 감정으로 인해 머릿속이 달구어진 상태에서도 생각이란 걸 하려 애썼다.
"뭐...뭐야? 대체?"
자신이 깨어나고 보니 많은 것이 바뀌어 있었다. 그녀를 다루는 여왕의 방식도, 그녀가 결박되어 있는 자세도, 그녀를 묶고 있는 모종의 도구 역시도.
모든게 바뀌어 있었다. 그리고 비록 사방이 보이진 않았지만, 왠지 모르게 방안의 분위기도 그전과 사뭇 다른것 같다는 예감이 일순간 강희의 머리를 스쳤지만 그것은 말그대로 당장엔 잠시간 느낄수 있었을 뿐, 이 모든 것들을 천천히 추론하면서 답을 얻어보기엔 지금의 자신은 썩, 아니 매우 상황이 좋지 않았다.
강희가 비록 말은 못하고 그저 웃기만 해대고 있었지만, 머리란 게 달려 있다면 지금 매우 이런저런걸 속으로 생각하며 정신없는 혼돈경을 헤매고 있을 것임은 뻔한 일.
여왕은 생긋 웃어가면서(손 역시도 쉬지 않으면서) 강희에게 말했다.
"6시간. 하루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시간이지. 그정도 시간이면 세상에는 무수한 변화가 일어날수 있단다. 하물며 내 저택이라던지..이런 방 한켠 쯤이야..수십번 뒤바뀌고도 남을 만한 시간 아니겠니? 호호~"
이빨 다빠진 백발할머니도 아니면서 또 한차례 호호거리며 웃는 설영. 그녀는 자신의 웃음소리와는 비교도 안되는 큰 웃음을 연신 터뜨리고 있는 강희의 발바닥을, 점차 자극받아 조금씩 새빨개져가고 있는 그녀의 양 발바닥 모두를 한번씩 한번씩 순서대로 일별하면서 또다시 말했다.
"즉, 네가 잠들어 있는 동안, 난 너를 위한 보다 적극적인 조교 과정과 수업시간을 거치는데 필요한 것들을 이것저것 더 많이 준비해놨단 말이지~!"
은근한 말투로 잠깐의 일시적인 끝맺음 담긴 어투를 내쏟으며 별안간 그녀가 자신의 양 손톱을 샥 돋우더니 강희의 두 발바닥을 위에서 아래로, 그리고 각 방향의 대각선으로 촥 그었다.
파박
"!! 아하하하핫!!"
여태껏의 꾸준한 자극을 넘어서는 한순간의 강렬한 자극감을 발바닥 용천혈로부터 정수리 백회혈에 이르러 순식간에 경험한 강희가 온 몸에 털이 곤두서는 듯한 경련을 일으킨 것도 그와 거의 동시의 일이었다. 그 반응을 뒤에서 만족스럽게 바라보면서 여왕, 진설영은 입가에 한껏 그윽한 미소를 맺었다.
"환영하마. 나와 너를 위한 공간, 이곳. Dungeon(던전)에 온 것을.."
마지막에 지어보인 진설영의 미소엔 분명 깊이를 알수 없는 섬뜩한 기운이 머금어져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