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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네 멋대로 해라! 015

네 멋대로 해라!


3화. 학교에서



2.




"오오오...뭐랄까, 산뜻한데..?"


 

가슴이 살짝 떨려온다.



그건 그동안 교육받아온 "남자는 절대 여자화장실에 들어가면 안된다." 라는 당연하다 못해 무조건 지켜야할 규칙을 어겼다는 사실에서 오는 떨림이었다.


나쁜짓을 하면 떨리는 것처럼 심장이 두근거린다.


난생 처음 들어와 본 여자화장실이라는 공간은 내게는 무척 신기하고 놀라웠다.


여자화장실은 남자화장실과 구조가 달랐다.


똑같이 몸 속의 쌓인 노폐물을 배출하는 공간인데도 첫인상부터가 달랐다.


단단한 돌타일이 깔려있고 항상 축축한 물기로 젖어있는 남학교의 화장실의 바닥과는 정반대로 여기는 물기 한점 없이 말라있고 뽀송뽀송하다.

 

그리고 화장실이라면 당연히 숨을 쉴때마다 인상을 찌푸리게 만드는 찌릿내 같은 악취는 전혀 맡아지지 않았다.

 


"아직 아침이라 아무도 쓰지 않아서 그런걸까나?"

 


뭐랄까, 이곳은 더러움과 찌릿내로 얼룩진, 내 머리속에 존재하는 화장실이라는 공간에 대한 인식을 깨부수는 모습들이었다.

 

몸 속의 노폐물을 배출하는 비위생적인 곳이라기 보다는 여고생들의, 여자들만의 비밀스러운 공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막연히 상상은 했지만 기대 이상이었다.


화장실에 들어와서 느낀 첫인상은 우선 "밝다"였다. 오래된 학교의 화장실들이 대부분 그렇듯 칙칙하고 어두운 분위기인 것과는 다르게 마치 새로 지은 건물의 화장실처럼 아이보리 색 계열의 타일과 벽은 환하다는 느낌을 전해주었다.

 


킁, 킁!

 


숨을 쉴때마다 내 기억 속에 학교 화장실에 대한 나쁜 기억들과는 다른, 향기가 느껴진다.



"흐으음~ 냄새도 좋네."



밝은 느낌에 맞게 방향제를 뿌린건지 여자의 방처럼 냄새가 향긋했다. 정말 이런 곳이라면 즐겁게 쌀 수 있을거 같다.


 

"풉! 즐겁게 싼다라.. 킥킥킥킥!"


 

자신이 생각한  화장실의 모습을 한번 쭉 훑어보던 나는 예상치 못한 놀라운 장면을 보게 됐다.


문 옆, 세면대 위에 붙어있는 직사각형 모양의 커다란 거울을 아무렇지도 않게 지나가던 눈이 다시 거울로 돌아간다.


그리고 내 눈동자는 지금 놀랐다는걸 말하듯이 커다랗게 떠졌다.


 

..터벅, 터벅, 터벅. 차아악..

 


놀란 눈으로 거울을 바라보던 나는 세면대 쪽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손을 뻗어 거울 표면에 손을 대어본다.


후덥지근한 공기와는 다른 유리 특유의 서늘한 감각이 손바닥을 타고 전해져 온다.


분명히 이건 거울이다.


 

"그런데 어째서."


 

"..내가 비치지 않는거냐? 하하하.."


 

설마 이 거울 짝퉁인가?


애써 현실을 부정해보며 다시 한번 거울을 만지고 이리저리 거울에서 내 얼굴을 찾아보지만, 내 얼굴은 거울 안에 보이지 않는다.


바로 앞에서 이렇게 손바닥을 대고 서있는데도.


 

"하, 하하하. 이거 엄청 느낌이 이상한데..? 무슨 흡혈귀라도 된 것 같은 기분이야."


 

허나 놀라움과 신기함도 잠시, 나는 금새 거울에 비치지 않는 자신의 모습에 신경을 꺼버렸다.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한걸까, 아니면 정말 별거 아니라고 생각하는걸까.


이런 말도안되는 상황을 아무렇지도 넘어가는 그 모습은 굉장히 비정상적인 모습이었다.


확실히 그 반응은 정상적인 인간의 반응에서 벗어나 있었다.


고작 단 하루라는 시간이 흘렀음에도, 그 하루동안 워낙 초현실, 비현실적인 일들을 겪은 탓일까.


이런 일쯤은 아무렇지도 않게 넘어갈만큼 그 신경은 확실히 무뎌지고 있었다.


분명한건 그가 빠르게 이 상황과 현실에 적응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내 관심은 보이지 않는 자신의 얼굴에서 벗어나 지금 자신이 있는 남성불가침구역(男性不可侵區域) 중 가장 대표적인 장소로 다시 이동했다.


남자 화장실이라면 꼭 자리하고 있는 소변기는 보이지 않고 남자들은 그닥 잘 사용하지 않는 똥을 싸는 좁은 공간인 칸막이가 겹겹히 자리하고 있다.


 

"음, 하긴.. 여자들 중에서 소변을 서서 싸는 사람은 없겠지? 크하하하핫!"


 

여자들이 화장실에 들어와 소변기 앞에서 치마를 허리까지 걷어올리고 팬티를 내린 다음, 다리를 구부리고 소변기를 향해 조준하고 노란 포물선을 발사하는 모습을 나도모르게 상상했다. 

 

상상만으로도 그 우스꽝스러운 모습에 나는 박장대소를 터뜨렸다.


처음 가졌던 긴장과 두근거림을 잊고 화장실 안을 살펴보며 이제 그만 나가려고 하던 그 때, 한없이 조용하고 적막하던 화장실에, 학교에 아무런 전조(前兆)도, 예고도 없이 태풍이 불어닥쳤다.



 

딩동댕동~ 딩동댕동~

 


종소리가 학교에 울려퍼진다.


그리고..  태풍은 바깥에서 시작되었다.

 

조금 전, 평화가 전부 내숭이라고 말하는 것처럼 단숨에 폭발하기 시작했다.


바깥뿐만 아니라, 밑에서도, 위에서도, 수백명의 사람들이 소리치는 희미한 메아리가 귓가에 맴돌았다.

 

그 메아리의 내용은 분명히 "수고하셨습니다" 로 통일되었다.


 

드르르륵, 쾅! 시끌시끌! 탁탁탁탁!


 

그리고.. 수십개의 교실문이 열리는 굉음이 터져나오며 함께 목소리, 발소리가 복도 안을 가득 채워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속도는 무서울정도로 빠르게 커져갔다.


 

"....어엉?"


 

갑작스런 변화에 나는 한심한 소리를 내며 멍하니 서서 소리가 들어오는 통로인 닫혀있는 화장실 문을 바라만 보고 있었다.


내 머리 속에서 교실 문이 열리고 복도로 뛰쳐나온 여고생들이 복도를 돌아다니는 영상이 직접 보고있는 것처럼 펼쳐진다.


여기서, 수업 시간이 끝나고 쉬는 시간이 되면 학교불문(學校不問), 학년불문(學年不問), 남녀불문(男女不問)하고 학생들이 하는 일들은 대부분 몇가지 패턴으로 정해져 있다.


매점으로 간식을 사먹으러 가는 학생,

 

다른 반 친구에게 가는 학생,

 

담을 타넘으며 탈출을 꿈꾸는 학생,

 

그리고 마지막으로 화장실에 볼일을 보러오는 학생이다.


그리고 지금 발소리가 분명히, 이쪽으로 가까워진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 내 머리는 패닉상태였다.


그러나 커져오는 발소리에 몸은 위기에 반응했다.


 

"어, 어, 어..?!"


 

패닉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머리보다 내 육체가 이 위기에서 탈출하기 위해 본능적으로 행동했다.


눈이 짧은 시간만에 주변을 살펴 빠져나갈 탈출로를 찾아보지만 밀폐된 이 공간에서 도망칠 곳이라곤 출입구 밖에 없다.


그리고 발소리와 대화를 나누는 목소리는 이미 문 앞까지 당도했다!


 

"비, 빌어먹을!"


 

급히 몸을 돌려 우선 어떡해서든 이 위험지역에서 유일하게 몸을 숨길 수 있는 칸막이로 피신하려고 달려나가려는 자세를 취하는 순간!


 

철컥, 활짝!

 


등뒤로 문이 열리는 소리가 천둥처럼 커다랗게 내 귀에 들어왔다.


 

"........"


 

그리고 나는 그리고 나는 달려나가려던 상태로 얼음동상으로 화하였다.


제발, 여기서 시간이 되돌아 갔으면..


내 머리속에 이제부터 벌어질 참극이 상상되었다. 비명을 지르는 여자들, 그리고 뭐라 변명도 하지 못하고 도망쳐 보지만 잡히고, 수갑이 채워진채, 경찰서로.. 감옥으로..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그리고 돌아오기 싫은 내 바램은 거부되고 현실로 돌아왔다.


뒤를 돌아볼 수 없다. 절체절명의 순간, 등줄기에 식은땀이 흐르는게 느껴졌다.


어떡하지, 뭐라고 해야되지, 도망칠까? 안돼, 무리야. 무리, 대체 이 뭐라고 해야 되지?! 어떻....


 

"..하?"


 

그러나 예상못한 상황에, 내 머리에서 발생한 이미 걷잡을 수 없이 커져버린 태풍이 눈녹듯이 사라졌다.


지금 내 옆을 지나쳐 걸어가는 교복을 입은 사람, 그녀는 이 학교의 여학생이, 나를 절망하게 만든 발걸음의 주인이 분명했다.


그 저승사자는 나를 보며 비명을 질러, 사형선고를 내리지도, 도와달라며 사람을 부르지도 않고 머리를 나풀거리며  칸막이 문을 열고 들어갔다.


갑작스런 기습 공격에 패닉상태에 빠져있던 머리가 그제서야 돌아가기 시작했다.


 

"..하아아~ 씨발.. 빌어먹을.. 젠장.. 깜짝 놀랐잖아.. 하여튼.. 살았다! 젠장!"


 

이 능력에 나름 많이 적응되었다고 생각했지만 이런 갑작스런 상황이 닥치면 내가 남들에게 보이지 않는다는 기본적인, 당연한 사실을 잊어먹게 된다.

 

 

"뭐, 하루만에 이런 말도안되는 상황에 당연하다는듯이 적응하는 것도 이상한거겠지?"

 

 

공포와 패닉에 어쩔줄 몰라했던 자신의 한심한 모습에 스스로 위로했다.

 

그리고 자신을 공포에 떨게한 여학생이 들어가 닫혀버린 칸막이 문을 응시하며 작게 투덜거리기도 해본다.


그러던 중 뒤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또다시 본능적으로 딱딱하게 굳어버린 몸이었지만 방금 전처럼 돌아보지 못하고 멍청하게 죽음을 기다리는 병신처럼 있지않고 뒤를 돌아보았다.

 

그 얼굴은 긴장으로 굳어져 있었다. 하지만 그 얼굴은 단숨에 풀려버렸다.

 

뒤를 돌아보면 열린 화장실 문으로 교복을 입은 여고생들이 걸어 들어오고 있다.


 

"하, 하하하하.. 하하하핫!"


 

그 모습에 내 입술을 비집고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시작은 작고 볼품없었지만 그 목소리는 서서히 커져갔다.

 

그녀들은 내가 보이지 않는지 나를 툭툭 치며 지나갔다.


전신에 흐르는 전율을 느끼며 우선 입구에서 몸을 피하고 구석 자리로 이동하고 잠시 상황을 지켜보았다.


여자, 여자, 여자. 여자 뿐이다.

 

짧은 시간만에 화장실 안은 머리를 찰랑거리는 예쁜 꽃밭으로 변해버렸다.

 

조금 전, 창을 사이에 두고 눈으로 감상하던 것들이 지금 한공간에 있다.

 

실제로 느끼지 못했던 꽃향기가 코끝을 간질거린다.

 

주변을 둘러보지만 남자의 그림자는 자신의 제외하면 전혀 보이지 않았다.

 

자신이 이 공간의 유일한 남자라고 생각하니 기분이 좋아졌다.

 

그러면서도 섯불리 행동하지 못했다.

 

이유를 묻는다면 부끄럽지만 이렇게 많은 여자들과 한공간에 있는 것 자체가 처음이기 때문이었다.

 

복도를 돌아다니며 머리 속으로 망상은 주변 눈따윈 의식하지 않고 자신의 능력을 믿고 행동했지만, 실제로 이렇게 여자들의 무리와 한공간에 있게 되자 선뜻 움직이지 못하고 그녀들의 모습들을 지켜봤다.

 

단지, 그 눈은 전처럼 관람하는 관광객의 눈이 아니라, 기회를 엿보는 포식자의 눈빛으로 변했다는게 문제라면 문제랄까?


너무나 급변한 환경과 재잘대는 여자들의 에너지에 잠시 위축되어 상황을 지켜보던 나는 슬그머니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괜히 팔을 휘저어보거나 몸을 스트레칭하며 그녀들을 훔쳐보던 나는 아무도 나를 신경쓰지 않는 않는걸 확인하고 다시 한번 느껴지는 희열에 몸을 부르르 떨었다.

 

마음 깊숙히에서 그동안 감춰오던 정복욕이 무소불위한 힘을 얻자 드디어 본격적으로 고개를 쳐들었다.

그리고 처음으로 마음 속으로만 생각하고 단 한번도 입밖으로 꺼내지 않았던 마음 속 바램을 밖으로 토해냈다.

 

 
"그래, 오늘부터 시작이다. 이렇게 된 이상, 이 학교, 아니 세상에 모든 여자들을 내 것으로 만들겠어, 바로 이 학교가 내 목표의 첫걸음이다!"


그건 내 스스로의 목표와 각오를 다시 한번 확인하는 의미도 있지만, 내 즐거움을 최우선하여 행동하겠다는 내 의지를 세상에 표출한 것이었다.


그리고 나는 팔을 활짝 펼치고 눈 앞에 있는 여자들을 직시하며 역시 난생 처음으로, 여자들 앞에서 큰 목소리로 소리쳤다.

 

 

"Welcome to my Paradise!"

 


 

 

 

 

 

////////////////////////////////

 

 

본래 양은 조금 더 많아서 H장면까지 나왔었는데 여기까지 수정하다 보니.. 이거 문자수가.. 예상됩니다.

 

끝낸 장면이 처음에 뼈대를 짤 때, 끝내려고 정했던 곳인데요.

 

쓰다 보니 분량이 작아서 3편 내용까지 합쳐봤는데 양이 난감하게 많습니다.

 

수정하면 문자수가 아마 14000자 정도 될 것 같은 느낌.

 

전부 한꺼번에 올리면 저 완전 개털됩니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빡쎄집니다. 그러면 안그래도 질이 떨어지는 글내용이 한층 더 바닥으로!

 

그래서 결국 처음에 정했던 장면에서 cut!

 

오늘 나가는 날이라서 되도록 분량을 아끼고 싶은 글쓴이 마음.., 보다 양질의 글을 쓰고싶은 마음..

 

이해.. 해주실 거죠..?

 

대신 다음 분량은 수정만 하면 되니, 내일 즉시!

 

 

..이렇게 하루라도 벌고 싶었어요.. OT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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