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네 멋대로 해라! 007
네 멋대로 해라!
2화. 공원에서.
1.
나는 달리고 있다.
"하아, 하아, 하아.."
새삼 인간이란 쉽게 변하지 않는다는걸 느끼게 된다.
버스에서 굉장한 졸업식을 마치고 세상으로 빠져나온 나는 막상 이러한 능력을 얻게 되었기 때문일까?
세상은 내게 굉장히 낯설게 다가왔다.
내 눈에는 세상의 모든 것이 갖 태어난 아기처럼 새롭고 신선하게 느껴지는데 비해, 세상은 나라는 존재가 어떻게 사라지던지, 없어져도 변하지 않는다.
하늘에 떠있는 태양도, 친구들과 함께 걷던 길도, 사소한 것 하나조차 전혀 변하지 않았음을 느꼈다.
변함없는 거리와 인적없는 도로, 구름 한점없는 하늘에 떠있는 태양이 내뿜는 빛만이 세상을 밝게 비추고 있다.
왠지 알 수 없지만 버스에서 내리면, 뭔가 세상이 크게 변했을거란 이유없는 기대를 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런 기대가 깨지자, 내 마음은 조금 아쉬웠나 보다.
"후욱, 후욱, 후욱.."
내가 지금 뛰어가고 있는 목적지는 정해지지 않았다.
그저 달리고 있다.
버스에서 내리고 조용한 거리와 아무도 없는 인도를 보자 알수없는 실망감을 느끼던 나는 잠시 정류장 의자에 앉아 생각을 했다.
혹시나하고 다시 주변을 둘러보지만 역시 아무도 보이지 않는 거리, 나는 대체 무슨 기대를 하고 있었던걸까.
이런 능력을 내게 준 신, 아니 악마라든가 하는 존재가 설명해주기를 바란걸까, 아니면 무슨 방송국 카메라들이 나타나 "이때까지 몰래카메라~ 였습니다!" 하고 말하며 빵빠레라도 울릴 것 이라 생각했던 걸까.
"쩝.. 아무도 안오네.."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혼자서 멍하니 앉아있던 나는 이렇게 기약없이 누군가를 기다리기 보다는 영양가 있게 행동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철이 들고 나서부터 평생을 휴일을 제외하고 결석 한 번 없이 학교에서만 지낸 생활패턴 때문일까.
버스에서부터 많은 생각과 뭘 해야지 계획을 짰지만 거리에 혼자 덩그러니 놓여진 상태에 있게되자, 스스로 먼저 뭔가를 능동적으로 해야한다는 사실에 조금 망설여졌다.
평생 부모님과 선생님, 정해진 규칙과 시키는 명령에 따라 행동하던 내게는 처음 스스로 뭔가를 결정하는 첫 시도였다.
아무리 난폭한 호랑이라도 오랜시간 사람의 손에 조련당하면 정글의 왕이 아닌 덩치 큰 고양이에 불과하듯 나는 막상 규칙의 감옥에서 벗어나 자유를 얻게되자 선듯 행동할 수 없었다.
게다가 막연히 꿈꿨던 성인이 되면, 이라는 제한적인 자유가 아닌, 가끔씩 잠들기 전 사춘기 청소년이라면 한번쯤 해봤을 상상.
"만약" 이라는 전제를 붙인 실현 불가능한 상상들, 투명인간이 된다면, 시간이 멈춘다면, 같은 레벨의 망상이 실제로 당장 내게 주어졌다는 사실에, 벌써 한 여자를 내 품에 안았음에도 크게 실감나지 않았다.
마치 모든게 꿈인 것처럼..
하지만 꿈이라면.. 그건 버스까지다.
꿈은 현실까지 이어지지 않는다. 그리고 지금 내가 서있는 곳은 내 눈에 전부 들어오는 자그만한 제한된 공간인 버스 내부가 아니라 끝이 보이지 않는 거리, 바깥 세상이다.
"하아.. 이제.. 어떡할까나.."
머리 속으로 이런 일, 저런 일을 해야지, 하고 거칠게 없었던 상상과 달리 실천하려고 해도 이상하게 먼저 깊은 한숨이 새어 나왔다.
머리 속으로 상상하던 것과 현실은 엄청나게 다르다는걸 느끼게 된다.
그러다보니 말도 안되는 의심까지 스물스물 올라왔다.
"이게 정말 현실일까.. 혹시 내가 정말 실감나는 꿈을 꾸고 있는게 아닐까?"
하지만 이런 실감나는 꿈이 가능할리 없다, 이건 분명한 현실이다.
"버스에서 내렸는데 능력은 계속 유지되는걸까? 사라져 버린게 아닐까?"
별의별 불안감과 의심이 들기 시작한다.
확인하고 싶어도 내가 내린 곳에서 사람의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다.
전부 각자의 밝은 미래를 위해서 노력하고 있겠지.
우선 능력이 계속 되고 있는건지 확인해야 한다는 마음이 들었다.
"이동을 해야한다. 여기에 있어봤자 아무 영양가 없는 아까운 시간을 허비할뿐, 그런데 어디로 가지?"
"어디로 가야될까나.. 언제 능력이 사라져 버릴지도 모르는데, 빨리 은행에 가서 돈을 가지고 나와야 되나, 아니야, 번화가에
는 그래도 사람들이 많을텐데 거기로 가서 예쁜 여자들을 마음대로 해볼까.."
머리 속에 떠오르는 말들을 힘없이 중얼거리며 우선 정류장 의자에서 일어나 아무 방향으로 걷기 시작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핸드폰으로 친구들에게 연락을 해보았지만 아무런 응답도 오지 않는 상태이다.
선듯 목적지를 결정하지 못하고 걸어가길 10분째, 아직까지 단 한사람도 만나지 못했다.
평소 등하교길에 교복을 입은 학생들과 사람들로 북적이던 길이 기이할 정도로 사람이 없었다.
움직이는 거라곤 길 옆에 있는 4차선 도로를 쌩하니 달려가는 자동차와 버스뿐.
뭔가 의심스러울 정도로 사람들의 흔적조차 볼수없자 내 가슴에 불안감이 스멀스멀 차오르기 시작했다.
"정말 이게 현실일까, 어째서 이렇게 사람들이 없는거지? 혹시 꿈아니야? 사람들은 전부 어디에 있는거지? 설마, 나 혼자.."
말도 안되는 생각이라는걸 알면서도 내 마음은 점점 불안해진다.
은행을 가서 돈을 훔치든, 어쩌든 우선 사람을 찾아야 한다는 마음이 들불처럼 일어났다.
그 결과, 걷는걸 그만두고 이렇게 달리고 있는 중이다.
사람을 찾아 달리고 달린다. 내 눈에 누군든지 한명이라도 보이길 원하면서.
그런데 달리고 달리면서 왠지모를 이상한 점을 느꼈다.
내가 얼마나 달리고 있는지 모르지만 제법 오랫동안 달린거 같은데 숨이 차거나 힘이 든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후욱, 후욱, 훅!"
오히려 맞부딪쳐 오는 바람이 시원하다는 느낌이 들 뿐이었다.
전신에 돌아다니는 활력을 느끼며 단숨에 달리는 속도를 높이자, 찬물을 뒤집어 쓴 것같은 상쾌한 느낌이 전신을 감쌌다.
그 기분좋은 황홀함에 전속력으로 얼마나 달렸을까, 거의 무아지경으로 달리고 달리던 나는 어느새 차들이 내뿜는 매연으로 탁한 공기가 있던 도로를 벗어나 초록색 잎사귀가 만들어준 그늘을 벗삼아 달리고 있었다.
향긋한 풀내음과 신선한 공기가 부드럽게 폐를 채우고 깨끗하고 맑은 피를 전신에 공급한다.
무작정 달리면서 나는 내 몸이 평상시와 뭔가 다르다는걸 자연스럽게 알아챘다.
평소 몸을 움직이는 운동을 별로 좋아하는 편이 아니었는데, 아무리 달려도 지치기는 커녕 몸이 날아갈듯 가볍고 가운이 넘쳤다.
"하아, 하아, 하아.."
그렇게 내가 낼수있는 전속력으로 달리던 나는 주위 풍경에 눈이 갔다.
푸른 잔디와 갖가지 꽃들이 심어진 예쁜 풍경, 내가 의도한 것도 아닌데 내 다리는 천천히 조깅하듯 가볍게 뛰는 속력으로 줄어들었다.
전속력으로 달렸음에도 숨을 마실때마다 새로운 활력이 공급되는 느낌이다.
주위 공원에 눈길을 주자, 맞부딪치듯 불어오는 바람이 아닌 시원하면서 청량한 자연이 주는 바람이 어디선가 불어와 활화산처럼 뜨거워진 내 몸에 열기를 식혀준다.
내 마음에 있던 불안과 조급함은 어느샌가 사라져 있었다.
주위를 둘러보지만 사람의 인기척은 보이지 않는다.
달리는 와중에도 눈으로 혹시 사람이 있지 않을까, 애타는 마음으로 주위를 살피던 나는 마음이 진정됨을 느꼈다.
"후우, 후우.. 하하, 이거 신기하네"
마음에 일어났던 의심과 불안감이 사라지자, 본래 내 성격인 뭐든 여유를 갖고 생활하는 천성이 나타났다.
내게 이런 축복을 내려준게 천사든, 악마든 아무 상관없다.
언제 끝날지 모르지만 나는 주어진 시간동안 이 능력을 사용해 즐기면 되는거다.
"뉘신지는 모르지만 정말 고맙습니닷~! 제발 오랜시간동안 즐길 수 있도록 해주세요~!"
누군지는 모르지만 하늘을 바라보며 외쳤다.
구름 한점없는 파란 하늘과 내리쬐는 햇빛이 방금 전처럼 뜨겁기 보단 따뜻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새삼 무엇을 하지 않더라도 치열한 경쟁에서 벗어나 이렇게 하늘을 바라본다는 사실만으로도 행복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잠시 방학을 했다고 생각하자."
스스로 생각하고도 아주 적절한 표현이라고 생각했다, 방학. 그래 방학이다. 하루가 될지, 한 달이 될지, 아니면 몇 년이 될지. 순간처럼 짧을지, 영원처럼 길지 아무도 모르는 혼자만의 방학.
나는 친구들과 웃고 떠들며 어울리는 것도 좋아하지만 혼자 있는 시간도 그에 못지않게 좋아했다.
천천히 뛰어가며 주변에 심어져 있는 나무와 경치를 둘러보았다. 그러다, 나는 그토록 찾아헤매던 것을 발견하였다.
욕심을 버리면 행복해진다고 했던가?
그 말이 맞나보다.
저 멀리에 모여있는 사람들이 보인다.
방금 생각했던 것처럼 나는 혼자있는 시간을 좋아한다. 하지만
"역시 사람은 사람이랑 어울려야지! 하핫!"
인간은 역시 사회성의 동물인가 보다.
얼굴에 함박웃음을 지으며 나는 사람들이 보이는 곳을 향해 전력으로 뛰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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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때리며 2화를 쓰다 급하게 올립니다.
벌써 이틀이 지났네요!
시간이 참 빠릅니다. OTL
스토리상 이렇게 도입부는 이렇게 별 자극없이 시작하게 되네요.ㅠ
빠른 시간에 주인공의 심리상태를 표현할 표현력도, 글솜씨도 없는 제 자신이 씁쓸할 뿐입니다..uu
내일을 기약하며 모두 안녕히 주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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