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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네 멋대로 해라! 003 -Unbelievable-

 


 

 

 

2.  Unbelievable

 

띠이- 부르릉!

그녀가 떠난 후, 좀처럼 안개 속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던 난, 그녀가 떠난뒤 빈자리를 채워준 후덕한 인상의 아저씨와 함께 버스에 승차했다.


마침 두 자리가 비어있는게 보인다.


평소 등교하던 시간대라면 앉아서 간다는건 꿈도 못꾸는 일인데.

 

"지각하면 이런 좋은점이 있네. 하하, 그리고 그 덕분에 그런 일도 겪어보고.."


아주 짧은 만남이었지만 생애 처음 겪은 그 일을 생각했다.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마음 속에 드는 감정은 작은 아쉬움과 씁쓸함이다.

 

 

"그 때, 내가 손을 붙잡았으면 어떻게 됐을까.. 아니, 차라리 그녀를 따라서 그 버스에 올라탔다면.."



 

아마 학교와 집에서 굉장한 후환이 있겠지만 평생 간직할 좋은 인연을 만들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휙,휙.

 

빠르게 스쳐지나가는 창 밖의 거리를 보며 머리 속으로는 끊임없이 상상한다.


그러나 워낙 갑작스러운 경험이었기 때문일까, 아니면 너무나 있을 수 없는 일이었기 때문일까.

나의 마음은 생각보다 담담했다. "따라갈껄!" 하는 큰 후회는 들지 않았다.

 

그보다는 단지 학교라는 감옥에 갖혀 마음이 가는대로 행동하지 못하는 자신의 신분이 약간 씁쓸할뿐.


 

"그래도 오늘 나쁜일만 있는게 아니라서 다행이네. 오늘 하루는 나한테 마(魔)가 낀 줄 알았는데. 오히려 좋은 날이라고 바꿔야되나? 킥킥!"

 

 

문득 학교에 있을 친구놈들의 얼굴이 생각났다.

 

그 녀석들에게 오늘 아침 내가 겪은 체험담을 자랑할 생각을 하자.


부러움에 몸부림치는 녀석들의 모습이 생생하게 머리 속에서 재생된다.

 


"풉, 큭큭큭! 개근상을 못하면 어떠하리, 화창한 여름 아침, 남정네들의 찌든 냄새가 아닌 향기로운 꽃내음을 맡았으니~"

 


내 머리 속에서는 친구들의 재미있는 반응이 상상되어 지나가던 사람들이 보면 뒷걸음질 칠 것 같은 이상한 얼굴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채, 히죽, 히죽 웃었다.

 


띠이-

 

학교까지 몇 정거장 남지 않았을 무렵, 한적한 도로의 정류장에 정차한 버스에 시선을 모으는 두 사람이 탔다.

 

그 중 한 명은 옆에 있는 사람의 손을 꼭 잡고있는 작은 여자아이였다.

 

한 7살 남짓 됐을까? 초롱초롱한 눈망울과 통통한 젓살이 있는 아주 귀여운 여자아이였고 다른 한 사람은 심플한 원피스를 입고있는 여자였다.


모녀가 함께 어디로 놀러가는듯 편안한 옷차림과 손을 잡은 모녀 사이의 다정한 분위기가 시선을 끄는 예쁘고 귀여운 모녀였다.

 

그들이 버스에 오르자, 버스에 타고있던 사람들의 시선이 자연스레 모이고 모녀를 본 그들의 입가에는 자연스럽게 미소가 그려졌다.

 

나도 물론 예외가 아니었다.

 


"와, 귀엽네~ 음... 마침 빈 자리도 없고 나는 이제 금방 내려야 되는데.. 양보할까..?"


 

괜시리 착찹해졌던 마음이 잠시나마 다정한 모습의 모녀를 보는 순간동안 따뜻해진걸 느끼며 약간의 고마움을 느꼈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단 한번도 양보하지 않았던 내가 이런 마음이 들게 된데에는 또다른 이유가 있었다.


물론 정류장에서 겪은 좋은 경험으로 들뜬 기분과 이쪽으로 걸어오는 예쁘장한 여자아이의 앙증맞은 모습이 영향을 끼치지 않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보다.


그 아이의 손을 잡고 걸어오는 여자가 그런 마음을 먹게하는데 더 큰 이유을 부여했다.

 

우선 그녀의 외관은 아이를 낳은 부모라고는 믿을 수 없을만큼 젊고 예뻤다. 대학생이라고 말해도 믿을만큼.

 

그리고 이쪽으로 가까워질수록 보이는 볼륨있는 가슴, 버스가 흔들리는 진동에 맞춰 출렁이는 가슴에 달린 커다란 두 개의 지방 덩어리가 나를 움직이는데 가장 큰 힘이 됐다는데 부정은 하지 않겠다.


 

"..조금만 더가면 학교네. 좋아, 결심했어! 자리를 양보하자!"


 

"저기, 아주머...."

 


털썩!


 

"지은아, 돌아다니면 다른 분들이 떼찌! 할테니까. 얌전히 앉아 있어야 돼. 알았지?"


 

"응! 알았어."


 

".....허허허"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이지?"


 

"랄~랄라라라~♪"


 

이쪽으로 온 아줌마는 아이를 안고 내 위에 앉혔다.

 

너무나 당연하다는듯 한 행동에 나는 잠깐동안 멍하니 이 상황을 나름대로 이해하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처음이 겪은 일이 아니라 두번째이기 때문일까, 나는 곧 정신을 되찾고 어처구니 없음을 느꼈다.

 

 

"하하, 대체 무슨일이래. 갑자기 내 다리가 무슨 의자로 보이기라도 하는걸까?"

 

 

나는 우선  내 위에 앉아 알수없는 노래를 흥얼거리고 있는 아이에게 말을 해봤다.


 

"..저기, 꼬마야. 지금 네가 앉아있는 곳은 의자가 아니라, 내 다리란다. 아무리 다리가 아파도 처음 본 사람 다리에 앉으면 안되.. 저기, 꼬마야? 아, 지은이라고 했지? 지은아? 내 말 듣고 있는거지? 그렇지?"


 

"흥얼흥얼~♪"


 

간절한 내 목소리에도 변함없이 노래를 흥얼거리며 창문에 달라붙어 있는 아이에게선 아무런 응답도 변화도 없다.

 

상쾌한 무시. 이건 "어디서 개가 짖나." 라는 차원이 아니다.

 

그건 관심이라도 보이지.

 

이건 내가 마치 이 자리에 없는 사람인냥 취급하는 모습이다.

 

아주 퍼펙트한 개무시.

 

(빠직!)

 

이런 어린아이한테 무시당했다는 생각에 조금 욱했으나, 간신히 참았다.

 

 

"그, 그래. 지은이 네가 뭘 알겠니."

 

 

그리고 타겟을 어른으로 바꿨다. 고개를 돌리자 마침 옆에서 이쪽을 바라보고 있던 아줌마와 눈이 마주쳤다.


 

"저기요. 아주머니, 갑자기 이러시지 않으셔도 제가 알아서 일어나려고 했는데. 갑자기 사람 위에 애를 앉히시고 상식적으로 이건 아니지 않나요?"


 

"........."

 

 

그것도 나만의 착각이었나 보다.

아줌마는 옆에서 지지봉을 잡고 내가아닌 내 다리 위에 앉아있는 아이를 보고있는 것이었다.

모녀가 함께 나를 없는 사람 취급하는 모습에 뱃속에서 뭔가 울컥 치밀었다.


 

"이런 제기랄.. 간신히 마(魔)가 사라졌나 싶었더니, 생각하기 무섭게 나한테 이런 엿같은 일이 생기다니."

 


치밀어 오르는 화에도 남아있는 이성의 만류에 차마 어린 아이에게 화를 내지 못하고 옆에있는 어른에게 손을 뻗어 지지봉을 잡고 있는 팔을 강하게 움켜잡었다.


 

"아줌마! 이봐요! 아줌마!! 자꾸 이렇게 사람 말을 못들은척 할꺼에요? 하아? 정말 뭐라 말 좀.."


 

끼이익! 덜컹!!


쿠우웅!


팔을 움켜주고 흔드는데, 여전히 나를 쳐다도 보지않는 모습에 내 인내심의 끈은 끊어졌다.


그 때, 폭발해버린 내가 전력으로 팔을 강하게 당기는 동시에 버스가 급작스런 제동을 하는 순간이 절묘하게 맞아떨어졌다.

 

그로인해 지지봉을 잡고 있던 손을 놓친 아줌마는 굉장한 소리와 함께 버스 바닥에 엉덩방아를 찧었다.


 

"아, 아줌마!"


 

그 커다란 소리에 이성을 되찾은 나는 무릎에 앉아있는 아이를 들어 자리에 앉혀놓고 바닥에 넘어진 아줌마를 부축하며 괜찮은지 물어봤다.


 

"아줌마! 괜찮으세요!? 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이건 제가 일부러 그런게 아니라,"


 

내가 변명을 시작하기도 전에, 바닥에 앉아있던 아줌마는 고통에 얼굴을 약간 찌푸리면서 아무일 없었다는듯 일어나 다시 지지봉을 잡는게 보인다.


 

"........뭐야. 이 아줌마. "


 

"..저기, 아줌마? 엉덩이는 괜찮으세요..?"


 

"분명 굉장히 큰 소리가 났는데.. 안아픈가..?"

 

 

나는 멀쩡해 보이는 겉모습과는 다르게 정신이 이상한 아줌마라고 생각하고 있을 때, 버스 안내음성이 들렸다.

 

 


"이번 정류장은 --, --입니다. 다음 정류장은 --중학교, --중학교 입니다."

 

 

그러나 문득 나는 왠지모를 이상함을 느꼈다.


 

"뭐야...이건.."

 

 

엄마가 넘어졌는데도 여자아이는 여전히 창문에 얼굴을 기대고 있다.

 

아줌마와 마찮가지로 아이 역시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사람이 그렇게 크게 넘어졌는데 아.무.도 이곳에 신경을 쓰고 있지 않는다.


이 이상한 분위기에 압도되버린걸까.

 

나는 조금이라도 빨리 이 이상한 버스를 벗어나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대체, 이 사람들이 단체로 정신에 이상이 있을리는 없는데.. 무슨 내가 여기 없는 것 처럼 전부 무시하고 있어"

 

 

버스에서 내리려고 문앞에 서있던 내 머리속을 스치던 말 중 한 구절이 계속 머리 속에 맴돌았다.

 

 

"그래, 맞아. 마치 내가..여기에 없는 것처럼..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작은 가정, 아니 망상으로 내 몸은 한 겨울, 차가운 물을 머리에 끼얹은 것 같은 소름이 등줄기를 시작으로 전신으로 퍼져나갔다.



"..푸하하핫! 이 무슨 말도 안되는 상상을 하고있는거야, 난"


 

도저히 가능하지 않는 망상에 심각해지는 내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진 나는 속으로 어처구니 없는 웃음을 터뜨렸다. 그런데,


 

"하하하하...하하.."


 

마음속의 그 웃음소리는 점점 잦아든다.

 

왜 이런 말도 안되는 망상에 나는 왜 시원하게 웃어넘길 수 없는걸까.

 

내 머리 속에서 오늘 하루 있었던 모든 일들이 영화처럼 지나간다.

 

언제나 나를 깨워주던 엄마가 깨우지도 않았다. 

 

그리고 나를 무시하는 모습과 아무리 전화를 해봐도, 문자를 해봐도 응답하지 않는 친구들.

 

내가 아무리 외쳐도 나를 놔둔채 떠나버린 버스.

 

정류장에서 만난 나와 인연이 없는 여자의 이해할 수 없는 행동.

 

서서히 짙은 안개가 걷혀가기 시작한다. 

 

하지만 미처 생각을 정리할 틈도 없이 기계적인 여성의 목소리가 생각을 뚫고 들어왔다.


 

"이번에 정차할 정류장은 남자중학교, 남자중학교 입니다. 다음에 정차할 곳은 --, --입니다."


 

"....하하, 바보같이 이게 무슨 말도 안되는 짓이냐. 한세야, 현실과 상상을 구별하고 살아야지."

 

 

빠르게 사리져가던 안개가 다시 자욱해진다.

 

 

띠이-!

헛웃음을 뱉으며 버튼을 눌렀다.

 

서서히 다가오는 정류장이 보인다.

 

아무도 보이지 않는 빈 정류장.

 

그리고 보이는 내가 다니는 학교.

 

이제 내리기만 된다. 그래, 내리고 학교에 가서 친구들에게 오늘 있었던 희안한 일들을 말해줘야지.


 

".....어? 저기요! 아저씨! 저 이번에 내려요!"


 

달리던 속도를 줄이지 않고 정류장을 지나친 버스가 달려간다.

 

다급히 외치며 학교를 바라보았다.

 

학교가 점점 멀어지고 있다.


 

"저기요! 아저씨!! 이번에 내린다니까요!"


 

급히 버스기사에게 달려가 크게 외쳤다.

 

하지만 버스기사는 아무런 반응없이 묵묵히 앞을 바라보고 있다.

 

그 모습에 나의 머리에 낀 짙은 안개가 사라졌다, 나타났다를 반복한다.


 

"저, 저기.. 아저씨.."


 

아무런 대답도 하지않고 앞을 보고 있다.

 

그리고,

 

끼이이익!  덜컹!


높은 속도방지턱을 넘어가기 위해 급브레이크와 함께 버스가 크게 흔들렸다.


 

"어어어어..! 으읏!!"


 

잠시 정신줄을 놓고 멍하니 있던 나는 미처 중심을 잡지 못하고 넘어지기 시작했다.

 

넘어지는 내 눈에 보인건 천장에 달려있는 손잡이. 나는 손잡이를 양손으로 간신히 붙잡고 급히 기울어지는 몸을 되돌리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나, 넘어져서 창피를 당하고 싶지 않아! 라는 마음 덕분에 넘어지진 않았지만.

 

양손으로 위에 달린 손잡이를 잡고 양발은 한곳으로 모은체 들고있고 배를 앞으로 쑥 내민 괴상한 자세가 되버렸다.


 

"....큭!"


 

넘어지지 않았다는 사실에 안심하던 찰나, 자신의 포즈를 본 내 머리속은 하얗게 변했다.


 

"아..아오오오! 이게 무슨 개쪽이냐..!"


 

몸을 바로잡은 나는 차마 뒤를 돌아볼 용기가 나지 않았다.

 

이런 소란을 떨고 이런 이상한 포즈를 취한 날 보면서 모두 웃고 있겠지.


버스기사에게 화를 내야 한다는 사실도 뒤로 미뤄둔채, 나는 살짝 뒤에 있는 사람들의 눈치를 살펴보았다.

 

그리고 명확하게 깨닫고 말았다.


그토록 요란스러운 행동을 했는데도, 그 누구도 내게 신경을 쓰고있지 않다.


내가 이 자리에 존.재.하.지 않.는.것 마냥.


머리 속에 자욱했던 안개는 흡사 태풍이 다가오는 것처럼 흩어지기 시작한다.


 

".......하하.."


 

"이번 정류장은 --, --입니다. 다음 정류장은 --, --입니다."


 

띠이-!


나와 함께 버스를 탄 후덕한 아저씨가 버튼을 누르고 문 앞으로 걸어가는게 보인다.


이번 정류장은 학교의 바로 다음 정류장이다.

 

지금이라도 내려서 달려가면 제 시간에 학교에 도착할 수 있다.


나도 모르게 아저씨를 따라 문으로 걸어간다.

 

툭,툭.

 

부딪치는 사람들.

 

하지만 그 누구도 나를 보며 인상을 찌푸리지 않는다.


 

푸슈우~ 위이이잉~! 턱!

 

터벅, 터벅, ..


내가 필요할 때, 열리지 않던 문이 열리고 내 앞에 서있는 아저씨가 먼저 내렸다.

 

 

그리고 나는..

 

 

 

 


빌어먹을 울트라서퍼.. 오류뜬지도 모르고 다고치고 올려야지~ (읽는분을 생각하는 성의있는 글임!!!) 을 클릭하는 순간

 

1시간 반동안 고친게 날아갔습니다.

 

그래서 다시 쓰고 있답니다.. 그런데 다시 하다보니 기억이 가물가물. 아오ㅠ_ㅠ

 

 

2시에 한걸 날리고 지금 마침.. 우스운게 이번에도 고치는데 딱 1시간 30분 걸렸네요.

 

이번엔 누르기 전에 먼저 복사해서 메모장에 저장해놨습니다. -_-;

 

 

어제 못올린거 합쳐서 2화 분량 올립니다.

 

수정에 장장 3시간을 쓰다니, 이런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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