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네 멋대로 해라! 002 -내 다리는 의자다-
네 멋대로 해라!
1화. 버스에서
1. 내 다리는 의자다.
"아, 오늘따라 왜 이렇게 뭐가 안풀리냐. 이놈의 버스는 또 왜 이렇게 안오는거야.. 제발 좀 와라."
부모님의 차가운 냉대에 조금 화난 상태로 집을 뛰쳐나온 나는 현재 버스정류장 앞에서 있다.
불안한 마음을 대변하듯 쉴새없이 정류장을 이리저리 걸어다니며 학교까지 가는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오늘 나의 운수가 굉장히 나쁘다는걸 느낀건 정류장으로 힘없이 걸어가고 있던 내 옆으로 지나가는 타야할 버스를 보고 정
류장을 향해 전속력으로 달렸었다.
그러나 버스는 내 간절한 비명섞인 부탁에도 나를 기다리지 않고 매몰차게 떠나버렸다.
그 결과, 이렇게 반쯤 체념한 상태로 이렇게 똥마려운 개마냥 안절부절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리고 나는 보고싶지 않은
시계를 보았다.
"....8:50. 아웃이네, 하하하하. 난 이제 담탱이한테 죽었다~"
내가 이 자리에서 시간과 공간의 벽을 넘지 않는 이상 담탱이보다 먼저 교실에 들어가는건 불가능한 일.
작은 희망은 그렇게 산산히 부서졌다.
"젠장~ 꿈에서는 처음으로 당첨이란 것까지 됐는데, 현실은 아침부터 이 모양 이 꼴이구나~"
어차피 이제와서 버스를 타봤자 들어가긴 글렀고, 한창 수업을 하고있는 중에 들어가 반애들의 웃음꺼리가 되기는 싫다.
"에휴, 그냥 1교시가 끝나면 쉬는시간에 몰래 들어가야 겠네. 하아, 전 3년 개근상은 날아갔네."
체념하자 이 상황을 조금이라도 편하게 보내기로 결정했다.
어차피 조금뒤에 학교에서 화려하게 깨질테니까.
텅텅 빈 자리에 앉아서 버스가 오는걸 기다린다.
새삼스럽게 썰렁한 정류장 안을 돌아보았다.
평소 시간이라면 등교하는 학생들과 출근하는 직장인들이 옹기종기 함께 버스가 오는방향을 보며 기다리고 있을텐데.
한적한 모습은 아주 오랜만에 보는 것 같았다.
"하아, 이렇게 아침에 혼자있는 것도 좋네."
"이래도 되는거야?" 하고 불안해 하는 마음을 달래며 이런저런 영양가 없는 생각을 하며 버스를 기다린다.
그러다 버스가 오는 방향으로 눈을 돌렸다. 그리고 흐리멍텅하던 내 눈은 화등잔만하게 커졌다.
저쪽에서 한 여자가 걸어오고 있다. 왠지 잘보이지 않지만 딱 보기에도 느껴지는 포스가 넘실넘실하다.
"휘유우~"
멀리서도 빛이나는듯한 몸매에 절로 휘파람이 입에서 흘러나온다. 걸어오는 여자는 검정 선글라스와 하얀 민소매 티, 그리고 쫙 달라붙는 청바지를 입고 있었다.
마치 패션 잡지에서 갑자기 튀어나온듯한 현실감 없는 아우라를 내뿜고 있다.
그리고 그 늘씬한 미녀가 이쪽으로 걸어오고 있다.
"오오, 저 여자도 버스를 타려는 건가?"
점점 가까워지는 거리, 가까워지며 보이는 그녀는 역시 내 예상처럼 모델같이 늘씬한 8등신 미녀였다.
어깨까지 자연스럽게 늘어뜨린 갈색머리와 하얀 힐을 신고있어서 나와 엇비슷 해보이는 큰 키, 그리고 자신의 몸이 아름답다는걸 알고있다고 말하는 것 같은 옷차림.
탄력있게 군살없는 몸매를 은은히 보여주는 나시티와 쫙 달라붙는 청바지 덕분에 몸매가 더욱 도드라져 보였다.
나는 상상치도 못한 미녀가 이쪽으로 다가오자 괜히 마음이 두방망이 쳤다.
또각, 또각, 또각, 또각.
괜히 딴짓을 하며 반대쪽을 보고있는 눈과는 반대로 내 신경은 귀로 집중되어 있다.
귀에 들려오는 걸어오는 소리가 점점 가깝게 다가오는게 느껴진다. 그리고 소리가 멈췄다.
자연스럽게 옆을 보면 저 멀리 있던 그녀가 어느새 깜짝 놀랄만큼 가까이에 다가와 있다.
TV에서나 보던 연예인을 본것처럼 떨리는 내 마음을 진정시켰다. 이렇게 이기적인 몸매를 가진 사람을 보는건 처음이었다.
내 눈은 본능적으로 학처럼 길고 잘빠진 다리를 훑어본다.
"이야.. 진짜 몸매 하난 끝내주네."
이기적인 기럭지를 자랑하는 롱다리를 훔쳐보고있던 나는 버스가 오는쪽으로 고개를 돌리고 있던 여자가 고개를 돌리는 순간 재빠르게 딴곳을 보는척 연기했다.
"드, 들켰나..? 아, 아오오오!! 이게 무슨 개쪽이냐."
쪽팔림에 쥐구멍에라도 숨고싶은 마음이 들었다. 그런데 몇걸음 떨어져 있던 그녀가 내쪽으로 걸어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엥?"
털썩! 갑자기 내 허벅지 위로 뭔가가 턱하니 올라오는게 느껴진다. 동시에 콧속으로 깊숙히 들어오는 기분 좋은 향기.
제법 둔중하지만서도 푹신푹신한 무언가가 교복천을 뚫고 내 몸으로 전해진다.
"저, 저기요! 이게 무슨 짓이에요!"
그 무언가는 허벅지에 느껴지는 말캉한 물체의 정체는 그녀의 엉덩이였다.
내게 다가오더니 순식간에 내 다리 위에 턱하니 앉아버린 상황.
이 예상치못한 상황에 어안벙벙해 있던 나는 당황한 나머지 큰 목소리로 외쳤다.
당황했음에도 내 위에 앉은 그녀를 밀치지 않은건 내 안에 있는 늑대의 본성 때문일까.
터져버릴듯이 쿵쾅쿵쾅 뛰는 심장소리가 느껴진다.
"저, 저기요.. 거긴 제 다린데요.."
하지만 차마 내 품으로 날아온 그림같은 미녀에게 손을 쓰지 못하고 입으로만 떨리는 목소리로 외치고 있다.
하지만 몇 년같이 느껴지는 몇 초가 지나자 당황한 마음은 약해지고 두겹의 방해물을 뚫고 전해지는 따뜻한 온기와 풍기는 향기에 비례해 설렘은 커졌다.
"그, 옆자리보다 여기가 편하시면 계속 앉아계셔도 됩니다."
미녀에게 한없이 약해지는 나란 남자.
"음~♪"
그런데 이 여자도 참 웃긴게 오늘 처음본 남정네의 다리에 앉아 방심을 용두박질치게 만들어 놓고서는, 자기는 자연스럽게 어깨에 메고있던 백에서 아이폰을 꺼내 이어폰을 귀에 꼽고서는 노래를 듣는지 콧노래를 흥얼거리기 시작했다.
"..대체 뭐지. 이 상황은? 이 여자, 설마 진짜로 내 다리가 의잔줄 아는건가? 미친여잔가? 에이 설마, 이런 여자가 미친여자
일리 없어. 그럼 혹시 지금 나한테 작업거는건가?"
그 대치 상태가 5분정도 지속되자 나는 이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을 이해하기 위해 머리 속이 뒤죽박죽이 된다.
그리고 붉게 달아오른 얼굴, 불과 5센티도 안되는 가까운 거리에서 머리결 사이로 보이는 사슴처럼 긴 목과 은은히 풍기는 기분좋은 샴푸냄새에 교복바지 아래에 귀여운 모습으로 있던 물건에 피가 쏠리기 시작했다.
"대체 이런 예쁜 여자가 왜 나같이 볼품없는 중학생한테 이러는거지?"
전혀 이해할 수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인걸 알고있다. 그러나 조바심나는 내 마음과는 다르게 몸은 정직하게 반응했다.
딱딱하게 변해버린 내 물건에 힘이 들어갈때마다 내 위에 앉아있는 그녀의 엉덩이에 부딪친다.
그 느낌에 여자가 어떤 반응을 보일까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보았다.
"음음~♪"
그녀는 아무렇지도 않게 버스가 오는방향을 가끔식 돌아보며 콧노래를 부르고 있다.
그 반응이 내게 용기를 심어준걸까. 내 몸은 통제를 벗어나 과감하게 움직인다.
앉은 순간 겨울철 고여있는 호수처럼 얼어붙어 있던 손이 따뜻한 봄바람을 맞은 것처럼 움직이기 시작했다.
두 손이 천천히 아주 천천히 내 앞에 있는 그녀에게 움직인다.
"....."
정말 이래도 되는걸까. 처음 본 여자와 한마디 말도 나누지 않고서 이래도 되는걸까. 하지만.
"이쪽에서 먼저 시작한거야."
천천히, 내 무릎 위에 앉아 콧노래를 부르고 있는 아름다운 여성에게 흑심이 담긴 손을 가져가기 시작했다.
그녀는 피하지 않는다.
조그맣게 남아있는 이성이 내린 명령대로 위에서부터 슬로우 비디오처럼 천천히 그녀의 가슴을 향해 가져가는 손을 보았을텐데.
피하지 않는다.
"이건.. 허락한다는 말이겠지?"
손안에 은은한 열기가 맺히기 시작했다. 이제 조금, 아주 조금만 가면..
"아!"
벌떡!
"아.."
가만히 있던 그녀가 떠났다. 서로의 체온으로 뜨겁게 달아오른 다리가 차갑게 식어감을 느꼈다.
어째서.. 그 이유를 나는 곧 알 수 있었다. 내 곁을 떠난 그녀가 바라보는 방향에는 한 대의 버스가 다가오고 있었다.
내게 처음으로 먼저 다가와 여자의 향기를 느끼게 해주었던 그녀는 애잔하게 바라보는 내 시선도 모른채 뒤도 돌아보지 않고 그대로 떠났다.
"하하하.."
매정하게 떠나는 님의 뒷모습을 보던 나는 아주 잠깐이지만 뭉클한 감촉이 느껴졌던 손바닥을 허망하게 바라보며,
요즘 친구들 사이에서 유행처럼 번지는 대사를 중얼거렸다.
"이거 참, 씁쓸하구만.."
본편 시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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