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황(恐皇) 5부 <새로운 시대> Part 1_2편 > 웹소설-내가 만드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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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황(恐皇) 5부 <새로운 시대> Part 1_2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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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격변이 일어났을 당시, 안가스어그(Angasug. 중도 선 하프엘프 남성 1레벨 커머너)는 테티르의 이쓰(Ith) 강을 오르내리며 무역상들의 짐을 실어나르는 평범한 뱃사공이었을 뿐이다. 하지만 대격변과 그에 이은 테티르의 내분은 그의 운명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그 날, 하늘이 보라빛으로 물들고 큰 지진이 일어났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대낮에도 태양빛이 희미해질 정도로 어두운 기운이 하늘을 덮었다. 그 불길한 전조를 보면서도 안가스어그는 다마라에 도착했지만, 일감은 없었다.


" 해안지방에 해일이 몰아닥쳐서 많은 사람이 죽었다데, 피난민들도 계속 다마라 쪽으로 몰려들고 있어. 하지만 이렇게 갑작스럽게 날씨가 차가워져서는 피난민들도 고생하겠지... "


재앙의 소식과 피난민들의 어려움을 듣자 마자 안가스어그가 취한 행동은 용감한 행위였다. 곧바로 자신의 거룻배로 강을 타고 내려가 해안지대에서 피난을 온 사람들을 이쓰 강 상류로 실어날랐기 때문이다. 특히 노약자들과 급한 환자들을 우선해서 다마라까지 실어 옮겨서 수백명이나 되는 목숨을 구했다. 그 공로를 들은 왕과 여왕(코람 왕과 시리나 여왕이다)이 그에게 기사 작위를 내렸다.


기사 서품을 받은 후에도 안가스어그는 전투와는 그리 무관한 삶을 살 것이라 기대되었다. 무엇보다도 어릴적부터 전문적인 무예 수련을 받은 전사도 아니고, 기사로 임명되었다고는 해도 봉토도  받지 못한 그에게 가진 것과 할 일이라곤 자신의 거룻배와 뱃사공 일 뿐이니까. 귀족의 서열에서 가장 아래인 기사에게 수여되는 연금은 쥐꼬리만한 것이라 그리 큰 보탬은 되지 않을 것이었다.


하지만 시대는그에게 새로운 삶을 강요하고 있었다.


해안지대의 괴멸과 무역선의 붕괴는 저 북쪽의 노스부터 남쪽의 칼림샨에 이르기까지 소드 코스트 전역에 이르렀다. 배와 항구들은 파괴되었으며 해상무역은 물론 육상의 무역로까지 붕괴되어 생활수준이 크게 후퇴했고, 각지에서 몬스터들이 창궐했다.


이정도 일이 벌어졌는데 기존의 국가가 무사할 리가 없다.


남쪽 지역인 엠과 칼림샨은 수도를 잃어 국가 자체가 해체되었고, 노스에서도 거대한 해일의 직격을 맞은 워터딥과 러스칸이 파멸했다. 해안의 무역도시들이 연이어 사라지고, 곧이어 닥친 세계적인 겨울로 인해 내륙의 교역선도 끊겼다. 많은 문명지들이 이 혹한의 시대를 견디지 못하고 소리소문 없이 얼음과 눈 아래 묻혔다.


테티르의 수도 다마라는 내륙에 있었고, 원래부터 온난한 지역이었기에 직접적인 피해는 경미했지만, 몬스터들과 반란의 창궐에 직면해야 했다는 점은 별반 다르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산속에 처박혀 있던 오르크들이 이때다 하고 쳐내려 온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


고양이 손이라도 빌려야 할 상황에서, 테티르 왕실이 기사가 된 안가스어그를 내버려 둘 이유가 없었다. 그는 새로운 [유일신]을 모시는 사교가 창궐해 반란을 일으킨 사라두쉬(Saradush)의 반란을 진압하는 군대의 장교로 종군하게 되었다. 보통 기사 작위를 가진 자는 기병으로 종군하는 것이 보통이었으나, 안가스어그는 무구를 갖추는 것만으로도 벅찬 경제력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9명의 징집병을 지휘하는 분대장의 임무가 맏겨졌다.


테티르 군의 주력은 오크 군대를 상대해야 했기 때문에, 광신도들을 상대하기 위해 보내진 군대는 난리통에 급조된 군대였다. 그런 군대로 사라두쉬를 직접 공격해서 함락시키기는 무리였다. 그 성은 거인 군대의 공격까지 오랫동안 버텨 냈던 성채로, 테티르 북쪽과 동족의 국경을 지키기 위해 특별히 견고하게 지어진 요새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지휘관으로 임명된 귀족들 끼리도 의견이 통일되지 못해 첫 공격 자체도 몽니를 부리는 수준에 그쳤다.


하지만 어떻게든 답답한 상황을 해결해야 하는 지휘부는 하나의 책략을 생각해 냈다. 사라두쉬 성 주변은 온통 황무지이고, 성의 유일한 식수원은 성 남쪽을 스쳐 지나가듯이 흐르는 개천이 있을 뿐이다. 그 개천의 물길을 돌리면 성 안의 적들은 갈증에 시달리게 될것이라 자멸하지 않겠는가 하는 예상이었다


이튿날부터 하천의 물길을 돌리는 공사가 시작되었다. 그것을 본 광신도들이 당황했음은 물론이다. 오합지졸인 것은 쌍방이 마찬가지였지만, 적어도 한쪽은 정연한 군 체계가 잡혀 있었다. 성을 나온 적을 맞아 싸운 테티르의 진압군은 가까스로 승리했고, 전투원이 전멸해버린 사라두쉬는 항복했다. 안가스어그는 이 전투에서 긴급한 방어선에 적시에 분대를 투입하는 등의 공적을 세워 소대장으로 진급했다. 이제 그는 20명의 병사들의 지휘관이 되었다.


여왕의 의향이 반영되었기 때문에, 사라두쉬의 일반인들은 반역죄로 다스려지지 않았다. 피를 보는 일은 누구라도 싫은 법이다. 안가스어그에도 다행한 일이었다. 그리고 이제 막 장교단의 일원이 된 안가스어그에게는 새로운 임무가 주어졌다. 사라두쉬 동편으로 펼쳐진 산맥지대와 황무지로부터 밀려오는 오크 떼들에 대한 방어전이였다. 오합지졸 보다 더 참담한 상태였던 광신도들과 달리, 오크들은 무서운 상대였다. 게다가 야전에서 패배한 정규군이 후퇴하면서, 사라두쉬는 다시 포위되었다.


사라두쉬 공략에 참가한 병사들 대부분과 함께 성벽 너머로 까맣게 몰려오는 끝도 없어 보이는 오르크 대군을 앞에 두고, 안가스어그는 사라두쉬가 자신이 죽을 자리라고 생각했다.


블랙쏜 공작의 지원병이 도착하기 전까지 사력을 다해 수비전을 치르는 3개월은 사라두쉬의 테티르군에 가혹한 전투를 강요했다. 오크들은 항복을 받아주지 않는다는 소문이 널리 퍼졌기 때문에 사라두쉬의 주민들도(방금 전까지 목숨을 노리고 싸웠던 광신도들이었던) 죽기살기로 방어전을 도왔다. 갑옷을 벗을 새도 없을 정도로 격전이 이어지는 동안, 안가스어그는 진급에 진급을 거듭했다. 상급자들이 연이어 죽어나갔기 때문이다. 그리고 포위전이 삼개월째에 접어들었을 때, 그는 사라두쉬 방어전을 총 지휘하는 천부장(900명을 지휘하는)이 되어 있었다.


하지만 실상이 천부장이지, 안가스어그에게 남은 병사는 기껏해야 백수십 정도 뿐이었다. 나머지는 죄다 황천길을 떠나거나 중상을 입어 일어서지도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장교들과 민간인을 포함해 부상을 당하지 않은 자는 열에 하나에 불과했다. 안가스어그 자신도 뺨에 오크들의 화살을 맞아 하마터면 황천길을 갈 뻔 했다.


게다가 식량도 부족했다. 포위가 2개월 보름을 넘어섰을 무렵엔 성내에 비축되어 있던 식량도 거의 다 떨어져 풀뿌리 삶은 죽으로 연명할 정도였고, 그나마도 부족해 며칠씩 굶기도 했다. 그런 상태로 무기를 지팡이 삼아 성벽에 기대어 선 병사들은 한결같이 넝마를 걸친 피투성이의 유령같은 형상이 되어 있었고, 시민들도 저마다 몸을 가누지 못해 쓰레기로 뒤덮인 거리의 무너진 건물 그늘에서 일어서지 못하고 있을 정도였다.


그럼에도 성은 함락되지 않았다. 안가스어그의 지휘 하에, 불굴의 의지로 무너지는 부분을 보수하고 날아오는 창과 화살을 되던지고 되쏘아 내면서, 그렇게 버틴 삼개월은 지휘관과 병사들과 시민들 모두를 한덩어리의 악에 받친 귀신들로 만들고 있었다. 공격하는 오크들조차 [저건 인간이 아니라 유령이다]라고 불렀을 정도다.


물론 그 [악]도 거의 한계에 다다르고 있었다.


그 때, 안가스어그는 그녀를 만났다. 어디서인지 모르지만 포위망을 뚫고 나타난 그 귀부인은 손짓 하나로 중상자들을 치료해 일으키고 성 안의 땅에서 포도와 사과 등의 유실수들을 차례로 일으키는 기적을 보였다. 과일은 병사들과 주민들의 원기 뿐 아니라 사기까지 회복시켰다. 정체모를 귀부인은 그녀를 따르는 성 내의 부민들을 모아 치료술을 가르쳐 부상자들을 간호하는 집단까지 조직해 준 후, 블랙쏜 남작의 군대가 오크들을 물리치며 사라두쉬의 포위망을 풀었을 무렵 홀연히 사라졌다.


이후 그녀는 몆번인가 테티르의 위기 때 마다 나타나 사람들을 도왔다. 그녀가 얼굴을 가리는 하얀 베일이 달린 순백의 드레스를 입고 있었기에, 누군가가 [순백의 귀부인]이라고 부르기 시작한 것이 결국 정식 명칭(?)으로 정착되었다. 사라두쉬 전투의 승리를 공으로 자작이 된 안가스어그는 그녀에 대해 왕과 여왕에게 보고하는 자리에서 이렇게 표현했다.


[면사포가 달린 하얀 드레스 뒤로 발목까지 내려오는 곱슬진 금발을 드리운 귀부인이었습니다. 그녀의 손이 닿자 황천의 문턱을 오가던 부상자들이 건강하게 일어났고, 그녀의 손짓 한번에 땅에서 아름드리 나무가 자랐습니다. 그녀는 마치 테티르의 위기를 보다 못한 신들께서 보내주신 사자이거나, 여신 그 자신 같았습니다]


드루이드적인 기예에 무지하지 않은 자들조차 사라두쉬 광장에 자라난 아름드리 나무와 성벽과 담을 가로지르며 얽힌 포도 덩굴들을 보며 이구동성으로 기적이라고 말할 정도였다.


하지만 어디나 남이 잘 되는 꼴을 못 보는 자들은 존재하기 마련이다. 그런 기적을 일으키는 여자가 범상한 존재일 리 없고, 호의를 공짜로 베푸는 법도 없을 것이다. 뭔가 꿍꿍이가 있을 것이라는 것이다. 그들은 이 [순백의 귀부인 신화]를 신흥 귀족들(안가스어그 같이 전시 임관된 장교들 포함)이 민심을 얻어 역모를 도모할 생각으로 꾸며 낸 일종의 헛소문이라 중상했다.


코람 왕과 시리나 여왕의 성정은 선하고 정의롭지만, 그들은 그 부모들이 행방불명되고 나서 갑자기 권좌에 오른 상황이라 아직 [왕좌의 게임]에 대해서 유연하게 대처할 만한 경험이 부족했다. 게다가 이런 경우에 직언해 줄 수 있을 만한 조언자들은 대부분 시빌레 공주가 일으켰던 역모에 의해 희생당했고, 아니면 블랙쏜 남작 같이 군대를 맏아 국내를 안정시키는데 전력을 다하고 있어 왕성에는 없었다. 자연스레 왕과 여왕 주변에는 조금 [저질]의 궁정인들만 남았는데, 이들도 축재와 시기와 질투밖에 모르는 종자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런저런 전차로, 이 [순백의 귀부인 전설]의 실체를 파헤치기 위해 [국가 심문관]으로 임명된 궁정인 베네딕토(중립 악 인간 남성 아리크라토스 1/ 시어릭의 클레릭 7)는 일단 안가스어그를 포함한 전시 임관 장교단들을 체포/구금하는 작업부터 시작했다. 원래부터의 귀족들 중 많은 숫자가 이 신흥 장교단의 대두에 위협을 느끼고 있었기 때문에 여기에 협조한 결과, 체포작업 자체는 한달도 걸리지 않았다. 또한 순백의 귀부인에게서 치료술을 배운 여자들(그녀들은 스스로 자매단이라 불렀던)도 체포하려 했지만, 여왕이 여기에 제동을 걸었다. [의심]만으로 여염의 부인들을 구금하는 것은 테티르의 법이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베네딕토는 이정도의 [좌절]에는 굴하지 않았고 다음 단계를 진행했다. 다름아닌 순백의 귀부인 본인을 향한 공고가 테티르 동반부의 성과 읍에 전달되어 벽보로 나붙었다. 그해 나이탈(Nightal; 12월의 페이룬식 명칭)의 열흘째 첫 날까지 다마라 왕성 아래의 특별 재판소에 출두하지 않으면 체포한 장교들을 이단으로 확정해 모두 처형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생떼에 가까운 내용이었지만, 일단 국가 심문관은 그럴 수 있는 권리를 가지고 있었다.


재판이 열리던 날, 다마라의 시민들 중 상당수가 왕성 앞 광장에 모였다. 순백의 귀부인을 지지하는 자도, 중상에 현혹되어 그녀를 마녀를 매도하던 자도 한데 모여 저마다 순백의 귀부인이 재판정(이라고 부르고 함정이라 읽는다)에 출두할 것인지를 놓고 갑론을박의 격론을 벌였다. 아침때가 지나서 왕과 여왕까지 재판정에 출석해 상석을 차지하고 앉았다. 이 재판 자체가 테티르의 중대사였던 까닭이다.


그리고 점심때가 지났을 무렵, 재판정을 둘러 싸고 있던 민중들 사이에 자연스럽게 길이 열렸다. 아무도 기대하지 않았던 일이 벌어진 것이다. 하얀 드레스를 입고 면사포로 얼굴을 가린 금발의 여성이 거대한 덩치의 유니콘을 타고 다마라의 성문을 통과해 광장 앞에 섰을 때, 민중들은 그녀의 몸에서 풍겨나오는 성스러운 기운에 눌려 자연스럽게 좌우로 길을 터 주었다.


유니콘은 무척 천천히 걸었다. 그리고 군중들 중에 몆몆은 그 환수의 발굽이 땅에 닿지조차 않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탄성을 질렀다. 재판장 석에 앉아 있던 베네딕토는 테티르의 왕과 여왕의 이름으로 유니콘에서 내리라고 소리쳤고, 곧 병사들이 달려와 창을 겨누고 말 위의 여성을 포위했다. 여성은 유니콘에서 내렸지만, 그녀를 포박해야 할 병사들은 그녀를 감싸고 있는 신성한 분위기에 압도당해 창을 겨눈 채로 슬금슬금 뒤로 물러설 뿐이었다. 여성은 제발로 걸어서 피고석에 가서 선 후, 상석에 앉은 왕과 여왕에게 고개를 가볍게 숙이는 것으로 예를 표했다.


다시 베네딕토는 왕실에 대한 무례를 지적하며 베일을 벗으라고 소리쳤고, 이번엔 여성이 당신을 위해서는 베일을 쓴 채로 재판을 받는게 좋겠다고 대답했다. 분노나 비웃음이 담기지 않은 그 목소리는 아름다웠고, 그리 크게 소리치지 않았음에도 광장의 구석구석까지 또렷하게 들렸다.


베네딕토는 재판장석에서 순백의 귀부인에 대한 [죄상]을 발표했다. 꽤 많은 죄목들이 있었지만, 요즘은 [젊은 장교들을 현혹해 테티르 왕실에 대한 반역을 도모했다]가 요지였다. 여성은 자신에게 씌워진 혐의에 대한 증거가 있는가 여부를 물었다. 물론 그런게 있을 리가 없다. 고문을 받은 장교들 중 몆몆이 자백(?)한 것이 전부였다. 이 시점에서 민중들은 누가 옳고 그른지 선명하게 알게 되었다. 민중들 속에 심어둔 베네딕토의 프락치 몆몆이 외친 순백의 귀부인에 대한 비난의 외침은 그보다 훨씬 더 압도적인 베네딕토에 대한 야유에 묻혔다.


하지만 재판은 속행되었다. 한통속인 궁정인들과 부패 귀족들로 이뤄진 배심원들은 피고석에 선 여인을 유죄라 선언했다. 아무런 제지를 받지 않고 다마라의 성문을 통과했다는 점으로 미루어 보아 사악한 마법을 쓰는 것이 분명하다는 이유에서였다. 이 발표로 민중의 적대감은 결정적인 것이 되었다. 그리고 그 때, 여인은 자신의 면사를 벗고 왕과 여왕을 향해 다시 한번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해 보였다.


" 왕자님, 공주님, 좀 더 오래 도와드리고 싶었지만, 이것으로 마지막이 되어야 할 것 같군요. "


여인의 얼굴을 본 코람 왕은 자리에서 일어나 근위대와 병사들에게 베네딕토와 배심원 전원을 체포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그들이 체포되는 법석을 떠는 동안, 여왕은 피고석에 서서 미소짓고 있는 여인을 향해 그리움이 가득한 표정으로 물었다.


" 그분은 별고 없으신지요? "/여왕


" 그분은 무탈하십니다. 그리고 두분께 안부와 깊은 염려를 전하셨답니다. "/순백의 귀부인


" 그점을 너무 절실히 깨닫게 되었습니다. 미안하고 부끄럽군요. "/여왕


피고석의 여인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리고 다음 순간, 그녀는 유니콘과 함께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그 후로 순백의 귀부인은 다시는 나타나지 않았다. 하지만 순백의 귀부인에 대한 국가 심문 재판은 결과적으로 테티르에 남아 있던 불순분자들을 모두 일소하는 계기가 되어, 그녀가 마지막까지 테티르를 도운 셈이 되었다. 그리고 여왕은 매년 사라두쉬 방어전 승리의 날에 테티르의 위기 때 마다 구원의 손길을 떨친 순백의 귀부인을 기리는 축제를 열기로 했다.


떠들썩했던 재판으로부터 며칠 지난 평범한 저녁, 다마라 성 거리마다 붙여진 공고를 보고 있는 일남삼녀(?)가 있었다. 테티르에서는 흔한 나무 엘프의 남녀 일행으로 분장하고 있었지만 그 정체는 슈발츠와 두르나, 플로라이다. 알루데시아가 치타 형태로 슈발츠 뒤를 졸졸 따르고 있는 점도 예전과 같았다.


이제 대중화 되어 가고 있는 뻣뻣하고 두꺼운 종이(목제 펄프로 만든)로 만들어진 공고 포스터에 그려진 그림은 베일이 달린 드레스를 입고 사라두쉬의 성벽 위에 서 있는 귀부인을 그린 그림이었는데, 목판화라 조금 투박한 느낌이었다.


" 널 기리는 축제라는데? "/슈발츠


" 부끄럽습니다... 하앙!... "/플로라


엉덩이를 쓰다듬어지자 부끄러움 때문에 예민해진 플로라가 과민반응(?)을 보였다. 물론 이쯤 되면 추정 가능한 이야기지만, 사라두쉬을 시작으로 테티르 군의 위기 때 마다 나타나 도움의 손길을 뻗은 [순백의 귀부인]은 그녀였다. 물론 지금은 귀부인 행세를 할 때와는 달리 엘프들이 즐겨 입는 잎사귀 레이스 장식이 달린 연녹색 여행복에 후드를 눌러 쓴 차림이다.


테티르는 웰다쓰 숲에서 나고 어린 시절을 보낸 플로라(와 젤라노라)에겐 정든 고향이다. 게다가 플로라는 어릴 때 (유학을 위해)떠나와서 그런지 고향을 생각하는 마음 씀씀이가 특별했다. 슈발츠는 칼라디나를 비롯한 지상의 파멸을 방치(?) 했지만, 그녀에게까지 지상의 일에 간섭하지 말라는 것은 잔인한 일일 것이다. 그래서 [정체를 숨길 것]이라는 단서를 주어 플로라가 테티르(왕실)를 돕도록 했던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 그녀는 테티르에서 축제를 받는 입장이 된 것이다.


" 하얀 면사포는 내의 아이디어였는데... 게다가 [백의의 자매단(Sisterhood Of White)]이라는 단체까지 생겼지요. 잘하면 사이비 종교 하나 나올 분위기? "


두르나가 조금은 질투 섞인 눈총을 보내며 한마디 거들었다. [백의의 자매단]은 사라두쉬에서 플로라가 가르쳐 조직한 [부상자들을 돕는 단체]가 정식으로 테티르 왕실의 인가를 얻은 후에 내세운 이름이다. 이 [자매단]은 전원 여자로, 단원들에게 약초학과 치료술을 가르치며 테티르가 전쟁을 할 때 부상자를 돌보는 야전 병원 역할까지 하게 되었다. 무려 여왕이 이 단체를 직접 후원하게 되었다.


" 그래도 자매단이라니, 좋은 아이디어가 아닌가 말이야. 음훗? "


슈발츠의 눈꼬리가 [음흉하게] 가늘어지는 것을 본 두르나와 플로라는 동생이 생길 것 같은 예감에 휩싸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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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부 시작점 기준으로 플로라는 23레벨 캐릭터로, 당연하지만 에픽입니다. 원래부터 고레벨 주문 시전자는 전략병기급이지만, 특히 플로라의 드루이드 기예는 일개 성 정도는 우습게 구할 수 있고, 작심하면 한 나라를 먹여살릴 정도입니다. 하지만 그렇게 대놓고 설치면 동급의 상대들이 우르르 몰려들기 때문에, 여기저기 살짝 얼굴만 비추고 다른 사람들을 격려(?)하는 수준으로 끝내지요. 이 패턴은 엘민스터 등 이미 에픽이 된 다른 거물들도 같습니다.


다만 플로라나 다른 슈발츠의 노예들이 다른 에픽들과 좀 다른 점은, 그녀들이 혹시라도 그러한 위기에 빠지면 슈발츠를 포함한 에픽 팀이 뜬다는 겁니다. 혼자서 신과 맞다이 까는 슈발츠만 해도 이미 손도 못댈 지경인데, 그만 못해도 일개 국가를 뒤엎을 수 있는 실력자들까지 한 팀을 짜서 되어 몰려오니, 어지간한 신격보다는 그녀가 훨씬 더 안전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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