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德厚の野望 71

71


“컥!”




일도가 가슴팍을 가로지른다. 순식간에 살이 쩍 벌어지면서 뼈와 선혈을 허공에 흩뿌렸다. 쿵, 하는 소리와 함께 넘어진 혈의인은 그대로 절명했다.



덕후 일행이 왕릉으로 들어가고 반 각, 백무와 쟁상이 이끄는 우문세가의 전사들이 마의선이 매복시킨 혈의인들을 정리하는 데 걸린 시간이었다.



“다친 놈들은 없나?!”



백무는 권갑에 묻은 살점을 털어내면서 쉰 목소리를 냈다. 도에 묻은 핏물을 닦던 쟁상이 피해 상황을 점검했다. 앞서 덕후 일행을 따라간 10명을 제외한 40명 인원 중에서 죽거나 다친 이들을 빼고 20명 정도만 멀쩡했다.



쟁상이 말을 꺼냈다.



“자넨 부상자와 함께 여기에 남아있게. 나는 안으로 들어가서 왕과 공녀님을 마중 나가지.”

“혼자 갈 생각인가?”

“왕릉 안 비좁을 거 아닌가? 여럿이 우르르 가봐야 좋을 것 없네. 그리고 난 구원하러 가는 게 아니야. 밖의 상황이 어찌 되었다고 알릴 겸 마중 나가는 것이지.”



쟁상은 먼저 들어간 일행에게 불미스러운 일이 있을 것이다, 라는 가정을 해버리면 백무가 물불 가리지 않고 따라나설 것임을 알기에 어휘를 골랐다. 그의 예상대로 백무는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알겠네. 빨리 나오게.”

쟁상은 입구로 가다가 깜빡 한 게 있다는 듯 백무에게 다가왔다. 백무도 책상 다리로 앉으려다가 몸을 일으켰다.




“누군가 오고 있네.”

“노골적으로 기척을 감추지 않는군. 그보다 숲에서 움직이는 게 익숙하지 않는 것 같아.”



둘의 얼굴은 딱딱하게 굳었다.



“부상자는 입구 쪽으로 옮기도록. 그리고 반원진을 펼쳐라.”



쟁상의 지시에 따라 우문세가의 전사들은 민첩하게 움직였다. 잠시 후, 바스락 거리며 잎사귀가 스치는 소리, 뚝뚝하고 나뭇가지가 발에 꺾이는 소리가 사방을 울렸다.



‘백 명은 훨씬 넘겠는 걸.’



쟁상은 전력 차가 얼추 잡히자 불길함을 느꼈다. 백무는 전방을 쏘아보았다. 전방에 모습을 나타내는 자로부터 불청객 중에서 가장 강한 존재감을 느꼈기 때문이다. 이윽고 공터로 나타난 그는 한 유생 차림의 청년을 대동하고 있었다.



팔척 장신에 원숭이처럼 긴 팔을 지닌 그는 차가운 얼굴을 하고 있었다. 허리에는 한 자루의 고검을 차서 지나가다 볼 수 있는 검객과 별반 다른 특징은 없었다. 그러나 그가 입을 여는 순간 장내의 모든 이목이 그에게 집중되었다.



“개새끼들도 자기 집 앞에서는 한 수 먹고 들어간다고 하지만, 뼈다귀 주워 먹으려고 모인 꼬락서니는 추잡하군.”



그의 빈정거림에 뒤에 있던 유생은 키득 웃었다. 백무와 장생의 안색이 모욕감으로 붉게 달아올랐으나 함부로 손을 쓰지 못했다. 상대의 기도에 빈틈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우문 천강을 씹는 것까지는 용서할 수 없었다.



“영호가의 투견께서 직접 오실 줄 알았더라면 초대장이라도 보낼 걸 그랬소!”



쟁상은 짐짓 중원식으로 포권을 해보였다. 그의 눈썹이 꿈틀했다. 그에게서 사나운 잠력이 뿜어져 나와 바람 한 점 없는 대기를 흔들었다. 

 

“네 놈은 뭐하는 개새끼냐?”

“이 몸은 오준의 쟁상, 이 친구는 백무라고 하오.”

“오, 근자에 발칙하게 고개를 드는 다섯 대가리가 있다고 했지. 그래서 나랑 대거리 한 번 해보시겠다?”

“어찌 우리가 영호가의 팔룡팔달에 비하겠소?”



영호 세가는 독각룡을 정점으로 문에는 팔달이, 무에는 팔룡 같이 걸출한 인재들이 있었다. 바로 이들이 십패 중 세 손가락에 드는 위명을 떨치게 하는 핵심 세력이었다. 쟁상이 투견이라고 야유를 보내긴 했지만, 대적 하는 상황만 아니었다면 투룡이라 불러야할 그는 팔룡의 일좌를 차지하고 있었다.



쟁상이 격의를 차리자, 영호 무원은 굽혔다고 생각했는지 살기를 거두었다.



“나, 영호 무원이 보고자 하는 이는 오로지 우문 천강뿐이다. 그는 어디에 있느냐?”



그, 영호 무원은 눈을 희번덕이며 왕릉 입구를 주시했다. 우문 세가 전사들 사이에 죽음을 각오한 전의가 비치기 시작했다. 투룡은 가주 우문 천강이 자웅을 결하지 못할 정도로 강자였다. 그리고 지금 왕릉 주변에는 100명 넘는 영호 세가의 무사들이 버티고 있을 터.



쟁상은 최악을 예감하면서, 묻지 않을 수 없었다.



“한 가지 궁금한 것이 있소. 우문 세가의 영역 깊숙이, 그리고 가주께서 계실 것이라는 것을 어떻게 알고 오신 것이오?”

“하하하, 그건 소생 영호 운비가 대신 풀어드리지요.”



영호 무원의 뒤에 훤칠한 인생의 서생이 자기 차례가 왔다는 듯 나섰다.



“본가는 귀가에서 예전에 우르르 몰려왔을 때, 준비가 부족하여 호된 경험을 하셨지요. 가주께서는 그 일로 침식을 잊을 정도로 신음하셨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빈손으로 돌려보내는 것은 예의가 아니잖느냐, 그래서 약소하나마 선물을 준비해 드리기로 했지요.”

“그 선물이 무엇이오? 일단 우리에게 준다면, 나중에 가주께 드리리다.”

“본가는 값싼 금은보화 따위를 선물하지 않습니다. 귀가의 가주에게 값진 선물이 무엇이겠습니까. 바로 무공이 아니겠습니까? 이 왕릉의 어딘가에 있을 대마두의 유산이라면 가주님 마음에 쏙 드실 것입니다.”



쟁상은 저도 모르게 신음을 흘렸다. 본가에서 나올 때부터 석연찮았던 것들이 밝혀졌지만, 드러난 진실은 거짓이었으면 좋았을 상황이었다.



“이 모든 게 함정이었나?”

“대마두의 유산은 진짜지요. 비록 그 진전을 이었다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지만.”



운비는 붙임성 있는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그러더니 푹 하고 한숨을 쉬었다.



“정말, 이 자리를 만드는데 정말이지 여러 가지로 고생 했습니다. 원래는 세작을 포섭해서 진행하려고 했는데, 남령 이남은 같은 한족조차 개새끼 편으로 만들 정도로 폐쇄적이더군요. 그러나 본가는 선물에 정성을 들일수록 기쁨이 비례할 것이라는 믿음을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단체나 지원으로 통하지 않는다면 그만한 일을 해치울 수 있는 인물을 보내면 된다. 그렇게 자원한 것이 빈객으로 있던 마의선이었다. 아니, 영호 세가의 두뇌들이 뾰족한 수를 찾지 못할 때 이때다 하고 가주에게 면담을 청했다. 마의선은 가주와 팔달이 모인 자리에서 영호 세가의 계책을 성공시켜주는 대신, 그 대가로 자기 실험을 하는 데 있어 드는 비용을 몽땅 지원해달라는 것이었다.



가주와 수뇌는 고민 끝에 받아들였다. 작업금과 함께 가문을 위해 언제든지 죽을 각오로 키워진 무사들을 추려서 붙여주었다. 그 뒤는 일사천리였다.



마의선은 자신의 뛰어난 의술로 왕부 여인들의 미용을 봐줌으로써 환심을 샀다. 그렇게 총비들을 통해 번왕까지 흔들어 왕릉을 암묵적으로 대여하는 데 성공했다. 그 다음으로는 우문 세가 그늘에 있는 아이들을 무차별로 납치하여 대마두의 유산과 함께 괴담을 동시에 양성해냈다.



괴담은 신녀 우문 자미를 움직이고, 유산은 우문 천강을 움직이게 하리라는 의도는 적중했다. 마의선은 천강 일행이 왕릉으로 온다는 소식을 접하자마자 급편을 보냈다. 급편을 받은 영호 세가는 신속하게 움직였다. 영호 무원을 대장으로, 영호 운비를 보좌로 경공이 빠른 무사들을 대거 파견했다. 이들이 우문 천강과 자미를 왕릉에서 뼈를 묻게 만든다면, 그때는 총공세를 취해 머리 없이 혼란에 빠진 우문 세가를 멸망시킨다는 시나리오였다. 그리고 그 계책은 8할 이상 성공을 보이고 있었다.



“....이렇게 되었으니 순순히 항복한다면 유혈사태는 없을 것입니다.”



영호 운비는 우문 가 전사들 앞에 깔보는 태도를 감추지 않았다. 우문 가의 전사들은 처음에는 동요했으나 이야기가 끝날 무렵에는 착 가라앉았다.



‘안 좋군. 쓸데없이 자극했어.’



영호 무원은 인상을 살짝 찌푸렸다. 영호 운비 딴에는 너희들은 가장 절망에 빠졌다는 것을 강조하면서 전의를 꺾어놓을 심산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영호 무원은 그런 처지에 빠진 이들이 전장에서 더욱 발악한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았다. 한 줄기의 희망이 보일락 말락 할 때가 가장 나약한 법이다.



‘저 놈은 좀 더 굴러야겠군.’



수문장으로 영호 세가의 남부를 지킨 그와 달리 운비는 세가의 심처에서 자란 영재였다. 한 때 팔달에 이름을 올렸으나 신도 후계자 건에 처신을 잘못해서 지위를 박탈당했다. 그래서 운비는 우문 세가 건을 팔달로 복귀할 공훈으로 노리고 있던 차였다. 자기 공훈이 주목 받을 순간이 지금이라고 여겨서 그런지 필요 이상으로 흥분해 보였다.



“나머지 궁금한 것은 염라대왕한테 물어보도록.”



무원은 운비를 재치고 검을 뽑았다. 운비는 자신이 너무 말이 많았음을 알고 계면쩍은 얼굴로 몇 발 물러나 신호를 보냈다. 영호 세가의 무사들이 점점 자리를 좁혀옴에도 백무와 쟁상은 감히 주변을 둘러보지 못했다.



자신에게 차근차근 다가오는 무원이 검을 천천히 들었고, 그 검은 눈 뜨고 바라보기 힘들 정도로 풍압을 형성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풍압은 점점 검 주위로 회전을 하며 압축되더니 이윽고 소리 없이 사라졌다.



백무와 쟁상은 최후의 분전과 별개로 마음 한 켠에는 죽음을 받아들였다.



무원이 보란 듯이 펼친 것은 검강이었으니까.



* * *



-화르륵!



화섭자에 붙은 불이 어둠을 한 발 물리친다. 사물의 윤곽을 간신히 구분할 수 있는 밝기였으나, 덕후 일행의 안력으로는 충분했다.

 

“으음....”

“헉..”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일행에게서 신음이 터져 나왔다. 그들이 있는 곳은 사방이 20장에 달하는 넓은 동공이었는데, 후면은 누런 벽으로 막혀 있었다. 반대로 전면은 4개의 입구가 나 있었다. 일행이 놀란 것은 왕릉 밑에 별천지를 발견했을 뿐만 아니라 시체가 입구 쪽으로 머리를 향하고 나란히 놓여있기 때문이었다.



“저들은 가주님의 근위 무사들인데...”



장우가 탄식을 하며 다가가 살펴보려하자 소월하가 제지했다.



“신중하세요. 시신에 독이 있을지 몰라요.”

“음.”



장우는 손을 뻗으려다가 멈칫했다. 우문 자미는 장우의 어깨를 살짝 잡아주는 것으로 행동을 말리고는 자신이 직접 시체를 살폈다. 자미는 시체 지척거리에 코를 대고 킁킁 대거나 전신을 해부는 듯 날카로운 눈으로 꼼꼼히 확인을 하였다. 한참 후 자미는 장우에게 숙연한 표정으로 수화를 보냈다. 장우는 잠시 호흡을 고르더니 빠르게 설명했다.



“독은 없다 하시오. 다만 모종의 조치는 있는 것 같소. 죽은 지 하루가 지났는데 부패한 흔적은 안 보인다고 하오. 상흔을 봐서는 이 자리에서 바로 죽은 것 같지는 않고, 어디선가 죽은 후에 끌려온 것 같다고 하오.”

“그렇다면 매제 신상에 큰 일이 닥친 것이 아니오?”



덕후가 호들갑을 떨자 장우가 그를 노려보았다. 덕후가 왜 그러냐는 듯 고개를 갸웃하다가 옆구리를 움켜쥐었다. 소월하가 꼬집기로 응징했기 때문이었다.



“근위 무사들이 이곳에 있다면, 가주님도 이곳에 계시거나 아니면 다른 출구로 나갔을지도 몰라요. 도로 올라갈 수단이 없으니 다른 곳을 찾아야 해요.”



일행은 소월하의 의견에 동의했다. 그러나 네 길 중 어느 길로 가야할까를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당초 목적이 가주의 수색임을 생각하면 인원을 나눠서 네 길로 들여보내는 것이 이롭겠지만, 적지 한복판에 전력을 약화시키는 바보짓은 할 수 없었다.



“신녀님께서 소 부인의 생각은 어떻냐고 묻습니다.”



아까부터 누런 벽에 시선을 고정 시킨 채 말이 없었던 소월하에게 복안이 있다고 여겼는지 자미가 장우를 통해 물었다.



“제게 사람 4명의 목숨을 맡겨주실 수 있나요?”

“네 길로 한 명 씩 정탐을 보내려는 것인지?”

“네. 문득 한 생각이 스치더군요. 가설이 맞는지 확인하기 위해서 4명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제 지시를 분명히 명심해야 합니다.”

“그게 무엇이오?”

“적이 습격이 없으면, 길 따라 가는 데까지 가다가 흙색이 변하거나 질감이 확실히 다르면 한 움큼만 챙겨 오시면 되요.”



소월하를 제외한 모두들 아리송한 표정을 지었다. 장우는 자미의 승인으로 일단 시키는대로 했다. 네 명이 각자 입구로 들어가고 반 시진 후 시간 차를 두고 도로 나왔다. 그들은 왼 손에 흙을 한 움큼 쥐고 있었다.



“네 분은 사방을 점해서 그 흙을 푸세요.”



시키는 대로 하고 소월하가 마지막으로 바닥의 흙을 한 움큼 쥐어 놓았다. 적색, 청색, 검은색, 흰색, 노란색이 나란히 다섯 방향을 점했다. 소월하는 다섯 흙을 기점으로 소도를 꺼내 선을 죽죽 그었다. 진법에 문외한인 이들도 눈에 익은 도형이 그려졌다.



“오행진?”

“지금 우리가 있는 곳은 토의 방, 그래서 흙색이 노란색이었던 거예요. 통로는 상생과 상극의 이치에 따라 낸 거죠.”

“뭐야, 생각 보다 복잡한 진은 아니구먼.”



다들 감탄하는데 덕후만은 심드렁하니 초를 쳤다. 모든 이들이 째려보기 시작하자 덕후는 서둘러 소월하를 향해 엄지를 치켜세웠다.



“대마두가 잠든 곳치고는 진의 구성이 허술하다는 것이지,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않고 몇 가지 단서만 가지고 추측한 부인이야 말로 천재 중의 천재라오!”

“어머나, 소녀가 아무리 잘났다 한들, 나리와 같은 변명의 천재에 비할까요. 아무튼 상생에 따라서 한 바퀴 돌도록 해요. 그래도 미궁에 있는 방 전체는 돌 수 있을 거예요.”

“딱히 이유라도 있소?”



장우가 물었다. 소월하는 몇 번 머뭇거리다가 짧게 말했다.



“오행의 원리를 따온 여러 진법이 있지만 시체까지 썩지 않고 보존할 정도로 강력한 영향을 발휘한 진은 하나 밖에 없어요. 먼 옛날 망했다는 혈교에서 만든 공희오행진이죠. 소녀의 예상이 맞는다면 이 오행진은 시간이 흐를수록 심신에 지대한 영향을 줄 거예요.”



소월하의 설명은 다음과 같았다. 이 오행진은 단순히 방위만 본 뜬 것이 아니다. 오행에 해당하는 광물이나 비약을 각 공동에 도배하다시피 깐다. 그러면 각 동공마다 오행의 기운이 하나 씩 우러나는 데, 각 통로를 파이프라인 삼아 돌고 돌 게 하여 증폭과 순환 상태를 유지시킨 다는 것이다. 

 

“땅 속에는 인간이 접하면 죽는 기운들이 있어요. 그래서 경험 많은 광부들은 채굴할 때, 잘 우는 새를 데려가죠. 눈에 보이지 않지만 새가 갑자기 울거나 죽어버리면 죽음의 기운이 있다는 것을 대신 감지할 수 있던 거죠. 이 오행진도 비슷해요. 다만 인위적으로 만들었다는 차이가 있을 뿐이죠.”



상생의 통로를 걸으면 정신이 맑아지고 심신을 보하는 데 이롭지만, 상극의 통로를 거닐면 반대로 어지럽고, 심신에 타격을 받게 된다는 것이다.



장우로부터 설명을 듣던 자미의 안색이 돌변하더니 장우에게 급히 수화를 보냈다. 장우는 자미가 전한 뜻을 알고 얼굴이 파랗게 변했다.



“그, 그러면 이 원리를 모르고 마구 헤집고 다닐 경우는 어떻게 되오?”

“주화입마에 들 확률이 높겠죠.”



소월하는 질문의 의도를 파악하고 무겁게 말했다. 천강이 이곳에 있었다면, 그리고 출구를 발견하지 못했다면? 최악의 경우에는 이미 죽었거나, 운이 좋으면 정신을 잃고 어딘가 쓰러졌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자미는 가장 바깥에 있는 통로로 몸을 날렸다. 일행도 가주를 찾기 위해 그 뒤를 쫓았다. 다음 방은 소월하의 예상대로 색깔이 달랐으며, 시체도 나란히 입구를 향해 머리를 향하고 있었다. 전의 방에서 겪은 일도 있고, 이미 각 방마다 이런 식으로 버려졌을 거라 예상한 덕분에 무심코 지나쳤지만 마라는 달랐다.



덕후 곁에 붙어서 따라다니던 마라는 궁금증을 이기지 못하고 소매를 잡아당겼다. 덕후가 귀를 가까이 가져가자 속삭였다.



 “아빠, 시체를 통로 근처에 놓은 이유가 뭐야?”

“먹고 싶어?”

“에이, 엉뚱한 소리한다. 아빠가 땅에 떨어진 것은 먹지 말라고 했잖아. 그리고 저런 건 별로 먹고 싶지 않아.”

 

즐겨먹던 빵에 방부제가 잔뜩 들어간 것을 알고 꺼리는 반응이었다.


 

“후후, 배고프면 그럴 수도 있는 거지. 그래, 왜 시체를 통로에 놓았느냐고? 작은 엄마가 말하지 않았지만, 원래 이 오행진의 진정한 모용은 인신공양으로 공동마다 연료...아니, 시체를 적절하게 채웠을 때부터란다.”

“이 넓은 공간을?”

“그래. 사람에게는 많든 적든 혼백이 있다는 건 알겠지? 혼백의 질과 양이 높을수록 어떻게 되겠니?”



마라는 입에 침이 잔뜩 고이는 것을 느꼈다. 덕후가 말하는 것은 마검령인 자신에게 더할 나위 없는 보양식이었다. 어쩌면 마검령의 수준이 한 단계 진화할지도 모르는 레벨인 것이다. 황홀감에 젖은 소녀의 표정은 사이한 아름다움을 품기 시작했다.



“엄청 맛있을 거 같아. 그런 거 마라가 진짜 좋아하는 거야. 윽!”



덕후는 마라의 이마에 딱 밤을 먹였다. 마라는 자신의 실수를 알고 급히 요기를 수습했다. 감이 좋은 자미가 퍼뜩 자신 쪽을 돌아보는 것을 헤실 거리는 웃음으로 무마했다.



“이 진이 우리 딸 같은 존재를 위해서 만든 건 아니다만, 그럴 목적으로 만들어진 건 분명 사실이란다.”



광신으로 집단 순교를 조장한다. 수 백, 수천의 인명이 자진하면서 세상에 품은 저주와 원망을 품으며 죽어가는 것이다. 오염된 혼백들을 강력한 영적 역장을 발생하는 공희오행진을 통해 축적과 윤회를 거듭시킨다. 이 힘을 한 개체에 오롯이 담을 수 있다면, 그것이 무기라면 희대의 마병이 될 것이고, 인간이라면 인간의 규격을 벗어난 초인이 탄생할 것이다.

설명을 들은 마라가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대마두가 나랑 같은 존재인거야?”

“무슨 소리. 그는 당연히 인간이지. 우리 딸처럼 영생불사의 존재라면 이런 오행진 같은 거 또 만들 필요는 없거든. 공양오행진 따위보다 아빠가 한 수 위다.”



덕후는 코웃음을 쳤다. 마라는 고개를 갸웃했다. 덕후는 예상했다는 듯 자상한 눈빛을 한다. 마라는 입술을 삐죽였다.



“어차피 죽는 거 왜 공희오행진 같은 거 만들어?”

“우리 딸은 무림에서 대마두의 유산을 찾았다는 소리를 들은 적 있니?”

“웅...그런 건 없대. 몇 번 시도는 있지만 얻은 건 하나도 없다고 하더라.”

“그런데도 용케도 가자고 떼를 썼구나.”

“응! 착한 딸은 아빠만 믿으니까!”



마라가 착한 티를 내며 고개를 끄덕였다. 덕후는 쓰게 웃었다.



“여기 와서 확신이 든 거다만, 대마두의 유산은 무공 비급이나 영약 같은 게 아닐 거다. 아마도 아마 이 공희오행진의 비밀을 푸는 자가 대마두의 진짜 유산을 이어받을 수 있을 테지. 우리 딸만 그 생각하는 게 아니고 다른 사람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구나. 그러니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나도 성질대로 하지 말고 아빠가 시키는 대로만 하렴.”

“응!”



마라가 기운차게 대답하자 덕후는 마라의 머리칼을 한 차례 쓰다듬었다.



“말 잘 들으면 별미도 생길거야.”
“별미? 그건 뭐야?”

 


덕후의 대답은 나오지 않았다. 오행진을 한 바퀴 돌고 토의 방으로 다시 도착하기 직전의 화의 공동에서 의식을 잃고 쓰러진 우문 천강을 발견했기 때문이었다.

 


###

요즘 프로로 전직(?)을 하고 기획 단계부터 밟아가자니, 절실하게 느낀 게...정말 기초가 없고 여태까지 아무 생각 없이 글을 썼구나, 하는 것입니다. 나름 글쟁이 경력이 10년은 넘었는데도 불구하고. 현재는 삼류에서 이류로 올라가려고 발버둥치고 있습니다. 이왕 글을 쓰는 것, 언젠가는 일류를 넘어 정상을 바라볼 욕심을 가지려고 합니다.



그렇다고 이 글이 갑자기 수작으로 탈바꿈하는 건 무리지만.(첫 단추부터 잘못 끼웠어....구조부터가 문제야.....) 이대로 답이 없는 상태면, 아예 다 지워버리고 새로 연재할까 고려중이기도 합니다. 욕심만 앞서서 무리하게 스케일을 벌리지 말고, 제 수준을 알고, 제 능력에 맞게, 짜임새 있는 재미를 전달할 수 있는 무협야설로 말이죠. 확신이 들기 전까지는 이 글은 계속 쓰긴 하겠습니다만...


아무튼, 다음 화는 언제 올릴지 기약 없으니 네이버3 독자 분들께 미리 메리 크리스마스 & 근하신년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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