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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내가 만드는 이야기

도쿄 사바나 1

4월 14일 아키타(*주, 일본 도호쿠 지방의 현) 오후 8시 아쿠츠 요헤이



여기 한 명의 남자가 있다. 이름은 아쿠츠 요헤이. 현지 거주자로서 아키타현의 지역 대학에 입학한 지 얼마 안된 신입생이다. 나이는 18세.

지금 그는 요즘 일본 지방도시라면 어디나 겪고있는 젊은 층의 인구유출로 쇠락해버린 지역상가에 자리잡은 패스트 푸드점 한쪽 구석에 있었다. 건너 편에는 고등학교 동창이기도 한 불알친구 켄타가 앉아 있었다.

도쿄에 있는 대학으로 진학해 원거리 연애를 하게 된 연인 에노모토 미카에 대해서 친구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중이었다.

"요헤이, 너 괜찮아? 도쿄라는 동네는 굉장하다구. 게다가 도토대학(*주, 실제 있는 대학이 아니라 주로 각종창작문화매체에서 도쿄대학을 이미지로 내세우는 가공의 대학 이름. 우리나라의 "한국대학" 비슷한 느낌?)은 엄청나게 크고 사람도 무지 많단말야. 미카쨩 위험하지 않겠어? 엄청 미인이잖아. 지방에서 올라온 미인 신입생은 그것만으로도 사방에서 주목을 받는다구"

이야기를 주고받는다, 라기보다는 좀 전부터 주로 켄타가 일방적으로 "원거리 연애가 잘 될 턱이 없잖어. 일찌감치 관두는 편이 좋아"라고 요헤이를 설득하고 있는 것 뿐이었지만.

켄타는 "에노모토 미카가 도쿄의 대학에서 여러 남자들에게 유혹당해 결국은 거기에 넘어가 바람을 피우고 말 것이다"라고 확신(?)하고 있었다.

물론 짖궂게 놀리려고 하는 말이 아니라 진지하게 친구를 위해 걱정해주는 말이었다.

켄타는 정말 좋은 친구였다. 굳이 오쟁이지는 경험을 하고 피를 토할 정도로 정신적인 데미지를 받게 될 친구의 모습은 결단코 보고 싶지 않은 것이었다. 때론 거칠게 때론 부드럽게 때론 직설적으로 "결국 비참한 결과만 기다리고 있을 뿐이야"라고 열심히 설득하고 있었다.

하지만, 사랑이라고 하는 물건은 맹목적인 것이다. 고등학교 3년 내내 단단한 애정관계를 쌓아올려왔다고 자신하는 요헤이는 친구의 말이 전혀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요헤이는 자신의 그녀가 아주 똑똑한 여자라고 생각했다. 흔하디 흔한 "시골출신 공부벌레"하고는 다르다고 믿고 있었다. 회식자리든 뭐든 아주 질릴만큼 불려나갈테고, 때로는 남자들에게 구애받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미카라면, 자신의 영리한 그녀라면, 그런 것 쯤이야 깔끔하게 맺고 끊을 수 있을거라고, 추호도 믿어 의심치 않았다.

"괜찮다니까. 그래, 옛날엔 원거리 연애가 큰 일이었을지도 모르지만, 요즘엔 인터넷도 있다구. 메일도 전화도 항상 연결될 수 있고. 웹캠만 있으면 서로 얼굴보고 이야기도 나눌 수 있는 시대다 너, 요즘은. 집이 좀 멀리 떨어져있는 연인사이나 마찬가지라구"

우롱차를 홀짝이면서 태평스레 말한다. 이래서야 어느 쪽이 미카의 그이인지 원. 켄타는 되려 친구인 자신이 더 그녀를 걱정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힘이 쭉 빠져버렸다.

"저기 말이다, 너 남자들 너무 얕보지 마. 특히나 도시 녀석들. 놈들은 야생 늑대나 다름없다구. 뉴스에서도 종종 나오잖아. 모 대학 모 써클 모임에서 만취한 여자신입생이 집단으로... 라든지 뭐 그런 뉴스"

"아냐 아냐, 미카를 몰라? 너도 미카가 얼마나 똑 부러지는 여자앤지 잘 알고 있잖아. 딴 여자들은 몰라도 걔만은 절대로 아냐. 절대 휘청거릴 때까지 술마시는 법도 없고, 남자들만 득실거리는 장소라면 애초에 가지도 않아"

"바로 그거야 임마. 그녀라고 왜 혼자 아키타에서 도쿄로 나갔는데 불안한 마음이 없겠어. 아키타에 있을 땐 씩씩한 마음을 가지고 있던 그녀라도 문득 약해져버리는 순간은 있는거라고. 그럴 때 달콤한 말이랑 술로 능숙한 남자가 접근해오면?.... 평소에 워낙 잘 하는 사람이니까 반대로 흐트러질 때 더 위험한, 그런 패턴도 충분히 있을 수 있다구"

요헤이가 입에 물고 있던 빨대에 숨을 불어넣어 음료수 잔에 뽀글뽀글 거품을 만든다.

"야야, 우리 지금 미카 얘기하는 거 맞냐? 그 뻣뻣하다 못해 부러질 지경의, 과묵하기 짝이 없는 미카양께서 그런 유혹에 넘어갈꺼라구? 그래, 분명 미인은 맞는데, 미카 녀석... 고지식한 얼굴 하고 저쪽 구석 귀퉁이에 혼자 앉아 늘 외톨이 신세 되는 거 아닌가, 난 그게 더 걱정이다. 솔직히 걔가 좀 더 사교적인 성격이었으면 네가 하는 말에 걱정이 될 수도 있겠다만"

그랬다. 에노모토 미카는 고교시절 내내 거의 입을 떼 본 적이 없는 마치 장식물과도 같은 소녀였다. 공부도 운동도 늘 우수한 편이었지만, 사교성만큼은 제로를 넘어 마이너스. 게다가 미인이라는 점이 오히려 사람들의 접근을 더 어렵게했다. 만약 아키타처럼 "사람들끼리 다들 서로 마음을 터놓고 친하게 지내는 시골 마을"이 아니었다면, 미카는 남자친구같은 거 절대 만들지 않았을 아이였다.

요헤이는 그 정도로 완전히 안심하고 있었다.

점내 시계를 확인해보니 벌써 밤 8시였다. 켄타가 "그럼 지금 당장 미카한테 전화해 봐"라며 채근했다.

"어디 써클 패거리들이 신입회원 유치 다과회같은 데로 끌고 갔을지도 몰라"

켄타의 누나도 도쿄 소재의 대학에 다니고 있었다. 그녀가 얼마나 자유분방한 자취생활을 하고 있는지, 어머니로부터 늘 푸념을 듣곤 했다. 켄타는 도쿄의 대학생활, 특히 지방에서 도쿄로 올라가 자취생활을 하고 있는 여자가 무슨 짓을 하고 다니는지 뼛속 깊이 잘 알고 있었다.

요헤이가 잠깐 생각하는 것 같더니,

"그래, 한 번 해 보지 뭐"

그렇게 말하고 휴대폰을 꺼내 전화번호를 누른다.

켄타는 혹 괜한 짓을 한 건 아닌가 하고 후회하기 시작했다. 요헤이의 휴대폰이 도쿄에 있는 미카의 휴대폰과 연결된다. 그런데 그녀가 전화를 받지 않는다거나, 혹은 받더라도 주위에 시끄러운 남자들의 목소리가 들려 온다면...

"어? 안 받네... 전화 온 줄 모르나?"

호출음은 울리고 있었지만 미카가 전화를 받지 않는다. 켄타는 안심하는 것과 동시에, 어쩌면 차라리 전화를 받는 편이 나을 정도로 뭔가 뒤에서 더 끔찍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에 머리속이 혼란스러워졌다. 요헤이의 얼굴도 똑바로 쳐다보지 못하고 묵묵히 자신의 우롱차만 홀짝거린다.

"흐음, 바쁜 일이라도 있나. 뭐 목욕 중일지도 모르고. 암튼 넌 걱정도 너무 사서 해 임마. 요새 대학생들도 초식화가 문제라잖냐. 남자애들도 암만 미인이라지만 일부러 미카같이 극단적으로 디펜스가 강한 여자애한테... 어? 뭐야 너, 그렇게 걱정돼?"

이마를 찡그린 채 아무 말도 없는 켄타. 요헤이는 도무지 켄타의 걱정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미카는 자신이 제일 잘 알고 있다. 그녀가 얼마나 극단적으로 낯가림을 하는 지도.

지금 요헤이는 남자친구로서 여자친구의 대학생활이 부드럽게 출발할 수만 있다면 그걸로 괜찮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에이, 다과회 정도야, 얼마든지 나가도 괜찮아--- 그런 생각이었던 것이다.











4월 14일 도쿄 오후 6시 스가와라 츠요시



여기 한 명의 남자가 있다. 이름은 스가와라 츠요시. 도토대학 3학년이다. 재수해서 들어왔으니까 나이는 스물 셋이었다.

그런 그에게 있어서 신입생은 그저 어린애나 다름없었다. 특히 여자 신입생, 더구나 시골에서 막 올라와 이제 막 낯선 자취생활을 시작한 계집은---, 아예 맨살을 무방비로 내놓고 돌아다니는 사바나의 초식동물이나 매한가지였다.

그는 지금 오늘의 다과회 장소인 술집 앞에 서 있었다. 친하게 지내는 동료들과 함께 아무것도 모르고 어슬렁어슬렁 걸어들어오는 사냥감을 마중나와 있었다.

그의 손이 주머니 속에 넣어둔 약을 매만지고 있었다. 안에 흰색 가루가 가득 담긴 조그만 캡슐을 잠시도 쉬지않고 주무르고 있었다. 얌전히 앉아 기다리고 있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보고에 의하면 오늘, 아키타에서 상경한 초특급 미인 하나를 캐치했다는 것. 스가와라는 그녀의 얼굴이랑 몸매를 어서 확인하고 싶어서 안달이 난 상태였다.

"아, 왔네요..."

옆에 서 있던 2학년 남자가 스가와라의 어깨를 툭툭 치며 앞을 가리켰다.

담배를 바닥에 버리고 그 쪽으로 시선을 돌린다.

번화가의 떠들썩한 골목 쪽에서 막 돌아 나오는 눈부시게 빛나는 신입생들과 그들을 인솔하는 자기 패거리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스가와라는 다가오는 신입생 한 사람 한 사람을 훑어보다가 곧 한 사람에게 시선을 고정시켰다.

하얀 색 원피스를 입은 품위있어 보이는 여자가 무표정한 얼굴로 또박또박 걸어온다. 그야말로 "시골에서 열심히 공부해 도쿄의 대학에 입학했어요"라고 말하는 것 같은, 화려하진 않지만 소박한 매력이 흘러넘치는 미인이 거기 있었다.

"휘이잇---"

옆에 선 녀석이 휘파람을 분다. 저 년이 바로 그 소문의 아키타 미인이 틀림없었다.

다른 여자들 역시도 요즘 여대생답게 꽤 맛있게 생긴 년들이었지만, 저 년은 그 중에서도 군계일학이었다. 흰 원피스 사이사이로 비치는 새하얀 피부가 반짝이는 네온 빛을 받아 요염하게 빛나고 있었다.

"하하핫"

죽이는 미인이라고 듣긴 했지만 설마 이 정도일줄이야. 스가와라의 입에서 예상이 행복하게 빗나갔을 때 터져나오는 특유의 헛웃음이 새어나오고 있었다.

"히야아~ 오늘 술자리는 정말이지 너무 즐겁겠는걸"

스가와라의 말에 옆에 있던 녀석도 눈을 번뜩였다.

녀석이 스가와라 뒤를 졸졸 따라다니는 것도 다 이런 콩고물 때문이었다. 저 아키타 미인을 있다가 같이 돌려먹을거라고 생각하니 벌써부터 바지 안에서 자지가 꼴리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4월 14일 도쿄 오후 6시 에노모토 미카



여기 한 명의 여자가 있다. 이름은 에노모토 미카. 아키타에서 도쿄로 올라온지 얼마 안된 18세의 여대생이다.

기숙사의 자기 방 정리도 아직 채 끝내지 못했다. 포장용 골판지상자를 산처럼 쌓아둔채 입학시즌의 각종 일들로 눈코뜰새없이 바빠 그대로 방치해두고 있었다.

그녀는 지금, 상급생들에게 이끌려 번화가의 한 구석에 위치한 진한 색깔의 건물 3층으로 향하고 있었다. 네 명의 여자 신입생들과 함께 어슴푸레한 계단을 지친 다리로 터벅터벅 올라간다.

상급생은 전원 남자였다. 자주 찾는 가게라도 되는지 자기 집인양 헤매지도 않고 성큼성큼 계단을 올라간다.

꽤나 기분이 좋은 모양인지, 내내 환하게 웃는 얼굴로 이쪽을 바라보고 이야기를 하는 그들. 미카는 아키타에서는 상상도 못 했던 그 터무니없이 경박한 느낌에 곧바로 혐오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어이, 여기야 여기"

가게 입구로 들어가 카운터를 지나면 그 안으로 개인실이 줄지어 있었다. 가라오케의 음식점 버전인가? 중앙 복도를 따라 양쪽으로 튼튼하게 생긴 육중한 문이 여러 개 보인다.

이미 분위기가 무르익었는지, 두꺼운 벽 너머로 벌써부터 즐겁게 떠드는 소리가 들려왔다. 비록 내용까지는 알아들을 수 없었지만, 수많은 사람들이 왁자지껄 떠들어대는 모습이 그려진다. 문 안쪽의 방은 꽤 넓은 것 같았다. 희미하긴 하지만 음식이나 음료수 냄새도 새어나오고 있었다.

솔직히 말해, 그다지 맘에 드는 장소는 아니라는 느낌. 뭐 하긴, 도쿄에선 이 정도가 보통이라는 거 익히 들어 알고는 있었지만.

그래도 역시 아키타의 깡촌에서 올라온 미카에겐 아무리 익숙해지려고 해도 익숙해지기 힘든 분위기의 그런 가게임에 틀림없다.

"신입생 도착~!"

상급생 하나가 그렇게 소리치며 문을 열었다. 그순간 방 안에서 커다란 환호성이 터져나왔다.

입구에서 신발을 벗고 들어가게 되어있는 다다미가 깔려있는 커다란 방이었다. 가운데 테이블 주위에 열 명이 넘는 선배들이 나란히 앉아 있었다. 전원 남자였다.

같은 학부 친구의 권유로 따라 온 것이었기 때문에 미카는 이 모임이 무슨 모임인지도 잘 모르고 있었다. 무슨 써클인가의 신입생 유치 다과회라고 했던가. 아님 그저 단순히 아는 사람들끼리 모인 친목모임이라고 했던가.

낯가림이 심한 미카는 사실 아직도 신입생 친구들과 제대로 사귀지 못하고 있었다. 이제 막 도쿄라는 대도시에 상경한지라 이것저것 아무것도 모르는 절박한 처지에, 누가 말만 걸어줘도 감사할 지경이었다. 오늘 역시도 아무런 사정도 듣지 못한 채, 그저 친구들 뒤를 졸졸 따라왔을 뿐이었다.

"오오오오~ 귀여운데!"

자리에서 일어나는 연상의 남자들. 다들 자기 쪽을 바라보며 소리지르고 있었다.

다른 네 명의 여자 신입생들 얼굴을 바라보고 미카는 한층 더 기분이 나빠졌다. 이러다 동성의 친구들에게 미움받게 될지도 모른다. 그것만은 피하고 싶었다. 미카는 고개를 숙이고 잠자코 있었다.

"자아, 어서 들어와"

신발을 벗고 방에 들어가자 안쪽에 앉아있던 상급생들 사이로 자리가 마련된다. 다섯 명의 여자 신입생 전원이 한 자리씩 건너 남자들 사이에 앉게 되었다. 꼭 룸살롱 아가씨들처럼.

물흐르듯 능숙한 그 자연스런 솜씨에 미카는 내심 기가 막혔다. 이 사람들은 대학에 들어와 공부는 안 하고, 이런 거에만 정열을 불태운 건가. 이 익숙하기 짝이 없는 자리배치 솜씨라니, 늘상 이런 것만 하고 노는 게 확실했다.

"이름이 뭐야?"

좌우에 앉은 남자들이 한꺼번에 말을 걸어왔다. 미카는 몸을 움츠리면서 원피스 치마자락을 끌어내려 최대한 허벅지를 가렸다. 다다미에 방석이라, 스커트를 입은 입장에선 몸가짐이 꽤 불편했다.

"에노모토입니다"

"이름말야 이름"

"미카"

"어떻게 쓰는데?"

"아름다울 美자에, 향기 香자로 씁니다"

"우와아---, 아름다운 향기! 이름하고 실물하고 아주 딱 들어맞는걸! 흐으응~ 아, 냄새 좋다!"

이미 얼큰하게 술에 취한 상급생들이 닭꼬치를 한 손에 들고 미카의 몸에 코를 가까이 대 냄새를 맡는다. 새콤달콤한 신입생 여자애의 냄새에 흥분해 손뼉을 치며 서로 마구 웃어제낀다.

하는 짓이 딱 도쿄 날라리 대학생다웠다. 아키타에서 올라온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 조심하지 않으면 금새 사투리가 튀어나와버리는 미카로서는 그저 쓴 웃음만 짓고 있을 수 밖에 없었다.

주위를 둘러보니 다른 여자애들 역시 곤란한 표정으로 남자들에게 둘러싸여 있었다.











4월 14일 도쿄 오후 7시 스가와라 츠요시



여자애들도 슬슬 술기운이 돌기 시작하고 있었다. 스가와라는 몇 명의 3학년생을 방 밖으로 불러내 작전회의를 벌였다. 복도를 왕래하는 점원이 듣든 말든 상관하지않고 당당하게 범죄계획을 협의한다.

"그 네 명은 방해밖에 안돼. 따먹고 싶은 놈 있으면 데꼬 나가. 아무도 안 땡기면 적당히 돌려보내고"

"스가씨, 약 먹일겁니까?"

"당근이지 새꺄. 오늘같은 날 안 써먹으면 언제 써먹냐. 니들도 저렇게 죽이게 이쁜 년 오랜만이잖아"

"헤에---, 근데 저 년 졸라 안 넘어오더라구요. 가드가 존나게 쎄요"

"빙신, 그니까 약을 쓰는거잖냐. 푹 재워서 일단 한 번 돌리면 다 질질 싸게 돼있어"

"에헤헤, 그렇군요. 사실 평소에 저렇게 비싸게 구는 년이 약먹고 뻗으면 그게 또 별미긴 하죠"

"그렇고 말고. 자, 그럼 시킨대로 움직여라. 난 가서 그 년한테 뻐꾸기 좀 날리고 있으마"

"참, 스가씨, 아직 그 년하고 말 안 섞어봤죠? 조심하세요. 그 년, 의외로 촉이 좋은 거 같으니까. 약 먹이기 전에 눈치까고 튀면 좆되잖습니까"

스가와라는 주의를 주는 녀석에게 씩 미소를 짓고는 다시 문을 열고 떠들썩한 방 안으로 들어갔다.

손으로는 주머니 속의 약 캡슐을 만지작거리면서. 뒤쪽에서 한 놈이 따라온다. 있다가 녀석이 뒤에서 몰래 약을 탈 것이다. 다음은 시침 뚝 떼고 미카에게 잔을 건내면 되는 것이다.

"미카쨩, 어때? 술빨 좀 받어?"

스가와라가 그녀 옆에 앉아있던 남자와 교대해 자리에 앉는다.

"네......"

미카가 잔을 한 손에 들고 곤혹스런 표정을 짓고 있었다. 지방에서 막 올라온 신입생이 자주 보이는 표정이다. 이런 년도 여름즈음 되면 완전히 도쿄 년이 되어버리지만.

스가와라가 그녀에게 술을 한 잔 더 시키게 하고, 뒤에서 기다리고 있던 녀석을 이용해 약을 타는 데 성공했다.

스가와라의 능숙한 언변에 휘둘린 에노모토 미카는 지금 무서운 함정에 빠지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눈치채지 못한다. 새 술잔을 받아 아무렇지도 않게 입에 가져간다.

잠시 후, 나머지 여학생 넷은 전부 사라지고 없었다. 남자 몇 사람도 그 여학생들을 데리고 밖에 나갔는지 보이지 않는다. 운좋게 데리고 나간 여자를 꼬드기는 데 성공한 녀석은 안 돌아올테고, 실패한 놈들은 다시 이 곳으로 돌아올 것이다.

어느새 자리를 비운 사람들 덕분에 넓어진 실내. 이미 조금 취기가 돌아, 주위 남자들 경계만으로도 버거운 아키타 미인은 자신이 처한 상황을 전혀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그리고 한 모금, 또 한 모금. 곤혹스러움을 숨기려는 듯 약을 탄 술을 결국 다 비우고 만다.

"미카는 남자친구 있어?"

"네...... 아키타에, 고등학교 때부터, 사귀고 있는 사람이......"

미카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그건 이미 술 때문이라기보다는 약이 효과를 보이기 시작한 거라고 스가와라는 판단했다.

지금까지 몇십명의 여자에게 사용해 온 강간써클 필살 특효약이다. 수면제에다 미약을 섞은 그 약은 술에 타서 먹이면 그 효과가 몇 배는 증가한다. 확실히 자기같은 놈을 위해 존재하는 약이었다.

갑자기 졸린듯 눈꺼풀을 껌뻑이며 자꾸 다다미 위로 쓰러지려고 하는 걸 간신히 버티고 있는 미카를 보고, 그는 자지가 미친듯이 꼴리는 걸 참을 수가 없었다. 바로 이 장소에서 몇십명의 여자를 윤간해 온 다른 녀석들도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애타게 그 순간만을 고대하고 있었다.

"미카쨩, 우리들의 자위기구가 되어줄래? 미카 보지가 씹창날 때까지 우리들 자지로 좆빠지게 박아보고싶어, 응?"

술에 취한데다 너무 지나치게 흥분했는지 어떤 정신나간 녀석이 터무니없는 소리를 지껄였다.

순간 나머지 남자들이 잔뜩 쫄아 긴장했지만, 이미 미카는 거의 정신을 잃은 후였다. 스가와라가 그녀의 등에 손을 대고 술잔을 든 손을 만지작거리고 있는데도... 그저 꾸벅꾸벅 머리를 흔들며 졸고 있었다. 살짝 실눈을 뜨고 있지만 전혀 초점이 맞지 않는 눈동자. 조금 전의 어처구니없는 말도 못 들은 모양이었다.

손으로부터 전해져 오는 미녀의 부드러운 살결, 그 달콤한 감촉. 스가와라는 방금 전 뻘소리를 지껄인 녀석을 매섭게 한 번 째려보고 난 뒤, 그녀의 손에서 술잔을 빼앗아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그리고는 그대로 하얀색 원피스에 싸인 젊은 여체를 천천히 다다미 위로 눕혔다. 누워있는데도 전혀 볼륨이 죽지 않는 탐스럽고 탱탱한 젖가슴. 스커트 아래로 쭉 뻗은 맨다리는 가늘면서도 탄력이 넘쳐 절로 침이 넘어가게 한다.

뭐랄까, 비유한다면, 육식동물 무리 속에 던져진 마취제 맞은 가젤 한 마리랄까.

물론 이 다음에 어떤 일이 벌어질런지는 초등학교 다니는 꼬마라도 상상이 갈 것이다. 그리고 상상이야 어쩔 수 없다 치더라도 결코 초등학생에게 보여져선 안 될 그런 광경이 이후에 전개되었던 것이다.

따로 호출하지 않는 한 점원은 절대 출입하지 않는 것이 관례인 이 완벽한 밀실에서, 에노모토 미카는 윤간되었던 것이다. 몇 시간도 넘게 계속해서. 의식도 없는 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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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재미있는 네토라레 범죄물 하나 발견해서 얼릉.

그러고보니 요새 계속 약 맥이고 거시기하는 것만 얻어걸리네요.

치트키도 치트키지만, 이거 또 묘하게 현실감이 있어서 더 기분이 지랄같애진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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