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타노마키아 - 2부(3-1)
01.
『이번에도 몇 일동안 못들어와? 』
문을 걸어 잠그고 난 사라는 거실쇼파에 털썩 몸을 던졌다. 방금 전 사라의 입에 가볍게 키스를 해주고 나간 남자 앨런... 남편이다. 친구들은 백인이 아니라는 이유로 그를 싫어했지만 사라는 왠지 그에게 호감이 갔고 결국 그와 결혼까지 했다.
결혼생활은 즐거웠다. 자신의 연구때문에 새벽에도 들어오고 몇 일씩 들어오지 않기도 하는게 가끔 속상할때도 있지만 그녀는 그의 그런 모습도 좋으니까.. 하지만 그녀와 시간을 보낼때는 너무도 다정하고 작은 일 하나에도 일일이 신경써 주는 것이 같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즐겁고 행복했다.
그런 그가 요즘 몇 일에 한번씩 들어온다. 일주일이상 집에 한번 들르지 못한 때도 있었다. 과학자들의 일이 그러하듯 그런 부분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지만 평소에 비해 그 빈도도 너무 잦았고 지금 상황은 조금 다른것 같다.
그가 처음 사업을 하겠다고 했을때 그녀는 특별히 반대하지 않았다. 그가 사업을 하려는 이유가 더 많은 돈을 벌기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이 원하는 연구를 하고싶다는 이유였기 때문이었다. 그는 능력자들에 대한 연구를 했고 그 분야에서는 능력있는 사람이라는 소리도 들을만큼 유능한 사람이었다. 능력자들이 나타난지 얼마 되지않은 상황에서 그의 실력이라면 최소한 사업이 잘못되지는 않을것 같다는 생각을 막연하게 해오긴 했지만 그의 천재라는 타이틀이 경영쪽에서까지 발휘되지는 않는 모양이었다.
사업이 그의 뜻대로 잘 풀리지 않는다해도... 그는 성실한 사람이니까... 다시 새출발 하면 된다. 당연히 잘 되는게 좋겠지만 만약의 경우 그녀는 그것도 받아들 일 수 있었다. 하지만 역시 걱정되는건 그가 좋아하는 연구를위해 시작한 일이 오히려 경영이라는 것에 막혀 연구할 시간을 많이 갖지 못하는 것 같아 걱정이다. 확실히 요즘 그의 얼굴은 예전보다 훨씬 우울해 보이니까...
사라는 쇼파에 앉아 리모콘 버튼을 눌러 TV를 켰다.
『주택가에서 발생한 대규모 폭발의 원인이 확실히 밝혀지지 않고 있는 가운데 능력자의 짓이라는 의견이 확산되어 파문이 일고 있습니다. 정부는 유일한 생존자인 레이첼양을 보호하며 피해상황을 조사중에 있습니다. 현장에 나가있는 유나기자를 연결해 자세한 상황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
몇 일째 뉴스에서 나오고 있는 주택가의 폭발사건이었다. 폭발의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는 모양이었다. 기적적으로 생존자가 한 명있었지만 너무나 어린 소녀인지라 그녀에게서 정보를 얻지도 못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원인이 확실히 밝혀지지 않자 능력자의 짓이 아닌가하는 여론이 형성되고 사람들에게 능력자에대한 반감을 높여주고 있었고 그런 일들이 오히려 사건과 관계없는 다른 능력자들까지 자극할것을 우려한 정부가 끙끙 앓고 있는 모양이었다.
사라는 이 사건이 능력자의 짓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 이유는 능력자에대해서 전문가인 앨런이 사라에게 이 사건은 능력자의 짓일 확율이 높다고 이야기한적이 있었기때문이었다.
능력자의 짓이든... 아니면 다른 원인이 있었든간에...
살아남은 아이는 사고로 가족을 잃고.. 세상에 홀로 남겨지게 되었다. 이제 아이를 가질때가 되어서 그런지 사라에게는 사건의 진위보다는 오히려 아이가 측은하다는 생각이 더 많이드는 사건이었다.
불쌍하지만 별 수 없다... 그렇다고 사라가 무엇을 해줄 수 있는 것도 아니니까...
지금 사라는 그런 걱정보다는 가정주부로서 자신이 해야할 일들을 해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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띵동~
사라가 청소를 하기위해 쇼파에 기댄 몸을 일으켰을때 초인종 소리가 들려왔다.
『응? 앨런이 또 중요한 서류를 놓고간건가? 』
『그러니까 잘 좀 챙기..... 』
문을 열고 앨런을 향해 잔소리를 하던 사라의 말이 끊겼다.
문밖에는 앨런이 아닌 검은 정장을 입은 몇 사람이 서 있었다.
『누구....세요? 』
『아앗.. 자..잠깐만요!! 』
은행에서 나왔다는 사람들이 갑자기 사라의 몸을 밀치고 집안으로 들어왔다.
『겨..경찰을 부르겠어요!! 』
『가압류라니요? 』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처음 있는 일이었고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지 전혀 감도 오지 않는 상황이었다.
『부인.. 아직 잘 모르고 계셨나보군요.. 』
남자는 사라에게 자세하게 설명을 해주고 있었지만 마치 이런일을 수도없이 해 본 사람처럼 얼굴은 동정과 같은 표정변화없이 차가운 얼굴이었다.
『아마도 남편분은 사기죄로 구속될겁니다 』
『그..그런.... 』
사라는 쇼파에 털썩 주저앉았다. 이건 전혀 생각지도 못한 일이었다. 사업이 잘못된다해도 빈털털이가 되어도 처음부터 다시 차근차근 시작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물론, 어렵고 힘든일이겠지만 앨런과 같이 노력하면 될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구속이라니...?
앨런이 구속되게 내버려 둘 수는 없다... 하지만 무엇을 어떻게 해야하는거지....?
『무..무슨 방법이 없나요.. 』
『지금으로선 방법이 없습니다.. 물론, 투자금을 이자까지 되돌려준다면 한번쯤 다시 검토해 볼 수도 있는 문제지만.. 현재 남편분의 회사에서 그 돈을 갚는다는건 불가능합니다 』
제발... 무엇이든 좋으니까... 제발 앨런이 구속되는 일만은 없도록....
그럼... 어려워도 처음부터 시작하면 되니까... 앨런을 범죄자로 만들수는.....
『뭐든 좋으니까... 제발... 』
처음 느껴보는 절망감이었다. 그리고 처음 느껴보는 무력감이었다.
앨런의 회사사정이 안좋다는 건 알았지만 이 정도일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앨런은 내게 모든 것을 다 해주었는데... 난 앨런이 구속될지도 모르는 지금 그를위해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방법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닙니다만.... 』
처음으로 남자의 차가운 얼굴에 표정변화가 일어났다.
조금은 난감하다는듯한 표정으로... 남자는 말을 했다. 그 남자의 말은 깊은 수렁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사라의 귀에 마지막 한줄기 남은 희망처럼 들려왔다.
『알려주세요... 방법이 있다면 뭐든 할테니까 제발 알려주세요... 』
그 희망이 수렁에서 탈출할 수 있는 튼튼한 동아줄이든...
잡아봐야 아무런 희망도 없는 지푸라기든.... 일단은 잡아봐야했다.
『뭐든... 말입니까? 』
『좋습니다... 정 그러시다면..... 』
02.
사라는 손을 들어 손목시계를 바라보며 시간을 확인했다.
현재의 시간따위가 궁금해서가 아니었다.
시간이라면 1분전에.. 그리고 또 그 1분전에...
손목시계로 확인을 했었으니까....
벌써 2시간째...
사라는 아무것도 하지않은채 이렇게 낯선 응접실에 앉아서 기다리고만 있었다. 집사인듯 보이는 남자가 다가와 새로운 차를 사라에게 가져다주며 말을 걸었다.
『용무가 늦어지시는 모양입니다.. 기다리기 어려우시면 먼저 돌아가셔도 된다는 전언이 있었습니다만... 』
사람을 무시하는것도 정도가 있지....
2시간이나 기다리게 해놓고서는 그냥 돌아가라고?
『아니요.. 괜찮습니다.. 끝나실때까지 기다리도록할게요.. 』
하지만 사라의 입에서는 머리속에서 맴도는 말과는 전혀 다른 말이 나왔다. 분한 마음에 자기도 모르게 베이지색 스커트의 끝자락을 움켜쥐고있는 사라였지만 지금 다급한 사람은 자신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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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오시죠... 』
그 이후로 40분정도가 더 지난후에야 다시 나타난 집사가 사라를 안내하기 시작했다. 집사는 고급스러운 카페트가 깔린 나선형의 계단을 올라 2층의 한 방문앞으로 사라를 안내하고는 가볍게 방문에 노크를 했다.
『들어와 』
안에서 들려오는 남자의 목소리... 지긋이 나이가 있어보이는 목소리였다. 목소리가 들리자 집사는 사라에게 허리를 숙이고 손을 방문쪽으로 뻗어 정중하게 들어가보라는듯한 제스쳐를 해보였다.
사라는 면접실로 향하는 취업준비생처럼 오래 앉아있는동안 스커트가 구겨진 부분은 없는지 확인하고 옷깃을 바로 한 후에야 크게 숨을 들이마신다음 문의 손잡이를 밀었다.
방안으로 들어서서 방안을 바라보던 사라의 두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인테리어비용만으로 현재 자신이 살고 있는 집을 몇 채는 살 수 있을것만같던 응접실만큼이나 고급스러운 느낌의 방안이었지만 사라를 놀라게한 것은 방안의 인테리어가 아니었다. 당연히 집무실같은 곳일거라 생각했던 방안은 집무실과는 전혀 거리가 먼 침실이었기 때문이었다.
2인? 아니 4인정도가 뒹굴어도 부족하지 않을만큼 넓은 침대가 방의 중앙에 위치하고 있었고 아주 얇아 그 안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캐노피안으로 한 남자가 양쪽으로 한 명씩 두 명의 여자를 끼고 침대에서 상반신만을 일으킨채 사라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용무라는 것이 기껏 여자들과 침대에서 뒹구는 것이었단 말인가?
어이가 없고 욕이 튀어나올것만 같은 상황이었다. 더구나 저렇게 반 나신인 상태로 일면식도 없는 손님을 방으로 들인다는 것은 아무리 좋게 이해하려해도 상식밖의 일이었다.
불쾌하기 짝이없는 자세...
거기에 거만한 말투로 남자는 캐노피안에서 사라에게 용건을 물었다.
이곳에 오면서 안된다면 바지자락을 붙잡고 애원을 하는 한이 있더라도 남편의 회사를 살리겠다고 생각했었다. 남편을 사기꾼으로 만들지 않기 위해서라면 자존심따위 오늘 하루정도는 버려버리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지금 이 남자의 태도는 그런 사라의 다짐을 모두 꺾어버리고 그대로 돌아서고 싶게 할만큼 불쾌했다.
『남편의 회사문제로... 부탁드릴일이 있어서 왔습니다.. 』
순간 사라는 남자의 시선을 느꼈다. 거리도 어느정도 있고 캐노피를 투과해서 보이는 남자가 실제로 자신을 그렇게 보는지 눈으로 확인할 수는 없었지만 분위기때문인지 마치 자신을 위아래로 훑어보는듯한 느낌이었다. 이곳에 서 있는것 자체가 굴욕적이라고 느껴질만큼 사라의 온 몸이 굴욕감으로 부들부들 떨려왔다.
『그러니까... 남편의 회사를 살릴 방법을 알고 싶다고 했던가? 』
사람을 무시하는듯한 인상을 계속 받아왔던 사라에게 그것은 남자에대한 작은 반항심을 만들어주었다. 마치 넌 못할거야라고 말하는듯한... 너 같은것이 할 수 있을리가 없다고 무시하는듯한 남자의 태도.... 이 저택에 들어와서 계속 무시당하는 인상을 받아왔던 사라에게 남자에 대한 반항심이 오기로 변하면서 사라는 앞뒤 생각도 하지도않고 두 주먹을 불끈쥔채 말했다.
『할 수 있어요!! 』
마치 넌 못할거야라고 말하는듯한... 너 같은것이 할 수 있을리가 없다고 무시하는듯한 남자의 태도가 사라에게 앞뒤 생각도 하지않고 두 주먹에 힘이 들어가게 만들고 있었다.
『그래? 그럼 제대로 부탁해봐... 』
에..?
제대로 부탁해보라고?
『무슨 말씀이신지.....? 』
『난 두 종류의 계집년들을 싫어하지.. 첫째로 못생긴 년... 둘째로 건방진 년... 아주 질색이거든.... 』
동문서답을 하듯 남자는 엉뚱한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했다. 그것도 초면인 여자를 앞에두고 할 만한 이야기도 아니었고 여자의 입장에서 들어서 기분이 좋을리없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사라는 아무말 없이 남자의 이야기를 들었다.
『넌 첫번째의 기준은 통과했지만 두번째에서 걸리는군... 내가 싫어하는 유형의 인간이 원하는것을 들어줘야하는 이유가 뭐지? 』
사라는 처음 부탁해보라고 했던 남자의 뜻을 이해하고는 기가 막혔다. 남자의 말뜻은 자존심이고 뭐고 다 버리고 구걸이라도하듯이 부탁을 해보라는 이야기나 마찬가지였다. 지금까지의 상황만해도 굴욕적인걸 억지로 겨우겨우 참아온 사라였는데 남자는 사라에게 더욱 저자세로 부탁할 것을 요구하는 것이었다.
이성은 앨런을 위해서라면 참아야한다고 이야기하고 있지만 막상 몸은 머리속에서 그려지는 이성의 말을 거부하고 있었다. 오히려 부르르 떨리며 분노를 표출하려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이야기는 끝났네... 나가는 길은 집사가 안내해줄 것이야... 아... 남편에게 잘해주라고 다음번에는 감옥에서 그를 봐야할테니까 말이야 』
주저하는 사라의 행동을 보고있던 남자의 말이었다.
남자의 마지막 말이 사라의 메아리처럼 귓가에 남아 맴돌고 있었다.
"안돼.. 그럴수는 없어...!!"
후회할 것이다... 자신의 자존심때문에 앨런이 감옥에 가야한다면 분명 후회할 것이다. 잠시동안 자존심을 버리고 앨런을 구할 수 있다면 비싼 대가는 아니다...
『부탁... 드립니다... 제발... 도와주세요... 』
사라는 그 자리에서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절을하듯 상체를 최대한 숙이고 머리가 땅에 닿을만큼 자세를 낮추고서는 떨리는 음성으로 남자에게 말했다.
비록, 이 남자처럼 잘 사는 집은 아니지만 중산층 부모밑에서 특별히 경제적인 어려움 없이 자라왔다. 학창시절에는 그녀를 위해 인생을 다 바칠수 있다는 남자들도 꽤나 있었고 결혼한 이후에도 남편에게 사랑받으며 살아왔다.
그런 그녀에게 있어서 이런 상황은 너무 낯설고 모욕적이었다.
금방이라도 눈물이 쏟아져나올것만 같았다.
지익... 지익... 지익...
슬리퍼가 바닥에 질질 끌리는 소리가 사라의 귀에 들려왔다. 조금씩 사라에게 다가오는 소리... 슬리퍼 소리가 멈추는것과 동시에 엎드려있는 사라의 눈에 슬리퍼를 신은 남자의 발이 보였다.
『좋아.. 훨씬 마음에 드는군.... 남편의 회사를 살리고 싶다고 했지? 』
"다행이다..."
처음에는 이런 저런 핑계를 대고 버티거나 납득하기 어려울정도로 무리한 요구를 해올 것이라 생각했는데 의외로 쉽게 풀리는 기분이었다. 자존심이 많이 상하긴 했지만 앨런을 구할 수 있다면 이정도쯤이야..
사라는 고개를 들었다.
『헉..!! 』
고개를 들은 사라의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온 것은 다름아닌 남자의 거대한 성기였다. 이불로 가려져 있어서 알지못했지만 어이없게도 남자는 처음 보는 손님앞에서 그것도 여자손님의 앞에서 반라가 아닌 전라의 모습으로 침대에 있었던 것이었다.
『빨아봐... 』
너무 놀라고 당황스러워 아무말도 못하고 시선조차 다른데로 돌리지 못하고 있는 사라를 향해 남자가 말했다.
『네?? 』
『그렇긴하지만... 』
부탁을 하면....
그렇게 자세를 낮추고 구걸하듯 부탁을 하면 들어줄 것처럼 말해놓고 이제와서....
또다른 요구를.. 그것도 이런 저질스러운 요구를 한다는건가..?
『뭔가 잘못되었다는듯한 얼굴이군...? 』
『그렇지.. 부탁을 하면 방법을 알려준다고 했지... 그래서 방법을 알려주고 있잖아.. 이게 바로 네 남편의 회사를 살릴 수 있는 방법이라고... 』
말도 안되는 요구였다.
지금 사라가 이런 모욕을 겪어야하는 이유... 그것은 바로 앨런때문이었다.
그런데 앨런을 구하기위해 앨런을 배신하는 행위를 하라고..?
이건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다...
굴욕과 수치를 넘어 분노가 치밀어 오르기 시작했다.
『계속 그렇게 엎드려 있을텐가? 』
남자의 말에 사라는 순간 자신이 처한 위치를 새삼 다시 깨달았다. 지금 자신은 이 오만한 남자앞에 무릎을 꿇고 엎드려 사정하고 있다. 지금 돌아간다면 지금까지 이 남자에게 받은 수모를 참고 견딘것이 모두 허사가 되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아깝군... 실력있는 남자였는데... 다시는 이바닥에서 보지 못하게 되다니말야.. 』
사라는 남자의 말에 숨겨져 있는 가시를 느낄 수 있었다. 연구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 그것은 돈이다... 한 명의 능력있는 인재보다 스폰서가 더 절실한 연구소들은 많다. 다시는 이바닥에서 보지 못한다는 남자의 말... 결국, 자신이 그렇게 만들겠다는 말이나 다름없었다. 그리고 이 남자는 그럴만한 능력이 있는 남자였다.
그렇게 된다면 앨런은 범죄자가 되는 동시에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일도 잃게된다. 그리고 사라가 가장 좋아했던 연구에 몰두하는 앨런의 모습 역시 잃게 될 것이었다.
그런 일은 상상하기도 싫다....
어차피 이렇게 된거... 이런 수모까지 당했는데... 더 이상 못할것도....
한번만 참으면.... 모든 것이 다 해결될 수 있다면... 차라리....
쉽게 선택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갈등에 갈등이 꼬리를 물고 이어지고 있었다.
『그럼 얘기는 끝난것 같군... 』
남자는 말과함께 사라에게서 등을 돌렸다.
사라진다..
앨런을 구할수 있는 기회가 사라진다.... 이 기회가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른다...
오래도록 생각할 시간이 없다... 빨리 결정을 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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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할게요.... 』
사라가 등을 보이며 멀어져가는 남자를 향해 말했다. 아직 머리속은 복잡했다. 그렇게 하겠다고 결정한 것은 아니었다. 다만... 점점 멀어져가는 남자의 뒷모습처럼 기회라는 것이 영영 사라져버릴 것만 같은 초조함과 무릎까지 꿇었는데 그냥 돌아가야한다는 허탈함이 사라 본인도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 순식간에 그런 말을 나오게 만든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