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타노마키아 - 2부(1)
어째서 능력자들이 지구상에 출현하게 되었는지는 알려져있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까지 나타난 능력자들의 경우 스스로 의식하든 의식하지 못하든간에 각성을 한 이후 능력자의 힘을 얻게된다. 능력자가 된 이후에는 상식을 초월하는 힘을 가지게 되지만 생식작용은 불가능하고 성적욕구라든지 파괴적인 욕구등의 본능적인 욕구의 제어가 훨씬 어려워진다..... 그런 이유로 파워형의 능력자들은 가급적 변신상태를 오래 유지하지 않는다.
능력자들의 경우 사람들사이에서 각각의 랭크가 있을정도로 그 능력의 차이가 심해서 일반인과 별 차이를 느끼지 못할정도로 미약한 능력을 가진이가 있는가하면 상상하기 어려운정도의 힘을 가지는 이도 있고 각성을 했다해도 스스로 그것을 깨닫지 못해 일반인으로서 생을 마감하는 경우도 있다. 거의 대부분 남자들이며 여자가 능력자인 경우는 상당히 희귀하다.
이런 능력자들은 일반적으로 3가지로 분류되어진다.
파워형 능력자 - 일반적으로 능력자라고 불리워지며 특별한 수식어없이 능력자라고하면 대개의 경우 파워형을 이야기한다. 상식을 뛰어넘는 육체적인 힘과 능력을 가지는 능력자의 형태로 일반적으로 변신이라는 작용을거쳐 힘이 발현되며 일부는 불/얼음등과같은 특수한 능력을 사용하는 능력자들도 존재한다.
단, 변신을 하지않은 상태에서는 모든 능력이 일반인과 같으며 이런 상태에서 공격을 받거나 사고가 생긴다면 일반인과 같은 피해를 입고 그 정도가 심할경우 일반인처럼 죽는다. 또한, 특수능력을 사용하는 경우 대부분 그 능력이 일반적인 상식선을 벗어나지는 않는다.
매지션형 능력자 - 파워형과는 달리 육체적인 변신을 할 수 없고 보통 매지션이라고 불린다. 그런고로 일반인과 똑같은 힘과 능력을 가지고 있지만 일반인은 할수없는 특수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 개인의 차에따라 다르지만 파워형에서 일부가 가지는 특수능력과 구별되어지는 점은 파워형과는 달리 상식선을 넘어서는 능력도 가질 수 있다. (예- 순간이동/시간의흐름을 조정) - 물론, 매지션이면서도 파워형의 특수능력자들에게도 미치지 못하는 미약한 능력자들도 있다.
하지만 육체는 일반인과 똑같으므로 정체가 노출되면 어떻게 죽어도 이상할게 없으며 능력을 사용하기위한 제약조건이 존재하고 그 조건을 만족시키지못하면 아무리 매지션이라해도 능력을 발동시킬 수 없다. 일반적으로 능력이 상식선에서 많이 벗어나있을 수록 그 제약조건은 까다롭거나 제약조건이 간단한 경우는 영향을 크게 미치지 못하는 미미한 능력이거나 아니면 보통 인간의 에너지로는 감당하기 어려울정도로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알려져있다.
NH(Non Human) - 파워형이나 매지션형과는 전혀 다른 형태의 능력자로 일반인이 각성을 통해 능력자가 되는 것이 아닌 능력자가 각성을 통해 2차로 변신하는 형태로 외형/인격/능력 모든 것이 파워형이나 매지션형의 능력자들과 차원이 다르게 변한다.
일반적으로 한가지이상의 능력을 가질 수 없는 능력자들에 반해 NH의 경우 몇 가지의 능력을 동시에 가질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있고 역시나 힘이 약한 NH가 있는 반면 큰 도시 한두개쯤 순식간에 지도상에서 지워버릴 수 있을만한 능력을 가진 NH도 있다.
이렇게 한번 NH로 변한이후 다시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온 경우는 아직까지 보고된 바가 없으며 가장 큰 문제는 NH(Non Human)이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형체부터 능력까지 인간의 범주를 뛰어넘어버리는데다 지금까지 나타난 NH들의 경우 인성이 없이 무차별한 파괴와 폭력행위만을 일삼아 그 피해가 어머어마한 관계로 세계각국에서는 NH를 더이상 인간으로 보지않고 적으로 간주 일반인들의 인명보호나 구조등이 아닌 그 사살을 최우선으로 하는 것에 합의할정도로 강력하다. 실제로 NH에 의한 직접적인 사망자수도 상당하지만 NH사살을위한 공격에 사망한 일반인의 경우도 그에 못지 않을 정도로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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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에서 등장했던 인물 소개...
서지희(미나)
파워형의 능력자 변신한 상태에서 사람들에게 미나라는 이름으로 불리어진다. 한국내에서만 활동을 하는지라 딱히 두각을 드러내지는 않고 있었지만 가디언즈이외에 현존하는 유일한 여성능력자...
주정찬
매지션형의 능력자로 눈에 보이지않는 촉수를 뻗어 상대방과 연결이 되면 그것이 연결되어 있는동안은 상대방의 정신이나 육체를 지배할 수 있다.
최경희
지희와 정찬의 학교 선생님이며 매지션형의 능력자로 그녀의 능력은 사람의 특기나 잘하는 것등 그 사람의 특징이 될만한 것을 보는것만으로 알아낼 수 있으며 그 결과 능력자의 경우 일반인으로 있을경우에도 능력자를 구별할 수 있다. (단, 그녀 스스로는 자신이 능력자라는 사실을 모른다.)
이주희
정찬의 어머니... 정찬이 입원해있던 병원에서 근무하던 의사로 정찬이 퇴원하는 시점에서 정찬을 그의 아들로 맞아들임
정애리
지희의 학교선배이자 학생회장... 정찬과 지희 둘 다 싫어한다.
정현식
정애리의 아버지
이지애
지희의 가장친한 학교친구
1부 대략적인 줄거리
학교에서 검도부 담당을 하고 있는 최경희는 난데없이 들이닥친 불량배들에게 강간당한다. 손에 목검 하나만 있다면 이런 불량배들 한둘 쯤 어떻게 할 수 없는 여자는 아니었지만 불행하게도 그녀를 찿아온 불량배중 한명은 능력자(김유식)였다. 지희는 가깝게 지내는 선생님(경희)이 위험한 상황이라는 것을 우연히 알게되고 선생님을 구하기위해 능력자로 변신한다.
정찬은 부모로부터 그리고 세상으로부터 버려졌다고 생각하는 학생이었다. 학교에서도 모두에게 따돌림받아 있으나 없으나 아무도 신경을 쓰지 않는 그런 학생... 그는 휴학을하고 병원에 입원해있는동안 우연하게 능력자로 각성을 하게 된다. 그리고 그 병원의 한 의사(이주희)를 통해 자신의 능력을 더욱 유용하게 할 수있는 방법을 생각해낸다.
그는 복학후 여전히 누구에게도 있으나마나한 존재로 생활을 하지만 휴학을 할때와는 전혀 다른 상황이었다. 누구도 주목하지 않는 곳에서 그는 자신이 원하는 여학생이나 그간 마음에 들지 않았던 여학생들을 노리며 자신의 능력을 즐겼다.
그러던중 정찬의 눈에 한 여학생이 눈에 들어왔다. 그 여학생의 이름은 서지희....
그동안 자신에게 힘이 없었기에 세상도 신도 자신에게서 모든것을 빼앗아갔다고 생각했던 정찬은 지희와 사이가 가까워짐에따라 이번에는 누구도 지희를 자신에게서 뺏어가지 못할 힘을 가지겠다고 생각하기 시작한다.
때마침 나타난 김유식이란 능력자... 정찬은 자신의 능력으로 그를 포섭한다. 그리고 그와함께 나타난 희귀한 여성능력자인 미나조차도 자신의 것으로 만들 계획을 세운다. 그리고 미나를 잡기위해 그녀를 유인한다.
경희의 일도 어느정도 마무리 된듯 보였고 지희의 마음속에 정찬이라는 남자가 조금씩 그 자리를 넓혀가고 있었다. 하지만 누군가 지희를 노리고 있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지희가 아닌 능력자인 미나를 노리고 있었다. 그로인해 가장 친한 친구인 지애마저 위험한 상황에 처하게되고 정찬마저도 위험해질지도 모르는 상황까지 되어버렸다. 지희는 미나로 변해 자신의 적과 싸우러나갔다.
정찬 역시 미나가 지희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지희를 지킬 힘을 가지기위해 고통을 주었던 미나라는 능력자의 실체가 지희라는 것을 알고 난 정찬은 혼란스러워한다. 지희 역시 정찬이 그녀에게 다가온 것이 그녀를 사랑해서가 아닌 미나가 필요해서라고 오해하고 변신하지않은 지희의 상태로 창문밖으로 몸을 던진다. 정찬은 떨어져내리는 그녀를 향해 손을 내뻗었지만 둘의 손은 아슬하게 빗나가며 지희의 모습은 정찬의 시야에서 사라져버렸다. 또다시 자신에게서 지희를 빼앗아간 신을 저주하고 욕하며 마음속에서 신을 향한 저주와 분노가 폭발한다.
창밖으로 떨어져내린 지희가 땅에 떨어져내리기 직전....
주체할 수 없는 분노로 인해 정찬이 NH화되기 바로 직전.....
정찬과 지희의 내부에 있던 정찬과 지희가 아닌 의문의 두 존재가 서로 맞부딪친다. 그로인해 지희는 추락사하지 않을 수 있었고 정찬은 NH화되지 않고 다음날을 볼 수 있게되었다.
01.
띵동... 띵동....
초인종소리에 유나는 설겆이를 하던 손을 행주로 닦아내고는 현관문쪽으로 향했다.
『누구세요? 』
현관문을 열자 문 앞에 한 남자가 서있었다. 딱히 집을 방문할 사람은 없었고 가끔씩 일때문에 택배나 우편을 사용하는 그녀였기에 막연히 우체국이나 택배회사 직원일거라고 생각했는데 행색을 보니 그런것 같지는 않았다.
『무슨 일이시죠? 』
기껏해봐야 지희 또래의 나이정도 되어보이는 젊은 남자에게 용건을 묻자 잠시 주저하는듯하던 남자가 입을 열었다.
『여기 지희네 집이죠..? 』
아무래도 이 남자의 용건은 유나가 아니라 딸인 지희에게 있는것 같았다.
하지만 지희는 이곳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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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희가 몇일동안 연락도 없이 들어오지 않다가 엉망진창이 되어서 돌아온 이후 그녀에게 한 첫번째 부탁이 전학을 가고 싶다는 것이었다. 지금까지 그런 경우가 단 한번도 없었던 아이였다. 친구들끼리 간단한 여행을 가서도 엄마걱정에 혼자 놀러와서 미안하다고 꼭 전화를 해주던 그런 아이가 연락도없이 몇 일만에 집에 들어와서는 아무말도 없이 방안에 틀어박혀있다가 처음 꺼낸 말이었다.
그러다 꺼낸 지희의 첫 마디가 전학을 가고 싶다는 이야기였고 무슨 일인지 알고 싶었지만 유나는 아무것도 묻지않고 지희가 원하는대로 해주었다. 엄마는 일때문에 지희를 따라갈 수 없다. 지희 너가 원하는대로 해 줄수도 있지만 그렇게되면 지희 너 혼자 생활해야한다. 그래도 괜찮겠느냐는 유나의 물음에 지희는 선듯 대답하지 못했다.
자기 자신때문이 아니라 혼자 남겨질 엄마때문에 금방 대답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는 것을 유나는 충분히 알 수 있었다. 지희는 어릴때부터 그런 아이였으니까...
『미안해.. 엄마... 그래도 지금은... 정말... 여기있고 싶지 않아... 』
조금은 서운했다. 하지만 엄마 걱정을 하면서도 떠나고 싶다고 엄마에게 말할만큼 힘들어하고 있다는 사실에 유나는 지희의 뜻을 따라주기로 결정했다. 이런걸 치료해 줄 수 있는 약은 시간밖에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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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지? 지희는 여기 없는데... 다른 지역으로 전학했는데 모르고 있었니? 』
『전학갔다는 건 알고 있어요.. 연락할 방법이 있을까 여쭤보려고 찿아온거에요 』
연락 방법이야 있었다. 따로 연락을 할것도 없이 지희는 매일같이 엄마에게 전화를 해주었으니까... 하지만 이곳이 싫다고 다른 곳으로 전학을 간 아이였다. 그런 아이의 연락처를 아무에게나 가르쳐줘도 괜찮은걸까?
『지희 친구니? 』
『정찬이에요... 주정찬... 』
정찬이라... 주정찬.....
그래... 생각났다. 지희에게 들어본 기억이 있는 이름이었다. 지희가 유일하게 가장 많이 이야기했던 남학생...
분명 그 아이의 이름이 정찬이었다. 유나는 정찬이라는 남자아이를 유심히 바라보았다.
지희는 어릴때부터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미주알고주알 엄마에게 이야기를 해주곤했었다. 설겆이를 도와주면서 같이 청소를 하면서 시시콜콜한 이야기까지 마치 일기를 읽어주기라도하는듯이 모두 이야기하곤 했었다. 그 이야기중에 남자아이들 이야기도 많이 나왔지만 남자아이들은 지희의 이야기속에서 그저 스쳐가는 엑스트라정도일 뿐이었다.
하지만, 어느 날인가부터 지희의 이야기속에 한 남학생이 서서히 주연으로 자리잡기 시작했다. 그 이야기를 자주한 것도 아니었고 지희 스스로는 이야기하면서도 의식하지 못하고 있는듯했지만 분명 지희의 이야기속에 그 남학생이 자리잡고 있는 비중은 상당히 컸다. 그 때 유나는 이제 딸아이도 누군가를 좋아할 나이가 되었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었다.
유나는 간절히 바랬다.
지희만큼은 자신과 같이 마음아픈 사랑을 하지 않기를....
하지만... 딸은 엄마의 팔자를 따라간다는 말이 헛된 말은 아닌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확신할 수는 없지만 왠지 지금 자신의 앞에 서 있는 이 아이... 이 아이가 지희를 그토록 힘들게 만들었던것같다는 생각이 들어왔기때문이었다.
『들어와서 차 한잔... 할래요? 』
딱히 무엇을 물어볼 생각도... 무슨 일이 있었는지 추궁할 생각은 없었다. 정말로 지희가 이 아이를 좋아했던거라면 어떤 아이인지 한번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을 뿐이었다.
02.
『마셔요... 』
차를 내어주며 유나는 유심히 정찬이라는 학생을 바라보았다. 그리 잘생겼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못난 얼굴은 아니었고 순해보이는 인상이긴하지만 어딘가에서 독기같은 것이 있는것같은 느낌도 들어왔다.
『지희 연락처... 알 수 있을까요..? 』
한동안의 정적을 깨고 먼저 말을 꺼낸것은 정찬이었다.
지희가 전학을 간지는 시간이 좀 지났다. 이 아이가 이렇게 와서 연락처를 알고 싶다고 하는 것은 지희가 이 아이와 연락을 하지않고 있다는 이야기였다. 만약 지희가 궁금했다면 벌써 진작에와서 연락처를 물어봤어야하지 않았을까? 아니.. 그보다 먼저 확인해 봐야할 것이 있었다.
『그 전에 내가 먼저 물어보고 싶은게 있는데.. 』
『지희가 전학을 간 이유를 알고있지? 』
일부러 너때문에 전학간거 나는 다 알고 있어..라는듯이 말하는 유나의 표정과 말에 정찬의 얼굴에 당황하는 빛이 떠올랐다. 하지만 놀랍게도 아직 어린 나이답지않게 당황하는 표정은 순식간에 사라지고 잠시 고민하는듯한 얼굴이 되어버렸다. 무엇을 어떻게 대답해야할지 고민하는듯한 얼굴... 이 아이는 지희가 전학을 선택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를 알고 있는것이 분명했다.
『이야기하기 싫다면 이야기하지 않아도 상관없어 』
유나의 말에 다시한번 놀란듯한 눈으로 유나를 바라보는 정찬... 지희와 이 아이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만은 확실한것 같았다. 그 이야기는 듣지 않아도 상관없었다. 이 아이가 곧이곧대로 사실만을 말한다는 보장도 없고 가능하면 지희에게 직접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지희는 그런것을 말할 수 있을정도로 마음이 가라앉으면... 언젠가는 스스로 엄마에게 모두 말해줄 아이라 믿고있으니까....
『미안하지만 연락처는 알려줄 수가 없겠구나.. 』
『나도 다른 뜻은 없어.. 지희의 결정을 따라주고싶을 뿐이야... 』
바보같이... 왜 못난 엄마를 닮아서....
아주 어렴풋이 짐작은 했었다. 하지만 막상 이렇게 지희를 마음아프게한 것이 사랑이라는 것때문이라는 확신이 들자 엄마인 자신이 그런 것을 딸에게 물려준것만같아 마음이 아팠다. 특히나 상냥하고 여린 그 아이가 엄마를 떠나는 한이 있어도 이곳을 떠나고싶다고 말할정도로 아파했을것을 생각하니 가슴이 저려오는것만 같았다.
『죄송합니다... 그럼 제 스스로 알아봐야겠군요... 』
잠시동안 가만히 있던 정찬이 이제 그만 갈듯이 자리에서 일어서며 말했다.
『스스로 알아보는 것까지 내가 막을 수는 없지만 지희를 생각한다면 지희의 결정을 존중해줄주도 알아야한다고 생각해... 』
『네 뜻이 정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하지만... 이거하나만은 명심해두는 것이 좋을거야... 』
다 마셔버린 커피잔을 내려놓은 유나가 그를 배웅하려는듯 자리에서 일어났다.
『네 뜻이 다시한번 지희를 상처입힌다면 그때는 내가... 가만두지 않을거야... 명심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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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의 일이 유나의 머리속에서 떠올랐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가장 걱정이 되는 것은 지희의 상처가 얼마나 아물었을지가 가장 걱정이 되었다. 지희라면... 분명 아파도 괜찮은척 해보일 아이였다. 그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유나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런 지희에게 정찬이라는 아이가 찿아왔었다는 이야기를 해야하는 걸까?
지금껏 모든 결정은 지희가 스스로 내리도록 교육해왔다... 그리고 그 결정이 잘못되었을 경우 그 결정에 책임을 져야하는 것 역시 자신이라고 그렇게 가르쳐왔다. 그렇다면 이번 일 역시 지희에게 알려주는 것이 옳다. 지희가 결정을 하고... 설혹 그것이 더 큰 상처로 다가와도 그것이... 자신의 결정에 대한 책임이니까....
하지만... 차마 지희에게 그것을 이야기할 자신이 없었다.
03.
한국생명과학연구소..
하지만 그 건물은 생명과학연구소라는 공식적인 이름 이면에는 또하나의 이름을 가지고 있었다.
타르타로스...
고대 신화속 올림푸스 신들이 타이탄의 신들을 물리치고 그들을 가두어두었다는 감옥...
그것이 그 건물의 숨겨진 또하나의 이름이었다. 아니 건물 전체라기보다 그 건물의 지하만을 이야기하는 것이라 보는것이 맞을 것이었다. 겉보기에는 일반적인 다른 연구소들과 별반 차이가 없어보이지만 이 건물의 지하에는 특수한 사람들만을 가두어 두는 하나의 감옥이자 그런 사람들을 연구하는 하나의 연구소였다.
그리고 지금....
그곳에 가디언즈라고 불리는 네명의 여인이 들어서고 있었다.
『처음뵙겠습니다.. 연구소장 정현식입니다 』
연구소로 들어오는 네명의 여자에게 하얀 가운을 입은 한 명의 남자가 악수를 청하며 인사를 건내자 네명중에 가장 키가 크고 금발을 한 여인이 웃어보이며 약간은 서툴어 보이는 한국어로 악수를 받아주며 인사를 하고는 남자의 안내를 받으며 엘리베이터쪽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엘리베이터에 들어서자 금발의 여자가 남자에게 말했다.
『NH(Non-Human)연구는 무슨 성과라도 있었나요? 』
『그게.. 그것들이 워낙에 위험한 존재이다보니 시체를 회수하긴 했는데 집중포격에 거의 산산조각나버리는 바람에.... 』
오래전 NH(Non-Human)이라는 존재가 세상에 알려지고 인류의 적으로 규정되어질 무렵 과학자 한 명을 필두로 가장 활발하게 NH와 능력자들의 연구가 집중적으로 진행되었던 연구소가 있었다. 하지만 어느날 알수없는 이유로인해 한순간에 강한 폭발과 함께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리고 말았다. 연구자료는 물론 과학자들 그리고 실험체들도 모두 그 연구소와 함께 소멸되어 버렸으며 그 연구소의 소멸과 함께 그때까지 연구되었던 NH에 대한 자료가 그 하나의 사건으로 모두 소실이 되어버린 것이었다. 그 이후 모든것이 원점으로 되돌아가버리자 그나마 그 폭발해버린 연구소이외에 NH연구를 가장 오랫동안 진행해온 한국의 한 연구소가 부상하면서 초기화되어버린 능력자들의 연구를 가속화하기위해 연구소와 타르타로스를 통합.. 그곳에 갖혀있던 능력자들을 실험대상으로 사용하는 것을 묵인하는것에 은밀히 합의하여 비밀리에 운영되고 있었다.
수감되어 있는 능력자들을 관찰하고 연구하기 시작한 덕분에 그나마 능력자들에 대한 연구는 많은 성과를 거두었지만 문제는 NH였다. NH들에 대해서는 과거의 연구자료도 마땅히 연구해야할 실험체도 없는 관계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었다.
작은 신호음과 함께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리자 거대한 멀티비젼들과 복잡한 기계장치들사이로 수많은 연구원들이 움직이고 있는 방이 하나 나타나자 정현식 소장은 안으로 들어서며 가디언즈에게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이곳이 중앙통제실입니다. 이곳은 총 5개의 층으로 이루어져 각 층마다 능력자들의 형태에 따라 따로 수감하고 있는데 모든 층의 보안이나 시스템이 모두 여기서 조종이 된다고 보시면 됩니다 』
가디언즈는 소장의 안내에 따라 3층을 둘러 보았다. 몇겹의 보안시스템을 지나 수감소로 들어가자 대부분 한국인인듯 보이는 동양인들이 창살안에 갖혀있는 모습이 보였다. 3층의 모습은 보안체계가 조금 두터운 것을 제외한다면 일반 교도소와 특별히 다를 바 없는 모습이었다. 이렇게 특별한 능력이 없는 파워형 능력자들만을 수감하는 교도소는 어느정도 규모가 있는 나라에서는 따로 마련되어 있는경우도 있었다. 그런 이유로 아마도 한국내에서나 능력자들을위한 교도소가 마련되어 있지 않은 인근의 국가에서 잡힌 능력자들위주로 수용이 되어 있는것 같았다.
『이곳은 4층으로 파워형중에 특수한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 수감이 되어 있는 곳입니다. 』
3층과 마찬가지로 몇겹의 보안시스템을 지나자 3층과는 다르게 꽤 넓은 통로가 나왔지만 통로 양쪽으로 벽이 길게 늘어서 있었고 벽의 중간중간에 어떤 번호인듯 보이는 영문과 숫자의 조합만이 보일뿐 특별히 누굴 가두고 있는 시설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소장이 앞서 걸어가 어느 넘버가 써져있는 벽의 한 부분에 손을 대자 찰칵 소리가 나며 손바닥만한 벽이 밀려올라가고 그 안에 위치한 소형 자판이 보였다.
『오전 11시 30분 사용자 소장 정현식.. 승인되었습니다. 』
소장이 다시 무슨 비밀번호를 입력하듯 자판을 두드리자 시간과 사용자를 확인하는듯한 소리와 함께 승인이 되었다는 소리가 들려왔고 잠시후 그저 벽으로 보였던 벽면이 위쪽으로 밀려올라가기 시작하면서 벽안쪽으로 상당히 두꺼워 보이는 강화유리창이 나타났다. 그리고 유리창 안쪽에는 보안시스템으로 보이는 몇겹의 장치가 있었고 그 뒤쪽으로 안이 들여다 보이는 방이 나타났다. 방 안쪽에는 수감자로 보이는 한명의 남자가 가운을 입은채 앉아 있었다.
『글라키에스.... 』
하얀원피스를 입은 이그니스의 입에서 낮은 신음소리가 나왔다. 이그니스가 글라키에스라고 부르는 자는 사물을 얼리는 특기가 있는 자였다. 이그니스는 불이라는 능력을 사용해서인지 특히나 꺼려지는 자였고 그 자의 차가운 느낌은 이그니스에게 상당히 불쾌감을 느끼게 했었던 기억이 있었다.
『아마 여기 수감되어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여러분들에의해 잡혀온 사람들이기 때문에 대부분 여러분들이 아는 자들일 겁니다. 지금 저 자는 이쪽에서 보고 있다는 것을 모르고 있을겁니다. 』
소장이 벽 옆면에 손바닥만하게 열려있는 자판에 또다시 무언가를 입력하자 소장의 허리부분에 있는 벽이 밀려나며 벽 안쪽에 있는 자판보다는 훨씬 커보이는 자판이 또다시 벽에서 밀려나오듯 소장의 앞으로 나왔다. 소장이 그 자판에 손을 대고 또다시 무언가를 입력하자 그녀들이 보고 있는 유리창에 무슨 막이라도 있었는지 막이 위쪽으로 올라가는 듯한 모습과 함께 앉아있던 글라키에스가 그들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이그니스... 』
유리창쪽을 바라보던 글라키에스가 낮은 목소리로 이그니스를 부르며 자리에서 일어나 그들쪽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그녀들이 보고 있는 창 너머에 그를 가두고 있는 또다른 유리벽에 막힌듯 더이상 접근하지 못하고 그들을 바라보기만 하고 있었다.
『크크크... 보고 싶었어 이그니스 』
글라키에스가 갑자기 혀를 내밀고 마치 그 유리벽이 이그니스라도 되는듯이 자신을 가두고 있는 유리벽을 핥아내듯이 혀로 쓸어올렸다. 글라키에스의 혀에서 나온 타액이 유리창을 적셔갔다.
『조금만 기다리라구.. 내 얼음자지로 니 몸을 뚫어줄테니까..크크크 』
가장 키가 작은 엑시아가 글라키에스의 도발에 화를 참지 못하는듯 자신의 팔부위를 감싸고 있는 합금으로 금방이라도 유리창을 부수고 뛰어들어가려하자 리더격인 제니스가 엑시아의 어깨에 손을 얹으며 그녀를 말렸다.
『흥분하지마 어차피 평생 저기서 썩을 녀석이야.. 』
그들의 말에 글라키에스가 갑자기 두손으로 강하게 벽을 치며 미친듯이 사악한 미소를 흘려내기 시작했다.
쩌저저적...!!
클라키에스의 눈동자가 사라지듯 하얗게 변해갔고 처음부터 하얗던 그의 머리가 곤두서듯이 일어서는듯한 모습을 보이면서 호수의 얼음이 갈라지는듯한 소리와함께 그를 가두고 있는 유리창이 서리가 낀듯 뿌옇게 변하기 시작했다.
"경고..PN-402가 한계 능력을 넘어서 사용하고 있습니다."
유리벽이 하얗게 변하기 시작하자 시스템이 경고하기 시작했지만 유리벽은 글라키에스의 모습이 보이지 않을정도로 점점 더 하얗고 두껍게 얼음이 끼어가기 시작했다.
"경고.. PN-402가 한계 능력을 넘어서고 있습니다. 방어시스템 작동 합니다"
방어시스템을 작동한다는 말과 함께 글라키에스를 가두고 있던 유리벽이 금이가는듯이 수많은 빨간 선들이 얽히듯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순간 폭팔하듯이 유리벽에 끼어있는 얼음들이 산산히 조각나면서 글라키에스를 가두어 두었던 방 안쪽으로 사방으로 흩날리기 시작했지만 그를 가두던 유리벽은 깨지지 않았다.
유리벽 전체를 뒤덮듯이 얽히고 섥힌 빨간 줄들이 더욱 빨갛게 빛을 발하는듯 하더니 마치 전기에 감전되기라도 한듯 글라키에스는 온 몸을 떨며 뒤쪽으로 나가떨어지고는 쉽게 일어나지 못하고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어 보이기 시작했다.
『실험을 위해 어느정도 능력의 사용은 허용하지만 그 이상의 능력을 사용할 경우 각 수용자들의 특성에 맞게 저런식으로 보안장치가 스스로 작동하게 됩니다. 』
『열...인가요? 』
『네.. 정확히 말하자면 전류라고 해야겠죠.. 얼음자체야 전류가 잘 통하지 않는 부도체에 가까운 물질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능력자 본인자체도 전류가 통하지 않는건 아니니까요 물론, 능력자가 얼음으로 자신의 몸을 감싸버리면 전류는 통하지 않겠지만 그 정도의 능력을 사용하기전에 이미 어느정도의 전압으로 전류를 흘려보내기때문에 고통을 받을 수 밖에 없죠 더구나 그렇게 전류가 흘러간 이후에도 저렇게 열을 방출하기때문에 저자의 능력을 어느정도 제한하고 봉쇄하는 역활도 하게되구요 』
소장의 말처럼 유리벽안쪽에 금이가듯 붉은 색으로 얽혀있는 선들은 발갛게 빛내며 열을 내고 있는듯 글라키에스에 의해 생성되었다가 부셔져 나간 얼음조각들이 빠르게 녹아들고 있었다. 특수한 능력없는 단순한 파워형과는 달리 이렇게 어떤 능력이 있는 능력자들의 경우는 자신의 능력과 반대되는 상황내에서는 자신의 능력을 사용하는 힘이 상당히 반감이 되는 약점이 있는편이었다. 그런 이유로 방전체의 온도가 올라가자 글라키에스는 상당히 불편해하며 가디언즈에게 달려들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었으며 이그니스 역시 어떻게 보면 글라키에스가 열과는 대조적인 차가운 능력을 가졌기에 꺼려지는 느낌이 드는 것일 것이었다.
그렇게 방전체를 데우던 보안장치가 사라지자 소장이 다시 버튼을 조작하기 시작했고 유리창위로 다시 벽면이 덮여갔다. 그리고는 다시 언제 그곳에 유리창이 있었느냐는듯이 하나의 통일된 벽면이 되어버렸다.
『보시는 것처럼 이런식으로 각각의 능력자에 맞게 수감장소를 따로 조금씩 개조해놓았습니다. 그리고 최악의 경우를 대비해서 이곳에 존재하는 모든 산소를 제거하는 장치도 따로 준비되어 있습니다. 그 장치까지 사용해야하는 날이 오면 안되겠지만 만약 2층의 방어시스템조차 위험해질경우를 대비해 최후의 보루로 이곳에 존재하는 모든 산소가 제거되고 별개로 강력한 독성물질을 살포하는 시스템까지 갖추고 있으니 만약의 사태가 발생하더라도 이들이 이곳에서 탈출 할 수 있는 경우는 없다고 보셔도 좋습니다. 능력자들이라고 해도 기반이 인간인만큼 보통의 인간보다는 오래버티고 강인하다고는 해도 숨을 쉬지 않거나 독성물질을 흡입하면 죽을수 밖에 없으니까요 』
『마지막으로 5층은 매지션형 능력자들만 수감하고 있는 곳입니다 』
소장과 가디언즈는 다시 다른 곳으로 자리를 옮기고 있었다. 그리고 방금전 까지 그들이 보고 있던 벽면 안쪽의 방 그곳에서 고통스러운듯 엎드려있던 글라키에스가 벽면이 내려가 그들을 볼 수 없게되자 사악한 미소를 내뿜으며 웃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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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지하 수용소에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패스입니다. 한국에 머물고 계신동안 가지고 계시고 돌아가실때는 만약을 위해 저희들에게 반납해주셨으면 합니다만.... 기분나쁘게 생각하지는 말아주세요 』
5층까지 모두 둘러본 가디언즈가 소장실에 앉아서 소장과 이야기를 나누던 도중 소장이 타르타로스를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는 패스를 주며 말했다. 그리고 패스를 주고난 후 개인적인 부탁이라며 소장이 그들에게 한가지 부탁을 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개인적인 부탁하나만 드려도 되겠습니까? 』
『감사합니다 』
리더격인 제니스가 소장과 아버지라는 지위사이에서 갈등하는듯 주저하는 정현식의 모습에 웃으며 승락하자 소장은 다른방에서 대기중인 딸아이를 호출했다.
우리나라에서 활동하고 있지 않은 관계로 가디언즈에 대해 별로 관심을 가지지 않거나 아예 모르고 있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보통 10~20대 아이들이나 젊은층에게 그들은 왠만한 연예인 이상의 인기를 누리고 있었다. 잠시후 방문이 열리고 고등학생정도로 보이는 여자아이가 수줍은 모습으로 방에 들어와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했다.
『아.. 안녕하세요.. 』
『안녕~ 』
『저기...이거.. 』
방에 들어온 소녀는 쭈뼛거리며 가디언즈에게 다가가더니 가디언즈중에 가장 어린 엑시아에게 꽃다발을 가져다 주었다.
『어..? 이거.. 나 주는거야? 』
엑시아가 조금은 놀란듯이 얼떨떨한 모습으로 꽃다발을 받으며 말했다.
『네에.. 다른 언니들도 좋지만.. 전 엑시아언니를 가장 좋아하거든요... 』
엑시아는 아직도 얼떨떨한 모양이었다. 총 네명의 히로인으로 이루어진 가디언즈는 이그니스, 제니스, 리디아가 파워형인데반해 유일하게 엑시아만 매지션형이었다. 파워형의 경우 신체적인 능력이 인간의 한계를 초월하다보니 육체도 그 능력을 감당할 수 있는 모습으로 변하면서 외모도 같이 변하기 마련이었고 그런식으로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변신이라는 것을 하게되는데 반해 매지션형의 경우 신체적인 능력은 일반인과 별반 다를바 없기에 파워형과는 달리 변신같은것은 할 수 없었다.
그 덕분에 네명중 유일하게 매지션인 엑시아만은 머리를 보호하는 장비를 겸해서 얼굴을 가리기위한 헬멧을 쓰고 다녔으며 일반적으로 직접적으로 전투에 참여하는 이그니스나 제니스가 가장 인기가 많았고 그들과는 달리 뒤에서 서포트적인 역활을 하는 엑시아와 리디아의 경우는 그 둘에비해 인기가 조금 덜한 편이었다. 그런 이유로 으례히 다른 세명중에 한명에게 갈 것이라 생각했던 꽃다발이 그들을 제치고 자신에게로 돌아오는것이 뜻밖이었던지 엑시아는 조금 얼떨떨해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제 딸아이의 꿈이 엑시아씨처럼 멋진 여성 과학자가 되는 것이랍니다. 아빠도 과학자인데 아빠보다는 엑시아씨를 더 좋아하고 닮고 싶어하니 저로선 조금 서운하기도 합니다 하하하 』
『아..벼..별말씀을.. 꽃.. 고마워.. 』
소장의 말에 엑시아는 쑥스러운지 얼굴이 붉게 물들었지만 나름대로 수줍음이 많은 걸 아는 가디언즈 이외에 소장이나 소녀는 헬멧때문에 그런 그녀의 얼굴을 볼 수는 없었다. 엑시아는 가디언즈중에서 가장 나이가 어린편이었지만 천재소녀라는 소리를 들을만큼 지식이 많은 아이였다. 가디언즈가 사용하는 거의 모든 장비는 그녀의 손에서 기획되었다고해도 과언이 아닐정도로 왠만한 연구소급 이상의 장비나 연구들이 그녀의 손에 의해 기획되거나 설계되어졌고 이 연구소에서 사용되어지고 있는 많은 부분들 역시 그녀가 연구해서 만들어놓은 것을 조금 더 이곳에 맞게 유용하게 개조해서 사용한 것일만큼 그녀는 이 방면에서 뛰어났다.
『그런데 이름이..? 』
『물론이지.. 이리와봐 』
역시나 가장 쾌활하고 붙임성 좋은 제니스가 맏언니답게 애리의 손을 잡고 이끌며 몇장의 사진을 찍으며 분위기를 주도해 나가기 시작했고 그렇게 몇장의 사진과 가디언즈의 사인을 가지고 소녀는 기쁜듯이 방을 나갔다.
『이거 괜히 제 딸아이때문에 폐를 끼친건 아닌지... 』
괜시리 미안해하는 소장의 말에 역시 제니스가 웃어보이며 대답했고 엑시아는 소녀가 자신을 가장 좋아한다는 말이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는듯이 소녀가 준 꽃의 향을 맡고 있었다. 지금껏 조용히 있던 이그니스가 침묵을 깨고 소장에게 말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한국에도 여성 능력자가 한명 있죠? 』
정현식 소장의 대답에 이그니스는 낮은 신음성을 흘려내었지만 더이상 아무런 질문도 하지 않았다.
『그럼 미나라는 그 능력자와 연락을 취할만한 방법이 전혀 없는건가요? 』
침묵하고 있는 이그니스를 대신해 이번에는 리디아가 소장에게 물었다.
『음... 찰이나 정부쪽에서 도움을 요청하는 채널이 있었던걸로 알고 있습니다만... 아마 직접 만나보시기는 힘들겁니다.. 』
소장의 말을 듣고있던 리디아의 표정이 다소 어두워졌다. 리디아가 생각하고 있는것과 같은 생각을 했는지 가디언즈의 나머지 멤버들의 시선이 리디아쪽으로 모여들었다가는 다시 입을 열기 시작한 소장쪽으로 옮겨졌다.
『저도 자세히는 모릅니다.. 간간히 목격했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지만 신빙성있는 이야기는 아니고... 아마도 정부쪽에서는 잠정적으로.... 』
말끝을 흐리는 소장의 말이후 소장실내에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능력자가 갑자기 흔적도 없이 자취를 감춰버렸다는 것.. 그것은 십중팔구 능력자의 사망을 이야기하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보통 자신의 차를 가진 사람이 얼마되지않는 집 앞의 슈퍼같은 곳을 다녀올때도 귀찮다는 이유로 차를 이용하게 되듯이 대부분 힘을 사용해오던 능력자들은 쉽게 그 힘을 버리거나 포기하지 못했다. 그런 능력자들이 완전하게 자취를 감추었다는 것.. 그것은 대개의 경우 사망을 의미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일반적인 사람들에게 보통의 인간보다 훨씬 강한 능력자들이 죽는 경우는 대부분 능력자들과의 싸움이외에는 쉽게 상상이 되지 않지만 아무리 뛰어난 능력자라고 해도 육체적인 변신과정을 거치지 않는경우 보통의 사람과 다를바 없었고 그런 상태에서는 어떤 사고나 생명에 위협적인 어떤 일을 당한다면 그들도 보통사람들처럼 죽어갈 수 밖에 없었다.
『그런데 미나씨는 무슨 일로..? 』
무거운 침묵이 만들어낸 어색함을 지워버리려는듯 제니스가 미소를 지으며 대답하고 리디아 역시 미소지어 보이자 소장도 웃어보이며 화제를 바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