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번역]여름이야기 에필로그1
긴 이야기가 끝났다.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것을 자신이 목격한 일과 추측을 섞어서, 카즈오는 말했다.
쉼 없이, 홀린 것 같은 기세로 계속 말했다.
그 이야기는, 무의미한 반복도 많고 자기 변호나 책임 전가식의 이야기도 있어 명료하지는 않았지만.
타카시는, 한마디도 참견하지 않고 듣고 있었다.
카즈오가 실토한 수개월의 경위를 듣고도 믿을 수 없었다.
그러나, 어젯밤의 전화에서 추잡한 정감에 물든 소리로 사죄의 말을 반복하고 “여자”를 드러낸 어머니의 소리때문에,
타카시는 카즈오의 필요이상으로 상세하고 추잡한 묘사를 끊지 않고 끝까지 들었다.
「나도, 설마 이렇게 될줄은 몰랐어」
「…………」
타카시는 재차 카즈오를 보았다.
어제까지 친구라고 생각한 녀석의 얼굴을 물끄러미 응시했다.
최악의 배신과 수개월에 걸치는 기만을 고백하고, 그다지 미안해하는 모습도 보이지 않는 후안무치한 얼굴이 눈앞에 있었다.
「그럼 이후에는 어떻게 할 생각이었지?」
「……응?」
「내가 아무것도 모르는 채, 도쿄로 돌아간 뒤에는 어떻게 할 생각이었지. 어머니를 농락하는 일상으로 돌아가는 것이 너의
계획이 아니었던가」
「아니, 그것은……」
타카시는 알았다.
이 녀석은 이런 일을 저지르고 보이는 않는 곳에서 자신을 조소하고 있었던 것이다.
「너는 」
분노가 치민 타카시는 카즈오의 가슴팍을 잡아 끌어올렸다.
주먹으로 후려갈겼다.
카즈오는 비명을 지르고, 마루에 누웠다.
주먹을 쥔 채로, 타카시는 노려보았다. 숨이 난폭하게 거칠어진다.
「……미안……미안, 타카시……」
카즈오는 마루에 널브러져 울면서, 그 말을 반복했다.
타카시는 주먹을 풀었다. 심하게 카즈오의 얼굴에 가격한 손이 아팠다.
씁쓸한 기분만이 끓어 올랐다.
「돌아가」
카즈오가 통곡 하기 시작했다. 그것을 보면서도 타카시는 꺼림칙함 밖에 느끼지 않았다.
오랜 세월의 우정을 잃은 슬픔을 느낄만한 여유는 없었다.
──우물쭈물 울면서 카즈오가 돌아간 뒤 타카시는 또 조용한 집안에 혼자가 되었다.
갑자기 공복을 느끼고 부엌에서 컵라면을 꺼내 끓여 먹었다.
간소한 식사를 끝내고 욕탕에서 뜨거운 물에 굳어진 몸을 풀었다.
카즈오의 이야기대로라면 어머니는 오늘 밤도 그 해변의 호텔에 미카미와 함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연락을 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일 것이다.
방에 들어가자, 곧바로 침대에 갔다.
뜻밖일만큼 빨리 잠이 왔다.
마사요가 귀가한 것은, 이튿날 오후였다.
조금 피부가 탄 듯 했지만 눈에 띌 정도는 아니었다.
「미안해요」
아주 낮은 음성에는 깊고 무거운 진정이 가득차 있었다.
그런데 자신은 무엇을 말해야 할 지 알 수 없었다 .
「전부 들었어. 카즈오에게」
그렇게 타카시는 말했다.
마사요는 눈을 내리깔고 희미하게 끄덕인다.
「……내 탓이야」
「……」
「내가, 그 송별회의 밤에 취해서 돌아오지 않았으면----」
그것은 마음속의 회한이었다. 후회해도 후회해도 소용없는 일이다.
마사요가 시선을 올려 타카시와 눈을 맞추었다. 그리고, 머리를 흔들었다.
「타카시의 잘못은 없어요」
「 그렇지만, 그 후로도 나에게 폭로한다는 협박때문에 저 애들이 하라는 대로.....」
목소리가 떨렸다 .무엇보다도 괴로운 사실은 자신의 존재가 어머니가 오욕을 감수한 이유가 되었다.
마사요는, 또 머리를 흔들었다.
「타카시 탓이 아니야」
조용한 소리로, 설득하듯이 말했다.
「하지만, 내가 이제 모든 것을 알았다」
「그러니까 이제, 어머니가 그 놈들이 하라는 대로 할 이유는 없어」
눈에 힘을 주고 어머니를 보며 동의를 구했다.
하지만, 마사요는 또 시선을 마주치지 못하고 아래로 눈을 내리 깔았다.
「찍힌 사진도 전부 없애겠어. 카즈오를 만나 반드시 전부 없애겠어」
그 이름을 입에 올리는 것만으로도 격분했지만 타카시는 필사적으로 말했다.
「이제 두 번 다시 어머니에게 접근하지 말라고. 그러니까──」
그러나, 마사요는 고개를 숙이고 한 동안의 침묵후에,
「……미안해요」
기어들어가는 소리로, 그렇게 말했다.
타카시는 갑자기 눈앞이 아득해지고 다리에 힘이 풀리는 것을 이를 악물고 버티고 서 있었다.
예기치 못한 대답은 아니었다.
카즈오가 말한 이 머칠간의 어머니의 모습과 그저께밤 전화 너머로 들려온 그 소리를 생각하면.
그런나, 자신의 가슴을 둔중하게 내지르는 음성의 충격은 심대했다.
짧은 말안에 명확히 드러난 어머니의 뜻이 타카시의 희망을 산산이 부숴버렸다.
「이상해」
쥐어짜듯이 그렇게 말했다.
「이상해 강제로 어머니를 더럽히고 위협해서 관계한 그런 녀석에게」
마사요는 눈을 감고, 채찍을 맞는 듯한 어조로
「어쩔 수 없어요. 어리석은 짓이란 건 스스로도 알고 있어」
자조와 수치심이 가득한 어조로 그렇게 말했다.
「타카시에게는 정말로 미안해」
「그만둬 제일 나쁜 것은 어머니야」
타카시는 테이블을 내리쳤다.
어머니의 사죄도 자책도 현실이고 진심이다.
어머니는 정말로 아들에게 미안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절망 가슴이 검게 물들이는 것을 타카시는 느꼈다.
「……미카미는, 어머니같은 건 편리한 완구정도로 밖에 생각하지 않아」
마사요는,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수긍했다.
「그럴지도 반드시, 그렇게 될수도---」
「…………」
「미안해요」
두 눈동자를 물기를 띠고, 마사요는 고개를 숙였다.
타카시는, 천정을 올려다보며 탄식했다.
더 이상, 무슨 말을 해야 하는 것인가.
「나, 예정대로 여름방학이 끝나면 올라 갈거야」
갑자기 타카시는 그렇게 말했다.
「방해가 될지도 모르지만」
「그런 말하지 말아 」
마사요는 얼굴을 일그러뜨리고, 떨리는 음성으로 말했다.
「여기는 너의 집이야」
「 아직, 그런가」
마사요는 견디지 않고 얼굴을 가리고 울기 시작했다.
귀향하고 잠시의 평온함과 그 이상의 씁쓸함을 타카시는 떠올렸다.
분노를 터트릴 상대는 가까이에 있다.
가슴 속의 외침에 수긍하고, 타카시는 일어섰다.
차임을 울리고 곧 나온 미카미가, 의외라는 표정을 짓는다.
그 태평한 반응이 폭발 직전의 타카시를 자극한다.
강하게 움켜쥔 주먹을 미카미의 안면에 작렬시켰다.
둔한 소리가 나고 미카미가 비틀거린다.
입가에서 피가 흘러 나왔지만 미카미는 응전의 자세를 취하는 것도 아니고,
「……뭐, 이 정도는 어쩔 수 없지」
담담하게, 그렇게 말했다. 마치 남의 일이라는 듯한 태도가 타카시를 격분시켰다.
「그만두어」
다시 덤벼들려는 찰나 비명소리가 울렸다.
마사요였다. 집을 뛰쳐나가는 타카시의 모습에 불안감을 느끼고 뒤쫓아 온 것 같다.
계단을 뛰어 올라와 두 사람의 사이에 뛰어들어 왔다.
「부탁이야 타카시, 이제 그만둬」
울먹이는 소리로 타카시에 호소한다.
타카시는 주먹을 쥔 채로, 미카미를 감싸듯이 선 마사요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터무니 없는 슬픈장면이라고 생각했다.
머리로 피가 확 오르는 것을 느꼈다.
주먹을 내리고 뒤돌어섰다.
더 이상, 얼간이 역을 연기하고 싶지는 않았다.
어쩐지, 아무래도 좋다고 하는 기분이 되었다.
거실에서 넋을 잃고 망연히 앉아 있는 중에 마사요가 돌아왔다.
30분 정도 지났을까. 미카미의 상처를 치료하고 온 것일까.
「 더 있다가 올줄 알았어요」
미안한 듯 들어 온 마사요 쪽은 보지도 않은 채, 타카시는 말했다.
「또 자고 올지도 모른다고 생각도 했지만」
불쾌한 말을 하면서, 그런 자신에게 혐오를 느낀다.
마사요의 반응을 확인할 생각은 없었다.
마사요가 타카시의 시야에 들어 온다. 괴로운 얼굴로 타카시를 내려다 보고,
「……타카시가 화내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 그렇지만, 터무니 없는 일은 하지 않기를 바라는 거야. 이제 와서, 엄마인 체 말라고 할지도 모르지만, 그렇지만---」
「즉, 나에게는 상관말라는 것인가. 그런 것인가」
「그런 일……」
「아, 그렇지만 실제 그럴지도 모르는데」
단순한 빈정거림은 아니었다.
모친이 강간되었다. 그리고 수개월에 걸쳐서 욕망의 배출구로서 희롱되었다.
하지만 마사요 본인이 이미 자신을 능욕한 젊은 남자에게 빠져버렸다.
단지 욕정을 처리하는 일도 감수하고 아들의 친구에게 빠져 있다.
그런 상황에서 자신의 분노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
그래, “이제 와서”무슨 의미가 있단 말인가.
모든 것이, 일의 발단도 전개도 파국도 자신이 모르는 사이에 자신이 없는 장소에서, 자신과는 관계없이 일어났다.
간신히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에는, 모든 것이 끝난 뒤였다.
결국, 자신은 처음부터 끝까지 모기장 밖에 있던 모기와 같았다.
그 사실이 가장 괴롭고, 화가 난다.
「나, 여름방학에는 예정대로 여기에 있어.」
또, 그 말을 타카시는 입에 올렸다.
사실은──당장이라도, 도쿄로 돌아가고 싶었다.
지금으로서는 그것이 최선의 선택이다. 자기 자신에게 있어서.
마사요는 그렇게 되면, 자책과 죄의식으로 얼마간 슬퍼하겠지만 한편으로는 안도할 것은 틀림없다.
「별로, 어머니의 행동을 속박 할 생각은 없으니까. 마음대로 해도 좋아」
마사요는 숙이고, 아무것도 대답하지 않았다.
종일 뒹굴뒹굴하며 보낸다든가, 방에 틀어박혀 있는 것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취침과 기상시간이 불규칙하게 되어, 약간 늦어졌다고 하는 정도다.
휴일의 생활이라면, 오히려 이것이 당연할지도 모른다.
어머니와 얼굴도 보지 않고 지내는 것도 아니다.
매일, 둘이서 식사를 한다. 거실에서 함께 텔레비전을 보는 시간도 있었다.
단지, 대화는 단절되었다.
마사요는, 종기에 손을 대는 것처럼 타카시에게 접해 온다.
같이 있을 때에는 항상 바짝 긴장해서 어색한 미소 또는 어두운 얼굴이다.
그런 표정은 보고 싶지 않아 눈을 마주치지 않으면서, 한편으로 희미한 쾌감을 느꼈다.
그리고, 그런 자신을 혐오 했다.
마사요의 행장을 감시할 생각은 없었다. 하지만, 전화가 오면 반응하고 마사요가 쇼핑 등으로 집을 비우면 귀가 할 때까지 걱정한다.마사요도 그것을 헤아리고 있는 것 같고, 나갈 때 하나 하나 보고를 하고 간다.
타카시는 아무래도 좋다는 식으로 수긍하고 마사요가 나간 뒤에는, 무거운 한숨을 내쉬었다.
정작 집안에 혼자가 되면 한숨 돌리는 기분이 되는 것이었다.
어머니와 두 사람의 생활속에, 더이상 진짜 평온함을 느낄 것은 없었다.
그 2박의 바다행으로부터 며칠은 마사요가 미카미와 접촉을 자제하는 것 같았다.